값싼 쓰레기 값비싼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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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쓰레기 값비싼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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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었다. 상류층 사모님들이 애지중지 키우는 쇼 타이틀급 렉돌 고양이들에게, 내가 팩당 3만 원이라는 지인 할인 가격으로 수제 생식을 만들어 바친...

Chương (1)

第1章

5년이었다. 상류층 사모님들이 애지중지 키우는 쇼 타이틀급 렉돌 고양이들에게, 내가 팩당 3만 원이라는 지인 할인 가격으로 수제 생식을 만들어 바친 세월이. 새로 들어온 인턴 년이 단체 채팅방에서 대놓고 시비를 걸기 전까지는 평화로웠다. “설마요? 고기 찌꺼기 섞은 미니 팩 하나에 3만 원이라고요? 닭가슴살 원가는 2천 원도 안 할 텐데! 사모님들 돈이 그렇게 뜯기기 쉽나요?” 이어서 녀석은 징그러울 정도로 귀여운 척하는 고양이 이모티콘을 보냈다. “앞으로 사모님들 냥이 밥은 제가 책임질게요! 한 팩에 단돈 1만 2천 원! 저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해서 돈 욕심 없고요, 그냥 동물들을 너무 사랑해서 사모님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채팅방에서 사모님들이 줄줄이 주문을 취소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휴대폰 화면을 껐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해방감에 하마터면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아, 드디어! 이 밑지는 장사를 합법적으로 때려치울 기회가 온 것이다. 01 “방 나갔습니다.” 이 사모님의 마지막 개인 메시지에 보낸 내 답장이었다. 답장은 번개처럼 돌아왔다. [한수현 씨, 사람 그렇게 속 좁게 쓰는 거 아니야. 다희는 이제 막 사회 나온 애고, 우리 돈 아껴주려고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건데.] [수현 씨 솜씨 좋은 건 우리도 인정해. 하지만 우리 돈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한 팩에 2만 원 넘게 남겨 먹었으면, 지난 몇 년간 우리한테 뜯어낸 걸로도 충분히 챙겼을 텐데?] [앞으로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말고, 밖에서 괜히 입 놀리고 다니지 마.] 화면에 뜬 세 줄의 메시지를 가만히 응시했다. 답장 대신 프로필을 누르고 차단 버튼을 눌렀다. 그때 화면 위로 보이스톡 요청이 요란하게 울렸다. 임다희였다. 단돈 1만 2천 원에 사모님들의 모든 고양이 생식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한 그 인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현 언니, 나한테 화난 거 아니죠? 언니 미워하려던 건 정말 아니에요~” 임다희의 목소리는 콧소리가 잔뜩 섞여 있었지만, 그 아래 깔린 비아냥은 숨기지 못했다. “저는 그냥 사모님들이 억울하게 돈 쓰는 게 눈에 밟혀서 그랬어요. 그 고기 찌꺼기들, 재래시장 가면 닭가슴살 1킬로에 몇 천 원이면 사는데. 그걸 3만 원씩이나 받으면서 양심이 찔리지도 않으셨나 봐요?” 나는 발끝에 놓인, 갓 항공 배송으로 도착한 뉴질랜드산 붉은 사슴 뒷다리살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렉돌은 고양이 중에서도 위장이 극도로 예민하고 유리 같기로 유명한 묘종이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쓴 재료는 결코 값싼 잡육이 아니었다. 호주산 무항생제 토끼고기, 뉴질랜드산 적사슴 정육이 기본이었다. 여기에 노르웨이산 크릴오일, 천연 타우린, 수입산 천연 식이섬유를 소수점 단위까지 정확하게 배합했다.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영하 60도의 초저온에서 72시간 동안 진행되는 동결 멸균 공정도 매번 거쳤다. 1팩당 순수 원가만 거의 4만 원에 육박했다. 3만 원에 판 건, 내가 매번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적자를 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임다희는 혼자 신이 나 조잘거렸다. “언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예전에 쓰던 기계랑 원료 거래처 나한테 넘겨주면 안 돼요? 어차피 이제 주문도 안 들어올 텐데, 좋은 일 한다 치고 정보 공유해요. 다 업계 동료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설마 그렇게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굴 건 아니죠?” “그래, 그러자.” 나는 녀석의 말을 뚝 끊고, 뉴질랜드산 사슴고기 해외 직배송 사이트 링크와 전문가용 초고정밀 진공 저온 분쇄기 구매 링크를 보내주었다. 3초 뒤. 날카로운 찢어지는 비명이 담긴 임다희의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언니 미쳤어요? 기계 한 대에 600만 원? 고기는 1킬로에 무슨 수십만 원이 넘어요? 일부러 나 먹이려고 장난치는 거죠!” “그 멍청하고 돈만 많은 여자들, 대충 싼 고기 갈아서 주면 모를 텐데 뭘 그렇게 고고한 척을 해요? 이러니까 언니가 버림받은 거예요, 알아욧?” 나는 고민 없이 녀석마저 차단했다. 그리고 내 연락처에 저장된 사모님들의 번호를 전부 지우고 대화방을 나갔다. 내가 적자를 감수하며 제공한 최상급 생식을 먹으면서도, 나를 아는 사람 등쳐먹는 사기꾼 취급하던 그 흡혈귀 집단에서 완벽하게 탈출한 순간이었다.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이번엔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최 원장님의 전화였다. “수현 씨, 엄청난 건이 들어왔는데 맡아볼래?” “CFA(국제고양이애호가협회) 탑 브리더인 주 대표님 알지? 이번에 마리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쇼 타이틀급 렉돌 라인을 새로 수입하셨대. 다음 달 전국 캣쇼에 내보내야 한다고, 전담 생식 영양사를 구하시네. 기준이 아주 까다로워.” 나는 눈앞의 항온 작업대 앞에 서서 라텍스 장갑을 끼었다. “할게요.” “기본 식단은 팩당 15만 원, 쇼 시즌 한정 특수 영양식은 25만 원입니다.” 시장의 진짜 가치를 아는 전문가로서의 가격을 제시했다. 최 원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주 대표님 돈은 신경 안 쓰시는 분이야. 오직 최고의 영양학적 전문성만 원하셔. 내일 병원에 애들 데리고 건강검진 오신다니까, 와서 얼굴이나 한번 봐.”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지역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첫 페이지 가장 위쪽에 10분 전 등록된 임다희의 새 글이 보였다. 굵고 진한 글씨의 제목. [사모님들의 지갑 구출 작전! 단돈 1만 2천 원 명품 수제 생식 언박싱~] 그 아래로 사진 아홉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시뻘건 고기 찌꺼기 진흙 같은 것들이 낡은 플라스틱 대야에 잔뜩 담겨 있었다. 수분 제어가 전혀 되지 않아 표면은 번들거리는 기름기로 가득했고, 거무죽죽한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댓글창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이 사모님이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았다. - [다희 씨 대단해! 고기 색깔만 봐도 신선함이 느껴지네.] - [수현 씨가 만들던 그 허옇고 멀건 고기랑은 차원이 달라요.] 다른 사모님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가세했다. - [맞아요. 예전에 수현 씨 거 먹였을 때는 애들 변에서 냄새도 안 났잖아요. 소화가 안 돼서 그랬던 게 분명해요.] - [1만 2천 원에 이렇게 푸짐하게 살 수 있는 걸, 그동안 눈먼 돈 처바르며 살았네요. 진짜 사기당한 기분.] - [앞으로 우리 애 식사는 무조건 다희 씨한테 정기 구독합니다! 양심 없는 업자 한수현은 불매 운동해야 해요!] 화면 속 문장들을 냉담하게 응시했다. 렉돌은 장관 막이 극도로 얇다. 저렴한 잡육이 가져올 파국은 머지않아 그들의 금쪽같은 고양이들에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조용히 브라우저를 닫고 몸을 돌려, 내일 사용할 최상급 식자재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02 임다희는 댓글창에서 실시간으로 사모님들과 소통하며 기세를 올렸다. - [언니들이 절 믿어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 [첫 주문이라 제 정성을 가득 담아 손수 다졌어요! 언니들 돈 아껴드릴 수 있어서 제가 더 뿌듯해요.] - [누구처럼 정체 모를 화학 가루 섞는 게 몸에 좋을 리 없잖아요? 진짜 천연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죠~] 나는 미동도 없이 사진을 넘겼다. 어두운 빛깔의 고기. 오랜 시간 냉동실 구석에 박혀 유통기한이 임박한 잡육 자투리가 분명했다. 내가 만들던 고기가 연한 핑크빛을 띤 것은, 다른 잡다한 첨가물 없이 고순도의 토끼고기와 칠면조 가슴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저렇게 검붉은 색이 나온다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그때, 단체 방에서 유일하게 나가지 않고 남아 있던 혜진 언니가 내게 갠톡을 보냈다. 그녀가 캡처해 보낸 사모님들의 대화창 이미지였다. 화면 속에서 혜진 언니가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다. [다희 씨, 근데 고기 색깔이 왜 이렇게 어두워요? 애들 먹고 탈 나지는 않겠죠?] 임다희는 울상 짓는 고양이 이모티콘을 보냈다. [혜진 언니, 이건 철분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증거예요!] [제가 일부러 단골 도축장까지 찾아가서 특별히 구한 목덜미 살이거든요. 영양이 가장 밀집된 부위라 시장에서는 구하지도 못해요. 인맥으로 겨우 떼 온 귀한 부위랍니다~] 그 즉시 이 사모님이 맞장구를 쳤다. [다희 씨가 정말 신경 많이 썼네. 수현 씨는 돈 아까워서 이런 고기 절대 안 샀을 거야.] 혜진 언니가 보낸 긴 음성 메시지에서는 불안감이 가득 묻어났다. “수현아, 이 고기 정말 먹여도 되는 거니? 냄새를 맡아보니까 비릿하고 썩은 내 비슷한 게 살짝 올라와서 도저히 찜찜해서 말이야.”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 건조한 사실만을 적어 보냈다. [목덜미 살은 동물의 림프절이 가장 빽빽하게 뭉쳐 있는 부위야.] [온갖 체내 독소, 세균, 그리고 기생충 알이 득실거리는 곳이지.] [초저온 멸균 처리가 안 된 림프 고기를 렉돌이 먹으면, 100% 급성 위장염이 와.] [만약 살모넬라균이나 톡소포자충이라도 있으면 치사율은 극도로 높아져.] 혜진 언니는 곧바로 경악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안 먹일게. 그냥 다 버려야겠다.] [그건 언니 선택이에요.] 나는 그렇게 대화를 맺었다. 다음 날 오전, 약속대로 최 원장님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VIP 진료실 내부에는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렉돌 몇 마리가 종합 검진을 받고 있었다. 골격이 단단하고, 깊고 푸른 벽안을 지닌 녀석들은 모질이 실크처럼 부드러웠다. 주 대표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한수현 소장님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원장님께 이 지역에서 캣쇼용 영양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라고 추천받았습니다.” 나는 준비해 간 시식용 샘플을 건넸다. 진공 보존 용기 속에는 은은한 선홍빛을 띠는 붉은 사슴고기와 토끼 갈비 다짐육이 담겨 있었다. “기본 포뮬러입니다. 탈수 초록입홍합과 고순도 크릴오일을 배합해 기호성과 항염 효과를 높였습니다.” 주 대표가 전용 숟가락으로 고기를 조금 떠서, ‘포세이돈’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렉돌 앞에 내려놓았다. 평소 입이 짧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냄새를 한 번 맡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무서운 기세로 그릇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남은 미세한 즙까지 깨끗하게 핥아먹었다. 주 대표의 눈이 커졌다. “완벽하군요. 수분도와 육질의 밀도가 상상 이상입니다.” “다음 달 CFA 캣쇼에 나갈 열두 마리의 식단을 전부 소장님께 위임하겠습니다.” “선금으로 우선 1,500만 원 입금해 드렸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휴대폰이 징 소리를 내며 입금 알림을 띄웠다. “믿어주신 만큼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답했다. 병원을 나와 다음 주에 쓸 최상급 식자재를 발주하기 위해 수입 생선 및 정육 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신호 대기 중에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혜진 언니가 다시 단체 채팅방 캡처본을 보내온 것이다. 이 사모님이 잔뜩 격앙된 어조로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우리 레오가 오늘 밥그릇을 통째로 비웠어!] [수현 씨가 만든 건 맨날 깨작거리며 먹던 애가 말이야.] [역시 애들이 좋은 건 먼저 안다니까. 다희 씨 최고야.] 임다희가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 [레오가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이에요! 제가 말했잖아요, 예전에 그 사람 식단에는 이상한 화학 가루가 너무 많아서 고기 본연의 풍미를 다 망쳐놓은 거라고요.] [애들이 안 먹는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제 식단은 디톡스 효과가 확실하거든요~] 녀석이 말한 ‘이상한 가루’는 반려동물 전용 유산균과 헤어볼 배출을 돕는 필수 섬유질 영양제였다. 그걸 넣지 않으면, 날고기 속의 유해균이 고양이의 짧은 장내에서 말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킨다. 그걸 모르는 사모님들은 앞다투어 선입금을 들이밀고 있었다. [다희 씨, 나 한 달 치 선결제할게!] [나도! 매일 아침 직배송해 주는 거지?] [다희 씨는 진짜 우리 모임의 구세주야.] 나는 무표정하게 화면을 밀어 올린 뒤, 엑셀레이터를 깊게 밟았다. 차는 조용히 나의 항온 항습 개인 작업실로 향했다. 03 차가운 에어컨 바람 소리만 울리는 작업실. 나는 먼지 하나 없는 전신 방진복을 갖춰 입었다. 에어 샤워실을 거쳐 무균 조리실로 들어섰다. 주 대표님의 캣쇼 대표묘 열두 마리의 식단은 0.1그램 단위까지 철저한 정밀 계량이 필요했다. 고압 스팀으로 세척한 토끼 갈비의 모든 근막과 뼈 잔해를 걷어내고, 500만 원 상당의 스위스제 초고속 분쇄기에 투입했다. 황금 비율로 조율된 수입산 필수 비타민과 아미노산을 추가하자, 부드러운 무스 형태의 고기 반죽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를 즉시 특수 진공 팩에 담아 제조 일자와 영양 성분 라벨을 부착했다. 그리고 곧장 영하 60도 초저온 냉동고로 밀어 넣었다. 이 과정 없이는 날고기 속의 미세한 기생충과 유충을 완벽히 사멸시킬 수 없다. 정신없이 네 시간을 일하고 장갑을 벗자, 땀으로 젖은 손끝이 보였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미확인 메시지가 수십 개 쌓여 있었다. 혜진 언니가 30분 전부터 다급하게 음성 메시지를 남겨놓은 상태였다. 첫 번째 메시지를 재생하자,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현아! 이 사모님네 레오가 물설사를 시작했대!” 두 번째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 사모님뿐만이 아니야. 김 사모님네 골든 브리티시도 아침부터 분수 설사를 해서 온 집안 러그가 난리가 났대!” 단톡방 캡처 화면으로 넘어가 보았다. 이 사모님이 올린 화장실 사진이 있었다. 단단하게 뭉쳐 있어야 할 고양이의 대변이 시커멓고 악취가 진동하는 진흙탕처럼 퍼져 있었다. 이 사모님은 임다희의 계정을 태그했다. [다희 씨, 이거 왜 이러지? 우리 레오는 설사를 해본 적이 없는 애인데.] 임다희의 답변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어머, 사모님! 설사는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명현 현상이에요~] [애들이 그동안 한수현 씨가 만든 화학 가루 범벅인 독성 식단에 길들여져서 위장에 독소가 가득 쌓여 있었던 거예요.] [제 순수 자연식 고기가 들어가니까 장을 자극해서 독소를 배출해 내는 과정이랍니다.] [며칠만 꾹 참고 더 먹이시면 독소가 싹 빠지고 황금 똥을 눌 거예요!] 상식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궤변이었다. 하지만 이 사모님은 그 말을 굳게 믿는 눈치였다. [아, 그런 거였구나. 한수현 그 독한 인간, 대체 우리 애한테 무슨 쓰레기를 먹여왔던 거야!] [다희 씨 말이 맞아. 독소 배출이라니 다행이네. 오늘 저녁에 한 팩 더 먹여야겠어.] 김 사모님 역시 거들었다. [우리 애도 오늘 변 냄새가 유독 지독하더라고요. 독소가 빠져나오는 게 맞나 봐요.] [다희 씨 아니었으면 우리 애들 큰일 날 뻔했어.]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렉돌에게 연변과 설사는 위장 점막이 파괴되고 있다는 첫 번째 경고 신호다. 그 상태에서 세균 가득한 쓰레기 고기를 계속 밀어 넣는다면, 남은 것은 급성 장염과 장 출혈뿐이다. 하지만 나는 침묵했다. 그들이 자초한 선택이니까. 나는 주 대표님의 식단을 꼼꼼하게 패킹하여 콜드체인 전용 배송 차량에 실어 보냈다. 두 시간 뒤, 주 대표님으로부터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열두 마리의 아름다운 고양이들이 밥그릇을 설거지라도 한 듯 핥아먹고 있었다. 설사나 구토 징후를 보이는 개체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대표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현 씨, 식단이 정말 예술입니다.] [하루 만에 애들 모질에 도는 윤기가 다릅니다. 국내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네요.] 나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이 루틴만 유지하시면 다음 달 쇼에서 최고 평점을 받으실 겁니다.] 밤 11시, 작업장의 전원을 내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씻으려는데, 휴대폰이 요란한 사이렌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알림창이 터질 듯 깜빡였다. 혜진 언니가 보낸 짧은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화면 속에서, 3천만 원을 호가하던 쇼 피겨급 렉돌 ‘레오’가 거실 바닥에 엎드린 채 뒷다리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제대로 서지 못했다. 바닥에는 소화되지 않은 붉은 고기 덩어리가 섞인 피설사가 낭자했고, 고양이의 입가에는 끈적한 침과 거품이 잔뜩 묻어 있었다. 몸이 발작하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혜진 언니의 절규 섞인 음성 메시지가 이어졌다. “수현아! 큰일 났어, 레오가 죽어가! 이 사모님 지금 완전히 정신 나갔어!” “근데 임다희 저 기집애가 이거 다 네가 예전에 먹인 식단의 독소 때문이래!” “네가 고기에 방부제를 듬뿍 넣어서 애 간을 서서히 망쳐놓은 거라고 선동하고 있어!” 04 나는 차분하게 단톡방 캡처본을 확인했다. 수백 명의 자산가들이 모여 있는 반려동물 모임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이 사모님이 보낸 음성 메시지들은 비명과 울음으로 가득했다. “레오가 안 일어 나요! 피를 토하고 설사를 해요!” “이거 3천만 원 넘게 주고 데려온 혈통 묘예요!” “다음 달 쇼에 나가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떡해, 어떡해!” 임다희는 방에서 필사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사모님, 진정하세요! 이건 절대 제 고기 문제가 아니에요!] [저 오늘 도축장에서 갓 썰어낸 생고기 제 눈으로 확인하고 가져온 거라고요!] [이건 분명히 예전에 먹던 한수현 씨 식단에 누적된 약물 때문이에요!] [장기적으로 손상된 간 수치가 이제야 한꺼번에 터진 거라고요!] 임다희는 우는 이모티콘을 폭탄처럼 쏟아냈다. [그 사람, 저한테 일거리 뺏긴 게 분해서 일부러 포뮬러에 장난질해 두고 나간 게 분명해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죠?] 이 선동에 눈이 먼 다른 사모님들이 나를 향해 포화를 퍼부었다. - [고소해요!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감옥에 처넣어야 해요!] - [그동안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동물 학대범이었어!] - [우리 애도 오늘 하루 종일 노란 토를 해요. 백 퍼센트 한수현 짓이야!] 나는 혜진 언니가 보낸 영상을 다시 크게 확대해 보았다. 피가 섞인 배설물 언저리에서 미세하고 반투명한 하얀 실 같은 것들이 꼼지락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회충이었다. 초저온 냉동 사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쓰레기 잡육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증상. 게다가 고양이가 입안 가득 거품을 물고 사지를 떨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살모넬라균 감염으로 인한 급성 췌장염이 전신 패혈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 귀하다던 3천만 원짜리 고양이는 이미 생명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그 순간, 임다희가 내 유령 계정을 태그해 저격했다. 내가 단톡방 동향을 보려 남겨둔 세컨드 계정이었다. [@한수현, 떳떳하면 당장 기어 나와서 해명해 봐요!] [고양이들한테 그동안 무슨 독극물을 먹인 거예요?] [레오가 지금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치료비 전부 당신이 책임져야 할 줄 알아!] [내 진작 당신 실체 알아봤어. 사기꾼 년!] 이 사모님이 그 뒤를 이어 발악했다. [@한수현, 레오 잘못되면 너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당장 튀어나와서 사죄하고 배상해!] [너 같은 악질 업자는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