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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계산원 여동생을 사세요
부모님은 언니에게 완벽한 조건의 재벌 2세를 소개해 주면서, 내게는 볼품없는 남자를 들이밀었다. 나는 울고불고 매달리는 대신, 그저 조용히 웃으며 ...
Chương (1)
第1章
부모님은 언니에게 완벽한 조건의 재벌 2세를 소개해 주면서, 내게는 볼품없는 남자를 들이밀었다.
나는 울고불고 매달리는 대신, 그저 조용히 웃으며 상대의 연락처를 저장했다.
언니와 엄마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거봐, 엄마. 끼리끼리 딱이라니까.”
하지만 언니의 약혼남이 파티장에서 나를 마주한 순간, 온몸을 떨며 무너져 내렸다.
그는 나와 내 옆에 선 남자를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목소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권…… 권 회장님, 이분이 사모님이십니까?”
남자는 나를 제 품 안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무심한 눈빛을 들어 올렸다.
“아니요, 내 스폰서입니다.”
1.
엄마가 스마트폰 화면을 내 코앞까지 들이밀었을 때, 나는 마침 갈비를 뜯고 있었다.
“이것 좀 봐라. 네 언니 맞선 상대야.”
엄마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권도현 씨라고, 캠브리지 석사에 집안은 건설업 대기업이란다. 키도 188이고.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첫 만남 선물로 바로 포르쉐를 뽑아 준대.”
나는 화면을 대충 힐끗거렸다.
사진 속 남자는 요트 위에 서서 흰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채, 마치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웃고 있었다.
“나쁘지 않네.”
나는 대꾸하며 다시 갈비를 베어 물었다.
옆에서 손톱을 다듬던 혜리 언니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콧방귀를 꼈다.
“나쁘지 않다고? 얘 좀 봐. 네 분수에 나보다 잘난 사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무시했다.
그러자 엄마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사진 한 장을 더 꺼내 내 밥그릇 옆에 탁 내려놓았다.
“너도 네 언니 부러워할 거 없다. 엄마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생각으로 늘 공평하게 대하니까. 너한테 딱 맞는 사람으로 준비했어.”
나는 고개를 숙여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왜소하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허름한 택배 대리점 앞에 서서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데, 고춧가루가 낀 이빨이 훤히 보였다.
사진 아랫부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김성식, 38세, 이혼남, 아들 하나 있음.]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이게 엄마가 말한 ‘공평함’이야?”
엄마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뻔뻔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왜 공평하지 않다는 거니? 네 언니한테 맞선 주선해 준 것처럼 너한테도 똑같이 해줬잖아. 이게 일관된 사랑이지.”
엄마는 언니의 요트 사진을 가리켰다가, 다시 내 앞의 택배 대리점 사진을 가리켰다.
“봐라, 네 언니는 격이 맞으니까 격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거고, 너는 평범하니까 평범한 사람을 만나는 거야. 엄마는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
“내가 평범한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
언니가 얄밉게 끼어들었다.
“하은아, 너 양심이라는 게 없니?”
엄마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성식 씨 사람 참 진국이야. 내가 다 알아봤는데,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신단다. 키가 좀 작긴 하지만…… 남자가 키 좀 작으면 어떠니? 혼수랑 지참금으로 1억 원을 선뜻 내놓겠대. 시집가면 일 안 하고 바로 엄마 소리 들으면서 편하게 살 텐데, 그만한 복이 어디 있니.”
나는 뼈를 뱉어내며 건조하게 말했다.
“엄마, 나 이제 겨우 스물넷이야.”
엄마는 나를 흘겨보았다.
“한 달에 마트 캐셔로 겨우 150만 원 버는 년을 그쪽에서 군말 없이 데려가 주겠다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아? 네 처지에 사람 골라 만나려고?”
언니가 소리 내어 웃었다. 매니큐어 병을 내려놓으며 나를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은아, 나도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넌 학벌이 좋길 하니, 얼굴이 특출나게 예쁘길 하니. 그냥 평범하잖아. 직업도 고작 캐셔고.”
언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성식 씨는 그래도 대리점 사장인데, 너한테는 과분한 자리지. 밥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나는 식탁 위에 놓인 대조적인 사진 두 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짜증 섞인 표정을 살폈다.
여기서 내가 거절했다간 오늘 밤 이 집구석이 조용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알았어. 연락처 줘.”
그 말에 언니와 엄마가 마주 보며 동시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등을 툭툭 쳤다.
“그래, 그래야 내 딸이지. 엄마가 설마 네 갈 길 막겠니? 너희 자매는 엄마가 늘 똑같이 사랑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엄마는 식탁 위에 있던 갈비찜 접시를 자연스럽게 언니 앞으로 밀어주었다.
“우리 혜리 많이 먹어. 이거 다 너 먹으려고 사 온 거야. 요즘 살이 너무 빠져서 안쓰러워 죽겠다.”
나는 밥그릇에 남은 마지막 뼈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김성식은 나를 동네 골목길의 허름한 가락국수집으로 불러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혼자서 우동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더니 손등으로 대충 입가를 쓱 문질렀다.
“앉아요.”
그가 턱끝으로 맞은편의 낡은 플라스틱 의자를 가리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내 위아래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시선이 내 가슴 부근에서 몇 초간 머물더니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 보정은 안 했나 보네? 생각했던 것보다는 쓸 만하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만두를 크게 베어 물자 만두피의 즙이 테이블 위로 사방에 튀었다.
“얘기는 대충 들었소. 동네 마트 캐셔에 한 달에 150만 원 받고, 월세 산다면서요?”
그가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드러내며 낄낄거렸다.
“그쪽 집안도 참 별나네. 한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어쩜 그렇게 차이가 나? 혹시 주워온 자식 아니요?”
나는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할 말 끝났나요?”
“아니, 아직 안 끝났지.”
그는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여자 나이 스물넷이면 금방 가요. 내년에 꺾이면 누가 데려간대? 내가 1억 원 준다고 한 건 순전히 은혜를 베푸는 거요. 시집오면 얌전히 살림하고 애나 잘 키워요. 내 아들이 조금 극성이긴 한데, 네가 엄마 노릇 잘하면 녀석도 조만간 엄마라고 불러 주겠지.”
나는 눈앞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락국수 대접을 들어 그대로 그의 사타구니에 들이부었다.
“죄송해서 어쩌죠. 남의 자식 뒤치다꺼리하는 일에는 취미가 없어서요.”
2.
펄펄 끓는 국물이 그의 바지를 완전히 적셨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이 미친년이……!”
나는 그의 욕설을 차갑게 잘랐다.
“성식 씨, 바지가 흠뻑 젖으셨네요. 얼른 집에 가서 갈아입으시는 게 좋겠어요. 감기 걸리겠어요.”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두고 봐!”
그가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부르르 떨었다.
“내가 당장 네 부모한테 전화할 거야! 부모도 다 허락한 결혼인데 어디서 튕기고 자빠졌어!”
이미 문가까지 걸어간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참, 성식 씨. 다음번에 맞선 볼 때는 이런 허름한 국숫집 말고 좀 더 격식 있는 데로 잡으세요. 그래야 성의가 있어 보이니까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등 뒤로 그의 표독스러운 고함이 메아리쳤다.
“마트 캐셔 주제에 기고만장하긴! 너 같은 미친년은 평생 혼자 썩을 거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엄마는 팔짱을 낀 채 거실 테이블 앞에 서 있었으며, 언니는 한편에서 흥미진진하다는 듯 조소 섞인 눈빛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아주 미쳤구나!”
엄마의 첫마디가 허공을 찢었다.
“성식 씨한테 방금 전화 왔다! 네가 고의로 뜨거운 국물을 쏟아부었다며?”
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려서요.”
“귀에 거슬려? 틀린 말이라도 했니? 마트 캐셔라는 건 팩트잖아!”
엄마의 앙칼진 목소리가 거실을 뒤흔들었다.
아빠가 담배를 비벼 끄며 엄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너는 왜 네 언니 반만이라도 따라가지 못하니? 네 언니 나이 때는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줄을 섰다. 넌 도대체 가진 게 뭐가 있다고 그 난리냐?”
언니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비웃음을 날렸다.
“엄마, 더 말하지 마. 하은이 눈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데 택배 사장 따위가 성에 차겠어? 혹시 알아? 지나가던 재벌 2세가 눈이 삐어서 우리 하은이한테 첫눈에 반하기라도 할지?”
엄마가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재벌? 저 꼬락서니를 보고도 침을 흘릴 미친놈이 세상에 어딨어? 길거리 싸구려 옷에 머리는 새둥지 같은 년을.”
나는 고개를 숙여 내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스파 브랜드 세일 기간에 산 티셔츠에 보세 청바지, 사흘 동안 제대로 감지 못해 부스스한 머리칼이 보였다.
“엄마 말이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성식 씨 같은 사람이 나한테는 딱 어울리는 짝이겠네.”
엄마는 내가 기가 죽은 줄 알고 톤을 조금 낮췄다.
“알면 됐어. 내일 당장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날짜 잡아. 지참금 1억 원은 확실히 받아낼 테니까, 군말 말고 시집가서 조용히 살아.”
언니가 옆에서 얄밉게 깐족거렸다.
“하은아, 성식 씨가 조금 투박해도 사람 자체는 무던하잖아. 너한테는 분수에 넘치는 자리야. 나처럼 재혁 씨네 가문에 들어가려고 예절 교육에, 골프에, 와인 상식까지 머리 터지게 공부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편하니?”
언니가 짐짓 한숨을 쉬었다.
“다 팔자가 다른 거지. 넌 골치 아플 일 없이 마트에서 시간 때우다 시집가서 애만 키우면 되잖아.”
나는 언니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언니가 그렇게 부러워하면, 나랑 바꿀래? 어릴 때부터 언니가 내 거 탐내면 난 군말 없이 다 양보했잖아.”
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엄마가 급히 가로막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네 언니가 너 고생 안 시키려고 좋은 마음으로 하는 소리인데!”
언니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은아. 널 생각해서 한 소리야. 재혁 씨 성격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너 같은 성격으론 하루도 못 버텨. 성식 씨가 최고야. 군말 말고 복을 받아들여.”
나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 너머로 얇은 벽을 뚫고 언니의 콧소리 섞인 통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기야, 나 몰디브 그 해저 레스토랑에서 결혼식 하고 싶어어…….”
그 후 며칠 동안 언니의 혼담은 번개처럼 진행되었다.
예비 형부인 최재혁은 부모님을 모시고 정식으로 인사를 왔고, 우리 집 낡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으리으리한 포르쉐가 세워졌다.
동네 주민들이 구경을 나왔고, 엄마는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사위가 선물해 준 차라고 사방에 자랑을 늘어놓았다.
약혼식은 일주일 뒤로 잡혔다.
엄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지만, 수화기 너머로 내게 지시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너 약혼식 날에는 내가 사준 하얀 원피스 있지? 그것만 입어. 주인공인 네 언니 돋보이게 튀는 짓 하지 말고.”
“그리고 언니 드레스는 유명 브랜드 한정판 오트쿠튀르니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라. 때 묻으면 네 주제에 물어내지도 못하니까.”
“알았어.”
“또, 그날은 제발 입 꾹 닫고 있어라. 쪽팔리게 만들지 말고. 언니 친구들은 다 뼈대 있는 집안 자식들이니까, 마트 캐셔 주제에 가서 쓸데없이 말 걸어서 망신당하지 말란 뜻이야.”
“알았어.”
“엄마가 다 널 위해서 뼈 아픈 소리 하는 거야. 엄마 편애한다고 서운해하지 마라. 난 너한테도 공평하게 다 챙겨주잖니. 이번 언니 약혼식에도 너 참석하게 해주는 것처럼.”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3.
‘공평하게 챙겨준다.’
엄마는 살면서 이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어릴 적 언니가 닭다리를 뜯을 때, 내 앞에는 닭목과 닭똥집이 놓였다.
엄마는 말했다. “여기도 쫄깃하고 영양가가 많단다. 엄마는 차별 없이 다 주는 거야.”
언니가 매번 새 옷을 살 때, 나는 언니가 입던 헌 옷을 물려받았다.
엄마는 말했다. “헌 옷이 길들여져서 몸에 더 착 감기는 법이야. 엄마는 다 똑같이 챙겨주는 거란다.”
이제 언니는 포르쉐를 모는 재벌 2세에게 시집가고, 나는 이혼남 택배 기사에게 맞선을 본다.
엄마는 말한다. “그 사람이 성실하잖니. 엄마는 너한테도 든든한 짝을 찾아준 거야.”
정말 눈물겹도록 공평한 대접이었다.
일주일 후, 약혼식장.
언니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수입 드레스를 입고 최재혁의 팔짱을 낀 채 잡지 표지 모델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식장의 맨 구석, 가장 마지막 테이블이었다.
수송 차량 기사들, 출장 뷔페 직원들, 꽃 배달 업체 직원들이 모여 앉은 자리였다.
언니가 하객들에게 잔을 돌리다 우리 테이블 앞에 멈춰 서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제 동생 하은이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오늘 동네 마트 캐셔 일까지 쉬고 제 약혼식을 축하해 주러 와줬거든요.”
언니가 눈을 찡긋거렸다.
“교대 근무 바꾸기 정말 힘들었을 텐데 고마워.”
주변 하객들이 수근대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 나지막이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생이 마트 캐셔라고? 진짜야? 자매인데 스펙 차이가 왜 저렇게 나지?”
언니는 하객들의 반응을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조소를 띠었다.
“우리 동생이 아직 인연을 못 찾았어요. 여기 계신 어르신들 중에 성실하고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많이 해주세요.”
언니가 짐짓 한숨을 폭 쉬며 덧붙였다.
“얼마 전에 아주 건실한 분을 소개해 줬는데, 눈이 너무 높아서 차버렸지 뭐예요. 제가 다 속이 타요.”
내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뒤에서 엄마가 내 어깨를 억척스럽게 짓눌렀다.
“가만히 있어라. 언니 일생일대의 경사에 깽판을 쳐야 속이 시원하겠니?”
나는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실망감이 가득 찬 시선으로 물었다.
“엄마는 언니가 나를 조롱거리로 만드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
엄마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표정이었다.
“언니가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왜 그래? 그리고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니.”
언니는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 내 앞으로 다가와 잔을 내밀었다.
“하은아, 언니한테 축하 주 한잔 안 줄 거야?”
엄마의 매서운 경고 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나는 천천히 일어나 테이블 위의 탄산음료 잔을 들었다.
“결혼 축하해, 언니.”
언니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아주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5만 원짜리 싸구려 보세 원피스 입고 기사들 틈에 찌그러져 있는 주제에, 감히 내 약혼식에 오고 싶었니?”
언니는 몸을 물리며 비열하게 웃었다.
나 역시 입꼬리를 올리며 생긋 웃어 보였다.
“언니, 오늘 진짜 예쁘다. 근데 그 드레스 대여하는 데 하루에 얼마야?”
언니의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옆에 있던 최재혁이 으스대며 황급히 거들었다.
“대여가 아니라 맞춤 오트쿠튀르 라인입니다. 6천만…….”
“아, 맞춤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언니가 직접 벌어서 산 줄 알았네. 언니 월급이 400만 원이니까, 한 푼도 안 쓰고 숨만 쉬면서 12년 넘게 모으면 딱 맞겠네.”
언니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내가 계산을 잘못했나? 언니, 화내지 마. 그냥 해본 소리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이게 진짜……!”
언니가 부르르 떨며 손을 들어 올렸다. 뺨이라도 갈겨버릴 기세였다.
그 순간, 약혼식장의 무거운 문이 밖에서부터 거칠게 열렸다.
검은 수트를 입은 경호원들이 좌우로 대열을 맞추어 들어왔고, 그 선두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타이를 매지 않은 블랙 실크 수트에 셔츠 깃을 가볍게 풀어 헤친 모습이었다.
최재혁은 그 남자를 발견하자마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는 허리를 거의 90도로 꺾으며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권 회장님? 여긴 어쩐 일로 직접 왕림해 주셨습니까?”
남자는 그의 인사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가볍게 무시했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식장 안의 하객들을 꿰뚫고 지나가 마침내 내 얼굴에 가 닿았다.
최재혁이 남자의 시선을 따라 나를 보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권 회장님, 저쪽은 제 약혼녀 동생입니다. 그냥 동네 마트 캐셔일 뿐이라 사리분별을 잘 못해서…….”
남자는 이미 내 앞까지 걸어와 있었다.
“다 놀았어?”
나는 들고 있던 음료수 잔을 내려놓으며 생긋 웃었다.
“아니, 아직 조금 남았는데 거의 다 끝났어.”
최재혁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이마를 훔쳤다.
“권 회장님, 제 처제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이십니까?”
남자는 최재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긴 팔을 뻗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제 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홀 전체에 울릴 만큼 나직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은 내 스폰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