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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진짜 신부를 구출했다
아들이 결혼반지를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주려던 바로 그 순간, 나는 차가운 강바닥에서 막 인양해 온 시신의 물비린내를 풍기며 식장 안으로 뛰어 들...
Chương (1)
第1章
아들이 결혼반지를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주려던 바로 그 순간, 나는 차가운 강바닥에서 막 인양해 온 시신의 물비린내를 풍기며 식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단상 위로 거칠게 올라가 아들의 손에서 반지를 가로챘고, 며느리가 될 아이를 단상 아래로 밀쳐냈다.
“이 결혼 안 돼. 오늘 식은 취소다.”
아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갑자기 왜 이래요? 윤아랑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엄마 물에 빠져서 숨 넘어갈 때 심폐소생술로 살려준 것도 윤아예요!”
남편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와 내 팔을 잡아끌었다.
“순자 씨, 윤아가 우리 집 빚 수억 원을 다 해결해 줬는데 어떻게 은혜를 원수로 갚아?”
예비 며느리 윤아는 붉어진 눈시울로 가방에서 늘 챙겨 다니던 한방 파스를 꺼내 들었다.
“어머님, 지난번에 시신 건지시다가 허리 다치셨을 때 밤낮으로 간호해 드린 것도 저예요. 그 뒤로 어머님 드리려고 늘 파스를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혼수도 예단도 안 바라고, 집 명의에 제 이름 올려달라는 억지도 안 부렸어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하객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다들 나를 은혜도 모르는 지독한 시어머니라며 손가락질했다.
윤아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국화차 잔을 받쳐 들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시면 제가 다 고칠게요.”
나는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발을 뻗어 잔을 차 버렸다.
챙그랑 소리와 함께 뜨거운 찻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결혼 취소라고 했어.”
“네년은 내 집안에 절대 발 못 들여놔.”
1
아들이 내 옷소매를 붙잡으며 애원하듯 매달렸다.
“엄마, 대체 왜 그래요. 저 진짜 윤아 없으면 안 돼요. 전에는 허락하셨잖아요!”
머릿속에서 방금 물 밑에서 건져 올린 그 기괴한 시신의 형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지만, 나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아들을 걷어찼다.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
“이년이랑 결혼하겠다면, 오늘부로 내 자식 빌어먹을 생각 마라.”
아들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 눈에 고통이 가득 차올랐다.
윤아는 손에 쥐고 있던 부케를 내팽개치고 하얀 웨딩드레스 자락을 움켜쥔 채 다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님,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전 정말 우진 씨를 사랑해요. 제발 저를 내쫓지 마세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 주민이 다가와 한마디 거들었다.
“순자 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자네가 너무했어. 윤아 그 착한 애가 그동안 자네 집구석에 어떻게 지극정성을 다했는지 우리 이웃들이 다 지켜봤다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윤아는 고아로 자라 우진이와 함께 우리 집에 처음 인사하러 온 날부터 나와 남편을 친부모처럼 따랐다.
작년에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대학병원 전문의를 직접 알아봐 주고 간병까지 도맡아 했다.
내 직업이 워낙 거칠고 수중 수색에 시신까지 인양하는 고된 일이라 늘 온몸에 잔병을 달고 살았는데, 윤아는 그 사정을 알고 매번 값비싼 영양제를 챙겨주곤 했다.
아직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우진이를 위해 사방으로 인맥을 동원해 일자리를 주선해 준 것도 그 아이였다. 덕분에 쪼들리던 우리 집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명절이나 기념일이 되면 이웃들이 부러워할 만큼 귀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와 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주던 아이였다.
이웃은 내 단호한 태도에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를 쏘아보며 쏘아붙였다.
“그렇게 대단한 며느리 감이면 댁이 데려가서 며느리 삼으시든가요!”
남편 역시 내 행동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쳤다.
“미쳤어, 한순자! 이 경사스러운 날에 남들 웃음거리가 되고 싶어 환장했냐고!”
윤아는 이슬비에 젖은 꽃잎처럼 처량하게 눈물을 흘리며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어머니, 제발요!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전 정말 우진 씨 없으면 안 돼요.”
“아버님, 어머니 좀 말려주세요. 저 우진 씨랑 헤어지기 싫어요.”
윤아가 맨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절을 했다. 그 동작에 단정하게 올렸던 머리가 풀어져 흩어졌다.
나는 가차 없이 발을 뻗어 그 어깨를 밀쳐냈다.
“어디서 초상 치른 년처럼 질질 짜고 지랄이야! 재수 없게 퉤!”
그때 식장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올 것이 왔다. 사채업자들이었다.
우두머리인 범 사장이 거만한 걸음걸이로 내 앞에 섰다.
“아들놈 결혼시킨다고 축의금 꽤 짭짤하게 챙기셨을 텐데, 이자부터 먼저 수거해 갈까?”
윤아가 붉어진 눈으로 벌떡 일어나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지난번에 분명히 다—”
범 사장이 실실 웃으며 대꾸했다.
“지난번에 갚은 건 원금이고, 이번엔 이자지.”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틈을 타 나는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엄마! 미쳤어요? 왜 경찰을 불러요! 경찰 오면 나…… 나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엄마!”
집안을 거덜 낸 수억 원의 빚은 사실 아들 우진이가 불법 도박에 빠져 날린 돈이었다.
그동안은 아들의 앞길이 막힐까 봐 가슴 졸이며 참고 살았지만, 오늘만큼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공중분해 될 터였다.
윤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머님, 이 정도 이자는 제가 우진 씨 대신 갚아줄 수 있어요. 신고할 필요 없어요. 제발 우진이 앞날을 생각해 주세요.”
나는 그대로 윤아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내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진이는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흐느끼는 윤아를 제 품에 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식장 안을 가득 메웠다.
결국 범 사장 일당은 불법 채권 추심 혐의로 연행되었고, 내 아들 우진이 역시 상습 도박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윤아는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얼룩진 웨딩드레스 자락을 부여잡고 울부짖으며 경찰차 뒤를 쫓아가다 몇 번이나 넘어졌다.
눈이 호두처럼 퉁퉁 부은 윤아가 쉰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외쳤다.
“아버님, 어머님…… 우진 씨가 안에 있는 동안 제가 대신 효도할게요. 앞으로 두 분을 제 친부모님처럼 모시겠어요.”
나는 코웃음을 쳤다.
“집구석 말아먹을 살성이 낀 년! 당장 내 집에서 꺼져!”
2
나는 식장 단상에 올라 하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뒤, 들어온 축의금을 전부 돌려주었다.
텅 빈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남편의 분노가 극에 달해 터져 나왔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자네 미쳤어? 제 손으로 자식을 감방에 처넣고, 윤아 같은 보물 같은 며느리를 내쫓아? 멀쩡한 집구석을 자네 손으로 아주 풍비박산을 내는구나!”
나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아들의 가쁜 숨소리 대신, 낮에 보았던 그 차가운 시신의 얼굴만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쨍그랑!
남편이 화를 이기지 못하고 유리컵을 바닥에 던져 깨뜨렸다.
결혼하고 30년 가까이 살면서 남편이 내게 이토록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 그년이랑 살든가!”
그때 초인종 소리가 사납게 울렸고, 이어 이웃집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자 씨! 얼른 나와봐! 며느리가 저러고 있잖아!”
나는 베란다 창가로 다가갔다.
윤아가 양손에 선물 상자를 든 채, 무릎으로 땅을 다지며 삼보일배하듯 우리 집 입구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이미 그 주변으로 구경꾼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수군대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현관문 너머로 윤아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님, 제가 화나게 해드렸다면 제발 용서해 주세요.”
문살 틈으로 내다본 윤아의 무릎 춤은 이미 흙먼지와 진물, 그리고 붉은 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풀어진 머리칼과 엉망이 된 얼굴은 그 먼 길을 어떻게 기어왔는지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나는 문을 열었다.
윤아의 눈에 순간적으로 생기가 돌았다.
“어머님……”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얼음물 한 양동이를 윤아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퍼부었다.
“어디서 부정 타게 기어들어 와? 꺼져! 우리 집구석엔 너 같은 살성 낀 년 감당할 복 따윈 없으니까!”
찰나의 기쁨이 윤아의 얼굴 위에서 차갑게 얼어붙었다.
젖은 옷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에 윤아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이빨을 부딪쳤다.
그럼에도 윤아는 악에 받친 듯 입을 열었다.
“어머님이 저한테 어떻게 대하시든, 전 우진 씨를 기다릴 거예요.”
남편이 슬그머니 내 옷소매를 잡아끌며 귓속말을 했다.
“순자야, 이쯤 했으면 됐잖아.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내가 매섭게 쏘아보자 남편은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윤아는 고개를 숙인 채, 내가 용서해주지 않으면 이대로 땅에 뿌리를 내릴 기세로 버텼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쓰레기통에 처박아 두었던 두리안 껍질을 들고 나와 윤아의 발밑에 던졌다.
가시가 뾰족하게 돋아난 껍질이었다.
“사과하고 싶다고? 그럼 네년 성의를 한번 증명해 봐.”
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여기에 무릎을 꿇으면…… 저를 다시 받아주실 건가요?”
참다못한 이웃 주민이 윤아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새댁, 미쳤어? 왜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어! 세상에 남자가 저 집구석 아들 하나뿐이냐고!”
“그러게 말이야. 저 할망구 속은 독사보다 더 독해.”
“이거 다 휴대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야 해. 저 할망구 신상을 털어서 매장을 시키든가 해야지!”
주변의 웅성거림을 비웃듯 나는 팔짱을 꼈다.
“그 정도로 성에 차겠어? 두리안 껍질 위에 무릎 꿇고 이마까지 바닥에 찧으면서 절을 한다면 내 진지하게 고려는 해보지.”
윤아는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가시 돋친 껍질 위로 무릎을 내리찍었다.
뾰족한 가시들이 살점을 파고들었고, 순식간에 붉은 피가 드러난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윤아는 고통에 겨워 온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을 삼켰다.
나는 더는 볼 가치가 없다는 듯 무선 데시벨 측정기를 윤아의 발밑에 던졌다.
“이마 박는 소리 50데시벨은 넘겨라.”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아걸었다.
그날 오후, 남편이 사색이 된 얼굴로 스마트폰을 들고 안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순자야, 당신 신상 다 털렸어! 지금 인터넷 난리 났다고!”
3
남편이 내 눈앞에 들이민 화면에는 수많은 댓글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와, 두리안 껍질에 무릎을 꿇리다니 이거 고의상해죄 아니냐? 새댁 얼굴 하얗게 질린 것 봐.]
[며느리가 시댁 빚을 수억 원이나 갚아줬다는데 시어머니라는 작자가…… 진짜 세상 말세다.]
밖에서 철문이 부서져라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웃 여자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순자 씨! 윤아가 쓰러졌어!”
윤아의 무릎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떡이 되어 있었고, 무수히 많은 가시가 살 속에 박혀 있었다.
문틈으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차갑게 문을 걸어 잠갔다.
결국 모여든 이웃들이 쓰러진 윤아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은 외시경 너머로 밖을 내다보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순자야……”
나는 차갑게 비웃었다.
“인과응보야. 그년이 불쌍해 죽겠으면 당신도 나랑 이혼 도장 찍고 나가든가.”
나는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야외 공터에 있었다.
몸은 거친 밧줄에 단단히 묶인 채 마른 장작더미 위에 세워져 있었다.
내 주변으로는 기괴한 탈을 쓴 사람들이 횃불을 든 채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 중 확성기를 든 사내가 소리쳤다.
“현대판 악마, 잔혹한 시어머니의 심판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둠 속에 빼곡히 들어찬 군중을 바라보자 소름이 쫙 끼쳤다.
사내는 확성기로 내가 저지른 ‘죄악’들을 하나하나 읊조리기 시작했다.
자식의 결혼식을 망치고 자식을 교도소에 처넣은 죄, 생인손 같은 며느리를 학대해 응급실에 실려 가게 만든 죄……
사내의 말이 끝나자 사방에서 분노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이네! 아들이 장가가는 게 꼴 보기 싫어서 저 지랄을 한 거야!”
“물속에서 시체나 건지는 상스러운 일을 하더니 귀신이라도 씐 게 분명해!”
나는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밧줄을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가면을 쓴 사내가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내 얼굴 가까이 들이댔다.
“모두 똑똑히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사법부를 대신해 사회의 악을 처단하는 겁니다!”
사내가 장작더미 위로 횃불을 내던졌고, 마른 장작은 순식간에 화염을 토해내며 타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숨통을 조여왔고 살이 타들어 갈 것만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이대로 꼼짝없이 타 죽는구나 싶던 찰나, 저 멀리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경찰이다! 도망쳐!”
방금 전까지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소리치던 가면 무리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불길을 뚫고 윤아가 뛰어 들어왔다. 무릎의 상처가 터져 피가 흐르는 상태로, 그녀는 필사적으로 나를 묶은 밧줄을 칼로 끊어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어요!”
헉헉거리며 달려온 남편이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간신히 숨을 고른 나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굵은 몽둥이를 집어 들고 윤아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이 재수 없는 년! 너 때문에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거잖아!”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이 경악하며 나를 제지했다.
“이보세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며느리가 아니었으면 저희도 여기까지 이렇게 빨리 못 왔습니다!”
남편 역시 내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
“순자야, 윤아 얘는 당신이 납치됐다는 소식 듣자마자 무릎도 안 나은 몸으로 병원을 탈출해서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녔어! 다리가 영영 불구가 될지도 모른단 말이야!”
윤아는 어깨를 가늘게 떨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어머님…… 제 얼굴이 보기 싫으시다면 다신 안 나타날게요.”
윤아가 흐느끼며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허름한 집에서는 위험해요. 제 명의로 된 보안이 잘된 아파트가 있으니, 아버님이랑 일단 거기로 거처를 옮기시는 게 어때요?”
나는 윤아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퉤! 가증스러운 년, 어디서 약을 팔아.”
4
납치 사건의 소동이 대강 정리된 후, 나는 평소처럼 민간 수중 수색 협회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시선들이 내 피부에 와닿았다.
동료들은 더 이상 점심을 같이 먹자고 청하지 않았고, 새로운 수색 업무 브리핑에서도 나를 은근히 배제했다.
팀장이 나를 개인 면담실로 불러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순자 씨, 자네도 이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고 보는 눈도 많잖아. 예전처럼 사설 잠수사로 거칠게 살던 때랑은 달라. 사생활 관리를 좀……”
팀장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아들의 결혼식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며느리를 학대했다는 소문이 이미 소셜 미디어를 타고 동료들에게까지 퍼진 것이었다.
면담실을 나오자 한 후배 다이버가 퉁명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선배님, 밖에 며느님 오셨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불신이 서려 있었다.
“선배님, 우리 후배들 일 가르치실 때는 잘못해도 늘 품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왜 며느님한테만 유독 그렇게 모질게 구시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나는 후배의 원망 어린 눈초리를 무시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 재수 없는 년이 내 눈앞에 다신 나타나지 말라는 말을 귓등으로 들은 모양이었다.
윤아는 양손 가득 커피와 간식거리를 들고 내 동료들에게 싹싹하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윤아가 들고 있던 쟁반을 엎어버렸다.
“누가 이딴 거 사 오랬어? 당장 꺼져!”
놀란 동료들이 나를 말리려 들자, 나는 그들의 코앞에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년이 주는 거 다 독약이야! 목숨이 여러 개라도 돼? 쳐먹고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윤아는 쏟아진 음료수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굳어버렸다.
결국 다른 동료가 보다 못해 윤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기도 전에 대기실 스피커에서 다급한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남한강 유역의 한 하천에서 사고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유속이 워낙 빠르고 소용돌이가 치는 곳이라 다른 잠수사들이 선뜻 물에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강물 속으로 시신이 완전히 쓸려 내려가기 직전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구명조끼를 껴입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머니!”
윤아의 날카로운 비명이 강가에 울려 퍼졌다.
나는 거친 물살을 헤치며 겨우 시신이 걸려 있는 바위틈으로 접근해 인양용 로프를 묶었다. 그리고 강가로 복귀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불어닥친 강한 급류가 내 몸을 강타했다.
동시에 허리 디스크가 터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순간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점점 의식이 흐려지며 물밑으로 가라앉으려던 순간, 누군가의 강한 손길이 내 구명조끼 끈을 낚아채 물 밖으로 나를 끌어 올렸다.
물가로 올라온 윤아는 온몸이 젖은 채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을 토해냈다.
수색 대원들이 다가와 윤아를 감싸며 내게 핀잔을 주었다.
“윤아 씨 저 저 착한 것 좀 봐…… 순자 씨가 물에 빠지니까 앞뒤 안 가리고 그냥 뛰어들더라니까. 순자 아주머니, 진짜 천복을 타고나셨어.”
나는 허리를 움켜쥔 채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부러우면 자네가 데려다 수양딸 삼든가.”
윤아는 마침내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제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말씀만 해주시면 다 고칠게요! 제발 저를 밀어내지만 말아주세요!”
지켜보던 대원들의 안색도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러게 말이야, 순자 아주머니. 수억 원의 사채도 대신 갚아준 며느리한테 왜 저렇게 심술이람?”
“자기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데 말이야.”
윤아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방금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어요. 절 때려서라도 화가 풀리신다면 얼마든지 맞을게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팔을 크게 휘둘러 윤아의 뺨을 갈겼다.
순간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다시 도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미 힘이 빠진 윤아는 내 손찌검에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머리를 강가의 날카로운 바위에 그대로 부딪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윤아의 몸이 스르륵 무너지며 의식을 잃었다.
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119에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남편이 허겁지겁 병원 응급실로 달려왔다.
“순자야! 당신 기어이 사달을 내는구나! 윤아가 대체 당신한테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 지경을 만들어!”
나는 수술실 불빛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주머니에서 구겨진 A4 용지 한 장을 꺼내 남편의 가슴팍에 던졌다.
남편은 의아한 표정으로 종이를 받아 펼쳐 들었다.
순간 남편의 얼굴에서 모든 핏기가 가시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