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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차가운 물에서 이혼 서류에 서명하기
강민호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된 그날 이후. 그가 집에 돌아오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관에서 그를 붙잡아 세우고 바지를 벗긴 뒤 고농도 알코올...
Chương (1)
第1章
강민호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된 그날 이후.
그가 집에 돌아오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관에서 그를 붙잡아 세우고 바지를 벗긴 뒤 고농도 알코올을 그의 성기 주변에 미친 듯이 뿌려대는 것이었다.
죄책감에 짓눌린 민호는 늘 충혈된 눈으로 내 신경질적인 행동을 묵묵히 받아내며, 마음 아픈 표정으로 나를 달래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는 무려 두 시간이나 늦게 귀가했다.
그의 몸에서 낯선 향수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순간, 나는 다시 발작하듯 그의 벨트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지난번엔 겨우 삼십 분 늦어놓고 여자랑 잤잖아!”
“오늘은 두 시간이나 늦었어. 말해! 밖에서 대체 몇 명이랑 구르고 온 거야!”
스물아홉 번째 사과를 건네던 그가 내 손에 밀쳐지자,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링거를 맞았는지 피멍이 든 손등을 내 앞에 치켜들며, 그는 짐승 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만 좀 해! 고열로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매일 이 미친 짓을 언제까지 받아줘야 해?”
“술 취해서 실수로 딱 한 번 잔 거잖아! 너라고 뭐 그렇게 깨끗한 줄 알아?”
“열여섯 살 때 골목길로 끌려가서 옷 다 벗겨진 채로 당할 뻔했던 거, 이제야 이해가 가네. 송지안, 너처럼 의처증에 걸린 미친년은 그런 취급 당해도 싸!”
알코올 분무기가 발치에서 산산조각 났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향에 숨이 턱 막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를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제 정말 지쳤다는 것을.
그래, 구멍 나고 너덜너덜해진 이 관계, 이제 나도 버리기로 했다.
……
현관에는 죽음 같은 정적이 흘렀다.
덜 닫힌 문틈 사이로 민호를 데려다준 친구 두 명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그들은 서둘러 분위기를 수습하려 말을 보탰다.
“제수씨, 민호가 오늘 진짜 열이 심해서 제정신이 아니에요. 본심이 아닐 겁니다.”
“그나저나 매일 알코올을 뿌려대니 남자로서 누가 그걸 버티겠어요?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 주시죠.”
“맞아요. 그날 술 취해서 사고 쳤던 것도… 이미 다 정리했다고 하니까요.”
그 사건이 언급되자 위장이 뒤틀리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내 나이 열여섯, 의붓오빠와 그 패거리들에게 어두운 뒷골목으로 끌려갔던 그날.
옷이 찢기고 세상이 무너지던 순간, 벽돌을 들고 나타나 그들을 쫓아버린 건 열여덟 살의 강민호였다.
그는 자신의 교복 재킷을 벗어 덜덜 떨고 있는 나를 감싸 안았다.
그는 나보다 더 크게 울며 소리쳤다. 지안아, 무서워하지 마. 누구든 널 건드리면 내가 죽여버릴 거야.
그날의 악몽 때문에 나는 결혼 후에도 부부 관계를 극도로 거부했다. 누군가 몸을 만지기만 해도 온몸이 경직되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민호는 나를 품에 안고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지안아, 괜찮아. 겁낼 필요 없어. 네가 준비될 때까지 언제까지든 기다릴게.”
나는 그가 나를 지옥에서 건져 올려준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었다.
반년 전, 그의 위염이 도졌다는 소리에 늦은 밤 사무실로 약을 전해주러 가기 전까지는.
나는 보았다. 그가 새로 온 심리 상담사 여자를 소파에 짓누른 채 미친 듯이 키스하는 장면을.
여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몸짓은, 나에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열정적이고 통제 불능인 야수 그 자체였다.
여자의 검은 레이스 속옷은 명예로운 119 구조대원복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현장을 들켰을 때, 그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맹세했다. 그저 술에 취해 사람을 착각했을 뿐이라고.
12년이었다.
나를 심연에서 끌어올려 준 줄 알았던 그 손이, 사실은 나를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민호는 정신이 좀 들었는지 내 손을 잡으려 한 발짝 다가왔다.
“지안아, 미안해. 내가 너무 아파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정말이야, 머리가 너무 깨져나갈 것 같아서…”
비굴할 정도로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를 피해 나는 뒤로 물러났다.
“가서 쉬어.”
“……지안아.”
민호의 손이 공중에 멈췄다. 불안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려던 그의 말을 내가 잘라냈다.
“피곤해.”
나는 안방이 아닌 작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문 너머로 친구들이 그를 부축해 안방으로 옮기며 ‘아무 소리 안 하는 거 보니 대충 넘어간 것 같다’고 다독이는 소리가 들렸다.
넘어갔다고?
나는 문에 기댄 채 바닥으로 천천히 주저앉았다.
넘어간 게 아니다. 그저 이 찢기고 더럽혀진 책장을 더 이상 넘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다음 날 아침, 민호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사이 나는 보온병을 챙겨 집을 나섰다.
이 결혼 생활은 이미 파탄 났지만, 나는 습관처럼 시내 대형병원으로 향했다.
반년 넘게 중증 신부전증으로 입원 중인 시어머니를 수발하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12년 인연의 마지막 도리라 생각하며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병실 문을 열자, 시어머니는 옆 침대 보호자에게 내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우리 지안이가 정말 최고라니까. 친딸보다 백배는 더 지극정성이야.”
나를 발견한 어머니는 입이 귀에 걸리며 어서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밤새 고은 어탕을 그릇에 담아 건넸다.
“어머니, 따뜻할 때 드세요. 민호가 어제 열이 좀 나서 금방 들어가 봐야 해요.”
어머니가 국물을 들이키려던 찰나, 테이블 위 스마트폰에서 영상 통화 벨소리가 울렸다.
화면에는 ‘주희’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손에 국물이 묻은 어머니가 턱으로 핸드폰을 가리켰다.
“지안아, 그것 좀 받아줘라. 민호 사촌 여동생일 게다.”
별생각 없이 초록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화면 속에 나타난 익숙한 젊은 얼굴을 보는 순간, 내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반년 전, 강민호가 술에 취해 벌거벗은 채 엉켜 있었던 그 여자, 백주희였다.
화면 속 그녀는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화면을 향해 해맑게 소리쳤다.
“할머니! 이것 봐요! 아빠가 사준 자동차예요!”
백주희는 애교 섞인 콧소리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민호 오빠 어제 여기서 술 많이 마시고 열나서 좀 더 재웠어요.”
“그 미친년이 민호 오빠 늦게 들어갔다고 또 발작하면서 괴롭힌 건 아니죠?”
병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머니는 당황해 손을 떨었고, 뜨거운 어탕이 이불 위로 쏟아졌다.
“지… 지안아! 내 말 좀 들어보렴!”
어머니는 데인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핸드폰을 뺏으려 달려들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며 화면 속 민호를 쏙 빼닮은 아이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온몸이 오한이 든 듯 떨려왔다.
“사촌 여동생? 어머니가 말씀하신 사촌이 얘예요?”
들통이 나자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가식적인 가면을 벗어 던졌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점잖게, 하지만 잔인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안아, 민호가 널 속이려던 건 아니야. 지난 4년 동안 주희 그 애가 이름도 없이 얼마나 숨죽여 살았는데.”
4년?
머릿속에서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 여자의 존재가… 반년 전의 실수가 아니었다고?
어머니는 내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타이르듯 말했다.
“너도 이제 민호 입장을 좀 생각해줘야지. 너 그 일 겪고 나서 열흘, 보름이 지나도 민호 근처에도 못 오게 하잖니. 민호도 혈기 왕성한 남자야.”
“네 그 병적인 결벽증 때문에 남자 인생을 평생 고자로 살게 할 순 없잖니?”
“주희가 그랬어. 애가 나중에 널 큰엄마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넌 여전히 우리 집안 정식 며느리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주희는 절대 너희 사이에 안 나타날 거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니?”
……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뒤로 시어머니가 떠드는 소리는 단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조작된 추억과 추악한 진실이 머릿속에서 충돌하며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4년.
강민호는 지방 출동을 갈 때마다 밤새도록 나와 통화를 연결해 두었다.
내가 불안해하고 어둠을 무서워하니까, 자신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라던 그였다.
재난 현장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조차 보조 배터리를 뒤져가며 내 안부를 챙기던 그 지독한 다정함.
그게 전부 기만이었다는 말인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걸었던 그 수많은 밤의 통화 너머에서, 그는 백주희와 한 침대에 누워 있었던 걸까?
혹시 그 아이가 그의 곁에서 잠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다른 여자와 자식을 품에 안고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나를 전화기로 달래고 있었다니.
거대한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어머니를 무시한 채 비틀거리며 병실을 빠져나왔다.
모두가 바라는 그 ‘행복한 그림’에 내 자리가 없다면, 아내라는 이름표 따위 기꺼이 던져주면 그만이다.
다음 날, 나는 휴가를 내고 짐을 챙겼다.
짐은 단출했다. 옷 몇 벌과 신분증이면 충분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이혼 서류를 가지고 올 퀵 서비스 기사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지만, 서 있는 사람은 뜻밖이었다.
백주희였다.
그녀는 순백의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영상에서 보았던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꽉 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지안 언니, 안으로 좀 안 들여보내 줄래요?”
여자는 내 창백한 안색을 살피며 숨기지 못할 승리감을 내비쳤다.
“아까 영상으로는 다 못한 말이 있어서요. 우리 건우 보여드리려고 일부러 찾아왔어요.”
그녀는 자랑스럽게 아이를 내 앞으로 밀어 보였다.
“건우가 곧 유치원에 가는데, 민호 오빠가 애한테 결손 가정 소리 듣게 하기 싫대요.”
“건우가 강 씨 집안 장손인데, 이제 정식으로 들어와 살게 해달라더라고요.”
민호를 쏙 빼닮은 아이를 보자 위장이 심하게 뒤틀렸다.
“꺼져.”
나는 충혈된 눈으로 엘리베이터 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근본도 모르는 애 데리고 당장 내 집에서 꺼져!”
문을 닫으려 했지만, 백주희가 손을 뻗어 문틈을 억지로 가로막았다.
그녀는 내 귓가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낮게 비웃었다.
“송지안, 그만 좀 고고한 척해. 민호 오빠가 정말 널 사랑하는 것 같아?”
“오빠가 그러더라. 너랑 한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마다 구역질 참으려고 수면제 먹는다고.”
“네 몸이 닿기만 해도 그때 그 양아치들이 네 몸 위에 올라타 있던 게 생각나서 미치겠대.”
그녀는 내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네 몸이 너무 더러워서 나한테 배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 나처럼 깨끗한 몸이라야 겨우 흥분이 된다면서.”
팽팽하게 버티던 이성의 끈이 그 순간 끊어졌다.
열여섯 살의 악몽을 치유하기 위해 나는 12년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는 그 고통을 침대 위 음담패설처럼 내뱉으며 내연녀와 공유하고 있었단 말인가!
“네가 감히 그 일을 입에 담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손을 휘둘렀다.
백주희의 뺨에 내 손바닥이 정확히 내리꽂혔다.
쫙!
날카로운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백주희는 휘청거리며 현관 신발장 모서리에 이마를 세게 부딪쳤다.
순식간에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겁에 질린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백주희는 피 흐르는 이마를 움켜쥐고 뒷걸음질 쳤다.
“이 미친년! 너 진짜 정신병자구나! 어디 두고 봐!”
그녀는 아이를 들쳐 안고 허둥지둥 엘리베이터로 도망쳤다.
나는 탈진한 듯 문틀에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 차가운 기운이 머리끝까지 뻗쳤다.
결심을 굳힌 나는 거실 탁자 밑에 숨겨두었던, 반년 동안 고대해온 초음파 사진을 꺼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민호에게 서프라이즈로 주려 했던 그 기쁨은, 이제 내 뺨을 후려치는 모욕적인 낙인일 뿐이었다.
반 시간 뒤, 변호사가 서류를 가져왔다. 나는 서명을 마친 뒤 이혼 합의서를 식탁 중앙에 올려두었다.
밖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쳤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려던 찰나,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
현관문이 밖에서 거칠게 걷어차이며 열렸다.
반응할 틈도 없이, 이마에 핏대를 세운 강민호가 달려들어 내 목을 억세게 틀어쥐었다.
“송지안! 건우 어디로 빼돌렸어!”
숨이 막혀 컥컥거리며 나는 그의 손을 필사적으로 때렸다.
“컥… 건우라니…… 그게 누구라고……”
민호는 분노하며 나를 내팽개치고 식탁을 발로 찼다.
“주희한테 다 들었어! 네가 오늘 오후에 미친 사람처럼 애랑 주희를 때렸다며!”
“주희가 애 데리고 약국 가서 상처 치료하는 사이에 건우가 없어졌어! 너 말고 세 살짜리 애를 납치할 사람이 또 누가 있어!”
나는 격렬하게 기침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난 집 밖으로 나간 적도 없어! 강민호, 너 미쳤어?!”
“미친 건 너야!”
민호는 눈이 뒤집힌 채 내 코앞에 손가락질을 해댔다.
“반년 동안 매일 나한테 알코올 뿌려대더니 속이 뒤틀릴 대로 뒤틀린 거지! 이제 죄 없는 애까지 건드려?”
“당장 네가 고용한 놈들한테 전화해서 애 돌려보내라고 해!”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본 적도 없다고 했어! 그렇게 못 믿겠으면 이혼해!”
나는 탁자 위의 서류를 집으려 몸을 돌렸다.
“애 어디 있는지 말하기 전까진 한 발짝도 못 나가!”
민호가 갑자기 내 옷깃을 잡아챘다.
우드득—
엄청난 힘에 셔츠 원피스가 찢겨나갔고, 단추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맨살이 차가운 공기 중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황할 새도 없이, 그는 내 손목을 낚아채 범죄자를 끌고 가듯 욕실로 나를 질질 끌고 갔다.
“강민호, 이거 놓으라고! 뭐 하는 짓이야!”
공포 섞인 비명이 터졌다.
열여섯 살 뒷골목에서 나를 짓누르던 그놈들의 손과 강민호의 손이 겹쳐 보였다.
“애를 안 내놓겠다면, 오늘 아주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지!”
그는 욕실 문을 발로 차 열더니 나를 차가운 욕조 안으로 거칠게 처박았다.
쏴아아—
그가 샤워기를 틀었다. 얼음장 같은 냉수가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컥… 살려줘……”
물벼락에 숨이 막혀 필사적으로 욕조 밖으로 기어 나오려 했다.
하지만 민호는 허리에서 벨트를 풀어 내 양손을 등 뒤로 꺾어 욕조 손잡이에 단단히 묶어버렸다.
나는 차가운 물 속에서 온몸을 비틀며 덜덜 떨었다.
민호는 세면대 아래서 고농도 소독용 알코올 통을 꺼내 들었다.
그는 뚜껑을 열어 코를 찌르는 알코올을 내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알코올이잖아! 말해! 애 어디 있어!”
독한 알코올 냄새가 산소를 앗아갔고, 눈이 따가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민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머리를 욕조 바닥에 고인 알코올과 물속으로 짓눌렀다.
입안으로 물이 밀려들어 와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위장이 뒤틀리는 극심한 경련이 일었다.
“아파… 너무 아파……”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 아랫배에서 날카로운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곧이어 허벅지 사이로 뜨끈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감각이 전해졌다.
그 온기는 차가운 욕조 물과 섞이며 순식간에 선명한 핏빛으로 번져나갔다.
나는 물속에 퍼지는 혈화를 멍하니 바라보며 저항을 멈췄다.
그때, 세면대에 던져두었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화기 너머로 경찰의 허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민호 씨입니까? 애 찾았습니다!”
“꼬마애가 혼자 쇼핑몰 옥상 놀이터에 올라가서 미끄럼틀 타고 놀고 있었네요. 찾았을 땐 아이스크림 먹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애 간수를 잘 못 해놓고 납치니 뭐니 소란을 피우면 어떡합니까? 공권력 낭비예요!”
순식간에 욕실 안에는 샤워기 소리만 남았다.
철렁—
민호의 손에서 핸드폰과 알코올 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체처럼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