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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지만 과부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심장을 움켜쥐었다. 온몸의 피가 단번에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애도 못 낳는 여자'라는 꼬리표를 훈장처럼 달고 살았다. 오로지 ...
Chương (1)
第1章
심장을 움켜쥐었다. 온몸의 피가 단번에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애도 못 낳는 여자'라는 꼬리표를 훈장처럼 달고 살았다. 오로지 내 남편, 강진우의 그 가련한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국 깨달았다. 나는 그가 내뱉은 달콤한 거짓말, 그리고 내 배다른 자매인 송채희와 벌인 역겨운 도박판의 멍청한 패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 모든 비극은 그의 노트북에서 우연히 발견한 암호화된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어두컴컴한 VIP 룸. 한 여자가 기세등등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이겼어, 진우 오빠. 이제 약속대로 나랑 결혼해야지?"
그 옆모습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를 향한 남자의 말투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낯설었다.
"그 바보 같은 여자는 납치가 가짜였다는 것도, 내가 멀쩡하다는 것도 꿈에도 몰라."
"내 몸은 오직 너만 가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나를 구하려다 다쳐 성기능을 상실했다던 그날의 기억이 스쳤다. 그 후로 그는 모델들을 찾아다니며 여자에게 쾌락을 주는 법을 공부하듯 배웠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가.
그는 항상 충혈된 눈으로, 불안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내게 묻곤 했다.
"방금 어땠어, 서윤아? 좋았어?"
혹은 이런 말들.
"지금은 좋지만, 나중에 내가 아이를 줄 수 없다는 걸 알면 날 버릴 거야?"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잔인하게 내 회상을 끊어놓았다.
"여보, 뭘 그렇게 보고 있어?"
……
나는 거칠게 노트북을 덮고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
강진우는 종이봉투를 내밀며 다정한 목소리로 변명했다.
"당신이 아침에 안국동 그 집 한과 먹고 싶다고 했잖아. 직접 가서 두 시간 줄 섰어."
순간 마음이 휘청였다. 오늘 아침,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의 솜씨가 예전 같지 않다며 지나가듯 투덜거렸던 기억이 났다. 강진우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를 보물처럼 가슴에 새겨두는 남자.
하지만 내 시선은 그의 셔츠 깃 너머, 목덜미에 촘촘하게 박힌 붉은 흔적들에 머물렀다.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건 뭐야?"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 얼굴색이 변했다. 이내 옷깃을 바짝 세워 가리며 강아지처럼 내 어깨에 머리를 부볐다.
"모기에 물렸나 봐. 여보, 나중에 약 좀 발라줄래?"
그의 눈동자에 스친 비겁한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려 할 때, 나는 뒤로 물러나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우,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말했지. 우리 엄마, 아빠가 데려온 상간녀 때문에 미쳐버렸다고. 그래서 난 바람피우는 인간들이랑 남의 가정 깨트리는 불륜녀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억울하다는 듯 반문했다.
"서윤아, 말이 너무 심하잖아! 혹시 내가 밤에 만족을 못 시켜줘서 그래……?"
예전 같았으면 죄책감에 사로잡혀 그를 껴안고 몇 번이고 사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침묵 속에서 그저 내 사랑이었던 남자를 응시했다. 그는 나의 이질감을 눈치채지 못한 채, 추궁이 이어지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어둠 속에서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비밀번호는 여전히 내 생일이었다. [여운]이라는 이름의 폴더를 열자, 1,469개의 추잡한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듯 따갑고 아팠다.
내가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탈모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으로 삶을 놓으려 할 때마다 그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밀회를 즐겼다. 장소는 가리지 않았다. 사무실, 우리의 신혼집, 심지어 내 이름이 붙은 조수석까지.
가장 최근 영상은 바로 어제, 우리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회사 일이 바빠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던 그는 프라이빗 영화관에서 흥분한 얼굴로 채희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영상 속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익숙했다.
"진우 오빠, 언제 이혼하고 나랑 결혼할 거야? 윤서윤을 상간녀로 만들면 안 돼?"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치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서두르지 마. 지난번에 네가 이거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
나는 눈을 부라리며 화면을 응시했다. 비틀거리며 드레스룸으로 달려가 옷장을 열었다. 예상대로였다. 상자 깊숙이 소중하게 보관해두었던 내 웨딩드레스가 사라지고 없었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울다 차가운 얼굴을 닦아내고 영상을 하나하나 복사했다. 그리고 변호사의 번호를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이 외도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혼 서류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상간녀가 누군지도 뒷조사해 주시고요.]
나를 속여온 8년. 이 가짜 결혼 생활을 이제는 끝내야겠다.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로 돌아가자 강진우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으며 잠꼬대를 했다.
"여보, 어디 갔다 왔어? 한참 찾았잖아……."
그의 체온이 지독하게 뜨거웠다. 결혼 전날 밤과 똑같았다. 술에 취해 귀끝이 붉어진 채 나를 가두듯 안으며 바보처럼 웃던 남자.
"드디어 내 여자가 됐네. 서윤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손끝에 힘을 주어 이불을 꽉 쥐었다. 시야가 다시 물기로 부서졌다. 기억 속의 강진우는 보잘것없는 양아치였다. 골목 끝에서 매일 나를 훔쳐보며 말했었다.
"서윤아, 어떻게 해야 네 눈에 내가 들어올까?"
지적인 남자가 좋다는 내 한마디에 그는 몸의 때를 벗기고 학교로 돌아가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가난한 놈은 싫다는 내 고집에 악착같이 사업을 일궈 서울의 상류층으로 기어 올라왔다. 우리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전 재산을 혼수로 내놓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엄마 앞에서 무릎 꿇고 맹세했었다. 평생 나를 아끼며, 절대로 엄마와 같은 비극을 겪게 하지 않겠노라고.
결혼 2년 차,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빛 한 점 없는 지하실에서 사흘간 굶주렸을 때, 피칠갑이 된 채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구한 것도 강진우였다. 그 대가로 반년이나 폐쇄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고, 성기능 장애라는 후유증을 얻었다고 했다.
그의 사랑은 무겁고 순수했다. 그래서 이게 내 평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에겐 천 개의 얼굴이 있고, 마음은 수만 번 변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납치도 가짜, 후유증도 가짜였다. 그가 사라졌던 그 반년조차 누군가와 세계 일주를 즐기던 시간이었다니.
나를 목숨처럼 아끼던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무엇이 그를 이토록 잔인하게 만들었을까.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에 눈을 감았다. 따귀 소리, 욕설, 손목을 조여오던 밧줄의 감촉이 기억의 심연에서 솟구쳐 올랐다.
강진우가 나를 흔들어 깨울 때까지 나는 그 지옥 속을 헤맸다.
"서윤아, 악몽 꿨어? 계속 울고 있었어."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걱정스러운 듯 내 이마를 짚었다.
"당신 아파. 열이 40도야……."
그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체온을 재고, 약을 끓이고, 죽을 떠먹였다. 그때 탁자 위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을 힐끗 본 그의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나 이렇게 아픈데, 오늘 하루만 집에 같이 있어주면 안 돼? 누구 전화든 받지 마."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하듯 말했다.
"떼쓰지 마. 당신은 매일 놀고먹으니까 모르겠지만, 난 바빠. 장모님 요양원 비용부터 당신 품위 유지비까지 다 내가 버는 돈이야……."
말을 마친 그가 내 눈물을 보더니 이내 목소리를 부드럽게 죽이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알았어, 알았어. 안 갈게……."
전화는 끊겼고 다시 울리지 않았다. 약 기운에 취해 비몽사몽 잠이 들었다. 반쯤 뜬 눈으로 강진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진짜 안 올 거야? 나 지금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데, 이대로 밖에 나가도 상관없다는 거지?"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기척 죽여 나를 돌아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온 그는 이불을 매만져주었지만, 이미 옷을 갈아입고 샤워까지 마친 상태였다. 지독한 한약 냄새를 가리기 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머리맡엔 쪽지 한 장만이 남아 있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어. 집에서 쉬고 있어.]
텅 빈 집안에서 나는 정지된 화면처럼 누워 있었다. 햇살은 따스한데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표님의 설명대로라면, 회사의 주식과 부동산 상당수가 사모님 명의로 증여된 적이 있습니다. 강 대표는 빈털터리로 쫓겨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상간녀의 신원을 파악했는데…… 사모님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더군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때 다른 전화가 끼어들었다. 전화를 받은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휴대폰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는 맨발로 요양원을 향해 달렸다.
병실 문을 열자, 엄마가 침대에 앉아 허공을 보며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다리가 풀려 엄마를 껴안고 흐느꼈다. 여섯 살 때, 송채희 모녀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쫓겨난 뒤로 내게 남은 유일한 혈육이었다.
"어머, 눈물겨운 모녀 상봉이네."
송채희가 문에 기대어 서서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방어하듯 가로막았다.
"당장 나가!"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동생아, 요즘 진우 오빠 애인 찾고 있다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보란 듯이 두 팔을 벌리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결혼식 날 첫눈에 반했거든, 네 남편한테."
"윤서윤, 참 가엽기도 하지. 아빠도 집도 내가 뺏었는데, 이제 남편까지 못 지키네."
온몸이 떨려왔다. 그녀가 천천히 다가와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지난 몇 년간 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 거 기억나? 자궁 없는 장애인이라느니, 납치됐을 때 밑바닥 인생들한테 당해서 애를 못 낳는다느니 하는 루머들. 그거 다 진우 오빠가 나 기분 좋으라고 뿌린 기사들이야."
"그가 너한테 선물하는 모든 건, 나한테는 두 배, 열 배로 돌아왔어. 네 남자, 써보니까 정말 끝내주더라."
그녀가 소매를 걷어 올렸다. 내 시선이 그녀의 손목에 머물렀다. '오션스 하트'. 지난주 경매에서 강진우가 100억을 주고 낙찰받았던 팔찌였다. 10주년 선물인 줄 알고 감동했던 내게, 그는 차갑게 빼앗으며 "비즈니스용이야. 당신 언제부터 이렇게 허영심이 많아졌어?"라며 나를 몰아세웠었다.
내가 자책하던 그 시간에, 그는 송채희에게 줄 선물을 내가 탐낼까 봐 겁을 냈던 것이다.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너무나 익숙한,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채희야, 깼는데 왜 안 보여……."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왜 하필 송채희냐고. 평생 나를 괴롭힌 가해자이자, 아빠의 불륜으로 태어난 내 언니. 왜 하필 너냐고. 하지만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내 입을 막고 바닥에 짓눌렀다. 무릎이 타일에 부딪히는 통증보다 더한 것이 몰려왔다. 송채희가 배를 쓰다듬으며 애교를 부렸다.
"진우 오빠, 누가 나랑 우리 아기를 괴롭혀!"
수화기 너머 강진우의 목소리가 살벌하게 변했다.
"채희야, 괜찮아? 누구든 감히 널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나는 그녀의 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앞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결혼 1년 차에 나도 아이를 가졌었다. 강진우는 매일 내 배에 귀를 대고 태동을 듣곤 했다. 하지만 8개월째 되던 날, 혼자 있던 집에서 미끄러졌다. 쏟아지는 피를 보며 수십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아, 말해주는 걸 깜빡했네."
송채희가 전화를 끊고 비웃었다.
"9년 전 네가 유산했을 때, 진우 오빠가 전화 안 받은 거 출장 때문 아니야. 그때 우리 이탈리아에서 우리만의 결혼식 올리고 있었거든."
그녀가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손을 치켜들었다.
"들었지? 진우 오빠가 너한테 대가를 치르게 한대."
나는 눈을 감았다. 병상 옆에서 통곡하던 강진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해, 서윤아. 다 내 잘못이야. 이제 당신 전화를 '특별 관리'로 설정해둘게. 언제든 받을 수 있게……."
예상했던 고통은 오지 않았다. 어느새 정신이 돌아온 엄마가 화병을 깨트려 송채희에게 달려들었다.
"내 딸 괴롭히지 마!"
엄마는 미친 듯이 경호원들을 밀쳐냈고, 깨진 유리 조각이 송채희의 팔을 그었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죽여버려! 저 미친년 당장 죽이라고!"
경호원들이 엄마를 제압해 바닥에 내팽개쳤다. 송채희는 광기 어린 얼굴로 엄마의 뺨을 수차례 갈겼다. 엄마의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가에 피가 맺혔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송채희,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
그녀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치료를 받으러 나가며 차갑게 명령했다.
"저 미친 여자, 발작하다 죽어도 이상할 거 없잖아. 각성제 주입해."
주삿바늘이 엄마의 몸에 꽂혔다. 엄마는 완전히 폭주했다. 경호원들을 뿌리치고 벽에 머리를 들이받기 시작했다. 벽면이 온통 붉은 피로 번졌다. 엄마는 계속 중얼거렸다.
"서윤아, 엄마가 못나서 널 못 지켜줘서 미안해……."
나는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복도의 간호사들에게 소리쳤다.
"이건 살인이에요! 진정제 주세요! 여기 강진우가 우리 엄마 치료하려고 투자한 곳이잖아요! 내가 강진우 아내예요! 당장 진정제 놓으라고요!"
간호사는 비웃음을 흘리며 나를 멸시했다.
"꿈도 야무지시네. 강 대표님 회사랑 이 병원, 5년 전에 이미 송채희 씨 명의로 넘어갔어요. 당신은 이제 빈털터리 아줌마일 뿐이라고."
절망 속에서 강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는 약속했었다. 언제든 내 전화는 받겠다고. 하지만 신호음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끊겼다.
[바빠. 집에서 얘기해.]
미친 듯이 다시 걸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고개를 들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엄마가 모든 손길을 뿌리치고 창문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쨍그랑, 유리가 박살 났다.
"안 돼!!!"
나를 누르던 경호원들이 겁을 먹고 손을 뗐다. 나는 창가로 몸을 날렸다. 손을 뻗었지만 끝내 닿은 건 공기뿐이었다. 엄마가 추락했다. 시멘트 바닥 위로 붉은 피가 번져나갔다. 걸레짝처럼 구겨진 엄마의 몸을 보며 나는 창틀을 붙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웃음 끝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코와 입을 막았다. 독한 약 냄새가 폐부로 쏟아져 들어왔고, 내 의식은 서서히 암흑 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옆에서 송채희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렸다.
"초기 석 달만 조심하면 아기는 괜찮대. 어때? 윤서윤 앞에서 나랑 하니까 더 짜릿해?"
강진우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는 쓰러져 있는 나를 힐끗 보았다. 배덕감이 주는 쾌락에 이성을 잃은 듯 보였지만, 찰나의 망설임이 있었다.
"너무 위험해. 서윤이가 우리 사이를 아는 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분노에 찬 내 눈과 마주쳤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황으로 물들었다.
"여보……."
송채희는 보란 듯이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 안았다. 엄마의 참혹한 죽음이 머릿속을 스쳤다. 증오가 가슴을 뚫고 타올랐다. 나는 옆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어 두 사람을 향해 휘둘렀다.
강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내 팔을 거칠게 밀쳐냈다. 나는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굴렀다. 머리에서 예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가 다급하게 내 어깨를 잡았다.
"서윤아, 설명할게!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그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한 글자 한 글자 피를 토하듯 내뱉었다.
"송채희가 우리 엄마 죽였어."
강진우는 내 눈빛에서 진실을 읽은 듯했다. 그는 눈물 고인 채희를 돌아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서윤아, 채희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일단 진정해."
송채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겁먹은 듯 떨었다.
"진우 오빠, 오빠 없었으면 나 언니한테 죽을 뻔했어……."
강진우는 죄책감에 눈을 피하며 내게 다가왔다.
"서윤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는 내 손에서 칼을 뺏으려 했다. 나는 칼을 꽉 쥔 채 천천히 일어났다.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뭔데? 네 노트북에 있던 그 영상들, 너랑 송채희 아니야?"
강진우가 멍해진 틈을 타, 나는 창가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엄마, 나 이제 엄마한테 갈게.
"서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