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희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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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희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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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식 당일, 신부 대기실은 축복 대신 비릿한 조롱으로 가득 찼다.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건 친동생처럼 아끼며 키워온 세준이었다. 녀석은 입...

Chương (1)

第1章

나의 결혼식 당일, 신부 대기실은 축복 대신 비릿한 조롱으로 가득 찼다.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건 친동생처럼 아끼며 키워온 세준이었다. 녀석은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띠며 콘돔 한 상자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서윤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누나, 파트너랑 마지막으로 뜨겁게 보낸 게 언제예요?" 나는 녀석의 무례함을 꾸짖으려 입을 뗐다. 하지만 내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서윤의 대답이 고요한 방 안을 갈랐다. "어젯밤." 농담인 줄 알았다. 결혼 전날엔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니까. 하지만 서윤은 무심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내게 던졌다. 오늘 아침 구청에서 발급받은 '혼인관계증명서'였다. 그녀는 내가 정성껏 꾸민 우리의 신혼집에서 세준과 밤새 몸을 섞었고, 콘돔 반 상자를 비워냈다고 했다. 아침 일찍 혼인신고를 하느라 식장 입구에서 나를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에 신고 있던 구두를 그녀에게 내던졌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 남자가 누구냐고 다그쳤다. 그녀는 비웃듯 혼인관계증명서를 펼쳐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종이 위에 박힌 남자의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그때 세준이 내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형, 선택해. 우리 아빠처럼 불륜남으로 살 건지, 아니면 깔끔하게 서윤 누나를 나한테 양보할 건지." ………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시선은 서윤의 얼굴에서 세준에게로 느릿하게 옮겨졌다. 눈앞의 두 사람. 한 명은 8년을 지독하게 사랑한 나의 연인. 또 한 명은 산골 마을에서 굶주리던 아이를 데려와 내 손으로 먹이고 입히며 키운 동생. 그 둘이 어젯밤, 내가 직접 고른 침대 위에서 살을 맞대고 뒹굴었다. 그것도 모자라 결혼식 당일 아침에 법적 부부가 되었다니.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진실이 목을 조여오는 것 같아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너,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는 있는 거야?"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우리 결혼식 날이자, 연애 8주년 되는 날."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걸 알면서도 나를 도살장으로 끌고 온 것이다. 수만 번 상상했던 결혼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치욕은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었다. 서윤은 8년 전 수줍게 나에게 고백하던 그날처럼 부케를 소중히 품에 안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엔 그때의 뜨거움 대신 서늘한 권태만이 감돌았다. "왜 하필 오늘이어야 했어?" 그녀는 혼인관계증명서를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그녀의 체형에 맞춰 직접 디자인한 웨딩드레스가 눈부시게 하얬다. 그 순백이 너무나도 가증스러웠다. "별 이유 없어. 그냥 세준이가 오늘을 원했거든. 그뿐이야."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적셨다. 고작 임세준이 원한다는 이유 하나로, 심서윤은 우리의 8년을 배신했다. 내 자존심을 시궁창에 처박아 녀석의 노리개로 던져준 것이다. 서윤은 티슈를 뽑아 내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울지 마. 눈 부으면 안 예쁘잖아.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신랑이 되고 싶다며?" 그녀의 말투에 서린 가증스러운 다정함이 심장을 난도질했다. 뜨겁게 사랑하던 시절, 그녀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결혼식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났다. 퇴근길에 나를 데리러 온 그녀는 늘 나를 보며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신랑'이라며 찬사를 보냈었다. 수없이 신랑 가운을 입어봤지만, 진짜 내 결혼식인 오늘보다 더 설렜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수년간 기다려온 이 순간을 한낱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심서윤, 너 정말 짐승만도 못한 년이야." 그녀는 이를 악물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그때, 세준이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사과하는 시늉을 했다. "형, 미안해. 결혼식 망치려던 건 아닌데… 사랑이라는 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우리도 모르게 불이 붙어서…." 겉으로는 죄책감에 젖은 표정이었지만, 그 눈 밑에 숨겨진 승리감은 내가 지난 10년간 사람을 잘못 보았음을 뼈저리게 일깨워주었다. "임세준, 내가 너를 10년 동안 키웠어. 형이 아니라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졸업하고 갈 곳 없을 때 내 인맥 다 동원해서 취직시키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친 게 나야. 네 친가 쪽에서 너를 팔아넘기려 할 때 지옥에서 꺼내준 것도 나라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도진아, 그만해." "세준이 겁 많은 애야. 지나간 옛날 일로 애를 왜 이렇게 겁줘?" 그녀의 눈에 서린 노골적인 애틋함. 세준을 향한 그 보호 본능은 더 이상 숨길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애가 겁이 많아? 겁 많은 놈이 형수 될 여자 침대에 기어들어 가?" 서윤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녀석을 대변했다. "세준이는 잘못 없어. 그때 내가 약 기운 때문에 실수로 세준이를 끌어들인 거야." "내가 애 순결을 뺏었으니 책임져야지. 이름도 없이 내 곁 맴돌게 할 순 없잖아." 그 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는 실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심서윤, 너 쟤랑 혼인신고 하면서 내 생각은 단 한 번이라도 했어?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 그녀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진아, 생각 많이 했어." "우리 8년이나 만났잖아. 오늘 결혼식은 그냥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절차야. 네가 입만 다물면 우리가 서류상 부부가 아니라는 건 아무도 몰라." 거대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내 눈앞의 이 여자가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녀에게 결혼식과 혼인신고는 그저 두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별개의 사은품 같은 것인가 보았다. 세준이 겁먹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내게 다짐했다. "형, 걱정 마. 앞으로 내가 누나를 두고 형이랑 싸우는 일은 없을 거야." '형수'가 아닌 '누나'라고 부르는 그 역겨운 호칭에 속이 뒤집혔다. "앞으로 나를 형이라고 부르지 마." "오늘 이 결혼, 안 해." 서윤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녀는 내가 철없는 소리를 한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도진아, 하객들이 다 왔어. 이제 와서 안 한다니, 제발 감정적으로 굴지 마." "세준이가 아무것도 뺏지 않겠다잖아. 꼭 이렇게 판을 깨야겠어?" 당당하기 짝이 없는 그 태도가 기가 막혔다. 나의 결혼식은 가짜고, 임세준의 혼인신고는 진짜다. 서윤은 한 몸을 둘로 쪼개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이 난장판을 만든 게 나야, 아니면 너야?"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서윤의 얼굴에 차가운 냉소가 번졌다. "강도진, 돈까지 빌려 가면서 결혼식 올리자고 매달린 건 너야. 이제 와서 황당하다고? 웃기지도 않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입을 벌렸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혼식장을 고를 때, 안개꽃이 가득한 홀에 반해 꼭 여기서 하고 싶다고 고집 피웠던 기억이 났다. 대관료가 500만 원이나 더 비쌌다. 서윤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초라하게 하고 싶지 않아 친구에게 몰래 돈을 빌려 그녀에게 건넸다. 바보 같았다. 연봉이 수억인 그녀가 고작 500만 원이 없어서 그랬겠는가. 그저 나를 위해 그 돈을 쓰기 싫었을 뿐인데. 그녀의 비웃음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이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린 건 오직 나뿐이었다. 이 비극적인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내 돈 500만 원을 들여 구걸한 꼴이라니. 내 침묵을 승낙으로 오해했는지, 서윤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도진아, 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오늘 식은 무조건 치러야 해." 간절해 보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혼란스러웠다. 진심으로 나와 결혼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파혼의 망신을 당하기 싫은 건지.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심서윤, 이 결혼 안 해." "나한테도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게 있어. 네가 딴 놈이랑 혼인신고 한 걸 뻔히 알면서 식장에 들어갈 순 없어." 서윤의 안색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세준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억울하다는 듯 울먹였다. "도진이 형, 지금 나보고 염치없다고 하는 거야?" "형이 그렇게 불편하면 나 당장 이혼할게. 서윤 누나만 행복하다면 나 같은 건 이름 없는 그림자로 살아도 돼."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녀석을 훑어보았다. "임세준, 내 신혼집 침대 좋디? 형수랑 자는 기분은 어땠고?" 녀석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내 옷소매를 붙잡고 변명했다. "형, 나도 어쩔 수 없었어. 형은 능력도 좋고 가족들 사랑도 듬뿍 받잖아. 누나 없어도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잖아." "하지만 난… 누나랑 결혼 안 하면 다시 그 끔찍한 탄광으로 팔려 가서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3년 전, 나는 이 눈물 섞인 거짓말을 믿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처참한 배신이었다. "임세준, 네 불행은 나랑 상관없어. 그게 네가 남의 여자를 가로채고 불륜을 저지른 면죄부는 안 돼." 녀석의 표정이 굳었다. 곧이어 다시 눈물을 쏟으며 서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서윤은 녀석을 껴안고 달래며 온갖 감언이설로 녀석을 웃게 만들었다. 겨우 녀석을 진정시킨 그녀가 나를 향해 얼음장 같은 시선을 던졌다. "강도진, 나랑 세준이가 어떻든 간에 상간남의 아들인 네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우리를 심판할 자격은 없어."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세준이 나를 비웃으며 놀란 척 입을 가렸다. "어머, 형 출생이 그렇게 지저분했어? 어쩐지 결혼식에 집착한다 했네. 원래 사람은 결핍된 걸 가장 갈망하는 법이니까." 서윤의 눈에 잠깐 후회가 스쳤다. 그녀는 내던져진 구두를 주워 내 무릎 위에 놓았다. "도진아… 방금은 내가 말이 심했어. 미안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나는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진심이 가장 아픈 법이다. 사랑과 저주가 어떻게 한 입에서 동시에 나올 수 있을까. 나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서윤의 그 눈빛이 뇌리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처음 나의 아픈 가정사를 고백했을 때,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안아주었다. 태어난 환경은 네 선택이 아니라고, 앞으로 자기가 엄마의 몫까지 다해 사랑해주겠노라고 약속했었다. 그런 그녀가, 임세준 하나를 지키기 위해 내 피 흐르는 상처를 사람들 앞에서 다시 헤집어놓았다. "임세준을 사랑해?" 서윤의 대답은 명확했다. "사랑까지는 몰라도, 좋아하는 건 사실이야." "알잖아, 나 너한테 거짓말 안 하는 거."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실제로 그녀는 내가 언제 확인하든 늘 솔직했다. 친구들이 구속받는 거 아니냐고 놀려도 당당하게 말했다. "난 도진이가 구속해주는 게 좋아. 난 영원히 걔한테 거짓말 안 해. 바람을 피우더라도 말이야." 그녀는 정말로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그 정직함은 이제 나를 죽이는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 문밖에서 사회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 다 됐나요? 길일이라 시간이 빠듯합니다!" 나는 서윤의 부축을 무시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가 문고리를 잡은 내 손을 강하게 눌렀다. "도진아, 생각 끝났어? 정말 결혼식 취소할 거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 그녀의 입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 네가 안 하겠다면 세준이랑 하지 뭐. 우린 이미 서류상 부부니까 오히려 더 완벽하겠네." 세준이 수줍게 그녀의 팔짱을 끼며 끼어들었다. "좋아요, 누나! 안 그래도 형 예복 피팅할 때 내가 몰래 입어보고 누나랑 잤는데, 사이즈가 딱 맞더라고요. 그래서 누나가 이 디자인으로 고른 거잖아요." 말을 마친 녀석은 아차 싶은 듯 입을 가렸다. "어머, 내가 무슨 말을. 못 들은 걸로 해줘요." 몸을 감싼 예복이 목을 죄어오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나는 미친 듯이 옷을 찢어 발기려 했지만 서윤이 막아섰다. "도진아, 적당히 해. 넌 파혼을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네 아버지는 어떨까?" 서윤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내가 굴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거 우리가 싸울 때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내 항복을 받아내던 그 방식 그대로. 문이 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들은 내 붉어진 눈시울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이것 봐, 너무 좋아서 눈물까지 흘렸네!" 나는 아버지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눌렀다. 침대에 앉아 가족사진을 찍을 때, 서윤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도진아, 웃어."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려 애썼다. 그때, 내 무릎 위로 혼인관계증명서 한 장이 툭 떨어졌다. 아버지가 재빨리 그것을 집어 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 서윤이가 그렇게 좋으냐? 식장까지 혼인신고서를 들고 오게. 얼른 챙겨라." 나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뻗으려는 찰나, 세준이 잽싸게 서류를 낚아챘다. "아버님, 죄송해요. 이거 제 거예요."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서류를 건네주었다. 세준은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님, 이거 한번 보실래요…?" "임세준, 닥쳐." 내 서늘한 외침에 녀석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 녀석은 증명서를 활짝 펼쳐 아버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아버님, 아버님 아들도 아버님처럼 상간남인 거 아세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나를 난도질했다. 사진 속 주인공을 확인한 아버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아버지는 나를 뒤로 숨기며 호통을 쳤다. "무슨 망발이냐! 내 아들은 서윤이랑 8년을 만났어. 상간남이라니, 제정신이냐!"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는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세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 "혼인신고까지 마쳤는데, 상간남이 아니면 뭐예요? 듣자 하니 아버님도 예전에 불륜 저지르다 본처한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면서요? 그 애비에 그 아들이라더니, 보고 배운 게 그거뿐인가 봐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나는 달려들어 임세준의 얼굴을 갈겼다. "우리 아버지 모욕하지 마!" 하지만 서윤이 달려들어 나를 뒤에서 강하게 결박했다. 그때, 뒤편에서 짧은 비명이 들렸다. 돌아보니 아버지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아버지!!!" 나는 서윤을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아버지, 조금만 참으세요. 지금 당장 119…" 그때 누군가의 발길질에 휴대폰이 멀리 날아갔다. 세준이 뺨을 어루만지며 표독스럽게 서 있었다. "강도진, 오늘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 99번 안 박으면 네 아비 살려줄 생각 마." 나는 휴대폰을 주우려 기어갔지만 세준은 다시 한번 휴대폰을 걷어찼다. 서윤의 얼굴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도진아, 세준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아버님은 그냥 놀라신 것뿐이야, 안 죽어. 하지만 세준이 명예는 지금 네가 망쳐놨잖아." 바닥을 적시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내가 외쳤다. "저 새끼가 먼저 우리 아버지를…!" 그녀의 눈빛은 고요했고, 말은 얼음보다 차가웠다. "저 사람은 내 법적 남편이야. 남편을 때리는 건 내 얼굴을 때리는 거야. 사과해." 세준이 가증스럽게 만류하는 척하자, 서윤은 더욱 다정하게 녀석을 감싸 안았다. "아니야, 난 네가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거 못 봐." 8년의 사랑. 그녀는 지금 그 긴 세월을 비웃으며 내게 굴욕을 강요하고 있었다. "형, 이러다 아버님 정말 큰일 나겠는데…?" 세준의 말이 칼날처럼 박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한 번. 두 번. 99번의 절이 끝났을 때, 내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숨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도진아, 그 예복 벗어서 세준이 줘." "네 아버지는 알아서 병원 가라고 하고, 내 결혼식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나는 마비된 사람처럼 예복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그녀가 임세준을 품에 안고 하객들의 축복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무릎으로 기어 아버지 곁으로 갔다. 아버지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도진아… 아비가 미안하다…." "내가 죽어야지… 우리 도진이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 안 되는데…." 아버지는 내 피 묻은 이마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더니, 갑자기 자신의 혀를 힘껏 깨물었다. 선혈이 낭자해지며 내 이성이 끊어졌다. "아버지!!!" 의료진이 달려와 응급처치를 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환자분께서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 운명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나를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심서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