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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맹세와 치명적인 게임
심리 상담 강의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강의실 한가운데서 한 여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이 임...
Chương (1)
第1章
심리 상담 강의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강의실 한가운데서 한 여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이 임신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강의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너무나 잘해준다고,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부족함 없이 채워주지만 딱 하나, ‘자격’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오직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그녀는 생긋 웃었다.
그러더니 아까 내가 했던 말—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라는 말—을 언급하며, 이 아이를 낳아야 할지 내게 물었다.
그녀의 입가에 걸린 기묘한 미소를 바라보며, 나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인생의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이에요. 내가 대신 결정해줄 수는 없어요."
나는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덧붙였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해요. 행복은 타인에게 의존해서 얻는 게 아니에요. 혼자서도 충분히 멋진 삶을 살 수 있어요. 선생으로서 충고하자면, 부디 신중하게 생각해요. 나중에 후회할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당신은 아직 젊고, 미래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까."
내 말이 끝나자 그녀는 갑자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꿰뚫어 보듯 물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하셨죠? 그럼, 교수님... 우리 아이 아빠, 저한테 돌려주실 수 있나요?"
…
머릿속에서 거대한 이명이 들려왔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유신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느릿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교수님이라면 제자랑 남자를 두고 싸우지는 않으시겠죠? 안 그래요?"
강의실은 찰나의 정적에 휩싸였다가, 이내 폭탄이라도 터진 듯 아수라장이 되었다.
"교수랑 제자가 한 남자를 사랑한다고?"
"유신아가 불륜녀라는 거네. 아까 자격이 없네 뭐네 하더니."
"그럼 임 교수님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이 내 얼굴에 꽂혔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진정해야 해.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간신히 입을 뗐지만, 목소리는 이미 볼품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때, 유신아가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에요."
그녀는 여유롭게 자리에 앉으며, 나의 당혹감을 감상하듯 쳐다봤다.
"교수님이 너무 긴장하신 것 같아서 분위기 좀 띄워보려고 한 거예요. 제가 설마 불륜 같은 걸 하겠어요?"
"원래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진짜 불륜녀인 법이니까……."
그 말에는 뼈가 있었지만, 지금은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정신을 붙들고 남은 강의를 간신히 마쳤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팽팽했던 신경이 툭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학생들이 짐을 챙겨 나가는 와중에도 가십거리를 찾는 눈길이 나와 유신아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연구실에 돌아오니,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남편, 신경현의 메시지였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어.]
결혼 7년 차. 경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나를 데리러 왔다.
주변 사람들은 업계에서 냉철하기로 소문난 신 대표가 아내 전용 기사라며 부러움 섞인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경현은 화 한 번 내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중 나가는 일인데,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해야죠."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가 조수석에 올라탄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강의 중에 일어나서 임신했다고 하더니, 자기 남자친구를 돌려달라는 거야."
"자기를 내가 잘 아니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당신 바람피우는 줄 오해할 뻔했다니까?"
나는 장난스럽게 그의 팔을 툭 쳤다. 하지만 경현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그 애 말이 맞아."
경현이 내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나 바람피운 거 사실이야."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다.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짜증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임신했다는 건 나도 방금 알았어. 신아가 워낙 자존심이 세서 나한테 직접 말 안 하고 교수인 당신한테 도움을 청했나 보네. 당신 상담 전문가잖아. 제자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나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쥐어짰다.
"……왜 그랬어?"
경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내 질문이 아무 의미 없다는 듯이.
"이유가 필요해? 스무 살짜리 애랑 당신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아는 젊어. 당신보다 훨씬 과감하고. 내가 마음이 안 갈 이유가 없잖아."
"당신, 유원지에 있는 거울 미로 알지? 거기서 신아가 얼굴을 붉히며 옷을 다 벗었을 때, 거울마다 반사된 그 애의 몸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느낌은 당신이 절대 줄 수 없는 거야."
"그날 당신은 학교에서 수업 준비하고 있었지? 난 차 안에서 신아랑 피임 기구 한 상자를 다 비웠어."
그는 시트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게 됐으니 차라리 잘됐네. 속이는 것도 피곤했거든. 서진아, 인생은 길어. 내가 평생 당신 하나만 보고 살 순 없잖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프러포즈하던 날, 그는 만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속삭였다.
"서진아, 평생 네 곁을 지킬 기회를 줘."
개천에서 용 난 격인 고학생이었던 나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그는 집안의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신씨 가문과 절연까지 불사했다.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해 반쯤 죽어가는 와중에도 내 손등에 입을 맞추며 웃던 사람.
"울지마, 서진아. 드디어 너랑 결혼할 수 있게 됐는데, 이건 세상에서 제일 기쁜 일이야."
그의 사랑은 뜨거웠고 진실해 보였다. 그 진심 덕분에 나는 집안 차이에서 오는 모든 불안을 떨쳐낼 수 있었다.
결혼 후 사람들은 내게 일을 그만두고 안주인 노릇이나 하라고 했지만, 경현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사람들 말이 신경 쓰이는 거 알아. 하지만 내 인생에 여자는 너 하나뿐이야. 교수는 네가 꿈꾸던 일이잖아. 마음껏 해. 내가 언제나 네 뒤에 있을게."
하지만 그 맹세는 바람보다 가벼웠다. 고작 7년 만에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다.
콧날이 시큰해지던 찰나, 엔진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경현이 전화를 끊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신아한테 문제 생겨서 병원 가야 해."
내가 내리려 하자, 경현은 몸을 숙여 내 안전벨트를 억지로 채웠다.
"신아 보고 나서 같이 집에 가."
그는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고개를 돌렸는데, 뒷좌석에 가득 쌓인 영유아 용품들이 보였다.
옆에 놓인 영수증 날짜는 불과 30분 전. 나를 데리러 오기 직전에 산 것들이었다.
병구 입구에 차가 멈추자 경현이 경고하듯 말했다.
"신아 첫 임신이라 불안해해. 헛소리하지 마."
"도리상 당신 제자이기도 하잖아. 만약 당신 때문에 그 애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아버지 약은 더 이상 보장 못 해."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감히 아픈 아버지를 두고 협박할 줄은 몰랐다.
그가 집안에서 쫓겨났을 때, 우리 아버지는 오래된 집까지 팔아 그의 사업 자금을 대주셨다. 그 덕분에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가문에서 다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작 아버지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심장 이식 타이밍을 놓치셨고, 지금은 비싼 수입 약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고 계셨다.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는 나를 강제로 병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 유신아가 환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맞췄다.
"경현 씨! 교수님이랑 같이 오셨네요?"
경현은 품으로 파고드는 유신아를 받아 안으며, 그녀의 맨발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곧 엄마 될 사람이 왜 이렇게 덤벙거려."
"의사 선생님이 태기가 불안정한 것뿐이랬어요. 별일 아니에요."
침대에 다시 눕혀진 유신아가 나를 향해 고마운 듯 웃었다.
"교수님, 교수님 덕분에 마음을 정했어요. 안 그랬으면 정말 아이 지울 뻔했거든요."
"아이 태어나면 교수님이 대모 해주시면 안 돼요?"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렴. 아예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아도 난 상관없어."
경현의 몸이 굳었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머뭇거렸다.
"서진아, 당신……."
나는 그의 말을 자르고 계속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당신들이 뭘 하든 상관 안 하지만, 내 커리어는 건드리지 마."
"지금 당장 커뮤니티에 글 올려. 아까 수업 시간에 한 말은 다 농담이었다고. 아이 아빠는 내 남편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고, 그냥 유명해지고 싶어서 어그로 끈 거라고 말해. 그렇게만 하면 당장 이혼해주고 물러날게!"
오늘 강의는 내 정교수 임용이 걸린 중요한 자리였다. 8년 동안 오직 이 순간만을 보고 달려왔다.
유신아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경현을 가련하게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교수님이 절 이렇게까지 싫어하실 줄 몰랐어요……."
"임서진! 지금 신아 아이가 사생아라고 광고하라는 거야? 당신도 아이 가져본 적 있잖아, 어떻게 그런 잔인한 소리를 해!"
경현이 분노를 쏟아냈다.
그의 일그러진 미간을 보니 5년 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 회사 앞에 갔던 날.
괴한이 경현을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막아섰다. 칼날이 내 아랫배를 관통했고, 나는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아이는 유산되었고, 내 자궁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경현에게 원한을 품은 빚쟁이였다.
경현은 죄책감에 몸부림치며 그때부터 나를 직접 마중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빨갛게 충혈된 내 눈을 마주한 경현의 얼굴에 후회가 스쳤다.
그가 뒤늦게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유신아가 울며 병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내가 나쁜 년이에요! 이 아이 지워버릴 거야!"
경현이 곧장 뒤를 쫓으려 했다. 나는 무의식중에 그의 손을 잡았지만, 그는 거칠게 나를 뿌리쳤다.
"신아 어려서 충동적으로 무슨 짓 저지를지 몰라!"
그 힘에 밀려 나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습격 사건 이후 경현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였었다.
내가 서재에서 수업 준비를 할 때면 좁은 소파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으려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울먹이며 나를 껴안았다.
"다 내 잘못이야. 너한테 그런 고통을 겪게 해서 미안해, 서진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곁에 있을게. 절대 혼자 두지 않아."
하지만 경현은 또다시 약속을 어겼다.
그는 다시 한번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바닥에 부딪힌 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병동이었다.
간호사는 내가 임신 3개월이라고 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둔기로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때 입은 상처 때문에 자연 임신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경현이 아이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기에, 나는 남몰래 수없이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다. 내 배는 바늘 자국으로 가득했다.
결국 사실을 알게 된 경현이 떨리는 손으로 나를 안으며 자책했었다.
"이제 그만하자. 우리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꼬맹이 따위 필요 없어."
떨리는 손으로 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아랫배에 손을 올리니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가, 하필 이런 순간에 찾아오다니.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은 캄캄했다.
포근했던 우리 집이 이토록 시리고 차갑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본능적으로 경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거절.
두 번째는 전원 꺼짐.
아랫배가 다시 조여올 때, 유신아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교수님, 제가 불안하다고 하니까 경현 씨가 옆에 있어 주기로 했어요.]
[아, 참. 여기 매트리스 좋네요. 교수님이 고른 남자만큼이나 쓸만해요.]
나는 벌떡 일어나 침실로 달려갔다.
신혼집을 꾸밀 때 경현은 전문가를 거절하고 모든 가구를 직접 골랐다.
사서 고생한다고 웃는 내게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서진아, 이건 우리 집이잖아. 우리의 미래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어."
그런데 지금, 내가 고른 쿠션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거기엔 날카로운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달아두었던 스탠드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번 공개 강의를 위해 지난 세 달간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끼니를 걸러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경현은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기에 긴장하지 말라며 전화를 걸어주곤 했다.
"결과가 어떻든 내 마음속에 넌 언제나 최고야."
그런데 그는 내가 없는 사이 그 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였다.
격렬한 구역질이 올라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고개를 들자, 벽면 거울에 선명한 손자국 두 개가 찍혀 있었다.
거울 앞에서 뒤엉켜 있을 두 사람의 실루엣이 환각처럼 보였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답장을 보냈다.
[그 사람이 널 정말 사랑한다면, 왜 네 이름조차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게 하고 널 빛도 못 보는 불륜녀로 살게 할까?]
답장은 없었다. 나는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밤새 울음을 삼켰다.
다음 날, 몽롱한 정신으로 출근했다.
학생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휴대폰을 켜자 학교 커뮤니티가 뒤집혀 있었다.
[여자 교수의 소름 돋는 반전, 고등학생 때부터 스폰 받던 에이스]
사진 속에는 옷이 찢긴 채 한 남자 교사 밑에 깔려 있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쾅’ 하고 무언가 무너져 내렸다.
고등학교 시절, 대부분 통학하던 동급생들과 달리 나는 집이 멀어 기숙사 생활을 했다.
나를 배려해 기숙사를 배정해주었던 담임 교사. 그는 한밤중에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내 몸을 훑던 그 손길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 되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에도 사진을 빌미로 나를 협박했다.
우울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나를 구한 건 경현이었다. 그는 그자를 감옥으로 보냈고, 권력을 이용해 모든 사진을 폐기했다.
그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며 내가 어둠 속에서 나오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런데 지금, 신경현은 내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과거를 이용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을 때 총장실로 불려 갔다. 그곳엔 유신아가 울고 있었다.
경현이 급히 달려와 울고 있는 소녀를 자기 등 뒤로 숨겼다.
"신아가 한 짓 아니야. 미친 사람처럼 굴지 마."
내 눈물을 본 그는 나를 비상구로 데려가 달래려 했다.
"게시물은 사람 시켜서 처리했어."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잖아. 당신 고등학생 때 순결 잃은 중고품이라는 거, 사실이잖아."
나는 손을 들어 경현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눈물을 흘리며 웃음이 났다.
"나를 망가뜨려서 유신아를 그 자리에 앉히고 싶은 거니?"
경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내 충혈된 눈을 보더니 눈빛에 측은함이 스쳤다. 그는 내 손을 낚아챘다.
"손 안 아파?"
"진정해. 감정 기복 심하면 몸에 안 좋아."
"화나는 건 알겠는데, 신아는 아무 죄 없어."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비웃어주었다.
"신경현, 내 커리어가 박살 났는데 왜 그 애는 멀쩡해야 해?"
"그 애를 당당하게 만들고 싶어? 난 세상 사람들한테 유신아가 얼마나 파렴치한 불륜녀인지 다 알릴 거야!"
나는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미리 작성해둔 폭로 글을 업로드했다.
그러자 유신아가 갑자기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손톱이 내 종아리를 파고들었다.
"교수님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발 폭로하지 말아 주세요. 경현 씨는 저 때문에 이미 너무 많은 걸 희생했어요.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경현의 눈빛이 금세 애틋함으로 변했다.
그는 분노에 차 나를 노려보았다.
"처음 신아를 강제로 안은 건 나였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박받는 애를 왜 더 자극해!"
유신아의 폰에 알람이 빗발쳤다. 불륜녀라며 비난하는 댓글들이었다.
경현의 얼굴이 완전히 차갑게 가라앉았다.
"서진아, 잊지 마. 당신 아버지 심장 안 좋으시잖아."
"금지옥엽 키운 딸이 밖에서 불륜이나 저지르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시면, 어떻게 될까?"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신아는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야. 오점을 남겨선 안 돼."
"당장 글 내려. 그리고 신아한테 공개 사과해. 당신이 불륜녀라고 해명하란 말이야!"
친정엄마는 내가 시댁 눈치를 볼까 봐 전화 한 통 마음 편히 못 하셨다.
명절마다 그저 잘 지낸다고, 경현이랑 오순도순 사는 게 최고라고 말씀하시던 분들.
전례 없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더 이상 논쟁할 힘조차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건드리지 마.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나는 눈물을 머금고 학교 강당으로 끌려갔다.
유신아는 특별히 라이브 방송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인파 한가운데 서서 카메라를 향해 무미건조하게 입을 뗐다.
"임서진입니다. 유신아 학생에게 사과드립니다."
"제가 파렴치하게 그녀의 남자친구를 유혹했습니다. 모든 것은 제 잘못입니다……."
스스로를 난도질하는 기분이었다.
경현 역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나와는 이미 오래전에 이혼했으며 내가 집요하게 스토킹해온 것이라고 거짓 발표를 했다.
구경하던 학생들과 실시간 댓글 창이 폭발했다.
"내가 힘들 때 상담해준 게 임서진인데, 본인이 불륜녀였다니 소름 돋아!"
"저런 사람은 선생 자격도 없어!"
"고등학교 때부터 놀아났다더니, 병 있는 거 아냐? 지금 자리도 몸 팔아서 얻은 거겠지!"
온갖 비난이 고막을 찔렀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경현은 유신아를 품에 안은 채 오만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신아한테 무릎 꿇고 빌어. 그 애가 용서할 때까지!"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며 몸을 숙였다. 무릎이 바닥에 닿으려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의 비명 섞인 목울음이 들려왔다.
"서진아…… 어떤 놈들이 갑자기 네 아버지한테 네 나체 사진을 보여주면서 네가 불륜녀라고…… 네 아빠 충격받아서 심장마비로…… 방금 돌아가셨어……."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아랫배에서부터 찌르는 듯한 고통이 번져 나갔고, 뜨거운 액체가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눈앞이 멀어지는 와중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피예요! 저 사람 피 흘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