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K 거짓말하다 에서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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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사건을 접수하고 싶다고 했다. 시가 10억 원 상당의 예물 세트가 도난당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 예비 남편이 실종...

Chương (1)

第1章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사건을 접수하고 싶다고 했다. 시가 10억 원 상당의 예물 세트가 도난당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 예비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장거리 연애 중인 남자친구와 다가오는 5월 연휴에 제주도에서 올릴 꿈같은 결혼식을 위해, 나는 한 달 내내 야근을 자처했다. 새벽까지 부업을 뛰며 몸을 갈아 넣은 끝에, 드디어 결혼식 잔금과 신혼여행 비용으로 쓸 4천만 원을 모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잔금을 치르기 위해 뱅킹 앱을 열었을 때, 화면에는 새빨간 경고창이 떴다. [계좌 이상 안내: 사법 기관에 의해 지급 정지된 계좌입니다.] 온몸이 떨려왔다. 즉시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따졌다. “난 법을 어긴 적이 없어요! 내 피 같은 돈을 왜 마음대로 동결시킨 거죠?” 상담원은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스템 확인 결과, 고객님께서 지난달 주문하신 10억 원 상당의 커스텀 예물 세트에 대해 심각한 위약금이 발생하여 강제 집행이 신청된 상태입니다.” 그들은 시스템상 오류는 없다고 단언했다. 독촉장 역시 예비 남편의 회사로 이미 발송되었다는 말과 함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뿐이었다. 1 신고 전화를 끊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아우룸’이라는 이름의 하이엔드 주얼리 부티크로 향했다.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로비, 유니폼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하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을 가리지도 못한 채, 보풀이 일어난 낡은 코트 차림으로 신분증을 대리석 데스크 위에 내동댕이쳤다. “책임자 나오라고 하세요.” 10분 뒤, 고객 담당 이사인 박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나를 머리부터 발발 끝까지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지안 씨, 드디어 오셨네요.” “헛소리 치워요.” 나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쏘아붙였다. “본 적도 없는 계약서를 근거로 내 계좌를 묶어버리는 게 말이 돼? 내가 언제 여기서 10억짜리 예물을 주문했다고!” 박 이사는 대답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렸다. “이지안 씨, 기록은 명확합니다.” “지난달 15일, 저희 부티크에서 순금으로 제작되는 ‘용봉정상’ 라인의 하이엔드 예물 세트를 주문하셨어요.” “총액 10억 원, 이번 달 인도 조건이죠.” “계약에 따른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저희 측에서는 계약 조항에 의거해 독촉장을 발송했고 제소 전 화해 절차에 따른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습니다.” “현재 동결된 4천만 원은 계약서상 명시된 단계별 위약금에 해당합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지난달 15일? 난 그때 사흘 연속 밤샘 야근하느라 회사에서 먹고 자고 했어요!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 사 먹을 때도 유통기한 임박 상품인지 확인하는 내가, 무슨 돈으로 10억짜리를 주문해?” 박 이사가 비지니스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지안 씨, 소비 능력과 소비 욕구가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죠.” “결혼식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붓는 사람도 있고, 체면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쓰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저희는 오로지 계약서와 이행 기록만 봅니다.” 나는 책상을 쾅 내리쳤다. 주변 손님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건 사기야! 증거는? 내가 주문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데!”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폴더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내 앞에 놓았다. “확인이 필요하시다면 보여드려야죠. 계약서 사본입니다.” 서류를 낚아채 첫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엔 내 신분증 앞뒷면 복사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모든 것이 정확했다.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서명란에는 두 글자가 정갈하게 적혀 있었다. [이지안] 내 필체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았다. 심지어 그 옆에는 붉은 지문까지 찍혀 있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말도 안 돼… 이건 위조예요!” 박 이사의 눈빛이 비로소 차갑게 식었다. “이지안 씨, 단어 선택에 주의하시죠. 이 계약서는 저희 법무팀의 검토를 거쳤고, 전자 서명과 오프라인 확인 절차까지 모두 마친 겁니다. 서명이나 지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법적으로 감정을 신청하세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저희는 법적 절차대로 권리를 행사할 뿐입니다.” 나는 계약서를 꽉 쥐었다. 이 돈이 어떤 돈인가. 잠을 줄여가며, 자존심을 깎아가며 모은 돈이다. 강준우와 결혼하기 위해 걸었던 내 모든 희망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다시 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차가운 기계음이 반복될수록 심장이 발밑으로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박 이사가 여전히 부드럽지만 뼈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감정이 격해진 건 이해합니다만, 회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죠. 예비 남편분이 독촉장을 받았다면 그분과 빨리 소통해 보세요. 여기서 영업 방해하지 마시고.”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좋아, 계약서가 진짜라고 칩시다.” 박 이사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나는 그녀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그럼 그 10억짜리 예물은 어디 있죠? 내가 위약금을 물 상황이라면, 물건은 아직 당신들 손에 있을 거 아냐?” “당신들 말대로 내가 10억을 주문했고, 지금 잔금을 안 치러서 내 돈을 묶었다면, 물건 내놔요. 확인해야겠으니까.” 2 “이지안 씨, 계약 관계를 오해하고 계신 것 같군요.” “아직 완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님은 상품을 인도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나는 비웃음을 흘렸다. “가져가겠다는 게 아냐. 그 10억 원어치 물건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겠다는 거지.” “본 적도 없는 계약서로 내 생돈 4천만 원을 묶어놓고, 금가루 하나 안 보여주겠다고?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 주변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박 이사의 어조가 딱딱해졌다. “아우룸의 모든 하이엔드 제품은 엄격한 입출고 프로세스를 거칩니다. 고객님이 주장하시는 허위 거래 따위는 존재할 수 없어요.” “그럼 그 프로세스를 보여달라고.” 나는 그녀를 몰아붙였다. “매장 CCTV 다 확인해 봐. 내가 언제 이 매장에 들어와서 서명했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까.” 박 이사가 턱을 치켜들었다. “죄송하지만 매장 보안 영상은 타 고객의 프라이버시가 포함되어 있어 개인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다면 법에 따라 협조하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로비로 들어섰다. 내가 미리 신고한 경찰들이었다. 나는 곧장 달려갔다. “경찰관님, 여기예요! 이 사람들이 제가 쓰지도 않은 계약서로 제 계좌를 동결시키고 10억이나 빚을 지웠다니까요!” 박 이사는 여유롭게 다가가 계약서 사본과 독촉장, 가압류 신청 서류들을 건넸다. “경찰관님, 관련 자료들입니다. 저희는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 중입니다.” 경찰은 서류와 내 신분증을 꼼꼼히 대조했다. “이지안 씨, 현재 서류상으로는 명백한 민사상 계약 분쟁으로 보입니다. 계약서에 본인 서명과 지문, 신분 정보가 다 들어있거든요. 본인이 서명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신다면 필적 감정이나 지문 감정을 신청하시거나, 법원을 통해 이의 제기를 하셔야 합니다.” 법적 절차? 그게 언제 끝날 줄 알고! 내 결혼식은 다음 달이고, 내 돈은 지금 당장 빼앗기게 생겼는데! “경찰관님,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경찰은 한숨을 내쉬며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기록을 남기고 떠났다. 박 이사가 나를 보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들으셨죠? 현재로선 계약이 무효라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소란 피우는 건 이제 그만하시죠. 계속하시면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강준우가 다니는 회사의 일반 전화번호가 떠 있었다. 심장이 조여왔다. 나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준우 씨? 어디야?”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낯선 남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준우 씨 가족분 되십니까? 당장 그 사람 데려와서 상황 설명하라고 하세요!” 멍해졌다. “무슨 일이죠? 준우 씨 회사에 없나요?” “없냐고요?”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벌써 사흘째 무단결근입니다! 게다가 회사 법인 계좌에서 프로젝트 자금 2억 원이 사라졌어요! 오늘 아침엔 웬 채권 추심원들이 회사까지 찾아와서 난리를 피우질 않나… 계속 연락 안 되면 우리도 정식으로 횡령 신고 들어갈 겁니다!” 손에 힘이 풀려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나는 번뜩 고개를 들었다. “이 계약서, 온라인으로 체결된 거죠?” 박 이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온라인 체결이라면 반드시 안면 인식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내 얼굴은 여기 이렇게 붙어 있잖아요. 시스템 인증을 한 사람이 정말 나인지, 지금 당장 확인해 봅시다.” 3 “이지안 씨, 안면 인식 데이터는 백엔드 보안 자료라 개인에게 공개할 수…” “또 내부 자료 타령이야?” 나는 한 발자국 다가갔다. “내 이름, 내 신분증을 도용해서 내 돈을 묶어놓고, 이제 와서 인증 기록도 못 보여주겠다고? 박 이사님, 이건 누가 봐도 구린 구석이 있다는 거 아냐?” 박 이사가 비즈니스 미소를 거두었다. “못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절차를 지키는 겁니다. 감정이 격해진 고객마다 데이터를 다 열어주면 우리 보안 체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절차?” 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당신들은 그놈의 절차로 나한테 10억이라는 빚을 지웠어. 그런데 나는 절차대로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데 권한이 없다니. 결국 이 시스템은 고객을 때려잡는 데만 쓰이고, 고객의 결백을 증명하는 데는 쓸 수 없다는 소리군?” 주변의 수군거림이 커졌다. 몇몇은 휴대폰을 들어 촬영하는 듯 보였다. 박 이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좋습니다. 인증 캡처 화면 일부만 보여드리죠. 하지만 이걸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유포하지 않겠다는 조건입니다.” 그녀는 서랍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전자 파일을 열었다. “보시죠.” 화면에는 전자 계약 백엔드 기록이 떠 있었다. 실명 인증: 이지안. 주민번호: 일치. 서명 시간: 지난달 15일, 새벽 1시 27분. 그 시간, 나는 회사에서 야근 중이었다. 졸음이 쏟아져 눈도 제대로 못 뜨던 시간. 하지만 나를 진짜 공포로 몰아넣은 건 하단의 안면 인식 캡처본이었다. 화면 속 인물은 분명 나였다. 늘 입던 목이 늘어난 잠옷 차림으로,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카메라를 향해 눈을 깜빡이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한 장, 두 장, 세 장… 모두 나였다. 하지만 기억이 없다. 내가 안면 인증을 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설마…. 박 이사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지안 씨, 이제 확인되셨습니까? 시스템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나는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때, 나는 오히려 차분해져 있었다. “알겠어요. 이 4천만 원, 일단 묶여있는 거 인정하죠.” 박 이사가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이성적으로 대화해 주시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계약이 유효하다면, 당신들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해야죠. 아까부터 물건 확인시켜 주는 걸 계속 피하시는데, 지금 당장 그 ‘용봉정상’ 세트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야겠어요.” 박 이사의 눈에 짜증이 스쳤다. “아직 잔금이 완납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가져가겠다는 게 아니라니까? 당신들 약관에 따르면 고객이 대금 지급을 3개월 이상 지체해야 재판매가 가능하잖아. 인도 예정일로부터 겨우 한 달 지났어. 물건 내놓으라고. 아니면 입출고 기록이라도 까든가.” 박 이사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예물 세트, 이미 매장 창고에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녀가 태블릿을 내 쪽으로 돌렸다. “시스템 확인 결과, 사흘 전 주문서의 사전 예약 절차에 따라 인도가 완료되었습니다. 인도 장소는 서울이 아니군요.” 나는 테이블 모서리를 꽉 잡았다. “사흘 전? 누구한테?” 박 이사는 직접 대답하는 대신 화면을 확대해 보여주었다. 전자 인수증이었다. 인수자 서명: 이지안. 인수 시간: 사흘 전, 오후 2시. 4 인도 장소: 제주 해풍 리조트. “말도 안 돼.” “사흘 전 오후 2시에 난 회사 회의실에 있었어. CCTV, 회의록, 동료들… 내가 서울을 떠난 적 없다는 증거는 차고 넘쳐.” 박 이사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인수증에 서명이 있고, 신원 확인 기록과 인도 확인서까지 다 있습니다. 고객님이 그때 어디에 계셨는지는 본인이 직접 증명하셔야 할 문제죠. 저희는 주문 프로세스에 따라 물건을 넘겼을 뿐입니다.” “신원 확인은 어떻게 했는데?” 박 이사가 잠시 멈칫하더니 답했다. “본인 대면 확인입니다.” “본인 대면?” “네. 인도 기록에 따르면, 인수자가 이지안 본인임을 증명하며 제주도 인도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현장에서 신분증을 대조하고 인도 확인서에 서명했으며, 보안 요원이 전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나는 회사 회의실에 있었는데, 제주도에서는 또 다른 내가 10억짜리 황금을 받아 갔다고? 심지어 영상 기록까지 있다고? 나는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하지 않고, 강준우와 예약해 두었던 제주도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제주 해풍 리조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약 확인 좀 하려고요. 사흘 전, 이지안이라는 이름으로 체크인한 손님이 있나요?” 잠시 후 상담원이 대답했다. “네, 고객님. 이지안 고객님 명의로 사흘 전 오후에 체크인하셨고, 현재 오션뷰 스위트룸에 투숙 중이십니다.” “체크아웃은요?” “아직 안 하셨습니다. 현재 투숙 상태로 확인됩니다.” 그곳에 또 다른 이지안이 있다. 진짜 나는 여기 서 있는데. 그 여자는 누구지? 그리고 강준우는 어디에 있는 거지? “본인 대면 인도였다며? 영상 기록도 남겼다며? 그거 당장 보여줘.” “이지안 씨, 인도 영상은 보안 요원과 협력 업체 정보가 담겨 있어 공개가 곤란…” 나는 휴대폰을 치켜들었다. “지금 이 상황 다 녹화하고 있어. 본인 명의 주문의 인도 영상을 확인하겠다는데 거부한다? 박 이사님, 감당할 수 있겠어?” 그녀가 태블릿을 뺏으려 손을 뻗었지만, 내가 한발 빨랐다.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버렸다. “손대지 마. 이미 찍었으니까. 만약 지금 이걸 뺏거나 삭제하면 증거 인멸로 간주하고 경찰, 법원, 그리고 당신들 본사까지 이 영상 다 뿌릴 거야. 아, 저기 구경하는 손님들한테 보내줘도 되겠네?” 보안 요원이 다가오려다 멈췄다. 그녀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경고하는데, 내부 자료 무단 유포 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겁니다.” “유포 안 해. 증거 보존용이지. 당장 영상 틀어.” 박 이사는 결국 비밀번호를 입력해 인도 영상 폴더를 열었다. 몇 개의 영상과 캡처 화면들이 떴다. 나는 숨 쉬는 법조차 잊은 채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영상 속 배경은 해풍 리조트 로비였다. 통유리 너머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제주 바다가 보였다. 화면 왼쪽에 강준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인도 확인서에 서명하더니, 직원으로부터 10억 상당의 ‘용봉정상’ 세트를 건네받았다. 영상의 소리가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이지안 고객님, 물건 확인 끝났습니다. 수령 확인 부탁드립니다.” 여자가 고개를 들며 카메라 쪽으로 반측면 얼굴을 보였다. 나는 수축하는 동공으로 그 얼굴을 응시했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