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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에 당첨되어 죄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전생의 도현이는 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했다. 내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오만한 재벌가 아가씨의 굴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
Chương (1)
第1章
전생의 도현이는 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했다. 내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오만한 재벌가 아가씨의 굴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노리개가 되었다. 오직 나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그 결정이 결국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을. 나는 그 아가씨의 친구이자, 이 바닥의 '황태자'라 불리는 강태준의 손에 떨어졌다. 그 은밀한 방에 갇혀 밤낮으로 그에게 짓밟히고 유린당했던 기억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돌아왔다. 도현이가 자존심을 꺾고 그 아가씨의 발밑으로 기어 들어가려던 바로 그날로.
옆에서는 전생의 수많은 밤, 나를 품에 안고서 잔인하게 유린하던 그 소년, 강태준이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불에 기름을 붓듯 비아냥거렸다.
“등록금 낼 돈도 없으면서 자존심은 챙기고 싶나 보지?”
이번에는 결코 비극이 반복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떨리는 도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삭였다.
“도현아, 내가 말 안 한 게 있는데... 나 복권 당첨됐어. 우리 이제 등록금 걱정 안 해도 돼.”
1
“서도현.”
강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채영이가 너 봐주겠다잖아.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기회인지 몰라?”
그 익숙하고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안색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갔다. 이내 태준의 방만하고 나른한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태준은 나를 무심하게 훑어보고는 시선을 거두며 이채영에게 물었다.
“너는 저런 허여멀건 놈이 왜 좋다는 거야?”
지금의 태준은 아직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저 제 친구가 원하는 ‘장난감’을 손에 쥐여주는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이채영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원래 저렇게 콧대 높은 애들이 꺾는 맛이 있거든.”
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도현이 내 곁에 서 있었다. 세탁을 너무 많이 해 하얗게 바랜 교복 너머로 그의 가늘고 단단한 체구가 느껴졌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슬그머니 나를 쳐다봤다.
나 역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찰나의 순간 속에 과거의 잔상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전생의 나는 도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태준의 명령에 순종하며 버텼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도현의 눈동자는 점점 빛을 잃고 탁해져 갔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에 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하윤아, 너 왜 이렇게 또 말랐어? 밥 좀 잘 챙겨 먹어. 나 보러 자꾸 입국하지 말고, 너는 네 갈 길 가야지.”
그럴 때면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그를 안아주며 코끝이 찡해진 채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 돌아서서 다시 그 은밀한 감옥 같은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 안 가득 채운 모니터에는 360도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된 도현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었다. 화면 속 도현은 내가 떠난 자리에 홀로 서서 지독한 고독을 견디고 있었다.
그 화면 앞에 이채영과 강태준이 앉아 있었다. 차가운 블루라이트가 그들의 얼굴을 비췄고, 두 사람의 표정은 하나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채영이 무표정하게 내게 물었다.
“방금 어느 손으로 쟤 만졌어?”
강태준이 눈꺼풀을 치켜뜨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내 사람은 내가 알아서 해. 네가 훈수 둘 일 아니야.”
이채영은 코방귀를 뀌며 방을 나갔다. 아마 또 도현이를 괴롭히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강태준은 천천히 내게 다가와 가느다란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늘하게 읊조렸다.
“정말 눈물 나는 순애보네. 나와 채영이가 너희를 갈라놓은 악당이라도 된 기분이야.”
2
그리고 지금, 상황은 전생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채영이 생글거리며 다가왔다.
“도현아, 나 좀 좋아해 봐. 나 예쁘고 돈도 많잖아. 네 옆에 있는 저 촌스러운 소꿉친구보다 내가 백배는 낫지 않아?”
채영이 반짝이는 네일아트가 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도현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차갑게 응수했다.
“네가 감히 누구랑 비교를 해?”
이채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남자들은 다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거야?”
강태준이 지루하다는 듯 나를 훑어보더니 한마디 던졌다.
“무색무취. 딱히 매력 없는데.”
그의 평가였다. 이채영은 그제야 기분이 좀 풀린 듯했다.
“태준아, 저 기집애 좀 치워줘. 나 도현이랑 할 말 있어.”
태준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내게 다가왔다. 도현의 등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그는 나를 등 뒤로 숨기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손대지 마.”
태준이 도현을 향해 턱을 까딱거리며 혀를 찼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안하윤 얘 해외 교환학생 선발됐다며? 갈 돈은 있고?”
그 말을 알아들은 채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야, 강태준. 도현이한테 줄 돈은 있어도 쟤 줄 돈은...”
태준이 무심하게 채영을 바라보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도현의 등 뒤에 가려진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교복 끝자락을 꽉 쥐었다. 수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내 눈앞의 선명한 현실이었다.
느긋하게 손톱을 정리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이채영의 미소...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는 강태준의 그 새카만 눈동자.
다행히 지금 그 눈빛엔 권태와 오만함뿐이었다.
지독한 정적 속에서, 나는 도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도현아, 잊어버리고 말 안 한 게 있는데... 나 복권 당첨됐어. 우리 이제 등록금 낼 수 있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쌍의 시선이 화살처럼 꽂혔다.
도현이 멈칫하더니, 내 손을 꽉 맞잡았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이끌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안도감이 밀려왔지만, 왠지 모를 불안함이 엄습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다고.
3
그날 밤, 나는 악몽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헤집어지고 유린당했다. 목이 쉴 때까지 울며 빌었다.
‘증오해, 당신이 죽도록 미워...’
그러면 나른하고 만족감에 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증오? 사랑이 깊으면 증오가 되는 법이지. 베이비, 나를 따라 해 봐. 사랑한다고.”
나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그는 더 이상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나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서도현이 왜 널 그렇게 아꼈는지 알겠네. 너,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숨이 막혔다. 영원히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은 질식감.
나는 번쩍 눈을 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고요한 밤이었다. 내가 누워 있는 곳은 청담동의 화려한 펜트하우스가 아니었다. 낡은 빌라촌, 한 평 남짓한 방에 놓인 딱딱한 싱글 침대 위였다. 차가운 황금 쇠사슬이 걸려 있던 그 부드럽고 사치스러운 침대가 아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눈을 내리깔았다.
이채영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도현에 대한 집착은 병적이었다.
전생에 태준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무심하게 말하곤 했다.
“이채영 걔, 또 그 새끼 때문에 정략결혼 깼다더라.”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내 턱을 잡아 강제로 눈을 맞추게 했다.
“이채영은 서도현을 위해서 집안이랑도 등져. 서도현이 비위만 맞춰주면 이채영은 뭐든 다 해줄 거야.”
“그런데 너는? 넌 서도현을 위해 뭘 할 수 있지?”
“넌 아무것도 못 해. 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내가 답이 없자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낮게 웃더니 나를 품에 안았다.
“근데 상관없어.”
“내 말만 잘 들으면, 나도 너한테 뭐든 다 해줄 수 있으니까.”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그가 내 눈꺼풀에 입을 맞추었다.
“목소리 다 쉬었네. 물 떠다 줄게.”
나는 그의 팔을 붙잡고 그 검은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나를 놔줘요. 그리고 이채영한테 서도현도 놓아주라고 해요.”
태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서슬 퍼런 안광만이 남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채영이 동의한다면, 나도 그러지 뭐.”
그는 내 앞에서 이채영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을 켰다.
“야,” 태준이 소파에 길게 몸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우리 그냥 저 가여운 원앙 한 쌍 방생해주면 안 되냐?”
나는 옆에 앉아 등을 팽팽하게 세운 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채영이 코웃음을 쳤다.
“너 벌써 질렸어?”
태준이 나를 힐끗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어, 질리네.”
“난 안 질렸는데.” 채영이 톡 쏘아붙였다. “네가 질렸으면 걔한테 돈이나 좀 쥐여주고 치워버려. 자꾸 서도현 눈앞에 알랑거리는 거 꼴 보기 싫어 죽겠으니까.”
태준이 비릿하게 웃었다.
“원앙은 짝이 맞아야 그림이 사는 법인데.”
채영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했다고 사랑 타령이야? 똑똑히 들어. 나 죽어도 서도현 안 놓아줘!”
전화가 끊겼다. 넓은 거실엔 정적만이 감돌았다.
태준은 휴대폰을 카페트 위로 던져버렸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지독하게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어쩌나. 네 소꿉친구가 내 소꿉친구 마음에 쏙 드나 봐.”
“너는 왜 나를 그렇게 만족시키지 못할까?”
“이리 와. 안아줘.”
4
나는 슬리퍼를 신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문을 열고 멍한 표정으로 맞은편 집을 바라보았다.
낡은 복도등이 가물거렸다. 새벽 두 시였다.
도현이는 자고 있겠지.
그런데 맞은편 문너머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오던 도현이 나를 보고 멈칫했다.
“너...”
“나 악몽 꿨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모습이 한심해 눈물을 닦으며 변명하듯 덧붙였다.
“요즘 시험 기간이라 스트레스가 심했나 봐. 꼴이 말이 아니네.”
도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쓰레기 봉투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손을 씻고 다시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도현은 서툰 솜씨로 내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다.
“배고파?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세탁세제 향기에 눈물이 다시 터졌다. 나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 돈 있어... 다른 사람 돈 필요 없어. 도현아, 제발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그때, 계단 아래에서 나른하고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다고. 이따가 잡아다 줄 테니까.”
“둘이 사귈 거였으면 벌써 사귀었겠지, 뭘 걱정해? 서도현이 널 안 좋아하는데, 쟤라고 딱히 좋아하겠냐?”
다음 순간, 그 목소리가 뚝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