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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보모
우리 집 가사 도우미가 얼마 전 임신을 했다. 어제 저녁, 그녀는 무려 밀키트로 대충 차린 밥상을 내 앞에 내밀었다. 한마디 하려던 찰나, 그녀가 선수...
Chương (1)
第1章
우리 집 가사 도우미가 얼마 전 임신을 했다.
어제 저녁, 그녀는 무려 밀키트로 대충 차린 밥상을 내 앞에 내밀었다. 한마디 하려던 찰나, 그녀가 선수치듯 투덜거렸다.
“대표님,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마세요. 지금은 제가 절대 안정이 필요한 시기잖아요.”
나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서른다섯,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첫 아이라니 노산인 셈이다. 그 사정을 생각해 일단은 그냥 넘기기로 했다. 마침 계약 기간도 끝났기에, 그날로 밀린 급여를 전부 정산해 주며 태교에 전념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런데 돈을 건네받은 그녀가 대뜸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우리 집 평면도였다.
그녀는 도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당당하게 말했다.
“대표님, 이 집에 빈방도 많은데 제가 다 계획을 세워뒀거든요.”
“2층 남향 방은 채광이 좋으니까 나중에 우리 아들 방으로 쓸 거고요.”
“1층엔 피아노 놓을 자리를 만들고, 옆엔 놀이방을 꾸밀 생각이에요.”
심지어 그녀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
“제가 이제 몸이 무거워서 요리는 못 하니까, 저 수발들어 줄 도우미 한 명 더 고용해 주셔야겠어요.”
기가 막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여자가 지금 우리 집을 공짜 산후조리원쯤으로 아는 모양이다.
……
1
“우리 엄마가 며칠 뒤에 올라오시거든요. 노인네라 잠귀가 밝아서 그런데, 대표님이 안방 좀 양보해 주세요. 대표님은 며칠만 거실 소파에서 적당히 주무시면 되잖아요.”
“아, 안방 침구도 좀 바꿔야겠어요. 우리 엄마가 핑크색은 천박하다고 싫어하시거든요. 좀 중후한 짙은 색이 낫겠어.”
나는 물티슈를 한 장 뽑아 천천히 손을 닦으며 비스듬히 웃어 보였다.
“이 넓은 빌라에 방이 그렇게 많은데, 집주인인 나는 잘 곳이 없다는 건가?”
그녀는 내 안색을 살피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아니, 대표님 귀 먹었어요? 아님 바보예요?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냐고요.”
“이 방들은 다 내 계획이 있다니까요. 대표님까지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계획성이 없다니까. 내가 이 집 구조를 완벽하게 짜놨으니까 대표님은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요.”
계획성?
집주인인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남의 집을 제멋대로 배치하는 게 그놈의 계획성인가.
나는 굳이 말싸움을 이어가지 않았다. 괜히 화를 냈다가 태동이 어쩌고 하며 나를 가해자로 몰아세울까 봐 겁이 났다. 나는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내 그녀 앞에 던졌다.
“계약 끝났고, 월급도 다 입금했어. 문은 저쪽이니까 당장 나가서 집에서 태교 하든 말든 알아서 해.”
명백한 축출 명령이었음에도 그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아, 맞다. 문 얘기하니까 생각났네. 이 집 현관문 말이에요, 외문이라 우리 아기 기운에 안 좋대요. 제가 업체 알아봐 놨으니까 양개형 호화 대문으로 바꿔요. 그래야 복이 들어오지. 견적이 오천만 원 정도 나왔는데, 입금 잊지 마세요.”
그녀는 손짓 발짓까지 섞어가며 들뜬 표정으로 떠들어댔다. 눈에는 탐욕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나는 탁자를 똑똑 두드려 환상에 빠진 그녀를 깨웠다.
“미란 씨, 당신이 말한 그 어떤 것도 허락할 생각 없어. 첫째, 여긴 내 집이야. 둘째, 계약은 끝났고 월급도 단돈 일 원 한 장 빠짐없이 지급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가.”
내 눈빛이 차갑게 식자 김미란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쾅 소리가 나게 식탁을 내리쳤다.
분노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구다혜, 너 지금 제정신이야? 내가 1년 동안 네 수발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공은 몰라도 고생한 건 알아줘야 하는 거 아냐?!”
“난 그저 여기서 편하게 태교 좀 하고, 우리 아들 성인 될 때까지 키우고, 우리 엄마 모셔서 노후 대접 좀 해드리겠다는 것뿐인데! 돈도 많은 년이 그것도 못 봐줘?!”
“나같이 정 많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 집이 네 집이라고? 야, 네가 이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돼?”
“난 하루 24시간 내내 여기 있었다고! 정으로 따지자면 여기가 우리 집이지, 네 집이야?”
기가 막히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김미란은 거실을 휘둘러보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저 샹들리에 봐, 내가 하루에 세 번씩 닦았어. 저 대리석 바닥? 내가 매일 무릎 꿇고 광낸 거야…….”
소름이 돋았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 집을 자기 소유라고 믿고 있었다. 이런 광인과 엮여봤자 좋을 게 없었다. 나는 곧장 보안실로 전화를 걸었다.
“B구역 11동 입주민입니다. 지금 집에 무단침입자가 있어서요. 지금 바로…….”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내 휴대폰을 낚아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잔인하게 짓밟아 박살을 냈다.
“전화질이야, 어디서!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아? 남의 휴식을 방해하고 난리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휴대폰을 주우려 그녀를 밀치려 하자, 김미란이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임신한 거 안 보여?”
뻗으려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김미란은 배를 쓰다듬으며 비릿한 눈길로 나를 훑었다.
“아들, 착하지? 우린 저런 감정 조절 못 하는 괴물이랑은 놀지 말자. 나중에 교양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밤늦게 사람 불러서 남들 잠 깨우는 것 좀 봐. 겉으로는 말 안 해도 뒤에서는 다들 욕할걸?”
나는 냉소했다. 내 뒤에서 욕하는 건 너뿐이겠지.
“내가 한 달에 관리비만 오백만 원을 내. 보안 요원들이 출동하는 건 그들의 정당한 업무고, 내가 너한테 월급 삼백만 원을 준 건 집을 치우고 나를 돌보는 게 네 일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넌 이제 해고야. 임신부라는 사실을 고려해서 신체 접촉은 피할 테니까, 곱게 짐 싸서 나가.”
2
“뭐?”
김미란은 발작이라도 일으킨 듯 비명을 질렀다.
“왜 쟤네는 오백만 원이고 나는 삼백이야!”
“구다혜, 너 남자에 환장했구나? 보안 요원들이 남자라고 돈 더 주는 거지? 이 불결한 년, 너 같은 년은 이런 좋은 집에 살 자격도 없어.”
“여자끼리 도와야 한다는 말 몰라? 나 지금 임신해서 이렇게 연약하고 무력한데, 왜 나를 안 도와줘?”
“안 되겠어. 평면도 다시 짜야겠네. 넌 이제 소파에서 잘 자격도 없어. 그냥 당장 나가!”
할 말을 잃었다. 분노를 넘어 허탈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내쫓고 싶었지만, 도대체 이런 인물을 어디서 구해온 건지 가사 도우미 업체 사장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펜을 들고 도면 위에 멋대로 선을 긋고 지우며 중얼거렸다.
“이 방은 우리 아들 방, 안방은 내가 쓰고, 드레스룸 옷들은 내 사이즈에 맞춰서 수선하고…… 지하실 짐들은 싹 다 내다 팔아야지.”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제 소유로 만들 셈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쥐고 있던 도면을 뺏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충격에 휩싸인 그녀의 눈앞에 대고, 나는 그대로 그녀의 뺨을 갈겼다.
찰싹!
계획은 네 할머니나 가서 세우시지!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뺨을 감싸 쥐고 나를 노려봤다.
“너 지금 나 쳤어? 나 ‘골드 클래스’ 도우미야! 내 얼굴이 업계의 자존심이라고!”
“쳤다, 왜? 마음 같아선 발로 차서 내쫓고 싶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보안 팀장이 대원들을 데리고 뒤늦게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구 대표님. 정문에 소란이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나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자가 무단침입 중입니다. 밖으로 끌어내 주세요. 임신 중이니까 조심하시고요.”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놓으라고! 나 임신했단 말이야!”
사람들이 몰려오자 김미란은 겁을 먹은 듯했으나, 이내 배를 내밀며 보안 요원들에게 돌진했다.
“똑똑히 봐! 우리 집 대를 이을 귀한 아들이라고! 내 아들한테 털끝 하나라도 문제 생기면 니들 다 가만 안 둬!”
보안 요원들은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공간이 생기자 그녀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아들한테 좋은 환경 좀 만들어주겠다는데 아무도 몰라주네! 세상천지에 이런 법이 어딨어!”
“대표님, 이건 좀…….”
보안 팀장도 난처한 듯 나를 쳐다봤다.
“김미란 씨, 경찰 부를 거야.”
“불러! 부르라고! 네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남자에 미친 년인지 온 세상이 다 알게 해줄 테니까!”
나는 차가운 눈으로 보안 팀장의 휴대폰을 빌렸다. 번호를 누르려는데, 김미란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가요.”
전화를 끊은 김미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여긴 내 집이야. 내가 반드시 다시 돌아올 줄 알아.”
쉽게 포기할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나는 보안 팀장에게 그녀를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밤을 꼬박 새워 그녀의 짐을 문밖에 내놓았다. 보조 휴대폰을 꺼내 유심을 갈아 끼우고 간단히 업무를 처리한 뒤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보조 휴대폰은 99개가 넘는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로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중 90개가 김미란의 것이었다.
[구다혜, 어제 보안 요원 시켜서 우리 엄마 문밖에 세워둔 거 너지?]
[노인네가 낯선 곳에서 떨다가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너 선량하게 좀 살아라.]
[죽은 척하지 마. 여긴 내 집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서 발 뻗고 자!]
메시지를 다 확인하기도 전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구다혜, 너 눈 뼜어? 내가 밤새 잠도 못 자고 연락했는데 감히 잠이 와?”
“나랑 우리 엄마 지금 단지 정문 앞이야. 당장 기어 나와서 우리 모셔가. 그리고 안방 핑크색 침구 당장 치워. 우리 엄마 속 뒤집어지니까.”
뚝.
끊기 직전, 그녀가 제 어머니에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걱정 마, 엄마. 3초 안에 튀어나올 거야. 내 말이라면 껌벅 죽는 년이니까.”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올해 들어 들은 가장 황당한 농담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리고 여유롭게 준비를 마친 뒤, 팟캐스트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운전대를 잡고 정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김미란과 그녀의 어머니가 보안 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배를 내밀고 ‘천하무적 임신부’ 행세를 하며 말이다. 내 차가 다가오자 어떤 요원은 경례를 했고, 어떤 요원들은 김미란 모녀를 필사적으로 막아 세웠다. 김미란이 비명을 질러대도 요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정작 그녀의 어머니는 뒤에 숨어 가느다란 눈으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무심히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중요한 계약이 있는 날이다. 이런 데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엑셀을 밟아 정문을 통과하려는 찰나,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몸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등받이에 부딪힌 충격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이고오! 내 허리야!”
“엄마! 엄마 괜찮아? 야, 이 눈 먼 년아!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보안 팀장이 급히 달려와 상황을 살폈다. 오늘 이 난리를 끝내지 않으면 평생 따라붙을 기세였다. 나는 먼저 119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한 뒤 차에서 내렸다.
3
김미란은 제 어머니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보안 팀장이 난처한 듯 달랬다.
“미란 씨, 일단 좀 진정하세요. 어머님 의식 있으시고, 구 대표님 차랑은 2미터나 떨어져 있었어요.”
“저 년이 우리 엄마를 쳐서 날려 보낸 거 안 보여? 너도 저 년한테 돈 오백씩 받으니까 한패가 돼서 편드는 거지?”
“구다혜 저 독한 년이랑 너희랑 다 똑같아! 아예 우리 엄마를 쳐 죽일 작정이었지?”
차 앞머리를 살폈다. 접촉 흔적조차 없었다. 내가 다가가자 김미란이 달려들어 내 멱살을 잡았다.
“만족해? 우리 엄마 죽이니까 만족하냐고!”
“태교에 안 좋으니까 너 같은 거랑 엮이기 싫은데,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나는 바닥에서 엄살을 부리며 인상을 쓰는 노인을 가리켰다.
“어머님 멀쩡히 살아 계시잖아.”
어떻게 자기 엄마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저럴 수 있을까.
“너 정말 잔인하다! 노인 몸이 얼마나 약한데! 우리 엄마 잘못되면 나도 죽고 우리 아들도 죽을 거야!”
나는 눈을 찌푸리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했다. 노인이 아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김미란이 엄마를 안고 있다가 대뜸 손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기 때문이다. 나는 CCTV를 가리키며 팀장에게 물었다.
“작동 잘 되고 있죠?”
보안 팀장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네, 360도 사각지대 없는 고화질 카메라 5대가 전부 녹화했습니다.”
김미란의 눈빛이 살의로 번뜩였다.
“하! 너 미리 계획했구나? 카메라 설치하고 보안 요원들이랑 짜고 사람 쳐놓고 뻔뻔하게 발을 빼?”
참다못한 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말씀 삼가세요. 이 단지 CCTV는 준공 때부터 입주민 안전을 위해 설치된 겁니다. 당신 생각만큼 사적인 의도 따윈 없어요.”
김미란은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고작 경비 서는 주제에 저 년한테 오백만 원 받으니까 개가 되기로 했니?”
“내가 육백 줄 테니까 지금 무릎 꿇고 짖어봐. 그럼 들어줄게.”
“당신!”
팀장은 분함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나는 마지막 인내심을 끌어모아 경고했다.
“김미란 씨, 당신의 모든 행동은 녹화됐어. 경찰서 가면 사기 미수에 명예훼손까지 추가될 거야.”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적당히 해. 나중에 자식 앞길 막고 싶지 않으면.”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바닥에 누워 있던 김미란의 엄마가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 다리야! 내 다리 붙어 있냐? 미란아, 미란아 어디 있어? 엄마 눈이 안 보여! 우리 손주는 무사하냐?”
김미란은 바닥에 주저앉아 엄마의 손을 제 배 위에 올렸다.
“엄마, 억울해서 어떡해. 우리 아기는 괜찮아. 그냥 세상이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거지!”
모녀가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대원이 내려 노인을 살폈다.
“어르신, 다치신 데 없으세요. 땅 차가우니까 일어나세요.”
“말도 안 돼! 우리 엄마가 2미터나 날아갔는데 괜찮다니? 당신 어느 병원이야? 내 당장 민원 넣을 거야!”
김미란이 으름장을 놓자 다른 대원이 다시 한번 꼼꼼히 살폈다.
“어머님, 정말 아무 이상 없으세요. 천만다행 아닙니까?”
“너희들 진짜 구급대원 맞아? 알겠다, 너희도 구다혜가 고용한 배우들이지? 저 년이 너희한테도 오백 줬어?”
“내가 칠백 줄 테니까 나랑 같이 연기해! 당장 제일 비싼 장비 다 가져와서 검사하라고!”
구급대원들은 황당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라는 표정이었다. 그사이 나는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김미란이 막무가내로 날뛰자 경찰이 신분증을 내보이며 엄중히 경고했다.
“가서 CCTV 확인하겠습니다.”
모니터 속에는 보안 요원들이 방심한 틈을 타 김미란의 엄마가 내 차 앞으로 쏜살같이 뛰어드는 장면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다섯 개의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김미란 씨, 상황 파악 끝났습니다. 고의적인 자해 공갈은 범죄입니다. 이번엔 훈방 조치하겠지만 다음부턴 국물도 없습니다.”
경찰이 영상을 복사하고 떠나려 하자 김미란이 길을 막아섰다.
“해결 안 됐는데 어딜 가요!”
“당신들은 생각 안 해봤어? 왜 우리 엄마가 하필 저 년 차에 뛰어들었는지?”
김미란의 엄마가 비틀거리며 경찰 앞으로 다가갔다.
“사실대로 말할게. 저 년이 치려고 했던 건 내가 아니라 내 딸이야!”
“우리 미란이 아직 미혼인데, 배 속의 아기가 사실 저 구다혜 남편 자식이거든!”
그러더니 김미란이 내 코앞에 집문서 하나를 들이밀었다.
“구다혜, 이 집 진짜 주인은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