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레고 세트 때문에 내 결혼 생활이 망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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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레고 세트 때문에 내 결혼 생활이 망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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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첫째 서준이의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나는 앞뒤 재지 않고 아이를 들쳐업고 응급실로 달렸다. 간호사가 아이의 가느다란 팔에 바늘을 ...

Chương (1)

第1章

새벽녘, 첫째 서준이의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나는 앞뒤 재지 않고 아이를 들쳐업고 응급실로 달렸다. 간호사가 아이의 가느다란 팔에 바늘을 꽂을 때,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게 울었다. 간호사는 "주사 잘 맞으면 엄마가 선물 사주실 거야"라며 다정하게 아이를 달랬다. 그 소리에 서준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이는 내 옷자락을 꽉 쥐며 레고 로봇을 사달라고 졸랐다. 평소 같으면 너무 비싸다며 타이 렀겠지만, 아이는 억울한 듯 입술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아빠가 동생한테는 사줬단 말이야……." 주변 학부모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나는 당혹감을 누르며 알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아의 열이 좀 내린 뒤, 나는 아이의 눈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준아, 아빠한테 동생이 있어? 어떤 동생이야?"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응,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는 동생! 저번에 봤어." 남편 민우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병원에 나타났다.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지만, 내가 아이의 말을 전하자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상사네 아이일 거야. 서준이가 착각했나 보네"라며 어설프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상사네 아이'에게 줄 선물이라며 레고 박스를 들고 곧장 남편 상사의 집으로 향했다. 1 문을 열어준 여자는 실크 소재의 홈웨어를 걸치고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화장,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묘한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 "누구시죠?"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문을 완전히 열어주지도 않았다. "안녕하세요. 박민우 팀장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나는 손에 든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댁의 아이가 레고를 좋아한다고 들어서요. 서준이 것 사는 김에 하나 더 샀습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몸을 비켜 나를 안으로 들였다. "애는 할머니랑 밑에 놀이터 갔어요. 편히 앉으세요." 그녀가 건네준 물컵에는 성의가 없었다. "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죠? 민우 씨가 알려주던가요?" 나는 컵을 받아 쥐며 대답했다. "예전에 민우 씨가 고향에서 온 유정란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주소를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기억해뒀죠."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맛있더군요. 마음 써줘서 고마워요." 나는 태연하게 거실을 훑었다.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엔 장난감이 가득했는데, 하나같이 최고급 브랜드였다. 거실 한구석에는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장난감 몇 개가 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어젯밤 서준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그 레고 로봇이었다. 앉은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박민우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가 내뱉은 첫마디는 비난이었다. "어제 말했잖아, 애가 헛소리한 거라고! 어떻게 나를 이렇게까지 못 믿어?"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차분하게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서준이가 어제부터 계속 레고 로봇 타령을 하길래, 혹시나 잘못 살까 봐 확인하러 온 거야." "온 김에 강 팀장님 아이 선물도 좀 챙기고. 평소에 우리 남편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드릴 겸." "그런데 팀장님이 이렇게 미인이시고 능력까지 좋으실 줄은 몰랐네." 민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애가 갖고 싶어 하면 나한테 말하면 되지, 내가 안 사주겠어?" "연락도 없이 강 팀장님 쉬시는데 찾아오고, 이게 무슨 실례야." 그 말을 듣던 여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해해요, 박 사모님. 엄마라면 아이 일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죠." 그녀는 구석에 놓인 장난감을 무심하게 곁눈질했다. "민우 씨가 선물해준 저 레고, 우리 애는 벌써 질렸는지 거들떠보지도 않네요. 공간만 차지하는데, 사모님 괜찮으시면 가져가서 서준이 주실래요? 나름 비싼 건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저었다. "아뇨, 사양할게요. 그렇게 금방 질려버릴 물건이라면 우리 집에선 그냥 쓰레기일 뿐이니까요." 뼈 있는 내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볼만해졌다. "볼일 다 봤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여보, 가자." 일어서는 찰나, 식탁 의자 등에 걸쳐진 남편의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소매 끝에 삐뚤빼뚤하게 달린 단추. 며칠 전 내가 대충 꿰매주었던 바로 그 단추였다. 모른 척 문을 나섰다. 민우가 뒤따라 나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레고는 동료들이랑 같이 돈 모아서 보낸 거야. 난 기억도 안 났어. 오해하지 마." "서준이가 갖고 싶다면 내가 퇴근길에 제일 신상으로 사갈게."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설명 안 해도 돼. 여자 상사가 혼자 애 키우며 일하는 게 어디 쉽겠어? 부하 직원으로서 챙기는 건 당연한 거지." 그제야 민우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여보, 오해 안 해서 다행이야. 선물은 이따 저녁에 사 갈게." 민우를 보낸 뒤, 나는 오늘 본 모든 상황을 변호사에게 전송했다. 오후, 어린이집에서 서준이를 데려오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준아, 아빠가 오늘 새 레고 로봇 사 오신대. 좋지?" 서준이는 세상을 다 얻은 듯 방방 뛰었다. "와! 나도 이제 동생이랑 똑같은 거 생겼다!" 가슴 한구석이 아릿했다. "그렇게 좋으면 진작 사달라고 하지 그랬어?" 서준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할머니가 아빠 돈 벌기 힘들대. 장난감은 하나만 있으면 된댔어." "동생은 나보다 어리니까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고…… 동생이 다 놀고 나면 나 주겠다고 하셨단 말이야." 2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 "서준아, 할머니랑 동생은 언제 봤어?" "아빠랑 케이크랑 아이스크림 먹을 때! 할머니랑 동생이랑 아줌마랑 다 같이 있었어." "아이스크림 진짜 맛있었는데, 아빠가 비밀이래. 엄마한테 말하면 다시는 안 사준다고……." "그래도 나 딱 세 번만 먹고 참았어. 엄마, 내일은 나 아이스크림 사주면 안 돼?" 세 살배기 아이의 말은 두서가 없었지만, 나는 그 파편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췄다. 누군가 심장을 꽉 쥐어짜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아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우리 서준이 먹고 싶은 거 엄마가 다 사줄게." 제 발 저린 도둑처럼, 민우는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 손에는 최신상 레고 로봇이 들려 있었다. 그는 평소 하지도 않던 요리까지 하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바스를 만들었다. 식사 후에는 서준이와 함께 유치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채울수록 내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동안 야근이다, 출장이다 핑계를 대며 우리 삶에서 얼마나 자주 도망쳤던가. 우리 세 식구가 이렇게 둘러앉아 밥을 먹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잠들기 전, 서준이는 내 손등에 얼굴을 부비며 눈을 빛냈다. "엄마, 오늘 아빠랑 로봇 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해서 너무 행복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랑 매일 같이 있는 건 안 행복해?"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진지하게 대답했다. "행복하지! 근데 아빠는 힘이 세서 비행기도 태워주잖아." "아빠가 동생만 맨날 태워주고 나는 안 해준 지 오래됐거든." "그래도 오늘부턴 매일매일 태워준다고 약속했어. 나 아빠랑 엄마랑 영원히 같이 살고 싶어." 낮에 보았던 강 팀장이 떠올랐다. 아이 아빠가 얼마나 다정한지, 밤샘 근무 중에도 시간을 내서 공원 산책을 시켜준다고 은근히 자랑하던 그녀의 목소리.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서준이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내 손끝이 떨렸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느새 잠이 든 서준이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꿈속에서도 아마 아빠와 비행기 놀이를 하고 있겠지. 샤워를 마치고 나온 민우가 뒤에서 나를 껴안으려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굳혔다. "피곤해, 일찍 자자. 오늘 서준이랑 놀아주느라 힘들었잖아." 그는 별말 없이 하품을 하더니 2분도 안 되어 깊은 잠에 빠졌다. 익숙한 코골이 소리가 오늘따라 소름 끼치게 혐오스러웠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뜨고 밤을 지새웠다. 낮에 나는 그에게 묻지 않았다. 어떻게 상사네 집 비밀번호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누르고 들어갔는지. 그의 발에 딱 맞았던 그 집의 남성용 슬리퍼도 모른 척했다. 확실한 증거를 모아 이혼하겠노라고, 그를 중혼죄로 고소해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잠들기 전 서준이가 했던 말이 자꾸만 발목을 잡았다. 세 살. 한창 아빠의 사랑이 필요한 나이다. 박민우가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우리 서준이는 어떡해야 할까. 오늘 저렇게 행복해했는데…….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변호사의 메시지였다. [강혜진 씨 아이의 출생 신고서 확인했습니다. 부친은 박민우 씨로 등록되어 있네요. 아이는 세 살이고, 태어날 때부터 박민우 씨 부모님이 돌봐온 것으로 보입니다. 생일은…….] 휴대폰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이의 생일은 서준이보다 고작 이틀 늦었다. 어쩐지 시부모님이 서준이 생일을 자꾸 헷갈려 하시더라니. 매번 이틀씩 앞당겨 축하 문자를 보내던 그 기괴한 행동들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시부모님이 몸이 안 좋아서 아이를 봐줄 수 없다던 남편의 말도 전부 거짓이었다. 그들에게 진짜 가족은 강혜진과 그 아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서준이는 대체 그들에게 무엇이었을까. 3 그날 이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나 자신을 단단히 다져나갔다. 직장 생활을 하고는 있었지만 수입은 민우보다 적었다. 지난 2년간 육아에 치여 커리어도 정체된 상태였다. 서준이의 양육권을 지키려면 내가 강해져야만 했다. 민우가 다시 출장을 핑계로 집을 비울 때도 나는 묻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짐 가방을 챙기다 내 것이 아닌 여자 속옷을 발견했을 때도 눈을 감았다. 오히려 조급해진 건 그쪽이었다. 밤마다 전화벨이 울려 그를 불러냈고, 그는 급한 회사 일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그저 몸 조심하라며 다정하게 배웅할 뿐이었다. 민우는 아무 의심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죄책감 때문인지 퇴근 후 서준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서준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내 심장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서준이 어머니, 서준이 할머님이 벌써 데려가셨는데요? 아버님께 말씀 못 들으셨어요?" 시부모님께 단 한 번도 서준이를 맡긴 적이 없었다. 그들은 늘 서준이에게 서늘하리만치 무관심했으니까. 다급하게 민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시부모님의 전화기도 묵묵부답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거는 손이 사정없이 떨렸다. 변호사는 진정하라며, 분명 강혜진이 시부모를 시켜 서준이를 데려가 민우를 압박하려는 것일 거라 말했다. 공포와 분노를 억누르며 강혜진의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기도 전, 복도 끝까지 서준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난도질했다. 나는 미친 듯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강혜진! 문 열어!" "내 아들 건드리기만 해봐, 너 죽여버릴 거야!"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곳에서 마주한 광경에 나는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시어머니가 플라스틱 장난감을 들고 서준이의 손등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어디 동생 장난감을 뺏어! 버릇없게!" "할머니가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가르쳤어, 안 가르쳤어? 이 배운 데 없는 것!" 서준이는 겁에 질려 꼼짝도 못한 채 벌겋게 부어오른 손을 감싸고 울고 있었다. "서준이 안 그럴게요…… 할머니 때리지 마세요…… 아파요……." 강혜진은 소파에 앉아 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그 모습을 서늘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으로 달려가 서준이를 끌어안았다. "서준아, 괜찮아. 엄마 왔어." "엄마…… 엄마…… 아파……." 아이는 퉁퉁 부은 작은 손을 내밀었다. "엄마, 호 해줘…… 너무 아파…… 으아앙." 서준이는 숨을 헐떡이며 내 품에서 파르르 떨었다. 아이를 달래는 내 눈에서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미어졌다. 시어머니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어머, 지원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니?" "민우 퇴근할 때까지 우리 애들이랑 같이 좀 놀리려고 데려왔어." "서준이가 말을 안 듣길래 할머니로서 훈육 좀 한 거야. 살살 때렸어."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시어머니를 쏘아보았다. "두 아이 다 어머니 친손주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편파적이실 수 있어요?" "너…… 다 알고 있었니?" 시어머니의 얼굴이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뻔뻔하게 대꾸했다. "다 서준이 잘되라고 그러는 거다. 한 가족인데 양보하는 법도 배워야지." 강혜진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도발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한지원 씨, 참 대단하네요. 그동안 어떻게 참았대? 알았으면 그만 민우 씨랑 정리해요. 어차피 우리 셋이 진짜 가족인 거 확인했잖아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박민우가 들어왔다. "여보, 나 핸드폰을 두고 가서…… 당신이랑 서준이 좋아하는 케이크 사 오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