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해한 남자와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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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해한 남자와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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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름이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형제인 선우와 도현에게 시집을 가 '서 씨 가문'의 일원이 되었고, 임신도 ...

Chương (1)

第1章

나와 아름이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형제인 선우와 도현에게 시집을 가 '서 씨 가문'의 일원이 되었고, 임신도 거의 동시에 했다. 아름이의 남편 도현은 촉망받는 형사였고, 내 남편 선우는 유능한 외과 의사였다. 결혼 1주년 기념일이었던 그날, 나는 우리 둘의 정기 검진 결과지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아름이는 밀크티를 사러 간 덕분에 화를 면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사고 직후, 하혈이 시작됐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 붉은 피 웅덩이 속에 누워 나는 사색이 된 채 떨리는 손으로 남편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세 번이나 내 전화를 매정하게 끊었다. 네 번째에야 연결된 전화기 너머로, 그는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지수야, 제발 적당히 좀 해. 아침에 검진받을 때만 해도 멀쩡했잖아. 의료 자원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서야 되겠어? 지금 은채가 집에서 수전 갈다가 손목을 깊게 베었대. 나 지금 얘 지혈하고 드레싱 해줘야 하니까 귀찮게 좀 하지 마!" 결국 나를 살린 건 밀크티를 사 들고 달려온 아름이였다. 아름이는 길 한복판에서 제 남편 도현에게 전화를 걸어 뺑소니범을 잡아내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돌아온 도현의 대답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허위 신고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몰라서 이래? 됐어, 나 지금 은채네 수전 갈아주러 가야 하니까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마." 구경꾼들은 내 처참한 몰골에 겁을 집어먹고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임신 8개월 차였던 아름이는 만삭의 몸으로 나를 끌다시피 해서 5km나 떨어진 병원까지 나를 데려갔다. 그 무리한 과정 속에서 아름이는 결국 아이를 잃었다. 수술이 끝난 후, 아름이는 제 몸도 추스르기 전에 나를 위해 수혈까지 해주었다. 정신이 든 뒤, 창백해진 아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우리는 서로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름아, 나 이혼할래." "나도." 1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우에게 이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사고 직후 세 번이나 전화를 씹던 그가, 웬일로 빛의 속도로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귀를 찢는 듯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강지수, 내가 오냐오냐 안 해준다고 이젠 이혼까지 들먹여? 아침까지 멀쩡하던 애가 전화 끊자마자 유산을 했다고? 너 지금 나를 바보로 알아?" "내가 출근하는 게 장난인 줄 알아? 사람 살리는 일이야! 오늘 환자가 마침 은채였을 뿐이라고!" "상식 좀 가져라. 은채는 손목을 다쳤어! 조금만 까딱해도 과다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부위라고!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였단 말이야!" "아이랑 이혼을 빌미로 나 협박할 생각 마. 그 유치한 질투 작전,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내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전화는 툭 끊겼다. 링거 바늘이 꽂힌 손으로 꽉 쥐고 있던 휴대폰이 힘없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3년의 연애, 1년의 결혼 생활. 그리고 곧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던 우리 아기까지. 이 모든 게 그의 '첫사랑'이자 '소꿉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서은채 때문에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그녀는 내 몸이 무거워 보인다며 친절하게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나는 의심 없이 고마워하며 그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멀쩡히 가던 택시는 갑자기 급회전을 했고, 뒷좌석에 앉아있던 나는 달려오던 화물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택시 기사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채 차를 버리고 도망쳤고, 나는 피로 물든 도로 한복판에 버려졌다. 살면서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죽음보다 무서운 건 아이를 잃는 것이었다. 울며, 떨며 간신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세 번이나 나를 거절했다. 평소엔 임신한 내가 걱정된다며 업무 중에도 전화를 잘만 받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정말 죽어갈 때, 돌아온 건 차가운 메시지 한 줄뿐이었다. [외래 진료 중. 방해 금지.] 병원을 나오기 전 대기 명단에서 선우의 환자가 서은채인 것을 보았기에, 그 '방해 금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너무나 명확했다. 눈물이 시야를 가렸지만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복부를 쥐어짜는 고통에 신경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여보... 병원 앞 사거리에서 사고 났어... 제발... 우리 아기가 위험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쥐어짜듯 내뱉었다. 내 몸에서 생명의 온기가 피와 함께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은채의 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10초가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때쯤, 선우가 입을 뗐다. "은채 상처 드레싱 해줘야 해. 의사로서 사람 살리는 게 내 본분이야. 너 제발 적당히 좀 해라." 그는 내가 다시 말을 걸 새라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손목을 긁힌 정도의 가벼운 상처가 언제부터 외과 전문의가 직접 매달려야 하는 중증이 되었나. 온몸을 짓누르던 통증이 어느 순간 무감각해졌다. 입가에는 자조 섞인 미소가 번졌다. 도로 위로 떨어진 눈물이 내 피와 섞여 진해졌다. 삶을 포기하려던 찰나, 아름이가 밀크티를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내 휴대폰에 남겨진 선우의 메시지를 본 아름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음성 메시지를 날렸다. "야, 서선우! 네가 그러고도 애 아빠야? 그 잘난 첫사랑이랑 평생 지옥에서나 살아! 다시는 지수 앞에 나타나지 마!" 아름이는 나를 구했지만, 대신 자신의 아이를 신에게 바쳐야 했다. 2 수술이 끝난 후, 아름이는 내 병상 곁에 앉아 있었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사색이 된 얼굴로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내 손등 위로 아름이의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해, 지수야... 내가 그놈의 밀크티가 뭐라고... 내가 옆에 있었어야 했는데..." 아름이는 나를 가엾어했지만, 나는 아름이가 더 가슴 아팠다.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찰나, 아름이의 남편 도현에게서 다그치는 전화가 왔다. "너 지금 우리 형한테 욕했냐? 미쳤어? 의사가 환자를 골라 받을 수 있어? 너 그 머리 나쁜 친구가 세뇌하는 것 좀 그만 들어!" "뭐? 유산? 웃기지도 않네. 우리 애가 몇 개월인데 벌써 유산 타령이야? 너 800미터 달리기를 해도 안 떨어질 애야." "은채네 수전 갈아주느라 바빠서 참는다. 이혼? 그 말이 그렇게 쉬워? 그래, 이혼해! 안 하는 놈이 자식이다!" 전화는 무자비하게 끊겼다. 아름이는 멍하니 빈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가냘픈 손을 잡으며 나직이 말했다. "그만하자, 아름아. 하늘이 우리 결혼은 여기까지라고 말해주나 봐. 너 방금 수술 마쳤고 수혈도 많이 했어. 일단 쉬자. 네 몸이 제일 소중해."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억눌러왔던 울분이 터져 나왔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집착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결국 우리 심장을 꿰뚫었다. 생각해보면 결혼을 결심한 날부터 예견된 결말이었다. 선우는 굳이 은채의 생일에 맞춰 결혼 날짜를 잡았다. 은채에 대한 오기였을 것이다. 이 형제에게 결혼은 그저 은채를 자극해 돌아오게 하려는 미끼에 불과했다. 그런데 우리 바보 같은 둘은 그걸 진심이라 믿었다. 은채와는 그저 가족 같은 소꿉친구일 뿐이라는 그 비겁한 변명을 믿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은채만 볼 수 있게 설정해서 웨딩 사진을 SNS에 올렸던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지금 우리는 선우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하지만 그는 시스템에 이름 석 자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는 내 입원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믿음의 저울은 이미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어쩌면 그에게 나는 수고를 들일 가치조차 없는 존재였으리라.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고 깨달았다. 3 병상에 누워 SNS를 넘기다 멈췄다. 예상대로 은채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게시물을 올렸다. 셋이 찍은 다정한 사진, 말끔히 고쳐진 수전, 그리고 나비 모양으로 예쁘게 묶인 거즈가 감긴 손목. [나의 든든한 소꿉친구들 고마워! 우정은 역시 사랑보다 길어. 우리만의 추억 한 페이지 추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름이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름이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세 사람의 사랑이라니, 비좁지도 않나 보네. 추억 좋아하시네." "우리 이혼하면, 저 셋이 누울 침대는 특수 제작이라도 해줘야겠어." 은채는 다른 플랫폼에도 똑같은 글을 올렸고, 댓글창은 부러움 섞인 찬양으로 가득했다. [저런 남사친이 하나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는데 둘이나?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봐요!] [다음 생엔 저 언니로 태어나는 법 좀 알려주세요.] 건조해진 눈시울이 따가웠다. 입을 뗐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간신히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이제 우리랑 상관없는 사람들이야. 당장 변호사 불러서 서류 준비하자." 이혼 서류를 출력해 병원 간호사에게 선우의 사무실로 전당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름이의 서류도 도현의 경찰서로 보냈다. 하지만 꼬박 하루가 지나도록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4년의 세월이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지는구나 싶어 가슴이 아릿했다. 참다못해 내가 먼저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을 울린 뒤에야 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내가 너한테 따질 게 산더미인데 감히 전화를 해? 이혼 서류를 왜 사무실로 보내? 나랑 기싸움 하는 거 온 세상에 광고하고 싶어?" 나는 또 한 번 절망했다. 간호사를 통해 서류를 전달받았다면,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내가 사고로 수술받고 입원 중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역시 그러지 않았다. 이혼 얘기를 꺼내려는데 수화기 너머로 은채의 콧소리 섞인 애교가 들려왔다. "선우야, 지난번에 사준 립스틱 너무 예쁘더라! 하나 더 갖고 싶은데 사주면 안 돼?" 다급히 수화기를 가리는 소리에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혼 서류에 사인할 시간도 없나 했더니, 바쁘긴 하네. 방해해서 미안."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가 도리어 화를 냈다. "너 진짜 끝까지 이럴래? 너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나 지금 도현이랑 같이 있어! 도현이가 은채네 수전 고쳐줬다고 고맙다고 저녁 차려줘서 먹는 중이라고. 너 왜 이렇게 매사에 의심이 많아?" "혼자 사는 여자가 수전 좀 갈 수 있지, 넌 왜 그 사소한 걸로 사람을 귀찮게 해? 나 일하느라 피곤해 죽겠어! 제발 철 좀 들어라. 네가 이혼 쇼 하니까 아름이까지 물들었잖아. 도현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거칠어졌다. 그때 은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선우야, 화내지 마. 임산부는 호르몬 때문에 예민해질 수 있잖아. 내가 독립적인 건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데... 나도 가끔은 보호받고 싶은 작은 여자애가 되고 싶긴 해." 그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내 고막을 찔렀다. 선우는 내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답했다. "괜찮아, 은채야.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내가 제일 먼저 달려올게. 우리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저런 외부인 말에 신경을 써." 외부인. 그 단어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4년을 함께하고 아이까지 가졌던 내가, 그의 눈엔 그저 외부인이었을 뿐이었다. 비참함이 이성을 마비시켰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 오열했다. 아름이가 나를 다독이며 서슬 퍼런 눈으로 말했다. "저런 쓰레기들 때문에 울지 마! 도현이한테 메시지 보냈어. 몸 좀 추스르는 대로 바로 법원 가서 도장 찍을 거야." 4 그 후로 2주 동안 나와 아름이는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그들에게선 단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임신한 아내들이 어디에 있는지, 왜 집에 안 오는지 묻는 사람조차 없었다. 냉담한 그들의 태도에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 너덜너덜해졌다. 진실은 은채의 새로운 게시물에서 확인됐다. 셋이서 여행을 떠난 수십 장의 사진들. 그들의 환한 미소는 우리의 처참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영원히 기억할 거야. 우린 피보다 진한 가족이라는 걸!] 사진 속 선우의 자유분방한 웃음을 보며, 역설적이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더 이상 아파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담담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퇴원했어. 내일 오전 10시 구청 앞. 서도현도 데리고 나와.]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지만 차단했다. 아름이와 함께 퇴원 수속을 밟은 뒤, 우리는 경찰서로 향했다. 뺑소니 사고를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당일 상황을 설명하자 경찰이 미간을 찌푸렸다. "2주나 지났는데 이제야 신고를 하신다니, 조사가 쉽지 않겠는데요."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남편은 상간녀와 여행을 갔고, 친구는 나를 구하려다 유산해서 신고할 겨를이 없었다는 말에 경찰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 경찰서를 나와 아름이와 나는 결혼 전 살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둘 다 몸이 말이 아니라 가사 도우미를 불러 집을 정리했다. 차단당한 선우가 도현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폭발 직전이었다. "너 지금 어디야? 집 꼴이 왜 이래! 임산부가 집에나 붙어있지 어디를 돌아다녀? 2주나 지났으면 냉정해질 때도 됐잖아.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화풀이도 정도껏 해! 너 때문에 아름이까지 이혼하게 생겼어! 너 왜 이렇게 독해? 네가 불행하다고 남까지 불행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해?" 옆에서 듣고 있던 아름이가 휴대폰을 낚아챘다. "이 쓰레기들아, 너희 같은 놈들이랑 안 헤어지는 게 불행이야! 서도현한테 전해. 내일 안 나타나면 평생 손자로 알겠다고! 너희 빈자리 은채랑 실컷 채워!" 아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고 형제의 번호를 모두 차단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구청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뜻밖에도 서은채였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와 가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너희가 오해한 거야. 정말 그런 사이 아니야." "여행도 5년 전 약속이었어. 내가 외국에 있느라 이제야 지킨 것뿐이야. 너희한테 꼭 말하고 가라고 했는데, 둘 다 연락 안 한 줄은 몰랐어..."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오랜 시간'과 '전용 추억'을 훈장처럼 내보였다. 아름이가 내 손을 꽉 쥐었다.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쏘아붙였다. "그래? 그럼 오늘 이 두 사람 이혼하는 거, 네 허락은 받은 거니? 아니면 네가 대리 이혼이라도 해주러 온 거야?" 그때 은채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갑자기 우리 쪽으로 몸을 던졌다. 당황한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은채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손바닥이 까져 피가 배어 나왔다. 도와주려 손을 뻗으려는 찰나, 멀리서 선우의 고함이 들렸다. "강지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손 떼!"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선우가 달려와 나를 거칠게 밀쳤다. 나는 뒤에 있던 아름이와 부딪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제야 선우는 내 홀쭉해진 배를 발견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애... 애기는?" 뒤이어 도현이 전화를 받으며 달려오다 멈춰 섰다. "형, 지금 갈 시간 없어! 서에서 연락 왔는데 2주 전 뺑소니 사고가 살인 미수 같대! 지금 당장 복귀해서 조사해야 해!" 말을 마친 도현은 서늘한 눈으로 서 있는 나와 아름이를 보고 얼어붙었다.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져 액정이 산산조각 났다. "어떻게 된 거야? 아름아, 이게 다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