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한 척했던 남편과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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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척했던 남편과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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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주년 기념일, 나는 평소처럼 예약 호출 택시를 몰며 손님을 받고 있었다. 뒷좌석에 한 여자가 올라탄 순간, 나는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코트 ...

Chương (1)

第1章

결혼 5주년 기념일, 나는 평소처럼 예약 호출 택시를 몰며 손님을 받고 있었다. 뒷좌석에 한 여자가 올라탄 순간, 나는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코트 아래로 바지를 전혀 입지 않은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추위에 이를 덜덜 떨면서도, 오히려 나를 비웃는 듯한 도발적인 말투로 내뱉었다. “뭘 그렇게 봐요? 촌스럽게.” “강우 씨는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야외에서 아슬아슬하게 즐기는 거. 그래야 금방 흥분한다니까.” “그쪽 집구석에 있는 그 아줌마랑은 차원이 다르죠. 남편 수발도 제대로 못 드는 여자랑은.” 여자는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갔고, 급기야 낄낄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 기분 맞춰준다고, 일부러 사람까지 사서 자기가 납치당한 척 연극까지 했다니까요.” “그런데 그 멍청한 마누라가 진짜로 구하러 온 거 있죠? 덕분에 하루 꼬박 제대로 굴려졌지 뭐예요.” “말해봐요, 기사님. 그 사람, 나한테 미친 거 맞죠? 나 때문에 자기 마누라를 사지로 몰아넣어 망가뜨릴 정도면 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불과 몇 달 전, 남편 문강우를 구하기 위해 소위 ‘원수’라는 자들에게 끌려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매 맞았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 일로 나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신체적 장애까지 얻었다. 1.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진정시켰다. 최대한 태연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남자친구분이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그저 우연일 수도 있다. ‘문강우’라는 이름은 흔하니까. 게다가 내가 아는 내 남편은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절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야외에서 그런 망측한 장난을 칠 위인이 아니었다. “남자친구라기보단, 내 물주죠.” 백슬기는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학 때부터 5년 동안 그 사람 밑에 있었어요. 졸업하자마자 바로 회사에 꽂아주더라고요.” “연봉만 억대예요.”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남편은 그저 평범한 말단 직원이었다. 수입도 나보다 적었다. 내 생일에 주문한 케이크조차 비싸다고 환불시키고, 계란말이 하나에 들어가는 달걀 값도 아깝다고 타박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말했다. “근검절약해야 우리 나중에 편하게 살지.” 백슬기의 입가에 비열한 비웃음이 걸렸다. “그 사람 아내라는 여자는 진짜 한심한 멍청이예요. 같이 사는 남자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거든요.” “재벌가 후계자가 가난한 척 연기 좀 해줬다고 홀랑 속아서는. 그냥 심심풀이로 놀아주는 건데.” “웃기지 않아요? 그 여자는 매일 죽어라 운전해서 푼돈 버는데, 그 일 년 치 수입이 나랑 저녁 한 끼 먹는 값도 안 된다니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여자는 과시하듯 말을 쏟아냈다. “작년에 내 휴가랑 그 마누라 응급실 실려 간 날이 겹쳤거든요.” “강우 씨, 뒤도 안 돌아보고 보호자 서명도 안 한 채 나랑 유럽 10개국 투어 떠났잖아요.” “5분 늦게 도착했다고 미안하다면서 나한테 슈퍼카 세 대나 사줬어요. 그게 한 50억쯤 하려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작년, 차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날. 병원에 실려 갔을 때 나는 이미 의식이 혼미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업무가 있다며, 당장 유럽으로 출장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의사가 수십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나는 고통을 참으며 수술대에서 스스로 내려와 내 손으로 위독 통지서에 서명을 했다. 내가 퇴원하던 날에야 돌아온 강우는 내게 싸구려 피규어 자동차 세 개를 내밀었다. 아끼고 아껴서 산 퇴원 선물이니 액땜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그는 나를 껴안고 눈물까지 흘렸다. “여보, 미안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다시는 일 때문에 당신 혼자 두지 않을게.” 그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았지만, 나는 억지로 운전을 이어갔다. 내가 반응이 없자, 그녀는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댔다. “내 생각엔 강우 씨가 그 와이프를 사랑하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돈은 줘도 자리는 안 내주는 거겠죠.” “근데 그게 뭐 어때서요?” “본인 입으로 그랬거든요. 그 여자는 너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어서, 나처럼 자극적인 맛이 없다고.”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네, 정말 그렇겠네요.” 백슬기는 내 태도가 마음에 든 듯 갑자기 이마를 탁 쳤다. “아차, 깜빡할 뻔했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자신이 입었던 여자 속옷 하나를 꺼냈다. “기사님, 내가 요금 두 배로 줄 테니까 이것 좀 택배로 보내줘요. 그 불쌍한 여자한테.” “오늘이 강우 씨랑 그 여자 결혼 5주년이거든요.” 그녀는 비릿하게 웃으며 조롱했다. “강우 씨가 선물 하나 골라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여자가 괜히 기분 상해서 징징대면 귀찮으니까.” 그녀가 내민 휴대폰 화면 속 주소를 본 순간, 내 마지막 환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곳은 바로 우리 집이었다. 2. 백슬기는 휴대폰을 거두며 경멸조로 웃었다. “나 참, 내 돈 써서 본처 기분까지 맞춰줘야 한다니. 내가 너무 착한 거 아니에요?” “그래도 그 여자, 내가 쓰다 남은 쓰레기라도 감지덕지하며 받아야지.” “아마 이거 받고 강우 씨가 참 세심하다고 감동할지도 몰라요. 아하하!” 나는 핸들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너희 같은 것들이 그렇게 놀기를 좋아한다면, 법정에서도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고. 나는 조용히 차량 녹음기를 켰다. 그리고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분이 그쪽을 정말 아끼나 봐요. 꼭 그 자리에 앉으시길 바랄게요.”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세웠다. “당연하죠. 조만간 내가 진짜 안주인이 될 거예요.” “그 무능한 여자가 감히 나랑 비교나 되겠어요? 강우 씨가 나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요.” 그녀는 뭔가 자랑하고 싶은 게 더 남은 모양이었다. “오늘 내가 좀 몸이 안 좋다고 했더니, 당장 의료팀 두 팀을 붙여서 24시간 관리하게 하더라고요.” “회사 근처에 빌라도 한 채 사줬어요. 내가 조금만 아파도 제일 먼저 달려오려고요.” 가슴 한구석이 날카로운 칼에 베인 듯 아려왔다. 강우에게도 그런 다정함이 있었던가? 결혼 5년 동안 그는 내 생일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내 말엔 사치라고 면박을 줬고, 내가 망고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돈을 아껴야 한다며 내 하루 식비를 5,000원으로 제한했다. 나는 배가 고파 마트 무료 시식 코너를 전전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다 보면서도 마음 편히 나를 속여왔다. 내가 밤낮없이 운전대를 잡으며 번 피 같은 돈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는 핑계로 가져가면서. 고통이 밀려와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나는 위선적인 아부를 떨었다. “정말… 잘해주시네요.” 백슬기는 다리를 꼬며 우월감에 젖었다. “이건 약과예요. 더 대박인 게 있어요.” 그녀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얼마 전에 내가 질투하는 척을 좀 했거든요. 그 여자랑 너무 오래 붙어 있는 거 싫다고.” “그랬더니 내 기분 풀어준다고 사람들을 고용해서 납치당한 척 연기를 한 거예요.” “그 멍청한 여자가 구하러 왔을 때, 사람 시켜서 다리 하나를 분질러놨죠.” 나는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가짜였어. 나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그 납치 사건조차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한 유희였다니. 그녀는 신이 나서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떠들었다. “내가 또 그랬죠. 그 여자가 오빠 몸 건드리는 거 싫다고.” “강우 씨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내 몸이 발작하듯 떨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그 밤. 극도의 수치심과 분노가 밀려와 핸들을 제대로 잡을 수조차 없었다. “진짜 자극적이었죠. 그 여자,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더라고요.” “강우 씨랑 나는 바로 옆방에서… 히히, 같이 비명을 질러줬죠.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니까요.” 무감각하게 그날을 떠올렸다. 남편이 납치됐다는 말을 듣고 내 세상은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가 다칠까 봐 경찰에 신고도 못 하고, 제발 그를 해치지 말아 달라고 울며 빌었다. 그들은 나를 천장에 매달고 밤새도록 고문했다. 한 여자로서의 마지막 자존감까지 짓밟았다. 그런데 나는 내 사랑을 지켰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니. 내가 가장 고통스럽던 그 순간, 그는 옆방에서 다른 여자와 환락을 즐기고 있었다. 퇴원하고 나서도 며칠을 병원에서 오열하는 나를 보며 그는 가식적인 위로를 건넸다. “여보, 다시 걷지 못해도 괜찮아. 평생 내가 곁에 있을게.” 나는 바보같이 그 고통이 행복으로 가는 전조라고 믿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눈앞의 살인마 같은 여자를 보며 나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계속 녹음기를 돌렸다. 반드시 이들을 파멸시키리라. “그때 좀 심하게 놀긴 했나 봐요. 강우 씨가 생각보다 그 여자한테 정이 들었더라고요.” “후회한다면서 한 달 동안 나를 멀리하대요? 심지어 자기 정체를 밝히고 그 여자를 도와주겠대요. 내가 겨우 말렸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정체를 밝히려고 했는데요?” 백슬기가 비웃었다. “돈 쏟아부어서 그 여자 몸 고쳐주겠다고요. 그리고 그 여자 남동생 있잖아요, 걔 수술비 대준다고 정체를 까겠다는 거예요.” 3. “그걸 당신이 막았다고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백슬기는 내가 자신의 대단함에 놀란 줄 알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강우 씨한테 가난한 척 계속 연기하라고 했죠. 그 여자의 진심을 시험해 봐야 한다면서요.” “돈 보고 달려드는 불여우인지 아닌지는 고생을 시켜봐야 안다고 꼬드겼죠.” “그랬더니 정체 공개하려던 마음을 쏙 집어넣더라고요. 좀 더 지켜보겠다나?” 백슬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 “근데 강우 씨가 그 남동생 놈은 마음에 걸렸는지, 익명으로 기부금을 보냈더라고요.” “수십 억을요. 아우, 아까워라.” “그래도 내 기지가 빛을 발했죠. 그 돈 중간에서 싹 가로채서 호스트바에서 보름 동안 신나게 놀았거든요.” 머릿속이 하얘지며 숨이 막혀왔다. 내 동생 지후는 수술비 5천만 원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내 치료조차 포기했다. 내 몸이 병신이 될지언정 유일한 혈육을 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우는 평소와 달리 불같이 화를 냈다. 처남이 꾀병을 부리는 거라며, 돈을 뜯어내려는 속셈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때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격렬하게 싸웠다. 나는 왜 그가 지후를 그렇게 오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보낸 기부금을 지후가 가로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강우는 잠적해버렸고, 지후의 수술은 더 지체할 수 없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나는 결국 내 신장 하나를 팔아 수술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수술비를 들고 병실로 달려갔을 때, 지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까지도 생사조차 모른다. 텅 빈 병상 위에는 지후가 아끼고 아껴 모은 생활비 20만 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후는 누나에게 짐이 되기 싫어 혼자 죽음을 택하며 떠난 것이 분명했다. 살 수 있었다. 강우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했어도, 그 기부금만 제대로 전달됐어도 지후는 지금 내 옆에 있었을 것이다! 분노로 온몸이 떨렸고 입술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당신들… 사람 목숨 가지고 그렇게 노는 거 아니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백슬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저었다. “멘탈이 약해서 죽은 걸 어쩌라고요? 내 탓인가?” “그 돈 빼돌리려고 나도 병원까지 직접 갔었다고요.”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백슬기는 못내 아쉽다는 듯 툴툴거렸다. “나를 멀리한 강우 씨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그 여자 동생한테 가서 겁 좀 줬죠.” “수천만 원 기부금은 내가 챙기고, 그 놈 머리맡에 딱 20만 원만 던져줬어요.” “웃기죠? 걔는 그게 자기 누나가 몸이라도 팔아서 벌어온 돈인 줄 알더라고요.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 돈 두고 도망가버리고. 킥킥.” 그녀는 자랑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칭찬이라도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마주친 것은 살의로 가득 찬 나의 붉은 눈이었다. 4. 온몸이 떨려왔다. 끝을 알 수 없는 분노가 나를 집어삼켰다. 이 순간, 법도 이성도 모두 무너져 내렸다.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죽여버리겠다. 뒷감당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복수할 수만 있다면! 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짐승 같은 여자를 처단해야만 했다. “비밀 하나 더 알려줄까요?” 백슬기가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강우 씨가 애를 참 갖고 싶어 했는데, 내가 다 지워버렸어요.” “그 여자가 임신할 때마다 산부인과 간호사를 매수했거든요.” “아이 아빠 유전자에 결함이 있어서 당장 지워야 한다고 속이게 했죠.” 그녀는 손가락을 꼽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지운 애가 아마 셋쯤 될걸요?” 그러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그 여자는 애도 못 낳는 몸이 됐으니, 내가 임신만 하면 끝이에요.” “그때가 돼도 안 꺼지면, 내 애나 키우라고 하죠 뭐. 평생 바보처럼 살게.” 나는 그녀의 오만하고 역겨운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심장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지난 5년 동안의 모든 고통, 매 순간의 지옥 같은 시련이… 그저 이들의 장난감에 불과했다니. 백슬기의 악랄함과 문강우의 기만. 그들은 내 모든 것을 부수고, 내 소중한 가족을 앗아갔다. “이 짐승 같은 년!”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백슬기를 낚아챘다. 옆에 있던 안전벨트를 풀어 그녀의 목을 힘껏 조였다. 그리고 빗줄기처럼 주먹을 날려 그녀의 얼굴을 짓뭉개기 시작했다. “아아악!” 나는 짐승처럼 포효했다.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백슬기의 코와 입에서 피가 튀었고, 그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천벌을 받을 년! 왜, 왜 네가 아니라 내 동생이 죽어야 했어!” 백슬기는 정신없이 얻어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거 안 놔? 내 배후에 문강우가 누군지 알아? 당신 죽고 싶어?” 그녀는 부러진 치아 조각을 뱉어내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기사 나부랭이가 어디서 영웅 대접이야?” “동생 놈 치워준 건 짐을 덜어준 거고, 애 못 낳게 한 건 가난 대물림 안 하게 도와준 거야! 무릎 꿇고 고마워해야지!”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극도의 분노로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나는 빨갛게 달아오른 시거잭을 뽑아 그녀의 눈을 향해 사정없이 박아 넣었다! 순간, 차 안에는 짐승의 단말마 같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살인자! 내 동생 목숨으로 갚아!” 백슬기는 경련하며 피를 쏟아냈다. “미친년! 살려줘! 사람 살려!” 그녀의 발버둥에 차가 크게 휘청거리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뻔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여자를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의 목을 더욱 세게 죄며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내 아이들! 내 인생! 내 동생의 목숨!” “너도 똑같이 당해봐. 죽어서 갚아!” 차는 화살처럼 튕겨 나가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 위 대교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부서진 난간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5. “안 돼! 제발 살려줘요!” “돈 줄게요, 얼마든지 줄게!” 백슬기는 죽음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나는 눈을 감았다. 몸을 지탱하던 안전벨트조차 풀어버렸다. 이렇게 같이 끝내는 거다. 이 차가 난간을 뚫고 수십 미터 심연으로 떨어지는 순간, 모든 고통이 멈출 것이다. ‘지후야, 누나가 복수해 줄게. 이 괴물을 데리고 너한테 가서 용서를 빌게 할게.’ 나도 죄인이다. 사람을 잘못 본 내 어리석음이 너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미안해, 지후야. 이제 누나가 곁으로 갈게. 귀를 울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속도계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하지만 상상했던 추락의 부유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차가 심연으로 떨어지기 직전, 거대한 지프차 한 대가 옆면을 들이받으며 내 차를 강제로 멈춰 세웠다. 엄청난 충격에 내 머리가 앞 유리를 들이받았고, 시야가 붉은 핏물로 덮였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장정들이 달려드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들은 백슬기를 먼저 부축해 일으킨 뒤, 나를 개처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의식이 가물거리는 와중에도 나는 백슬기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녀는 죽다 살아난 안도감에 젖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죽을 뻔했네, 이 미친년이… 너 좀 친다며?” “내가 아주 조금씩,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줄게. 제발 죽여달라고 빌 때까지.”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집어 들더니 내 손바닥을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귓가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다시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내 눈을 향해 치켜든 순간이었다. “그만해!” 차갑고도 서슬 퍼런 고함이 들렸다. 익숙한 발걸음 소리.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의 문강우가 차갑게 으르렁거렸다. “누가 내 사람을 건드려? 죽고 싶어?”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피떡이 된 내 얼굴을 강우는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시선이 마주쳤다. 5년 동안 목숨 바쳐 사랑했던 남자. 모든 것을 내어주었던 그 여자를 그는 몰라봤다. 가슴이 시리고 저려왔다. “강우 씨…”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혐오스러운 오물을 보듯 나를 훑어보고는, 곧장 백슬기에게 달려갔다. “슬기야, 많이 다쳤어?” 강우는 그녀를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백슬기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품에 안겨 가증스럽게 흐느꼈다. “오빠, 저 여자가 내 눈을 멀게 했어. 나를 차로 들이받아 죽이려고 했다고.” “나 무서워… 저 여자 좀 어떻게 해줘. 안 그러면 나 못 살 것 같아.” 강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원망과 살의로 뒤바뀌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머리를 발로 짓밟아 물웅덩이에 처박았다. 숨이 막혀 피 섞인 기침이 터져 나왔다. “슬기는 내 여자다.” “감히 건드려? 백 배로 갚아주지.” 그가 손짓하자 보디가드들이 내 두 손을 짓밟고 뭉갰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강우 씨, 제발 나 좀 봐… 나야…” 하지만 내 목소리는 백슬기의 고함에 묻혀버렸다. “천한 기사 주제에 어디서 감히 오빠 이름을 불러?” 그녀는 강우를 향해 요염하게 몸을 꼬았다. “오빠, 저 여자 너무 뻔뻔해. 죽어가는 마당에 오빠를 꼬시려고 하잖아. 나 화났어.”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 그래야 내 기분이 풀릴 것 같아.” 강우는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보는 눈빛엔 오직 혐오뿐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일단 사지를 분질러 놔. 나머지는 데려가서 슬기 마음대로 요리하게 두고.” 보디가드가 쇠파이프를 꺼내 내 팔을 향해 내리치려던 찰나.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나를 누르던 놈들을 밀쳐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문강우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며 뒤흔들렸다. “아주 훌륭한 회장님이셨네.” “누구 사지를 분지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