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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15억 비자금은 제겁니다
남편이 세 번째 담배꽁초를 비벼 끄며 이혼을 선언하는 순간, 내 코끝에는 난데없이 소독약 냄새가 스쳤다. 그건 전생에서 그를 간병하며 보냈던 10년...
Chương (1)
第1章
남편이 세 번째 담배꽁초를 비벼 끄며 이혼을 선언하는 순간, 내 코끝에는 난데없이 소독약 냄새가 스쳤다.
그건 전생에서 그를 간병하며 보냈던 10년의 냄새였고, 하나뿐인 딸이 내 코앞에 삿대질하며 ‘죄인’이라 몰아세우던 악취였으며, 병상에 누워 전남편이 어린 가사도우미와 재혼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산소마스크 너머로 번지던 절망의 숨결이었다.
지금 그는 잔뜩 꼬인 말투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랑하게 됐어. 서윤이 친구야.”
나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뜯지도 않은 금연 사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작년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사 온 것이었다. 이제 와 보니 참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래, 그러자.”
내 목소리가 공중으로 가볍게 흩어졌다.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사람처럼.
전생의 나는 히스테릭하게 웨딩 사진을 내던지며 울부짖었었다. 딸아이에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냐고 매달렸다.
결과는 어땠나? 그 여우 같은 계집애는 부모에 의해 해외로 보내졌고, 남편은 밤낮없이 술에 절어 살다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나는 휠체어를 밀며 그의 재활을 도왔다. 10년 동안 신발 일곱 켤레가 밑창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뒷바라지한 끝에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가 제 발로 일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앞에 이혼 서류를 내미는 것이었다.
딸아이도 거들었다. “엄마가 그때 고집만 안 피웠어도 아빠 인생 10년이 안 날아갔을 거 아냐! 내 직장, 내 앞날, 엄마가 다 망쳤어!”
그들에게 집에서 쫓겨나던 날, 나는 피를 토하며 아파트 정문에 쓰러졌다. 내 손에 든 휴대폰 속에는 그들의 화려한 새 출발을 축하하는 지인들의 SNS 피드가 떠 있었다.
커튼 틈새로 오후의 햇살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남편은 여전히 내 반응을 살피며 앉아 있었다.
나는 펜을 들어 이혼 합의서를 펼쳤다.
“재산은 이 오래된 아파트 한 채면 돼. 나머지는 당신들 다 가져.”
그의 얼굴에 서린 당혹감. 전생에서 내가 이혼을 거부했을 때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참 다행이다. 이번 생에선 드디어 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게 되어서.
1
그가 고개를 홱 쳐들며 나를 뻔히 쳐다봤다. 당황함이 역력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나는 잘 익은 갈비찜 한 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이혼해 주겠다고. 재산은 딱 반씩 나누자. 이견 없지?”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밥 한 공기를 더 가득 퍼 담아 크게 한 술 떴다.
전생에서 나는 사흘 밤낮을 굶으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러다 병이 도져 비참하게 죽어갔지.
이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 몸부터 챙겨야 하니까.
명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체념한 듯 말했다.
“지은아, 난 진심이야. 소희를 사랑해. 그 아이도 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고.”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장벽처럼 느껴지겠지만, 우리의 영혼은 이미 하나로 맞닿아 있어. 내 인생의 전반전을 함께한 동반자로서, 당신이 내 선택을 존중해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어차피 나도 당신이랑 사는 거 지긋지긋했으니까.”
그가 또다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반색하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일부러 반어법 쓰는 거 아니지? 난리법석 피우려는 거 아니지?”
나는 대답 대신 묵묵히 밥을 씹었다.
그는 흥분한 듯 두 손을 맞비볐다.
“그래, 그런 각오가 되어 있다니 다행이네! 역시 20년 넘게 내 곁에 있더니 품위라는 걸 조금은 배웠나 봐.”
“음, 재산은 3등분 하자. 당신 하나, 나 하나, 그리고 우리 딸 서윤이 몫으로 하나. 그렇게 하자고. 이 정도면 나도 당신한테 할 만큼 한 거야!”
“난 아빠랑 살 거야. 내 몫은 아빠가 관리해줘.”
옆에서 코를 박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딸 서윤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명준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그럼 아빠가 2, 네가 1인 셈이네! 지은아, 정말이지 이 정도면 훌륭한 조건이야. 50대 전업주부가 20년 넘게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사실 경제적으로 기여한 건 없잖아.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살았으면서 3분의 1이나 챙겨가는 거면 감지덕지해야지. 만족해.”
서윤이가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엄마, 방금 이혼 동의한 거 녹음 다 했어.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야.”
2
나는 고요한 눈빛으로 내 딸, 서윤을 응시했다.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었다.
우리는 적어도 한마음인 줄 알았다.
전생에서 명준이 이혼을 요구했을 때, 내 머릿속을 스친 첫 번째 생각은 오직 딸이었다.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아빠의 뒷바라지와 지원이 절실한 시기였다.
나는 명준을 너무나 잘 알았다. 이혼하는 순간, 그는 자식 따위 안중에도 없을 인간이었다.
반면 나는 50대 전업주부일 뿐이었다. 직업도, 예금도, 배운 것도 없는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버티지 않으면 딸은 시험에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결혼 시장에서도 조건 따져가며 무시당할 게 뻔했다.
그래서 남편의 마음이 이미 떠난 걸 알면서도, 나는 피눈물을 삼키며 그 깨진 거울 같은 결혼생활을 비굴하게 붙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중했던 딸이, 몇 년 후 나를 시골 요양소에 버려두고 굶겨 죽일 줄이야.
쌀 한 톨 사주지 않았고, 아파서 죽어가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전화로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을 때, 아이는 차갑게 뱉어냈었다.
[죽든 말든 알아서 해. 엄마처럼 무능한 사람이 사회에 무슨 보탬이 된다고. 살아있는 게 공기 낭비지.]
그 기억이 떠오르자 나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마. 아빠랑 살겠다는데 말리지 않아. 네가 나랑 살겠다고 해도 내가 거절했을 테니까.”
서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이내 비웃음을 날렸다.
“참나, 그런 말 한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아? 엄마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소희 언니는 내 절친이야. 언니가 아빠랑 결혼하면 우린 이제 진짜 가족이 되는 거라고!”
“언니는 석사 학위에 젊고 예쁘기까지 해. 대학교수인 우리 아빠한테 딱 어울리는 격이라고. 엄마는 아빠 옆에 있으면 솔직히 부부 같지도 않았어.”
아이는 메롱 하고 혀를 내밀며 덧붙였다.
“난 이제 교양 있고 능력 있는 두 사람 사랑 듬뿍 받으며 살 거야. 엄마는 이제 필요 없어.”
말을 마친 서윤은 젓가락을 팽개치고 위풍당당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아이가 먹다 남긴 잔반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베란다에 널린 아이의 빨래들, 사놓고 물 한 번 주지 않아 시들어가는 화분들, 키우고 싶다고 울고불고해서 데려왔지만 단 하루도 밥을 챙겨주지 않은 거북이까지.
그 모든 뒤치다꺼리를 내가 해왔다.
하지만 나의 그 모든 헌신은 아이의 눈에 한낱 쓰레기만도 못한 것이었다.
아빠는 교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고결한 존재고, 엄마는 직업이 없으니 온갖 수발을 다 들어도 무능한 인간일 뿐이었다.
이런 배은망덕한 자식은, 이제 나도 버리기로 했다.
3
배불리 밥을 먹고 곧장 집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침 명준과 소희가 다정하게 웃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는 숨길 마음도 없는지, 열 손가락을 꽉 맞잡은 채 깨가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못 본 척 그들 옆을 스쳐 지나갔다.
“사모님!”
소희가 나를 불러세웠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사모님, 외출하세요?”
“웬만하면 좀 늦게 들어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오셔서 못 볼 꼴 보시면 마음 상하실까 봐 걱정돼서요.”
“예를 들면, 이런 거요.”
그녀는 대담하게 명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낯 뜨거운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명준은 약간 겸연쩍은 듯 눈동자를 굴렸다.
입맞춤을 끝낸 소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사모님. 교수님이 저한테 커다란 전원주택 사주기로 하셨는데, 알고 계셨어요?”
“그런 집이 뭔지는 아세요? 한 번도 안 살아보셨죠?”
“아, 맞다. 이혼하시면 그 집 가정부로 들어오세요. 그럼 거기서 살 수는 있겠네요.”
그녀는 마치 축복이라도 빌어주는 양 눈을 깜빡였다.
내가 소희를 처음 본 날도 그녀는 저렇게 무해하고 달콤하게 웃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싶으니 교수님께 과외를 받고 싶다고 했었지.
그런데 과외 시작 3주 만에… 나는 방문 너머로 남편의 서재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어야 했다.
[난 교수님처럼 분위기 있는 중년 남자가 너무 좋아요.]
지난 생에선 그들을 가로막았지만, 이번엔 기꺼이 성사시켜 줄 생각이다.
나에겐 돈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인력 시장으로 향했다.
건장한 인부 여섯 명을 대동하고 경기도 외곽의 친정집 터로 향했다.
부모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산이자 흔적.
10년 넘게 방치해 둬서 잡초만 무성한 곳이었다.
전생의 내가 비참하게 숨을 거둔 바로 그 장소.
딸에게 버림받고 내려왔을 때, 나는 벌레들과 뒤섞여 며칠을 앓았다.
그날, 딸은 바닥의 움푹 패인 구덩이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상상도 못 했지? 아빠가 엄마 몰래 비자금을 15억이나 숨겨놨더라고! 다 사람들이 뒤로 챙겨준 현금이야. 아빠가 이 폐가에 돈을 숨겨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무려 15억이었다.
그가 중풍으로 쓰러져 월급이 끊겼을 때도 그는 이 돈을 꺼내지 않았다.
퇴금금은 딸년이 가져가 유흥비로 탕진하는 동안, 나는 파출부 일을 하며 그의 병원비를 벌었다.
하지만 그는 완치되자마자 이 돈을 꺼내 새 장가를 들었다.
나를 치료할 돈 2천만 원이 아까워 벌벌 떨던 인간이 말이다.
이제,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되찾을 시간이었다.
4
돈을 안전한 곳에 옮겨두고, 일주일간 보상이라도 하듯 여행을 다녔다.
지난 생의 한을 하나씩 풀어내듯 나 자신을 돌봤다.
명준은 매일같이 이혼 절차를 밟자며 독촉 문자를 보내왔다.
[당신 물건만 봐도 짜증 나니까 빨리 와서 다 치워!]
[언제까지 피할 생각이야?]
여행에서 돌아오니 안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동네 이웃들은 나를 보고 몇 년은 젊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혼하게 돼서 그렇죠. 영감탱이 수발 안 들어도 되니 얼마나 좋아요.”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어넘겼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요즘 젊은 애들이 대체 뭘 보고 늙은이를 만나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2층이었다.
고개를 드니 베란다에 서 있던 소희가 분에 못 이겨 우리 쪽을 향해 침을 뱉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신발을 갈아신으려는데, 내 전용 슬리퍼가 보이지 않았다.
뭐, 상관없다. 안 갈아신어도 그만이니까.
안으로 들어가 훑어보니 가관이었다.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놓았고 커튼까지 싹 갈아치운 상태였다.
소희가 거드름을 피우며 걸어 나왔다.
“사모님, 취향이 너무 촌스러워서 제가 다 바꿨어요. 이해하시죠? 어차피 이 집에서 나갈 사람인데, 안 그래요?”
나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바꾸길 잘했네. 나도 질리던 참이었거든.”
그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젊은 애라 그런지 참을성이 없었다. 말 한마디에 바로 폭발했다.
“은지은! 아빠가 당신 버렸다고! 그런데 무슨 낯짝으로 여길 기어 들어와? 똑바로 봐. 웨딩 사진도 나랑 찍은 걸로 바꿨고, 가족사진도 우리 셋뿐이야! 당신 자리는 이제 없어!”
나는 벽에 걸린 두 장의 사진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훗, 하고 웃음을 흘렸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난 아직 김명준이랑 이혼 서류 도장 안 찍었는데? 난 여전히 법적으로 정당한 부인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 남자는 이제 당신 안 사랑한다고, 할망구야!”
그녀는 온 동네가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그때, 열려 있던 문이 거칠게 젖혀지며 한 중년 부부가 급히 들어왔다.
“박소희!”
남자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소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빠, 엄마… 여긴 어떻게….”
그녀는 뭔가를 깨달은 듯 나를 매섭게 쳐다봤다. “당신이지! 당신이 꾸민 짓이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희의 뺨 위로 아버지의 손바닥이 날아갔다.
“등 따습고 배부르게 키워놨더니, 배울 게 없어서 남의 가정을 파탄 내? 당장 집으로 와!”
마침 퇴근하고 돌아오던 명준이 상황을 수습하려 나섰다.
하지만 소희 부모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매를 벌었다.
내가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비우고 나니 상황이 종료되었다.
명준은 코피를 닦아내며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통보했다.
“오후에 바로 가서 서류 접수해. 난 소희한테 제대로 된 자리를 만들어줘야겠어!”
나는 웃었다. “장인어른, 장모님 설득할 자신은 있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당신이 도장만 찍으면 아무 문제 없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며칠 생각해 봤는데, 이혼 안 하기로 했어.”
5
명준의 안색이 싹 변했다.
“뭐, 뭐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난 그냥 전업주부일 뿐이잖아. 박소희 말대로 이혼하면 청소부나 해야 할 텐데 내가 왜 이혼을 해? 앞으로 당신이 누구랑 놀아나든 상관 안 할게. 난 그냥 ‘교수 부인’ 타이틀만 유지할래.”
그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
“무조건 해야 돼!”
악에 받친 그 모습은 전생의 그와 판박이였다.
그때의 나는 그에게 미련이 남아서 이혼을 망설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건 철저한 전략이었다.
“명준 씨, 당신 교수잖아. 남들보다 공부도 많이 했으니 한번 따져봐. 내가 당신이랑 살면서 얻은 게 뭐야?”
“금가락지 끼고 호의호식하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나?”
“아니지?”
“내가 얻은 건 자식 키우는 고생, 쥐꼬리만 한 생활비로 버틴 서러움, 그리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딸뿐이야.”
그는 당혹스러운 듯 나를 쳐다보더니 기세가 조금 꺾였다.
몇 번 입술을 달싹이더니 간신히 내뱉었다.
“그래도 재산 3분의 1은 떼어준다고 했잖아.”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 예금 다 합쳐봤자 3천만 원이더라. 거기서 1천만 원 떼어주면 그걸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난 집도 없는데.”
“이 집은 내 명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이혼은 나한테 손해지. 마음 비웠으니까 당신이 밖에서 누굴 만나든 터치 안 할게. 나도 이제 관심 없어.”
“당신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여자군! 탐욕스럽고 속물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내 인생 최대 실수는 당신이랑 결혼한 거야!”
나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 여자 물건 다 밖으로 던져. 안 그러면 내 손에 죽어나갈 테니까.”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으로 들어가 그들의 짐을 모조리 문밖으로 내동댕이쳤다.
뒤늦게 달려온 서윤이가 나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나는 이어폰을 끼고 드라마를 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되자, 부녀는 식탁에 앉아 썩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밥 안 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장난해? 나를 이렇게 대접하면서 내가 해주는 밥을 먹겠다고?”
그러고는 배달 음식을 챙겨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런 생활이 사흘간 이어졌다.
결국 딸 서윤이 폭발했다.
“아빠, 나 더는 못 참아! 그냥 이혼해 버려!”
“이 집 구석탱이 얼마 하지도 않잖아. 예금도 푼돈이고!”
“이 여자가 해주는 밥도 이제 질렸어!”
“소희 언니가 오면 우리한테 맛있는 거 다 해줄 거야!”
“빨리 결정해! 안 그러면 언니네 부모님이 언니 지방으로 시집보낸대!”
5분 뒤, 명준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이혼만 해준다면… 이 집이랑 예금, 전부 다 당신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