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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에 미친 엄마가 나를 죽였다
내 영혼은 깃털처럼 가볍게 허공을 부유하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어. 이...
Chương (1)
第1章
내 영혼은 깃털처럼 가볍게 허공을 부유하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어. 이번만큼은 정말 버틸 수가 없었어.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죽기보다 싫다며, 내가 심한 빈혈이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는 학교 단체 헌혈에 나를 억지로 밀어 넣었지.
바늘이 꽂히고 겨우 100ml쯤 빠져나갔을 때였을까.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어지러웠어.
나는 떨리는 손을 뻗어 간호사의 손목을 잡으려 했어. 더는 못 하겠다고, 제발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그녀는 내 손목을 거칠게 내리눌렀어.
간호사는 창백해진 내 얼굴을 비웃듯 쳐다보며 혐오감이 가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지.
“겨우 100ml 뽑고 엄살이야? 다른 학생들은 400ml씩 꼬박꼬박 채우고 가는데.”
그녀는 덧붙였어. “헌혈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이렇게 꾀병 부리며 도망치려 하다니. 진짜 이기적이네. 이런 애들은 벌로 두 배는 뽑아야 해!”
옆에 서 있던 엄마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어. 그 눈빛엔 실망만이 가득했지.
“서윤아, 내가 널 이렇게 가르쳤니? 남들 다 하는 걸 너만 유난 떨며 빠질 순 없어.”
심지어 엄마는 이렇게까지 말했어. “오늘 이거 400ml,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다 채우고 나와!”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날뛰는 게 느껴졌지.
세 번째 혈액 팩이 채워지기 시작할 때, 내 시야는 완전히 무너졌어.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어.
1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듯한 질식감이 나를 옥죄었다. 눈앞이 암전되더니 몸이 헌혈용 침대 위로 꺾여 내려갔다.
몸이 비틀거리며 꽂혀 있던 바늘이 어긋났고, 관을 타고 피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채혈을 담당하던 간호사, 서희주는 짜증스럽게 나를 밀치며 바늘을 확 뽑아버렸다.
“피 뽑는 중인데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나보고 다시 찌르라는 거야, 뭐야?”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의 눈에 노골적인 혐오가 스쳤다. 그녀는 바늘을 꽉 쥐더니 내 팔뚝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어머, 빗나갔네. 미안해서 어쩌나? 설마 화난 건 아니죠?”
희주는 내 팔이 피멍으로 얼룩질 때까지 고의로 서너 번을 더 찌르고 나서야 손을 멈췄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참 나, 독종이네. 단체 생활에 협조할 줄을 몰라요. 헌혈 좀 한다고 꾀병에 기절하는 척까지 하고.”
“고작 400ml잖아요. 다들 하는 건데 왜 너만 유난이야?”
희주는 고개를 까딱거리지도 않은 채 혈액 팩을 갈아 끼우며 중얼거렸다.
“정한나 처장님같이 훌륭한 분 밑에서 어떻게 저렇게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딸이 나왔을까.”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동기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 심한 빈혈이라던데, 진짜 죽은 거 아냐?”
“설마. 간호사가 저러는 거 보면 딱 봐도 연기지. 게다가 정 처장님이 자기 딸 얼마나 끔찍이 아끼시는데, 진짜 큰일이면 저렇게 가만히 계시겠어?”
아이들의 시선에는 멸시가 서렸다.
나는 허공에 뜬 채 불안하게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송서윤! 작작 하고 일어나. 동기들 다 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나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내 팔을 누르고 있던 희주의 손이 멈칫하더니, 엄마를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장님, 얘가 이렇게 비협조적인데 계속할까요? 겨우 100ml 뽑았거든요. 다른 애들은 400ml 뽑아도 멀쩡한데 얘만 유독 이러네요.”
그녀는 덧붙였다. “아까는 저한테 자기가 처장님 딸이라고 협박까지 하더라고요. 다른 애들 피 뽑은 걸 자기 이름으로 올려달라고, 안 그러면 병원에 민원 넣겠대요. 그냥 이번엔 관둘까요?”
아니라고, 그런 적 없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엄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내 허리를 구두 끝으로 강하게 걷어찼다.
이미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져 있던 내 몸은 그 충격에 바닥으로 사정없이 고꾸라졌다.
“정말 실망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권력에 기대어 남을 괴롭히는 애가 된 거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2
내가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자, 엄마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듯 몸을 떨며 내 손목을 짓밟았다.
“송서윤,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죽은 척해서 나를 망신주니까 속이 시원해?”
“네가 내 딸이면 남들보다 더 모범을 보여야지, 어디서 특혜를 바라!”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널 낳기로 결심한 거야!”
주변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희주는 입을 가렸지만, 눈동자에는 명백한 즐거움이 서려 있었다.
심장이 누군가에게 짓이겨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엄마는 세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나를 가졌었다. 나는 엄마의 배에 가득했던 주삿바늘 자국들을 보며 자랐고, 엄마가 나를 낳기 위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탓에 선천적인 빈혈을 앓게 된 나를 위해, 엄마는 마사지를 배우고 식단 노트를 수십 권이나 써 내려갔다.
내가 아플 때면 엄마는 겁에 질려 밤을 꼬박 새우곤 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모든 게 변했다.
엄마는 이 학교의 학생처장이 되었다.
입학 첫날, 엄마는 나를 불러 엄포를 놓았다. 학교에서는 아는 척도 하지 말 것, 모든 일에 공정할 것.
그 ‘공정함’을 위해, 엄마는 당연히 내 차지였던 국가장학금을 2등 학생에게 넘겼다.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넌 내 딸이야. 네가 장학금을 받으면 사람들이 내가 힘을 썼다고 수군댈 거야. 엄마를 이해해주렴.”
엄마는 내가 피땀 흘려 따낸 공모전 본선 진출권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양보하게 했다.
“서윤아, 엄마 원망하지 마. 엄마가 이 위치에 있는데 얼마나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겠니.”
나는 매번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모든 불공정을 삼켜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놈의 ‘공정’을 위해 심각한 빈혈인 나를 억지로 헌혈차에 태운 것이다.
“내 딸이니까 네가 더 앞장서야 해. 남들 다 하는데 너만 쏙 빠지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
그런데 이제는 나를 낳은 걸 후회한다고 말한다.
나는 허공에서 바닥에 널브러진 내 육신을 내려다보았다.
팔은 온통 바늘구멍과 피멍으로 가득했다.
나는 죽은 척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죽었다.
희주는 혈액 팩을 들고 내 몸을 건성으로 흔들어 깨우는 척했다.
“송서윤 학생, 이제 그만 일어나요. 200ml만 더 뽑으면 끝인데.”
그러더니 나를 잡아당기던 손을 놓고는 본인이 뒤로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혈액 팩이 바닥으로 날아가 터졌고,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들려 올려졌던 내 몸은 다시 차가운 핏물 위로 무겁게 떨어졌다.
하얀 셔츠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그 모습은 영락없는 시신이었다.
희주는 입술을 깨물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송 학생, 일개 간호사인 나한테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나는 도와주려고 한 건데 왜 밀쳐요!”
“어떡해, 방금 뽑은 피 다 쏟아졌네. 정 처장님이 정성으로 키워주신 보람도 없게 정말 너무하네!”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마치 큰 모욕이라도 당한 양 흐느끼기 시작했다.
“처장님 같은 엄마를 둔 게 얼마나 부러웠는데. 동갑인데 누구는 캠퍼스에서 공주 대접받고, 누구는 죽어라 일하면서 괴롭힘이나 당하고….”
나는 옆에서 그 광경을 보며 황당함마저 느껴졌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밀친단 말인가!
하지만 엄마는 그 거짓말을 믿었다. 엄마는 희주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울지 마. 내가 있는 한 더는 저 아이가 널 괴롭히게 두지 않을 테니까.”
나는 멍하니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바닥에 쓰러진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뱉었다.
“헌혈하기 싫어서 끝까지 죽은 척하겠다 이거지? 오냐, 나도 이제 봐주지 않겠다.”
“쏟아진 피만큼 다시 뽑아. 처음부터 다시 찔러서라도 채워.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보자고!”
뒤에 서 있던 학생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와, 진짜 연기력 대박이다. 저 천사 같은 처장님이 저렇게 화내실 정도면 평소에 얼마나 심했다는 거야?”
“엄마가 처장이라고 아주 공주병이 도졌네. 처장님이 저런 성격 안 받아주셔서 다행이다.”
“헌혈 좀 하는 게 뭐라고 저 난리야?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나? 시간 아까워 죽겠네!”
그때, 소란을 들은 학생처 학장님이 헌혈차 근처로 다가왔다.
바닥에 쓰러진 나를, 그리고 주변에 흥건한 피를 본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정 처장님, 이 학생 왜 이래요?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엄마는 고개를 돌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학장님, 제 딸입니다. 헌혈하기 싫어서 여기서 죽은 척 쇼를 하고 있는 거예요. 바닥에 피도 저한테 반항한다고 일부러 혈액 팩을 던져서 쏟은 겁니다.”
“내버려 두세요. 오냐오냐해주니까 아주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해서 이번 기회에 버릇 좀 단단히 고쳐놓을 겁니다!”
3
학장님은 그 말을 듣고는 난감한 듯 엄마를 타일렀다.
“정 처장님, 헌혈은 본인 의사가 제일 중요한데… 정 하기 싫다면 그냥 보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아는지, 그는 이내 자리를 떴다.
엄마는 나를 한번 훑어보고는 분노가 더 치미는 듯 차갑게 말했다.
“끝까지 안 일어나겠다 이거지? 좋아, 그럼 거기 누운 채로 뽑아.”
“희주 씨, 그냥 이대로 진행해요. 다 뽑고 나서도 그냥 둬요. 여기서 계속 자고 싶다는데 소원대로 해줘야지. 다른 학생들 방해 안 되게 구석으로 밀어버리고요.”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희주는 주삿바늘을 다시 들고 내 혈관을 찾아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이미 멎어가는 심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어코 400ml를 꽉 채우고 나서야 멈췄다.
작업이 끝나자 그녀는 내 몸을 발로 툭 건드렸다.
“야, 일어나. 다 뽑았으니까 이제 연기 그만해. 처장님도 가셨는데 누가 봐준다고 그래?”
내가 움직이지 않자 희주는 비웃음을 흘리며 뒤에 서 있는 남학생들을 불렀다.
“저기, 힘센 남학생 둘만 도와줄래요? 이 공주님께서 여기서 계속 주무시겠다고 하니까, 방해 안 되게 인도 쪽으로 좀 옮겨주세요.”
나는 허공에서 내 육신이 짐짝처럼 인도 위로 던져지는 것을 보았다. 가슴 밑바닥이 쓰라렸다.
두 시간 후, 모든 학생의 헌혈이 끝났다.
몇몇 학생이 팔을 문지르며 내 쪽을 힐끔거렸다. 동정어린 시선도 있었다.
“서윤이 몸도 약한데 저렇게 땡볕에 둬도 괜찮을까?”
그때 헌혈 기록지를 들고 지나가던 희주가 코웃음을 쳤다.
“착한 척 좀 마세요. 쟤 100% 연기예요.”
“가까이 가지 마요. 엮이면 병원비 내놓으라고 난리 칠걸요? 내가 저런 부류 한두 번 보는 줄 알아?”
아까 상황을 지켜봤던 다른 학생도 맞장구를 쳤다.
“송서윤 원래 엄마 믿고 공주병 심했잖아. 이제는 죽은 척까지 해서 학교 명예 실추시키고 싶나 봐.”
나를 걱정하던 학생들도 그 소리에 질색하며 자리를 피했다. 혹시라도 번거로운 일에 휘말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희주는 그 광경을 보며 승리감에 도취한 듯 발걸음을 옮겨 엄마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처장님, 여기 오늘 헌혈 기록지입니다. 확인하시고 사인 부탁드려요.”
엄마는 내 이름 옆에 적힌 ‘400ml’ 기록을 확인하고서야 굳어있던 미간을 조금 풀었다.
“서윤이는 왜 안 왔어? 내가 너 도와서 봉사활동 하라고 시켰을 텐데.”
희주는 고개를 숙이며 망설이는 척 연기했다.
“그게… 제가 좀 전에 가서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송 학생이 처장님이 직접 와서 빌기 전까지는 절대 안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엄마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
“처장님, 송 학생이 꽤 오래 누워있긴 했어요. 이대로 두면 좀 그럴 텐데… 그냥 가서 사과하시는 척이라도 하고 데려오시는 게 어때요?”
엄마는 서류를 책상 위에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버릇이 나빠져도 한참 나빠졌지.”
“지가 안 일어나고 어쩔 거야? 배짱 좋으면 어디 밤새 그러고 있어 보라고 해!”
4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온도가 점점 올라갔다.
캠퍼스의 학생들은 뜨거운 열기를 피해 모두 실내나 기숙사로 숨어들었다.
차갑게 식은 내 몸에서는 조금씩 부패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그 냄새를 맡은 길고양이 몇 마리가 다가왔다.
나는 그저 누워있을 뿐이었다. 도망칠 수도,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고양이들이 내 살점을 파헤치는 것을 그저 뜬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정말… 너무 아팠다.
내 영혼은 필사적으로 엄마의 사무실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엄마는 희주와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희주는 신기한 듯 엄마의 노트를 넘겨보고 있었다.
“와, 처장님. 이거 다 송 학생 위해서 만든 영양 식단이에요?”
“레시피에 효능까지… 이걸 몇 년이나 기록하신 거예요?”
그 노트를 보는 순간,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태어난 날부터 엄마가 적기 시작했던 기록. 이 노트대로만 먹이면 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거라며 엄마가 보물처럼 아끼던 것이었다.
엄마는 누렇게 변한 종이들을 보며 잠시 회상에 젖은 듯했다.
이윽고 엄마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희주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 애가 너만큼만 철이 들었어도 참 좋았을 텐데.”
그때, 학장님이 다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왔다.
“정 처장님, 따님 아직도 밖에 누워있습니까? 지금 밖이 35도예요. 따님 몸도 약하다던데 일사병이라도 걸리면 큰일 납니다.”
희주의 머리를 쓰다듬던 엄마의 손이 잠시 멈췄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학장님도 참, 걔가 얼마나 영악한데요. 자기가 뜨거우면 알아서 일어나겠죠.”
“제 자식은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지금 저랑 기 싸움 하는 중이에요. 제가 반응해주면 더 신나서 저럴걸요. 지치면 알아서 기어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학장님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몇 분 후, 다시 문이 울렸다.
엄마의 얼굴에 잠깐 안도감이 스쳤지만, 들어온 사람들이 동기들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알고 있다. 엄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영원히 나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들어온 학생들은 장학금 증서와 공모전 상장을 받으러 온 아이들이었다.
엄마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서랍에서 증서를 꺼내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학생들은 서로 눈치만 보더니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처장님… 사실 저희가 서윤이한테 고맙다고 전해야 하는데… 서윤이가 양보해준 기회잖아요.”
엄마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나는 엄마의 경직된 얼굴을 보며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엄마는 자신의 행동이 ‘공정’이라고 믿었겠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명예가 원래 내 것이었다는 것을.
엄마는 딸의 노력을 훔쳐 자기 체면을 세우는 위선자였을 뿐이다.
엄마는 안색을 바꾸며 차갑게 내뱉었다.
“고마워할 것 없어. 어차피 걔 실력으로 딴 것도 아냐. 내 노트북 훔쳐보고 부정행위 해서 1등 한 거니까, 너희가 받는 게 당연한 거야.”
학생들은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내 심장에 다시 한번 대못이 박히는 기분이었다.
다시 문이 울렸다.
희주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봐요, 처장님. 송 학생이 결국 꼬리 내리고 왔나 보네요.”
엄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승리자의 자태를 갖췄다.
“바닥에서 버티던 배짱은 어디 가고 이제야 기어 들어와?”
“송서윤, 들어와서 무릎 꿇어. 내일 전교생 앞에서 간호사 선생님께 사과하고, 단체 정신 훼손한 것에 대해 반성문 5천 자 써서 대자보에 붙여. 안 그러면 너 내 딸로 인정 안 해!”
노크 소리가 더 급해졌다.
엄마는 짜증스럽게 일어나 문을 확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송서윤 학생 어머니 되십니까?”
엄마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맞는데요. 걔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요? 혹시 인도에 누워있다고 누가 신고라도 했습니까?”
경찰은 대답 대신 무거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송서윤 학생이…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