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의 비밀 아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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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의 비밀 아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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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수라는 명목하에 유나와 떨어져 지낸 지 벌써 3년째였다. 나는 모니터 너머로만 사랑을 속삭이는 그 공허한 일상에 어느덧 익숙해져 있었다. 그...

Chương (1)

第1章

해외 연수라는 명목하에 유나와 떨어져 지낸 지 벌써 3년째였다. 나는 모니터 너머로만 사랑을 속삭이는 그 공허한 일상에 어느덧 익숙해져 있었다.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이 대형 마트를 서성이고 있었다. 카트를 밀며 문득 떠오른 유나 생각에 가벼운 메시지를 보냈다. [마트 왔는데 갑자기 네 생각이 너무 나네.] 보내기가 무섭게 답장이 왔다. [어머, 나도 지금 마트야! 완전 통했네. 나도 자기 너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앙증맞은 고양이 이모티콘까지 덧붙여진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사랑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기분이었다.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과자 코너에서 눈에 띄는 광경을 목격했다. 너무나도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차려입은 훤칠한 남자가 곁에 선 여자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는 귀여운 아이 한 명이 과자 봉지를 흔들며 "아빠!"라고 재잘거리고 있었다. '참 보기 좋네.' 막연한 부러움을 느끼며 그들 곁을 비켜 지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여자가 고개를 돌렸고, 햇살 아래 드러난 그 옆얼굴이 내 시야에 박혔다. 익숙하다 못해 내 영혼에 각인된 그 얼굴. 조유나였다. ……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이성보다 본능이 빨랐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얼굴에 주먹을 날린 뒤였다.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남자가 비틀거리더니 이내 폭발하듯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죽고 싶나!" 이유를 물을 새도 없이 우리는 바닥을 구르며 뒤엉켰다. 비명이 마트 안을 가득 채웠다. 유나는 처절하게 소리를 지르며 나를 밀쳐냈고, 이윽고 내 뺨에 매서운 손찌검을 날렸다. "이 미친놈아! 당신 누구야? 감히 내 남편을 때려?"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치던 그녀가 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거짓말처럼 얼어붙었다. "조유나." 입가에 터진 피를 닦아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설명 좀 해보지. 네가 왜 여기 있는지." 내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그녀의 살짝 부푼 아랫배에 멈췄다. "그리고 그 배 속엔, 어떤 새끼의 씨가 들어있는지도." 유나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챈 남자가 그녀를 제 등 뒤로 숨기며 물었다. "여보, 이 사람 알아?"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유나는 곧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강제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몰라……. 그냥 예전에 어디서 본 적 있는 사람 같아." "미친 사람인가 봐. 신경 쓰지 마." 모른다고? 불과 1분 전까지 휴대폰 너머로 나를 보고 싶어 죽겠다던 여자가, 이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욕설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대체 언제 결혼을 한 거지? 아이가 저만큼 클 동안 나는 무엇이었나. 7년이라는 세월을 바쳐 그녀와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눈 나는, 그저 빛조차 보지 못하는 그림자 같은 내연남이었단 말인가? 결국 지난 3년 동안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다는 말은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이 도시 안에서 그 남자와 살 부대끼며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배고 있었던 것이다. 수치심과 분노가 나를 집어삼켰다. 당장이라도 저 뻔뻔한 얼굴을 후려치고 싶어 주먹을 꽉 쥐었다가, 간신히 힘을 뺐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비겁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를 쏘아보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조유나, 자신 있으면 다시 한번 말해봐." "저기요." 유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대꾸했다. "지금 사람 잡고 헛소리하시는 거예요? 우리 사이에 무슨 접점이 있었다고 이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제 이름은 또 어디서 들으셨고요?" "보시다시피 전 가정이 있는 사람이고, 아이도 있어요. 임신 중이기도 하고요. 괜한 생사람 잡아서 제 남편 오해하게 만들지 말고 당장 꺼지세요."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왔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행준아, 나중에 다 설명할게. 일단 나 좀 믿어줘.]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번호를 스팸으로 등록하고, 메신저 차단까지 한 큐에 끝냈다. 모든 흔적을 지우려던 찰나, 지역 기반 동영상 채널에서 알림이 하나 떴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텐데, 썸네일에 걸린 얼굴이 내 손가락을 멈추게 했다. 조금 전 유나의 옆에 서 있던 그 남자였다. 채널 이름은 그의 본명인 듯했다. '허진우'.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다. 채널은 온통 연애 시절부터의 브이로그로 가득했다. 무려 3년 전 영상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가장 최근 영상은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모습이었다. 영상 속에서 유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폴짝거리며 앞서 걷고 있었다. 화면 밖에서 남자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애랑 천천히 가. 넘어질라." 영상 하단에 적힌 멘트: [드디어 우리 집 상전 유치원 보냈다! 이제 다시 아내랑 오붓하게 데이트 시작!] 댓글창은 지인들의 부러움 섞인 반응들로 가득했다. '와, 허 대표님 여전하시네요. 아내 바보 인정!' '유나 씨는 진짜 시집 잘 갔다니까.' 눈가가 시큰거렸다. 이 채널을 예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왜 그때는 저 영상 속의 주인공이 유나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영상을 밑으로 쓸어 넘기다 3개월 전 게시물에 멈췄다. 유나의 가녀린 손이 포도를 까서 남자의 입에 넣어주는 장면이었다.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브이 자를 그려 보였다. [프랑스 농장에서 딴 포도가 먹고 싶다는 내 한마디에, 아내는 중요한 회의도 때려치우고 프랑스로 날아갔다. 덕분에 몇 억짜리 계약이 날아갔다는데……. 자기는 내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나.] 무언가에 홀린 듯 게시 날짜를 확인했다. 2025년 6월 25일.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급성 장염으로 39도의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 웅얼거렸었다. 보고 싶다고, 내 옆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화기 너머 유나는 몹시 분주해 보였다. "행준아, 미안해. 나 지금 프랑스 연수 중이라 당장 네 곁에 갈 수가 없어." 그녀는 내 계좌로 20만 원을 보내며 덧붙였다. "친구 불러서 병원 꼭 가고, 배달로 죽이라도 시켜 먹어. 응? 나중에 전화할게." 나는 그녀가 올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지금 와서 저 영상을 보니 실소가 터졌다. 그녀는 그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로 프랑스에 있었다. 다만 내가 믿었던 '연수'가 아니라, 남편에게 줄 포도를 사기 위해 날아갔을 뿐이었다. 다음 영상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그녀의 뒷모습이었다. [배달 음식은 건강에 안 좋다고, 퇴근할 때마다 늘 직접 차려주는 아내의 집밥. 여보 사랑해.] 냉소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배달 음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니다. 그저 나의 장염 따위는 그녀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을 뿐이다. 더 아래로 내려가니 남자의 거울 셀카가 보였다. 말끔한 수트에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직접 넥타이 매주는 우리 마누라,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 숨이 턱 막혔다. 대학 졸업반이던 해, 처음 취업 준비를 하며 거울 앞에서 쩔쩔매던 나를 유나가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었다. "행준아, 나 이거 배우면 매일 아침 네 넥타이는 내가 매줄게." 나는 그녀의 콧날을 톡 치며 웃었다. "좋아. 내 넥타이는 평생 너만 만질 수 있어." 내 넥타이는 그녀만 만질 수 있었지만, 그녀의 손은 다른 남자의 넥타이를 더 예쁘게 매주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다만 그 대상이 내가 아니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채널의 첫 영상을 확인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 예물 반지를 낀 손을 맞잡은 사진이었다. [조유나 씨, 오늘 정말 아름답네요.] 그날은 유나가 런던행 비행기를 탄다며 공항으로 떠난 날이었다. 그녀가 '비행기 모드'라 연락이 안 된다던 그 몇 시간 동안,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었다. [유나야, 거기서 몸 건강히 잘 지내. 돌아오면 우리 결혼하자.] 그 시각, 그녀는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화려한 버진 로드를 걷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껐다. 한참 동안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3년. 지난 3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거대한 코미디였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오피스텔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꿈에서 깼다. 비틀거리며 문을 열자, 조유나가 서 있었다. 표정을 굳히며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녀가 재빨리 팔을 끼워 넣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실어 문을 밀었다. "아악!" 그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글썽였다. "행준아, 아파…… 너무해." "조유나." 나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뱉었다. "팔 자르기 싫으면 당장 꺼져." "안 가! 내 말 좀 들어줘, 응?" 그녀가 완강하게 버텼다. "설명할 게 뭐가 있는데?" 비아냥 섞인 웃음이 터졌다. "나를 어떻게 속였는지? 다른 남자랑 침대에서 구르며 애까지 만들 동안, 내가 병신같이 기다리는 걸 보면서 얼마나 비웃었는지? 아니면 조유나 씨, 3년 전 결혼할 때 전 남친인 나를 초대 안 한 게 미안해서 왔나?" 유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녀가 내 팔을 붙잡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허 씨 집안 세력이 얼마나 큰지 알잖아. 우리 집이랑 정략결혼하는 거, 부모님이 밀어붙이신 거야! 난 외동딸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그게 이유야?" "우리 집이 가난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왜 나를 철저히 소외시킨 건데? 설마 너, 단 한 번도 우리 집이랑 결합할 생각은 안 해본 거야?"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에도 나의 미련한 미련에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나를 배신하고 기만한 여자에게 고작 한다는 질문이 왜 우리 집을 선택하지 않았느냐니. "조유나." 목소리에 증오가 실렸다. "이미 선택했잖아. 결혼하고 애까지 가졌으면서 왜 나를 계속 붙들고 있었어? 내가 만약 오늘 마트에서 널 못 봤다면, 넌 끝까지 나를 기만했겠지? 나랑 바람이라도 피울 생각이었어?" "아니야!" 그녀가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널 어둠 속에 두려던 게 아니야. 행준아, 제발 현실을 봐. 정략결혼은 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이 하는 게 아니야. 우린 재벌가고, 너랑은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아빠가 딱 3년만 참으래. 허 씨 집안 아이 낳아서 이익 관계 확실히 묶어두면, 그때 이혼시켜 주겠다고 하셨어. 행준아, 그때 내가 너한테 가면 되잖아. 그러면 우리 훨씬 편하게……." 내 귀를 의심했다. 차가운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라고?" "조유나, 내가 왜 중고품이 된 널 받아줄 거라 생각하지?" 말을 마치자마자 사정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그녀는 문밖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이윽고 무거운 한숨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못 잊는 거 알아. 지금은 화가 나서 하는 소리겠지. 행준아, 기다려. 내가 다 정리하고 올게." 그녀의 정리는 오지 않았다. 대신 찾아온 것은 나의 회사까지 들이닥친 허진우였다. 4분기 신제품 기획 회의가 한창이던 컨퍼런스 룸. 내가 PT를 진행하고 있을 때,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벽에 부딪힌 문이 굉음을 내며 튕겨 나갔다. 모든 직원의 시선이 쏠렸다. 허진우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오만한 기세로 걸어 들어왔다. 뒤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앞에 섰다.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나를 바닥에 꿇렸다. 소란스러운 회의실 안에서 허진우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내 앞에 휴대폰을 던졌다. "심행준 씨, 맞나?" "입 터는 솜씨가 좋다던데, 오늘 여기서 사람들에게 좀 떠들어보지 그래? 내 마누라랑 어떤 사이인지." 나는 입안의 여린 살을 씹으며 바닥에 떨어진 화면을 보았다. 메시지 기록은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지만, 3개월 전 장염에 걸렸을 때 유나가 보냈던 20만 원 송금 기록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한 번에 얼마씩 받는 창남이야, 아니면 스폰 받는 기둥서방이야?" 허진우의 목소리에 살기가 어렸다. "내 아내가 아직 어려서 유혹에 약해. 난 아내를 아끼니까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넌 뭐야? 간식거리도 안 되는 하찮은 새끼가 감히 내 눈앞에 나타나?" 모욕적인 언사에도 나는 차분하게 대꾸했다. "다 끝났습니까?" 허진우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내 반응이 예상보다 너무 담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실성한 듯 웃었다. "생각보다 낯짝이 두껍네." 그때, 좌석에 앉아 있던 임원 한 명이 벌떡 일어났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당장 심 선생님한테서 손 떼세요!" 허진우가 고개를 돌려 서늘하게 대꾸했다. "내가 누군지나 알고 짖는 건가? 주제 파악 못 하는 버러지 새끼 좀 가르치겠다는데, 어디서 감히 입을 놀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주먹이 내 복부를 강타했다. 윽, 소리와 함께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 맛이 올라왔다. 참는 것도 한계였다. 나는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나를 억누르던 경호원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대로 허진우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허진우가 나동그라지며 악을 썼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때리면 왜 안 돼?" "조유나?"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놀다 버린 쓰레기 같은 건데, 너나 가져. 그런데 나한테 와서 행패 부리는 건 좀 우습네. 허 대표님, 여기서 가장 화낼 자격 없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야." "왜냐고? 당신이 바로 중간에 끼어든 파렴치한 불륜남이니까." 허진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유나가 솔직하게 말 안 했나 보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럼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든가. 우리가 얼마나 깊은 사이였는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 내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콰직,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박살 났다. 고개를 들자, 거기엔 유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분노와 경고가 섞인 눈빛으로 나를 쏘아붙였다. "누구 맘대로 내 남편한테 손을 대? 심행준, 네가 뭔데!" 그녀의 가증스러운 연기에 실소가 터졌다. 이익 앞에서 그녀는 철저히 허진우의 편을 선택했다. 동시에 내가 예전처럼 그녀의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며 독배를 마셔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허진우의 눈에 상처 입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유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유나야, 얘 대체 누구야? 모르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왜 송금 기록이 있고, 왜 너랑 사귀었다는 소리를 해……?" "그런 적 없어." 유나가 남자의 말을 부드럽게 끊으며 단호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야 생각났어. 예전에 내가 잠깐 후원해 줬던 가난한 고학생일 뿐이야." "여보, 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설마 나 못 믿어?" 허진우는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믿지." 유나가 나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심행준, 내가 좋은 마음으로 후원해 줬더니 고작 이런 식으로 갚아? 가정 형편이 딱해서 생활비 좀 보태줬더니 감히 재벌가에 발을 들이려고 해?" "네 주제를 좀 알아야지. 어디 조 씨 가문 금지옥엽한테 감히 숟가락을 얹어? 분수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때, 다시 한번 임원이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심 선생님이 후원을 받다니요? 대체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회의실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 제정신이야? 조폭처럼 경호원들 끌고 들어와서 심 씨 그룹 본사에서 무슨 짓이야?" "와, 진짜 드라마 찍나 보네. 소름 돋는다……." 유나는 당황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왜 이들이 심행준을 옹호하는지, 왜 자신을 비웃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본능적인 경고가 머릿속을 울렸다.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회의실 문밖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참, 흥미로운 구경거리군." "내 아들, 심대호의 유일한 후계자인 심행준을 후원했다는 그 통 큰 분이 누구인지 아주 궁금해지는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