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궁 속의 낯선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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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궁 속의 낯선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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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내 앞으로 리포트 한 장을 밀어 놓았다. 그의 손가락 끝이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임서윤 씨, 아이의 DNA 대조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의 목소...

Chương (1)

第1章

의사가 내 앞으로 리포트 한 장을 밀어 놓았다. 그의 손가락 끝이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임서윤 씨, 아이의 DNA 대조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 “남편분이신 강민준 씨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내 시선이 그 문장에 박혔다. 친권 지수: 0. 배제. 지난 3년의 세월, 다섯 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 5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 그리고 내 몸을 찔러대던 백여 차례의 주삿바늘. 그 고통의 끝에 돌아온 대답이, 이 아이가 그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나는 의사를 바라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1. 첫 번째 시험관 시술은 3년 전 여름이었다. 시어머니 박명숙 여사는 직접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서윤아, 네 몸이 약하니까 내가 같이 가야지.” 어머니는 내 팔짱을 꽉 끼며 말씀하셨다. “민준이는 일하느라 바쁘잖니. 이런 건 내가 챙기면 돼.” 그때는 그 배려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결혼하고 2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시어머니는 조급해하셨고, 나는 그보다 더 절박했다. 검사 결과 내 쪽은 문제가 없었지만, 민준 씨의 정자 활성도가 다소 낮게 나왔다. 의사는 시험관 시술을 권했다. 첫 채취를 위해 14일 동안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았다. 배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걸을 때마다 벽을 짚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시어머니는 그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수시로 물과 차를 챙겨주셨다. 친정엄마보다 더 지극정성이셨다. “다 우리 집안 잘되라고 하는 일이다.” 어머니는 늘 그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너희 둘이 얼른 아이만 낳으면 내 인생에 더 바랄 게 없다.” 난자 채취 날, 수술대에 누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통증을 견뎠다. 어머니는 밖에서 기다리셨고, 민준 씨는 회사 회의 중이었다. 이식 후 14일째, 피검사 날. 실패였다. HCG 수치는 고작 0.8. 나는 밤새 울었다. 다음 날 시어머니는 씨암탉 한 마리를 고아 오셨다. “괜찮다, 다시 하면 돼. 돈이 아까운 게 아니니까.” 두 번째 시도는 3개월 뒤였다. 이번에는 12개의 난자를 채취해 5개의 배아를 만들었다. 두 개를 이식했다. 14일째 피검사. 또 실패였다. 시어머니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나를 위로하셨다. “네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 다음엔 마음 좀 편하게 먹자.” 세 번째 시도 때는 병원을 옮겼다. 시어머니는 대학 병원 산부인과에 센터장으로 있는 동창이 있다며 그쪽으로 가자고 하셨다. “이 센터장 실력이 워낙 좋으니 내 말만 믿어라.” 그때부터 시어머니는 시술의 모든 단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주사, 채취, 정자 수취, 그리고 이식까지. 내가 혼자 병원 다니기 힘들까 봐 그런다며 그림자처럼 따라붙으셨다. 세 번째 정자 수취 날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민준 씨는 반차를 내고 병원에 와서 샘플을 남겼다. 그가 검사실에서 나올 때, 시어머니가 마침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고 계셨다. “다 끝났니?” 어머니가 물으셨다. “네, 다 됐어요.” 민준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미소 지으셨다. “그래, 그럼 내가 이 센터장한테 가서 얘기 좀 해두마.” 어머니는 뒤를 돌아 연구실 방향으로 가셨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아는 분이니 인사하러 가시는 줄로만 알았다. 세 번째 이식 후, 마침내 아이가 찾아왔다. 피검사 날, 수치는 1,200이었다. 나는 결과지를 안고 30분을 울었다. 시어머니는 나보다 더 흥분해서 그 자리에서 민준 씨에게 전화를 거셨다. “아들! 너 이제 아빠 된다!” 전화기 너머 민준 씨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3년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임신 기간 내내 시어머니는 우리 집으로 들어와 함께 지내셨다. 삼시 세끼 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하셨다. 정기 검진 때마다 빠짐없이 동행하셨다. “다 우리 집안 잘되라고 하는 거란다.” 어머니는 또 그 말씀을 하셨다. “애 낳고 나면 넌 이제 호강할 일만 남았어.” 열 달 후, 딸아이가 태어났다. 2.9kg. 간호사가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었을 때, 나는 눈물을 쏟았다. 다섯 번의 시도. 3년의 시간. 5천만 원의 비용. 백 번이 넘는 주사. 그 모든 게 가치 있게 느껴졌다. 정말 그랬을까?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째 되던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정기 검사 결과에 대해 대면 상담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신생아 선별 검사에 문제가 있나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건 유전자 검사 결과였다. 아이의 혈액형이 우리 부부의 조합에서 나올 수 없는 형태라 병원 절차에 따라 DNA 대조를 했다고 했다. 결과가 나왔다. 아이는 내 자식이 맞았다. 하지만 강민준의 자식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두 시간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질문만이 맴돌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2.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민준 씨도 모른다. 시어머니는 더더욱. 나는 그 보고서를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매일 밤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보았다. 친권 지수: 0. 배제. 이 네 글자를 백 번도 넘게 읽었다. 시험관 시술이었다. 남편의 정자를 채취했고, 내 난자를 썼다. 그런데 어떻게 그의 자식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전 과정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실패, 두 번째 실패. 병원을 옮긴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 그 병원은 시어머니가 소개한 곳이었고, 센터장도 어머니의 지인이었다. 나는 몸조리 정기 검진을 핑계로 하루 휴가를 내고 병원을 찾았다.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였다. 본인이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하면 시술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실 직원이 두툼한 서류 봉투를 건넸다. “임서윤 님,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모든 기록입니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한 장씩 넘겨 보았다. 과배란 유도 기록, 채취 기록, 정자 수취 기록, 배아 배양 기록, 이식 기록…… 모든 페이지에 사인이 있었다. 내 사인, 그리고 민준 씨의 사인. 그런데──. 나는 정자 샘플 확인 동의서 페이지에서 멈췄다. ‘정자 샘플 본인 확인’란에 적힌 서명. 민준 씨의 글씨가 아니었다. 내 글씨도 아니었다. 시어머니 박명숙 여사의 글씨였다. 나는 그 필체를 똑똑히 안다. ‘박’ 자의 마지막 획을 항상 위로 살짝 삐쳐 올리는 그 특유의 습관. 몇 장을 더 넘기니 배아 이식 동의서가 나왔다. 대리인 서명란: 박명숙. 나는 대리인 서명을 허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시어머니의 이름이 여기에 있는 걸까? 나는 휴대폰을 꺼내 그 두 페이지를 촬영했다. 그리고 간호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실례지만, 2022년 3월에 난임 센터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간호사가 기록을 조회하더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민지 간호사라고, 그때는 실습생이었는데 지금은 정직원이 되셔서 산부인과 병동으로 옮기셨네요.” “지금 이 병원에 계신가요?” “네, 계십니다.”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서 김민지 간호사를 찾았다. 그녀는 조제실에서 약을 분류하고 있었다. 나를 본 그녀는 멈칫했다. “누구시죠……?” “임서윤입니다. 2022년 3월에 난임 센터에서 시술받았어요.”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정자 채취와 샘플 관리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내 눈을 피했다. “그건……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당신에게 묻고 있는 거예요.” 긴 침묵이 이어졌다. “임서윤 씨, 저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녀가 갑자기 복도 쪽을 힐끗 살폈다. “퇴근하고 연락드릴게요.” 그녀는 내게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을 쥐여주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밤 9시, 나는 그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임서윤입니다.] 10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무엇을 물어보려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럼 말해줘요.] [……] 상대방은 한참 동안 글을 입력하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보냈던 메시지마저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이 일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더 이상 찾지 말아 주세요.] 직후, 그녀는 나를 차단했다. 3. 차단당했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엔 김민지 간호사가 아닌 병원 기록실 책임자를 만났다. 서류 봉투 속 그 두 장의 서명을 다시 확인했다. 시어머니가 한 대리 서명. 규정상 대리 서명을 하려면 반드시 본인의 서면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위임장을 쓴 적이 없고, 민준 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어떻게 서명을 할 수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2022년 3월 이 서류에 첨부된 위임장 원본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책임자가 시스템을 조회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임장이라니요…… 이 서류에는 스캔 된 위임장이 없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죠?” “종이 문서로는 남아 있을지 몰라도 시스템상에는 등록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나는 난임 센터 기록 보관실로 달려갔다. 수간호사가 말했다. “3년 전 종이 위임장은 이미 파기됐을 거예요. 전자 문서만 보관하거든요.” “전자 문서에는 없다고 하던데요.” “그럼 당시 스캔을 누락했나 보네요.” “스캔도 안 된 위임장 없이 어떻게 대리 서명이 통과된 거죠?” 수간호사는 입을 다물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절차상의 허점, 아니면──. 처음부터 위임장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어머니의 서명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그리고 이런 위반을 눈감아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이 센터장. 나는 곧장 이 센터장을 찾아가는 대신 전략을 바꿨다. 연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다음 일주일 동안 나는 모든 추적을 포기한 사람처럼 굴었다. “병원 측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넌지시 말했다. “더 이상 파헤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도 건강한데 굳이 복잡하게 만들어서 뭐 하겠어요.” 시어머니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감돌았다. “그래, 애가 건강하면 된 거지.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니.” 민준 씨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 역시 연기를 하는 걸까?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 뒤, 김민지 간호사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내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본 모양이었다. ‘지나간 일은 잊고 앞만 보고 살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임서윤 씨, 차라리 잊으시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그녀의 음성 메시지는 지난번보다 훨씬 차분했다. [그 일은…… 얽힌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다 잊었어요.] 나는 텍스트로 답했다. [그저 조금 궁금할 뿐이에요.] [뭐가요?] [얽힌 사람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게 누구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상대방은 다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를 차단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말해줘요.] [2022년 3월 8일, 정자 채취 날이었어요. 누군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누가요?] [본인이 제일 잘 아실 텐데요.] [확실하게 말해줘요.] 긴 입력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어머니요.] 나는 그 네 글자를 5분 동안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요?] [그리고…… 다음 날, 샘플 번호가 한 번 바뀌었어요.] [그게 무슨 뜻이죠?] [바뀌었다는 거예요. 저는 실습생이라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감히 묻지 못했어요. 나중에야 알았죠.]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남편분 정자 샘플이…… 교체됐어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누구 걸로요?] [그건 몰라요.] [이 센터장도 알고 있나요?] [……] [알고 있었던 거죠, 맞죠?]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윤 씨, 전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그날 시어머니께서 센터장님과 단둘이 꽤 오래 계셨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는 정말 모릅니다.] 나는 대화 내용을 모두 캡처했다. 세 곳에 백업해 두었다. 민준 씨의 정자 샘플이 바뀌었다. 시어머니가 연구실에 들어갔고, 이 센터장이 공모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다 우리 집안 잘되라고 하는 일이다.”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어머니는 집안을 위해서 그랬겠지. 하지만 그 ‘집안’ 안에 나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4.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채팅 기록은 정황 증거일 뿐이다. 김민지 간호사는 당사자 중 한 명이라 법적 효력이 약할 수 있었다. 물증이 필요하다. CCTV, 계좌 이체 내역, 아니면 이 센터장의 직접적인 자백. 3년 전 CCTV 영상이 남아 있을까? 병원의 정보 보안 팀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2022년 3월경 난임 센터 쪽 복도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환자 보호자 임서윤입니다. 당시 의료 사고 관련 분쟁이 있어 증거 자료로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잠시 머뭇거렸다. “3년 전 영상이면 공식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병원 승인을 받으셔야 해요.”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 영업일 기준 15일 정도 소요됩니다.” 내겐 15일이라는 시간이 없었다. 시어머니는 벌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어제는 내게 물으셨다. “서윤아, 너 요새 무슨 일 있니?” 나는 아무 일 없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묘하게 웃으셨다. “무슨 일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말해라. 우린 가족 아니니.” 가족.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정보 보안 쪽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3년 전 병원 CCTV를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 친구가 답했다. “내부 망은 힘들지만, 병원이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서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 “어떻게 확인해?” “내부자의 도움이 필요해.” 나는 다시 김민지 간호사를 떠올렸다. 그녀는 정면으로 나를 돕지는 못하겠지만, 정보는 줄 수 있을 것이다. “병원 CCTV 시스템 업체가 어디인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아마…… 세콤 아니면 캡스일 텐데, 난임 센터 쪽은 센터장님이 따로 관리하는 독립 스토리지로 알고 있어요.” 독립 스토리지. 병원 전체 시스템에서는 지워졌을지 몰라도, 난임 센터 서버에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이 센터장에게 CCTV를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이다. 내부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김민지 간호사는 너무 겁을 먹고 있었다. 또 누가 있을까? 나는 난임 센터 인원 명단을 뒤졌다. 센터장 한 명, 전문의 세 명, 간호사 다섯 명, 그리고 연구실 배양사 두 명. 배양사. 샘플에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건 의사와 배양사뿐이다. 간호사는 권한이 없다. 당시 근무했던 배양사 두 명의 이름을 찾아냈다. 한 명은 장준혁, 이미 퇴사했다. 다른 한 명은 최은영, 여전히 병원에 재직 중이다. 나는 이틀 동안 최은영에 대해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