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파혼남을 경매장에 매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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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파혼남을 경매장에 매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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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평범한 재벌가인 강 회장네 집안에 잃어버린 딸로 뒤늦게...

Chương (1)

第1章

나는 원래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평범한 재벌가인 강 회장네 집안에 잃어버린 딸로 뒤늦게 입성하게 되었다. 그 화려한 저택에서 나는 사사건건 겉도는 '진짜' 딸이었고, 그곳엔 이미 강지안이라는 여우 같은 '가짜' 딸이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지안에게는 차하준이라는 약혼자가 있었는데, 그는 지안을 도와 나를 몰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를 유혹해 왔다. 나는 그 비릿한 속내를 알면서도 기꺼이 그가 파놓은 함정에 발을 들였다. 순진한 양의 탈을 쓴 채 그와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 그는 더 저질이었다. 그는 우리 두 사람의 은밀한 사진을 찍어 지하 경매장에 넘겼고, 내 인생을 처참하게 망가뜨리려 했다. 사진이 유출되자마자 나는 세상의 지탄을 받는 낙인찍힌 여자가 되었다. 하지만 나를 지켜줘야 할 부모라는 작자들은 방어는커녕 서로를 탓하며 모든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렸다. "내 진작 말했지! 근본도 모르는 곳에서 구르던 애를 들여오는 게 아니었다고!" "당신이 낳은 딸 아니야? 왜 이제 와서 내 탓을 해!" 그 아수라장 속에서 강지안은 가증스럽게 눈물을 찍어내며 나를 위하는 척 연기를 했다. "언니가 거친 곳에서 살다 와서 뭘 몰라서 그래요. 제가 잘 가르칠게요." 결국 나는 그날로 강가에서 쫓겨났고, 차하준과 강지안의 파혼설은 쏙 들어간 채 둘의 결합은 더욱 공고해졌다.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나는 별수 없이 본래 내 자리로 돌아갔다. 가문의 어둠 사업과 그 문제의 지하 경매장을 물려받기 위해서. 드디어 지하 경매장이 대중에게 문을 여는 날이 왔다. 강지안과 차하준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 아마 내 비참한 최후를 구경하러 온 것이리라. 하지만 경매대 위에서 망치를 들고 서 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 그들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나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마이크를 잡았다. 내 목소리가 거대한 홀 안에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자, 다음 경매품입니다. 이름하여 '가짜들의 은밀한 기록'. 가짜 재벌 2세 차하준과 강가의 가짜 딸 강지안의 수위 높은 사생활 사진들입니다." "늘 그렇듯, 최고가를 부르는 분이 이 추잡한 진실의 주인이 됩니다." ... 1 조직을 이어받으라는 아버지의 끈질긴 전화를 끊고,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차하준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약속 장소 문턱에서 내 발길을 붙잡은 건 안에서 흘러나오는 지안과 하준의 은밀한 대화였다. "하준 오빠, 서윤 언니 진짜 뻔뻔하지 않아? 오빠 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지안이 하준의 목덜미에 남은, 내가 새겨놓은 붉은 흔적들을 가리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하준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는 당황한 듯 셔츠 깃을 세우며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다정한 목소리로 지안을 달랬다. "괜찮아, 지안아. 저 여자를 강가에서 쫓아내고 네가 계속 이 집안의 공주로 남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붉어진 귀 끝이 그의 비겁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금방 가라앉을 거야. 그러니까 울지 마, 응?" 그 말에 지안은 하준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독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럼 약속해. 절대로 저 여자 사랑하면 안 돼! 오빠는 내 거야!"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헛웃음을 삼켰다. 내 이름을 도둑질해 수년간 부와 사랑을 누려온 가짜가, 아직도 그 모든 것이 당연히 제 것이라 믿고 있다니. 이어지는 하준의 대답은 너무나 단호해서 순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그가 그토록 공을 들여 나를 유혹하고 비위를 맞췄던 그 정성스러운 시간들이, 오로지 강지안 한 사람을 위한 연극이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하준은 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내 지안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저 여자의 은밀한 사진들, 다 여기 들었어. 이걸로 협박해서 스스로 나가게 만들든, 아니면 세상에 뿌려버리든 네 마음대로 해. 네가 기뻐할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문고리를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온몸이 얼음장 같은 물속에 잠기는 기분이었다. 어젯밤의 그 뜨거웠던 온기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잔인한 밑작업이었다니. 분노와 모멸감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심장을 난도질했다.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들의 숨통을 끊어놓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지안의 말에 나는 다시 멈춰 섰다. "오빠, 이 사진들 익명으로 지하 경매장에 보내버릴까 봐. 기자들한테도 미리 찌라시 좀 돌리고! 그래야 저 천한 강서윤이 다시는 고개를 못 들고 살지!" 그 지하 경매장은 내가 열여덟 살 되던 해, 양아버지가 내게 준 성인식 선물이었다. 내 손바닥 안인 줄도 모르고 지안은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하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 찰나의 망설임에 지안의 눈에 불안함이 스쳤고, 그녀는 하준의 소매를 붙잡으며 가련한 척 연기를 시작했다. "오빠... 내가 너무 독해 보여? 하지만 이렇게 안 하면 오빠랑 결혼하는 건 저 여자잖아. 난 오빠를 잃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어디 시골 구석에서 굴러먹던 여자가 내 모든 걸 빼앗고 진짜 딸 행세를 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약혼까지 가로채려 하잖아. 알잖아, 내 남편은 오빠뿐인 거..." 하준은 금세 안쓰러움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래, 네 뜻대로 해줄게. 내가 도와줄게." 그날 밤, 강 회장네가 새로 찾았다는 진짜 딸 강서윤의 파격적인 사진이 지하 경매장에 올라온다는 소문이 온 서울에 파다하게 퍼졌다. 내 휴대폰은 불이 났다. 경매장 책임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가씨, 이 소문들을 당장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USB 내용은 이미 폐기했지만, 정말 이대로 두실 겁니까?" 그는 사색이 된 목소리로 덧붙였다. "회장님께서 아시면 강 회장네는 둘째치고 제 뼈마디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나는 서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겁날 게 뭐 있어? 내가 여기 있는데." "오히려 불을 지펴. 전 세계가 다 알 수 있게 더 크게 벌려놔. 아주 바짝 졸여서 진득하게 만들어버릴 거니까." 2 해 질 녘 집에 들어가니 집안 분위기는 얼음장 같았다. 내가 평소와 다름없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자, 강 회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컵을 내 쪽으로 집어 던졌다. "이 망할 년! 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지안의 입가에 찰나의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재빨리 나이프를 내려놓고 강 회장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아빠, 혈압 올라요. 조심하셔야죠." 그러더니 내게 고개를 돌려 매섭게 쏘아붙였다. "언니, 정조 관념도 없어? 약혼자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엄마 아빠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몸을 얼마나 함부로 굴렸으면 그런 사진이 찍혀? 진짜 멍청하고 한심하다." 그녀의 눈 속에는 명백한 조롱과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가짜 주제에 감히 누굴 가르치려 들어?" 지안이 미처 억울한 표정을 짓기도 전에, 강 회장의 부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치 새끼를 지키는 암탉처럼 지안을 가로막으며 내게 소리를 질렀다. "지안이는 내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내 공주야! 내 배 아파 낳은 딸보다 귀하면 귀했지, 너 따위가 함부로 입을 놀릴 애가 아니라고!" 그녀는 '귀하다'는 단어에 힘을 주며, 내가 지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생물학적 부모라는 사람들을 보며 내 심장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일이 터졌을 때, 그들에게 돌아온 건 비난뿐이었다. 단 한 마디의 걱정이나 도움의 손길조차 그들은 내게 아까워했다. 그러면서 남의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고 있었다.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깨진 유리 파편들을 가볍게 밀어낸 뒤 잘 익은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 무심한 태도에 무시당했다고 느낀 부부는 더욱 노발대발했다. 내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자, 그들은 급기야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다. "내 진작 그랬지, 시골뜨기를 데려와 봤자 집안 망신만 시킬 거라고! 당신이 굳이 핏줄 타령하며 데려와서 이 사단을 만들어!" "이게 나 혼자 낳은 자식이야? 왜 다 내 탓만 해!" 지안은 승리를 확신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차하준이 굳은 표정으로 거실에 들어섰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소리쳤다. "강서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 말고 네 침대에 거쳐 간 놈들이 대체 몇 명이야? 과거야, 아니면 지금도 만나고 있는 놈이야!" 내 시선은 그의 목에 남은 옅은 흔적들에 머물렀다. 정말이지, 가증스러운 연기력이었다. 저토록 몰입한 주인공이라니, 참으로 지독한 사랑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 위대한 사랑의 제물이 하필 나여야 했을까. 내가 침묵하자 그는 왠지 더 화가 난 듯 내 어깨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정말로 네가..." 지안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언니 약혼자까지 왔으니, 엄마 아빠, 이제 결론을 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우리 가문도 하준 오빠네에 도리는 해야죠!" 지안의 눈빛이 희망으로 빛나자 하준은 잠시 뻣뻣하게 굳더니, 서서히 내 어깨에서 손을 뗐다. 이런 추문이 터진 이상, 강 회장 부부는 나를 죽도록 미워하고 있었다. 부인은 나를 매섭게 째려본 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하준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으며 사과했다. "하준아, 우리 집안이 정말 면목이 없구나. 너도 알다시피..." 그녀는 나를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서윤이가 내 친딸이긴 해도, 오랫동안 밖에서 구르던 천한 애라 그런 불결한 습관이 든 모양이야. 우리도 참 가슴이 아프구나." 이미 그들의 본성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천한 애'라는 그 한 마디에 심장 끝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나를 잃어버린 건 그들이었다. 그들 때문에 나는 일곱 살에 조직의 양아버지에게 거두어지기 전까지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지금도 꿈에 나오는 그 지독한 방황의 시간들을, 그들은 마치 남의 일처럼 가볍게 뱉어냈다. 나는 씁쓸함을 삼키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 회장도 거들었다. "강서윤은 너무 저질이야. 하준이 너에겐 어울리지 않아. 지안이랑 다시 약혼하는 게 어떻겠니? 원래 너희 둘 사이가 좋기도 했고. 보상 차원에서 우리 집안의 외동딸은 지안이 하나뿐인 걸로 하마. 강서윤, 저 아이는 더 이상 우리 가족이 아니다!" 지안의 얼굴에 환희가 번졌다. 그녀는 벅찬 감정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빛이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하준은 즉답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넌 정말... 할 말 없어?"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마침 내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대답 대신 뒤를 돌아 밖으로 향했다. 전화를 받으며 멀어지는 내 등 뒤로 하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내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리고 휴대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다 찾았습니다!" 3 내 은밀한 사진이 경매에 올라온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나는 강가에서 쫓겨났다. 강 회장 부부가 사실상 그 소문을 인정한 꼴이었다. 인터넷은 순식간에 나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도배됐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난무했고, 심지어는 하룻밤에 얼마냐는 저질스러운 메시지들까지 날아들었다. 나는 침묵하지 않았다. 대신 내 SNS에 짧고 강렬한 글을 올렸다. [내일 밤, 차하준과 강지안의 은밀한 사생활 사진을 경매합니다. 구경꾼 여러분, 놓치지 마시길.] 차하준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는 공식 계정으로 나를 태그하며 받아쳤다. [궁지에 몰렸다고 막나가는구나. 먼저 잘못을 저지른 건 너와 지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너야!] 강 회장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즉각 장문의 공지사항을 올려 지안의 '결백'을 주장했고, 내게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날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여론은 압도적으로 그들 편이었다. 물론, 내가 가진 카드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런 잔챙이 같은 패를 먼저 던져놔야 그들이 안심하고 제 발로 찾아올 테니까. 주인공들이 다 모이지 않으면, 내 복수의 하이라이트인 '바짝 졸이기'가 재미없지 않겠는가. 다음 날 밤, 지하 경매장의 열기는 유례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차하준은 굳은 표정으로 나타났고, 그의 뒤에는 현금 가방을 든 경호원들이 줄을 이었다. 내가 현금을 선호한다는 걸 알기에, 이곳의 규칙은 언제나 현금 거래였다. 지안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강 회장 부부와 함께 비밀리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 또한 엄청난 양의 현금을 챙겨왔다. 어떻게든 이 일을 돈으로 막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내가 몸에 붙는 짧은 드레스 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꽂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탐욕스럽고 비릿한 시선들을 나는 여유롭게 받아냈다. 나를 발견한 강 회장 부부는 대번에 달려와 손을 치켜들었다. 내 뺨을 내리치려는 찰나, 멀리서 지켜보던 경매장 책임자가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그는 누구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강 회장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이곳의 규칙을 잊으셨습니까? 사람을 불러 밖으로 모셔야겠습니까?" 지안은 무언가 깨달은 듯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달려와 강 회장을 대신해 사과하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아빠가 불효녀를 보고 너무 흥분하셔서... 정말 죄송해요. 언니, 대체 왜 나한테 이래?"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가련하게 눈물을 흘렸다. 책임자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차갑게 경고를 남기고 물러났다. 폭력을 쓸 수 없게 되자 그들은 분노를 삭이며 나를 압박했다. 부인은 다정한 척 내 손을 맞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서윤아, 이제 그만해. 어떻게 동생 명예를 가지고 장난을 치니?" "결국 너희 둘은 자매잖아. 어쩜 이렇게 독하고 잔인한 짓을 해? 네가 고생하며 자라서 우리 집 재산에 욕심이 난다는 건 알지만, 이건 아니지 않니." 그녀는 마치 나를 설득하는 성녀라도 된 듯 말을 이었다. "자, 네가 질투 때문에 지안이를 모함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밝히렴. 그리고 여기 책임자한테 경매를 취소해달라고 말해. 그럼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 주마." 나는 그녀의 팔을 가볍게 뿌리치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교양 넘치시는 사모님께서 설마 모르시진 않겠죠? 이곳의 규칙상, 경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손목 하나쯤은 내놓아야 한다는걸." 부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짐짓 놀란 척 입을 가렸다. "설마... 그럴 리가." "너는 여자애인데, 아무리 잔인한 놈들이라도 설마 진짜 그러겠니?" 옆에서 지안이 독기 서린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것도 자기가 자초한 일이지! 그런 짓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내 손목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켜서라도 지안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짜 딸이 친딸의 목숨보다 귀하다니. 나는 더 이상 그들과 섞일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경매대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강 회장이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네가 이따위 짓을 하는 게 결국 재산 때문이지?! 꿈 깨라! 내 재산은 전부 내 딸 지안이 거야! 너한테는 단 일 전도 안 줄 줄 알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경매대에 서서 경매봉을 손에 쥐었다.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 다음 경매품입니다. '가짜들의 은밀한 기록'. 가짜 도련님 차하준과 강가의 가짜 딸 강지안의 뜨거운 사생활 사진들입니다." "늘 그렇듯, 최고가 낙찰입니다!" 4 홀 안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지하 경매장의 경매사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건 업계의 상식이었다.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잔혹한 권력자. 그런데 그런 곳의 경매사가 나라는 사실에 장내는 순식간에 술렁였다. 특히 내가 내뱉은 '가짜 도련님 차하준'이라는 말에 장내는 발칵 뒤집혔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차 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가 가짜라니? 내가 설명을 덧붙이기도 전에 차하준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는 내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강서윤! 고작 이런 밑바닥 인생이나 살려고 집을 나간 거야? 당장 내려와서 따라와!" 나는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 그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네가 뭔데 감히 나를 평가해? 한때 내 밑에서 뒹굴던 장난감 주제에, 네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아는 거야?" 나는 마이크를 높이 들어 내 목소리가 구석구석 닿게 했다. "아니면... 하준 씨,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서 이러는 건가요?" 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쏘아보다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돌아섰다. "좋아! 네가 기어이 시궁창으로 기어 들어가겠다면 마음대로 해! 조만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다!" 나는 흥분 섞인 미소를 지으며 경매봉을 내리쳤다. "첫 번째 매물입니다. 차하준의 적나라한 상반신 사진 세트! 시작가는... 단돈 10원입니다." 말도 안 되게 낮은 시작가. 명백한 모욕이었다. 차 씨 가문의 위상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차 씨 가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미친 듯이 입찰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강남의 내로라하는 사모님들이 순식간에 30억까지 가격을 올렸다. 차하준의 안색은 숯검댕처럼 변했고, 결국 본인이 직접 300억을 부르고서야 상황은 정리됐다. 사람들은 차 씨 가문의 자금력에 감탄하면서도 혀를 찼다. 나는 세 번의 경매봉을 두드려 낙찰을 선언했다. 이어 지안의 노출 사진도 같은 방식으로 경매에 부쳤다. 강 회장네가 입을 떼기도 전에 하준이 다시 300억을 불러 사진을 챙겼다. 지안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무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람들이 이제 내 사진이 나올 차례라며 침을 삼킬 때, 나는 폭탄 하나를 더 던졌다. "다음 경매품은... 강 회장 일가의 거액 탈세 및 비자금 장부입니다. 시작가 1,000억!"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이곳에 올라오는 모든 물건은 철저한 검증을 거친 진품뿐이다. 강 회장 일가를 단숨에 무너뜨릴 폭탄이 눈앞에 나타난 셈이었다. 강 회장 부부는 혼비백산했다. 경쟁자들의 입찰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현금이 부족해진 강 회장은 지안을 시켜 하준에게 매달리게 했다. 하준의 힘만 있다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잊고 있었다. 내가 하준을 '가짜'라고 불렀던 사실을.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새로운 경매 방식을 제안했다. "자, 이번엔 두 가지를 동시에 경매합니다. 재벌가의 숨겨진 비사— 차 씨 가문의 진짜 후계자!" "시작가는... 10조 원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무대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장막이 걷히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