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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독약을 먹인 살인자 약혼남
서바이벌 게임의 종착역이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둔 세 사람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식탁 위에는 겉보기에 아무런 차이가 없...
Chương (1)
第1章
서바이벌 게임의 종착역이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둔 세 사람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식탁 위에는 겉보기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캡슐 세 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중 두 알은 생명을 연장해 줄 해독제였고, 나머지 한 알은 치명적인 독약이었다. 규칙은 잔인하리만큼 단순했다. 살아남는 자는 게임의 승자가 되어 100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한 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도박판에 마지막까지 남은 건 나, 나의 약혼자 서준, 그리고 내 친동생 지수였다.
선천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는 지수는 울먹이며 내 팔을 붙잡았다.
“언니, 난 어차피 살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지수가 오열하며 말을 이었다. “독약은 내가 먹을게. 언니랑 서준 오빠는 꼭 살아서 나 대신 엄마 아빠 잘 챙겨줘, 응?”
가슴에 바늘이 박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캡슐을 각자 나누어 가진 뒤,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내 몫의 약을 삼키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 고개를 들자, 차가운 조명 아래 서 있는 강서준의 얼굴이 낯설게 일그러져 있었다.
“은수야, 지수는 네 동생이야.”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약, 지수한테 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외 통신 기기가 켜졌고, 화면에 부모님의 얼굴이 나타났다. 엄마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소리쳤다.
“은수야, 지수 임신했어! 어떻게 동생이랑 조카까지 한꺼번에 죽이겠다는 거야? 해독제는 무조건 지수 거야!”
그 순간,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맞춰지며 잔인한 진실이 드러났다. 내 동생과 내 약혼자는 이미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고, 내 부모는 그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배신감의 한기가 몰려왔다. 그런데도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저들은 잊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내 손에 든 이 약이 정말 ‘해독제’일지 아닐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1
데스 게임의 마지막 관문. 테이블 위에는 똑같이 생긴 약 세 알이 놓여 있었다.
두 알은 살 수 있는 해독제, 한 알은 죽어야 하는 독약.
해독제를 먹은 자는 100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거머쥐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독약을 삼킨 자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 속에 죽어간다.
최후의 3인은 나, 약혼자 서준, 그리고 동생 지수였다.
심장이 약한 지수가 내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난 어차피 오래 못 살잖아. 독약은 내가 먹을게. 언니랑 서준 오빠는 행복하게 살면서 우리 엄마 아빠 잘 부탁해. 그거면 난 여한이 없어.”
가슴이 찌릿했다. 나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나누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약을 입에 넣으려 했다.
그때, 서준이 내 손을 거칠게 낚아챘다. 당혹감에 그를 쳐다보자, 서준이 냉정하게 뱉었다.
“백은수, 지수는 네 동생이야. 이 약, 지수 줘.”
동시에 연결된 외부 모니터 너머로 엄마의 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수야, 지수 임신했어. 네 친동생이랑 조카를 한꺼번에 죽일 셈이니? 해독제 무조건 지수 줘라.”
그제야 알았다. 내 동생과 내 약혼자가 붙어먹었다는 걸. 그리고 내 부모는 그걸 이미 축복하고 있었다는 걸. 배신의 고통이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켰지만, 나는 오히려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말이야, 당신들. 내 손에 든 게 해독제라고 누가 그래?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웅웅 울렸다. 나는 서준의 손을 뿌리치고 손바닥 안의 약을 꽉 쥐었다. 그리고 지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와 지수는 쌍둥이다. 어릴 때부터 모든 비밀을 공유하며 자랐고, 서로 숨기는 게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조차 없던 애가 임신이라니.
지수는 내 시선을 피하며 창백한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엄마, 아빠, 제발 그만해. 난 언니한테 이미 빚진 게 너무 많아. 어차피 이 심장으론 스물다섯도 넘기기 힘들다잖아. 그냥 내가 독약 먹고 죽을게. 난 언니랑 두 사람이 행복하기만 하면 돼.”
“이 상금은... 불효자인 내가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주고.”
말을 마친 지수가 약을 입으로 가져가려 하자, 서준이 다급하게 그녀를 막아 세웠다. 그의 눈빛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박함과 애정이 서려 있었다.
“지수야,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먼저 시작한 마음이야.”
“네 배 속엔 내 아이가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우리 아기, 절대로 잘못되게 안 둬.”
나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이 지옥 같은 서바이벌 게임을 거쳐오는 동안, 몸이 약한 지수를 보호하겠다고 내가 대신 맞은 공격만 수십 번이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이었고,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고통은 그 어떤 자상보다도 날카롭게 심장을 파고들었다. 나는 삼켜지지 않는 유리 조각을 씹듯 갈라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아이?”
“강서준, 장난치지 마. 하나도 안 웃겨.”
서준과 함께한 8년이었다. 그는 나의 생리 주기까지 챙기며 매달 따뜻한 국을 끓여주던 다정한 사람이었다. 겨울이면 내 발을 녹여주고, 머리를 감고 나면 정성스레 말려주던 남자였다.
결정적으로 그와 결혼을 결심한 건 얼마 전 사고 때문이었다. 매일 나를 데리러 오던 서준이 드물게 연락이 되지 않던 날,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출근하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이고 말았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곁에서 들리던 서준의 오열이 기억난다.
“선생님, 제발 은수를 살려주세요. 집을 팔든 차를 팔든 돈은 얼마든지 구할게요. 제발 은수만 살려주세요.”
수혈이 필요하다는 말에 혈액형이 같은 그는 망설임 없이 팔을 걷어붙였다.
“제 피 뽑으세요!”
치사량에 가까운 채혈에도 그는 의사를 붙잡고 늘어졌다.
“만약 내 피 몇 밀리리터가 모자라서 은수가 잘못되면 평생 나 자신을 용서 못 해요. 아직 버틸 수 있으니까 더 뽑으세요.”
결국 헌혈실에서 실신했다는 이야기를 지수에게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었다. 그래서 중환자실에서 나오자마자 그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서준아, 네가 준비했다던 그 프로포즈 반지, 지금 끼워주면 안 돼? 나 다 나으면 우리 바로 결혼하자.”
내 약지에서 반짝이는 이 반지를 끼워주던 그날, 나는 우리가 운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서준의 손이 떨렸던 건 나를 얻은 기쁨 때문이 아니라, 죄책감과 공포 때문이었을까.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려 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속으로는 비굴하게 기도했다. 제발 이 모든 게 환각이기를. 내가 가장 믿었던 동생과 사랑했던 연인이 나를 배신했을 리 없다고.
하지만 서준의 다음 한마디는 나를 지옥 끝으로 밀어 넣었다.
“은수야, 벌써 4개월이야.”
2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교통사고 났던 그날... 내가 늦었던 건 지수랑 같이 있어서였어.”
“그날 밤 우리가 좀 격했거든. 정신없이 몰아붙이다 보니 피임 기구 쓰는 것도 잊을 정도로... 지수가 다음 날 걷지도 못할 만큼 힘들게 해서 씻겨주고, 옷 사 입히고, 출근하는 것까지 봐주느라 네 전화를 못 받았어.”
그날 밤, 지수는 나와 통화 중이었다. 나는 행복에 젖어 서준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자랑하며, 너도 꼭 이런 사람 만나라고 축복했었다.
그때 지수의 목소리가 좀 이상하긴 했다. 무언가 억누르는 듯한, 가끔씩 들려오던 익숙한 신음.
내가 물었었다.
“지수야,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지수는 한참 뒤에야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기 기운이 좀 있네, 언니... 알잖아, 내 몸 상태... 하아, 그냥 누구 인생 망치지 말고 혼자 살아야지.”
“언니가 행복한 거 보면... 나도 행복해... 하으.”
부모님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지수를 늘 우선시했다. 철이 들 무렵부터 나는 항상 구석에서 지수만 챙기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며 자랐다. 지수가 아플까 봐, 힘들까 봐 노심초사하는 그들에게 내 생일 케이크는 늘 지수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원망도 했었다.
하지만 내 생일날, 지수는 그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모님께 대들었다.
“오늘 언니 생일이기도 하잖아! 자꾸 나 때문에 언니 서운하게 하면 나 이제 약 안 먹어. 차라리 죽어버릴 거야. 그래야 엄마 아빠 눈에 언니가 보일 테니까.”
그 순간 나의 모든 원망은 눈 녹듯 사라졌었다. 엄마는 당황하며 나를 안고 사과했다.
“미안해, 은수야. 너도 내 소중한 자식인데... 이제 지수랑 똑같이 사랑해줄게. 엄마 용서해주렴.”
그날 이후, 나와 지수는 세상에서 가장 끈끈한 자매가 되었다.
그랬던 지수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그날 통화를 마치며 다짐했었다.
‘지수야,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꼭 네 심장 수술 시켜줄게. 우리 평생 같이 살자.’
그날의 맹세는 이제 날카로운 손바닥이 되어 내 뺨을 후려쳤다. 지수를 가엽게 여겼던 마음만큼 지금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숨이 막혀오는 통증 끝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서준의 뺨을 갈겼다.
피 섞인 절규가 터져 나왔다.
“강서준, 네가 사람이니! 내 동생이야! 내 친동생이라고!”
“가족처럼 대하겠다더니, 아내로 대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나는 너한테 대체 뭐였는데!”
지수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막아서려 했다. 내 손이 지수에게 닿으려 하자 서준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는 지수를 보호하듯 내 배를 걷어찼다. 몸이 붕 떠 뒤로 날아갔고, 날카로운 돌 위에 등어리가 찍혔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이 지옥 같은 게임 속에서 목숨 걸고 나를 지키던 서준은 이제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지수의 몸 어디가 잘못됐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그녀를 살폈다.
“지수야, 너랑 아기 괜찮아? 겁내지 마, 내가 꼭 지켜줄게.”
지수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오빠, 나 신경 쓰지 마.”
“내 팔자가 이렇지 뭐... 그래도 죽기 전에 사랑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가 있고, 마지막에 오빠가 날 지켜줬으니까 난 충분해.”
“내 배 속의 아기한테는 미안하지만... 지옥에 가면 내가 직접 사과할게.”
그녀는 눈물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언니, 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언니가 행복하길 바랐던 마음은 진심이었어. 나 때문에 이 위험한 게임에 지원했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
“그러니까 오늘 이 독약은,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먹을게!”
3
말을 마치자마자 지수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서준의 품을 뿌리치고 바닥에 떨어진 약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장외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지수야! 네가 죽으면 엄마 아빠도 같이 죽을 거야!”
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펜스 밖의 두 사람을 보았다. 엄마는 칼을 자신의 목에 들이댄 채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수야, 너 없으면 우리도 살 의미 없어. 이제 아기도 가졌고 심장 기증자도 나타났다는데, 어떻게 네 인생을 여기서 끝내니.”
엄마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눈물은 바닥이 아니라 내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갈비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누르고 온 힘을 다해 물었다.
“엄마... 나도 엄마 딸이잖아. 내가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25년 동안 엄마라고 불렀는데, 나를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긴 해?”
엄마의 시선이 차갑게 내게 닿았다.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서늘하게 굳었다.
“은수야, 지수가 너한테 빚졌다고 했지? 아니, 네가 지수한테 빚진 거야. 네가 내 배 속에서 영양분을 다 뺏어 먹는 바람에 지수 심장이 저 모양이 된 거잖아. 평생 뛰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게!”
“그런데 가해자인 너는 멀쩡하게 살면서 지수가 좋아하는 사람까지 뺏어갔어. 백은수, 원래 죽어야 할 사람은 너였어!”
나는 눈을 감았다. 입술을 깨물어 피가 터졌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통곡은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허덕였다. 절망과 고통이 나를 집어삼켰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사랑했다. 엄마가 지수를 잃으면 삶의 의욕을 잃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애초에 이 게임에 참가한 것도 지수를 위해서였다.
나는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독약을 그녀에게 줄 리도 없었다.
사실 약을 배분할 때, 독약은 이미 내 손바닥 안에 있었다. 내 목숨을 버려 저들의 행복을 사려 했다.
그런데 이제야 깨달았다. 나의 자발적인 희생은 그저 거대한 코미디였다는 것을. 내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내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서바이벌 종료 5분 전. 독약을 복용한 자가 없을 시 생존자 3인 전원 탈락.]
기계적인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서준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는 내 위로 달려들어 짐승처럼 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비틀어 열기 시작했다.
고통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너무나 낯설어서, 나는 홀린 듯 중얼거렸다.
“서준아, 만약 내 손에 든 게 독약이라면... 내가 처음부터 죽으려고 결심했던 거라면, 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낄까?”
서준의 표정이 굳었다. 멀리서 엄마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서준아! 지수 쓰러졌어! 심장이 약해서 충격받으면 안 된다고!”
“빨리 은수한테 독약 먹여! 그 상금으로 우리 지수 심장 바꿔줘야 해!”
서준의 얼굴에 잠시 혼란이 스쳤지만,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뱉었다.
“아니, 백은수. 네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내가 잘 알아.”
“솔직히 말할게. 처음에 내가 고백했던 건 너를 지수로 착각해서였어. 나중에 알았을 땐 헤어지려 했지만, 지수가 네가 상처받을까 봐 제발 계속 만나달라고 부탁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이 반지도 원래 지수 주려고 준비했던 거야. 너는 지수와 나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억지로 결혼하려 들었지. 난 네가 죽도록 미워.”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온몸이 두 갈래로 찢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저항할 힘조차 사라진 채, 내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무력하게 바라보았다. 행복으로 가는 열쇠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동생의 것을 훔친 장물이 구속구였던 셈이다.
손바닥 안의 캡슐을 뺏겼다. 대신 흙먼지 묻은 약 한 알이 내 입속으로 강제로 밀어 넣어졌다. 혀끝에서 쓴맛이 번졌다. 나는 마비된 눈으로 서준을 보며 힘없이 물었다.
“왜... 왜 나한테 숨겼어.”
서준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단정 지었다.
“8년 동안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지. 네가 이기적이라 모른 척한 거야. 나랑 지수가 고통받는 걸 즐기면서.”
말하고 싶었다. 정말로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고. 너희를 100% 믿었기에 그 믿음이 오늘 내 심장을 찌르는 가장 깊은 칼날이 되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 말을 내뱉을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누워 입안의 쓴맛을 삼켰다. 허공의 카운트다운이 0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 하늘을 찢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 돼!! 지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