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으로 상간녀 아파트 대출 갚아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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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으로 상간녀 아파트 대출 갚아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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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800만 원을 받는 팀장인 나는 퇴근 후에도 배달 앱을 켜야만 했다. 가계를 보태기 위해, 아니, 정확히는 남편의 끝없는 요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

Chương (1)

第1章

월급 800만 원을 받는 팀장인 나는 퇴근 후에도 배달 앱을 켜야만 했다. 가계를 보태기 위해, 아니, 정확히는 남편의 끝없는 요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오토바이의 진동과 함께 휴대폰이 울렸다. 남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아들의 이번 달 병원비로 300만 원이 급히 필요하니 당장 입금하라는 재촉이었다. 그때, SNS 알림으로 낯선 게시글 하나가 화면에 떴다. [선배가 무능한 와이프한테 돈 뜯어서 내 아파트 대출금 갚아줌! 300만 원이라니, 역시 우리 선배 최고! 사랑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얼마 전 저장해 두었던 다른 게시물을 클릭했다. 영상 속에는 한 남자가 촬영자의 가벼운 찰과상 부위에 조심스레 입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음부턴 조심해. 네가 다치면 내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는 줄 알아?” 영상의 마지막,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 늘 나를 내려다보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내 남편, 민호였다. 심장을 누군가 움켜쥐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나는 홀린 듯 남편과의 채팅창을 열어 위로 올렸다. 마지막 대화는 엊그제였다. [네 다리가 절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이야! 주택담보대출에 자동차 할부에 애 병원비까지! 집에 돈 들어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 네 치료비까지 대달라는 거야? 정신 차려!] 1. 나는 오토바이를 몰아 미친 듯이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욕설 섞인 비난이 쏟아졌다. “왜 이렇게 빨리 기어 들어와! 돈은 다 벌었어? 빨리 애 병원비나 보내!” 평소라면 사정을 설명하며 미안해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핏발 선 눈으로 그를 쏘아붙였다. “아들 병원비, 정말 300만 원 맞아?” 민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비웃었다. “내가 너한테 거짓말해서 뭐 해! 돈 줄 거야, 말 거야?” “우리 집에 정말 돈이 한 푼도 없어?” “당연하지! 식구들 입이 몇 개인데, 네가 벌어오는 그 쥐꼬리만 한 돈으로 여유가 생길 줄 알았어?” 쥐꼬리? 대기업 팀장인 내 월급은 800만 원이다. 연말 성과급에 상여금까지 합치면 연봉이 1억 5천이 넘는다. 그런데도 돈이 모자란다는 그의 말에 퇴근 후 배달까지 뛰며 나를 갈아 넣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속 게시글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 돈이 정말 우리 가족만을 위해 쓰인 거야?” 화면을 확인한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익숙하지? 300만 원. 참 공교롭게도 액수가 딱 떨어지네.” 그는 여전히 뻔뻔하게 발뼘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개과천선의 여지가 없는 모습에 나는 그 여자, '지혜'의 SNS 계정을 훑어 내려갔다. [이번 달 아파트 대출금도 선배가 해결해 줌.] [이번 달은 400만 원이네. 선배 없으면 어쩔 뻔했어.] 끝이 없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어 조회해 보았다. 72건. 무려 6년이다. 그는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후배 아파트 대출금을 4억 가까이 갚아준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퇴근 후에 배달 오토바이를 타라고 등 떠밀었다고? 계산이 끝나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봤다. “4억! 우리 돈 4억을 가져다가 그 여자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줘?” 그는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설을 믿어? 이거 다 네가 지어낸 거지? 너 같은 게 무슨 돈이 있다고 내가 그 큰돈을 빼돌려?” 나는 추궁을 멈추지 않고 증거들을 계속 찾아냈다. [선배가 또 40만 원 보내줌. 상처 물 닿지 말라고. 감동이야!] 사진 속에는 40만 원 이체 내역과 '자발적 증여'라는 메모가 선명했다. [선배가 고급 오마카세 예약해 줌. 배달 음식은 다리 아프다고 직접 데려가 주네.] 1인당 30만 원이 넘는 영수증 사진도 있었다. [선배가 재택근무 시켜줌. 업무 내용은 '푹 쉬기'.] 돈뭉치 옆에는 그의 필체로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 앞에서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여자의 손톱만큼 작은 상처에는 수십만 원을 쓰며 요양을 시키는 인간이. 나는? 내 다리는? 자신들을 위해 돈을 벌다 빗길에 넘어져 다친 내 다리는? 나는 목이 메어 소리쳤다. “그 여자는 긁힌 상처 하나에도 돈을 퍼부으면서, 나는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모른 척했어?” 민호는 짜증스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이 집을 위해 몇 년을 고생했는데, 고작 이런 조작된 사진 몇 장으로 나를 모함해? 너 정말 양심도 없다!” “다리가 병신이 된 건 네가 부주의해서 그런 거지, 왜 내 탓을 해!”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말을 쥐어짜 냈다. “내 다리가 왜 이렇게 됐는데! 너희들 먹여 살리려고 밤낮없이 일하다가 사고 난 거잖아! 어떻게 단 한 푼도 치료비로 못 주겠다고 할 수가 있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에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가 당황하며 안색이 변하려던 찰나, 아들 지호가 방에서 튀어 나왔다. “아빠랑 혜원 엄마 괴롭히지 마!” “아빠가 혜원 엄마 도와주는 건 착한 일이야! 엄마는 상관없잖아!” 금지옥엽 키운 아들이 내 부러진 다리를 장난감 인형으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모습을 나는 충격 속에 바라봤다.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들마저 나를 속이고 있었다. 이미 저 여자에게 '엄마'라고 부르며 한패가 되어 있었다. 셋이서 똘똘 뭉쳐 지혜를 감싸는 꼴을 보니, 마치 저들이 진짜 가족 같았다. 나는 기가 막혀 실소하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길가에 서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인 그녀라면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전화가 연결되자 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졌다. “서연아, 나 이혼 소송 좀 해줘. 불륜, 그리고 부부 공동 재산 은닉 및 횡령.” 2. “알았어. 증거 다 넘겨줘. 특히 그 남자가…….” 친구와 통화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한설아 씨 되시죠? 아버님 이번 달 요양 병원비가 미납됐습니다. 오늘까지 입금 안 되면 강제 퇴원 절차 밟으셔야 해요.”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니 적막만 감돌았다. 민호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휴대폰을 가져와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했다. 뱅킹 앱을 열자마자 지옥이 펼쳐졌다. [3월 4일 지혜 이체: 100만 원, 메모: 자발적 증여] [2월 25일 지혜 이체: 50만 원, 메모: 사랑해] 하나하나가 내 눈을 찔러대는 것 같았다. 나는 모든 내역을 촬영해 서연에게 보냈다. 그러다 6년 전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2월 14일 이체: 1억 원, 메모: 아파트 계약금] 6년 전 2월 14일. 우리의 결혼 1주년 기념일이었다. 나는 출장을 하루 일찍 마치고 돌아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만취한 후배 지혜를 집으로 데려왔다. 둘은 소파에 엉겨 붙어 있었다. 그 지혜가 바로 지금의 주혜원이다. 나중에 그는 너무 기분이 좋아 술을 많이 마셨을 뿐이라고 변명했었다. 이제야 알았다. 그를 그토록 행복하게 했던 건 내가 아니라, 그 여자에게 집을 사줬다는 사실이었다는 걸. 휴대폰을 제자리에 두려는데 서연에게 메시지가 왔다. 설아야, 너 돈 진짜 많았나 보다. 얘한테 털린 돈만 거의 8억이야. 8억? 지난 6년 동안 내가 번 돈이 거의 그 정도인데. 그럼 이 인간은 생활비 한 푼 안 쓰고 다 갖다 바쳤다는 건가? 의구심이 들 때,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설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고함에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바닥에 부딪히며 화면이 다른 앱으로 전환되었다. [아들, 이번 달에도 2,000만 원 보냈다. 네 마누라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해.] [아들, 네가 말한 에르메스 백 샀다. 내일 도착할 거야.] [아들, 이번 달 활동비 4,000만 원 입금 완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시부모님이었다. 화면을 본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가난한 분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그런 거금이 있고, 에르메스를 아무렇지 않게 사 들인단 말인가? 민호가 당황한 기색으로 얼른 휴대폰을 낚아챘다. “누구 맘대로 남의 휴대폰을 만져!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나는 그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물었다. “어머님 아버님이 왜 그렇게 돈이 많아?” “농사짓는 분들이 돈이 어디 있어? 너 또 이상한 합성 사진으로 나 모함하려고 그러지!” “내가 모함하는 거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면 네가 날 평생 속인 거야?” 이 상황에서도 거짓말이라니. 내가 정말 바보로 보이나? 하긴, 지금까지 속아 넘어갔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차라리 끝까지 바보였다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임민호, 우리 사귄 것까지 합치면 10년이 넘어.” “학생 때 너 시골에서 올라와서 세상 물정 모른다고 했을 때, 내가 과외 알바까지 뛰면서 너 데리고 놀이동산 가고 맛있는 거 사 먹였어.” “취업해서는 네가 입을 옷 없다고 기죽어 있길래 내 식비 아껴서 명품 수트 맞춰줬지!” “그렇게 내가 너한테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너는 돈이 넘쳐나면서도 나한테 숨기기에 급급했어?” 내 말에 자극받았는지 그가 폭발했다. “한설아! 너 정말 돈밖에 모르는 속물이었구나!” “우리 부모님이 너 같은 애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딱 맞았어!” “너 같은 무능한 여자랑 결혼 안 했으면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는 않았을 거야!” 비참? 밤낮없이 일해서 돈 벌어다 준 나를 두고 비참하다고? 나는 눈을 감고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임민호, 이혼하자.” “이혼? 고작 이 돈 때문에 이혼을 하겠다고?” 민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내가 대꾸하려던 찰나, 아들 방 문이 끼익 열렸다. 3. “엄마, 왜 또 아빠 화나게 해?” 지호를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다정하게 물었다. “지호야, 아빠랑 엄마가 잠시 떨어져서 살게 될 것 같아. 지호는 누구랑 살고 싶어?” 아이의 이마를 살며시 쓸어 넘겼다. 뇌수막염으로 입원했을 때 링거 바늘 자국이 흉터로 남은 곳이었다. 그때 나는 아이 곁을 밤새 지키며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대출금 독촉 전화가 병원까지 걸려와 고통받을 때, 친정아버지가 노후 자금을 털어 빚을 갚아주셨다. 그런데 나중에 민호는 아버지께 그 돈을 갚는 걸 죽어라 반대했다. 오히려 아버지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요양원 보내는 것도 막아버렸다. 그 바람에 연로하신 아버지가 홀로 집에 계시다 사고를 당하신 거였다. “난 혜원 엄마랑 살 거야.” 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알았어. 그럼 앞으로 너희 셋이서 오순도순 잘 살아봐.” 말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민호가 쫓아 들어와 옷가지들을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너 진짜 적당히 좀 해! 고작 돈 때문에 가정을 깨야겠어?” “내 체면은 생각 안 해? 친구들이 나를 뭐라고 보겠냐고!” “그리고 이혼하면 지호가 학교에서 고개 들고 다닐 수 있겠어? 너 정말 모질다!” 그의 입에선 오직 자신과 지호, 자신의 체면뿐이었다. 내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강렬한 비련과 분노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뭐! 네가 나 배달 오토바이 타라고 등 떠밀 때는 네 체면 생각 안 했어?” “내 다리 고칠 돈 아까워서 방치할 때, 지호가 다리 저는 엄마 둬서 놀림당할 거란 생각은 안 해봤냐고!” 민호는 할 말을 잃은 듯 보였지만, 여전히 내 옷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너 이혼하려는 거, 밖에서 딴놈 만나는 거 아니야?” 실랑이를 벌이던 중 현관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화려한 주혜원이었다. 지호가 신이 나서 그녀에게 달려가 안겼다. “혜원 엄마!” “와! 간식 진짜 많다. 역시 혜원 엄마가 최고야!” 그녀가 들고 온 간식 봉투를 보며 씁쓸해졌다. 아이 건강을 생각해 엄격하게 제한했던 나를, 아이는 이런 식으로 배신했다. 내가 저들에게 쏟은 진심이 한낱 간식거리보다 못했다는 사실에 자조 섞인 웃음이 났다. 혜원이 자연스럽게 겉옷을 벗자 손목에 찬 시계가 드러났다. 작년 내 생일에 민호가 선물해 준 것과 똑같은 모델이었다. 다만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그녀의 시계는 다이아몬드가 눈부시게 빛났지만, 내 시계는 큐빅이 벌써 몇 개나 빠져 있었다. 직장 동료들이 내 시계를 보며 '알뜰하다'고 비웃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그의 눈에 나는 짝퉁이나 차고 다닐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심장이 갈가리 찢어졌다. 더 이상 짐을 쌀 필요도 없었다. 전부 가짜였다. 내 인생 전체가 가짜였다. 나는 분노에 차 집을 뛰쳐나오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4.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원무과에서 호출이 왔다. 당장 수술비를 입금하지 않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였다. 하지만 내 돈은 모두 민호가 쥐고 있었고, 주변 친구들에게는 이미 빌릴 대로 빌린 상태였다. 염치 불구하고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돈 좀 빌려주세요. 아버지가 위독하세요. 수술비가 급해요.” 전화기 너머로는 예상대로 싸늘한 거절이 돌아왔다. “우리가 돈이 어디 있다고 그래? 못 빌려준다!” 서러움이 밀려왔다. 시어머니가 편찮으실 때 대소변 받아내며 병수발한 건 나였다. 그런데 친정아버지가 사경을 헤매는데, 돈이 있으면서도 외면하다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 민호한테 다 들었어요. 돈 많으시잖아요.” “제발 빌려주세요. 저희 아버지 정말 돌아가실지도 몰라요. 사람 목숨이 달린 돈이에요!” 한참의 침묵 끝에 돌아온 말은 짧고 강렬했다. “안 돼!” 전화는 툭 끊겼다. 막다른 길에 몰린 나는 회사 사장님께 사정해 월급을 가불 받아 겨우 아버지의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의식을 되찾은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다. “설아야, 나 살리느라 돈 쓰지 마라. 네가 힘들게 번 돈인 거 내가 다 안다.” “그 돈 아껴서 민호랑 지호랑 잘 먹고 잘살아야지…….”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손을 꼭 쥐었다. “걱정 마세요, 아빠. 이제 우리 둘이 행복해질 일만 남았어요.” 서연에게 연락이 왔다. 이틀 뒤면 민호가 소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실로 향하던 나는, 아버지 침대 앞에 서 있는 민호와 지호를 발견했다. 지호가 아버지의 다리에 매달려 재잘거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아빠가 이제 엄마는 필요 없대요…….” 나는 서둘러 달려가 아이의 말을 끊고 그들을 병실 밖으로 끌어냈다. “아빠 심장 안 좋으신 거 몰라? 여기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민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도발했다. “너 이혼하고 싶다며? 장인어른 의견도 들어봐야지.” 뻔뻔한 그 면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꺼져.” 그러자 그는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제발 가지 마!” 고함에 병실 안 아버지가 깜짝 놀라시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에 핏발이 섰다. “아빠 자극하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란을 피우려 했다. 참다못해 그를 밀쳐내려는데, 병실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나오셨다. “부부 사이에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서 여기서 싸우느냐.” 민호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아버님 말이 맞아요. 저 사과하러 온 겁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 어디에서도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돈 좀 함부로 쓴 건 맞지만, 다 가족을 위해서…….” 나는 말을 잘랐다. “그만해. 듣기 싫으니까 당장 가.” 나는 그를 억지로 병원 밖으로 끌고 나갔다. 내 완고한 태도에 민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한설아, 좋게 말할 때 적당히 해! 나랑 지호 없으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너…….” 그때 그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무심코 확인하던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너…… 너 정말 나를 고소했어?” “그리고 뭐? 8억 5천만 원을 내놓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