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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전처가 울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 결혼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비즈니스였다. 우리 집은 급하게 회전시킬 자금이 필요했고, 그쪽 집안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소송이 있었다. 우리는 ...
Chương (1)
第1章
이 결혼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비즈니스였다.
우리 집은 급하게 회전시킬 자금이 필요했고, 그쪽 집안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소송이 있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손을 잡은 파트너에 불과했다.
결혼 후 각방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한 번은 조심스럽게 안방으로 합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준혁 씨가 신경 쓸 거야."
송준혁. 그녀의 가슴에 문신처럼 새겨진 첫사랑이었다.
그녀는 서늘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애초에 당신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우린 이렇게 안 됐어. 지금 이대로가 딱 좋아. 선 넘지 마."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가, 결국 갈라진 목소리로 "알았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이 명확한 관계라면, 부부 사이의 온기 따위는 더 이상 갈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 후 3년 동안, 그녀의 삶은 온통 송준혁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가족 모임, 회사 연말 파티, 심지어 우리 아버지의 칠순 잔치에서조차 그녀의 곁을 지키는 건 내가 아닌 그였다.
남들 눈에는 누가 이 집의 진짜 주인인지 이미 답이 나와 있었을 것이다.
이제 됐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두 끝났고, 우리의 파트너십도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
이름뿐인 이 '집'에서 나갈 시간이 된 것이다.
1
서재에 앉아 이혼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하얀 종이 위에 박힌 검은 글씨들이 참으로 명료했다.
재산 분할 란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결혼 전부터 그녀 명의였던 이 아파트도, 차도, 회사의 지분도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이었다. 내가 챙겨갈 것은 오로지 내가 모은 예금뿐이었다.
서류 위에 내 이름을 정갈하게 적어 넣었다.
서도윤.
3년 전, 비록 이익으로 시작된 결혼일지라도 진심을 다하면 바뀔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참 어리석었다.
서류를 서류 봉투에 넣고 거실 테이블 위에 두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그녀와의 대화창을 열었다.
[오늘 일찍 들어와. 상의할 게 있어.]
2분쯤 지났을까. 무미건조한 프로필 옆으로 짧은 답장이 떠올랐다.
[어.]
휴대폰을 끄고 소파 위로 던져버렸다.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 잔 따랐다.
넓은 주방, 양문형 냉장고, 빌트인 오븐, 독일제 식기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지만 정작 내가 사용한 기억은 드물었다.
결혼 초반에는 나름대로 노력했었다. 그녀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싶어서 정성을 다했다.
처음으로 갈비찜을 했던 날, 그녀는 한 입 먹어보더니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받고 나가버렸다. 준혁에게 일이 생겼다는 이유였다.
두 번째로 공들여 요리했을 때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다.
세 번째 시도 때는 오후 4시부터 밤 7시까지 온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도록 상을 차렸다.
그녀는 돌아왔지만, 등 뒤에 준혁을 달고 있었다.
둘은 다정하게 웃으며 들어오더니 차려진 상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우리 약속 있어서 나가서 먹을 거야."
그녀 뒤에 서 있던 준혁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보고 웃었다. "고생하셨네요."
그 비릿한 웃음은 지금 떠올려도 속이 뒤틀린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요리를 하지 않았다.
밤 7시, 그녀는 오지 않았다.
8시,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9시가 되어서야 휴대폰이 울렸다.
[준혁 씨 쪽에 일이 좀 생겨서 늦을 것 같아. 먼저 자, 기다리지 말고.]
그 문장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먼저 자, 기다리지 말고.'
지난 3년 동안 지겹도록 들은 말이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매번 송준혁이었다.
그에게는 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그녀는 늘 그것을 해결하러 가야 했다.
감기에 걸리면 곁에 있어줘야 했고, 기분이 안 좋으면 달래줘야 했으며, 이사를 하면 도와줘야 했고, 고양이를 입양해도 같이 봐줘야 했다.
한번은 준혁이 강 건너 유명한 빵집의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 케이크를 사다 주고 그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집에 돌아왔을 땐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내가 저녁은 먹었느냐고 묻자, 그녀는 "준혁 씨네서 먹었어"라고 답하고는 바로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깨달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일단 결혼을 했으니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도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아줄 거라 믿었다.
내가 충분히 잘하면, 그녀도 언젠가는 이 집을 돌아봐 줄 거라 생각했다.
이제야 알겠다. 마음속에 내 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잘해줘 봤자 소용없다는걸.
당신이 훌륭하다고 해서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니라, 그저 당신의 훌륭함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길 뿐이다.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알았다고, 조심히 들어오라고 대범하고 이해심 넓은 남편인 척 굴었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며칠 뒤면 그녀의 메시지를 받을 일도 없을 테니까.
2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렸다.
TV 속 연예인들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문득 이 상황이 참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집에서 이름뿐인 결혼 생활을 붙들고, 나를 안중에도 없는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이.
그 시각 그녀는 첫사랑 곁에 있을 것이다. 아주 당당하고 정당하게.
결혼할 때 그녀가 못 박았으니까. 당신만 아니었으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그녀는 내가 자신과 준혁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끼어들어 억지로 헤어지게 만들었다고. 우리 집안의 세력과 그놈의 소송을 빌미로 그녀를 이 결혼 서류에 묶어버렸다고 믿었다.
하지만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 아버지 회사의 자금줄이 끊겨 급전이 필요했고, 그녀네 회사는 우리 집안의 인맥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었다.
양가 어른들이 식사 한 번 하는 자리에서 이 혼담은 결정되었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지, 그녀가 시집오고 싶은지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눈에 이건 그저 공평한 거래였다.
그쪽은 돈을 냈고, 우리 쪽은 인맥을 동원했다. 각자 필요한 것을 챙긴 것이다.
오직 송준혁만이 이 거래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녀는 내가 그의 자리를 뺏었다고 생각했다. 반듯했던 남자친구를 그늘 속에 숨어 지내야 하는 첫사랑으로 전락시켰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미안함은 준혁에게 쏟아붓고, 모든 냉소는 나에게 남겨두었다.
신혼여행 첫날밤, 잔뜩 취해 부축받으며 방으로 들어온 그녀의 원피스 지퍼를 내려주려 하자 그녀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무서울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서도윤."
성까지 붙여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이 결혼이 어떤 건지 당신도 잘 알잖아. 난 당신 사랑 안 해. 평생 그럴 일 없어. 눈치껏 행동해. 서로 영역 침범하지 말고."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게스트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이후로 우린 계속 각방을 썼다.
문득 지난 3년 동안 그녀가 안방에 들어온 게 단 두 번뿐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 번은 그 신혼날 밤이었고, 또 한 번은 작년 겨울 내가 39.5도까지 열이 올라 사경을 헤맬 때였다.
가정부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고 2시간 만에 달려온 그녀는 방문 앞에 서서 나를 흘끗 보더니 아주머니에게 병원에 데려가라고만 하고 다시 나가버렸다.
준혁의 중요한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날 밤도 그녀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 7시에 눈을 떴을 때, 휴대폰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와 있지 않았다.
씻고 내려가니 아주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 혼자 내려오는 걸 본 아주머니는 입을 달싹이다가 결국 한마디만 물었다. "서방님, 오늘 아침은 뭐로 준비할까요?"
"흰죽이면 돼요."
식탁에 앉자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그녀였다.
[어제 준혁 씨가 많이 취해서 밤새 간호하느라 못 들어갔어. 오전 회의 있어서 바로 회사로 갈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죽을 한 입 떠먹었다.
"아주머니, 며칠 내로 이삿짐 박스 좀 몇 개 사다 주세요."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사하시게요?"
"네, 조만간요."
아주머니는 무언가 더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내 표정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3년 동안 이 집에서 일하며 그녀는 모든 걸 보았고,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서방님."
3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사라지고 나는 식사를 마친 뒤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부동산 중개인과 집을 보기로 한 날이다. 이 집을 나가기 전에 새로 머물 곳을 찾아야 했다.
이혼 서류에 재산을 포기했다고 해서 빈털터리인 건 아니다.
결혼 전부터 모아둔 예금이 있었고, 지난 3년 동안 일을 쉬긴 했지만 처가 쪽에서 매달 내 카드에 3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입금해 줬다. 딱히 쓸 일이 없어 고스란히 모아둔 게 꽤 됐다.
작은 아파트 하나 얻어서 1~2년 정도 지내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부동산 중개인은 안경을 쓴 젊은 남자였는데 말이 무척 빨랐다.
그가 보여준 곳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방 두 개짜리 집이었다. 단지 환경도 쾌적했다.
"서 선생님, 이 집 채광이 정말 예술이에요. 집주인이 새로 인테리어 한 거라 가전이랑 가구도 다 새 거고요. 월세 80인데 어떠세요?"
베란다에 서서 밖을 내다봤다. 시야가 탁 트여 멀리 공원까지 보였다.
넓지는 않았지만 혼자 살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윤채원의 기억이 단 한 조각도 묻어있지 않았다.
"좋네요. 여기로 하죠."
중개인은 내가 이렇게 빨리 결정할 줄 몰랐는지 잠시 멍해 있다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임대인이랑 계약 진행 도와드릴게요!"
1년 계약을 하고 보증금과 월세를 치렀다.
열쇠를 쥐고 나오니 햇살이 따스하게 몸을 감쌌다.
길가에 서서 손바닥 위의 열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듯 가벼워졌다.
오후에 집에 돌아오니 거실에 이삿짐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드레스룸을 정리하러 올라가려는데 현관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집에 있었네요?"
뒤를 돌았다. 송준혁이 현관에 서 있었다.
그는 내 손에 들린 박스를 보더니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짐 정리해요?"
나는 대답 대신 담담하게 물었다. "여긴 웬일입니까?"
"채원이가 가보라고 해서요."
"살던 집 계약이 끝났는데 아직 새 집을 못 구했거든요. 채원이가 당분간 여기서 지내래요.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있으라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라고 답했다.
송준혁은 내 반응이 예상 밖이었는지 미소가 순간 경직되었다.
"기분 나쁜 건 아니죠?"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살폈다.
"솔직히 저도 좀 불편할 것 같아서 사양했는데, 채원이가 하도 강요해서요. 채원이가 말하길..."
"그 사람이 그러라고 했으면 그렇게 해요."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방도 많은데 상관없습니다."
그는 입술을 깨물더니 소파에 가서 앉았다.
"참 대단하시네요."
"결혼도 그렇게 대범하게 하시더니, 이제 저까지 이 집에 들여보내 주시고."
나는 그를 보며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송준혁은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서도윤 씨, 사람 말하고 있잖아요."
나는 멈춰 서서 그를 내려다봤다.
"듣고 있어요."
"하지만 나랑 수다 떨러 온 건 아닐 테니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난 짐 싸야 해서 바쁘거든요."
송준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서 가식적인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진짜 나가는 거예요?"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내뱉었다.
"그럼요."
"둘 사이에 눈치 없는 방해꾼으로 남을 순 없잖아요."
4
송준혁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나는 그를 거실에 혼자 둔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옷장을 열고 옷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3년이라는 세월 치고는 옷이 그리 많지 않았다.
윤채원과 단둘이 여행을 가본 적도 없고, 그녀에게 선물을 받아본 기억도 없다.
결혼기념일도, 생일도, 밸런타인데이도 우리에겐 그저 지나가는 하루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우스운 꼴이다.
마지막 코트를 접어 박스에 넣고 테이프를 붙이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윤채원이었다.
[오늘 접대 있어서 저녁 못 먹고 들어가. 준혁 씨 방금 들어갔을 테니까 게스트룸 좀 챙겨줘.]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짐을 쌌다.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드레스룸과 서재 정리가 대충 끝났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송준혁이 거실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내 손에 들린 이혼 서류 봉투로 시선을 옮겼다.
"그게 뭐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서류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뒤 맞은편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송준혁은 한참 동안 그 봉투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혼 서류인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