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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집도의의 손을 부순 결과
며칠 전, 나는 또다시 같은 이유로 고발당했다. 시작은 그 난도 높은 심장 재건 수술이었다. 수술을 마친 지 불과 몇 시간 전. 나는 보호자들이 감사의 ...
Chương (1)
第1章
며칠 전, 나는 또다시 같은 이유로 고발당했다.
시작은 그 난도 높은 심장 재건 수술이었다.
수술을 마친 지 불과 몇 시간 전.
나는 보호자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온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내 가슴에 달린 ‘심장 전문의’라는 명찰을 보더니 대뜸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수술비로 수천만 원을 썼는데, 이 병원이 미쳤나! 어디서 전문대 졸업한 애송이한테 우리 영감 심장을 맡겨!”
“당신들 딱 기다려. 당장 고소할 테니까!”
전문의 와 전문대생의 차이를 설명하려 입을 뗐지만, 과장은 오히려 내게 보호자 앞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라고 강요했다.
나는 그저 이 소동이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로만 알았다.
“지금… 제가 전문대를 나왔다고 하셨나요?”
나는 눈앞의 보호자를 보며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
1.
“이것 좀 보세요! 이게 사람 새끼가 할 소리야? 어디서 굴러먹던 전문대생이 감히 내 영감 심장에 칼을 대!”
심혈관 센터 복도에 박정숙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대답할 틈도 없이 내 뺨을 세게 내리쳤다.
‘짝!’ 하는 굉음과 함께 입안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번졌다.
부어오른 왼쪽 뺨을 감싸 쥐자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나는 수술실에서 꼬박 여덟 시간을 버텼다.
우리 시에서 이 첨단 기술을 유일하게 보유한 의사로서, 죽음의 문턱까지 간 그녀의 남편을 억지로 끌어올려 놓은 참이었다.
당연히 감사 인사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불꽃이 튀는 손찌검이었다.
박정숙은 내 의사 가운의 깃을 움켜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세게 찔러댔다.
“사람들아, 이 악덕 병원 좀 보세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안다니까!”
“피 같은 돈 수천만 원을 갖다 바쳤더니, 대학도 못 간 전문대 졸업생을 데려다가 우리 영감 생체 실험을 했대요!”
“어쩐지 수술 끝났는데도 영감 얼굴이 허옇더라니! 이 돌팔이 년이 사람을 다 망쳐놨어!”
나는 심호흡을 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보호자님, 용어부터 제대로 알고 말씀하세요.”
“명찰에 적힌 ‘전문’은 심혈관 분야의 ‘전문의’라는 뜻이지, 전문대를 졸업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정식 의대를 졸업하고….”
“어디서 개수작이야!”
박정숙이 내 구두 위에 침을 퉤 뱉었다.
그녀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허벅지를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전문이면 전문대지, 내가 글도 모르는 병신인 줄 알아?”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요즘 전문대 나온 애들은 취직도 못 해서 뒷구멍으로 돈 찔러주고 들어온다더라!”
“그런 주제에 누굴 고쳐! 당장 수술비 내놔! 위자료 내놓으라고!”
바닥을 굴러대며 생떼를 쓰는 여자를 보며 나는 아득한 허망함을 느꼈다.
자신만의 논리에 갇힌 무지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았다.
나는 보안실에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때, 통통한 손 하나가 나타나 내 휴대폰을 거칠게 낚아챘다.
심혈관 센터장 장덕수가 땀을 흘리며 인파를 헤치고 들어왔다.
그는 박정숙을 향해 비굴할 정도로 비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고, 보호자님. 화 푸세요. 말씀으로 하셔야지, 이렇게 노하시면 어떡합니까.”
말을 마친 그는 내 팔을 세게 잡아끌어 원장실 옆 부속실로 밀어 넣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장덕수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성유진, 너 미쳤어? 일을 더 키우고 싶어서 환장했냐고!”
나는 붉게 부풀어 오른 뺨을 가리키며 그를 차갑게 응시했다.
“장 과장님. 저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의사를 폭행했고 제 학력을 모독했어요. 신고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장덕수는 짜증스럽게 손을 내젓더니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받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유진아, 넌 아직 젊어서 세상을 몰라. 요즘 의사-환자 관계가 얼마나 예민한지 몰라서 그래?”
“우리 센터 다음 달에 상급 종합병원 지정 평가 있는 거 알지? 원장님이 한 번만 더 구설수 오르면 끝장이라고 신신당부하셨어.”
“이 판국에 경찰을 불러? 병원 얼굴에 똥칠할 일 있어?”
나는 종이컵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래서요? 저는 그냥 이유 없이 뺨을 맞고, 뒷구멍으로 들어온 전문대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참아야 합니까?”
장덕수는 한숨을 내쉬며 내 어깨를 다독였다.
“능력 있는 사람이 참아야지 별수 있겠냐. 보호자도 다 걱정돼서 저러는 거야. 배운 게 없어서 용어를 헷갈린 거잖아.”
“독일 박사까지 따고 온 엘리트가 시골 할머니랑 싸워서 뭐 하겠어? 그냥 나가서 사과하고 적당히 넘어가자. 응?”
나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눈앞의 상사를 바라보았다.
“가해자한테 사과하라고요? 제가요?”
2.
장덕수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목소리에는 명백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
“성유진, 너 이 병원 처음에 누가 뽑아줬는지 잊었어? 이번에 고개 안 숙이면 연말 전문의 고과 점수, 다른 사람 줄 수밖에 없어.”
“병원의 대의를 위해서 네가 한발 물러서.”
장덕수의 집요한 압박과 도덕적 가스라이팅 아래, 나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삼십 분 뒤, 나는 다시 복도로 나갔다.
박정숙은 이미 바닥에서 일어나 기세등등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덕수는 비굴한 웃음을 띠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보호자님, 우리 성 선생이 본인의 실수를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병원 측에서 수술 후 관리비 300만 원을 감면해드리기로 했습니다.”
박정숙은 감면 확인서를 낚아채듯 뺏어 들고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훑어내렸다.
“진작 이럴 것이지. 아니었으면 내 당장 이 병원 문 닫게 했을 거야.”
“이봐, 전문대생. 입이 붙었어? 사과 안 해?”
뒤에 서 있던 장덕수가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다시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박정숙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려 사라졌다.
장덕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칭찬하듯 미소 지었다.
“거봐, 참으면 다 해결되잖아.”
뺨을 맞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돈까지 깎아주며 이 굴욕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의 악의에는 바닥이 없었다.
사흘 뒤 아침 회의 시간, 장덕수는 붉은 직인이 찍힌 공문을 들고 흙빛이 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서류를 회의 탁자 위에 거칠게 내던지며 나를 쏘아보았다.
“성유진, 지금 당장 맡고 있는 환자들 전부 인계해.”
“오늘부로 정직이다. 모든 수술과 진료 활동을 중단해.”
회의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동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꽂혔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정직이라뇨? 이유가 뭡니까!”
장덕수는 프로젝터를 켜더니 스크린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
영상 속에는 며칠 전 복도에서 내가 박정숙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던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교묘하게 편집된 영상이었다.
박정숙이 내 뺨을 때리는 장면도, 그녀가 난동을 부리는 장면도 없었다.
오직 내가 뺨을 감싸 쥔 채 굴욕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만 부각되어 있었다.
영상 위에는 자극적인 빨간색 글자가 박혀 있었다.
[악덕 병원의 만행! 전문대생이 가짜 의사 행세하며 노인 심장 망쳐놓고 돈으로 입막음!]
장덕수는 화면에 가득한 욕설 댓글들을 가리키며 손을 떨었다.
“이유? 이 집구석이 돈까지 받아 처먹고는 보건복지부에 널 실명 고발했어! 이 영상이 지금 온 커뮤니티에 다 퍼져서 병원 민원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상부에서 합동 조사단까지 꾸려졌어. 결과 나올 때까지 너는 근신해!”
나는 화면 속의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을 보며 몸을 떨었다.
“이 여자 몸 로비해서 들어온 거 아냐? 전문대가 어떻게 집도의를 해?”
“이 병원 싹 다 털어라. 뒤에 어떤 스폰서가 있는지 조사해!”
나는 명문대 본과와 대학원을 거쳐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까지 마친 엘리트였다.
귀국 후 서울의 고액 연봉 제의도 뿌리치고 고향의 심혈관 의료 발전을 위해 내려왔는데, 지금 이런 황당한 낙인이 찍힌 것이다.
퇴근길, 동료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 차 앞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찌르는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하얀색 승용차는 온통 선홍색 페인트로 뒤덮여 있었다.
앞 유리창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비뚤비뚤하게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살인마 의사’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몇몇 젊은이들이 나를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댔다.
“저 여자다! 사람 죽인 전문대생!”
“빨리 찍어! 얼굴 다 팔리게!”
나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차 문을 열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3.
집에 돌아오자마자 상자 깊숙이 넣어두었던 학위 증명서와 전문의 자격증을 꺼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이 확실한 증거들을 들고 장덕수의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과장님, 병원 홈페이지에 제 학력 증명서와 이력을 즉시 게시해 주세요.”
“그리고 저 가족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하겠습니다.”
두꺼운 증명서 뭉치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
장덕수는 증명서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손사래를 쳤다.
“이러지 마. 지금 이런 거 올려봤자 네티즌들은 우리가 조작했다고 생각할 거야. 세탁한다고 더 욕한다고!”
“지금 여론이 최악이야. 네가 해명하면 할수록 저들은 더 미쳐 날뛸 거라고.”
나는 책상을 짚고 그의 피하는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럼 저 사람들에게 오물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요?”
“제 차에 페인트 테러가 일어났고, 밤마다 협박 전화가 와요. 이게 과장님이 말한 ‘참으면 해결되는’ 상황인가요?”
장덕수는 귀찮다는 듯 일어나 창가로 가서 담배를 물었다.
“성유진, 네가 이 타이밍에 나서면 병원은 불바다가 돼.”
“조사단이 확인 중이니까 반달만 참아. 소나기는 피해야 할 거 아냐.”
“그냥 집에 가서 조용히 있어. 입 꾹 다물고 사고 치지 말고!”
또 대의, 또 소나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하 직원을 주저 없이 제물로 바치는 상사를 보며, 나는 마음속의 마지막 끈을 끊어버렸다.
“좋아요. 병원에서 안 하겠다면 제가 직접 해결하죠.”
나는 책상 위의 서류를 챙겨 한 걸음에 방을 나섰다.
뒤에서 장덕수의 악에 받친 고함이 들려왔다.
“너 사고 치기만 해봐! 앞으로 의료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할 줄 알아!”
나는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 내림 버튼을 눌렀다.
병원이 죽은 척을 한다면, 내가 직접 저 가족을 찾아가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차를 몰아 보호자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팔 가득 문신을 한 젊은 남자였다.
박정숙의 아들, 손태오였다.
그는 상의를 벗은 채 담배를 꼬고 앉아 나를 훑어내렸다.
“오호, 이게 누구야? 그 전문대생 아냐? 왜, 병원에서 잘려서 밥 빌어먹으러 왔어?”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학위 복사본을 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당장 인터넷에 올린 허위 영상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 올리세요.”
“이건 제 박사 학위증과 전문의 자격증입니다. 당신들의 행동은 엄연한 명예훼손입니다.”
손태오는 잠시 멍하니 서류를 보더니, 이내 과장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내 손에서 서류를 낚아채더니 읽어보지도 않고 갈갈이 찢어버렸다.
“가짜 서류 좀 만들어서 오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았냐? 이 바닥 생리를 내가 모를 줄 알아?”
“박사? 네가 박사면 나는 옥황상제다, 이 년아!”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찢어진 종이 조각들을 내 얼굴에 던졌다.
집 안에서 기척을 느낀 박정숙이 튀어 나왔다.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고 폭언을 쏟아냈다.
“이 낯짝 두꺼운 돌팔이가 감히 여길 어디라고 기어 들어와!”
“네 실력이 형편없어서 우리 영감이 맨날 가슴 아프다고 난리인데!”
“말해두는데, 위자료 10억 내놓기 전엔 절대 안 끝나!”
나는 탐욕에 눈이 먼 모자를 얼음장 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르신이 가슴 통증을 느끼는 건, 입원 중에도 몰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의사 지시를 어겼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계속하시면 심장 부위에서 2차 대출혈이 일어날 겁니다.”
“그땐 그 어떤 의사도 못 살립니다.”
손태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발광하며 달려들었다.
“누구 보고 죽으래, 이 씨…!”
그는 거친 황소처럼 나를 밀쳐냈다. 거대한 힘에 밀린 나는 중심을 잃고 복도 벽에 세게 부딪혔다.
“당장 꺼져! 한 번만 더 알랑거리면 그땐 진짜 죽여버린다!”
손태오가 욕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닫히는 문틈 사이로 오른손을 뻗어 문을 막으려 했다.
4.
“영상 지우라고요, 당장!”
문틈으로 들어온 내 손을 본 손태오의 눈에 순간 섬뜩한 악의가 스쳤다.
“영상을 지워달라고? 그래, 그전에 이 손부터 못 쓰게 만들어줄게!”
그는 온 힘을 다해 묵직한 철문을 내리쳤다.
‘쾅!’
둔탁한 충격음이 복도를 울렸다.
뒤이어 뼈가 으스러지는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고, 순식간에 등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내 오른손이 철문과 문틀 사이에 처참하게 끼였다.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전류처럼 전신에 퍼졌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문 뒤에서 손태오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이제 이 손으로 수술칼은 다 잡았네, 가짜 전문대생!”
그가 문고리를 놓자, 내 오른손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벽에 기댄 채 숨조차 쉬지 못할 고통에 몸을 떨었다.
그때, 장덕수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고통 때문에 목소리가 뒤틀렸다.
“과장님… 보호자한테 폭행당해서… 손이 부러졌어요. 지금 신고할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장덕수의 억눌린 분노가 들려왔다.
“성유진, 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
“조사 결과가 내일 나오는데, 지금 경찰 부르고 일을 키워서 병원 식구들 다 죽일 셈이냐고!”
“그 손 좀 삐었다고 엄살 부리지 마!”
“당장 집으로 기어 들어가! 경찰 부르는 순간, 네 의사 인생은 끝인 줄 알아!”
뚝, 끊겨버린 신호음을 들으며 나는 완전히 절망했다.
무지하고 사악한 환자 가족, 그리고 선을 넘은 비겁한 상사.
나는 혼자서 부러진 손을 감싸 쥔 채, 다른 대학병원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 결과는 처참했다. 우측 수근골 분쇄 골절.
의사는 내 손에 두꺼운 석고 붕대를 감으며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최소 반년은 수술대에 못 오를 거고, 회복 후에도 미세한 수술 조작이 가능할지는 장담 못 합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병원을 나왔다.
다시 센터로 돌아와 왼손 하나로 책상 위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차트에 남은 손태오 아버지의 병력을 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그 노인의 심장 수술은 극도로 복잡했고, 혈관은 종이처럼 얇았다.
내가 정직당하고 손이 부러진 이 시기에 병이 도지지 않기만을 빌어야 할 것이다.
나는 짐 상자를 안고 병원 1층 로비로 향했다.
역겨움이 치미는 이곳을 영원히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때, 응급실 쪽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들려왔다.
“의사 선생님! 살려주세요! 우리 영감이 피를 토해요!”
박정숙의 처절한 비명이 대합실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