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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는 쓰레기니 마음껏 사랑하렴
내 딸이 나 몰래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온 나라 국민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아이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했다.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
Chương (1)
第1章
내 딸이 나 몰래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온 나라 국민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아이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했다.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으며, 내가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을 때리고 욕하며 키웠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신의 삶이 개보다 못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에 내 심장은 얼음 송곳에 찔린 듯 차갑게 얼어붙었다.
20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키워온 아이가 나를 이렇게까지 모함하다니. 하지만 더 큰 충격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아이가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무릎을 굽히더니 털썩 주저앉은 것이다. 그러고는 친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자신을 버린 데에는 분명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거라며, 절대 원망하지 않으니 제발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그토록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한다면, 이제 나도 더는 붙잡을 생각이 없다. 다만 조금 궁금해질 뿐이다. 자신의 친부모가 정작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때, 아이가 지금보다 더 처절하게 울게 되지는 않을지.
1
진행자가 무릎을 꿇고 있던 딸, 지안이를 일으켜 세우며 티슈 한 장을 건넸다.
“지안 씨, 걱정 마세요. 우리 제작진이 반드시 친부모님을 찾아드릴게요.”
이어 진행자는 지안이가 나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도록 유도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힘들겠지만, 그동안 양어머니가 지안 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했는지 조금 더 들려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안 씨 편이에요. 겁내지 말고 말해봐요.”
이런 프로그램의 생리는 잘 알고 있다. 더 비극적일수록, 더 자극적일수록 시청률은 치솟고 관객의 눈물을 쥐어짜 낼 수 있다는 걸. 지안이는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식적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일이 끊이지 않았어요. 한 번은 설거지를 하다가 실수로 접시를 하나 깨뜨린 적이 있는데….”
지안이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왼쪽 손을 내밀었다. 그 위에는 울퉁불퉁하고 흉측한 화상 흉터가 가득했다.
“양어머니가 제 손을 그대로 끓는 물 솥에 집어넣었어요.”
방청객석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또 한 번은 집안에 있던 단돈 천 원을 잃어버렸다고, 저를 매달아 놓고 옷걸이로 사흘 밤낮을 때렸어요. 온몸에 성한 살갗이 단 한 군데도 없었죠.”
카메라는 지안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했고, 스튜디오에는 구슬픈 음악이 깔렸다. 화면 속 관객들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
“세상에, 이건 학대잖아요! 어떻게 저런 악마 같은 여자가 다 있어?”
옆에 앉아 있던 이른바 심리 전문가라는 사람도 헛기침을 하며 거들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입니다. 아이를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장난감으로 여기는 거죠. 기분 좋으면 귀여워하다가, 기분 나쁘면 마음대로 짓밟는 겁니다.”
‘마음대로 짓밟는다’는 말에 지안이는 연신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화면을 지켜보던 내 손가락이 분노로 떨려왔다. 지안이의 손 흉터는 본인이 부주의하게 화상을 입은 것이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오히려 그때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몇 달 치 월급을 털어 아이를 대학병원으로 데려갔고, 3주 동안 잠 한숨 못 자며 병간호를 했다. 옷걸이로 때렸다는 이야기도 과장됐다. 아이가 손버릇 나쁘게 집에 있는 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때, 따끔하게 훈육하기 위해 매를 든 것이 전부였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나는 아이에게 부끄러울 짓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이를 위해 평생 결혼도 포기했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애지중중 키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온갖 거짓말을 보태 나를 모함하다니. ‘머리 검은 짐승’이라는 말 말고는 이 아이를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안이가 다시 눈물을 닦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엄마, 아빠. 저 이제 고생하기 싫어요.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왜 저를 버리셨는지 모르겠지만, 저 이제 대학도 졸업했고 번듯한 직장도 구했어요. 절대 짐이 되지 않을게요. 제발 저를 받아주세요….”
자신의 친부모에게는 짐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나를 망가뜨리는 건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지안이를 입양하기로 했을 때, 내 나이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처음 2년 동안은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매일 새벽 아이의 울음소리에 깨어 동이 틀 때까지 아이를 달랬다. 주변 사람들은 꽃 같던 아가씨가 순식간에 아줌마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육체적인 피로보다 힘들었던 건 가난이었다. 분유 살 돈이 없어 돈을 빌리러 다녀야 했다. 그러다 겨우 형편이 나아졌을 때도,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의 대부분은 지안이를 위한 것이었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불평한 적 없었다. 그런데 이제 번듯한 직장을 구하더니 나를 쓰레기처럼 걷어차고, 친부모를 찾아 효도하겠다니.
스튜디오의 조명이 커다란 문 하나를 비췄다. 각본대로라면, 지안이의 친부모를 찾았을 경우 그들이 저 문 뒤에서 나타날 것이다. 지안이는 쉰 목소리로 그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엄마, 아빠. 정말 보고 싶어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잖아요. 저를 낳아주신 분들에게 이제라도 효도하며 살고 싶어요.”
그녀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 저 문 뒤의 사람들이 나타나는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질 거라는 사실을. 공들여 합격한 직장마저 신원 조회 끝에 자격이 박탈될 거라는 사실까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2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나는 스마트폰의 라이브 중계를 끄고 수업 준비를 했다. 나는 고등학교 교사다.
그리고 지안이의 친부모는 한때 내 제자였다. 이름은 장성호와 이미경.
20년 전, 내가 갓 임용되었을 때 맡았던 첫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고, 겁이 난 나머지 아이를 변기 속에 버렸다. 내가 발견했을 때 지안이는 온몸이 새파랗게 질려 숨이 멎기 직전이었다. 그러니 지안이가 갈구하는 그놈의 ‘혈연의 정’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환상이었다.
사실 지안이가 장성한 후, 나는 몰래 그 두 사람의 근황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만약 그들이 개과천선했다면 지안이와 만나게 해줄 용의도 있었다. 하지만 들려온 소식은 참담했다. 그들은 그 후로도 아이를 넷이나 더 낳았다고 했다. 첫째와 둘째 딸은 일찍이 선금이나 다름없는 지참금을 받고 팔려 가듯 결혼했고, 셋째 딸은 식구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식모처럼 살고 있었다. 그리고 오직 막내아들 하나만이 하늘처럼 대접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그런 집안에 지안이를 보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 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지안이에게 전과가 있는 친부모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들과 엮이는 순간, 지안이가 수년간 노력해 얻은 결과는 물거품이 될 게 뻔했다.
한숨이 나왔다. 본인이 내린 결정이니 더는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내 진심을 개에게 줬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마음을 다잡고 교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문틀 위에 놓여 있던 차가운 물양동이가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학생들이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 선생님, 선생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가르쳐요?”
“자기 딸을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사생활까지 지저분하다면서요? 낮에는 선생, 밤에는 몸 파는 여자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뜬금없는 성적인 비하 발언과 루머. 지안이와 연관된 일임을 직감했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다시 라이브 방송을 켰다.
제작진은 화제성을 더 키우고 싶었는지 문을 바로 열지 않았다. 지안이는 친부모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생각했는지 더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정말 제가 고생하는 걸 보고만 계실 건가요?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그녀는 잠시 주춤하더니 입술을 깨물고 말을 내뱉었다.
“제 양어머니는 사생활이 아주 문란한 여자예요. 매일 밤 남자들과 호텔을 드나들죠. 그런 저질스러운 여자 밑에서 제가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이 가세요?”
진행자도 당황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안 씨, 양어머니는 교사이고 올해 수석교사 승진 대상자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런 일을 벌였다는 건가요?”
증명이라도 하듯 지안이는 가방에서 사진 뭉치를 꺼냈다. 사진 속에는 내가 각기 다른 남자들과 고층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들이 찍혀 있었다. 키 큰 남자, 왜소한 남자, 뚱뚱한 남자까지. 제작진의 확인 결과, 합성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어요. 안 그러면 그 박봉인 교사 월급으로 저를 어떻게 그렇게 호의호식시키며 키웠겠어요?”
순간, 젖은 옷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온몸이 오한이 든 듯 떨려왔다. 20년을 애지중지 키운 딸자식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진은 진짜였다. 하지만 나는 호텔에 간 것이 아니라 집을 보러 간 것이었다. 사진 속 남자들은 그저 부동산 중개인들이었을 뿐이다. 지안이의 직장이 집에서 멀어 출퇴근이 힘들까 봐, 나는 아이를 위해 직장 근처에 새 아파트를 마련해주려 했다.
허탈하게도 오늘 아침 등기 권리증이 나왔고, 저녁에 서프라이즈로 전해주려던 참이었다. 스튜디오의 관객들은 진실을 모른 채 지안이를 동정하며 나를 비난했다.
“어쩐지 왜 입양을 했나 싶었네. 같이 더러운 돈 벌려고 그랬던 거 아냐?”
“저 여자 수석교사 타이틀도 어떻게 땄는지 뻔하지 뭐.”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교장 선생님의 문자였다.
[한 선생님, 올해 수석교사 자리가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요. 정년퇴직을 앞둔 분들도 계시고 해서 이번에는 그분들을 먼저 챙겨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3
승진이 무산됐다.
그동안 쏟아부은 모든 노력이 단숨에 물거품이 되었다. 내가 이 자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준비했는지 지안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말 한마디로 나의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교장실로 달려가 해명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한숨뿐이었다.
“한 선생님, 일이 너무 커졌어요. 학부모들이 당장 해임하라고 난리예요. 교육청에 투서 넣겠다는 사람들도 수두룩하고요. 일단 올해 승진은 물 건너갔으니, 가서 따님하고 가정사부터 잘 해결하고 오세요.”
교장실을 나오니 복도 게시판에 걸린 내 사진이 검게 칠해져 있었다. 누군가 내 눈 부분을 날카로운 것으로 파놓았고, 옆에는 빨간 페인트로 커다란 가위표가 처져 있었다. 오가는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입을 가리고 수군거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지안이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하라고 다그쳐야 했다.
생중계 화면 속에서 지안이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자극을 받은 듯 갑자기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안 돼, 양어머니예요! 제가 방송 나온 걸 알고 전화한 게 분명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가 다 말해버려서 화난 거죠? 제발 살려주세요!”
지안이는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빌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평소에 아이를 심하게 억압하고 폭행해왔던 것처럼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진행자가 급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엄숙하게 말했다.
“지안 씨, 이제 우리 프로그램이 있고, 여기 계신 관객분들, 그리고 지안 씨를 응원하는 수만 명의 시청자가 있어요. 그 여자가 더는 당신을 해치지 못하게 할 겁니다.”
구석에서 지켜보던 심리 전문가도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지안 씨, 지난 20년의 고통은 이제 끝났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당신의 꿈을 이뤄주고, 친부모님과 재회하게 해줄게요.”
해명은커녕 오히려 역공을 당했다. 내 전화번호는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죽으라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아무리 설명해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방송 도중, 지안이가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우더니 나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는 조금 전의 비굴함은커녕 비릿한 승리감이 감돌았다.
“엄마, 내가 보낸 선물 마음에 들어?”
다시 듣는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지안아,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그녀가 풋 하고 비웃었다.
“누가 내 친부모 찾는 거 방해하래? 자업자득이야.”
배은망덕한 아이. 내가 베푼 은혜는 기억조차 못 하고,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작은 일 하나에 천 배, 만 배로 복수하려 드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네 친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말린 거야. 왜 내 말을 안 듣니?”
지안이가 열 살 때,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적이 있었다. 상처받을까 봐 화장실에서 태어나 버려졌다는 비참한 진실은 숨긴 채, 그저 눈 내리는 거리에서 널 발견했다고만 말해줬다. 성인이 된 후에 넌지시 진실을 알려주려 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내가 자신을 곁에 묶어두려고 거짓말을 한다고만 생각했다.
“거짓말 좀 마. 세상에 자기 자식을 죽이려는 부모가 어디 있어? 아, 깜빡했네. 선생님은 친자식은커녕 자궁조차 없어서 그런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이해 못 하시지?”
너를 위해 평생 미혼으로 살았고, 자궁 적출 수술까지 받으며 평생 너만을 자식으로 여기겠다고 약속했던 내 희생이, 이제는 조롱거리가 되어 돌아왔다.
좋은 시절이 지겨워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겠다는데, 굳이 말리지 않겠다.
“지안아, 딱 하나만 기억해라. 오늘 이 길은 네가 스스로 선택한 거다.”
4
지안이가 코웃음을 쳤다.
“한 선생님, 이제 명예도 직장도 다 잃게 생기셨는데 본인 앞가림이나 잘하세요. 아, 그래도 선생님 재산 다 나한테 넘겨주겠다고 하면 내가 실수였다고 해명 정도는 해줄 용의가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쥐어짜 내겠다는 심산이었다.
3년 전, 나는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수척해진 나를 보며 지안이는 걱정 한마디 대신 차갑게 물었다. “엄마, 죽으면 유산 다 내 거지?”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이런 아이는 아무리 공을 들여도 소용없다는 것을.
후회했지만 늦었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먼저 부동산 등기소에 전화해 아파트 명의 변경 예약을 취소했다. 이어 변호사에게 연락해 파양 절차와 입양 관계 단절을 위한 서류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지안이에게 문자가 왔다.
[방해해봤자 소용없어. 방금 제작진이 우리 엄마, 아빠 찾았대.]
나는 다시 텔레비전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