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한 남편의 유일한 대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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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수술한 남편의 유일한 대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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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님이 폭탄선언을 했다. 구씨 가문의 대를 이을 증손주를 낳아주는 이에게 가문의 모든 재산을 고스란히 넘기겠다고. 구도현은 구씨 가문의 9대 ...

Chương (1)

第1章

구 회장님이 폭탄선언을 했다. 구씨 가문의 대를 이을 증손주를 낳아주는 이에게 가문의 모든 재산을 고스란히 넘기겠다고. 구도현은 구씨 가문의 9대 독자이자 하나뿐인 후계자로, 가업을 이어받을 유일한 적임자였다. 하지만 그는 지독할 정도로 ‘딩크’를 고집하는 내 절친, 로아를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다른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아이 따위는 평생 갖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한 남자였다. 로아는 출산을 여성을 물건 취급하고 비하하는 행위라 여겼다. 그녀는 죽음까지 불사하며 울고불고 매달렸고, 도현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애 낳는 기계’가 필요한 건지 따져 물으며 그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나는 이 출구 없는 교착 상태에서 운명을 바꿀 한 줄기 빛을 보았다. 평범한 사람은 몇 생애를 일해도 만져볼 수 없는 수천억 대의 자산. 그녀가 그 기회를 발로 차버리겠다면, 내가 대신 잡으면 그만이었다. 나는 로아가 사용했던 피임 도구를 몰래 빼돌렸고, 치밀한 계획 끝에 도현의 아이를 가졌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직 구씨 가문이 내건 그 어마어마한 보상금, 그 하나만을 위해서였다. …… 임신 테스트기에 선명하게 그어진 두 줄. 나는 구씨 가문에서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가문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다. 하지만 나를 곧장 본가로 데려가는 대신, 어느 프라이빗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 8주라는 진단이 나오자마자 나는 곧바로 이동식 침대에 눕혀졌다. 도현의 비서가 차갑게 말했다. “먼저 친자 확인부터 진행하겠습니다. 대화는 그다음입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아주 작은 환상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가운 바늘이 내 살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순간, 나는 내 위치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주변의 지독한 냉대와 침묵 속에서,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아팠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아낼 뿐이었다. 검사가 끝나고 침대에서 내려와 영문도 모른 채 몇 시간을 더 기다렸다. 마침내 돌아온 비서가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따라오시죠.” 차는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달렸다. 그리고 어느 독립 저빌라 앞에 멈춰 섰다. 안으로 안내받았을 때, 거실 소파에는 우아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는 중년 여인이 앉아 있었다. 구 여사님이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내 아들 약혼녀의 친구라고 들었네.” “아이, 어떻게 가졌지?” 사실대로 말할 순 없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미리 준비한 거짓말을 내뱉었다. “도현 씨가 잠시 저를 거두어 주셨을 때가 있었습니다.” “솔직해서 좋군.” 구 여사님이 살짝 미소 지었지만, 그건 명백한 경멸의 뜻이었다. “확실히 해두지.” 그녀의 시선이 내 아랫배에 머물렀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정밀 초음파를 할 거다. 만약 딸이라면, 집 한 채와 보상금을 줄 테니 그 길로 구씨 가문과는 인연을 끊는 거야. 하지만 아들이라면, 그 아이는 구씨 가문의 족보에 이름을 올리고 정식 후계자로서 모든 권리를 누리게 될 거다.” “물론, 자네도 아이 덕에 귀한 대접을 받겠지.”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구 여사님은 내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목소리를 조금 늦추었다. “모든 게 확실해지기 전까진, 밖에서 입 조심해.” “만약 허튼소리가 들린다면—” 뒷말은 생략되었지만, 그녀가 살짝 치켜든 턱 끝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비서가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드디어 구씨 가문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티켓을 손에 꽉 쥔 기분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있었다. 이로아였다. 그녀는 손에 내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흔들고 있었다. 내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로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른하게 웃었다. “어쩐지 요즘 놀자고 해도 안 나오더니. 서은수, 평소엔 세상 보수적인 척 다 하더니 사고 제대로 쳤네?” “누구 애야? 설마 방금 너 데려다준 그 아저씨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구도현과 수년을 함께했다. 혹시 그 비서를 알아본 걸까? 내가 입을 떼지 못하자 그녀는 비아냥거렸다. “나이는 네 삼촌뻘은 돼 보이던데. 은수야, 너 진짜 눈 낮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는 얼른 말을 받았다. “나이는 좀 있지만, 나한테 정말 잘해줘.” 그녀는 차가 떠난 방향을 힐끗 보더니 대꾸했다. “뭐, 차 보니까 아주 능력 없는 건 아닌 것 같네. 그런 남자 눈에 든 걸로 만족해. 임신까지 했는데 결혼은 언제 해?”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그쪽 부모님이 아이 낳는 거 보고 결정하자고 하시네.” 로아는 결국 폭소를 터뜨렸다. “와, 미친 거 아냐? 그걸 허락했다고? 진작 말하지 그랬어. 너 그렇게 막 나가는 스타일인 줄 알았으면 내가 돈 많은 스폰서 몇 명 소개해 줬을 텐데!” 내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무표정하게 있자, 그녀는 재미없다는 듯 테스트기를 아무 데나 던져두고 가버렸다. 나는 멀어지는 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내온 시간 동안, 나는 그녀의 시종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나를 각종 모임에 억지로 끌고 다니길 좋아했다. 자신은 공주처럼 입으면서 내게는 할머니나 입을 법한 촌스러운 옷을 강제로 입히곤 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친한지, 내가 그녀의 적선 없이는 얼마나 살기 힘든지를 떠들어댔다. 자신이 상대하기 귀찮은 치근덕거리는 남자들이 있으면 슬쩍 나를 그쪽으로 밀어 넣으며 친절한 척 소개하곤 했다. “얘 내 제일 친한 친구야. 매너 있게 잘 놀아줘.” 배고픈 사람 앞에서 보란 듯이 음식을 씹지 않는 게 예의라면, 그녀는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쩝쩝거리며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먹어 치우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웃으며 묻곤 했다. “너는 배 안 고파?” 나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주워 올렸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배고파. 당연히 배고프지. 그런데 내가 배고픈 걸 뻔히 알면서 내 눈앞에서 기만질을 해댔다면, 이제 내가 네 손에 든 걸 뺏어오는 수밖에. 아이의 건강을 위해 태교와 임신 지식을 미친 듯이 공부했다. 하지만 평온한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로아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은수야, 나와서 좀 놀자!” 거절하려는데 그녀가 선수 쳤다. “내 인스타 봤지? 장소 다 예약했고 애들도 다 모였어. 네 임신 축하 파티니까 무조건 와야 해!” 최근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던 인스타를 켰다. 피드 맨 상단에 내 임신 테스트기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경축! 내 절친 서은수 혼전임신!] 그 밑으론 온갖 조롱 섞인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1. 평소에 세상 청순한 척하더니 대박이다. 2. 대체 어느 집 도련님이 재수 없게 걸린 거야? 3.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 아냐? 그중엔 이름만 대면 아는 집안의 자제들도 섞여 있었다. 나는 짜증스럽게 눈을 감았다. 구 여사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구씨 가문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는지, 이 게시물을 벌써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나가지 않았다가 저들이 헛소리를 퍼뜨려 구 여사의 귀에 들어간다면……. 도박을 할 순 없었다. 나는 나가는 쪽을 택했다.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내 배로 쏠렸다. “오늘의 주인공 오셨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로아가 다가와 내 팔짱을 꼈다. 그녀의 팔에 찰과상이 있는 게 보였다. 옆에 앉은 도현은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였다. 그래도 ‘친구’ 사이니 걱정하는 척 물었다. 어떻게 다친 거냐고. 그녀는 내게 밀착하며 친한 척 몸을 기댔다. “며칠 전에 레이싱 하다가 차가 좀 뒤집혔거든. 안 그랬음 진작 축하해 줬을 텐데! 야, 혼전임신에 애 낳고 결혼이라니, 너무 앞서가는 거 아냐? 친구로서 축하 안 해주면 섭섭하지!” 폭소가 터졌다. 보다 못한 한 여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은수야, 혹시라도 애 낳았는데 그쪽에서 모른 척하면 어떡해? 네가 제일 힘들 때 책임도 안 지는 남자인데, 정말 괜찮겠어? 배 더 부르기 전에 다시 생각해보는 게……”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로아가 술잔을 탁자에 거칠게 내리쳤다. “뭐야? 내 친구 앞길 막는 거야, 지금?” 여자가 당황했다. “난 그냥 걱정돼서—” “그냥 뭐! 은수 형편 뻔히 알면서 그래? 저런 조건에 애라도 낳게 해준다는 남자 만난 게 어디야!” 로아는 기세등등하게 덧붙였다. “얘가 나 같진 않잖아. 우리 도현 씨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서포트해주거든. 나 애 낳는 고생 안 시키겠다고 집안이랑 의절할 기세인 거 알지?” 그녀는 도현에게 기대며 목소리를 죽였다. “그치, 자야?” 도현은 대답 대신 애틋한 손길로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랬다. 나는 또다시 그들의 화려한 연애 놀음에 들러리가 된 것이다. 로아가 나를 보며 더 짙게 웃었다. “은수야, 너무 부러워하지 마. 어쩌겠니, 사람 팔자 다 급이 있는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나중에 누가 ‘상등’이고 누가 ‘하등’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술을 마실 수 없는 나 때문에 모임은 금방 끝났다. 내가 너무 반응 없는 먹잇감이라 생각했는지, 로아는 한동안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두 달이 더 지났다. 임신 4개월 차, 내 아랫배가 제법 눈에 띄게 부풀어 올랐다. 다시 그 검은 세단이 집 앞에 멈춰 섰다. 오늘이 내가 구씨 가문에 남을지, 버려질지를 결정하는 날임을 직감했다. 구씨 본가에 들어서자 구 회장님과 여사님, 그리고 구 이사장님까지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나는 곧장 객실로 안내받았다. 의사가 초음파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침대에 누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부턴 하늘의 뜻이었다. 차가운 젤이 배에 닿고 탐촉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화면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기계의 미세한 소음과 터질 듯한 내 심장 소리만이 방안을 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의사가 손을 멈췄다. “여사님, 축하드립니다. 아들입니다!”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드디어 구씨 가문의 문턱을 완전히 넘었다! 이제 아이를 무사히 낳기만 하면 된다. 거실로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구 여사의 말투가 몰라보게 부드러워졌다. “이제부터 전담 인력을 붙여줄 테니, 몸조리 잘해서 아이 낳을 생각만 하게.”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여사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제발 저랑 로아 좀 내버려 두시면 안 돼요?!”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끝났다…… 는 생각뿐이었다. 구도현이 성큼성큼 들어왔고, 그 뒤를 로아가 따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나에게 꽂혔다. 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은수? 네가 왜 여기 있어?!” 목구멍이 꽉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침묵을 지키던 구 회장님이 입을 열었다. “저 아이가 왜 여기 있는지 내가 말해주마. 저 아이가 구씨 가문의 장손을 가졌다!” 도현은 망치로 얻맞은 듯 멍해졌다. 그리고 곧 안색이 급변했다. “그럴 리가요! 전 저 여자 건드린 적도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제 아이를 가집니까!” 로아의 얼굴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구도현, 너 설마 나 배신한 거야?!” 그러자 구 여사님이 담담하게 끼어들었다. “네가 예전에 밖에서 데리고 있던 여자 아니었니? 관계가 있었으니 임신하는 게 당연하지.” 도현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어머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저 여자 스폰 해준 적 없다고요! 제 주변 사람들 다 증언할 수 있어요!” 내 가슴이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여사님, 죄송합니다!”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떨리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했어요. 도현 씨는…… 저를 스폰 한 적이 없습니다.” 구 회장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럼 그 배 속의 아이는—”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다시 한번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아이는…… 도현 씨의 아이가 확실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두 분이 사용하신 피임 도구를 훔쳤습니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도현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안색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렸다. “너—” 그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로아는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상황 파악이 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서은수, 이 천한 년이! 나를 지금까지 속여? 내 옆에서 친구인 척하더니 겨우 이딴 짓이나 하려고 기다린 거야? 이 더러운 년, 당장 죽어버려!!” 그녀가 미친 듯이 달려들어 탁자 위의 화병을 집어 내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그만해.” 구 여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보디가드들이 로아를 제압했다. 로아는 붙잡힌 채 부들부들 떨었다. “어머님! 이런 년을 왜 감싸시는 거예요?!” 나는 여전히 엎드린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울먹이며 애원했다. “제가 얼마나 추악한 짓을 했는지 압니다. 구씨 가문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것도요. 하지만 아이는 낳겠습니다. 낳고 바로 떠나겠습니다. 제발…… 이 아이만큼은 잘 보살펴 주세요! 제 잘못 때문에 아이가 홀대받게 하지 말아 주세요!!” 정적이 흘렀다. 그 냉철한 구 여사마저 침묵했다. 구 회장님이 지팡이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도현을 쏘아보았다. “너에겐 두 가지 선택지뿐이다. 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너를 건너뛰고 서은수의 배 속 아이에게 바로 상속하겠다. 네가 로아랑 죽어도 아이를 안 갖겠다면, 가업을 방계에 넘길 순 없으니!” 그 한마디가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 도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니면, 너희가 직접 낳든가. 너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집안끼리도 아는 사이니 우린 원래 로아를 더 마음에 들어 했다.” 도현은 반박하려 입을 벙긋거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정말로 포기할 리 없다고 믿어왔다. 자신이 끝까지 버티면 아무도 강요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로아를 너무 사랑했기에 다른 여자가 제 아이를 가질 기회 따윈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벌레만도 못하게 보던 여자에게 모든 걸 파괴당한 것이다. 그는 한참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더니 결국 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로아아.” “우리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내가 한 번도 너한테 강요한 적 없잖아. 하지만 이번 한 번만……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로아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자유와 화려한 삶은 전부 돈에서 나온다는 것을. 도현이 구씨 가문의 재산과 멀어지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나…… 나……” 대답이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도현은 그녀가 자신을 위해 갈등하는 것이라 착각하며 그녀의 어깨를 꽉 쥐었다. “내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너도 나 사랑하잖아, 응? 그냥 아이 하나만 더 생기는 것뿐이야! 내가 최고 의료진, 최고 팀 다 붙여줄게. 절대 고생 안 시켜. 네가 걱정하는 거 하나도 안 일어나게 해줄게. 넌 여전히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 돼!” 도현은 거의 애걸하다시피 그녀를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가자. 지금 당장 만들면 돼.” 도현이 할아버지를 돌아보며 절박하게 외쳤다. “할아버지, 낳을게요! 지금 당장요! 그러니까 제발 가문의 재산을 저 근본도 없는 아이한테 넘기지 마세요!” 내 존재가 도현을 압박하는 도구가 된다면 나쁠 것 없었다. 구 회장님은 내가 옆에 있는 것조차 안중에도 없는 듯 웃으며 약속했다. “그래, 아들이든 딸이든 너희가 아이를 낳기만 하면, 서은수 배 속의 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희 마음이 불편하다면 저 아이는 낙태시켜도 상관없어!” 하지만 나는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꿇어앉아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가끔 흐느끼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아무도 내 입가가 비틀리며 웃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도현의 침실 문이 닫히고 십여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침실 안에서 도현의 비명 섞인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아악!!!” “이로아, 죽여버릴 거야!!!” 모두가 얼어붙었다. 남녀 사이의 일이라며 지켜보던 부모님도 앞뒤 잴 것 없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도현아, 무슨 일이냐!!” 다음 순간, 광경은 처참했다. 방안은 엉망진창이었고 상체를 드러낸 도현은 눈이 벌겋게 뒤집혀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로아의 목을 집어삼킬 듯 쥐고 침대에 짓누르고 있었다! “너 죽어야 돼!!!” 로아는 얼굴이 벌게진 채 숨을 쉬지 못해 허우적거렸다. 구 여사가 비명을 지르며 떼어놓으려 했고, 구 이사장도 합세해 겨우 도현을 끌어냈다. 간신히 떨어지자 로아는 침대에 쓰러져 목을 부여잡고 격렬하게 기침을 해댔다. 도현은 사람들에게 붙들린 채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 끝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