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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호텔 들어간 아내를 버렸다
서설영과 나의 관계는, 그녀가 내 눈앞에서 전 남친의 손을 잡고 호텔 방으로 들어갔던 그 순간 이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당시 그녀는 그저 서늘하...
Chương (1)
第1章
서설영과 나의 관계는, 그녀가 내 눈앞에서 전 남친의 손을 잡고 호텔 방으로 들어갔던 그 순간 이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당시 그녀는 그저 서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줄곧 의심해오지 않았느냐고,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직접 똑똑히 지켜보라고.
닫힌 문 너머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명확히 깨달았다. 우리 사이는 이제 정말 끝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그녀 때문에 질투하지 않았고, 그녀와 다투지도 않았다.
얼마 전 언론에서 그녀와 민서준의 열애설을 보도했을 때, 그녀는 라디오를 듣자마자 황급히 전원을 끄며 내게 해명하려 들었다.
나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아. 가짜라는 거.”
그녀는 마치 내가 오해하기라도 할까 봐 겁에 질린 사람처럼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걱정 마. 내가 비밀로 해줄게. 부모님도 모르시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신 듯 창백해졌다.
1.
서설영이 민서준과 호텔에 들어갔던 그 순간, 내 안의 감정도 마침표를 찍었다.
타인의 입을 통해 그녀와 민서준의 이름이 나란히 언급되고, ‘천생연분’이라는 찬사가 들려올 때도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민서준은 유학 일상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로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 달 전, 그가 SNS에 올린 게시물에 설영의 흔적이 포착됐다.
라이브 포토 속에 스치듯 지나간 설영의 실루엣,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콘돔 박스 하나.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녀의 신상을 털어냈고, 그 사진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민서준의 댓글창은 호기심 어린 질문들로 도배되었다.
[서준 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연애 중이죠?]
[저 여자, VN 그룹 서설영 대표 아니야?]
[와, 잠깐 스쳐 지나가는데도 아우라 대박. 완전 걸크러쉬다.]
그 소식들을 접하며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사진 속 선명하게 찍힌 물건은 두 사람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었다. 온몸에 오한이 서렸다.
집에 돌아와 설영의 해명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그저 짧은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오해일 뿐이야.”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녀가 덧붙였다.
“이미 기사는 다 내리라고 지시했어.”
하지만 그날 이후, 민서준이라는 이름은 내 삶의 도처에서 튀어나왔다.
회사 동료들의 가십거리에서, 알고리즘이 친절하게 내 화면에 띄워주는 그의 게시물에서.
두 사람의 열애설은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불타올랐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2.
주말, 설영은 출장을 떠났다.
나는 친구와 온천 리조트에 예약을 해둔 터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설영과 서준을 마주치고 말았다.
설영은 비키니 위에 슈트 재킷을 걸치고 있었고, 서준은 셔츠 깃을 느슨하게 푼 채 소매를 걷어붙인 나른한 모습이었다.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설영은 살짝 고개를 숙여 서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두 사람은 동시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설영이 탈의실에서 흰색 캐주얼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지만, 여전히 서준의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이 같은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귀신에 홀린 듯 그 문을 열어젖혔다.
머리보다 입이 빨랐다. 취조하는 듯한 날 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서설영, 민서준이랑 이 방에서 자려는 거야? 이미 잤어?”
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설영은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며 입술을 뗐다.
“비서실장님, 문 닫으세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설영의 태도는 나를 견딜 수 없이 비참하게 만들었다.
온천을 즐길 기분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친구에게 대충 둘러대고 리조트를 빠져나왔다.
설영이 집에 돌아온 건 밤늦은 시각이었다.
아침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서설영, 밖에서 딴 사람 만나는 거야? 그 남자랑 대체 무슨 사이야?”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훑었다.
“강지훈, 네가 바라는 관계가 뭔데?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면서, 그 사람 입장 생각은 안 해봤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가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는 칼날이 되어 내 심장 가장 깊숙한 곳을 정확히 찔렀다.
설영은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거실에서 사라졌다.
3.
그 후로 우리는 냉전에 돌입했다. 설영은 잦은 출장을 핑계로 집을 비웠다.
모든 것이 폭발한 건 설영의 계열사 호텔에서였다.
로비에서 민서준과 함께 있는 설영을 발견했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펜트하우스 층으로 향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그들을 뒤쫓았다.
“서설영.”
두 사람이 멈춰 서서 나를 돌아봤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출장 간다더니, 전 남친이랑 호텔 오려고 거짓말한 거야?”
설영은 그저 냉소 섞인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 어차피 나 의심하고 있잖아? 그럼 네 눈앞에서 직접 보여줄까?”
그녀는 서준의 팔을 확 잡아채며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나를 꿰뚫을 듯한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왜, 들어와서 우리가 뭐 하는지 구경이라도 하지 그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설영은 거칠게 문을 닫아버렸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구멍이 꽉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방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남자의 낮고 은밀한 신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지독하게 모호하고 끈적한 소리는 설영과 서준의 관계를 증명하는 낙인이었다. 코끝이 찡해졌다. 이제 설영과 나는 정말 끝이었다.
택시를 타고 그곳을 벗어났다.
차 안에서 나는 서준의 SNS 부계정을 찾아냈다. 네티즌들이 이미 다 털어놓은 그의 학창 시절 기록과 설영과의 연애 타임라인이 상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졸업 후 연인이 되었다. 같은 대학, 서로 다른 전공.
그 기록 속에서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설영을 보았다.
설영은 서준의 알레르기를 세심하게 챙겼고, 늘 상비약을 준비해 두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 피곤한 기색 없이 맛집과 카페를 돌아다녔고, 그를 돋보이게 하려 남성 코디법까지 공부했다.
디즈니랜드, 이름 모를 바닷가. 서준의 부계정은 찬란했던 청춘의 단맛으로 가득했다.
[나를 위해 코디를 공부하고 옷을 골라주는 그녀.]
[나보다 내 알레르기를 더 잘 아는 사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사람.]
게시물 아래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서준 선배, 저 고등학교 후배예요. 두 분 전설이었는데 여전히 달달하시네요. 끝까지 행복하세요!]
설영은 그 댓글에 직접 답글을 남겼다.
[고마워요. 우리 예쁘게 잘 만날게요.]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대학 커뮤니티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뜨거워졌다.
[서설영이랑 민서준, 우리 학교 대표 커플이었지. 서준이가 유학 가면서 헤어진 줄 알았는데.]
[그럼 지금 재회한 거야? 대박.]
[서준이네 집 형편에 유학은 무리였을 텐데, 설영이가 지원해준 거 아냐? 와, 대표님이 남편 뒷바라지하는 거 실화냐. 서사 미쳤다.]
설영은 매년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그리고 서준이 졸업한 학교는 캘리포니아에 있었다.
핸드폰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더 이상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4.
집에 도착하고 10분 뒤, 설영도 들어왔다.
그녀의 옷차림은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 눈이 붉게 충혈된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설영이 다가와 내 손을 붙잡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아까는 내가 홧김에 한 말이야.”
해명을 하긴 했지만, 너무 늦었다.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날 밤,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도저히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출근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왔지만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마침 아이 학부모 상담 때문에 야간 당직을 고민하던 선배 간호사가 있기에 흔쾌히 대근을 자처했다.
그날 밤은 유독 바빴다. 응급 환자들이 연달아 들어왔다.
수술실을 나오니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찍혀 있었다.
용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 선배가 내게 다가왔다.
“지훈아, 정말 고마워. 오늘 응급 많았다며? 수술까지 하느라 고생 많았어. 자, 이거 마셔.”
선배가 건네는 밀크티를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아니에요, 선배. 저 이제 퇴근해볼게요.”
“내가 고맙지. 조심해서 가!”
병원을 나서니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차 안에서 확인한 부재중 전화는 모두 설영이었다. 메시지도 와 있었다.
[어디야?]
[병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이미 택시 안이었다.
[안 와도 돼. 집으로 가는 중이야.]
집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영도 허겁지겁 들어왔다.
그날 이후, 그녀를 대하는 내 마음가짐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갑자기 마주하게 된 그녀의 얼굴이 그저 불편하고 어색할 뿐이었다.
설영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그 눈을 피했다.
그녀를 보면 자꾸 민서준이 떠올랐다.
그 남자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던 뒷모습, 귓가를 울리던 그 은밀한 숨소리, 그리고 그들이 공유했던 지난 수년간의 시간들.
예전엔 병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 오늘 먹은 점심 메뉴까지 재잘거리며 대화를 주도했던 건 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할 말이 없었다. 정적만이 감도는 공간이 숨 막혔다.
문득 서준이 썼던 글귀 하나가 떠올랐다.
[그녀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난 잠들고 싶은데, 오늘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떠들어댄다.]
가슴이 꽉 죄어왔다. 그때 설영의 서늘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오늘 데이 근무 아니었어? 왜 이렇게 늦어?”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대답 대신 식탁으로 가서 물을 따랐다.
“응.”
설명할 필요도, 의욕도 없었다.
몸을 돌리자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던 그녀보다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씻으러 갈게.”
욕실에서 나오자 설영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흠칫 놀라 시선을 마주쳤지만, 나는 어색하게 목례만 하고 비켜 지나갔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한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조차 견디기 힘든 고역이었다.
5.
설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단장을 마치고 식탁에 아침을 차려두고 있었다.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 뒤로 차려진 식탁을 보니 또 서준의 SNS가 겹쳐 보였다.
[어젯밤에 샌드위치 먹고 싶다고 한마디 했는데, 일어나 보니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의 요리 솜씨는 나날이 늘어간다.]
그때 설영이 내 이름을 불렀다.
“지훈아, 아침 먹어.”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확인했다.
“당신이나 먹어. 나 늦었어.”
강한 힘이 내 팔을 붙잡았다. 설영이 깊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 늦었어. 내가 데려다줄게.”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오늘 저녁에 할머니 댁 가기로 했어. 퇴근 시간에 맞춰서 병원으로 갈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설영도 따라 일어났다.
“태워다 줄게.”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됐어.”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걸 뒤로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6.
점심시간, 정 선배와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다 부산 지사 파견 연수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우리 딸이 올해 고3이라 갈 엄두가 안 나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꺼리더라고. 신혼인 의사들은 더더욱 그렇고.”
내가 툭 던지듯 말했다.
“선배, 아무도 안 가면 제가 갈게요.”
정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훈아, 진심이야? 신혼이잖아.”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 기회에 좀 더 배우고 싶어서요.”
식사를 마치자마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퇴근 무렵, 설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피커폰을 켜두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동료들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지훈 쌤, 여자친구예요?”
나는 가볍게 부정했다.
“아니요.”
전화기 너머 설영이 말했다.
“병원 지하 주차장이야.”
“네, 바로 내려갈게요.”
어둑한 주차장, 검은색 G바겐 옆에 서 있는 설영의 실루엣은 여전히 우아하고 압도적이었다. 그녀에게 다가가는데 다시 정 선배와 마주쳤다.
“지훈아, 여친 맞네! 완전 미인인데?”
나는 순발력을 발휘해 거짓말을 내뱉었다.
“아니에요, 사촌 누나예요.”
설영의 시선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정 선배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차에 타자 설영이 운전대를 꽉 쥐고 물었다.
“방금 왜 그렇게 말했어?”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동료들이 오해하는 게 싫어서.”
설영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오해…?”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라디오에선 익숙한 가십 채널이 흐르고 있었다.
“VN 그룹 서설영 대표와 인플루언서 민서준 씨가 최근 리조트에서 포착되었습니다. 서 대표는 과감한 차림이었고, 민 씨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덮어주는 등 남다른 케미를…”
설영이 즉각 라디오를 껐다.
“그날 너도 봤잖아. 다른 파트너사 사람들도 같이 있었어.”
나는 창밖을 보며 건조하게 답했다.
“알아.”
“그랑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나는 그녀가 혹시라도 내가 어른들께 고자질할까 봐 걱정하는 거라 생각했다.
“걱정 마. 할머니께는 비밀로 할 테니까.”
설영이 갑자기 차를 세웠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가 나를 보며 눈동자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