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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법무전무를 건드린 말로
나는 국내 최대 로펌을 거쳐 현재 업계 1위인 성진그룹의 법무총괄 전무(CLO)로 재직 중이다. 최근 본사 발령과 함께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해, 2년 전 분양...
Chương (1)
第1章
나는 국내 최대 로펌을 거쳐 현재 업계 1위인 성진그룹의 법무총괄 전무(CLO)로 재직 중이다. 최근 본사 발령과 함께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해, 2년 전 분양받아 두고 비워두었던 강남의 고층 펜트하우스에 입주했다.
그런데 입주 첫날,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고지서 한 장이 날아들었다. 수도 요금만 무려 230만 원. 지난 두 달간 사용량이 1,961톤이란다.
즉시 수도사업소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코웃음 섞인 조롱뿐이었다.
“강남 금싸라기 땅에 살 정도면 돈도 많으실 텐데, 고작 200만 원 가지고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계량기 숫자가 증거인데, 세상천지에 공짜 물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비로 외부 공인기관에 계량기 정밀 검사를 의뢰했고, 결과는 예상대로 '내부 기어 노후화로 인한 오작동 및 불합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국가 인증 보고서마저 부정하며, 급기야 우리 집 수돗물을 강제로 끊어버리는 막무가내 행정을 펼쳤다. 더 기가 막힌 건 그다음 달이었다. 물길이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또다시 '0.5톤 사용'이라는 과금 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수도사업소 팀장은 되레 큰소리를 쳤다. 국가 자원을 악의적으로 체납했다며 나를 고소하겠단다.
베테랑 법률가로 살아오며 수많은 빌런을 만났지만, 이토록 당당한 ‘법 알 못’은 처음이다. 나는 주머니 속 녹음기 버튼을 조용히 눌렀다. 그들이 이 갈취 행위를 당연한 권리라 믿는다면.
내가 준비한 이 20억짜리 손해배상 소장 역시, 아주 당연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1
나는 책상 위에 수도 요금 고지서를 거칠게 내던지며 눈앞의 남자를 빤히 응시했다.
“두 달에 1,961톤. 요금 230만 원.”
“제삼자 검사 기관의 보고서도, 계량기 내구연한 초과 사실도 인정 못 하시겠다?”
“좋습니다. 그럼 조만간 이 책상 위로 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장이 배달될 겁니다. 기대하시죠.”
남자는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아이고, 무서워라. 지금 누구를 겁박하시는 겁니까?”
“20억 소송? 본인이 무슨 어벤져스라도 되는 줄 아시나 본데, 아줌마. 오지랖도 태평양급이시네.”
“잘 들으세요. 나 이 구역 수도 관리만 15년 넘게 한 임철수예요. 나한테 내용증명 보낸 사람이 한둘인 줄 알아? 내가 눈 하나 깜짝하나 봐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너머로 삿대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계량기 돌아갔으면 돈 내는 게 법이야! 관리사무소에서도 수압 체크했는데 문제없다잖아. 그건 댁네 집 변기가 샜거나 관리를 못한 본인 책임이라고. 어디서 법 좀 안다고 유세야?”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붙였다.
“변기가 새면 1,961톤이 나옵니까? 우리 집이 나이아가라 폭포라도 돼요?”
“관리소 수압 체크는 주 배관에 이상이 없다는 뜻이지, 우리 집 계량기가 정상이라는 증거가 아닙니다.”
“국가 공인 보고서에 명시돼 있어요. 계량기 내부 기어 노후로 회전수가 비정상적이라고. 그런데도 단수를 강행한 건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공갈 협박입니다.”
임철수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보고서? 그거 돈 몇 푼 주면 다 써주는 거 누가 몰라? 당신이 조작했는지 어떻게 압니까?”
“우리 시스템 데이터가 법이고 진리예요. 당신이 2년 동안 집을 비웠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몰래 물고기라도 키웠는지 누가 알아?”
“멀쩡하게 차려입고 다니면서 나라 자원 축낼 생각 마쇼. 분명히 말하는데, 이 돈 안 내면 평생 그 집에서 물 한 방울 구경 못 할 줄 알아. 신용불량자 만들어서 KTX도 못 타게 해버릴 테니까!”
안하무인이 정점을 찍었다. ‘네가 감히 나를 어쩌겠냐’는 오만함이 얼굴 전체에 흐르고 있었다.
“어디 마음대로 고소해 봐요. 나 빽 든든하니까. 소장인지 뭔지 오면 화장실 휴지로나 써줄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좋습니다. 오늘 하신 말씀, 꼭 책임지게 해드리죠.”
“임철수 씨, 법원에서 소환장 받았을 때도 지금처럼 크게 웃을 수 있길 바랍니다.”
영업소 문을 나서는데 뒤통수에 대고 그의 비아냥이 꽂혔다.
“어린 계집애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말이야. 나랑 싸우려면 한참 멀었어!”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다.
“네, 신고 좀 하려고요.”
“공갈 협박 및 사유 재산 불법 침해 사건입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자에게는, 법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경찰을 통해 먼저 가르쳐주는 게 예의다.
2
신고 후 수도사업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임철수가 건들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안 갔어? 진짜 신고라도 한 거야?”
“이봐요 강이영 씨, 경찰 와봤자 이건 민사고 경제 분쟁이라 우리 소관이에요. 괜히 힘 빼지 말고 얼른 입금이나 해. 그럼 내가 자비 좀 베풀어서 물 나오게 해줄 테니까.”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몇 분 후, 경광등을 울리며 경찰차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두 명의 경찰관에게 나는 신분증과 말도 안 되는 고지서를 제시했다.
“경찰관님, 저 사람입니다. 수도사업소 팀장 임철수 씨요.”
“2년 동안 비어 있던 집인데 데이터를 조작해 230만 원을 갈취하려 합니다. 공인 기관 보고서까지 무시하고 단수 조치까지 취했어요.”
경찰이 임철수를 돌아보자, 그는 금세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
“아이고, 경관님들. 오해입니다, 오해. 저 여자가 자기 집 변기 고장 나서 물 다 써놓고는 생떼를 쓰는 거예요. 우린 절차대로 미납 가구 단수한 것뿐입니다. 당연한 공무 집행이죠.”
경찰이 손을 내저으며 제지했다.
“미납 단수에도 절차가 있죠. 서면 통지 미리 하셨습니까?”
임철수는 가슴을 쾅쾅 치며 장담했다.
“당연하죠! 문 앞에 며칠을 붙여놨는데 본인이 안 본 겁니다.”
내가 즉시 반박했다.
“어제 귀가했을 때 문 앞은 깨끗했습니다. 통지문 같은 건 구경도 못 했어요. 게다가 계량기 파손 증거가 있는데 무슨 권한으로 단수를 합니까?”
보고서와 임철수를 번갈아 보던 경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니, 일단 현장 확인부터 하시죠.”
임철수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왕 가는 거 아파트 관리소 박 소장도 부르죠. 누가 거짓말하는지 확실히 가려보자고.”
그가 전화를 거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묘하게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아파트에 도착하자 관리소장 박도준이 보안 요원들을 데리고 마중 나와 있었다. 그는 임철수를 보자마자 굽신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임 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 이 입주민께서 요금 안 내겠다고 버티셔서요. 박 소장님, 당신이 여기 매일 순찰 돌잖아. 이 양반 여기 살았어, 안 살았어?”
박도준이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경찰관님, 이 강이영 씨요? 우리 단지 단골이에요. 제가 거의 매일 드나드는 걸 봤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난 계속 지방 지사에 상주하다가 어제 본사로 발령받아 왔어요. 가구도 다 안 들여놓은 집인데 누가 살았다는 거야?”
박도준은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강이영 씨, 돈 내기 싫은 마음은 알겠는데 거짓말은 마셔야죠. 그저께도 양손 가득 장 봐서 올라가는 거 내가 다 봤는데. 나뿐만 아니라 우리 경비원들, 미화 아주머니들도 다 봤답니다.”
그가 뒤에 선 경비원들을 돌아보자, 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와, 입을 맞췄다 이거지? 위증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나 본데.”
나는 경찰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경찰관님, 저들 다 거짓말입니다. 제가 여기 살았는지 아닌지는 엘리베이터와 현관 CCTV만 확인하면 바로 나옵니다.”
경찰의 요구에 박도준은 흔쾌히 모니터링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는 익숙하게 최근 두 달 치 영상을 재생했다.
화면 속에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옆모습과 실루엣, 헤어스타일, 그리고 옷 입는 취향까지. 소름 끼칠 정도로 나와 비슷했다. 심지어 그 여자는 며칠에 한 번꼴로 내 집을 드나들고 있었다.
임철수가 기고만장해져서 화면을 가리켰다.
“경관님, 보세요. CCTV는 거짓말 안 하죠? 매일 저렇게 살면서 물은 물대로 쓰고, 이제 와서 우릴 사기꾼 취급한다니까요.”
나는 화면 속 여자의 등장 시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저 영상 속 시간, 평일 오후 3시네요. 저 때 전 부산 지사 회의실에 있었습니다. 회사 출근 기록, 회의록, 법인카드 결제 내역 다 증거로 제출할 수 있어요. 저 여자는 의도적으로 나처럼 꾸민 대역입니다. 관리소가 조작에 가담한 거예요.”
박도준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강 씨, 말 조심해요! 영상에 본인이 찍혔는데 무슨 대역 타령이야?”
경찰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강이영 씨, 현재로서는 상황이 불리합니다. 목격자 진술과 영상 증거가 일치하니까요. 수도 요금 분쟁은 민사 영역이니 법원을 통해 해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공갈 협박 건은 현재 증거 불충분으로 입건이 어렵겠네요.”
경찰의 한계를 이해한다. 표면적인 증거가 저토록 완벽하니 그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을 터였다. 경찰들이 떠나고, 모니터링실에는 나와 임철수, 박도준만 남았다.
3
임철수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강이영, 내가 말했지? 나 빽 있다고.”
“이 동네에선 내가 물 썼다고 하면 쓰는 거야. 토 달지 마.”
옆에서 박도준이 거들었다.
“강 변호사님인지 뭔지 하신다면서, 그냥 좋게 좋게 가시죠. 돈 200만 원 별것도 아니신 분이. 돈 내면 바로 물 틀어드릴게.”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당신들이 이렇게 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
“CCTV 조작, 위증. 이거 다 감당할 수 있겠어?”
임철수가 호탕하게 웃었다.
“어디 고소해 봐! 20억 소송인가 뭔가 꼭 해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모니터링실을 나왔다. 잠든 척하는 자를 깨울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마법을 깨뜨리는 건 더 강력한 마법뿐이니까.
집으로 돌아와 사건의 로직을 정리했다.
계량기 1,961톤, 수도사업소의 독촉, 관리소의 위증. 이 셋을 잇는 이익의 연결고리가 반드시 존재한다.
나는 성진그룹 내부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그룹 CLO인 내가 가진 권한과 리소스는 저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아파트 설계 도면을 불러왔다. 이 아파트는 우리 그룹 계열사인 성진건설이 지은 곳이다.
도면을 정밀 분석한 결과, 내 집이 위치한 라인의 주 배관에서 지하 주차장 세차장으로 이어지는 별도의 분기점이 발견됐다. 그리고 그 세차장은 관리소장 박도준이 친인척 명의로 몰래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엄청난 물을 사용하는 세차장의 수도 요금을 아끼기 위해, 박도준은 수도사업소 팀장 임철수와 짜고 장기 공실인 내 집 계량기에 세차장 배관을 몰래 연결한 것이다.
내가 몇 년은 안 돌아올 줄 알았겠지. 들키더라도 가짜 대역과 CCTV 조작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터다. 참으로 가상한 설계였다.
다음 날 오전, 나는 출력한 내용증명과 소장을 들고 다시 수도사업소를 찾았다. 임철수는 나를 보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라, 20억 소송하신다던 강 전무님 아니야? 돈은 준비됐나?”
나는 소장을 그의 책상에 내리꽂았다.
“임철수 씨, 정식 소장입니다. 단수 조치 즉각 해제는 물론, 명예훼손과 정신적 피해보상, 그리고 업무 방해에 따른 손실까지 합쳐 정확히 20억 원 청구했습니다.”
임철수는 코웃음을 치며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그대로 쫙쫙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20억? 뇌에 물이라도 찼나? 종이 쪼가리에 숫자 적어온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협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강이영, 적당히 해. 여자 혼자서 우리 못 이겨. 곱게 돈 내고 꺼져. 안 그러면 이 바닥에서 발도 못 붙이게 해줄 테니까.”
나는 흔들림 없이 그를 응시했다.
“소장을 찢었다는 건 조정을 거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죠.”
“그리고 방금 ‘계량기 노후화는 관성 때문’이라고 했던 말, 다 녹음됐습니다.”
내 가슴팍에 달린 초소형 카메라를 가리키자 임철수의 얼굴이 싹 굳었다.
“이게 어디서 수작질이야!”
그가 카메라를 뺏으려 손을 뻗었다. 나는 가볍게 뒤로 물러났다.
“손대지 마시죠. 폭행죄까지 추가하고 싶지 않으면.”
“세차장 배관을 우리 집 계량기에 연결한 게 완벽한 범죄라고 생각했나 본데.”
임철수의 움직임이 멈췄다.
“무… 무슨 세차장? 지금 허위사실 유포하는 거야?”
나는 차분하게 대꾸했다.
“허위인지 아닌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죠. 아, 변호사 든든한 사람으로 알아보세요. 민사 배상뿐만 아니라 직무 유기 및 횡령으로 형사 고발도 들어갔으니까.”
나는 뒤돌아 나와 곧바로 법원으로 향해 소장을 접수했다. 동시에 시청 감사실과 권익위원회에 실명 제보를 마쳤다.
4
사건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20억이라는 청구 금액 덕분에 법원에서도 중점 관리 사건으로 분류됐다. 사흘 후, 법원에서 조정 기일이 잡혔다.
조정실에는 임철수와 박도준, 그리고 그들이 선임한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조정위원이 내 소장을 보며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
“강이영 씨, 20억이라는 금액은 좀 과한 측면이 있네요. 수도사업소의 절차상 하자가 있긴 합니다만….”
나는 조정위원의 말을 끊었다.
“위원님, 이 20억은 단순한 수도 요금 분쟁 수치가 아닙니다.”
“권력을 이용해 국가 자원을 훔치고, 그 비용을 무고한 시민에게 전가한 파렴치한 범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입니다.”
상대 측 변호사가 즉각 반발했다.
“강 씨, 말씀 조심하세요. 제 의뢰인들이 수돗물을 훔쳤다는 실질적 증거가 있습니까? 관리소 CCTV에는 귀하가 거주했다는 증거가 명확합니다.”
나는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조정위원에게 건넸다.
“이건 성진그룹 본사에서 발급한 지난 2년간의 해외 체류 증명서와 근태 기록입니다. 저는 2년 동안 싱가포르 지사 CLO로 근무했습니다. 출입국 관리소 직인이 찍힌 기록도 첨부했으니 확인하시죠.”
서류를 확인한 임철수와 박도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그들은 다 계산했겠지만, 내가 아예 한국에 없었다는 사실까진 몰랐던 모양이다.
박도준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그게, CCTV 시간이 좀 오류가 있었나 봅니다.”
“시간 오류? 그럼 저랑 똑같이 차려입고 드나들던 그 여자는 누구죠?” 내가 그를 쏘아보며 몰아붙였다. “내 부재를 이용해 대역까지 써서 위증을 기획했다. 이건 명백한 사법 방해죄입니다.”
임철수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봐, 강이영! 적당히 좀 해! 당신이 한국에 없었어도 계량기 고장일 수도 있잖아. 근데 무슨 20억이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왜 20억이냐고? 내가 성진그룹 법무총괄 전무니까.”
“내 시간당 자문료는 1,000만 원이야. 당신들이 장난질 친 이 230만 원 때문에 내가 버린 시간과 우리 그룹이 입은 유무형의 명예 실추를 따지면, 20억도 싸게 부른 거야.”
조정실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