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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 나를 버려둔 당신에게
임신 9개월째 되던 날. 나는 남편에게 직위를 빼앗겼다고 원망하던 전 직원에게 붙잡혀 옥상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수십 차례 칼에 찔렸다. 하지만 구...
Chương (1)
第1章
임신 9개월째 되던 날.
나는 남편에게 직위를 빼앗겼다고 원망하던 전 직원에게 붙잡혀 옥상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수십 차례 칼에 찔렸다.
하지만 구조대 팀장인 남편 강도현은, 우울증에 시달리던 첫사랑 윤지아가 원룸에 불을 지르려 한다는 소식에 구조 인력을 전부 그쪽으로 돌렸다.
난 끝내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
전생에 내가 직접 전화해 도와달라고 했을 때, 강도현은 윤지아를 두고 내게 달려왔다.
덕분에 나와 아이는 목숨을 건졌지만, 윤지아는 결국 불이 난 원룸 속에서 죽고 말았다.
강도현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VIP 분만실까지 예약해 주며 다정한 남편 행세를 했다.
하지만 출산 당일.
강도현은 날 침대에 묶은 채, 갓 태어난 아이와 나를 향해 미친 듯 칼을 휘둘렀다.
“그날 너랑 그 새끼가 짜고 날 속인 거지? 그 정도 칼빵으로는 죽지도 않잖아.”
“그렇게 칼에 찔리는 게 좋다면 이번엔 실컷 찔려봐.”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인질로 붙잡히던 바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는 강도현이 원하는 대로 윤지아를 구하러 가게 해줄 생각이다.
제1화
진수빈에게 다섯 번째 칼을 맞자 새하얀 원피스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진수빈은 피 묻은 칼끝을 내 목에 들이댔다.
“강도현 불러.”
나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나 진수빈 씨한테 납치당했어. 칼로 날 다섯 번이나 찔렀어. 지금 우리 아파트 옥상이니까 빨리 와줘.”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 전화기 너머에서는 걱정이 아니라 차갑고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기막히네. 하필 지아가 죽겠다고 하는 날 칼에 찔렸다고? 그리고 진수빈이 우리 새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 내가 보안을 얼마나 철저하게 했는데?]
[다음에 연기할 거면 좀 그럴듯하게 해. 너무 티가 나잖아.]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그 순간 진수빈의 눈빛이 뒤틀리더니 주름진 눈가에 증오가 번들거렸다.
목에 닿은 칼끝이 깊게 파고들면서 뜨거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숨이 막힐 만큼 무서웠고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윤지아 구하러 가는 거 막으려는 게 아니야. 못 믿겠으면 사람 두 명만 먼저 보내서 확인이라도...”
[그만 좀 해!]
강도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연기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지금 지아한테 가야 하니까 더 이상 당신이랑 놀아줄 시간 없어.]
잠시 뒤, 강도현이 옆 사람에게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옥상 흉기 난동 신고 들어오면 허위 신고 처리해. 누구 전화든 접수하지 마.]
뚝-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진수빈의 눈에 서린 증오는 더 짙어졌고, 나는 온몸이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설마 강도현이 여기까지 잔인할 줄은 몰랐다.
전생에도 시작은 같았다.
나는 진수빈에게 붙잡혀 다섯 번 칼을 맞았고,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 수없이 강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강도현은 내 울음에 못 이겨 달려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윤지아는 완전히 미쳐버렸는지 원룸에 불을 지른 뒤 그대로 불길 속에서 죽었다.
그날 밤, 강도현은 어딘가 이상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났어?”
그러자 강도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게 웃으며 내 배를 쓰다듬었다.
“내가 왜 화를 내. 죽은 건 걔 팔자지. 당신은 괜한 생각 말고 몸이나 챙겨.”
그때의 나는 정말 그 말을 믿었다.
강도현이 정신을 차린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출산 당일.
눈이 뒤집힌 강도현은 내 손발을 침대에 묶고 아이에게 칼을 휘둘렀다.
“칼 몇 번 맞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왜 그날 꼭 날 불렀어?”
“네가 위험하다고 거짓말만 안 했어도 내가 거길 떠날 일 없었어.”
“지아는 혼자 죽었어. 원래 외로움 많이 타던 애였는데 그때 얼마나 무서웠겠냐고.”
“정은서, 너 아기 가지는 걸 원했었지? 그럼 너도 가장 소중한 걸 잃는 기분 한번 느껴봐.”
한 번.
또 한 번.
칼날이 내려칠 때마다 아이의 작은 몸이 망가져 갔다.
핏덩이처럼 뭉개진 살점 사이로 뼈가 드러났다.
나는 울면서 말했다.
그날 정말 죽을 뻔했다고,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강도현은 끝내 믿지 않았다.
오히려 더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아이가 죽자 강도현은 VIP 병실에 불까지 질렀다.
윤지아처럼, 나도 불길 속에서 죽으라는 듯이.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자 숨이 막혔고 미쳐버릴 것 같은 절망이 머릿속을 태워버렸다.
그 사이 진수빈은 강도현을 부르지 못한 분풀이를 하듯 내게 칼을 휘둘렀다.
곧 허벅지를 타고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고 시커먼 옥상 바닥 위로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옥상 문이 벌컥 열렸다.
시어머니 이미숙이었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날 본 순간, 이미숙은 다리가 풀린 듯 휘청거렸다.
제2화
상황을 파악한 이미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수빈 씨, 진정해요. 우리 잘못도 있어요. 내가 지금 당장 도현이 부를게요. 그러니까 은서랑 아이만은 건드리지 말아요. 곧 출산인데 제발요.”
진수빈의 손이 잠시 멈췄다. 이미숙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이미숙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기 너머는 소란스러웠고 희미하게 여자 울음소리도 들렸다.
“도현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은서가 칼을 열 번도 넘게 맞았어!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왜 아직도 안 와!”
이미숙은 최소한 자기 말은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강도현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엄마까지 연기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방금 확인해 봤는데 진수빈 씨는 지금 고향 집에 내려갔대요.]
[정은서더러 연기 좀 그만하라 그래요. 진짜 죽을 거 같으면 의사를 부르든가요.]
[아, 그리고 묘지는 알아봐 놨어요. 필요하면 바로 보내줄 수도 있어요.]
목소리엔 혐오와 짜증이 가득했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윤지아였다.
[은서 언니가 또 심술부리는 거야? 도현 오빠, 화내지 마. 질투가 나니까 오빠 관심 끌려고 연기하는 걸 수도 있잖아.]
[그냥 은서 언니한테 가봐. 난 그냥 죽고 싶어. 인터넷에서 보니까 불에 타 죽는 게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대.]
이미숙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
“못 믿겠으면 사진 보내줄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강도현은 사진을 확인한 듯했지만, 끝내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와, 이번엔 제대로 돈을 썼나 보네. 어디서 진수빈 닮은 엑스트라까지 구했대요? 피도 진짜 같고.]
[표정이 완전 배우감인데요? 엄마, 걔 연기 재능 썩히지 말고 연기 학원이나 다녀보라고 그래요.]
이미숙은 너무 기가 막혀 말도 못 한 채 그저 입술만 달싹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비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생의 나는 왜 강도현이 원래부터 이런 인간이었다는 걸 몰랐을까?
보다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대신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도현은 끝까지 믿지 않았다.
[기가 막히네. 엑스트라를 통째로 섭외한 거야, 아니면 동네 사람들이 그 여자 신들린 연기에 낚인 거야?]
[다들 재밌게 놀아요. 전 지아 달래러 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옥상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무슨 말이 진수빈의 신경을 건드린 건지, 그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날 밀쳐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 배를 향해 칼을 내리꽂았다.
푹-
푹-
예리한 칼날이 살갗을 찢고 들어오는 공포스러운 통증이 배를 시작으로 온몸으로 번졌다.
바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정신을 잃어가던 찰나, 경찰 두 명이 옥상으로 들이닥쳤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양이었다.
경찰은 한참 몸싸움을 벌인 끝에 겨우 진수빈의 손에서 칼을 빼앗고 수갑을 채웠다.
하지만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멈추지 않았고,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이미숙의 휴대폰 너머로 강도현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도현은 전화를 끊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아야, 나 예전부터 정은서랑 이혼하고 싶었어. 그냥 부모님 수발 잘 들길래 놔둔 것뿐이야.]
[내 눈엔 네가 진짜 아내야. 걔는 그냥 애 낳는 도구일 뿐이고.]
[그러니까 속상해하지 마. 내가 어떻게 거짓말이나 하는 여자를 사랑하겠어? 난 착하고 솔직한 네가 좋아.]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에 비수처럼 박혔다.
하지만 이번에 내 가슴을 채운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사무치는 증오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미숙은 내가 깨어나자마자 병상 곁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은서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아이는 살리지 못했어.”
나는 홀쭉하게 가라앉은 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
“어머니, 저 혼자 있고 싶어요.”
내가 차갑게 선을 긋자, 이미숙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감정을 추스르려 휴대폰을 켰을 때, 우연히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온 라이브 방송 클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윤지아가 거실 사방에 휘발유를 뿌려 놓았음에도, 강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윤지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강도현은 주머니에서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들더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3화
[진짜 정은서 때문에 지긋지긋하다니까. 이번엔 질투난다고 엑스트라까지 섭외해서 연극을 찍었어. 다음엔 진짜 사람을 죽이거나 불을 지를지도 몰라.]
잠시 뜸을 들인 강도현은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 정도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저 이혼하면 다들 그 여자 피하고 다니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는 석 달 안에 꼭 이혼하고 제가 사랑하는 지아랑 결혼할 겁니다.]
[결혼하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제대로 청첩장 돌릴게요.]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졌다.
[좋아요! 응원합니다!]
[마누라 하나 잘못 들여서 남자가 무슨 고생이에요!]
[이혼 찬성입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지아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가 결혼할 때 받았던 것보다 훨씬 큰 다이아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입꼬리에 번진 미소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죽겠다며 울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몸 상태를 물어보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려 했다.
병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복도에서 이미숙이 다급하게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진도 찍어 보냈잖니. 은서 아이는 결국 못 살렸어. 의사도 사산된 아기는 바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했으니까 지금 당장 묘지를 알아보고 병원으로 와.”
“지금 은서 상태가 정말 안 좋으니까 네가 옆에 있어줘야 해.”
이미숙은 나이가 있어서인지 늘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
전화기 너머 강도현 목소리는 짜증으로 가득했다.
[왜 이젠 엄마까지 걔 연기에 장단 맞춰줘요? 하다하다 대학 병원까지 가서 쇼를 하는 거예요? 걔는 안 쪽팔린대요?]
[정은서도 참 대단하네. 어디서 사산된 아기까지 구했대요?]
[아주 병상에 드러누워 상주 노릇을 하나 본데, 진짜 죽고 싶으면 그냥 죽으라 그래요. 처가댁에 위자료 넉넉히 챙겨줄 테니까요.]
이미숙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강도현! 넌 엄마 말도 못 믿겠다는 거야?”
강도현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엄마, 다른 말은 다 믿어도 정은서에 관련된 일은 못 믿겠어요. 특히 아이가 죽었다는 건 더더욱이요.]
[참, 전화하신 김에 정은서한테 똑똑히 전하세요. 나중에 애 태어나면 호적 올릴 때 성씨는 무조건 윤씨로 할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요. 제멋대로 군 것에 대한 벌이에요.]
뚝-
통화가 끊기자, 이미숙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아무 말없이 병실로 돌아갔다.
입원한 동안 강도현 얼굴은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강도현이 화가 난 표정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강도현은 자고 있던 날 다짜고짜 거칠게 잡아 깨우더니,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아냥거렸다.
“와, 아픈 척하려고 화장까지 했네? 준비성 하나는 인정해줄게.”
갑자기 잡아당겨진 탓에 칼에 찔렸던 상처가 찢어질 듯 아팠다.
‘내가 지금 이 꼴이 된 게 누구 때문인데.’
강도현을 향한 불타는 증오에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눈에 독기를 품은 채 쏘아붙였다.
“진짜 미쳤어? 강도현, 내가 몇 번을 말해! 거짓말 안 했다고!”
“왜 내 말은 죽어도 안 믿으면서 사람을 이 지경, 이 꼴로 몰아가!”
지금 당장 힘만 있었다면 정말 눈앞의 인간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강도현은 코웃음을 쳤다.
“끝까지 연기하네.”
강도현의 눈에는 혐오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너 지아 SNS에 악플 달았지?”
“뭐?”
순간 멍해졌다.
강도현은 차가운 얼굴로 휴대폰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윤지아의 SNS였다.
화면에는 다이아 반지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사람들은 금세 윤지아가 ‘자취방 방화 사건’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챘다.
댓글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요즘 불륜녀들은 왜 이렇게 당당한 거지?]
[진짜 살다살다 별 꼴을 다 보네. 본처는 죽다 살아났는데 남편이란 놈은 불륜녀한테 프로포즈 중이네.]
[죽을 거면 너나 죽지 그랬냐?]
시선을 거둔 나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말했다.
“나 그런 짓 안 했어.”
“끝까지 시치미 떼려나 본데, 내가 널 믿을 것 같아?”
강도현이 이를 갈았다.
“지금 당장 지아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해.”
강도현은 내 손목을 잡아끌고 강제로 일으키려 했다.
나는 차갑게 얼굴을 굳힌 채 끝까지 침대에서 버텼다.
내 얼굴을 가까이서 쳐다보던 강도현의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좋게 말하니까 사람 말이 우스워 보이지?”
강도현이 느닷없이 내 목을 꽉 움켜쥐더니 죽일 듯이 힘을 주었다.
순식간에 숨이 턱 막히며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르고 시야가 희미해졌다. 발버둥 치려 했지만, 강도현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강도현은 날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1분 후, 강도현이 갑자기 손을 뗐다.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퍽!
강도현은 주먹을 단단히 쥐더니 내 배를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꽂았다. 입으로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유산한 척 연기하고 싶다고 했지? 그럼 내가 소원 성취해 줄게! 진짜로 유산하게 만들어 주면 되잖아!”
강도현의 묵직한 주먹이 꽂히는 순간, 온몸이 무너지듯 떨리며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칼에 스무 번 넘게 찔렸던 상처 부위가 한순간에 다시 찢어졌다.
툭-
툭-
상처가 찢어지며 피가 옷자락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 강도현이 떨리는 손으로 내 환자복을 들추었다.
훌쩍 꺼져버린 내 배를 마주한 강도현의 얼굴에 경악과 혼란의 기색이 스쳤다.
“아기, 아기는 어디 갔어?”
“말도 안 돼, 아기가 죽을 리가 없잖아.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