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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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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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신의 혼수품으로 장군부의 살림을 보태왔지만, 돌아온 것은 남편의 전공으로 여장군을 평처로 맞이하겠다는 요구였다. ...

Chương (1)

第1章

제1화 전북망의 본가, 문희거(文熙居). 창호지 너머로 은은한 불빛이 아른거리며 그림자를 흔들어놓았다. 송석석(宋惜惜)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두 손을 포갠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결혼 후 곧바로 전장으로 떠나 일 년이나 보지 못했던 남편이었다. 전북망(战北望)은 전장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 당당히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 “폐하의 교지(旨意)까지 내려진 이상, 되돌릴 수 없소. 이방(易昉)은 이 집에 들어오게 될 것이오." 송석석은 손깍지를 끼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전북망에게 물었다. "태후(太后)마마께서도 능력을 인정한, 그 이방 장군님이 첩이 되길 받아들이셨단 말씀입니까?" 그 말을 들은 전북망의 눈빛에 살짝 노기가 서렸다. "아니, 이방은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오. 평처(平妻: 본처와 같은 지위를 가진 여인)라, 그대와 다를 것이 없소." 송석석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장군님도 아시다시피 평처라는 명칭은 듣기 좋을 뿐, 실제로는 첩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전북망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첩이라니, 이방과 나는 전장에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소. 그리고 이건 나와 이방이 군공(军功: 군사적 공로)으로 받은 교지이니, 사실상 그대의 동의는 필요 없소." 송석석은 억누를 수 없는 비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라, 그럼 출정 전에 저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일 년 전, 출정 명령이 떨어진 혼례 첫날밤에 전북망은 약속했었다. 평생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송석석이 언급하자 그제야 약속을 떠올린 전북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약속은 잊어버리시오. 그때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소. 그저 그대를 아내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 하지만 이방을 만나고 마음이 달라졌소." 이방을 떠올린 그의 표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그가 숨길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방은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소.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오. 부디 그대도 우리의 사이를 응원해 주길 바라오." 송석석은 체한 듯 속이 울렁거리는 불편함을 느꼈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도 동의하신 일입니까?" "동의하셨소. 이 혼사는 폐하의 교지요. 그리고 이방은 성격이 호탕하고 귀여운 점이 매력적이라, 어머니와도 금세 가까워졌소." 동의하셨다니, 송석석은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일 년 동안 해온 노력이 모두 허사였다. 그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지금 그분이 이곳에 와 있단 말씀입니까?" 전북망은 이방을 언급할 때마다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이방은 지금 어머니와 얘기 중이오. 이방 덕분에 어머니의 병세도 한층 호전된 것 같소.” "누구 덕분이요?" 송석석은 복잡한 마음으로 되물었다. "장군님께서 출정하셨을 때, 어머님의 병세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단신의(丹神醫)를 초청해 치료하게끔 하지 않았더라면, 장군님은 지금 어머님을 뵙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님의 병은 낮이면 낮, 밤이면 밤, 그동안 정성을 다해 제가 병간호한 덕분에 호전되신 것입니다.” 그녀는 공을 자랑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그가 돌아오기까지 집안이 잘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녀의 노고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방 장군님을 만나고 어머님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다니요." 전북망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대도 많이 억울할 거라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대국(大局)을 생각해 나와 이방의 결혼을 지지해줬으면 좋겠소." 송석석이 입가를 비틀며 미소를 지었다.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 있는 듯했으나, 자세히 보면 그보다 더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장군님, 이방 장군님을 불러와 주십시오. 직접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북망은 단호히 거절했다. "이방은 찾지 마시오. 이방은 그대가 알고 있는 다른 여인들과 다르오. 그녀는 여장군이라 내정(內政)으로 얽히는 걸 가장 싫어하오. 이방은 그대와 만나길 원하지 않을 것이오." 송석석이 반문했다. "제가 아는 여인들이란 누굴 말씀입니까? 도대체 장군님 눈엔 제가 어떤 사람으로 보입니까? 저 또한 무장이던 아버지의 딸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제 아버지와 여섯 오라버니들도 삼 년 전에 남쪽 전쟁에 참전하셨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그건 그거고." 전북망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답했다. "그대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어떠했던, 그대는 전장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여인이 아니오. 이방은 그런 여자들을 좋게 보지 않소. 그녀는 매우 솔직하며 자잘한 일로 다투는 걸 싫어하오. 둘이 만난다면 불쾌한 일이 생길 게 뻔한데, 왜 굳이 스스로 곤란에 빠져들려 하오?" 송석석이 고개를 들며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녀가 모진 말을 한다면, 그냥 못 들은 척할 것입니다. 대국을 생각하고 대의를 따르는 것은 모든 며느리의 기본적인 덕목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장군님이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제2화 전북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어려운 길을 자처하시오? 이 혼인은 폐하의 어명이오. 더군다나 이방이 들어온다고 한들, 서로 다른 별채에 머물 텐데, 뭐가 걱정이오? 이방은 안살림에 관심이 없소. 또한 그대의 권한을 빼앗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 이방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겠소?” “권한이요? 제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 송석석이 반문했다. 장군부(將軍府: 장군의 집) 살림이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인한테 들어가는 약값만 해도 매달 수십 냥(两: 화폐 단위)이었고, 그 외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들고 온 지참금이 아니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헌신한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황당했다. 반면, 전북망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됐소. 더 말하지 않겠소. 본래 통보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대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오.” 그 말을 끝으로 전북망은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보주(寶珠)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장군님도 참 너무하세요.” “됐어, 이렇게 된 이상 움직이자.” 송석석이 차갑게 눈빛을 굳히며 보주를 쳐다보았다. “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 일단 가서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 들고 온 지참금 목록을 가지고 와 봐.” “지참금 목록은 왜요?” 보주가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답했다. “바보야. 계속 이 집에 머물 거야?” 그러자 보주가 이마를 감싸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 혼사는 부인께서 아가씨를 위해 직접 예비하신 거잖아요. 어르신도 살아계실 때, 얼마나 아가씨가 잘 살길 바라셨는데요.” 부모님의 얘기가 나오자 송석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송석석의 부모님은 참 금슬이 좋았다. 그녀를 포함해 자식이 여섯이나 됐지만, 모두 한배에서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어 혼자가 되었지만, 송석석 또한 부모님과 같은 결혼생활을 하길 바랐다. 송석석은 무장의 가문에 태어나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예를 익혔다. 모두 아버지 송회안 덕분이었다. 그녀는 7세에 매화산에 올라 무예 수련을 시작했으며, 동시에 전략과 병서 공부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15세가 되어 하산을 해보니, 아버지와 여섯 오라버니들이 얼마 전에 모두 남쪽 전장에서 전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송석석은 너무 슬펐지만, 눈물을 흘리다 못해 눈이 멀어버린 어머니 탓에 차마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그때 어머니가 했던 말을 생생히 기억했다. “너만큼은 꼭 오래오래 행복해. 남들처럼 평범하게 좋은 남편도 만나고, 아이도 낳으면서 평온하게 살아. 이제 나한텐 너밖에 없어.” 그 뒤로 약 1년, 송석석은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신부 수업과 가계부 수업 등, 여자로서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터득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도시에 진북후부(鎮北侯府: 북방을 지키는 후작의 집)에서 사위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더불어 그녀의 뛰어난 미모에도 사람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앞다투어 청혼서를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석석의 어머니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첩을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선택된 신랑감이 바로 전북망이었다. 그런데 반년 전, 하룻밤 사이에 집안이 모두 몰살당했다. 어른, 노약자, 어린아이 가릴 것 없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었다. 그중에 두 살밖에 안 된 송석석의 조카도 포함되어 있었다. 셋째 오라버니가 남긴 유일한 혈육조차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얼마 뒤, 경조부(京兆府: 수도를 관할하는 행정 구역)에서 순방영(巡防營: 순찰 방어 부대)이 출동해 일부 범인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이들은 모두 서경(西京)의 첩자들이었는데, 전장에 밀리자 보복심리로 진북후부를 몰살했다고 진술했다. 송석석은 비보를 듣자마자 바로 달려갔지만, 남은 건 처참하게 조각난 시신뿐이었다. 진북후부 어디에도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벽이며 바닥이며 모두 피범벅이었다. 이제 진북후부의 핏줄은 송석석, 한 명밖에 없었다. 진북후부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송석석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 혼자서 가문을 일으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방은 달랐다. 이방은 전장의 공로가 있는, 이 나라의 유일한 여장군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으며 태후조차 칭찬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이번 혼사만 무사히 성사된다면, 전북망의 미래에도 꽃길이 깔릴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전북망의 가족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 혼사를 받아들였다. 제3화 보주가 지참금 목록을 가져오며 말했다. “근 1년 동안, 아가씨께서 이 집안 살림에 보탠다고 사용한 화폐만 해도 6천 냥이 넘어요. 그래도 다행히 상점과 주택, 장원은 그대로예요. 또한 부인께서 남겨주신 예금 증서와 집문서, 땅문서도 그대로 상자에 담겨 있어요.” “알겠어.” 송석석은 목록을 보며 전에 어머니가 준 지참금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시집에서 고생할까 봐 참 많은 지참금을 챙겨줬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쳤다. 옆에 있던 보주도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곳을 나간다면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진북후부, 아니면 매산입니까?” 송석석은 아직도 그 처참했던 진북후부의 현장이 생생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왔다. “어디로 가든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가씨, 이대로 떠나면 진짜 후회 안 하시겠어요?” 송석석이 담담히 답했다. “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떠나지 않으면 평생 이들 사이에 괴롭게 살아야 할 텐데. 보주, 우리 집엔 이제 나밖에 없어.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가족들도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지.” “아가씨!” 보주가 기어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과 마찬가지로 진북후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송석석의 가족들이 몰살당할 때, 보주의 가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 장군부를 떠나게 되더라도, 진북후부로 돌아가는 건 편치 않았다. 그곳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 “아가씨,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송석석이 한층 깊어진 눈동자로 답했다. “있기는 하지. 폐하께 아뢰어 그동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이룬 공로를 명목으로 교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 봐야지. 통하지 않는다면, 금란전(金鑾殿: 황제의 궁) 벽에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보고.” 보주가 놀라 송석석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아가씨, 그건 절대로 아니될 말입니다!” 송석석이 냉철히 눈을 빛내며 나지막이 웃었다. “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교지를 철회해주지 않는다면, 이혼을 허락해달라고 요구할 거야.” 전북망이 이방이 이토록 당당할 수 있는 건, 황제의 교지 덕분이었다. 만약 교지가 철회된다면, 혼인의 정당성이 없어진다. 송석석은 떠나더라도 쫓기듯이 떠나는 것이 아닌, 당당히 떠나고 싶었다. 어차피 부모가 남긴 재산이 있었기에, 그녀는 평생 일하지 않아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한 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송석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 노부인께서 부르십니다!” 보주가 조용히 옆에서 속삭였다. “노부인의 시녀, 취아의 목소리옵니다. 노부인께서 아가씨를 설득하려고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방엔 전북망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큰형 전북경과 그의 부인 민씨, 셋째 여동생 전소환 그리고 다른 서출(庶出)의 자식들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유독 작은집의 노부인 육씨만,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머님, 작은어머님, 큰아주버님, 큰형수님!” 송석석은 여전처럼 차례대로 인사를 건넸다. “석석아, 이리 오너라.” 노부인이 그녀를 침대 앞으로 부르더니, 친근하게 손을 잡아왔다. “이제 북망이가 돌아왔으니, 너에게도 의지할 곳이 생겼구나. 지난 1년 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다. 친정도 그렇게 되고, 너의 가문엔 이제 너 혼자뿐이구나. 그래도 다 지나갔다.” 노부인이 노련한 말솜씨를 뽐내며 서두를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석석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속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너는 이제 혼자이니, 앞으로 모든 일은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달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송석석이 잡힌 손을 슬며시 빼내며 담담히 말했다. “어머님, 오늘 이방 장군과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노부인은 그녀의 직설적인 화법에 놀란 듯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가다듬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만났다. 성격이 꽤 거칠고 급하더구나. 외모도 너와 비교할 바가 못되고.” 송석석이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머님은 이방 장군이 이 집에 들어오는 거, 탐탁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제4화 노부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제 겨우 한 번 만나봤을 뿐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어차피 폐하께서 정하신 혼사, 무를 수는 없잖니. 앞으로 두 사람은 밖에서 나랏일을 하고, 너는 내실 관리하면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 “나쁘지 않죠.” 송석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만 명색이 장군님이신데,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 노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어떻게 첩으로 들어오게 할 수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조정(朝廷)의 대신, 나랏일 하는 관리(官員)다. 그런 분을 어떻게 첩으로 앉힐 수가 있겠니? 당연히 평처로,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지.” 송석석이 대답했다. “당연히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요? 조정에 그런 규칙도 있었습니까?” 노부인이 다소 냉담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석석아, 너 마음이 넓은 아이였잖아. 장군부에 시집왔으면, 장군부의 며느리 답게 굴어야지. 병부(兵部: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라 부서) 심사에서도 이방 장군이 북망보다 더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발표됐어. 너는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도 쭉 내실 관리를 해주면 돼. 그럼 언젠가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 송석석이 냉담하게 말했다.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라고요? 전 사양하겠습니다.” 노부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양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내실 담당은 너였잖니?” 송석석이 말했다. “아니죠. 내실 담당은 원래 큰형수님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큰형수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잠시 돌봤지만, 이젠 괜찮아졌으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죠. 내일 장부 맞춰서 인수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큰형수라 불린 여인, 민씨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나 아직 다 회복 못 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잘해왔으니, 앞으로 내실 관리는 네가 계속 맡아줬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네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송석석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당연히 높게 평가할 수밖에. 노부인의 비싼 약값부터, 집안의 작고 큰 지출까지, 그녀의 돈이 안 들어간 곳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이 바로 노부인의 약값이었다. 1년 동안 천 냥에 가까운 돈이 치료비로 들어갔다. 거기에 부족해 후작부가 가지고 있는 사업체에서 계절마다 나오는 비단까지, 돈으로 환산하면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앞으로 전북망과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에, 불만 없이 모든 것을 제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한 번 한 결정, 번복하지 않습니다. 내일 장부 정리해 내어드리고 집안일에 손을 떼겠습니다.” “잠깐!” 노부인이 다급히 송석석을 불러 세우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석석아, 너 이러면 안 된다. 요즘 첩을 들이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니? 이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밖에 사람들이 너를 속 좁고 질투 많은 여자라고 손가락질할 거야.” 지난 1년 동안 송석석이 워낙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당연히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모습에, 그들은 자신들이 착각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송석석이 온순한 모습을 집어던지고 당당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수근거리든, 전 별로 신경 안 써요.” 노부인은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은데 화가 치밀어 오르니 자꾸만 기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송석석은 평소처럼 그녀를 달래주거나 등을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언니,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 어머니가 지금 화나셨잖아요.” 셋째 전소환이 다가오더니, 젖살이 덜 빠진 얼굴로 화가 난 듯 송석석을 노려보았다. “뭐가 그리 억울해요? 후작부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나요? 부모는 물론 형제들도 모두 죽고 혼자 남았는데, 이제 와서 명문가의 자존심을 부리고 싶나요? 지금은 작은 오라버니한테 버림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요?” 송석석이 그녀를 담담한 얼굴로 바라봤다. 전소환은 연두색 비단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 또한 송석석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그녀는 송석석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입고 계신 옷부터 벗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소환이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제가 언제 달라고 했어요? 먼저 갖다 줬으면서, 생색은. 가져갈 테면 가져가세요.” “그래요. 그럼 머리에 꽂힌 그 장신구도 돌려주세요.” 송석석이 방을 쭉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 불만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오직 둘째 노부인만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할 말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송석석은 이 말을 끝으로 성큼성큼 방 밖으로 나갔다. 제5화 그녀가 나가고 나자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송석석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노부인의 말조차 무시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내버려둬. 지까짓게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쩔 테야?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어.”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의지할 친정도 없었으며 장군부 외에 머물 곳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송석석을 억압하지도 않았다. 이방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정실 부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송석석은 보주를 데리고 진북후부로 돌아갔다. 진북후부는 반년이나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심지어 정원은 낙엽이 쌓이다 못해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그런 진북후부를 바라보며 송석석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차갑게 식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시신, 사방에 뿌려진 피, 도륙된 하인들, 모든 것이 그저 악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이곳에 돌아와도 그 누구도 그녀를 반겨주지 않았다.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제사 음식을 준비해 가족들의 위패가 놓여 있는 사당(祠堂)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무릎을 꿇고 고인들을 향해 절을 올렸다. 다시 몸을 일으킨 그녀의 눈빛엔 결연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만약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신다면, 부디 앞으로 제가 내리게 될 결정을 용서해 주세요. 두 분의 소원대로 시집가 자식도 낳으면서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전북망은 좋은 지아비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보주도 옆에 있고, 꼭 행복하게 살아 갈게요.” 옆에 있던 보주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그녀들은 다시 마차를 타고 황성으로 향했다. 정오(正午: 낮 12시), 가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송석석과 보주는 궁문 앞에서 미동도 없이 황제의 허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두 사람을 불러주지 않았다. 보주가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아가씨의 의도를 알아차리셔서 만나주지 않으시려나 봐요. 어젯밤 저녁도 안 하셨는데, 오늘 조반도 안 드시고, 정말 괜찮으세요? 뭐라도 드실 거 좀 가지고 올까요?” “아니, 괜찮아. 안 배고파.” 송석석은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은 오직 하나, 한시라도 빨리 전북망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아가씨, 너무 자기 자신한테 모질게 굴지 마세요. 몸이 상하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차라리 그냥 넘어가 주는 건 어때요? 어차피 이방 장군님이 들어오신다고 해도, 정실 부인의 자리는 아가씨 거잖아요. 평처라고 해도, 결국 첩일 뿐, 조금만 참으시면 안 돼요?” 송석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보주, 너까지 그런 나약한 소리 하지 마.” 보주는 한숨이 나왔다. 장군이 돌아오면 아가씨도 좀 편한 날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더 큰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을 지지해야 할지, 아니면 말리고 나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소방(御書房: 왕이 책을 읽거나 집무를 보는 방), 오 대반이(大伴: 황실 고위 관리직) 벌써 세 번이나 황제에게 보고를 올렸다. “폐하, 전 장군 부인이 아직도 궁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숙청제(肅清帝: 황제의 이름 또는 호칭)가 상소문을 내려놓고 미간을 문질렀다. “가서 만날 수 없다고 전해라. 교지가 내려진 이상, 철회는 있을 수 없다. 어서 돌려보내거라.” “금군(禁军: 황제 직속 군대)들이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벌써 한 시진째 폐하를 아뢰옵기를 청하고 있나이다.” 숙청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군공의 명목으로 혼인 교지를 내려달라는데, 아무리 짐이라도 어찌 거절할 명목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나라에 큰 공로를 세운 장군들인데, 들어주지 않으면 안 좋은 본보기가 될 게 뻔하지.” 오 대반이 답했다. “폐하, 군공으로 따지면 진북후부와 소(蕭) 대장군의 공로가 더 큽니다.” 숙청제는 이제는 고인이 된 송석석의 아버지, 송회안을 떠올렸다. 송회안은 그가 아직 태자였던 시절, 처음 군에 들어갔을 때 이끌어준 사람이었다. 황제는 송석석하고도 인연이 있었다. 그는 아직도 어린 시절의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난세를 딛고 황제가 된 인물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전쟁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전북망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지금 조정에는 황제의 동생 북명왕(北冥王) 말고는 든든한 무장이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서경과의 전쟁에서 소 대장군의 셋째 아들은 팔을 잃었고 일곱째는 전사했다. 그래서 황제는 더욱 인재를 아꼈다. 하지만 오 대반의 말대로, 전북망과 이방보다는 진북후부의 군공이 훨씬 더 컸다. “들여보내거라. 그녀가 이 혼인을 받아들인다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들어줄테니.” 오 대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제6화 송석석은 방에 들어오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숙청제는 전북후부를 떠올리며 혼자 남게 된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됐다. 고개를 들거라.” 하지만 송석석은 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무례인 것은 아오나, 달리 선택지가 없어 만남을 청하게 되었사옵니다.” 숙청제가 답했다. “교지가 내려진 이상, 번복할 수는 없다.” 송석석이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 번 내려진 교지, 번복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대신 새 교지를 내려주실 것을 간청드리옵니다. 부디 저와 전 장군님의 이혼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황제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이혼? 지금 이혼하길 원한단 말이냐?” 황제는 그녀가 혼사 취소가 아닌 이혼을 요구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송석석이 눈물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폐하, 이번 혼인이 군공으로 하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 아비와 오라버니들의 기일입니다. 신녀(臣女)도 저희 가문이 세운 군공을 빌어 이혼 교지를 청하옵니다. 부디 저에게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숙청제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석석아, 여인이 이혼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친근한 호칭이었다. 황제가 아직 태자였을 적, 매번 진북후부를 방문할 때마다 그녀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오곤 했다. 그러나 매산에 올라가게 되면서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알고 있사옵니다!” 송석석이 단호하지만 씁쓸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답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비록 군자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방해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석석아, 전북후부엔 이제 아무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생각해둔 바가 있느냐?” 송석석이 말했다. “안 그래도 오늘 본가에 돌아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비록 지금은 비어 있지만, 전북후부에 돌아간다면 아들을 입양해 대가 끊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옵니다.” 숙청제는 그녀가 잠시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심사숙고 후에 내린 결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방 장군이 그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정실 부인인 너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인데 정말 이혼을 원하느냐?” 송석석이 눈물을 머금은 채 단호히 답했다. “폐하, 그건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평생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후부엔 저 혼자만 남았습니다. 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당당한 삶을 살고 싶사옵니다.” “짐은 네가 전북망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말 이대로 포기해도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느냐?” 그렇지는 않았다. 전북망이 그랬듯이, 이 혼인을 받아들인 것은 그가 지아비로서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석석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송석석이 마치 절벽 위에 피어난 꽃처럼 위태롭게 웃으며 말했다. “먼저 저를 버렸으니, 저도 그를 버리려고 합니다.” 황제는 혼란스러웠다. 기억 속에 있던 천진난만한 소녀가 이제 자라 한 남자의 부인이 된 것도 모자라, 이혼까지 하려 하고 있었다. 이 세상은 이혼한 여인을 좋게 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북망은 공개적으로 혼사까지 하사받은 상태였다. 앞으로 그녀가 걸어갈 길은 가시밭길일 것이다. 친가는 물론 이혼까지 한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하려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황제는 지난날 전장에서 함께 했던 송회안을 떠올리며 안쓰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숙청제가 말했다. “그래, 허락할 테니 이만 돌아가거라. 며칠 뒤면 이혼 교지가 장군부에 도착할 것이다.” 송석석은 그제야 안심하며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숙청제가 그녀를 바라보며 과거의 어린 소녀를 떠올렸다. 그는 한 번 더 자비를 베풀어 주고 싶어졌다. “석석아, 앞으로 누가 널 괴롭히거든 바로 내게 고하거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송석석이 다시 한번 절을 올리며 답했다. 제7화 송석석이 떠난 후, 오 대반이 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폐하, 태후마마께서 만남을 요청하셨습니다.” 숙청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석석의 일 때문에 걱정되셨나 보구나. 알겠다. 가자.” 수강궁(壽康宮: 태후의 궁전) 정원에는 모란꽃이 가득 피어 있었으며, 궁전 외벽은 화려한 장미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화사한 궁의 분위기와 달리, 태후는 원형 등받이 의자에 앉아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후마마,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숙청제가 방으로 들어가며 가볍게 절을 올렸다. 그러자 태후가 주변인들을 물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상, 어쩌자고 혼사 교지를 허락하셨습니까? 그 결정으로 인해 돌아가신 송 후(侯: 후작 작위)만 우습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안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태후의 목소리가 점점 심각해졌다. “또한 상국(帝國)의 법률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조정 관리들은 혼례 후 5년 이내엔 첩을 들이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사실상 5년도 짧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0세가 넘어도 자식이 없을 때만 첩을 들이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전북망 장군에게 평처를 들이게 하셨다니, 앞으로 또 같은 사례가 나올까 두렵습니다.” “게다가 전북망 장군은 혼인 당일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출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이방 장군과 혼례를 올리려 하다니, 석석이의 처지가 얼마나 우스워질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태후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진북후부에 남은 핏줄이라고는 석석이 밖에 없는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합니까?” 태후와 송석석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친구였다. 그래서 더 송석석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태후의 눈물을 본 숙청제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태후마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당시 저도 이 교지가 적절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적군을 물리친 공로가 컸기에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북망은 작정하고 왔는지 모든 것을 사양하고 오직 혼인만을 바랐습니다. 장군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준 것입니다.” 태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자의 체면을 살려주려, 석석이를 희생했단 말입니까? 그럼 전북후부의 희생은요? 아비와 형제들이 전장에서 죽은 걸로는 부족합니까? 지난 1년 동안 석석이가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폐하께서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숙청제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태후마마, 전북망은 변했습니다. 설령 이방을 아내로 맞이하지 못하더라도, 결코 석석이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석석이도 느꼈는지, 좀 전에 저에게 와서 이혼 교지를 요청했습니다. 전 석석이를 지지해주기로 했습니다.” 태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라고 했습니까? 그 아이가 이혼 요청을 했단 말입니까? 이혼하면 갈 데가 없을 텐데….” “석석이가 다 생각해 놓은 바가 있더라고요. 본가로 돌아가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했습니다.” 태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요? 가족들이 모두 도륙당한 그 집에서 어떻게 지내려고….” 태후가 매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궁까지 왔으면서 폐하만 아뢰고 갔단 말입니까? 절 찾아왔더라면, 좀 더 나은 대책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전북망 장군이 군공도 세웠는데, 명예로운 삶을 내던지고 왜 가시밭길을 가려는지….” “석석이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습니다. 평생 두 사람과 얽혀 힘들게 사느니, 혼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 둔 남자가 매일 다른 여자와 사랑 나누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태후는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태후는 선대 황제를 사랑했지만, 그의 마음엔 항상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여자의 인생이란, 참으로 고달프군요. 전엔 여자의 몸으로 장군 자리까지 오른 이방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권력을 얻자마자 귀감이 되기는커녕 이런 뒤통수를 치다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숙청제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 그 또한 전북망과 이방에게 큰 실망을 느꼈지만, 이제 막 자라나는 인재를 짓밟고 싶지 않았기에, 꾸짖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다시 궁으로 불러들여 주의를 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8화 다음날, 전북망은 황제의 명령을 받고 입궁하게 되었다. 그는 요즘 한참 떠오르는 샛별로, 당연히 곧바로 황제를 만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밖에도 한참을 밖에서 기다려도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약 한시간 반쯤 지났을 때쯤인가, 오 대반이 황제의 어서방(御書房: 왕이 책을 읽거나 집무를 보는 방)에서 그에게 알렸다. “전 장군님, 폐하께서 지금 바쁘셔서 내일 부를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랍니다.” 전북망은 어리둥절했다.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는 동안, 어서방을 출입하는 그 어떠한 관리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일로 의논을 나누느라 그와 만나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 전북망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 공공(公公: 내시를 높여 부르는 말), 폐하께서 절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 대반이 웃으며 답했다. “저도 모르옵니다.” 전북망은 당혹스러웠지만, 차마 황제의 방에 들어가 직접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조금만 귀띔해주라면 안 되겠습니까? 혹시 제가 뭔가 잘못한 것입니까?” 오 대반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답했다. “이제 막 전장에서 돌아오신 분이, 무슨 잘못이 있겠사옵니까.” “그럼 왜 폐하께서….” 오 대반이 허리를 굽히며 전북망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군님, 이만 돌아가십시오.” 전북망은 더 캐묻고 싶었지만, 오 대반은 이미 등돌려 어서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궁금증을 앉고 황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축하연이 열렸을 때만 해도 그렇게 칭찬하던 황제가 하루아침에 이토록 차갑게 변하다니, 그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황궁을 빠져나가던 도중, 정문을 지키고 있는 금군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전 장군님 부인이 궁에 왔었다며? 그런데 오늘 곧바로 호출되다니, 혹시 혼사에 차질이 생긴걸까?” “말도 안 돼. 폐하께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신 일이야, 어떻게 번복하실 수 있겠어?” 전북망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숙덕거리고 있는 금군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제 부인이 어제 황궁에 왔었단 말입니까?” 그러자 얘기를 나누고 있던 금군 중 한 명이 망설이며 대답했다. “예, 여기서 거의 한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겨우 폐하를 만나고 가셨습니다.” 전북망은 어제 하루 종일 이방의 본가에 있었기 때문에, 송석석의 행적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이제야 하루 아침에 변한 황제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분명 어제 황제한테 혼사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을 테지! 참으로 교활하도다! 어제 이방을 만나 상황을 전하니,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오히려 송석석을 칭찬했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뒤에서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전북망은 더욱 두 사람의 차이를 실감했다. 그는 다급히 말을 몰고 본가로 돌아왔다. 그런 다음, 곧바로 문지기에게 말책찍을 던지고 문희거로 향했다. “송석석!” 보주는 그의 외침에 놀라 다급히 송석석을 보호하듯 가로막았다. “왜… 왜 이러세요!” “보주야.” 송석석이 부드럽게 보주를 말렸다. “물러나 있거라.” 보주는 송석석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북망을 향한 경계 어린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송석석은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도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북망은 잠시나마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자신을 탓했다. 뒤에서 이런 뒤통수를 때리다니!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폐하께 혼사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소?” 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라고?” 그는 비웃으며 경멸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해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런 일을 벌이셨소? 그대는 참으로 위선적이오!” 송석석은 오늘따라 전북망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전북망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은 계기가 없었을뿐, 처음부터 이런 남자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송석석은 마음이 점점 얼어붙었다.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전북망은 당연히 그녀가 찔려서 말을 못하는 줄 알고 더 다그치기 시작했다. “어서 말해보시오. 도대체 폐하께 무슨 말을 했소? 설마 폐하께서 교지를 철회하겠다고 하더이까?” 송석석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혼인식은 장군님이 바라셨던 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제9화 전북망은 그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 혼인은 내가 전쟁의 공로를 인정받아 얻은 것이오. 폐하께서 교지를 철회하게 된다면 장병들도 사기가 꺾일 텐데, 섣불리 움직이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먼저 하시오. 오늘 폐하께서 날 소환하시고도 만나주지 않았다는 건 아시오? 그대가 쓸데없이 가서 폐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오. 더 이상 이 일로 소란을 만들지 마시오. 난 할 만큼 했으니, 부디 조용히 지내시오. 이방과 결혼한다고 해도 그대와 자식은 볼 것이니, 그대도 의지할 곳이 생길 것이오.” 송석석이 냉담히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보주야, 손님 배웅주거라.” 보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군님, 이만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전북망이 소매를 휘날리며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보주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놀란 송석석이 보주에게 다가가며 달래듯 말했다. “보주야, 왜 그래?” “아가씨가 너무 불쌍해서요. 아가씨,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보주가 코맹맹이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웃으며 답했다. “억울하지. 하지만 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차라리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게 낫지. 나 송씨야, 왜 이래? 송씨는 절대로 꺾이지 않아” 보주가 손수건으로 눈을 닦으며 입술을 삐죽였다. “왜들 아가씨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아가씨가 이 집 사람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그들의 마음엔 내가 없나 보지.”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어쩌면 처음부터 지참금을 노리고 혼인을 허락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들은 보주는 더 서글프게 울었다. 누가 뭐라해도 그녀에겐 송석석이 항상 우선이었다. “자, 이제 그만 울고 일하자. 그대로 우린 살아있잖니.” 송석석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서!” “네, 아가씨.” 보주가 눈을 벅벅 닦으며 말했다. “처음 아가씨와 온 사람들도 모두 데려가실 건가요?” “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니, 여길 떠나게 된다면 좋은 취급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함께 데려가야지.” 처음 시집올 때, 그녀의 어머니는 경험이 풍부한 여 시종 두명과 함께 네 명의 하인 그리고 네 명의 여종도 함께 보냈다. 노부인이 병상에 눕게 되고, 그녀가 내실 관리를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함께 온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지책들이 맡겨졌다. 전북망과 그의 아버지 모두 나라에서 봉록(俸祿: 관리들에게 지급되는 급여)을 받았으나, 많은 금액은 아니었기에 장군부는 처음부터 하인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송석석의 집안처럼 따로 운영하는 사업체도 없었으니, 늘 돈이 부족 했었다. 그녀가 이 집에 시집오면서 지참금을 많이 들고 온 덕에 근 일 년간은 부족함이 없이 지냈지만, 앞으로 일은 알 수 없었기에 송석석은 함부로 사람을 더 고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다달이 나가는 노부인의 약값까지, 그녀에겐 정말 힘든 일년이었다. 다음 날, 송석석은 평소처럼 노부인을 간호하러 갔다. 오늘은 단신의가 방문하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한 노부인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좀 있으면 이방도 올 것이다. 서로 얼굴 익히고 자매처럼 잘 지내거라.” 송석석은 대꾸하지 않고 단신의의 진료가 끝나길 기다렸다. 잠시 뒤, 단신의가 처방을 완료한 것을 본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백부님, 제가 밖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그래, 너에게 할말 있었는데, 잘 됐다.” 단신의는 조수에게 약상자를 가져오라고 명한 다음, 인사도 않고 송석석과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가 송석석과 걸음을 맞추며 말했다. “이 녀석아, 이 집안 사람들에게 너무 잘해주려 하지 말 거라. 위기가 닥치면 너에게 등돌릴 사람투성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날 부르지 말거라. 다시는 이 집안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으니.” 송석석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백부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곧 이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단신의는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네. 송씨 집안 여식이라면, 이 정도 결단력은 있어야지. 난 이 집에서 나온 돈 따위 필요 없다. 너만 아니었다면, 진료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 경험이 풍부했던 단신의는 첫 만남부터 노부인의 탐욕스러운 성향을 알아차렸다. 제10화 단신의를 배웅한 뒤, 송석석은 곧바로 문희거로 돌아왔다. 그렇게 약 반시간 정도 지났을까, 전북망이 이방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왔다. 송석석은 작은 서재에 앉아 이 달의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가 두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북망과 이방은 두 손을 맞잡은 채였다. 금색 향로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침향이 타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송석석은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보주에게 나가라고 한 뒤,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앉으세요, 두 분.” 이방은 오늘 갑옷이 아닌 일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치마에 금색 나비 수가 놓아져 있었다. 이방은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었으나, 기개가 넘쳤다. “이보세요!” 그녀가 먼저 송석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전장에서 수도 없는 적군들을 죽여온 경험으로 이방의 몸에선 일반 여자들은 감당하기조차 힘든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송석석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눈빛을 맞받아치며 말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십시오, 장군님.” 그러자 이방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저를 보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묻겠습니다. 저와 평화롭게 지낼 생각 있으십니까?” 그녀의 태도는 매우 강압적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면서, 뒤에 가서 또 딴소리 하지 말고.” 송석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태후마마께서 이방 장군님은 여자들의 본이 되는 분이시라 하셨죠. 그럼 제가 되묻겠습니다. 저에게 장군님과 잘 지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이방이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선택은 그대 몫이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송석석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러나 그 모습조차 너무 아름다워 이방은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송석석이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야 당연히 장군님과 잘 지내고 싶죠.” 이혼 후엔 더 이상 그들과 얽히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다. 그러니 잘 지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서로 볼 일 없는 사이가 될 테니까. 이방이 불쾌한 듯 말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제가 당신의 진심을 판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어 보입니까? 그대가 폐하께 교지를 철회해달라고 청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제 와서 아닌 척 위선 떨지 마십시오! 이래서 곱게 자란 여인들이란!” 송석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 조심하세요!” 갑작스러운 송석석의 태도 변화여 이방은 잠시 멈칫했다. 청아한 얼굴에 예상치 못한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모든 사람이 장군처럼 전장에서 싸우는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면 장군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다 간사한 사람입니까?” 그녀가 전북망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해보십시오, 장군! 먼저 저 하나만을 사랑하고 절대로 첩을 두지 않을 거라 약속한 사람, 당신 아닙니까? 그런데 신의를 저버리고 다른 여인을 들이려 했으니, 화를 내도 제가 내야 마땅합니다! 제가 나쁜 사람이 된 듯, 몰아붙이지 마세요! 이 장군에겐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이방이 비웃으며 전북망을 바라봤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전 다르게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장군님?” 전북망이 이방의 손을 잡으며 화난 듯 송석석을 향해 말했다. “그날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때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이방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서 알게 되었소.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내 잘못이 맞지만, 내 마음이 이런 것을 어쩌겠소? 우리는 그대를 해칠 마음이 없소. 그대는 여전히 내 본부인으로 남을 것이오. 앞으로 우리 둘이 군에 있는 동안, 당신은 집에서 우리 아이를 키워주면 되오. 그럼 모두들 당신을 우러러볼 것이오!” 송석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저에게 두 사람의 아이까지 키우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북망이 말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아이를 낳게 해줄 수도 있소. 그러나 그 후로는….” 그는 이 말이 송석석에게 상처가 될 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임신한 후에는 다시는 그대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을 것이오.” 송석석이 이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장군도 이에 동의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