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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정유준 곁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여자, 강하영. 김제시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정씨 집안 셋째 도련님이 애지중지하는 여자,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
Chương (1)
第1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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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의 모든 사람들은 내가 정씨 집안 셋째 도련님이 애지중지하는 여자,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의 첫사랑의 대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정유준이 ‘첫사랑’을 찾은 그 날, 나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낙심천만한 나는 뱃속 정유준의 아이와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게 되고…….십여 년 동안 찾아 헤매던 진짜 첫사랑이 바로 항상 그의 곁을 지키던 나라는 사실을 알고, 정유준은 강한 자책감에 빠져 죽을 듯 괴로워하는데…….
"오지 마, 경찰에 신고할 거야! ”
선두에 선 남자는 노란 이빨을 잔뜩 헤집고 내게 다가왔다.
"좋아,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먼저 너를 구하러 오는지, 아니면 우리가 먼저 너를 죽이는 지 한번 보자고. ”
오늘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날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도박에 중독된 아버지에게 팔려버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앞으로 뛰어갔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다.
"안 돼, 움직일 수가 없어!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어. ”
나의 몸은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눈앞의 남자들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바로 그때, 나의 앞에 있는 룸 문이 갑자기 열렸다.
검은색 수제화 한 켤레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는 쭉 뻗은 다리와 이목구비가 깊고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었다.
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나를 바라봤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마치 끝이 안보이는 호수 같았다.
그를 본 나는 왠지 모르게 안도감을 느꼈다.
"제발 살려주세요,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약을 먹였어요! ”
그는 나를 보더니 몸을 굽혀 긴 팔을 뻗었다.
나는 기쁨에 겨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나를 일으켜주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던 나의 손을 차갑게 내팽개치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버렸다.
"아가씨, 자신의 신분을 봐봐! 감히 정 사장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다니, 순순히 우리를 따르는게 좋을 거야. ”
그리고 한 무리의 남자들이 탐욕스럽게 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싫어!"
나는 악몽에서 놀라 깨어났다. 매끄러운 이불이 몸에서 흘러내리고 나의 몸 곳곳에 키스 마크가 있었다.
바닥 곳곳에 옷들과 사용했던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이불을 끌어안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한테 무슨 짓을... …”
그는 손에 든 담배를 끄고, 일어나서 침대 곁으로 갔다.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봐야지. ”
그는 자신의 셔츠 깃을 헤쳤다. 쇄골에 키스 마크가 빽빽이 박혀 있었다.
나는 순간 생각이 났다.
어젯밤 약을 먹은 후 복도에서 그 늙은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는데, 이 남자의 어시가 나를 구해서 차 안으로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그 때 약효가 나타나 나는 본능에 따라 눈앞의 남자를 껴안고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는 나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MK: 정유준'
"비서가 한 명 부족해. 월급은 1000만 원인데 나의 일과 생활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해. ”
나는 경악하여 두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앞다퉈 MK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왜 저를 선택하셨나요? ”
그는 갑자기 몸을 숙여, 손가락으로 나의 귓불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 붉은 반점 때문이라고 하면, 믿을래?"
3년 후, MK사장 오피스
나는 정장을 입고 정유준에 일정을 보고했다.
"사장님, 오전 10시에 고위급 회의가 있고. 12시에 안 사장님과의 식사자리가 있습니다. ”
정유준을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섹시한 목젖이 위아래로 굴렀다.
그리고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팽개친 채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이리 와.”
나는 태블릿을 탁자 위에 놓고 순순히 정유준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제대로 서기도 전에 그는 나를 잡아 안았고 나는 그의 두 다리에 걸터앉았다.
정유준은 나의 턱을 꽉 쥐고 말했다.
"3년을 가르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나는 몸을 바짝 조이고, 1초 후 천천히 나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닿았다.
그의 넓은 손이 내 몸 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숨소리는 나로 하여금 3년 전 그날을 기억하게 했다.
3년 전, 정유준은 나에게 명함 한 장을 던져 그의 비서가 되라 하였다.
이틀을 망설인 후에 나는 결국 머리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갑자기 위독해졌기 때문이다.
고액의 병원비와 아버지가 진 도박 빚까지 겹쳐 나는 현실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1000만 원의 월급.
나는 당연히 비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3년 동안 나는 그의 개인 비서였고, 더욱이 그의 오피스 와이프였다.
그는 매번 침대에서 나를 거칠게 대했다.
처음에는 내가 매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유준이 나를 뽑은 게 정말 귓불에 있는 이 붉은 반점 때문이었다.
정유준이 어렸을 때 사고를 당했는데, 그때 한 어린 소녀가 그를 구했었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녀의 귓불에는 나와 같은 붉은 반점이 하나 있었다.
3년 동안 정유준은 그 어린 소녀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계약을 하나 체결하게 하였다.
그가 정말 찾고 싶은 사람을 찾으면 나에게 보상을 해 줄 것이니
그 대가로 영원히 김제를 떠나야 할 것을.
"강 비서님, 인사팀에서 싸움이 났어요 어서 가 보세요 ”
입구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
나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강 비서님, 이 여자 회사 지원하러 왔는데 남의 원고를 도용해서 책임자가 이 분 면접 자격을 취소했는데, 이 분 승복하지 않고 여기에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
나는 여자의 프로필을 한 번 보았다.
"양다인 씨, 당신의 일은 잘 알겠습니다. 돌아가세요, MK는 결코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지 않을 겁니다. ”
여자는 화가 나서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뭔데? 감히 나에게 이렇게 말해? ! 이 회사는 당신거야? ”
"제가 누구인지는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MK에 있는 동안 당신같은 사람을 절대 입사시키지 않을 거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
여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한 년, 내가 누군지 알아! 입사하지 말라고? 말해주는데, 난…. …”
나는 고개를 돌려 책임자를 바라보았다.
"경비원을 불러서 이 분 내보내요. ”
"무슨 일이야? ”
뒤에서 정유준의 목소리사 들려왔다
"정 사장님!!"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다인이 정유준을 향해 달려왔다. 그녀는 하얀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애걸복걸했다.
“사장님, 제발…… 인사팀에 남게 해주세요.”
정유준의 준엄한 표정엔 짙은 혐오가 떠올랐다.
경호원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 여자의 팔을 잡고 회사 밖으로 끌고 갔다.
“제발 저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 정사장님, 몇 분만…….”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여자의 양쪽 볼의 긴 머리가 흩날렸다.
햇빛 아래, 그녀의 하얀 귓불 위의 붉은 반점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정유준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시선이 그 점에 철저히 고정되었다.
“잠깐!”
양다인은 재빨리 정유준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떨리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진정하려 했다.
“정 사장님, 저는 양다인이라고 합니다.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발요.”
정유준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렸다.
여자의 귓불을 보고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따라와.”
유준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회의는 잠시 뒤로 미뤄.”
나는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여자를 데리고 떠나는 유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Part 2
유준이 시킨 일을 다 처리하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현기증이 난 나는 얼른 손을 뻗어 옆 탁자를 붙잡았다.
옆이 바로 사장님 오피스였다.
양다인의 은방울 같은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안에 있는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유쾌한 표정으로 볼 때, 아마도 양다인이 유준이 애타게 찾던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인사팀이 발령 공고를 냈다.
양다인이 패션디자인팀 부팀장이 합류한다고.
공고를 본 나는 코끝이 시큰거렸다.
3년 전 내가 유준의 수석비서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오른쪽 귓불에 있는 붉은 반점 덕분이었다.
이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이 돌아왔으니 결코 이 여인을 박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에 잠겼던 찰나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허시원이 들어왔다
“강 비서님 사장님께서 양 부팀장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나는 멍해졌다..
“또…디자인팀 팀원들에게 양다인을 괴롭히거나 난처하게 굴지 말아 달라는 얘기도 부탁했습니다.”
나는 다리 위에 놓인 두 손을 꼭 쥐었다.
“네, 알겠습니다.”
허시원이 떠나고 나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정유준의 행동으로 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돌아왔으니,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책상 위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핸드폰 화면에 엄마의 주치의인 의사 부진석의 발신 표시가 떴다.
“부 선생님!”
나는 긴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저희 엄마한테 무슨 일 있나요?”
부진석이 다소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영 씨, 지금 바로 병원에 와 줄수 있어요?]
부 의사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나는 즉시 일어섰다.
“네, 지금 곧바로 갈게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어머니의 병실 입구에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껌을 씹으면서 부 의사에게 껄렁껄렁하게 말하고 있다.
“어머, 강 비서님 오셨네!”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부 의사와 인사를 한 뒤, 가죽 재킷 남자에게 말했다.
“주 사장님, 제가 분명히 말한 것 같은데요. 빚 독촉하는 건 이해하는데 우리 어머니의 병실에는 안 왔으면 좋겠어요…….”
남자는 계속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
“네 아버지 또 도망갔어. 네 엄마 안 찾아오면 누구를 찾겠어?”
나는 마음속에서 치솟는 화를 참으며 주 사장이라는 자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또 얼마인가요?”
“많지 않아, 이자까지 300!”
“300?”
나는 물었다.
“지난달에도 150만 원 드렸잖아요!”
남자는 나를 훑어보았다.
“그건 네 아비한테 물어봐. 암튼 차용증은 여기에 있어.”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병원에서 싸울 수도 없었다.
도박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늘 돈을 빌려 노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버지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돈을 갚지 않으면 빚쟁이들은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와서 이렇게 어슬렁거렸다.
“좋아요! 줄게요! 그런데 만약 다음에 또 병원에 이렇게 불쑥 나타난다면, 더 이상 나에게서 돈 받을 생각하지 마세요!”
말을 끝내고,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남자의 계좌로 300만 원을 이체했다.
돈을 받은 남자는 멋있는 척 휴대전화를 흔들며 그곳을 떠났다.
부진석은 관심 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영 씨, 이건 아닌 것 같아요. 하영 씨가 너무 힘들겠네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제 아빠잖아요…….”
사실 3년 전 그 사람이 나를 늙은 남자에게 팔았을 때, 관계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아프면서도 아버지가 걱정되여 밤새 잠을 못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이 세상에는 어떤 관계도 끊어지지만 혈육의 정은 끊어지지 않는다.
“하영 씨,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점점 창백해지는 나의 안색을 보고 부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현기증 때문에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부진석은 급히 손을 뻗어 나를 붙잡았다.
나의 뜨거운 팔을 만진 순간 부진석은 잠깐 멈칫했다
“하영 씨, 지금 열이 심합니다.”
나는 부진석이 잡은 팔을 빼서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지금은 일이 너무 바빠서 쉴 수가 없어요.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부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는 들어가서 엄마 좀 볼게요.”
그리고 나는 부진석을 지나쳐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 안 누렇게 뜬 얼굴에, 움푹 들어간 볼,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나의 가슴이 시렸다.
나는 재빨리 두 눈을 깜빡이며 마음을 추슬렀다.
“엄마, 오늘 링거 다 맞았어요?”
엄마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희 아빠가 또 너에게 민폐를 끼쳤구나.”
나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엄마의 물컵에 물을 한 잔 따라 드렸다.
엄마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하영아, 이 집에서 나가거라.”
나는 잠깐 멈칙했다.
“엄마 이런 말 더 이상 하지 마세요. 나는 엄마랑 떨어질 생각 눈곱만큼도 없거든요…….”
“아버지 빚 때문에 네 삶까지 망치게 할 수 없어!”
엄마는 갑자기 흥분했다.
나는 억지로 가볍게 웃어넘겼다.
“엄마, 저, 연봉 높아요. 아빠 엄마가 저를 지금껏 키웠는데, 지금은 역할 바꿔서 제가 엄마 아빠께 효도를 해야죠.”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효도는 이만큼 했으면 됐어. 더 이상 네 인생을 망치는 건 안 돼! 내 몸이 어떤 상황인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어서 내 말 듣고, 지금이라도 당장 집을 나가는 게 어떻겠니?”
“엄마!”
나는 다급하게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고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영아, 내가 너에게 해줄 말이 있다.”
“여보!”
엄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병실 입구에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남자가 하나 보였다.
아빠였다.
그의 몸에는 술과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침대에 앉았다.
“주 사장이 널 괴롭히지 않았지?”
엄마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뭐 하러 왔어?! 아직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뜯어간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아빠는 입을 쩝쩝 다시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영아, 잠깐 나가 봐. 엄마랑 단둘이 할 얘기가 좀 있다.”
나는 걱정 어린 눈길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나는 몸으 돌려 밖으로 나갔다.
병원의 방문은 방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문밖에서 그들의 대화가 어렴풋이 들렸다.
“강성문! 너는 사람 새끼도 아니야!”
“그래, 나는 사람 새끼도 아니니까…… 당신 입이나 조심해. 괜히 쓸데없는 말 했다간 서로 좋지 못한 꼴 볼 테니까!”
이 말만 내뱉고 아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정유준이었다.
나는 마음을 졸이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디야?]
수화기 너머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병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갑자기 급한 일이 좀 생겨서…….”
[그래서 양다인 씨 챙기라는 것도 깜빡한 거야?]
나는 뜨끔하였다. 겨우 그것 물으러 전화한 건가?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유준의 오피스 와이프 외에 또 다른 신분은 수석비서이다.
유준이 지시한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지금 바로 패션디자인팀 팀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영 씨!”
나의 뒤에서 부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나에게 약봉지를 건네주었다.
“해열제예요, 먹어요. 하영 씨 지금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약을 받았다.
“부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따가 약값은 드릴게요.”
부진석은 웃으며 말했다.
“먼저 일 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다시 귀에 갖다 대었다.
하지만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통화가 끊겼다.
정유준이 화났다.
오후 나는 바로 유준의 지시에 따라 패션팀 팀장에게 전화했다.
패션디자인팀 팀장은 나의 친구이다. 우리 둘은 학교에서부터 친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우인나는 약간 언짢은 목소리였다.
“하영아, 걱정하지 마…… 걔 벌써 칼퇴근했거든 사장님이랑 밥 먹는다고”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인나는 더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걔 얘기는 하지 말자 넌 왜 열이 났어? ”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않고 병원에서 어머니를 돌봤거든.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
"허시원 씨가 말했는데. 사장님이 오후에 네 휴가를 줬대, 3일 쉬라고 하영아, 어머님 병은 너무 걱정하지 마, 다 나을 거야. ”
"알았어"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유준이 이렇게 급하게 나를 따돌리는 걸 보니 양다인과 잘 지내고 싶어서겠지.
Part 3
Part 3
이날 밤, 나는 정유준의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약을 먹고 병원 병상에서 잠이 들었다.
몸을 뒤척일 때 나는 손등에 주삿바늘이 하나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옆에 있었다.
“하영아, 함부로 움직이지 마. 부진석 선생님이 링거를 놔주셨어. 너도 참, 열이 그렇게 나면서, 얇은 셔츠 하나만 입고 왔구나”
나는 엄마의 걱정스러운 푸념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엄마, 배고파요.”
엄마는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다려 봐, 식사 시간이 다 됐구나. 좀 있으면 간병인 아주머니가 구내식을 갖고 올 테니 조금만 참아. 이 녀석아. 밥을 제때 안 챙겨 먹으니 이렇게 기운이 없지.”
말이 끝나자마자 간병인 아주머니가 구내식 식판을 들고 들어왔다.
“하영아, 입구에 잘생긴 남자 둘 있던데, 혹시 네 친구니?”
나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친구요?”
머릿속에서 갑자기 정유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우리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허시원은 문을 빼꼼 열고 얼굴만 들이밀었다.
“강 비서님, 잠깐 나와 보실 수 있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손등의 바늘을 뽑고 병상에서 내려왔다.
복도에서 정유준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마치 누가 그의 심기라도 건드린 것 같았다.
나는 낮은 소리로 유준을 불렀다.
“사장님…….”
정유준은 차갑게 말했다.
“몸이 아프면 입도 벙어리가 되는 거야? 아프면 아프다고 한 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그게 아니라, 약 먹고 잠들어버려서……. 일부러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정유준이 갑자기 다가왔다.
“약을 먹고 잠들어서 얘기를 못 한 거야? 아니면 다른 남자 곁에 있고 싶어서 일부러 얘기 안 한 거야? 응?”
“남자라니? 무슨 남자요?”
나는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거야!”
“하영 씨?”
상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됐는데, 뒤에서 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 선생님?
부진석은 지혈하지 않아 피가 흐르기 시작한 나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지금 손등에 피 흐르고 있네요…… 시간 봐서는 아직 링거 못다 맞았을 텐데요…….”
고개를 숙여 손등을 확인한 나는 급히 다른 손으로 지혈했다.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제가 지혈할게요.”
부진석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며 손등으로 나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열은 좀 내렸지만 좀더 쉬어야 해요.”
유준이 오해할까 봐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부진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정유준을 바라보았다.
말투엔 온화하고 예의를 잃지 않았다.
“저기요. 이 환자는 지금 휴식이 필요합니다. 대화 시간도 줄여주세요.”
유준은 고개를 돌려 부진석과 눈을 마주쳤다.
“저는 체온계도 쓰지 않고 환자의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의사는 처음 봅니다.”
부진석은 웃으며 말했다.
“다년간의 임상 치료로 얻어진 경험이죠. 오히려 환자의 편의를 봐줄 때가 많습니다.”
나는 손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부진석이 나의 편에 서서 얘기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정유준이 어떤 사람인가?
그가 화가 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김제 전체가 벌벌 떨었다.
정유준에게 찍히기라도 하면 부진석도 언제든지 병원에서 해고될 수 있다.
나는 얼른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나섰다.
“선생님, 이분은 제 직장 사장님이에요. 먼저 가셔서 일 보세요. 사장님과 아직 할 얘기가 남아서요.”
부진석은 하영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정유준이 차갑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너한테 얻어지는 게 뭐야?”
나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사장님,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정유준은 계속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
“불쌍한 척 동정표 구걸하는 수단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면 나한테 받은 돈이 부족해서 의사 꼬셔서 어머니 공짜로 치료라도 하려던 셈이었어?”
정유준의 말은 비수와 같이 나의 가슴을 후벼 팠다. 숨이 멎을 만큼 아팠다
나도 나 자신이 아픈 줄 모르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픈 척을 한다는 건지?
나는 두 손을 꼭 쥐고 냉정을 유지했다.
“사장님은 저에게 어떤 대답을 듣고 싶습니까?”
정유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날카롭게 나를 노려보았다.
“돈을 원한다면, 더 줄 수 있어. 하지만 우리 관계가 끝나기 전까지 남자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알아서 생각하는 게 좋을거야!”
나는 손을 꽉 쥐었다.
“사장님, 계약서에 분명하게 적혀 있잖아요. 사장님 첫사랑이 돌아오면 모든 계약이 종료된다고……. 그럼 저도 다른 남자를 찾을 자유가 있는 거 아닌가요?”
유준의 커다란 몸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나의 턱을 치켜들었다.
“강하영, 너 많이 컸네……”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냉소를 지었다.
“사장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준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너 지금 계약을 당장 끝내고 싶단 말이야? 강하영, 절대 네 뜻대로 안 될 거야……. 꿈 깨!”
말을 마친 정유준은 나를 세게 밀쳐내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벽에 부딪힌 나는 벽에 기대어 천천히 주저앉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다음날 비서실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유준 사무실에 양다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침 양다인도 고개를 들었고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양다인의 눈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강 비서님, 지난번 면접 건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
나는 그녀를 보았다.
“남의 작품을 도용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요? ”
“말 돌리지 마! ”
양다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지금! ”
니는 냉소를 지었다.
"그걸 승낙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래요?"
그러자 양다인이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몸 파는 여자가 기개가 꽤 있네. 안타깝지만, 넌 그냥 천한 몸이야! 돈을 위해서라면 제 몸을 팔 수 있는 천한 몸! 너 같은 천한 년이 나에게 무릎을 꿇는게 억울하다고 생각해? ”
"양다인, 분수 지켜,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사장님의 사람이라고 해도 봐주지 않을거야.”
“분수?”
양다인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몸 파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분수를 말해? ”
짝짝!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녀를 때렸다.
양다인은 붉게 상기된 볼을 감싸며 경악했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 ?”
나는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분수에 맞게 하라고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
“너!”
양다인은 달려들어 나를 때리려다가 멈칫하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하게 소리쳤다.
"강 비서님, 좋은 마음으로 먹을 것을 갖다 주러 왔는데 왜 때리세요? ”
이 여자 뭐 하는 거지?
"무슨 일이야? ”
정유준의 목소리였다.
"유준씨, 강 비서에게 먹을 것을 좀 갖다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뺨을 때릴 줄은 몰랐어요. 내가 먹고 남은 걸로 모욕한다고 막... …”
양다인은 눈물을 흘리며 정유준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정유준은 화가 나서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심술이야!”
나는 양다인을 보며 해명하려다 정유준의 화난 소리를 들었다.
“사과해”.
나는 믿을 수 없어 그를 보았다.
"전 전혀 잘못한 게 없습니다… …”
"사과하라니까! ”
정유준의 얼굴은 더없이 냉혹했다.
"강하영, 같은 말 세 번 하고 싶지 않아! ”
분노한 정유준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억울함을 느꼈다.
맞다. 양다인이야말로 그의 사랑이지.
그리고 나는 단지 대타일 뿐이고, 침대 파트너일 뿐이다.
나의 말이 그녀의 억울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명치끝에서 따끔따끔한 통증이 전해왔다.
"죄송합니다. ”
양다인은 정유준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유준 씨, 강 비서 탓하지 마세요. …”
정유준은 양다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대신해 말할 필요 없어 돌아가자 ”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본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저녁 무렵.
퇴근한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공교롭게도 병실 입구에서 부진석을 봤다.
“하영 씨, 어머니 어젯밤에 항암치료 마치고 이제 막 잠들었어. 안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
“이미 5차 항암치료 끝났는데…… 우리 엄마 어디 안 좋은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술도 잘 됐고, 회복도 예상보다 빠르니까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치료비 얼마나 남았죠?”
부진석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하영 씨 어제 예치금 1억 넣지 않았어요?
나는 어리둥절했다. 나에겐 그럴 돈이 없었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 비서님, 어제 사장님이 저희 어머니 병원비 내주셨어요?”
허시원이 낮게 대답했다.
[네, 사장님께서 어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강 비서님 어머니의 병원비 계좌에 1억 원을 넣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손을 꽉 쥐었다.
반시간 후 나는 난원별장에 도착했다.
서재 안이 캄캄했다.불을 켜려 벽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스위치에 닿을 때쯤 익숙한 기운이 갑자기 밀려왔다.
숲속의 겨울 냄새,정유준이다.
유준이 나를 들쳐 안고 소파 쪽을 향해갔다.
나는 긴장하여 그를 밀었다.
“사장님! 저는 오늘 돈 갚는 문제로 이야기하러 왔어요!”
정유준은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조용히 해!”
말이 떨어지자 유준은 나의 속옷 단추를 가볍게 풀었다. 그러고는 거칠게 키스를 하며 나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허벅지로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 내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얘기하고 싶으면 나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 ”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
한바탕 격전을 치른 후.
나는 격전의 흥분을 애써 참으며 옷으로 몸을 가렸다.
“첫사랑 그분께서 질투할까 걱정되지 않은가요?”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유준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건 네가 걱정할 바가 아니야.”
나는 옷을 입으며 말했다.
“1억……, 꼭 갚을 거예요.”
정유준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로 갚을 거야? 그 몸뚱어리?”
유준의 말에 나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뺨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래, 그의 눈에는 난 그냥 이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