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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회장님에게 아이가 생겼다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해 정조를 잃고 임신까지 하게 되었던 차수현은 몸 져 누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액막이로 식물인간에게 억지로 시집보내졌다. ...
Chương (1)
第1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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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져 누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나는 액막이로 식물인간에게 억지로 시집보내졌다.
하지만 식물인간 남편이 신혼 첫날 밤에 불가사의하게 깨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깊은 밤.
나는 자신의 담당구역 객실을 열심히 청소했다. 엄마 병이 위독해지고 낮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청소를 하며 병원비를 겨우 마련했다.
드디어 스위트룸 하나만 남았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누군가 나를 팔로 힘껏 눌렀다.
“조용히 해.”
“당신 누구야?”
나는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변태? 그게 아니면 사이코패스?
살기 위해 힘껏 발버둥 쳤다.하지만 남자는 답이 없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것을 보고, 순간 머뭇하였지만, 곧 숨을 거칠게 쉬며 내 옷을 찢었다.
위험한 숨소리가 내 귓가에 닿았고 뜨거운 땀이 목덜미로 뚝뚝 떨어졌다.
몸에 부서질듯한 아픔이 나에게로 몰려왔다. 하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고 쉴새없이 움직였다. 견디지 못한 나는 끝내 기절해버렸다…
뜨겁고 위험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눈을 떠보니 옆은 이미 비어 있었다.
시트에 묻은 검붉은 색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고 몸은 움직일 때마다 부서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이 북받쳤다.
이때 침대 머리맡에 놓인 손목시계를 발견했다. 그 남자가 놓고 간 물건이였다.
아래에 깔린 메모지에 짤막한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보상.”
‘지금 날 몸 파는 여자로 생각한 거야?’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 없는 나는 시계를 바닥에 내팽개치곤 대성통곡했다.
화가 났고!
수치스러웠다!
운명은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야!
한참 울고 난 뒤 나는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이렇게 울 때가 아니다. 무너질 수 없어. 병원에서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어!
자살하고 싶은 충동도 생겨났지만 엄마를 생각하며 나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았다.
난 무너질 수 없어 내가 무너지면 엄마를 돌볼 사람이 없게 돼. 미친개한테 물린 거로 생각하고 싹 다 잊어버리자.
이렇게 결심을 한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이곳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한 달 후.
나는 병실 문 앞에 앉아 병원 비를 확인하며 멍하니 넋 놓고 말았다.
그 일 때문에 나는 호텔에 다시 나가지 않았고 그날 밤의 악몽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수입이 끊겨졌고 안 그래도 힘들었던 생활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얼른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다.
병원 입구까지 걸어갔을 때 아버지 차한명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긴 어쩐 일이시죠, 차한명 씨?”
내가 그의 이름 대놓고 부르자 그의 눈에 언짢은 기색이 돌았으나 곧 다시 웃는 얼굴로 변했다.
“수현아, 아빠가 좋은 소식 가져왔어. 네 선 자리를 하나 알아봤는데 상대는 온씨 집안의 아들이야. 그 집안 재벌 가문이잖아. 게다가 셋째 아들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대…….”
지금 회사가 어려워 자금이 필요한 건 알았지만, 돈 때문에 딸을 팔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과연 그렇게 좋은 혼사가 나한테 생길까요?”
차한명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맞아 그 집 아들이 식물인간이 됐대. 하지만 너 걔랑 결혼하면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 거야. 네 엄마를 생각해봐. 계속 치료를 한다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네가 일단 결혼하겠다고 대답만 하면 지금 바로 모든 치료 비용을 지불해줄게. 결혼할지 말지 잘 생각해봐.”
그해 차한명이 내연녀를 집에 들이고 나와 엄마를 내쫓은 이후로 우리 모녀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겹게 버텨왔다.
지금 엄마의 치료비가 시급하다. 이 세상 모든 걸 잃을 수 있어도 엄마만은 꼭 지키고 싶었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나에겐 별다른 선택이 없다.
“할게요 그 결혼.”
며칠 뒤 나는 온씨 일가로 갔다.
문밖에서 백발의 어르신이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주 인자한 인상의 어르신이었다.
“네가 수현이지? 날 따라오렴.”
온회장은 나를 데리고 온은수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창백한 얼굴에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 왕자님이 깊은 잠에 빠진 것만 같았다.
잘생긴 얼굴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 나도 온은수를 몇 번 이고 몰래 훔쳐봤다. 그러던 중 그의 창백한 손등에 수많은 바늘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상처들을 보며 나는 문득 수년간 고통에 시달려온 엄마가 생각났다.
온은수처럼 완벽한 남자가 이렇게 되지않았다면 나랑 절대 결혼할 리 없었다.
우리는 동병상련의 가여운 처지였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온은수가 가엽게 느껴져 점차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우리 은수에 관한 일은 너도 이미 들었을 거야. 이 결혼 원치 않으면 지금이라도 얘기해. 강요하진 않을 테니까. 다만 결혼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나중에 후회 해서는 안된다.”
“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후회 같은 거 절대 안 해요. “
그날 그 일 때문에 나는 사랑에 대한 로망이 없어졌다. 하여 그럴 바엔 이곳에 남아 온은수를 보살피기는게 더 좋았다. 적어도 이러면 엄마가 최상의 치료를 받을 테니까.
“네가 원한다면 됐어. 이제부터 넌 은수의 아내로서 일상생활을 모두 책임져야 해. 이따가 상세하게 가르쳐줄 사람이 올 거야.”
곧이어 온회장의 분부대로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우선 치료사와 함께 마사지법을 배우며 온은수의 팔다리 근육을 주물러주었다.
얼추 비슷하게 배운 후 도우미가 물과 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
“사모님, 앞으로 도련님의 몸을 닦는 일은 사모님께 맡길게요.”
순간 당황한 나는 병상에 누운 온은수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 사람 벌거벗은 몸을 내가 봐야 한다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에요. 앞으로 도련님을 위해 아이도 낳아야 하니 미리 익숙해지는 것도 좋죠.”
“아이를 낳아?”
나는 침대에 누운 온은수를 바라보며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쑥스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의 옷을 천천히 벗겼다.
온은수의 몸매는 여전히 완벽했다. 근육 라인도 완벽하고 몸매도 늘씬하여 거의 조각상 같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방금 들은 말이 떠올랐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로 달려가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고 진정했다.
곧 밤이 깊어졌다.
종일 바삐 보낸 나는 피곤해 몸을 움츠린 채 침대에 누웠다.
새벽에 나는 숨이 막혀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 보니 한 남자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익숙한 품이었지만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를 숙여보니 옷도 풀어 헤쳐져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사람 살려요!”
겁에 질린 나는 달려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야? 한밤중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온회장을 보자 나는 마음이 한결 안정됐다.
“방에 사람이 있어요.”
바로 그때 나의 뒤에서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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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린 나는 온은수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아까 나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이 온은수였다고?
나는 그 자리에 넋을 놓고 말았다.
“저 깨어났어요, 아빠. 그 동안 많이 걱정하셨죠?”
온회장은 그제야 꿈에서 깬 듯 휘청이며 달려와 온은수의 몸을 어루만졌다.
“드디어 깼네! 드디어 깼어!”
온은수는 옆에 있는 나를 힐긋 쳐다봤다
“이 여잔 누구예요? 왜 내 방에 들어온 거죠?”
온회장이 나를 바라봤다.
“말하자면 길어. 서재로 가서 이야기 해주마. 수현이는 먼저 방에 가 있어.”
온회장이 나에게 친절하게 말하자 온은수는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를 향한 적의가 매우 커 보였다. 그의 따가운 시선에 나는 왠지 싸늘함을 느꼈다.
둘이 함께 서재로 들어간 후 나는 ‘신혼 방’으로 돌아왔다.
그 남자 날 이토록 싫어하는 걸 보니 설마 이 결혼 무르는 거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한 나는 마음이 초조했다. 온은수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시집온 지 하루만에 온씨 일가에서 쫓겨나면 그 가족들은 절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엄마가 큰 병원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내가 좌불안석일 때 굳게 닫혔던 문이 벌컥 열렸다.
온은수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나는 그의 짜증 섞인 얼굴이 보였다.
“여기 앉아있을 여유가 있긴 해?”
그의 말에 나는 숨이 턱턱 막혔지만 이럴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수 씨…….”
“웃어? 내가 깨어나니까 좋아? 이젠 드디어 우리 집안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
나는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하여 나는 용기 내어 말했다.
“은수 씨가 깨나자마자 갑자기 저라는 아내가 생겼다고 통보 받았으니 당연히 화날 만해요. 저도... 제 처지가 볼품없어 은수 씨한테 어울리지 못한다는 걸 알아요. 이혼하겠다면 해줄게요. 다만 그전에 혹시…….”
“혹시 뭐?”
“보상으로 저한테 돈을 좀 주시겠어요? 저도 원래는 미혼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이혼녀가 돼버렸으니 저한테도 손해잖아요.”
나는 우물쭈물하며 결국 용기 내어 말을 내뱉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에게 올바른사람으로 커야 한다고 배웠었다. 돈 앞에서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면 이까짓 자존심이 뭐가 대수겠는가?!
나는 온은수가 돈으로 나를 어떻게 모욕하든 꾹 참을 준비를 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금액을 듣기도 전에 온은수는 오히려 쓴웃음을 지었다.
“은수 씨, 제 요구가 너무 과분하진 않잖아요...”
하지만 말도 끝나기 전에 온은수가 다가와 나를 벽에 확 밀어붙였다.
그는 나의 턱을 잡아 올렸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온은수와 눈을 마주쳤다.
“아빠가 대체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지 궁금했는데 고작 돈이나 밝히는 인간이었어.”
그는 비난 조로 말하며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나는 턱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맞아요, 난 돈밖에 모르는 여자예요. 그러니까 돈만 주면 은수 씨에게 역겹게 굴지 않고 당장 꺼질게요.”
나의 대답을 듣자 온은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렇게 돈이 갖고 싶다면 좀 전에 네가 한 말도 지켜야겠지?”
말을 마친 온은수는 나의 두 손을 덥석 잡고 침대에 내던졌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온은수는 나의 발목을 꽉 잡고 물러나지 못하게 했다.
“아까 네가 말했잖아 나와 결혼하자마자 이혼하게 되면 미혼에서 갑자기 이혼녀가 되는거라고. 보상을 원한다면 나도 네 뜻대로 하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온은수는 나를 짓누르고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에게 짓눌려 꼼짝하지 못하는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돈 필요 없으니까 제발 좀 가게 해주세요!”
순간 나는 온은수가 일그러진 얼굴을 봤다.
“내가 널 건드릴 것 같아? 너 같은 여자는...”
그는 비록 말끝을 흐렸지만 비난 조로 쏘아붙인 그의 말투에 나는 여전히 숨이 차올랐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분수에 지나쳤어요. 이혼 절차는 은수 씨 스스로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때 가서 이혼서류를 챙겨가라고 말씀만 하시면 돼요.”
말을 마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밖을 나서려 했다.
“내가 언제 나가도 된다고 그랬어?”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았다.
나의 자존심을 짓밟아버리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았을까? 대체 어떻게 괴롭혀야만 만족하는 걸까?
“좀 전에 아빠한테 얘기 다 들었어. 너 대체 아빠를 어떻게 속인 거야? 너 같은 며느리는 없다면서 절대 이혼하지 말라고 하셨어.”
온은수의 말을 들은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온회장님이 정말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그럼 내가 가서 말씀 드릴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은수 씨가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하지 않을게요.”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돌려 차분히 얘기했다.
“거기 서. 나랑 거래 하나 해. 네가 허락만 한다면 돈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온은수가 갑작스럽게 팔을 붙잡자 나는 온몸이 불편하여 피하려 했지만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뭔데요?”
“아버지는 연세가 드실수록 하루빨리 내가 결혼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셔. 나도 줄곧 이 일로 아빠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네가 여기 남아준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내가 부담할게. 내 요구는 단 하나야. 만약 내가 진짜 결혼 상대를 만나는 날엔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바로 내 곁에서 떠나. 그땐 네 청춘을 내게 바친 대가로 한꺼번에 100억 원을 보상해줄게.”
나는 거만하고 무례한 온은수의 행동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듣는 순간 선뜻 거절할 수 없었다.
차씨 집안 사람들의 행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언젠가는 엄마의 비싼 치료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번복할 그들이었다. 그땐 내가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엄마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0억 원이 있다면...
나는 잠시 고민하고 몸을 돌려 그에게 대답했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온은수는 곧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밖에서 온은수 아내의 명분으로 자처하지 말고 항상 분수를 지켜야 한다. 집에서는 반드시 온은수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얌전하고 현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어르신께 두 사람의 관계가 들켜서는 절대 안 된다.
한편 온은수는 달마다 적정한 금액을 그녀에게 제공할 뿐 그에게는 아무런 제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위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지만...
“저기, 뭐 하나 요구해도 될까요?”
“말해봐.”
“아까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면 스킨십을 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비록 이 계약서가 마음이 들지않지만 온은수가 나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게 싫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 마. 너 같은 여자는 나한테 애원해도 만지고 싶지 않으니까.”
“꼭 그러길 바랄게요.”
그리고 그는 블랙카드 한 장을 나에게 건넸다.
“이 카드 사용해. 한도 제한 없어.”
나는 담담하게 카드를 건네 받았다.
“걱정 말아요. 돈만 들어오면 은수 씨 요구대로 전부 다 맞춰드릴게요.”
온은수는 코웃음 치고 더는 나를 쳐다 보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 단짝 친구 가연이가 한참 엄마를 보살펴주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자 반가워 하며 새로운 직업이 어떤 일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미리 준비했던 대로 대답하며 엄마를 안심시키며 이야기 해주었다.
한참 얘기를 나눈 후 엄마가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 참, 은서는 잘 지낸대? 지금도 해외에 있어? 언제쯤 귀국한대? 걔가 돌아오면 우리 수현이도 이렇게 고생하진 않을 텐데 말이야.”
나는 미소를 짓고 있다가 이름을 듣는 순간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온은서-너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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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가장 힘들 때 온은서가 나를 도와줬었다.
우리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하려 했지만 그가 해외 의학연구소로부터 파격적인 오퍼를 받았다.
온은서는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면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처음 우리는 자주 연락하며 지냈지만 갑자기 반년 전부터 연락이 뚝 끊겨졌다.
나도 차츰차츰 눈치를 챘다. 온은서가 어쩌면 날 이제 짐 처럼 느껴져서 싫증 났거나 해외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니를 깨끗이 잊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도 알다시피 은서 해외에서 공부하느라 바빠요. 돌아올 때가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죠.”
몸이 안 좋은 엄마는 몇마디 당부만 한 후 잠이 들었다.
그리고 가연이가 재빨리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수현아, 너 아까 수상해 보이던데 솔직하게 말해봐. 은서랑 무슨 일 있는 거지? 너 오랫동안 은서 얘기 안 한 거 알아?”
차수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최근 일어났던 일들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바보야,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왜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었어? 얼렁뚱땅 낯선 남자한테 시집가면 어떡해!”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가연이는 평범한 가정형편 이였고 도박중독자인 아빠까지 있어서 나의 이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부담해줄 능력이 못 됐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가연아, 걱정하지 마. 그 사람한테 시집간 거 그다지 나쁠 것도 없어. 날 잡아먹지 않아.”
가연이는 더 말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간만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어느 샌가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뜻밖의 사고를 당하던 그 날 밤, 나는 온은서가 돌아오길 수없이 상상했다.
마치 동화 속 왕자님처럼 그녀를 구해주길 바랬는데 모든 게 허황된 꿈일 뿐이었다. 나의 삶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어쩌면 온은서가 해외에 있어 나의 초라한 모습을 차라리 보지 못한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돈 때문에 낯선 남자에게 시집간 것도 전혀 모를 테니 천만다행이었다.
최소한 그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테니, 나는 이것만으로 만족했다.
한참 동안 묵묵히 울고 난 후에 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걱정 마, 가연아. 나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 할 필요 없어.”
비록 현실은 어쩔 수 없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 슬픔에만 빠져있을 순 없었다.
나는 한바탕 울고 난 뒤 용감하게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기로 했다.
내가 온씨 일가 저택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윤찬이 온은수에게 파일을 건네주고 있었다.
“대표님, 그날 CCTV 영상은 사라졌지만 제가 그날 밤 호텔에서 당직한 직원 명단을 찾아봤는데, 이 안에…”
윤찬은 뒤에 있는 나를 보자 더이상을 말을 하지 않았다.
‘호텔? 온은수 밖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 내가 알까 봐 그러는 건가?’
하지만 나는 곧 이 생각을 부인했다.
어쨌든 나는 그의 계약 아내일 뿐이고, 온은수도 나를 걱정하지 않을 거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는 나는 집사에게 스테이크를 달라고 했다.
하루 종일 바빴더니 벌써 배가 고파왔다.
그때 온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어디 갔어?”
나는 고개를 숙여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대답했다.
“병원이요.”
나는 온은수의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 온씨 집안에 당신이 입을 옷이 그렇게 없어?”
나는 고개를 숙이고 나의 옷차림을 훑어봤다.
이런 옷은 온은수 같은 도련님이 보기에 좀 초라할 것이다.
“내가 준 카드로 가서 새 옷 몇 벌 사 입어. 꼭 마치 내가 널 푸대접 하는 것 같잖아.”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생각이지? 날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있는 집 사람들은 돈으로 모욕하는 걸 즐기는 거야?
하지만 내가 말을 하려는 순간 윤찬이 다가와 온은수에게 속삭였다.
“대표님 도련님 전화입니다.”
온은수는 전화를 받았다.
“이게 웬일이야? 정말 오랜만이네.”
“삼촌, 할아버지가 그러시던데 삼촌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셨다면서요? 게다가 결혼까지 했어요? 이렇게 큰일을 왜 말하지 않았어요?”
온은수가 갑자기 웃었다.
“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는? 외국에서 어때? 미국 여자친구로 안 바꿨어?
“삼촌 농담하지 마세요. 저 여자친구 안 바꿨어요, 출국한 것도 그녀를 도와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주기 위해서였고요. 이제 로스 닥터도 저와 함께 귀국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돌아가야죠.”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온은수를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네가 돌아오면 내가 직접 마중 나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