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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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GoodNovel Hoàn thành
몸정>맘정상처녀계략남재벌까칠자상남독점욕

그녀는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였다. 다른 사람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어쩔 수 없는 거래 때문에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그는 재력이 하늘을 찌르는 남...

Chương (1)

第1章

제1화 노을이 질 무렵, 신세희는 감옥 대문을 나섰다. 그녀는 임시 보석으로 출소를 한 것이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휴가는 단 하루뿐이었다. 그녀는 주소를 손에 꼭 쥔 채로 차에 올라탔다. 해가 다 진 후에야 그녀는 산 중턱에 위치한 낡은 별장 앞에 도착했다. 문지기가 신세희를 별장 안으로 인도했다. 별장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짙은 피비린내를 맡을 수가 있었다. 신세희가 미처 어둠에 적응하기도 전에 한 쌍의 팔뚝이 그녀를 단단히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이내,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덮치기 시작했다. “너구나? 게네들이 죽기 전에 즐기라고 보낸 아가씨?” 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당신… 곧 죽어요?” “맞아! 나 손님으로 받은 거 후회하고 있는 거야?” 남자가 조용히 냉소했다. “후회 안 해요.” 신세희가 처량하게 대답했다. 그녀에겐 후회할 여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살려야 할 어머니의 목숨이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별장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어두웠다. 하지만 남자가 죽을 사람 같지 않다는 사실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두, 세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죽은 건가? 신세희는 두려움에 떨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별장에서 도망쳤다. 밤하늘에는 거센 비가 차갑게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내내 비를 맞으며 임씨 저택으로 달려갔다. 밤 열한 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임씨 저택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도 신세희는 저택 안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말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문 열어요! 빨리 문 열어요! 돈 줘요! 빨리요! 우리 엄마 살리러 가야 한단 말이에요…. 문 열어요! 문 열어요!” 대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린 탓인지 신세희의 정신은 무척이나 흐릿했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반드시 정신을 차리고 부서져라 대문을 두드려야 했다. “문 열어요! 문 열라고요! 빨리 돈이나 줘요! 나 엄마 살리러 갈 거예요…” “쾅!” 대문이 열렸다. 절망감만이 가득했던 신세희의 눈에 한 줄기의 희망이 어리기 시작했다. 허영의 눈에서는 경멸과 혐오가 가득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거지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신경 쓸 새가 없었다. 그녀는 허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빌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은 무척이나 비굴했다. “당신들이 하라고 한 일, 이미 다 했으니까 빨리 돈부터 줘요. 우리 엄마 지금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제발…” “너희 엄마 이미 죽었어. 그러니까 넌 이제 더 이상 돈이 필요하지 않아.” 허영은 검은색 액자를 빗속으로 던지며 매정하게 대문을 닫았다. “뭐라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신세희의 몸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귀를 찌르는 소리를 내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내가 너무 늦게 와서 그런 거지? 내가 엄마를 살릴 시간을 놓쳐버린 거지? 우리 엄마가 죽었어… 우리 엄마가 죽었다고…” 신세희는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끌어안은 채로 빗속에 움츠려 내내 중얼거렸다. 곧이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친 사람처럼 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거짓말쟁이! 약속한 일 다 했는데도 당신들은 우리 엄마를 살리지 않았어. 우리 엄마 돌려줘! 거짓말쟁이! 당신 집안에 불운이 들이닥칠 거야….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죽어서도 눈 편히 못 감게 내가 당신네 집안 평생 저주할 거야…” 신세희는 한참을 울다 임씨 저택 앞에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사흘이나 지난 후였다. 그녀는 그대로 감옥으로 운송되었다. 정신을 잃었을 때 그녀는 내내 몸이 아팠었다. 열이 내내 내려가지 않았고 의식도 없었다. 사흘 후, 열이 내린 후에야 그녀는 다시 원래 있던 감옥으로 돌아왔다. 몇 명의 여죄수들이 그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난 네가 가석방 받아서 자유의 몸이 된 줄 알았는데… 고작 사흘 만에 돌아온 거야?” “소문으로는 밤새 남자랑 놀아났다던데?” 사나운 여자 한 명이 신세희의 머리를 과격하게 잡아당기며 악독하게 웃기 시작했다. “너 진짜 팔자 좋다! 내가 너 오늘 어떻게 죽이는지 두고 보자고!” 신세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냥 날 죽여. 그럼 엄마도 다시 만날 수 있고 좋지 뭐. 한 무리의 여자들이 그녀의 옷을 벗기려 손을 대던 그때, 문 앞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무리의 대장이 빠르게 대답했다. “신세희가 아파서요. 봐주고 있었어요.” 교관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신세희의 죄수 번호를 불렀다. “죄수 번호 036, 나와!” 신세희는 앞으로 걸어가 멀뚱히 교관에게 물었다. “저 또 뭐 잘못했어요?” “당신 무죄로 석방됐어.” 교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뭐라고요?” 신세희는 지금 이 상황이 꿈만 같았다. 교도소 대문을 나선 후에야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기쁨에 겨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엄마! 엄마 목숨 못 살린 거 말이야, 용서해줄 거지? 지금 당장 엄마 보러 갈게. 엄마 어디에 묻혔어…” “신세희 아가씨 맞으시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복을 입은 그녀의 앞에 남자가 멈춰서더니 곧이어 그의 뒤에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멈추어 섰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당신은…”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차 안에 있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도련님, 저분이 맞습니다.” “타라고 해.”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그에게 명령했다. 신세희는 멍한 상태로 차에 떠밀려졌고 그렇게 선글라스를 낀 남자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녀는 옆에서 풍겨오는 남자의 살기를 똑똑히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의 목숨이 그의 손에 달린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내 이름은 부소경이야.”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신세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사실은 석방된 게 아니라… 곧 사형당할 건가요? 그래요?” “지금 혼인신고 하러 가는 거야!” 부소경은 그녀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세희는 그의 목소리가 어딘가 귀에 익었다. 부소경의 목소리는 그날 밤에 만난 그 남자의 목소리와 무척이나 비슷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죽었다. “뭐라고요?” 그녀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제2화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세희는 꼬질꼬질한 옷소매를 만지작대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소경씨, 그 장난 재미없어요.” 부소경이 냉소하며 엄숙하게 말했다. “나랑 결혼하는 거 당신의 오래된 계획 아니었나?” 부소경의 차가운 눈빛이 칼날처럼 빠르게 신세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두 눈이 마주치자 신세희는 놀라움에 몸을 움찔대며 얼굴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턱을 단단히 잡으며 강압적으로 신세희의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볼수 있게 말이다. 신세희는 그제야 선글라스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남자의 차갑고 날렵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소경은 무척이나 남자다웠다. 신의 편애를 받았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멋있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의 정장은 무척이나 정교했다. 고가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신세희는 남자의 신분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 그녀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낡다 못해 곰팡이가 낀 옷에, 흐트러진 머리, 꾀죄죄한 얼굴. 게다가 그녀는 며칠째 씻지 못했다. 이런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러 간다고? 신세희는 눈을 아래로 드리우며 조용히 말했다. “부소경씨, 지금 날 아무 남자나 잡고 늘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감옥에 있는 2년 동안 남자 한 번 못 만나봤다는 이유로?” 부소경은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날카로웠고 또 유난히 냉정했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혐오가 또 한 층 더 심해졌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날 자극하는 방식으로 너에 대한 내 흥미를 일으키려고?” 그는 말을 끝낸 후, 신세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비서에게 명령했다. “구청으로 가!” “나 좀 내려줘요! 나 당신 전혀 모른다고요!” 밀려오는 두려움에 신세희는 차에서 뛰어내리려 손잡이에 손을 댔다. 부소경은 그녀의 손을 의자에 고정하고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너! 내 말 잘 들어, 죽고 싶으면 지금 당장 원하는 대로 해줄게!” 놀랐는지 신세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나… 죽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구청으로 가!” 남자가 또 한 번 명령을 내렸다. “도련님, 이렇게 바로 구청으로 가는 건가요?” 조수석에 앉은 비서가 그에게 말했다. 비서는 신세희를 흘겨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아가씨 옷이 엄청나게 낡은데다가 몸도 엄청 더러운 것 같은데…” “부씨 저택으로 돌아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네, 도련님!” 비서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 시간 반이 지난 후, 차가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린 후, 산 중턱에 위치한 호화로운 부씨 저택의 모습이 신세희의 눈에 들왔다. 사흘 전, 그녀가 갔었던 다른 산의 별장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마치 황제가 사는 궁전과도 같았다. 그에 비하면 사흘 전 그 별장은 낡은 감옥과도 같았다. 내 순결을 가져간 그 남자, 아마 사형수였겠지? 신세희의 정신이 혼란한 틈을 타 부소경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녀는 부소경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작았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에게 끌려 종종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길에서 주어온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남자의 모습에 저택 안에 있던 하인들이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남자는 신세희를 뒤뜰에 있는 낮은 건물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메이드 몇 명에게 던져버렸다. “깨끗한 옷 몇 벌 찾아서 줘. 먼저 샤워부터 하라고 해!” “네, 도련님.” 메이드 몇 명은 한편으로는 그에게 대답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세희를 욕실로 끌고 갔다. 무조건 여기서 도망쳐 나가야 해. 출소하자마자 날 무척이나 죽이고 싶어 하면서 나랑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남자한테 묶여 있을 수는 없지. 신세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메이드들이 자신의 옷을 반쯤 벗겼다는 사실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메이드들이 단체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목에 있는 이 멍 자국, 키스 마크인 거 같은데?” 정신을 차린 신세희는 황급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씻겨주는 건 좀 불편해서… 나가주실래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메이드 한 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이 도련님의…” 신세희가 그녀의 말을 낚아챘다. “메이드요.” “그럼 혼자 알아서 씻으세요!” 메이드들은 냉담하게 몸을 돌리더니 자리를 떠났다. 욕실에서 멀어지자, 무리에 있던 메이드 한 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괴상한 말투로 말했다. “도련님 사람인 줄 알았는데 메이드였어. 천박한 게 한눈에 딱 알리더라. 우리가 씻겨줄 자격이 어디 있어?” 고개를 들자 욕실 밖에 서 있는 부소경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놀란 그들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욕실 안, 신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거울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무척이나 소중한 그녀의 순결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자에게 줘 버렸다. 아마 평생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하겠지? 눈을 감자, 눈물이 볼을 타고 목덜미까지 흘러내렸다. “넌 역시 더럽고 천박한 여자였어!” 엄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그녀는 허둥지둥 눈을 떴다. 부소경은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세희는 황급히 옷을 들어 자신의 몸을 가리기 시작했다. 수치심에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나, 출소하자마자 당신한테 납치당했어요.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요. 내가 아무리 더럽고 천박해도 당신이랑은 상관없는 일 같은데요? 그만 나가주세요!” 부소경의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신세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여자, 꽃뱀임이 분명하다. “샤워 다 하고 나랑 같이 혼인신고 하러 가자. 삼 개월 뒤에 우린 자연스럽게 이혼하게 될 거야. 한 몫 챙겨줄 테니까 내 옆에 일 분이라도 더 붙어있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가능성 없으니까!” 말을 끝낸 후, 그는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났다. 정원, 부소경이 있어서인지 메이드들은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람, 새롭게 올라온 부씨 집안의 실세다. 그의 수단이 얼마나 악독하고 포악한지는 이 집에 있는 하인들이 나흘 전에 똑똑히 지켜보았다. 부소경은 부씨 집안의 넷째 아들이었다. 그는 부씨 다른 형제와 다른 어머니를 두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첩이랑 낳은 아들이었다. 부씨 집안은 백 년 전통의 문화와 희망을 거느리고 있었고 서자 신분인 부소경은 부씨 집안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었다. 부씨 집안의 개도 그보다는 더 신분이 높을 것이다. 부소경이 열 살이 되던 해,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해외로 추방되었다. 드디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의 어머니는 그만 함정에 빠져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부소경은 차근차근 발자국을 딛으며 일을 꾸미기 시작했고, 드디어 사흘 전, 자신의 죽음을 미끼로 부씨 집안에게 반격을 가해 성공적으로 부씨 집안을 자신의 손안에 움켜쥐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적을 완벽하게 처리해버렸다. 지금의 부씨 집안은 부소경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자 부소경의 가슴속에 쓸쓸한 감정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첩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었다. 아버지의 본처가 아버지를 붙잡기 위해 손을 썼고 그렇게 아버지는 본처의 곁에 남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어머니가 임신한 지 9개월이 넘은 때였다. 부소경에게 완벽한 가정을 선물해주기 위해 어머니는 갖은 모욕을 참아냈다. 중년이 되었을 때는 또 함정에 빠져 감옥에 수감되고… 겨우 부씨 집안을 손에 넣고 어머니를 밖으로 꺼냈는데…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삼 개월 뿐이었다. 어머니에게는 소원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가 빨리 자신의 감옥 동기 신세희와 결혼하는 것.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부소경은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릴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를 출소시키기 전 그는 신세희의 모든 것을 샅샅이 조사했고, 그녀가 감옥에서 불순한 의도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아냈다. “큰일 났습니다, 도련님.” 소란스러운 메이드의 행동이 부소경의 생각을 어지럽혔다. 부소경의 사로가 정지되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그 여자가… 창문을 타고 밖으로 도망쳤어요” 메이드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제3화 ”뭐라고?” 부소경이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욕실에 있던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한 줄의 혈서만이 벽에 남아있었다. ‘부소경씨,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는 보지 말죠!’ 그녀의 혈서는 깔끔하고 날카로웠다. 죽어도 굴하지 않을 듯한 고집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부소경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내가 뒷조사를 잘못한 건가? 몇초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얼른 뒷산으로 가서 찾아봐!” 자신의 어머니에게 여한을 남겨줄 수는 없었다. 산에 가득 자란 가시덤불이 신세희의 옷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가시덤불 덕분에 그녀는 산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성하게 자란 가시덤불 아래에 숨어 비서의 눈을 피했다. 어두운 밤, 신세희는 산의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또 임씨 저택으로 발길을 향했다. 신세희의 모습이 임지강과 허영을 무척이나 당황하게 했다. “너… 너 어떻게 감옥에서 탈출한 거야?” 허영이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 신세희가 비웃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사모님, 저 석방됐어요.” “그래도 우리 집에 오지 말았어야지. 몸에 냄새 나는 거 좀 봐, 누구 하나 질식하겠어. 얼른 꺼져!” 허영이 강한 기세로 신세희를 몰아붙였다. 허영을 대꾸하는 것조차 너무 귀찮았던 신세희는 임지강을 보며 말했다. “임씨 아저씨, 당신네 집에서 제일 잘 알지 않나요? 그때 내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당신 나흘 전에 면회하러 와서는 주소 하나 주며 거기에 있는 남자랑 하룻밤만 보내고 오라고 했잖아요. 엄마 살릴 돈 주겠다면서. 그 남자랑 하룻밤은 이미 다 보냈는데… 우리 엄마는 그만 죽어버렸네요?”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임지강이 소리를 질렀다. “사람마다 주어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거야. 나는 진심으로 너네 엄마 살리고 싶었어. 근데 너네 엄마가 너무 빨리 죽어버렸잖아. 그걸 내 탓이라고 할 수가 있나?” 신세희는 분노어린 눈빛으로 임지강을 째려보았다. 그녀는 살점이 손톱 안으로 파고들 정도로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당장 임지강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눌렀다. 그녀에게는 아직 어머니의 죽음을 밝혀낼 능력이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임씨 집안과 상관이 있든 없든 그녀는 참아야만 했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담담하게 물었다. “우리 엄마 어디에 묻혔어요?” “당연히 너네 고향에 묻었지! 내가 너 8년 동안 먹여주고 재워준 거로 부족해? 목 좋은 자리에 고이 모시라는 건 아니지?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얼른 꺼져!” 임지강은 말끝을 흐렸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만 같았다. 문을 닫으며 임지강은 20만 원을 바닥에 던졌다. “그날 밤에 서비스 한 돈이야!” 그날 밤 얘기에 신세희는 심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을 칼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치켜들며 처량하고도 고독하게 말했다. “돈을 줘도 그 남자가 나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남자는 이미 죽었잖아요. 그러니까 이 돈도 필요 없어요! 그리고 나 몸 팔러 간 거 아니에요! 내가 당신의 제안에 응한 이유, 첫째는 엄마를 살리기 위함이었고 둘째는 8년 동안 거둬준 당신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어요. 우리 이제 서로 빚진 거 없는 거예요!” 8년의 시간 동안 임씨 집안에 산 걸로 이미 충분했다. 앞으로 다시는 임시 집안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건 아마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일 것이다. 낡고 헤진 옷을 입고 단호하게 떠나는 신세희의 모습에 임지강의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허영이 그런 그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왜? 마음 아파? 임지강, 쟤가 우리 딸 죽인 사실 절대로 잊지 마! 쟤랑 우리 딸 같은 날에 태어났어. 근데 왜 쟤는 살고 내 딸은 태어나자마자 죽은 건데?” 임지강이 입을 열었다. “나…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세희 이제 금방 출소 했잖아. 그날, 같이 밤을 보낸 남자가 죽기는커녕 하룻밤 사이에 부씨 집안의 최고 권력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기라도 해봐. 우리가 얼마나 곤란해지는데!” 허영이 차갑게 웃었다. “누구랑 잤는지도 모르던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부씨 집안 넷째 도련님이 우리 복덩이 서아랑 결혼하게 하는 거, 그게 가장 급한 일이야. 서아가 부씨 집안 도련님의 아이를 임신하기만 하면 더 이상 우리를 어쩌지 못할 거야.” 임지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부씨 집안 어르신, 집안에 대한 요구가 엄청 높던데. 입양아라고 우리 서아 싫어하는 건 아닌가 몰라.” “싫어한다고?” 허영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부소경도 서자야. 상속권도 없었던 남자라고.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부씨 집안을 손에 넣었잖아.” “부소경이 그날 밤 자신의 순결을 바쳐 자기 목숨을 바친 여자가 바로 우리 서아라는 사실을 알아버린다면, 아무도 그들의 결혼을 막을 수가 없을 거야. 지강씨, 우리 복덩이 서아가 남성에서 제일가는 집안의 안주인이 되기만 기다리자.” 임지강은 기쁨에 겨워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속에 남아있던 신세희에 대한 동정도 아예 사라진 것 같았다. 신세희는 임시 저택에서 한참 멀어지고 있었다. 막 길을 건너려는데 빨간색 스포츠카 한 대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임서아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차에서 내리더니 오만한 걸음으로 신세희에게 걸어갔다.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 집에서 8 년 동안 거지처럼 빌붙어 산 가난뱅이 신세희 아니야?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랑 구르고 다닌 거야? 씻지도 않고. 냄새 좀 봐. 누구 하나 죽겠네. 또 우리 집에 구걸하러 왔어? 이미 몸 한 번 팔았잖아. 왜 이렇게 질척거리는 거야…” “짝-“ 신세희는 손을 들어 임서아의 얼굴을 내려쳤다. 순식간에 빨간 손바닥 자국이 임서아의 얼굴에 각인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얼굴에서 냄새도 좀 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너… 지금 감히 나 때린 거야?” 그녀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분하고 덤덤했다. “이제 됐네. 이제 너도 나랑 똑같이 냄새나고 더러운 년이 됐어.” 말을 끝낸 후,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가 임서아를 충격에 빠트렸다. 임서아는 감히 쫓아갈 수가 없었다. 차마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신세희는 남성에서 제일 낡은 달동네로 발길을 향했다. 그녀는 잠깐 거주할 집 하나를 맡았다. 그녀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남성에서 일자리를 찾아 천천히 돈을 모으고 싶었다. 하지만 금방 출소한 그녀를 기꺼이 써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신세희는 신분을 위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원민지라는 이름의 새로운 신분을 획득했다. 며칠 뒤, 그녀는 원민지라는 이름으로 고급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되었다. 알바비는 무척이나 적었지만 신세희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했다. 부지런한 그녀의 성격과 부드럽고 달콤한 그녀의 생김새 덕분에 매니저는 그녀를 3주 만에 VIP 전용 웨이터로 승진시켜 주었다. “지민씨, VIP 룸은 홀이랑 달라요. 오시는 손님들 모두 중요하신 분들이에요. 실수하지 않게 조심해야 해요.” 매니저는 신세희의 가짜 이름을 부르며 세심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녀의 일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레스토랑이 잠깐 한가할 때, 웨이터 몇 명이 신세희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원지민씨, 당신 정말 운 좋아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VIP 룸 전담 웨이터도 되고 말이에요. 근데 170 넘는 당신의 키에 이 얼굴이면 뭐… VIP 룸 전담 웨이터가 뭐야. 승무원이나 모델, 연예계에 진출해도 아무 문제 없겠어요.” 신세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그만 자리를 떠났다. 동기 몇 명은 신세희에게 아부를 떨더니 그녀가 자리를 떠나자마자 곧바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VIP 룸 전담 웨이터면 다야? 뭐가 저렇게 건방져!” “예쁘면 다야!” “난 뭐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던데. 그냥 좀 청순할 뿐이지. 근데 도도하긴 진짜 도도하네. 학력도 배경도 없는 게 고상한 척은!” “쟤, 도도한 게 아니라 말수가 적은 거야. 사람은 좋아, 실속 있어. 못 믿겠으면 확인해볼래…” 동기 한 명이 갑자기 신세희를 불러세웠다. “지민씨, 나 배가 좀 아파서 그런데, 대신 서빙 좀 해줄 수 있어요?”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3층에 있는 플레티넘 룸이에요. 고마워요.” 말을 끝낸 후, 동기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신세희는 다른 동기들의 당황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3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서빙할 음식을 손에 든 후 문을 열어 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음식을 서빙하는 데 열중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신세희는 몸을 움찔거렸다. 자신의 손목을 낚아챈 손님이 누군지 확인한 그녀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사람을 멸시하는 듯 차가운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놓여있었다. “내가 여기 자주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부소경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고 눈빛에서는 차가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제4화 부소경은 신세희를 한 달 동안 찾아다녔다. 그는 신세희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신세희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VIP 룸에 이렇게 웨이터로 들어오다니. 신세희를 너무 얕잡아 봤다. “부대표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함께 앉아 있던 레스토랑 매니저가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이 직원, 여기에 얼마나 있었어요?” 부소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매니저를 쳐다보았다. “한… 한 달이요.” 매니저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한 달! 신세희가 부씨 저택에서 도망친 날이랑 딱 맞는 시간이었다. 신세희는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판을 더 키우고 싶었던 거지. 젠장! 신세희는 억울하고도 화난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세상은 왜 이렇게 좁은 거야? “나, 당신이 무슨 말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이거 좀 놔요. 안 놓으면 신고할 거예요.” 그녀는 부소경에게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신세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 모습에 겁에 질린 매니저는 신세희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원지민씨, 너무 건방지네요!” “원지민?” 부소경이 차갑게 웃었다. “감히 출소한 사실을 속이고 원지민으로 이름을 고쳐?” 같은 시각, 홀을 담당하는 경리와 신세희에게 서빙을 부탁한 여직원도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 모두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신세희는 절망에 빠졌다. 월급 받는 날이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되어버렸다. “왜 자꾸 날 물고 늘어지는 거예요! 왜!”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이 신세희의 눈시울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녀는 손목을 들어 부소경의 팔뚝을 깨물었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아픔에 부소경은 그대로 신세희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는 발걸음을 돌리더니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싸울 능력이 없었다. 그냥 이렇게 도망치는 수밖에. 부소경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신세희가 레스토랑을 빠져나가 버린 후였다. 그녀는 빠르게 버스에 올라탔다. 몇 정거장이나 지났을까, 그녀는 버스에서 내렸다. 길바닥을 서성이던 신세희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임서아 대신 감옥에 수감되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자신의 소중한 순결을 뺏기고, 겨우 출소했는데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없고… 이보다 더 재수가 없을 수가 있나? 부소경은 나랑 무슨 원수를 졌길래, 날 물고 놓아주지 않는 건데! 왜! 출소한 지 얼마 안 돼서 기댈 곳 없다고 날 만만하게 보는 건가? 신세희는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로 계속 울었다. 그녀는 길바닥에 앉아 내내 위를 게워냈다. 밥을 먹지 못해서인지 초록색의 위액만 뱉어내고 있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아가씨, 이거 입덧 아니야?” 입덧? 신세희의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요즘 계속 속이 불편하긴 했다. 하지만 임신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주머니의 말에 시간이 한 달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갑자기 생각났다. 두려움에 떨며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손에 들린 몇천 원을 만지작거렸다. 검사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액수였다. 의사는 그녀에게 테스트기 하나를 건네주었다. 십 분 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임신이에요.” 신세희는 몸을 비틀거렸다. “안 돼요. 나 임신하면 안 돼요.” “지우실 수 있어요.” 의사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의사는 고개를 들어 문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 분.” 밖으로 걸어 나온 그녀는 혼자 병원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막막하고 무기력했다. “울지마… 울지마, 눈물 닦아.” 귀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신세희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자 기저귀를 찬 여자아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자신의 포동포동한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하지만 너무 높아서 닿지 않았는지 아이는 이내 신세희의 다리를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어린아이가 신세희의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죄송해요. 우리 애가 감수성이 풍부해서.” 신세희의 앞에 서 있던 젊은 엄마가 그녀에게 웃어주었다. “아이가 너무 귀엽네요.” 신세희는 예의를 차리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신세희는 멀어져가는 모녀를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남은 가족이 없었다. 배 속에 있는 아이가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엄마가 된 기쁨과 기대감이 그녀의 가슴에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지? 그녀에게는 아이를 지울 수술비조차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감옥 밖의 경비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저 하숙민씨 면회할 수 있을까요?” 신세희가 감옥에 들어갔을 때 하숙민은 이미 몇 년 동안 복역한 상태였다. 그녀는 하숙민을 잘 보살피며 그녀 대신 많은 일들을 해결해주었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내력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돈이 많다는 것, 그 사실만큼은 느낄 수가 있었다. 달마다 하숙민에게 영치금을 두둑하게 넣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신세희가 몸에 들고 다니던 돈도 감옥에 있을 때 하숙민이 준 것이었다. “하숙민, 출소한 지 한 달이나 지났어요.” 경비가 시간을 계산해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뭐라고요?” 신세희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당신이 신세희죠?” 경비가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다. 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신세희예요.” “하민숙씨가 출소할 때 당신한테 전해주라고 전화번호를 하나 남겨줬어요. 근데 출소하자마자 차에 끌려가는 바람에 미처 전해주지 못했어요. 아무리 불러도 대꾸를 안 하더라고요.” 경비가 전화번호를 신세희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두 시간 뒤, 신세희는 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개인병원의 VIP 병실 안에서 자신의 감옥 동기 하숙민을 만났다. 하숙민의 눈빛은 조금 흐릿했고 병약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얗게 덮은 머리도 그녀의 고상함을 가리지는 못했다. 하숙민이 대단한 미녀였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도대체 왜 감옥에 간 거지? “아주머니?” 신세희가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 하민숙은 천천히 눈을 떴다. 신세희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너무 흥분했는지 한참이나 기침을 해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겨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희야, 아줌마가 드디어 네 얼굴을 보는구나. 내가 그 자식한테 너 데려오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계속 네가 시골집으로 내려갔다고 하더라고. 오늘 드디어 돌아왔구나. 돌아왔으니 됐다.” “저 진짜로 시골집에 내려갔다 왔어요. 하씨 아주머니.” 신세희는 서둘러 그의 거짓말에 말을 보태주었다. 하숙민이 말하는 자식이 그녀의 아들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신세희는 드디어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녀가 무죄로 석방된 데에는 분명 하숙민 아들의 힘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감옥에서 꺼내줬으면 됐지, 이런 으리으리한 집에서 어떻게 하숙민에게 나 같은 친구를 만들어주겠어? 그래서 내가 시골집에 갔다고 거짓말을 했겠지. 너무하지는 않았다. “아줌마는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어. 감옥에서 네가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아마 난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거야. 그럼 우리 아들도 만나지 못했을 거고.” 하숙민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신세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뭘 바라고 보살펴드린 게 아니에요…” 그녀는 고민하고 빠졌다. 몸이 편찮으신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돈 얘기를 꺼내야 하지?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아주머니, 지금 이 상황에 이런 말씀 드리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요. 저…” “왜 그래? 이미 여기까지 찾아왔잖아. 무슨 고민이든 마음 놓고 아줌마한테 말해봐.” 하숙민이 대답했다. “아주머니, 혹시… 저한테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신세희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감히 하숙민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얼마가 필요한 건데. 내가 줄게.” 등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세희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신이 왜?” 제5화 신세희의 등 뒤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이 아닌 부소경이었다. 남자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마치 귀를 녹일 것만 같았다. “어머니 많이 아프셔. 휴식이 필요해. 고민 있으면 날 찾아오지 그랬어. 왜 어머니를 귀찮게 만들어?” 신세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들, 결혼 얘기 세희랑 한번 잘 상의해봐. 세희한테 꼭 잘해줘야 해.” 등 뒤에서 하숙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남자는 하숙민의 말에 대답하며 병실의 문을 닫았다. 부소경은 병실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신세희를 끌고 갔다. 복도의 끝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얼굴은 이미 차갑게 얼어있었다. 남자는 신세희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며 그녀를 벽으로 밀쳤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너! 너 자꾸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 감히 우리 엄마 앞에 나타나?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우리 엄마가 사리 분별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좋을 텐데. 그럼 내가 사는 게 죽는 거보다도 더 못한 기분이 뭔지 느끼게 해줄 텐데!” 신세희의 얼굴이 빨갛게 질렸다.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몰랐어요… 아주머니가… 당신 엄마인 거…” 부소경이 왜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면서도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감옥에 있을 때 하숙민이 그랬었다. 출소하면 며느리 삼겠다고. 아주머니가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남자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네 말을 믿을 거 같아? 계속 이렇게 내 앞에서 알짱대는거, 판 더 키우고 싶어서 그런거잖아. 아니면 그냥 부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 눌러앉고 싶은 건가?” 아무런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냥 이대로 목 졸라 죽이라고 해. 그럼 평생 배 속에 있는 아이랑 함께 있을 수 있겠다. 엄마랑도 더 빨리 만날 수 있고. 얼마나 좋아. 눈물이 눈가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남자는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다시 평정심을 찾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갑고 험악했다. “우리 엄마한테 남은 시간, 두 달 뿐이야. 난 꼭 엄마의 소원대로 너랑 결혼할 거야. 하지만 절대로 너에게 손대지는 않을 거야! 두 달 뒤에 바로 이혼해줄게. 돈은 섭섭지 않게 챙겨줄 테니까 허튼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마! 죽기보다도 더 못한 삶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하숙민에게 남은 시간이 두 달밖에 없다니? 신세희의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지금 나랑 위장 결혼하자는 거죠?” “아니면? 진짜 내 와이프가 되고 싶기라도 한 거야?” 남자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날 욕실에서 부소경이 자신의 나체를 봐 버렸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그녀의 몸에는 죽은 남자의 키스 마크가 가득했다. 그는 그녀를 더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해!” “아무 데나, 좋은 도시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줘요. 도시는 상관없어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시골로 돌아가게 된다면 사람들은 분명 그녀의 아이를 무시할 것이다. 아빠 없는 아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사람들의 무시를 받지 않았으면 했다.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떠날 생각이었다. 부소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게 다야?” 신세희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현금 600만 원만 줘요. 용돈으로 쓰게요.” 600만 원, 그녀가 병원에서 받을 검사와 앞으로 들 모든 병원비, 그리고 시골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제대로 모실 수 있는 돈이었다. 부소경이 차갑게 웃었다. 역시, 욕망이 가득한 여자가 확실했다. 이혼하면 한 몫 챙겨준다고 말했는데, 벌써부터 용돈으로 쓸 돈을 달라고 하다니. 오늘 그녀의 말대로 600만 원을 만족시켜주면, 내일은 1,000만 원 달라고 할 건가? 갑자기 기분이라도 확 나빠지면? 어디론가 사라져서 돈 달라고 협박하는 거 아니야? 정말 욕심이 끝이 없는 여자다. 너무 혐오스러워! 요 몇 년간 내 앞길을 막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데? 신세희 하나 더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하지만 엄마가 죽는 건 절대 안 돼. 부소경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쳤다. 5분 뒤, 비서가 손에 봉투를 든 채 엄숙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봉투를 받아든 부소경은 그 안에서 50만 원을 꺼내 신세희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600만 원? 줄 수는 있어. 대신 할부로 줄게. 처음에는 딱 100만 원만 줄게. 우리 엄마 앞에서 연기만 잘해준다면 용돈은 두둑하게 챙겨줄게.” 100만 원? 그녀는 할 일이 많았다. 병원 가서 검사도 해야 하고, 살 집도 얻어야 하고, 취직자리까지 새로 찾아야 했다. 100만 원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2… 200만 원! 더는 안돼요!” “40만 원!”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심장을 얼릴 정도로. “100만 원, 100만 원만 받을게요.” 여자는 빠르게 말을 고쳤다. “20만 원!” 신세희는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열심히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격을 흥정하기만 하면 그가 액수를 아래로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만 원, 적어도 병원에서 검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20만 원.” 신세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뻗어 돈을 받았다. 부소경은 돈을 그대로 바닥에 뿌려버렸다. 남자는 아래로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해. 혼인계약서는 내가 다 만들고 보내줄 거야. 계약이 끝나면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용돈은 말이야, 네가 하는 거에 따라서 결정할게. 네가 잘해야 받을 수 있어!” 신세희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녀는 부소경이 뭐라고 말했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 20만 원, 그녀가 자존심을 버릴 정도로 중요한 돈이었다. 임씨 집안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뭐라 그랬어요?” 신세희는 바닥에 떨어진 돈을 다 줍고는 고개를 들어 부소경에게 물었다. 너무 천박하다! 부소경은 그녀를 흘겨보았다. “따라 들어오기나 해! 네 역할이 뭔지 잘 기억하는 거 잊지 말고! 입 잘못 놀리기만 해…” “그럴 일 없어요.” 신세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부소경의 일에 협조해주고 싶었던건 아니다. 그녀는 하숙민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 감옥에서 그녀는 하숙민과 친 모녀처럼 지냈다. 그리고 지금, 하숙민은 곧 생을 마감한다. 부소경이 그녀에게 제안을 안 했다고 해도 그녀는 이렇게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같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신세희의 얼굴에는 웃음이 걸려있었다. “아주머니, 소경씨랑 언제 혼인신고 할지에 대해 의논하느라 밖에 잠깐 있었어요. 죄송해요. 옆에 있어 드리지 못했어요.” “바보야. 나는 그냥 너희가 빨리 결혼식 올렸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 마음도 훨씬 더 편할 거 같아.” 아주머니는 신세희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신세희를 가까이에 다가오게 한 후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야, 우리 아들 어때? 마음에 들어?” 신세희는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엄청 마음에 들어요.” “지금 당장 소경이랑 혼인신고 하러 가면 안 돼? 아줌마는 네가 빨리 날 어머님이라고 불렀으면 좋겠어.” 신세희는 다정하게 하숙민의 손을 잡았다. “아주머니 말씀대로 할게요.” 그날 오후, 신세희와 부소경은 구청으로 향했다. 서류를 작성하던 그 순간에도 신세희는 지금 겪는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제대로 실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결혼을 했다. 제6화 두 사람은 구청에서 걸어 나왔다.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부소경씨, 오후에는 의사가 면회를 못 하게 하더라고요. 당신이랑 같이 가지는 않을게요. 내일 오전에 다시 아주머니 만나뵈 러 갈게요.” 신세희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아주머니가 없을 때 그녀는 주동적으로 부소경과 거리를 두었다. “네 마음대로 해.” 부소경이 차갑게 대답했다. 신세희는 혼자 자리를 떠났다. 차 안, 엄선우가 부소경에게 물었다. “도련님, 도망이라도 갈까 걱정되지 않으세요?” 부소경이 경멸하는 말투로 차갑게 말했다. “도망간다고? 진짜로 도망가고 싶었으면 내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서 일했을까? 우리 엄마한테 찾아와서 돈도 빌렸을까? 두 번이나 도망친 건 그냥 판을 더 키우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엄선우가 말했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운전이나 해.”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차는 그대로 신세희의 옆을 지나쳤다.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신세희는 피곤한 몸을 이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신세희! 역시 여기 숨어있었구나!” 임서아가 찾아오다니! 2년 전, 임서아의 사생활은 무척이나 혼잡했다. 그 이유로 그녀는 늙고 못생긴 변태남에게 폭행을 당했었다. 그러던 중, 임서아는 남자가 잠시 무방비 상태가 된 틈을 타 하이힐을 들어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했다. 임서아의 죄를 씻어내기 위해 임씨 집안은 신세희를 취하게 만든 후 열심히 위조한 현장으로 그녀를 보내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신세희는 살인죄로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임서아는 그렇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났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임서아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그녀는 임서아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임서아의 기세가 한층 더 의기양양해졌다. “신세희, 여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기녀촌! 남성에 유일한 기녀촌! 여기 뭐 하는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 몸 파는 창년. 여기 여자들은 하룻밤에 만원이면 충분하다더라고. 밤새 열심히 벌면 10만 원은 벌겠지? 정말 큰돈이다, 그치?” “그래서, 오늘 밤에 10만 원 벌었다고 나한테 자랑하러 왔어?” 신세희가 차갑게 물었다. “너!” 임서아는 손을 들어 신세희를 때리려고 했다. 그녀의 손이 반쯤 올라가다가 이내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화가 나서 내 정신이 아니었네. 이 말 하려고 왔어. 나 곧 결혼해. 그래서 집 다시 인테리어 하려고. 근데 하인들이 쓰레기 정리하다가 너랑 너네 엄마 사진 몇 장 발견했는데…” 신세희가 다급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사진? 버리지 마! 내가 가지러 갈게!” 그녀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남은 사진들은 무척이나 소중한 물건들이었다. 임서아가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 가지러 올건데?” “내일 오후.” “내일 오후야! 아님 다 버려버릴 거야. 그 쓰레기 하루라도 더 우리 집에 있는 건 그냥 오염이니까!” 말을 끝낸 후, 임서아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떠났다. 임서아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세희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임신 초기였다. 하루 종일 바삐 돌아친 그녀는 무척이나 피곤했다. 그녀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싶었다. 다음날, 신세희는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해 초음파 검사실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 정도 남았을 때 부소경이 그녀에게 전화를 쳤고 신세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부소경씨, 무슨 일이에요?” 전화기 너머, 평소처럼 차가운 부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당신 보고 싶데.” 신세희는 앞에 서 있는 줄을 보며 시간을 계산하더니 이내 그에게 말했다. “나, 한 시간 뒤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래.” 부소경은 간결한 말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저기…” 신세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주머니 꼭 기쁘게 해드릴 테니까 돈 조금만 더 주면 안 돼요? 아니면 그냥 이혼하면 준다던 그 돈에서 깎아도 되고요.” “도착이나 하고 말해.” 부소경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자신과 흥정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신세희는 계속해서 줄을 섰다. 이제 막 검사실로 들어가려는 데 바깥에서 갑자기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그런 이유로 반 시간이 지나버렸고 다시 신세희의 차례가 왔을 때는 미처 밟지 못한 수속 때문에 또 반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녀는 먼저 수속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신세희는 드디어 하숙민의 병실에 도착했다. 병실 안에서는 하숙민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같은 불효자가 어딨어? 엄마 속인 거지? 세희 어딨어!?” “어머니, 우리 어제 혼인신고도 했어요.” 부소경은 서류를 하숙민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당장 세희 데리고 와!” 하숙민은 부소경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지금 바로 찾으러 갈게요.” 부소경이 몸을 일으켰다. 문 앞, 부소경은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수그린 채 하숙민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너무 늦었죠? 감옥에 있을 때 자주 그러셨잖아요. 팥빵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좀 사 왔어요.” 하숙민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세희야, 아줌마가 팥빵 좋아하는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죠.” 신세희는 하숙민에게 팥빵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주머니, 좀 드셔보세요.” 하숙민은 간절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세희야, 이제 어머님이라고 불러야지.” “어머님…” “아이고…” 하숙민은 이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소경이 옆에 있어 준다니, 이제 마음 놓고 편히 갈 수 있겠어.” 신세희의 눈시울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어머님,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하숙민이 편하게 잠이 든 걸 확인한 후에야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부소경씨, 용돈 좀 주시겠어요?” 부소경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한 시간 반 뒤에 온다고 해놓고 세 시간 뒤에 왔네. 다음에 또 우리 엄마 가지고 놀기만 해봐. 그땐 돈이 아니라 다른 문제가 될 테니까.” 신세희의 몸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녀는 담담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조소하듯 가볍게 웃었다. “부자의 돈이 어디 그렇게 쉽게 벌어지나요? 알겠어요! 앞으로 다시는 돈 달라는 말 하지 않을게요. 하나만 확인하고 싶은데. 새로운 도시에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줄 거죠? 그건 맞죠?” “계약서에 적은 조건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줄게.” “고마워요. 오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신세희는 쓸쓸하게 자리를 떠났다. “소경아…” 하숙민이 병실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부소경은 바로 병실 안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하숙민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엄마도 알아. 네가 세희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 하는 거. 근데 아들아. 엄마 감옥에서 엄청 고생했어. 그때마다 세희가 도와줘서 견딜 수 있었어. 세희가 얼마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엄마가 제일 잘 알아. 우리 둘, 부씨 집안에서 당한 게 어디 한둘이야? 엄마는 혹시나 해서… 엄마는 계속 네 옆에 있어 줄 짝 하나 찾아주고 싶어. 엄마 마음 알지?” “알아요, 어머니.” 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숙민은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세희가 집에서 지내고 있는지 직접 진씨 아줌마한테 전화해 봐야겠어. 너희들이 진정한 부부가 되어야 이 엄마는 마음이 놓일 거 같아.” “…”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전화를 받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 임서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소경 오빠, 오늘 오후에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결혼 얘기도 할 겸 해서요. 어때요?” “오늘 시간 없어!” 부소경은 그녀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제7화 임서아는 부소경이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누가 바늘로 찌르는 듯 심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프고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한편으로 또 그런 부소경이 무섭기도 했다. 막 가식적으로 애교를 부리려는 그때 부소경이 뚝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서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왜 그래 서아야?” 허영이 허겁지겁 달려와 그녀에게 물었다. “엄마… 부소경이… 결혼 얘기하러 오기 싫데. 혹시… 뭐 알아버린 거 아닐까?” 임서아는 놀랐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가 신세희인척하는 거 들켜버린 거 아닐까? 엄마 어떡해? 부소경 사람을 숨 쉬듯이 죽인다던데… 나 너무 무서워… 흑흑” 허영과 임지강도 놀랐는지 그대로 얼어버렸다. 오후 내내, 온 가족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인이 그들에게 다가와 보고 할 때까지 말이다. “사모님, 신세희가 찾아왔어요. 사진 가지러 왔다고 하는데.” “꺼지라고 해!” 임서아는 쌓여있는 분노를 신세희에게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려움에 떠느라 어제 신세희에게 했던 말을 잠시 잊고 있었다. 임서아는 신세희 앞에서 자신이 부소경과 꽁냥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신세희 마음이 불편하게! 부소경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 “잠깐만! 내가 가서 말할게!” 임서아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갔다. 오후 내내 울어서 그런지 임서아는 눈은 팅팅 부어 있었고 머리도 무척이나 난잡했다. 그녀는 거울도 보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창년! 몸이나 파는 계집년! 한번만 더 찾아와서 우리 집 더럽혀봐! 너 환영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당장 꺼져!” 임서아가 악독하게 말했다. 신세희는 냉소했다. “임서아, 난 그냥 우리 엄마 사진 가지러 온거야!” “꺼져! 꺼져! 나가 죽어! 지금 당장 꺼져!” 임서아는 아무 맥락 없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신세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녀는 위 아래로 임서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임서아가 아무 이유없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세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그에게 물었다. “서아야, 울어서 눈이 다 부었네. 머리도 산발이고. 설마 임신까지 했는데 남자한테 차인 건 아니지?” 화가 머리 끝까지 끓어오른 임서아는 그대로 신세희에게 달려들었다. “죽여버릴거야…” 신세희는 그런 임서아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감히 너희 집 문 앞에서 날 죽인다고? 너도 감옥에 가고 싶어서 그런 거야?” “너…너! 지금 당장 나가 죽어! 꺼져! 지! 금! 당! 장! 꺼져…” 신세희는 차갑게 웃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임서아랑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배가 고팠다. 뭐라도 먹어야 했다. 임신한 후부터 그녀는 배가 쉽게 고프기 시작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그녀는 돈이 없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 길거리에서 산 야채 호빵 몇 개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막 맛있게 먹는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부소경의 비서 엄선우였다. 신세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호빵을 먹으며 아무 말 없이 엄선우을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그는 부소경과 잠시 거래를 한 것뿐이었다. 하씨 아주머니 앞에서 연기하는 거 말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런 사이였다. 신세희는 그 누구와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아가씨.” 엄선우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신세희가 자기와 인사를 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신세희가 고개를 돌렸다. “저 부르셨어요?” “차에 타세요.” 엄선우가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 “사모님이 오늘 집에 전화했거든요. 그러다 아가씨가 도련님이랑 같이 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들었어요.” 연기는 제대로 해야지. 신세희는 차에 탔다. 그들이 도착 한 곳은 부씨 저택이 아니었다. 도시 중심이 있는 고급 주택단지였다. 엄지선은 신세희를 건물 집 아래까지 데려다준 후 그녀를 마흔 살이 넘은 아주머니에게 맡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새로 오신 작은 사모님이시죠?” 아줌마가 웃는 얼굴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이 상황이 조금 불편했다. “…누구신지?” 진씨 아주머니는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큰 사모님을 10몇 년간 돌본 하인이에요. 그냥 진씨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면 돼요. 큰 사모님이 며느리 잘 돌봐달라고 특별히 전화 주셨어요. 얼른 따라오세요.” 고급스러운 복층 집이었다. 집안의 환경은 무척이나 고풍스럽고 화려했다. 웬만한 집의 수입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집이었다. 신세희가 진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여긴?” “도련님이 옛날에 사시던 곳이에요.” 진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신세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선우가 날 데리고 왔으니까… 부소경은 여기에 안 오겠지? 잘됐다. 마침 지낼 곳이 없어서 머리가 아팠는데. 그녀는 내일 원래 집으로 돌아가 간단한 짐을 챙겨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파에 앉자마자 거실에 있는 수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진씨 아주머니는 씨익 웃더니 이내 대답을 했다. “큰 사모님, 네, 있어요. 네네. 작은 사모님 지금 소파에 앉아 계세요.” 진씨 아주머니는 수화기를 신세희에게 건네주었다. “사모님 전화에요.” 신세희는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아… 어머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하숙민이 부드럽게 말했다. “세희야, 나한테만 말해봐. 지내는 거 불편하지 않아?” 신세희가 대답했다.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 살아봐요.” “그 자식은, 네 옆에 있어 주기는 해?” 하숙민이 또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신세희는 자신이 여기 있는 한 부소경이 절대로 이 집에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숙민에게 대답했다. “소경씨 곧 집에 도착할 거예요. 같이 저녁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그래. 그럼 두 사람 시간 방해 안 할게. 그만 끊을게.” “들어가세요, 어머님.” 밤사이, 신세희는 풍성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뿐만 아니라 진씨 아주머니가 그녀를 위해 목욕물까지 받아주었다. “사모님, 이건 에센셜 오일이고, 이건 바디워시예요. 그리고 이건 장미꽃잎이에요. 이걸로 씻으시면 피부가 점점 더 좋아지실 거예요.” “가운은 욕실밖에 준비해 놓았어요. 나오시면 바로 갈아입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럼 바로 쉬실 수 있게 침대 정리를 하러 가볼게요.” 진씨 아주머니 사람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조금 황송스럽게 느껴졌다. 커다란 욕실에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욕조, 향기로운 에센셜 오일과 장미 꽃잎의 향기가 신세희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침대밖에 없는 곳에서 살고 있었다. 씻을 때는 목욕탕에 가야 했다. 출소한 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편하게 씻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나다니, 놓치기엔 너무 아까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욕조에서 있는 시간이 편했는지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욕조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축축한 몸을 이끌며 가운을 챙기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러다 훤칠하고 단단한 몸과 그대로 부딪쳐버렸다. “아…” 놀란 신세희는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 제8화 부소경도 경악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신세희의 몸에는 아무것도 걸쳐있지 않았다. 방금 목욕을 끝내서인지 그녀의 피부에서 핑크빛이 돌고 있었다. 촉촉이 젖은 단발머리는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었고 손바닥만 한 얼굴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나체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황급히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나약해 보였다. 부소경도 많은 옷을 걸치고 있지는 않았다. 힘차고 곧은 근육에 구릿빛 피부, 넓은 어깨와 얇은 허리, 강철처럼 팽팽한 오른팔에는 눈을 사로잡는 흉터가 나 있었다. 그의 몸은 부소경의 남성적인 패기와 압박감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었다. 부소경의 흉터를 본 신세희는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의 심장이 복잡하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낱낱이 드러난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자신의 몸을 가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려도 다 가려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전전긍긍해 하며 가운을 가지려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당신… 당신 안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요? 당신이… 어떻게 왔어요?” 그녀의 입술은 덜덜 떨렸고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드디어 가운을 손에 잡아 겨우 몸에 걸쳤다. 하지만 가운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었다. 신세희는 그제야 자신이 입은 가운이 남자용 가운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척이나 크고 길었다. 그녀는 아무렇게 가운을 몸에 감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긴장하면 일이 더 꼬인다는 말이 있던가? 바닥에 끌리는 가운을 밟아버린 그녀는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아…” 신세희는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 부소경은 팔을 들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덕분에 그녀는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남자는 가볍게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놀란 신세희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놓아줘요… 흑흑.” 그 소리에 부소경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젠장!” 그는 작게 욕을 하더니 수건을 들어 신세희를 칭칭 감았다. 그는 그녀를 들춰 안더니 방문을 열어 그녀를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 부소경은 그대로 욕실로 걸어가더니 자신의 몸에 미친 듯이 찬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방안, 신세희는 침대에 움츠려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왜 그의 손길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지? 신세희, 너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어? 너 진짜 뻔뻔하다! 부소경이 널 얼마나 싫어하는데, 너처럼 임신까지 한 전과자가 눈에 차기나 하겠어?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지 않게 조심해! 그녀는 흐릿한 정신상태로 방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그녀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메모를 하나 남겼다. 그녀의 필체는 저번처럼 날카롭고 단정했다. ‘부소경씨, 미안해요. 나는 당신이 여기 안 올 줄 알았거든요. 미안해요, 어제 욕실에서 당신 불편하게 해서.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잖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 테니까 당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줘요.” 메모를 다 남긴 후, 신세희는 하숙민을 보러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늘 아침 그녀는 진씨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신세희는 이 모든 게 하숙민이 벌인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숙민은 둘 사이의 감정이 빠르게 무르익어가길 바랬다. 그녀는 병실에 도착했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하숙민의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세희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오늘은 침대에서 푹 쉬어야지.” 신세희는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머님… 그만 하세요.” “나한테만 말해봐. 어젯밤 행복했어?” 하숙민이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네.”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숙민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하숙민은 그녀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네가 소경이랑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아? 엄마는 꼭 너희한테 찬란한 결혼식을 만들어줄 거야…” “감사해요, 어머님.” 비록 연기이긴 했지만 신세희는 여전히 하숙민의 마음이 고마웠다. 하숙민은 진심으로 신세희에게 럭셔리한 삶을 주고 싶어 했다. 오전 내내, 신세희는 하숙민의 병실에서 하숙민과 함께 있었다. 그녀는 하숙민과 얘기를 나누며 웃기도 했다. 몸이 불편했던 하숙민은 그녀와 잠시 얘기를 나누다 다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하숙민이 잠에 든 걸 확인하고 나서야 병실을 떠났다. 그녀는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길거리를 거닐던 그녀는 버스정류장에 광고판 사이에 끼워져 있던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건축 디자이너 구합니다.’ 신세희는 건축학과를 전공했다. 대학교 2학년에 교도소에 수감되는 바람에 학업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숙민도 수준 높은 건축 디자이너였다. 그녀가 감옥에서 하숙민과 사이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감옥에서 심심할 때마다 두 사람은 건축에 대해서 연구했다.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학력이 없었다. 출소한 지 얼마 안 된데다 임신까지 했는데… 뽑아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신세희는 종이에 설계도 몇 개를 그린 후, 인쇄소에 찾아가 증명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이메일로 이력서를 넣었다. 일을 다 끝내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신세희.” 의기양양한 임서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신세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 임서아가 코웃음을 쳤다. “네가 사는 데도 알아내는데, 네 전화번호 하나 모르겠어?” “무슨 일인데!” 신세희가 물었다.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어. 오후 네, 다섯 시쯤에 너네 엄마 사진 가지러 와!” 어쩌다 임서아가 우호적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 그녀는 갑작스레 변한 임서아의 태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빨리 엄마의 사진을 가지고 오고 싶었다. 오후 네, 다섯 시쯤 신세희는 임씨 저택으로 출발했다. 집안에 들어선 그녀는 무표정으로 이 집의 안주인인 허영을 쳐다보았다. “우리 엄마 사진은요? 빨리 주세요. 받으면 바로 갈게요.” “세희야, 뭐가 그렇게 급해?” 허영의 태도는 무척이나 친절했다. “어쩌다 왔는데 좀 앉아.” “죄송한데, 그건 됐어요.” 신세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머!” 허영은 괴상한 말투로 말했다. “이제 다 컸다 그거야? 8년이나 거둬준 집에서 잠깐 앉았다 가는 것도 싫어? 이제 우리 집 도움이 필요 없나 보지? 비빌 언덕이라도 생긴 거야?” “맞아요! 당신네 집보다 백배 더 잘나가는 남자 하나 찾았거든요. 나중에 제가 이 집에 도움을 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신세희는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허영을 쳐다보았다. “…” 허영은 이가 부서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세희 언니 기세가 엄청나네? 그 부자 남편 우리한테도 좀 소개해주는 거 어때?” 문 앞에서 임서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임서아였고, 남자는… 부소경이었다. 제9화 신세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소경처럼 우수한 벤츠남한테 여자친구가 부족할 리가 없지. 부소경이 나랑 결혼하는 이유는 곧 돌아가실 어머니에게 여한을 남겨주지 않기 위해서일 뿐이야. 부소경의 여자친구가 임서아 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삶은 항상 그녀를 불행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은 점점 행복해지고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는데… 그녀는 앞길도 망가져 버렸고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그 사람의 이름이 뭐인지도 알지 못했다. 짚신처럼 짝이 딱 맞는 두 사람을 보니 신세희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무래도 내 앞에서 남자친구 자랑하려고 날 집으로 부른 것 같아. 엄마 사진 가지러 오라는 건 전부 다 핑계고 말이야. 그녀는 쓸쓸한 마음을 감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처럼 흠 있는 여자가 어디 가서 잘난 떡두꺼비 사위를 얻어오겠어?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이야. 집에 손님이 있었네. 그럼 더 이상 방해 안 할게. 우리 엄마 사진이나 좀 줄래? 바로 갈게.” 그녀는 부소경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부소경의 얼굴에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임씨 저택에 찾아오고 싶지 않았다. 단지 임서아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는 사실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 찾아온 것이었다. 여기서 신세희를 마주치다니, 부소경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서로 모르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임지강과 허영의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신세희는 모르고 있었다. 그날 같이 밤을 보낸 남자가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룻밤 사시에 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가 됐다는 사실을. 임서아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신세희를 뭐라하기 시작했다. “신세희, 내 남자친구 오자마자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내 체면은 살려줘야지. 내 남자친구가 오해하겠다. 우리 집이 너한테 뭐 못 해줬다고 말이야.”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고 같은 시각 임서아는 부소경에게 뭐라 말하고 있었다. “소경오빠는 모르죠? 우리가 쟤를 10살 때부터 거둬줬거든요. 입혀주고 재워주고 먹여줬는데… 근데 나쁜 것만 배워와서는! 대학교 2학년 때 그만 감옥에…” 부소경은 혐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신세희를 흘겨보며 임서아에게 말했다. “이런 사람이랑 놀지 마.” “소경 오빠 말대로 할게요. 근데 밥 한 끼 정도는 집에서 먹게 해야지 않겠어요? 그래도 우리 집에서 8년이나 지냈는데. 우리가 쟤를 얼마나 아끼는데요.” 임서아의 말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녀는 부소경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신세희를 조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부소경과 꽁냥대는 모습을 신세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부소경에게 들키는 게 두렵지만 않았어도 임서아는 신세희에게 솔직하게 말했을 것이다. ‘네가 소중한 순결로 살린 남자가 바로 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라고. 그리고 그 남자가 지금은 내 남편이라고.’ 그녀는 신세희가 분에 겨워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임씨 집안 사람들이 사진 얘기를 꺼내지 않자 신세희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밥 먹고 갈게.” 안 그래도 저녁을 어디서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깍두기가 되고, 다른 사람들의 무시를 받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엄마의 사진만 받을 수만 있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니까. 그녀가 자리에 앉자. 허영은 그제야 사진 두 장을 신세희에게 건네주었다. 엄마의 사진을 확인하자 신세희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조사도 못 했는데… 여기서 밥을 먹어야 한다니…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이 가슴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꼭 부소경이 주는 돈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엄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할 것이다. 만약 임씨 집안이 엄마를 해친 거라면 반드시 백배로 돌려줄 것이다. 그녀는 사진을 가방 안에 넣은 뒤 소파의 구석에 앉았다. 임씨 집안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부소경과 얘기 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도련님, 서아랑 결혼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소경에게 굽신거리는 임지강의 모습은 무척이나 비굴했다. 임지강과 허영은 아직도 신세희 앞에서 자랑을 하고 있었다. “당신 딸이랑 결혼할 겁니다. 대신 결혼식은 두 달 뒤에 올리는 걸로 하죠.” 부소경의 말투 무척이나 차가웠다.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결혼 얘기를 하는 임씨 집안의 행동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리고 신세희! 합법적인 부부가 되었는데도 이렇게 모르는 척을 하다니. 어린 나이에 수완이 이렇게 높다니. 부소경의 차가운 모습에 임지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말대로 하겠습니다...” 임서아는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소경 오빠, 난 더 못 기다리겠어요. 두 달 뒤면 날씨도 추워지잖아요. 그럼 웨딩드레스발 안 받는단 말이에요. 난 이 번달에 하고 싶은데… 안 돼요?” 부소경은 애교 부리는 여자를 유독 싫어했다. 임서아가 그를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바로 자리를 뜨는 건데. 그는 차갑게 대답했다. “결혼식은 두 달 후에!” 임서아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알… 알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험악하게 째려보았다. 신세희는 주방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두 사람이 언제 결혼하는 게 나랑 뭔 상관이라고? 그녀는 배가 고팠다. 그녀는 몸에는 또 다른 생명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배가 자주 고팠다. 험악한 시선이 느껴졌는지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밥 먹을 시간이야?” “…” 임서아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소경도 신세희를 주시하고 있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신세희의 모습이 그의 심장을 울렁이게 했다. 하인들은 음식을 식탁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신세희의 눈에 황도 푸딩이 들어왔다. 황도 푸딩은 임서아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였다. 푸딩이 식탁에 올라오자마자 신세희는 그걸 먹어버렸다. 그녀는 임서아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너…” 임서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허영도 화가 머리끝까지 끓어올랐다. 하지만 옆에 있는 부소경 때문에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세희야, 몰랐네. 네가 디저트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은.” “네. 먹고 싶었는데 계속 못 먹었거든요. 오늘 드디어 먹어보네요.” 신세희는 푸딩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허영은 이를 악물며 웃어 보였다. “뭐가 또 먹고 싶은데?”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식탁을 쳐다보았다. “매운탕, 새우튀김, 브로콜리…” 신세희는 그들이 속으로 자신을 저주할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데, 본인들이 굳이 굳이 밥 먹고 가라고 말렸잖아? 배 속에 있는 아이가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다. 아이가 배부르게 밥을 먹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이 세상에는 그녀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다. 내가 날 챙기는 수밖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전 이제 배가 불러서, 먼저 가볼게요.” 임서아는 부소경에게 애교도 부리지 않고 질투와 증오가 섞인 말투로 신세희를 도발했다. “날이 어두워져서 그래? 그래서 그렇게 서둘러 손님 받으러 가는 거야?” 제10화 신세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자신을 모욕하는 임서아의 말에 신세희는 그녀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성을 차려야 했다. 손을 대기 시작하면 싸움은 격렬해질 것이다, 신세희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다치게 되는 게 두려웠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왜 이쪽에 관심이라도 있어?” “쯧!” 임서아는 만족한 듯 웃었다. “난 그냥 네 몸 상태가 걱정돼서 한 말이야. 이상한 병이나 달고 다니지 마! 우리 집 공기 더러워지니까!” “그럼 왜 날 초대했어? 남아서 밥까지 먹으라고 하고 말이야. 난 또 그쪽에 관심 있는 줄 알았네.”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같은 시각, 부소경은 차갑고 음침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소경은 차키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경 오빠, 화 난 거예요…” 임서아가 그런 그를 쫓아 나섰다. “한 번이라도 더 이런 여자랑 친하게 지내기만 해! 보상금 몇 푼 쥐여주며 결혼도 없던 일로 할 테니까!” 부소경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알았어요. 소경 오빠, 이런 여자 때문에 화내지 말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소경 오빠, 내가 데려다줄게요…” 임서아는 비틀거리며 그를 쫓아갔다. “재수 없는 년! 너 일부러 서아 약혼자 쫓아낸 거지! 얼른 꺼져! 나가 죽어!” 허영은 신세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신세희는 자리를 떠나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거기서!” 허영이 악독하게 그녀를 불러세웠다.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허영을 쳐다보았다. “?” “내일 집으로 천 만원 들고 와!” “내가 왜요?” 신세희가 흥분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가 널 8년이나 키워줬으니까! 딱 천만 원이야. 너한테 사기치는 거 아니야.” 허영은 알고 있었다. 신세희에게는 백만 원도 없다는 사실을. 임서아는 신세희를 궁지로 내몰 생각이었다. 임지강도 허영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신세희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2년 전에 당신네 딸 대신해서 감옥 갔다 온 거, 그걸로 부족해요? 한 달 반 전에 죽은 남자랑 잔 거는요! 그게 빚 갚는 게 아니면 뭔데요? 난 더 이상 당신들에게 빚진 게 없어요!” 허영이 음침하게 웃었다. “너네 엄마 무덤이 파헤쳐지는 게 무섭지 않다면 갚지 않아도 돼. 너네 엄마 시체가 황무지에 떠다니는 게 무섭지 않다면 말이야.” “당신…” 신세희는 주먹을 꽉 쥔 채로 허영을 째려보았다. 몇 초 뒤,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며 소리 질렀다. “내일! 천만 원 들고 올게요!’ 말을 끝낸 후,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임씨 저택의 대문을 나섰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 강인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운다고 해결될 일은 없다. 그녀는 지금 당장 천만 원을 구해야만 했다. 천만 원은 작은 액수의 돈이 아니었다. 천만 원을 구하는 것, 그녀에겐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임시 저택 밖, 임서아는 부소경의 팔을 좌우로 흔들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신세희는 그들은 못 본척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부소경이 자신을 집까지 태워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같은 집에 산다고 해도 말이다. 임서아는 신세희를 미처 보지 못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척 연기하고 있었다. “소경 오빠, 나도 알아요. 내가 오빠한테 많이 부족한 사람인 거. 내가 오빠 화나게 한 거 맞죠? 난 오빠랑 결혼할 생각 없었어요. 그날은 그냥 오빠 목숨 한번 살려주고 싶어서 갔을 뿐이에요. 내가 싫다면 나도 오빠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그냥 못생기고 늙은 남자 찾죠 뭐. 날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남자로… 난 그냥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하는 빈말을 하고 있다는 걸 남자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연약하게 모든 것을 버텨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는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이상한 생각 그만해. 두 달 뒤에 약속한 대로 너랑 결혼할 거니까.” 임서아는 기쁜 마음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뭐든 겸손하게 하는 거 좋아해. 나랑 함께하려면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았어?” “알겠어요, 소경 오빠. 꼭 기억할게요! 무슨 일이든 겸손하게!” 임서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부소경은 차를 몰아 자리를 떠났다. 차가 멀리 사라지자 임서아는 차갑게 웃기 시작했다. “신세희, 너 내 행복을 망가뜨리고 싶은 거야? 어림도 없지! 언젠간 꼭 알게 만들거야! 네 몸으로 내 행복을 바꿔왔다는 사실을!” 머지않은 곳, 신세희는 아직도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차 한대가 그녀의 등 뒤에서 쏜살같이 지나갔다. 속도를 줄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날 밤,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신세희는 부소경의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부소경이 벌써 방으로 쉬러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소경은 혼자 거실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고 거실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공기 중에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어두운 환경속에 부소경의 얼굴이 흐릿하게 눈에 들어왔다. 신세희가 들어오자 남자가 차갑게 물었다. “임씨 집안은 언제부터 주시하고 있었던 거야?” “무슨 뜻이에요?” 신세희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나, 오늘 처음으로 임씨 저택에 찾아갔어. 임서아랑 결혼얘기하러. 근데 네가 마침 그 집에 있네? 이게 정말 다 우연이라고?” 부소경은 신세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 여자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임씨 저택에서 밥 먹던 모습을 봐. 얼마나 뻔뻔한지… “뭘 경고하고 싶은 거예요?” 신세희는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서아는 너랑 달라. 단순하고 착해. 네 상대가 아니라고. 무슨 의도로 접근한 건지 말해. 서아랑 서아네 집 사람들 괴롭히지 마. 아니면… 사는 게 얼마나 지옥 같은지 알게 해줄 테니까.” “그래서, 서아랑 서아네 집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 조건으로 천만 원도 줄 수 있다는 말이죠? 맞나요?” 신세희가 그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