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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절대 안돼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유선우는 조은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만 다른 여자를 품속의 보물처럼 여겼다. 유선우는 차갑게 조은서를 대하고 조은서...
Chương (1)
第1章
제1화
조은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건가?
유선우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애인이 셀카 한 장을 보냈다.
아주 젊은 여자였는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들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선우 씨, 생일 선물 고마워요.」
조은서는 눈이 아플 때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선우 곁에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픈 외에, 남편의 취향을 알게 되어 놀랐다.
그녀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선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등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선우가 물기에 살짝 젖은 채로 나왔다. 새하얀 샤워 가운은 선이 분명한 복근과 가슴을 가려주고 있었는데 더욱 섹시해 보였다.
“언제까지 볼 거야.”
그는 조은서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 그녀를 힐긋 보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유선우는 아내에게 불륜을 들켜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찔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태도가 그의 경제 수입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은서는 결혼 전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유선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니까.
조은서는 그 사진으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따지고 들 수 없었다.
나가려는 유선우를 본 조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선우 씨,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유선우는 천천히 벨트를 매고 조은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도 아까 침대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반응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또 하려고?”
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관계일 뿐이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니까.
시선을 거둔 유선우는 침대맡에 놓인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에 차며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
“오 분 정도밖에 없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
조은서는 그의 목적지를 눈치채고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선우 씨, 나도 나가서 일하고 싶어요.”
나가서 일을 한다고?
유선우는 시계를 손목에 차고 몸을 돌려 조은서를 보았다. 그러다가 호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 숫자를 적고 조은서에게 건네며 얘기했다.
“집에서 전업주부를 하는 게 좋지 않아? 일하는 건 당신한테 안 어울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떠났다.
조은서는 자존심도 버리고 그를 쫓아가며 얘기했다.
“힘든 건 괜찮아요. 저도 일하고 싶어요. 저 바이올린도 켤 줄 알고...”
유선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조은서는 그저 온실 속에서 자란 꽃이었다. 금지옥엽으로 자랐으니 사회에서 일을 하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을 들어 시계를 본 유선우가 얘기했다.
“시간이 됐어.”
유선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를 잡지 못해 그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유선우를 향해 물었다.
“토요일에 아버지 생신인데, 시간 돼요?”
유선우가 잠시 멈춰서서 얘기했다.
“그때 가서 보지.”
문은 가볍게 닫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몇 분 후, 고용인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두 사람의 사이가 별로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저 주인의 말을 전할 따름이었다.
“주인님께서는 H시에 며칠 머무르다 오실 예정입니다. 그쪽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주인님의 세탁물을 가져왔는데, 사모님께서 직접 씻으실 건가요, 아니면 세탁소에 맡길까요?”
조은서는 소파에 그대로 꿇어앉았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얘기했다.
“내가 직접 할게요.”
유선우는 세탁소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선우의 모든 옷, 정장 외투와 코트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조은서가 직접 씻고 다림질을 한 것이었다.
게다가 유선우는 다른 요구도 많았다.
유선우는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침실이 어지러운 것도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은서는 요리를 배웠고 정리하는 방법도 배웠으며 꽃꽂이 등 많은 것을 배워 점점 완벽한 전업주부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유선우 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유선우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고개를 떨군 조은서는 그 수표를 쳐다보았다.
작년, 조은서의 친정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오빠는 고소를 당해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아버지는 병환에 시달려 한 달에 2천만 원 정도의 치료비가 필요했다. 매번 집에 돌아갈 때마다 심정희는 조은서가 가져오는 돈이 적다고 나무랐다.
“유선우는 YS의약의 대표야. 몸값이 몇십조는 된다고. 은서, 너는 그런 사람의 아내잖아. 선우의 것이 곧 네 것이야.”
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었다.
유선우의 것이 어떻게 그녀의 것이 되겠는가.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 않는다. 평소에도 차갑게 대한다.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육체적인 관계만 있었다. 게다가 유선우는 조은서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도 싫어했기에 매번 피임약을 먹으라고 얘기했다.
‘약을 먹어야 하네.’
조은서는 약병을 찾아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약을 삼키고 그녀는 작은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두꺼운 일기책이 있었다. 안에는 18살의 조은서가 짝사랑하는 유선우에 대해 쓰여 있었다.
제2화
6년이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6년 동안 좋아했다.
힘이 빠진 조은서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
...
유선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저녁, 조은서의 친정에는 큰일이 생겼다.
조씨 가문의 장남인 조은혁이 JH 그룹의 경제 범죄 사건 때문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날 밤, 조은서의 아버지는 급성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상황이 긴급해 수술이 필요했다.
조은서는 병원 복도에 서서 계속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선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은서가 포기하려고 할 때, 유선우가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짧은 문자였다.
「H시에 있어. 일이 있으면 진 비서에게 연락해.」
조은서가 또 전화를 걸자 유선우는 전화를 받았다. 조은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선우 씨, 지금 우리 아빠가...”
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말을 끊었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
“돈이 필요한 거잖아? 몇 번을 말해. 돈이 급한 거면 진 비서를 찾아가라고. 조은서, 듣고 있어?”
...
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YS의약 그룹 대표 타워랜드 대절, 이성 친구를 위한 불꽃 축제」
화면 속에는 불꽃이 예쁘게 터지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의 남편인 유선우는 바로 그 휠체어 뒤에서 핸드폰을 쥔 채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
조은서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 씨, 지금 어디예요?”
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조사받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대충 대답했다.
“바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진 비서한테 연락해.”
유선우는 울먹이는 조은서의 말투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여 옆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 다정했다.
조은서는 눈앞이 까매지는 기분이었다.
아, 유선우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구나.
등 뒤에서는 새엄마인 심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한테 연락했어? 이 일은 꼭 선우한테 도와달라고...”
심정희의 목소리가 굳어버렸다. 그녀도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한참 지난 후에야 심정희가 입을 열었다.
“또 H시에 갔어? 은서야, 난 여전히 믿을 수 없어. 유선우가 의식불명이었을 때, 저 백아현이라는 여자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깨어났다고? 정말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할 일이니? 선우는 네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
말을 하면 할수록 심정희는 화가 났다. 또 조씨 가문의 상황을 생각하니 눈물이 떨어졌다.
“은서야, 정신 차려. 이런 시기에 유선우랑 갈라서면 안 돼.”
조은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유선우와 갈라선다고?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다. 조은서는 그럴 자격도 없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에게 있어 그 자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조은서는 불꽃을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불꽃이 저렇게 많으니까... 돈을 엄청 많이 썼겠네요.”
심정희는 조은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선을 내린 조은서는 진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심한 밤에 연락해서 부탁한다는 것은 꽤 불편한 일이다.
진 비서는 유선우의 옆을 오랜 시간 지켜왔으니 지위가 높았다. 그리고 유선우가 조은서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래서 조은서의 말을 듣고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사모님, 일단은 신청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유 대표님이 사인을 해야 수표를 가질 수 있어요. 사모님의 주얼리들도 등기하고 사용하는 거잖아요. 사모님, 제 뜻 아시겠죠?”
...
조은서는 통화를 마쳤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가만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유리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었다.
가느다란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있었다.
이건 그녀의 몸에 있는 주얼리 중, 유일하게 유선우에게 신청하지 않고 진 비서가 등기하지 않아도 되는 주얼리였다.
이 사모님 자리는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참했다.
조은서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얘기했다.
“사람을 찾아서 이 결혼반지를 팔아야겠어요. 도와주세요.”
심정희는 놀라서 굳어버렸다.
“은서야, 너 미쳤어?”
조은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사람 없이 조용한 홀로 걸어갔다. 그녀의 걸음 소리마저 처량하게 울려 퍼졌다.
얼마 가지 않아 멈춰 선 조은서가 굳건하게 얘기했다.
“어머니, 전 멀쩡해요. 이렇게까지 정신이 맑은 건 처음이네요.”
유선우와 이혼해야 한다.
제3화
3일 후, 유선우는 B시로 돌아왔다.
저녁, 어둠이 드리워진 별장에 검은색 차량이 들어와 시동을 껐다.
운전기사가 내려서 차 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린 유선우는 문을 닫았다. 물건을 들려고 하는 운전기사를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내가 직접 올려갑니다.”
거실에 들어서자 고용인들이 몰려왔다.
“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쓰러져서 사모님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위층에 계십니다.”
조씨 가문의 일은 유선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 무거운 심정으로 짐을 들고 올라와 침실 문을 여니 조은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짐을 내려놓은 유선우는 넥타이를 풀면서 침대 옆에 앉아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결혼 후, 조은서는 항상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물건 정리라거나, 디저트 만들기라거나. 만약 그녀의 예쁜 외모와 몸매가 아니었다면 유선우에게는 진짜 가정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한참이 지나도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출장을 다녀온 유선우는 피곤했다. 조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옷장에서 가운을 가진 후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조은서처럼 나약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유선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이미 그의 짐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원래의 부드러운 아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유선우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샤워실에서 나온 그가 원래 자리에 있는 캐리어를 봤을 때, 유선우는 조은서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선우는 소파에 앉아서 아무 잡지나 들었다.
한참 지나서야 시선을 들어 조은서에게 물었다.
“아버님은 좀 어떠셔? 그날 밤은... 이미 진 비서를 혼냈어.”
성의 한 톨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말투였다.
조은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유선우와 시선을 맞추었다.
거울 속의 유선우는 선명한 이목구비에 우아한 자태를 가진 남자였다.
한참을 보던 조은서는 눈이 뻐근해질 때야 입을 열었다.
“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
유선우는 놀라서 굳어버렸다.
그날 밤에는 확실히 조은서의 기분을 상하게 한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조씨 가문의 일을 안 후, 유선우는 바로 진 비서를 병원으로 보냈다. 다만 조은서가 거절했을 뿐이다.
이건 조은서가 처음으로 유선우의 의견에 거절 의사를 보인 것이다. 예전의 조은서는 매우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유선우는 옆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고개를 숙여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옅은 연기를 뱉어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며칠 전에는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더니... 이제 며칠이 지났다고 이혼 얘기까지 꺼내? 사모님 소리를 듣는 게 지겨워서 서민 생활이라도 체험해 보고 싶은 거야? 조은서, 네가 나가서 일을 해봐. 다른 사람들이 상사 눈치를 보고 야근까지 하면서 고작 한 달에 몇백만 원을 받는데, 당신은 700평짜리 별장에서 사모님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 그런데 뭐가 불만이야!”
...
그의 말투는 매정하고 각박했다.
조은서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입술로 미소를 짓더니 얘기했다.
“사모님이요? 이런 사모님이 어디 있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선우를 끌고 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홱 열었다.
안에는 주얼리를 정리해 놓은 진열대가 있었는데 전부 잠겨있었다.
조은서는 비밀번호를 몰랐다. 이건 모두 진 비서가 관리하는 것이었다.
조은서는 그 주얼리들을 가리키며 자신을 비웃듯 얘기했다.
“어느 사모님이 주얼리 하나 때문에 남편의 비서에게 얘기해야 해요? 어느 사모님이 돈을 쓸 때마다 남편의 비서한테 신청하냐고요! 어느 사모님이 택시를 탈 돈도 없는데요? 선우 씨가 얘기해 봐요. 사모님이라는 게 다 이런 거예요?!”
제4화
“그래요, 우리 집이 어려우니까 매달 2천만 원씩 주고 있죠. 하지만 그 수표를 받을 때마다 나는 내가 싸구려 여자로 느껴져요. 당신 욕구나 받아주고 받는 돈 같다고요!”
...
유선우는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유선우는 조은서의 턱을 잡고 물었다.
“당신처럼 남자한테 못 맞춰주는 여자가, 신음도 낼 줄 몰라서 고양이처럼 소리 내는 여자가 본인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혼하고 싶다고? 당신이 날 떠나서 어떤 삶을 살 것 같아?”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손길이 아파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차갑게 조은서의 약지를 봤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약지를 본 그가 물었다.
“결혼반지는?”
“팔았어요.”
조은서는 슬픈 말투로 얘기했다.
“그러니까 선우 씨, 우리 이혼해요.”
그말을 마친 조은서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유선우는 그녀가 6년 동안 사랑한 남자다. 만약 그날 밤이 없었다면, 그날 화려한 불꽃을 보지 못했다면, 이곳에 남아서 사랑도 없는 혼인 생활을 이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봐버린 이상, 조은서는 더는 유선우와 함께 지낼 수 없었다.
이혼하면 이것보다 더욱 힘들지도 몰랐다. 유선우의 말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며 몇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말을 마친 조은서는 천천히 자기 손을 빼냈다.
그리고 캐리어를 꺼내 자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유선우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조은서의 여린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조은서가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무 예고도 없이 이혼하겠다니.
유선우의 마음속에는 화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는 바로 조은서를 안아 들어 침대로 던져버렸다.
조은서 위에 유선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얼굴을 맞댔다. 눈과 눈, 코끝과 코끝이 닿았다. 뜨거운 기운이 둘 사이를 감쌌다.
그러더니 유선우가 입술을 조은서의 귓가로 가져가더니 얘기했다.
“당신이 이러는 거, 다 백아현 때문이잖아? 조은서, 솔직해져. 사모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더니, 지금은 왜 하기 싫어졌어?”
조은서는 그의 밑에 깔린 조은서는 몸이 살짝 떨렸다.
유선우는 아직도 그날의 일이 조은서가 계획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스킨쉽 때문인지, 아니면 연약한 조은서 때문인지, 유선우의 욕망이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눈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키스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잠옷 단추를 풀어나갔다.
조은서는 예뻤다. 몸매마저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유선우는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조은서의 가느다란 목에 키스하며 그녀의 두 손을 꽉 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유선우는 침대에서 항상 강압적인 남자였다. 조은서는 항상 반항도 못 하고 그에게 끌려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혼을 앞둔 그들이 이런 짓을 하는 건...
“안돼요, 선우 씨... 안돼...”
떨리는 조은서의 목소리는 침대 위에서 더욱 가냘프게 들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유선우는 참을 수 없었다.
말랑한 조은서의 입술을 마구 갈취하던 유선우가 낯간지러운 말을 뱉었다.
“우린 아직 합법적인 부부야. 뭐가 안 되는데? 당신이 안 된다고 해도 내가 멈춘 적 있어? 응?”
제5화
유선우의 이성의 끈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유선우 밑에 깔린 조은서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이 몸은 사랑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우 당연하게 이 몸을 소유하고 싶었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밀며 흐트러진 호흡으로 얘기했다.
“선우 씨, 저 요즘 약을 안 먹어서 임신할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들은 유선우는 그대로 굳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두 사람의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한참 지나서 그는 웃더니 얘기했다.
“요근래 생각할 게 많았나 봐?”
조은서의 반항은 유선우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선우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침대맡의 서랍에서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은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작은 상자에는 영어 자모 세 개가 적혀있었다.
포장을 뜯으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유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포장을 뜯고 몸을 숙여 조은서에게 입을 맞췄다. 조은서는 여전히 반항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리고 핸드폰은 계속 울렸다.
결국 유선우는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선우의 어머니인 함은숙이었다.
함은숙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
“선우야,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 돌아와 봐야 할 것 같아. 맞아, 그 애도 데려와. 할머님이 그 애가 만든 영양 찰떡이 먹고 싶으시대.”
함은숙도 조은서를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투는 차가웠다.
유선우는 진유진의 몸을 한 손으로 누르며 그녀를 내리깔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곧 데리고 갈게요.”
조은서는 힘이 풀려 침대에 퍼질러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
유선우는 바지 지퍼를 올리고 조은서의 가녀린 뒷모습을 힐끔 보고 또 침대맡의 박스를 보더니 입술을 달싹이고는 먼저 나갔다.
조은서가 내려갈 때, 유선우는 차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제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불빛이 없이는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조은서는 흰 셔츠를 입고 긴 검은 치마까지 입은 채 발목과 종아리를 조금만 드러냈다. 살짝 드러난 그 피부마저 하얗게 빛났다.
뒤에 타려던 조은서 앞에서 유선우가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며 얘기했다.
“타.”
조은서는 할 수 없이 조수석에 탔다.
검은색 벤틀리가 유유히 별장을 떠났다. 유선우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열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백미러를 통해 가끔 조은서를 훔쳐보았다.
결혼한 지 3년, 조은서는 그의 차에 앉아본 적이 매우 드물었다. 지금은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으니 둘은 더 나눌 대화가 없었다.
조용한 차는 반 시간 후, 산 중턱에 있는 한 별장에 도착했다.
꽃이 조각된 검은색 대문이 열리자 별장의 불이 환하게 켜져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유선우가 몸을 돌려 조은서를 쳐다봤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충격을 받으면 안 돼.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조은서는 차 문을 열고 차갑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유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차에서 내려 얼른 따라가 조은서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거부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이내 조은서의 손을 꽉 잡은 그가 얘기했다.
“아까 한 말, 잊지 말고.”
조은서는 손끝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다시 펴지 않았다.
거실에는 함은숙을 포함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을 잡고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며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담담하게 얘기했다.
“진 의사는 조금 전에 떠났어. 들어가 봐.”
말을 마친 함은숙은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조은서가 인사를 올리자 한참이나 있다가 겨우 대답하며 응해주었다.
만약 평소였다면 상처를 받았겠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유선우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함은숙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귓가에 유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를 뵈러 들어가자.”
침실에 들어서니 할머니는 확실히 몸이 좋지 않아 보였다. 침대에 기댄 채 앓는 소리를 내던 그녀는 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반짝였다.
“아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은서가 왔네!”
유선우는 조은서를 앞으로 살짝 밀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귓가에 대고 얘기했다.
“몸이 불편하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데려온 거 아니겠습니까.”
유선우의 할머니는 눈을 예쁘게 접으며 웃었다.
그리고 일부러 제대로 못 들은 척하면서 큰소리로 물었다.
“뭐? 은서랑 애를 가질 거라고? 선우야, 애를 가질 거면 빨리 가져야 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오래 살지 못하거든.”
제6화
할머니가 일부러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알지만 유선우는 조은서를 향해 눈을 흘겼다.
조은서는 할머니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할머니와 함께 수다를 떨던 조은서는 일어나서 얘기했다.
“가서 영양 찰떡 만들어 드릴게요.”
그녀가 떠나자 유선우의 할머니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누워 얘기했다.
“선우야, 백아현은 어떻게 된 거냐. 평소에 잘 대해주는 것으로 끝내면 되지, 불꽃은 뭐니. 네 아내가 질투라도 하면 어떡하니. 은서에게 많이 신경 써줘. 남처럼 대하지 말고. 계속 그러다가 은서가 도망가면 어떡하려고.”
...
유선우는 대충 둘러내고 불꽃의 일은 해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진 비서가 얘기한 모양이었다.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조은서가 영양 찰떡을 만들어서 가져왔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집안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조은서는 여전히 단아하고 아름다워서 귀부인 같았다.
유선우는 금세 싫증을 느꼈다.
유선우의 할머니는 매우 기뻐하며 영양 찰떡을 먹더니 얘기했다.
“선우야, 너 곧 있으면 서른이야. 네 나이대 애들은 이미 애가 둘이더라. 나는 언제 증손주를 안아볼 수 있는 거야.”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선우는 그녀를 한번 보고 영양 찰떡을 입에 넣더니 얘기했다.
“은서가 아직 어리잖아요. 한 2년 정도 더 기다려 봐요.”
할머니는 이미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그렇다고 그를 두둔할 수 없었다.
...
두 사람이 유 씨 저택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선우는 안전벨트를 매고 옆의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조은서는 그저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서, 조은서의 옆태는 아름답고 부드러웠다.
잠시 그녀를 지켜보던 유선우는 가볍게 액셀을 밟았다.
검은색 벤틀리는 평온하게 도로 위를 질주했다. 도로 옆의 가로등이 천천히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유선우는 조은서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에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약 5분 뒤, 유선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일 사람을 시켜서 아버님을 우리 그룹 산하의 YS 병원으로 이송할게. 그리고 가장 좋은 의사들을 붙여서 치료받게 할게. 그리고 앞으로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해.”
그는 온화한 말투로 얘기했다. 그것만 해도 많이 양보한 격이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은서의 계획에 넘어간 일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이는 그의 생활뿐만이 아니라 YS그룹의 주가와도 관계되는 일이기에 상당히 복잡했다.
익숙해져야 한다.
게다가 조은서의 얼굴과 몸매는 정말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의 속궁합은 천생연분으로 잘 맞았다.
그 생각을 할 때 마침 차량이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보고 핸들에 손을 올린 채 얘기했다.
“앞으로 진 비서는 집에 오지 않을 거야. 주얼리도 다 받아. 진 비서한테 일러놓을게.”
조은서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차 안은 몹시 추웠기에 조은서는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아 살짝 떨었다.
유선우와 3년 동안 부부 생활을 했기에 그의 성격도 잘 알았다. 유선우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정도였다. 원래대로라면 유선우의 말에 감동했을 테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그러지 않았다.
유선우는 많은 말을 해서 양보했지만 백아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조은서가 유선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백아현은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달라진 게 없었다.
조은서는 힘들었다. 이런 사랑도 없는 결혼 생활에 묶여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거절했다.
“괜찮아요, 우리 아빠의 지금 의사 선생님도 괜찮아요.”
유선우는 조은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이혼하려는 태도의 조은서를 보며, 그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
“조은서, 잊지 마. 우리는 결혼할 때 계약서를 썼어. 이혼하면 넌 한 푼도 가지지 못해.”
“알아요.”
조은서는 재빨리 대답했다.
인내심이 바닥난 유선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20분 후, 차량이 그들의 별장에 들어섰다. 그는 차를 세우고 경비원에게 얘기했다.
“문을 잘 닫으세요.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게.”
경비원은 의아해하며 물으려고 할 때, 유선우는 이미 차를 속도를 높여 주차 자리에 주차했다.
차가 멈추자 조은서가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고 했다. 그 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유선우가 차를 잠가버렸다.
제7화
조은서는 차 문을 꼭 잡았다가 천천히 손을 풀었다.
차 내부의 분위기는 꽤 무거웠다.
출장을 다녀왔다가 또 본가에도 다녀온 유선우는 많이 피곤했다. 그는 한 손을 핸들 위에 놓고 다른 한 손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짜증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언제까지 삐져있을 건데.”
그러니까 여태껏 이 남자는, 이 모든 걸 조은서의 철딱서니 없는 화풀이로만 여겼던 거다.
조은서의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났다. 곧게 앉아 앞만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선우 씨, 나는 진심이에요. 당신과 살고 싶지 않아요.”
유선우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유선우의 얼굴은 확실히 잘생겼다. 그의 선명한 이목구비는 한때 조은서도 홀렸었다. 하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그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유선우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한 손으로 안전벨트를 풀었다.
“내려.”
그리고 찰칵 소리와 함께 차 문이 다시 열렸다.
조은서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서 별장 현관으로 갔다. 달빛 아래서 조은서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걸었다. 마치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같았다.
진유진은 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차에서 내려 침실로 올라갔다.
그들의 싸움은 흐지부지 끝났다.
그날 밤, 조은서는 객실에서 잤다. 유선우도 짜증이 나서 그녀를 달래지 않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잠에 들었다. 하지만 잘 때 옆에 사람이 없으니 조금 익숙하지 않았다.
예전의 유선우는 아무리 차갑게 조은서를 대해도 조은서는 그의 뒤에서 유선우를 안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이 되자 밝은 빛이 침실에 쏟아졌다.
유선우는 눈부셔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덕에 잠이 깨버렸다.
아래에서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고용인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였는데 평소 조은서도 고용인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했다. 유선우의 아침도 조은서가 직접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 생각에 기분이 약간 좋아진 유선우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조은서의 캐리어가 사라졌다.
옷장을 열어보니 확실히 자주 입는 옷들이 사라졌다.
그녀의 옷장을 묵묵히 보던 그는 옷장의 문을 닫고 평소처럼 정장을 입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세수를 한 후 시계를 차면서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고용인에게 물었다.
“내 아내는?”
고용인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아침 일찍 캐리어를 들고 나가셨습니다. 운전기사도 부르지 않았어요.”
“하, 잘났네.”
유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앞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그가 자주 먹는 블랙커피에 오트밀 토스트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한 신문지에 집중되었다.
온 세상이 유선우와 백아현의 스캔들이었다. 제목들은 하나같이 자극적이었다. 잠시 신문을 보던 유선우는 옆의 고용인에게 물었다.
“떠나기 전에 신문을 본 건가?”
고용인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아침 식사를 하시지 않고 떠나셨습니다.”
유선우는 고개를 들어 고용인을 보더니 옆의 핸드폰을 들어 진 비서에게 전화했다.
“신문에 뜬 그것들, 알아서 처리해.”
진 비서가 알겠다고 대답하자 유선우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유선우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조은서가 반지를 어디에 팔았는지 알아 와. 오후 네 시 전까지 반지를 가져와.”
전화기 너머의 진 비서가 살짝 굳었다.
하지만 이내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결혼반지를 파셨을 리가 없어요!”
유선우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던져버렸다. 신문을 보고 나니 입맛이 떨어져 버렸다.
...
조은서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심정희는 국을 끓여서 병원으로 가져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조은서를 본 심정희는 불안했다.
캐리어를 가리키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 남자들도 가끔은 나돌아다닐 수 있지. 그 백아현이라는 애는 그렇게 불쌍하게 생겨서 다리까지 절잖아. 내가 알아봤는데 이혼까지 했대. 그런 여자는 절대 네 자리를 넘보지 못해.”
“제가 선우 씨의 마음속에 있을 자리가 있어요?”
조은서는 자신을 비웃으며 국을 포장했다.
“이따가 아빠를 만나 뵈러 병원에 갈 거예요.”
심정희는 그런 조은서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행주로 손을 닦으며 화를 냈다.
“네 아빠가 네가 이혼하겠다는 걸 들으면 바로 뒷목 잡고 쓰러지실 거야! 조은서,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네가 선우랑 살지 못하겠다고는 했지만 이혼하면 뭐,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조씨 가문이 이 지경인데 어떻게 살아갈 거야!”
제8화
조은서는 천천히 보온병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가볍게 얘기했다.
“방법이야 있겠죠. 결혼반지를 팔아버리면 아빠의 반년 약값은 나올 거예요. 오빠의 변호사 비용은... 이 집을 팔아버릴 생각이에요. 그리고 제가 나가서 일해서 돈을 벌게요.”
말을 마친 조은서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이 집은 그녀의 엄마가 남겨주신 것이었고 얼마나 삶이 힘들어도 지켜냈던 집이었다.
심정희는 그만 놀라서 굳어버렸다.
마음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조은서가 준비를 마친 후, 두 사람은 병원으로 갔다.
치료를 받은 조승철의 병세는 완화되었다. 하지만 그의 심정은 매우 우울했다. 그는 계속 장남 조은혁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조은서는 잠시 이혼에 관한 애기를 하지 않았다.
오후, 주치의가 와서 검진을 했다.
주치의 허민우는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인데 젊은 나이에 이미 뇌과에서 이름을 날렸다. 잘생긴 외모에 185센티미터의 키에 우아한 기품까지 겸비한 사람이었다.
검진을 마친 그는 조은서를 보면서 얘기했다.
“나가서 얘기 좀 해요.”
조은서는 덜컹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손의 물건을 내려놓고 조승철에게 얘기했다.
“아빠, 저 나갔다 올게요.”
그리고 두 사람은 조용한 복도로 걸어갔다.
긴장한 조은서의 모습을 보고 허민우는 긴장을 풀어주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진료 기록을 보면서 얘기했다.
“어제 외과의 다른 주임들과 얘기해 봤는데요, 다들 조승철 환자분께 개인 맞춤형 회복 치료를 권장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소견입니다. 다만 비용이... 매달 3천만 원 정도 들어요.”
3천만 원. 지금의 조은서에게 3천만은 너무 큰 숫자다.
하지만 조은서는 머뭇거리지 않고 얘기했다.
“그렇게 할게요.”
허민우는 진료기록 차트를 덮고 조용히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사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다. 그저 조은서가 허민우를 잊었을 뿐이다.
조은서가 아주 어릴 때, 허민우는 그녀의 옆집에 살았다. 여름밤이 되면 조은서는 침실 밖의 베란다에서 별을 쳐다보며 엄마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허민우에게 물었다.
‘민우 오빠, 엄마는 돌아오실까요?’
허민우는 몰랐다. 대답해 줄 수도 없었다. 그는 지금 눈앞의 조은서를 보니, 3년 전 그녀의 결혼 소식을 보던 때가 생각났다. 사랑해서 한 결혼인 줄 알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차갑게 대할 뿐이었다.
허민우가 얘기하려는데 갑자기 다른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은서.”
유선우였다.
유선우는 오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어두운 회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 외투를 보니 회사에서 온 모양이었다. 유선우가 이쪽으로 걸어오자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유선우는 그들의 앞에 와서 서서 손을 내밀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민우 선배, 오랜만이네요.”
허민우는 유선우가 내민 손을 보며 담담하게 웃고 그 손을 잡으며 얘기했다.
“유 대표도 오랜만이네요.”
악수를 한 두 사람은 손을 놓았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보며 물었다.
“아버님은 어디 계셔?”
두 남자 사이의 기류는 묘했다.
조은서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허민우 앞에서 유선우와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선생님,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허민우는 가볍게 웃었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데리고 같이 병실로 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디.
이혼을 마음먹은 후로, 그녀는 예전처럼 유선우 앞에서 쩔쩔매지 않았다.
병실 앞에 도착하자 유선우는 조은서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조은서를 쳐다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꽤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아까 허민우가 조은서를 보는 눈빛은 이성으로서의 눈빛이었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얼굴을 가볍게 쓸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다.
유선우는 조금 잠긴 목소리로 얘기했다.
“무슨 얘기를 나눈거야.”
조은서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유선우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몸은 점점 가까이 붙었다. 말캉한 촉감과 따뜻한 온기가 맞닿을 정도였다.
제9화
조은서는 난감했다.
“선우 씨, 여기는 병원이에요!”
“알아.”
유선우는 그래도 움직이지 않고 몸으로 조은서를 밀어붙였다.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조은서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조금 위험한 매력이 있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조은서는 대충 그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유선우는 YS 그룹의 대표이다. 지위가 높은 그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었다.
“선우 씨,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 다른 사람과 붙어먹지 않을 거니까요.”
말을 마친 조은서는 힘껏 유선우를 밀치고 먼저 병실로 들어갔다.
유선우도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유선우는 들어가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1인 병실이 아니라니.
심정희는 유선우를 위해 의자를 옮겨주고 가볍게 얘기했다.
“얼른 앉아. 은서한테 과일 깎아오라고 할게. 아이고, 은서야! 멀뚱멀뚱 서 있지만 말고 이따가 선우랑 같이 돌아가. 네 아빠는 내가 보살펴 드리고 있잖아!”
유선우는 앉아서 조승철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평소 조은서를 차갑게 대했지만 조승철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유선우는 비즈니스 업계에서 수년간 쌓아온 경력이 있었다. 유선우가 마음 먹는다면 사람을 잘 구슬려 호감을 쌓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승철은 항상 그런 유선우를 좋아했다.
다만 유선우가 병원을 옮기라는 얘기를 꺼내자 조승철은 웃으면서 거절했다.
“복잡하게 그럴 필요 없어! 여기도 나쁘지 않아. 의사도 열심히 해주고 있어.”
유선우는 한발 물러서며 대답했다.
“아버님이 편하시면 됩니다.”
이때 조은서가 사과를 깎아서 건네주었다.
유선우는 사과를 건네받아 옆에 놓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일어나더니 조승철과 심정희에게 얘기했다.
“그럼 저는 은서를 데리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버님, 쾌차하십쇼.”
조승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정희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조승철이 갑자기 물었다.
“요즘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지?”
심정희는 놀라서 손이 떨렸다.
그녀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얘기했다.
“무슨 소리예요! 은서랑 선우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데요!”
조승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속이기는. 은서 눈빛이 달라졌어. 예전에 선우를 볼 때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애가 지금은 죽는 눈이라고.”
심정희는 굳어있다가 가볍게 얘기했다.
“은서 좀 말려봐요.”
조승철은 천천히 침대에 누우며 입을 열었다.
“됐어. 은서가 얘기하지 않은 일은 모르는 척해줘야지. 은혁이도 볼 수 없는 마당에, 은서와도 멀어지고 싶지 않아.”
심정희는 또 할 말을 잃었다.
...
유선우는 조은서를 데리고 나갔다.
저녁이 되자 해가 지고 있었다. 검은색 벤틀리에는 붉은 노을이 졌다.
조은서는 유선우에 의해 차에 올라탔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유선우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유선우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선우가 얼마만 한 힘을 쓰고 있는지 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조은서는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두 사람의 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조은서가 반항하지 않자 유선우는 그제야 힘을 풀었다.
유선우는 차에서 묵묵히 담배만 피웠다.
조은서의 호흡은 흐트러졌다. 아름다운 유선우의 옆태에 붉은 노을이 비춰지자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그의 신분을 알고 있다면, 누구라도 설렜을 것이다.
조은서는 갑자기 기억이 밀려왔다.
애초에 그녀는 이 얼굴에 반해서 몇 년 동안 유선우를 좋아했다.
유선우는 몸을 돌려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유선우는 조은서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이 없다. 조은서에게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바꿀 생각도 없었다. 높은 지위의 남자들은 함부로 아내를 바꾸지 않는다.
한참 지나서 그는 담배를 껐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벨벳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 있는 것은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조은서는 목이 확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건 그녀가 팔았던 결혼반지다.
유선우가 이걸 다시 사 오다니?
유선우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조은서의 작은 표정 변화도 눈에 기억하려는 듯 조금 떨리는 근육까지 지켜보았다.
얼마 지나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손 내밀어. 반지 다시 끼고 나랑 같이 집으로 가. 전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줄게. 계속 사모님으로 남아있어.”
제10화
유선우가 베푸는 호의를, 조은서는 거절해 버렸다.
조은서는 손가락을 말아버렸다.
인내심이 다 닳은 유선우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조은서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혼이요! 당신과 이혼하고 싶어요!”
유선우는 회사 일로 바쁜 몸이었다. 조은서는 여전히 그런 유선우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침에 커프스를 찾지 못한 일이 떠오른 유선우는 불쾌해져서 화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다 주차장의 흰 BMW 차량 앞에서 허민우가 한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더욱 기분이 더러워져 이를 꽉 깨물었다.
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 비서가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유선우의 말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무슨 일이야.”
진 비서가 그에게 알려줬다.
“아까 아현 아가씨가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그만 넘어지셔서 다리 쪽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많이 상하셨어요. 유 대표님께서 H시로 와주시면 아현 아가씨가 기뻐할 것 같아요.”
유선우는 핸드폰을 꽉 잡고 대답하지 못했다. 옆에 있는 조은서가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그의 핸드폰 소리는 작지 않았기에 옆의 조은서도 다 들었다.
조은서는 겨우 웃어 보이고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밤바람이 불어오자 조은서는 온몸이 추웠다.
아까 유선우가 결혼반지를 꺼낼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서, 그 숨 막히는 결혼 생활로 돌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은서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져갔고 유선우는 그 뒷모습을 보며 진 비서에게 얘기했다.
“가장 좋은 의사를 붙여줘.”
진 비서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H시로 가보지 않으세요?”
유선우는 이미 통화를 끊었다.
진 비서의 전화를 끊은 그는 조은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였다.
조은서는 이미 그의 연락처를 다 차단한 상태였다.
유선우는 분을 못 이겨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얼마 지나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생각했다. 이제야 유선우는 조은서가 이미 그를 떠나려고 마음먹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다.
조은서는 여전히 그의 사모님이 되어야 한다.
...
3일 후, YS 그룹 빌딩. 가장 꼭대기 층의 대표이사 사무실.
유선우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핸드폰을 들고 할머니와 통화 중이었다. 할머니는 조은서가 보고 싶다고 또 데리고 오라고 했다.
유선우는 그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얘기했다.
“유 대표님, 택배가 왔습니다.”
유선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물건인지 짐작이 갔다.
진 비서가 들어오더니 서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얘기했다.
“사모님이 보내오신 겁니다.”
유선우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몇초간 그걸 보더니 저벅저벅 걸어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 서류를 열었다. 만약 그의 생각대로라면 이건 이혼 서류일 것이다.
대충 훑어본 그는 차갑게 웃었다.
조은서는 자존심이 있어서인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빈털터리로 이혼하겠다니!
유선우의 표정은 굳었다. 한참 지나서 그가 물었다.
“요즘 뭐 하고 지내는 거지?”
진 비서가 대답했다.
“집을 판 것 같습니다. 보러 온 사람은 많은데 집을 사는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게다가 직장을 찾은 모양인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에 국내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꽤 나쁘지 않은 곳과 계약했다고 합니다. 월급과 대우도 나쁘지 않고요.”
유선우는 가죽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이혼 서류를 들고 한참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사람을 시켜서 그 집에 대해서 알아봐. 그리고 가장 싼 값에 사들여.”
유선우는 또 비웃더니 얘기했다.
“직장 생활...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진 비서는 굳어버렸다.
그녀는 유선우가 조씨 가문을 파멸로 이끌 줄 알았지만 유선우는 그러지 않았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싫어하지 않았던가?
멍하니 서 있는 진 비서를 보며 유선우가 화난 어투로 얘기했다.
“안 나가고 뭐 해?!”
진 비서는 그대로 물러났다.
사무실 밖에서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머뭇거리다가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