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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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GoodNovel Hoàn thành
부유한억만장자로맨스소유욕/집착계략남걸크러쉬

소개팅 당일, 하예정은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그저 평범할 줄로만 알았는데.... 남편이 그렇게도 집착이 심할 줄이야! 그 무엇보...

Chương (1)

第1章

제1화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 "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 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 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 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 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 ”예정아.” 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 ”전 할머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 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옛 동창인 친구와 함께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하나 열었다. 또한 여가 시간에 수공으로 만든 작은 물건들을 온라인에 판매하기도 하는데, 판매량이 꽤 괜찮아 월수입은 거의 삼백만 이상으로 되고 있다. 관성에서 월 3백만 원이면 경영진 계층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매달 언니에게 9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주었다. 예정은 미리 언니한테 60만 원은 저축하고 그 나머지만 형부한테 주라고 하여 형부는 그녀의 수입에 대하여 잘 모르는 편이다. "예정아, 이게 바로 나의 큰 손자 태윤이야, 서른 살에도 팔리지 않는 노총각이고.... 좀 차가워도 뭐 세심하고 사람 돌볼 줄은 아니 걱정하지 마. 우리 이제 서로 알고 지낸 지 석 달이 다 되었네? 또 내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러니 할머니 믿어, 나쁜 손자를 주지는 않을 테니.” 태윤은 할머니가 자신에 대하여 묘사하는 말을 듣고 예정을 한 눈 흘겨보았다, 눈빛은 차갑지만 달리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마 할머니한테 이러한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이젠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것 같았다. 예정은 전씨 할머니가 아들만 셋이 있고, 또 세 아들은 각각 세 명의 손자를 낳아 모두 아홉 명의 손자를 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유독 손녀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손녀로 보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예정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태윤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태윤 씨 안녕하세요, 저는 하예정이라고 해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또 발끝부터 머리까지 훑어 보던 태윤은 할머니의 가벼운 기침소리에 비로소 오른손을 내밀어 그녀와 악수를 나눴다. “전태윤.” 태윤은 왼손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바쁘니 얼른 끝내." 그녀는 그에 그저 조용히 응하고 답한다. "너희 둘은 빨리 들어가서 혼인 신고나 하여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전씨 할머니께서 재촉하듯 말했다. "할머니, 차에서 기다려요, 밖이 너무 더운 것 같아요." 태윤은 말하면서 할머니를 부축하며 차 쪽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그의 이러한 행동을 보면서 비로소 전씨 할머니의 말을 믿게 되었다. 태윤은 차가워도 배려를 할 줄 아는 남자구나. 비록 아직은 서먹서먹한 관계지만, 전씨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대출 없이 주택을 구입하였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언니 집에서 이사할 수 있고, 언니도 이제 안심하고 더는 형부와 싸울 일이 없겠지.... 그녀에게 이 결혼은 단지 계약 결혼일 뿐이었다. 곧 태윤은 예정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자" 그녀는 그저 응하고 말없이 그를 따라 민원 부서로 들어갔다. 태윤은 예정에게 확인 시키려는 듯 말했다. "하예정씨, 이 결혼 원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후회해도 돼. 우리 할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든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결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장난치면 안 되는 거야." 태윤은 내심 그녀가 후회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한 번 만난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제2화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 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 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 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 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 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 "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 "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 "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 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 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 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 "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 “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줄은 모르는 것 같다. 이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남자들은 아내가 집에서 그저 아이랑 놀아주고, 가볍게 요리나 하고 아주 홀가분한 줄로만 아는 것 같다. 전에 태윤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이 순식간에 한 결혼이라 아무래도 더치페이가 더 편할 거라 예정은 생각했다. 태윤은 그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난 내 가정을 책임 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서 한 결혼이니 더치페이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봐." "그럼 태윤씨 말대로 해요." 말을 이렇게 하여도 예정도 그저 받기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한집에 살면서 다른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구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집세는 절약하였으니....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이 결혼생활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태윤은 또다시 오른손을 들어 시간을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바빠서 먼저 회사에 가야 해, 내 차를 빌려서 운전하여 집에 가든지 아니면 택시 타고 가도록 해, 차비는 내가 줄 테니깐....할머니는 내가 동생한테로 모셔다드릴께" "참, 일단은 카톡부터 추가해." 예정은 휴대폰를 꺼내 태윤의 카톡을 추가했다. "알아서 택시 잡을 테니 어서 가서 일 보세요" "그래,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해." 태윤은 떠나기 전에 예정에게 택시비로 4만 원을 주었는데, 예정은 받으려 하지 않았다. 태윤이 화를 내려는 듯하자 자기도 모르게 그 돈을 건네받았다. 막 혼인신고를 마친 젊은 부부는 함께 떠나지 않았고 태윤은 홀로 먼저 나왔다. 태윤은 나온 후 곧장 차로 돌아왔다. "내 손자며느리는?" 전씨 할머니는 손자 혼자만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둘이 같이 들어갔는데 왜 같이 안 나왔어? 네가 후회한 거냐? 아니면 예정이 후회한거냐?" 태윤은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혼인신고는 이미 끝냈어요. 회사가 바빠서 전 빨리 회의하러 가봐야겠어요. 예정에게 4만 원을 주었으니 스스로 택시를 타고 돌아갈거예요." "할머니, 제가 앞에 길목까지 모셔다드리고 경호원더러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할게요." "아무리 바빠도 예정을 혼자 두고 가는 건 아니지, 일단 출발하지 말고 예정이 나오면 데려다주고 나서 다시 출근해." 전씨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면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였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할머니, 제가 이미 약속대로 결혼하였으니 다른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 제 마누라니 어떻게 지낼지는 제가 결정하는 게 옳다고 봐요. 인품이 어떤지도 천천히 지내면서 봐야겠어요, 그전에 진짜 부부 생활은 무리예요. " "…....우리 전씨 가문의 남자는 절대 이혼 같은 건 하지 않아!" "그거야 할머니가 골라준 마누라가 어떤지, 제 평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에 달렸죠." 태윤은 이렇게 말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너 이 자식! 너 같은 남편이 또 있냐?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지 마누라를 두고 혼자 차를 몰고 떠나다니...." 전씨 할머니는 큰 손자가 자기 말을 듣고 혼인신고를 하는 것까지가 한계지 더는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너무 세게 밀어붙이면 혹여나 예정을 평생 과부로 살게 할까 봐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예정이 정말 좋은 사람이면 앞으로 함께 행복하게 살고, 좋은 사람인 척 할머니를 속인거면 반년 후에 이혼할 생각이었다. 태윤은 그전에 예정을 건드릴 생각도 없고, 어차피 결혼도 비밀로 하기로 하였으니 설사 이혼한다고 하여도 다시 좋은데 시집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차가 10여 분 정도 가더니 한 길목에서 멈췄다. 그곳에는 여러 대의 고급차가 서 있었는데, 그중 한 대는 롤스로이스였다. 태윤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와 기다리고 있던 경호원 한 명에게 차 열쇠를 던지며 할머니를 모셔다드리라고 시켰다.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손자며느리랑 함께 있을 거야." 그러나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큰 손자는 이미 롤스로이스에 올라타며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큰 손자가 차를 타고 훌쩍 떠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태윤은 사실상 관성 상업계의 태자이자, 관성 갑부 가문의 가장이고 재산은 억만 대에 달하였다! ”독한 녀석!” 전씨 할머니는 큰손자에게 욕설을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언젠가는 네가 예정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날이 올 거야, 내가 꼭 그걸 봐야겠어" 아무리 화가 나도 큰 손자를 다시 불러올 수가 없던 할머니는 서둘러 예정에게 전화를 하였다. 예정은 이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예정아, 태윤이가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러니 네가 그냥 이해해." "전 할머니, 전 이런 건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저한테 택시비를 줬고 전 벌써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결혼을 하고서도 전 할머니라고 불러?" 예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을 바꿔 할머니라고 불렀다. 그에 전씨 할머니는 기뻐하며 응하였다. "예정아, 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 된거다, 윤이가 감히 널 괴롭히면 바로 할머니한테 알려줘 알겠지? 할머니가 대신 혼내줄게." 겨우 얻은 손자며느리인데.... 할머니는 태윤이 예정을 절대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제3화 "네, 할머니." 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 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 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 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 "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 "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 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 "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 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 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십여 분 후, 언니의 집에 도착했다. 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 "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 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 "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 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 “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랬을 거야, 내가 별로 수입도 없고....” 언니의 이 말을 들은 예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부는 작은 사장이어서 수입이 꽤 높은 편이었다. 언니와 형부는 대학 동창이고 원래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후 형부는 언니에게 배려하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당신을 책임질 테니 당신은 집에서 쉬면서 아기 가질 준비나 해." 그에 언니는 참 시집 잘 갔다고 생각하며 회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뒤론 집에서 주부로 살았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고, 아이를 보랴, 가정을 돌보느랴 바쁘게 지내온 탓에 더 이상 자신을 꾸밀 시간도 없었고, 게다가 몸매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어느덧 3년, 언니는 젊고 예쁜 미녀로부터 뚱뚱한 몸매에 꾸미지도 않는 주부가 되었다. 예정은 언니와 다섯 살 차이로, 열 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돌아가고 나서부터는 언니와 둘이 의지하면서 살았다. 부모님이 교통사고 난 뒤 보상금은 원래 두 자매가 학업을 마치기에 충분하였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일부를 가져갔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일부를 가져가, 남은 돈은 두 자매가 아껴 써야 겨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집까지 빼앗긴 예정은 언니와 함께 밖에서 셋방을 얻었고, 언니가 시집갈 때에야 비로소 셋방살이를 끝냈다. 언니는 예정을 딸처럼 예뻐하면서 키웠다. 결혼 전에도 남편에게 결혼 후에 동생이랑 같이 살겠다고 하였는데, 그때 형부는 흔쾌히 응하였지만 지금은 예정이 같이 사는 것이 차차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아니, 예정아! 너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지만....넌 언니만 믿고 의지하면 돼 알았지?" 예정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한다. 어렸을 땐 언니를 의지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언니의 의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정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 "언니, 나 결혼했어. 방금 혼인신고도 마쳤고....그래서 언니한테 이 소식 알려주러 온 거야, 나 이따 짐 정리해서 나갈게.” "뭐? 너 결혼했다고?" 예진은 거의 비명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동생을 바라보다가 빼았는 듯 예정의 손에서 결혼사진이 담긴 핸드폰을 가져갔다. "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넌 남자친구도 없었잖아?" 사진에 나오는 남자는 잘생기긴 하였으나 눈빛이나 표정이 너무 차가웠다. 보기만 하여도 동생이랑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정은 돌아오는 길에 이미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했다. “언니, 나 남친 사귄 지 꽤 되었어, 이름은 태윤이라고....평소에 일이 너무 바빠서 언니한테 소개해 줄 기회가 없었어." "어제 나에게 프러포즈하였고, 난 그저 그걸 받아들인 것뿐이야. 그리고 우린 이미 혼인신고도 끝났어. 언니, 아주 훌륭한 남자고 나한테도 엄청나게 잘해주니까 걱정하지 마, 나 결혼 후에 꼭 행복할 거야!” 예진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동생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벌써 결혼이라니.... 어젯밤 부부 싸움을 한 걸 동생이 들은 것을 생각하면 예진은 괴로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예정아, 언니가 형부한테 네가 식비를 낸다고 했으니 그냥 여기서 아무 생각 말고 지내." "서둘러 시집가서 급하게 이사갈 필요 없어." 예진은 동생이 남자친구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은 것을 보며, 사귄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로 추측한다. 오늘 갑자기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것은 남편이 예정을 눈에 거슬리게 생각하여 급하게 시집을 가게 된 것일 거다. 예정은 웃으며 언니를 위로하듯 말한다. “언니, 정말 이거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나 태윤이랑 함께 있을 때 정말 행복하거든? 그러니까 언니는 기뻐하기만 하면 되." 예진은 계속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예정은 언니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언니가 울음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자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자주 보러 올게, 나 태윤이랑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살 거야, 거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 오토바이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태윤이 가정 조건은 어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예진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정은 아직 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른다. 비록 전씨 할머니와 3개월을 알고 지냈지만, 평소에 따로 집안일을 물은 적이 없었다. 어떨 때 전씨 할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면 그녀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태윤은 집안의 장남이고 그 아래에는 남동생들(사촌 동생 포함)이 여럿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태윤은 관성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출근하고 있고 이미 차도 집도 샀으니, 가정 형편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예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언니에게 말해줬다. 제부가 대출 없이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은 하예진은 이렇게 말한다. "그 집문서 너랑 공동명의로 소유하는 건 안 될까? “ 제4화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 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 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 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 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 "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 "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 예정은 거짓말을 했다. 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 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볼게, 빨리 우빈이 밥부터 챙겨줘." 예정은 언니와 조카하고 작별 인사를 한 뒤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발렌시아 아파트라고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정작 가 본 적은 없었다. 예정은 택시를 불러 곧장 아파트로 향했고, 아파트 앞까지 도착한 뒤에야 집이 몇 호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태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아직 휴대폰 번호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 대신 카톡으로 음성 전화를 걸었다. 태윤은 회의 중이었다. 회의 기간에 사적인 전화는 금지라 모두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고 있었다. 태윤도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였지만, 회의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휴대폰 화면으로부터 예정으로부터 걸려 온 음성 전화를 곧 보게 되었다. 금방 카톡을 추가할 때 태윤은 예정의 이름을 따로 저장하지 않았다. 예정의 아이디 '심해의 인어공주'가 뜨자 태윤은 낯선 사람인가 하여 생각지도 않고 휴대폰을 들어 곧바로 예정의 음성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예정을 카톡에서 삭제해 버렸다. 예정은 태윤이 자신의 음성 전화를 받지 않자 아무것도 모른 체 대신에 메시지를 보냈다. "태윤씨, 저 지금 아파트 앞이에요. 혹시 집이 몇 호에요?" 메시지를 전송하였는데 뜻밖에도 전송에 실패한다. 예정은 핸드폰을 보면서 잠시 어안이 벙벙하였다. "구청 입구에서 분명히 카톡 추가하였는데 왜 전송이 안되지? 내가 잘못 추가하였나?" 예정은 혼잣말하며 그때의 정경을 다시 되새기려 애썼다. 다시 기억을 돌려본 예정은 그때 두 사람이 카톡을 추가한 사실을 확신하였다. ‘그럼, 지금 전송에 실패하였다는 것은....태윤이 날 삭제하였단 말인데.... 금방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을 잊어버린 건가?’ 예정도 언니 집에서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이틀 뒤에 자신에게 태윤이라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을 것이다. 예정은 하는 수 없이 전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저 언니 집에서 이사 나왔어요. 지금 발렌시아 아파트 앞인데 집이 몇 호인지 몰라서....할머닌 혹시 아세요?" "....잠시만 기다려, 내가 지금 태윤이한테 전화해볼게." 사실 전 할머니도 집이 몇 호인지는 몰랐다. 태윤은 예정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로 평범한 수준의 집과 차를 따로 준비한 것이다. 전 할머니도 두 아이가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야 맏손자가 발렌시아 아파트에 집을 새로 마련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 할머니는 예정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윤은 자기도 모르게 마누라의 카톡을 지워버리고 나서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회의를 계속하여 진행하였다. 그러다 3분도 안 되어 핸드폰 화면이 다시 켜졌고, 할머니의 전화인 것을 본 그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저 지금 회의 중이에요. 일 있으면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해요" “윤아, 너 새로 산 집이 발렌시아 몇 호지? 예정이 이사를 갔는데 몇 호인지를 모르네, 너 카톡 추가하지 않았어? 빨리 예정이한테 알려줘." 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나 오늘 결혼했지....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유독 많이 받고 있는 여자랑...... 이름이 예정이었더라? 혹시 방금 삭제한 게 그녀의 아이디인가? "할머니, B동 8층에 808호라고 전해주세요.” "그래, 그럼 할머니가 대신 전달해 줄 테니 넌 계속 일이나 봐." 할머니는 원래 급한 성격이라 바로 태윤과의 전화를 끊고 예정에게 전화를 걸어 알렸다. 태윤은 핸드폰을 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예정에게 추가 요청을 보냈다. 예정은 금방 일어난 일을 개의치 않고 태윤을 추가했다. "미안, 방금 당신이 누군지 잊었어." 태윤은 예정에게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예정은 전에 전 할머니를 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예정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건 전 할머니의 아들들과 며느리들이었고, 손자들이 병문안을 갔을 때 예정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래서 태윤은 예정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할머니가 자주 예정의 얘기를 꺼내기도 하지만, 그게 귀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에도 둔적이 없어 태윤은 예정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예정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괜찮아요, 바쁘시니 일 보세요. 전 바로 물건들을 위층으로 옮길 거예요." "뭐 도와줄거 있어?" "캐리어 하나밖에 없어서 저 혼자서도 위층으로 옮길 수 있어요. 게다가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돌아와서 옮겨주실 거예요?" "아니!" 태윤은 그에 아니라고 솔직하게 답한다. 태윤은 평소 일이 엄청 바쁘다. 돌아가서 이사하는 걸 도와줄 시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예정은 태윤에게 웃프다 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더는 태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태윤도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아직 서먹서먹한 관계라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태윤은 단지 이 아내가 말을 좀 잘 듣기를 바랄 뿐이었다. 항상 사소한 일로 귀찮게 굴지 않았으면 더 좋고.... 휴대폰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태윤은 고개를 들었는데.... 모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제5화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 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 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 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 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 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 ‘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 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 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 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 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 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 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 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 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캐리어를 방으로 끌고 들어간 후 예정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은 엄청 말끔하고 주방용품이 하나도 없었고, 양쪽 베란다도 휑뎅그렁하였다. 면적이 커서 두 베란다도 엄청 넓은 느낌을 주는데, 예정은 그곳에 화초를 기르고 의자도 하나 사서 놓고 한가할 때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꽃구경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윤이는 평소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예정은 보통 자기 절로 요리해 먹었다. 그래서 먼저 인터넷으로 주방용품을 가득 주문하였다. 베란다에 꽃을 기르고 다른 가구를 사는 일은 태윤이 돌아오면 그때 물어보려고 했다. 어쨌든 여긴 태윤의 집이고 예정은 그냥 빌어 사는 신세인 셈이다. 주방용품을 다 주문하고 나서 예정은 일을 도우려 가게로 돌아가야 했다. 예정은 열쇠와 휴대전화를 들고 급하게 내려갔다. 예정이 가게에 돌아왔을 때 마침 학생들이 나올 시간이었다. ”너 오전에 뭐 했어?” 심효진이 물었다. “언니는 형부랑 요즘 나 때문에 맨날 싸워. 그래서 아무래도 이사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오전에 이사했어.” 효진은 항상 친구의 그 형부를 업신여겼다. 정말 한심한 사람이었다. ”남자들은 항상 '내가 챙겨 줄게' 라고 하다가 진짜 필요할 때에는 또 이것저것 일이 많다고 구박만 하지...... 우리 여자들은 시집가면 그 가정을 위해 온몸을 바쳐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오해도 감당해야 하니 참 불공평해. 네 언니는 아무래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여자들은 자기 절로 벌어 먹고살아야 말을 해도 큰소리로 할 수 있어.” 효진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하예진을 의심스레 쳐다본다. "언니가 네가 이사 나오는 걸 허락했어?" “응, 나 결혼했거든.” “뭐?결혼? 남친 하나 없는 네가 누구랑 결혼해?” 효진은 매우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예정은 이런 일로 심효진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효진은 한참이나 예정을 노려봤다. “넌 정말 겁이 없네, 겁이 없어! 첫 만남에 감히 혼인신고라니... 너 따로 살 곳 찾지 못하면 우리 집으로 이사 와도 돼. 우리 집에 빈방 많거든? 결혼할 상대를 찾고 싶으면 내 사촌 오빠도 괜찮잖아.” 제6화 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 사촌 오빠 이미 여자친구 있잖아, 내가 왜 찾아? 이미 혼인신고 했으니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어! 다만 언니가 슬퍼하지 않도록 비밀은 지켜줘....” "…..." ’이 친구는 정말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 억만장자와 결혼했는데, 너의 남편도 억만장자 아니야?" "우리 가게 소설 너 혼자서 다 읽었지? 꿈꾸고 있네, 아무나 억만장자와 결혼할 수 있는 줄 알아?" 효진은 친구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물었다. "네 남편 어디에 집을 샀어?" ”발렌시아 아파트.” "거기 좋네, 환경도 좋고 교통도 편리하고, 우리 가게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관성에서 발렌시아 아파트 같은 고급 동네에다 집을 살 수 있다니, 네 남편 어느 회사에 다니는데? 수입은 분명 높을 거야, 할부금은 얼마야? 너도 함께 주택 대출 갚아야 하는 거야?" "예정아, 만약에 남편이 너에게 주택 대출금을 함께 갚아달라 그러면 집문서를 꼭 공동소유로 해야 해 알았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손실을 입을 거야. 만약에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 집은 개인재산이라 너랑 큰 관계가 없단 말이야.” "너 언니와 비슷한 생각을 하네....그 집은 대출 없이 산 거라 대출금도 없고, 나도 돈 한 푼도 쓰지 않았어. 그래서 공동소유는 무리야." "뭐, 부부 사이가 좋으면야 이런 것들은 상관없다 이거야." 예정은 갑자기 언니가 걱정 났다. 언니가 현재 살고 있는 집도 형부가 결혼 전에 산 거고, 주택 대출금도 형부가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 비용은 전부 언니가 지불했었다. 그런데도 형부는 아직 그 집을 언니와 공동소유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형부가 자꾸 언니를 비난하는데.... 예정은 더욱 걱정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언니한테 주의하라 할 생각이었다. 예정은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가게 문을 닫았다. 효진의 집은 가게에서 매우 가깝고 저녁에 친척들이랑 약속이 있어 일단 먼저 보냈고, 서점 문을 닫은 예정은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녀의 오토바이로 향했다. 그녀는 오토바이를 타고 20여 분 걸려 언니의 집에 거의 도착하여서야 비로소 자신이 이미 이사한 것을 떠올렸다. 고개를 들어 언니 집에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보고 예정은 마음이 좀 상했지만, 결국 언니의 세 식구를 방해하지 않고 그곳을 조용히 떠났다. 그녀가 발렌시아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방안이 어두컴컴한 게 온기를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캐비닛에서 잠옷을 꺼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바로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한편, 관성 호텔에서.... 전태윤은 경호원들로 둘러싸인 채 자기 집 호텔을 나섰다. 그는 방금 클라이언트와 큰 거래를 성사했다. 클라이언트는 호텔 안의 로얄 스위트룸에 묵게 되었다. 그는 오늘 금방 혼인신고를 한 아내를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도련님, 장원으로 가실 건가요, 아니면 별장으로 모셔다 드릴 가요?" 장원은 전씨 가문의 주택이고, 별장은 전윤의 명의로 된 큰 별장이다. 그는 평소 별장에서 혼자 살다가 가끔 전씨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도 한다. "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죠." 제7화 태윤은 롤스로이스에 올라타면서 분부했다. “그 새로 산 차 잊지 말고 가져다 놔줘요.” ’그건 아내에게 보여주려고 산 건데....잠깐, 아내의 이름이 뭐였지?’ "참, 내 마누라 이름이 뭔지 알아요?" "....사모님의 성은 하 씨이고, 이름은 예정이며 올해 스물다섯 살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큰 도련님 잘 기억하셔야겠습니다." 큰 도련님은 기억력이 아주 좋으시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해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특히 여자들은 매일 만나도 큰 도련님은 성이 뭔지도 모르신다. "음, 기억할게요." 태윤은 무심히 응했다. 경호원은 큰 도련님의 말투로부터 다음에도 큰 도련님은 분명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태윤은 예정에게 더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였다. 관성 호텔은 발렌시아 아파트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발렌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내린 태윤은 혼자 평범한 차로 바꿔 타면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신혼인 아내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이 산 집은 기억하고 있었다. 태윤은 곧 집 현관에 도착하였는데 왠지 눈에 익은 슬리퍼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이건 내 슬리퍼 아냐? 왜 문밖으로 나와 있는 거지?’ 태윤은 눈빛이 차가워졌고 얼굴도 굳어져 버렸다. 태윤은 원래 할머니를 구해준 그 여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늘 그녀를 칭찬하고 심지어는 그녀와 결혼까지 시키니.... 그때 태윤은 바로 예정에게 호감을 잃었다. 태윤은 예정을 가식녀라 여겼다. 결국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예정과 결혼하기로 하였지만, 일단은 신분을 숨기고 예정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나서, 그다음 예정과 진정한 부부가 되어 평생을 살지 말아야 할지 생각할 예정이었다. ‘만약 정말 속내가 깊어 사기치는 거라면,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감히 나 태윤에게 사기를 친다고? 어림도 없어!’ 태윤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하였는데 문이 안에서부터 잠겨있었다. 태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게 누구 집인데? 집에서 살게 하였더니 오히려 집주인을 밖에다 놔둬?’ 태윤은 화가 나서 발로 문을 쾅쾅 찼다. 동시에 예정에게 음성 전화도 걸었다. 태윤은 이번에는 예정의 이름을 저장하고 거기에 '마누라'라는 단어까지 추가하였다. 그러지 않으면 혹시 모르고 삭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태윤이 문을 발로 찰 때 예정은 잠에서 깼다. ’한밤중에 누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야? 사람 좀 자게 하지....’ 예정은 잠옷을 걸쳐 입고 짜증을 내면서 현관으로 나왔다. 휴대폰을 방에 두고 나온 예정은 태윤으로부터 걸려 온 음성 전화를 보지 못했다. "누구세요? 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그래요?" 예정은 화를 내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예정은 태윤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급히 웃는 얼굴로 쑥스러운 표정으로 태윤을 맞이했다. "아, 태윤 씨...." 태윤은 예정이 음성전화를 받지 않아 지금 분노가 치민 상태였다. 그래서 예정을 상대도 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이게 바로 초고속 결혼의 후유증일 것이다. 예정은 고개를 내밀어 방금 태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웃들을 깨우지는 않았나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깬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 앞에 놓인 슬리퍼를 본 예정은 그걸 주어들고 집안으로 들어가 다시 문을 잠갔다.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새벽이어서....그때 태윤 씨가 집에 없길래 오늘 밤엔 집에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문도 잠갔고요...." "집에 나 혼자라서 일부러 슬리퍼를 문 앞에 두었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에 남자 신발이 있는 것을 보고 함부로 하지 못할 거예요.” 예정은 예전에 태권도를 배워 보통 양아치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그래도 되도록 나쁜 일들은 면하려 했다. 태윤은 소파에 앉아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예정을 노려보았다. 시월의 밤은 약간 추웠다. 태윤이 자신을 이렇게 노려보자 예정은 마치 겨울에 들어선것 같은 추위를 느꼈다. "태윤 씨, 정말 미안해요." 예정은 태윤의 슬리퍼를 가져다 발 옆에 놓으면서 이렇게 사과했다.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였으면 좋았을 텐데....’ 예정은 내심 후회가 들었다. 한참 뒤에야 태윤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날 별로 관여하지 말라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여긴 내 집이고....이렇게 날 문밖에다 둔게 정말 불쾌해." "태윤씨,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다음에는 미리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 다시 문을 잠글게요." 태윤은 잠시 뒤에 이렇게 말했다. "출장 가게 되면 미리 알려줄게, 안 가면 매일 집으로 올 테니깐 그리 알고 있으면 돼. 난 일이 바빠서 심심한 전화 같은 걸 받을 시간이 별로 없어" 예정은 그의 말에 그저 응하고 답했다. ‘태윤이 뭐라고 하면 뭐인 거지 뭐....아무래도 여긴 태윤의 집이니깐’ '태윤 씨, 야식 드실래요?' 예정은 태윤이 일로 바빠 이제야 돌아왔으니 배가 고프겠다고 생각하며 호의로 물었다. "난 원래 야식 같은 건 먹지 않아, 살쪄." 제8화 태윤은 자신의 몸매 관리에 철저한 편이어서 절대 함부로 간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다이어트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태윤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 "그럼, 나 먼저 방에 가서 자도 되죠? 안녕히 주무세요." 예정은 태윤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잠깐만." 태윤이 갑자기 불러 세운다. 예정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태윤은 그녀을 바라보며 앞으로 잠옷 차림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한다. 예정은 잠옷 밑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왔는데, 태윤은 그것들을 모두 보고 말았다. 부부이니 자신이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약 다른 사람이 봐버리면? 태윤은 다른 남자들이 자기 아내의 몸에 눈길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예정은 삽시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자기 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 태윤은 잠시 앉아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임시로 산 것이지만 살 때 이미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었다. 서둘러 산 집이라 태윤은 미처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건은 예정이 뻔뻔스럽게 같은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부생활을 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룻밤이 무사히 흘러갔다.... 다음날 예정은 여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예전에는 일어나면 아침밥을 먼저 준비하고 방도 치워야 했고, 또 시간이 나면 언니를 도와 빨래도 널어주기도 했다. 언니의 집에서 몇 년을 살며 가정부 노릇을 똑똑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한 일이 형부의 눈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여 예정을 가정부로 막 부려 먹었다. 예정은 하룻밤을 자고도 낯선 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기억이 다시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언니 집에 있는 줄 알았어. 이제 여긴 내 집이니 더 자도 괜찮아.” 예정은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제는 그 시간에 깨어나는 것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마침 배도 고프고 하니 차라리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한 뒤 방을 나와 태윤의 방을 둘러보았지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어젯밤에 그렇게 늦게 돌아왔는데, 이 시간에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어.’ 부엌으로 들어간 예정은 텅 빈 부엌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용히 나왔다. 어제 많은 주방용품을 주문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트에 가서 직접 사는 것이 더 빨랐을 텐데....’ 어제 이사할 때 예정은 동네 근처에 가게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예정은 밖에 나가서 아침밥을 포장해 오기로 결정했다. ’태윤은 뭘 좋아할지....깨워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예정은 할 수 없이 여러 가지를 더 사야 했다. 예정은 관성에서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찐만두, 김밥, 전과 죽 등을 포장했다. 태윤은 늦게 자도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없어 예정이 아침을 사러 나간 뒤 얼마 안 되어 깨어났다. 아직 아내가 익숙하지 않았던 태윤은 예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상체를 벗은 채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왔는데 그때,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정과 딱 마주쳤다. 순간, 태윤은 양손으로 가슴을 막으며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갔다. 마침 어젯밤의 예정처럼 말이다. 하예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의 상체가 뭐 볼게 있다고 이렇게 막아대는지....단지 복근이 몇 개 있을 뿐인데, 그걸 두 손으로 막아 보호하다니....하하, 웃겨 죽겠어!’ 잠시 후, 태윤이 다시 예정 앞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양복 차림이었다. 태윤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지만, 예정에게 뭐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자기 스스로 집에 낯선 여자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고, 또 이 낯선 여자는 명목상의 아내이기도 하고.... 태윤은 평소에 큰 별장에서 살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2층 전체에 혼자만 있어 가끔 상의를 입지 않고 방에서 나와도 괜찮았다. 집에 있는 하인들도 함부로 올라가지 않았다. ‘오늘도 이렇게 가식녀에게 상체를 보이게 되다니......’ "태윤 씨, 아침 식사를 사 왔으니 함께 식사를 해요." 예정은 숨넘어갈 듯 웃고 나서야 사 온 아침 몇 가지를 식당 테이블에 차려놓았다. 그리고는 상체를 보이곤 큰 손실이라도 입은 듯한 남편을 불러 아침을 먹었다. 태윤은 다가와 사 온 아침 식사를 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예정씨 혹시 밥할 줄 몰라?” "아니요, 저 요리 할 줄 알아요." "바깥에서 산 아침 식사, 특히 길거리 가게 음식들은 깨끗하지 않아. 앞으로 이런 건 적게 사 먹고 직접 밥을 해 먹어. 깨끗하고 좋잖아." 태윤은 전씨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이런 평범한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에 예정은 되받아 물었다. "주방을 들여다본 적이 있어요? 여보 얼굴보다도 더 깨끗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주방용품도 없고, 식재료도 없는데 나라고 별수가 있겠어요?" 이 말은 들은 태윤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제 아침 식사하실 거예요?" 하예정이 묻자 배도 고팠던 태윤는 애써 태연한 척 테이블 앞에 앉는다. "이미 사 왔는데 안 먹으면 낭비야. 가끔 한두 번 먹는다고 죽기라도 하겠어?" 태윤은 자신을 위하여 변명거리를 찾았다. 예정은 아침 식사의 반을 태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면서 태윤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이사 왔을 때 주방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주방용품들을 주문하였어요. 이제 택배 받으면 장보고 요리해서 식사 차릴게요." 예정은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내놓을만한 사무직을 맡고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쓸 수도 있다고 이해하였다. 예정은 평소에도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가게 일로 바쁠 때만 배달시키곤 한다. "집에 아직도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제 취향에 따라 마련해도 괜찮겠어요?" 태윤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내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침 식사를 계속하였다. 평범해 보이던 아침 식사가 맛이 의외로 좋았다. "이미 혼인신고도 하였으니 우린 부부야. 여긴 네 집이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 내 방만 건드리지 않으면 돼." "네, 알겠어요." 남편의 허락을 받은 예정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꾸미기로 하였다. 베란다에는 꽃을 좀 기르고, 그네 의자도 사서 놓고.... 한가할 때는 그 의자에 앉아서 책이나 읽으면서 꽃을 감상하고..... 하예정은 생각만 하여도 들떴다. ”참, 어제 할머니께서 주말에 당신네 집에서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어요. "주말에 다시 얘기해. 내가 시간이 안 될 수도 있어. 시간이 안 되면 할머니와 엄마 아빠 모셔다가 같이 식사 한번 해." 예정은 그에 응하였다. 제9화 아침 식사를 마친 태윤은 지갑을 꺼내서 살펴보았는데 안에는 현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카드를 한 장 꺼내 예정의 앞에 내놨다. 예정은 의아한 눈길로 태윤을 쳐다봤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이 카드를 줄 테니 먼저 쓰고 있어, 비밀번호는…." 태윤은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 예정에게 건넸다. "앞으로 이 카드 안의 돈을 생활비로 써. 난 매달 월급이 나오면 그 안으로 넣을게. 하지만 앞으로 뭘 사든 장부를 적어 둬. 얼마를 쓰든 진 상관없지만 어디에 쓰는지는 알아야겠어.” 금방 혼인신고를 마쳤을 때 예정은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하지 않겠는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태윤은 그때 거절하였었다. 이미 결혼을 한 이상 둘은 부부이며 가족이라고 봤다, 아내에게 돈을 쓰는 것은 응당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고.... 평소에 일도 바쁘고 하여 돈 쓸 곳도 적었다. 마누라 하나 두고 소비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절제 없이 함부로 쓰는 건 좋지 않으니..... 장부는 적어 두는 것이 좋을 거라 여겼다. 그녀가 그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이 작은 집에 쓸 거라면 그는 아무런 의견도 없을 것이다. 예정은 태윤의 이런 태도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비밀번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와 함께 카드를 태윤에게 돌려줬다. "태윤 씨, 이제 이 집은 당신 혼자만의 집이 아니에요, 저도 함께 여기에 살고 있어요. 태윤 씨가 이 집을 샀으니 그 외 다른 비용은 더 이상 태윤 씨 혼자서 다 내게 할 순 없어요. 장만할 물건에 필요한 돈은 제가 낼게요.” "40만 원이 넘는 물건을 구입할 때는 미리 태윤 씨랑 상의할 테니 그때 태윤 씨가 알아서 조금만 주면 돼요." 예정도 수입이 적지 않은 편이라 가정에 필요한 일상 지출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큰돈을 쓸 때만 태윤이 함께 부담하기를 원했다. 예정은 태윤의 돈을 쓰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주로는 태윤의 태도에서 불쾌함을 느낀 것이다. 마치 그 정도의 생활비를 탐내고 있는 듯 말이다.... 게다가 장부까지 기록하라고 하다니.... 예정은 평소에 가게의 지출 외에는 장부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태윤은 바로 그의 태도가 예정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은행 카드와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를 다시 예정에게 건네면서 이번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예정씨, 서점을 하나 차린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걸로 얼마나 벌 수 있겠어? 이 집이 혼자만의 집이 아닌 우리 둘의 집이라고 했으니 당신 혼자 이 모든 지출을 감당하게 할 순 없어. 그러니 받아, 장부를 적는 게 싫다면 적지 않아도 돼.” "전에 말한 차 구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계약금을 내줄 테니 한 대 사는 건 어때? 당신 수입으로 대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 텐데....” 태윤은 그녀의 수입이 어떤지 일부러 조사한 적은 없지만,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열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돈도 적지 않게 벌었을 것이다. 요즘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의 돈이 가장 벌기 쉽다. "집에서 가게가 그리 멀지 않아요, 오토바이로 금방 도착할 수 있어요. 매일 출퇴근 시간엔 차가 막혀 네 바퀴 달린 차가 저의 두 바퀴보다도 못할걸요?" 태윤은 달리할 말이 없었다. 예정이 말한 것이 사실이다. 그는 평소에 일부러 출퇴근 시간을 피하고 다닌다. 이따금 급한 일이 생겨 그 시간에 떠나면 차가 막히다 못해 그냥 전용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은 정도였다. "그래도 차가 있으면 더 편할 거야, 주말에 차를 몰고 언니와 조카와 함께 짧은 주말여행이라도 갔다 올 수 있잖아.” 태윤은 할머니로부터 예정이 전에는 언니와 함께 살았었고, 가장 아끼는 사람은 언니와 조카라고 한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얘긴 나중에 다시 해요, 우리 금방 결혼해 아직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이렇게 태윤 씨의 돈을 많이 써 차를 한 대 사는 것은 전 불편해요. 사실 제 저축으로도 차를 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집부터 사고 싶어요. 집이 있어야 사는 것 같죠, 남자들은 차를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전 남자가 아니라서....”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게 다르다. 여자들은 보통 집을, 남자들은 차를 원한다. "참, 언니가 만나고 싶어 하세요, 언니한텐 태윤 씨가 출장하러 갔다고 하였으니 나중에 다시 언니를 만나러 가요." 태윤은 응하고 답했다. 대화가 끝나자 예정은 옷을 널러 갔고, 태윤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려고 했다, 이 집엔 아직 신문을 따로 주문하지 않아 대신에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태윤 씨 옷은 빨았나요?" 예정은 자신의 옷을 다 널고 나서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태윤에게 묻는다. "내가 알아서 할게." 태윤의 옷은 보통 세탁소로 보내 세탁을 한다. 예정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계속하여 집 청소를 하였다. 바닥을 쓸고, 바닥을 닦고, 방을 치우고.... 태윤은 예정이 집안을 누비며 하인이 하는 일들을 하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였다가 결국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윤의 집에서 이런 일들은 모두 하인이 도맡아 하였다. 하지만 보통 집에서는 아내가 이런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그들이 입주하기 전에 그의 집사가 하인을 시켜 청소하여 매우 깨끗하였다. 예정이 한 바퀴를 돌며 쓸었지만 아무 쓰레기도 보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일들을 끝낸 후, 예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잠시 정리를 한 뒤 핸드백을 들고나왔다. "태윤 씨, 저는 먼저 언니의 집에 가 보고 바로 가게로 돌아갈 거예요, 오늘 밤 몇 시쯤 돌아올 건지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 주세요, 이번엔 안에서 문을 잠그지 않을게요." "출장 가지 않을 때는 매일 밤 돌아올 거야, 출장 가게 되면 미리 알려줄게.” 예정은 응하고 답하곤 집을 나서려 했다. ”예정....씨, 당신 이 카드 받아.” 태윤은 카드를 들고 일어나 예정에게 다가가 다시 카드를 건네며 사과하였다. "아까 내 말투가 나빴어, 미안해." 예정은 잠시 그를 쳐다보더니 이번에는 진지하다고 생각하여 카드를 받아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와 함께 그녀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예정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방문이 닫히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 역할을 그다지 잘하지 못한 것 같아.’ 다시 소파로 앉은 태윤은 휴대폰을 들어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사가 전화를 받자 이렇게 분부했다. "할머니가 일어나시면 이번 주말에 함께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식사하자고 전해줘요. 이렇게 전하면 무슨 일인지 아실 거예요." 제10화 예정은 언니의 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니 언니는 이미 일어나서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다. “언니.” “예정아 왔어?” 예진이 주방에서 기뻐하며 반겼다. “밥은 먹었어? 지금 칼국수 끓이려고 하는데 함께 먹을래?” "이미 먹고 왔어. 국수 다 끓였어? 나 아침밥을 챙겨 왔는데 우빈이랑 같이 먹어.” “아직이야, 우빈이 어제 열이나 난 밤새 잠을 못 잤지 뭐야. 그래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는데 형부가 아침 먹으러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뭐 아무 일도 안 하고 애들 데리고 있으면서 일찍 일어나 아침 해 주는 줄도 모른다고 혼을 내더라고....” 예진은 아주 억울한 듯 싶었다. 그 말에 예정은 화가 났다. “우빈이 어쩌다가 갑자기 열이 나? 열이 내려도 이따가 병원에 데려가서 확인 좀 해봐, 열이 다시 반복할 수도 있으니. 형부도 참, 애가 아픈데 도와주지는 않고 욕까지 해? 언니, 나 이사 갔잖아, 형부가 아직도 언니랑 더치페이하자고 하진 않겠지?” 예진은 소파에 앉아 동생이 사 온 아침밥을 꺼내 먹으며 답한다. "이따가 우빈을 데리고 병원에 가볼 거야. 네 형부는 나랑 아직도 더치페이를 고집하고 있어. 맨날 내가 돈만 쓰고 돈 벌 줄은 모르니 자기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고 해.” "이건 분명 형부의 누나가 가르친 말이야, 형부 누나는 시집가고서도 늘 친정 일에 관심이 많잖아, 예전에 형부가 나한테 잘해줬었는데.... 지금은 다 그 누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사실 예진은 퇴사하기 전에 회사에서 재무 총책임자라는 자리에까지 승진했고, 수입도 꽤 되었었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희생을 하였는데, 시댁 식구들은 비난만 퍼부었다. 예진은 돈을 써도 이 집안일에만 썼다. 가끔 옷을 사 입어도 다 여동생이 준 생활비에서 썻고, 또한 옷도 오랫동안 새것을 사지 않았다. 화장품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가끔 새 옷과 화장품을 살 때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한테서 말을 들었다. 동생이 준 돈으로 샀다고 설명해도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그것이 이 집의 공동재산이라며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언니, 아니면 우빈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다시 회사로 나가. 형부보다는 더 많이 벌 거야." 예정은 언니가 아주 아까웠다. 예전에는 그녀가 함께 살면서 언니의 집안일을 거의 다 도와 하였는데 지금은 그녀가 이사를 하여 예진이 해야 할 일이 오히려 많아졌다. "네 형부가 우빈이 서너 살 되면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했어. " 예진도 일하러 가고 싶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집에 있는 주택담보 대출과 자동차 대출, 그리고 노인들 비용까지 합치면 부담이 너무 컸다. 예정은 형부가 언니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고 생각되어 한마디 해봤다. "언니, 설마 형부가 밖에 다른 애인을 둔 건 아니겠지?" 예진은 그 말에 깜짝 놀란다. "설마....내가 그의 수입을 잘 알고 있는데 바람 피울 여력이 없을 거야." “하지만 형부가 언니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언니도 이젠 좀 자기 자신을 챙겨봐. 더 이상 수입이 없고 남편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주부로 있으면 안 돼. " 그 말에 예진은 잠깐이나 침묵하였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볼게. 예정아, 걱정하지 마. 언니는 잘살 수 있어. 너는 어때? 매부는 출장하러 갔다가 언제 돌아와?” "한동안은 일이 바쁠 거야, 대기업에 다니는 게 어디 쉽겠어?." 예진은 동생의 새집 생활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예정은 조카를 들여다 본 후 언니의 재촉하에 먼저 가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은 오토바이를 타고 서점으로 가는 길에도 언니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생각하며 미처 도로 상황을 살피지 못했다. 그러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했다. 놀란 예정은 재빨리 옆으로 피하며 아슬아슬하게 그 차를 지나쳐갔다. 그러고는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 차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를 세웠다. 예정은 그 차를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롤스로이스 고급차였다! 롤스로이스 뒤에는 자동차 여러 대가 뒤따르고 있었는데 모두 롤스로이스 차 주인의 경호원 같아 보였다. 관성이라는 대도시에서 고급차를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예정은 혼나기라도 할까 봐 차를 향해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고는 얼른 도망쳤다. "도련님, 방금 그분은 사모님이셨습니다." 기사가 뒷좌석에 앉아있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태윤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금방 예정이 한눈을 팔다 하마터면 차에 부딪힐 뻔한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차가 오가는 길에서 한눈을 팔다니, 죽고 싶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