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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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GoodNovel Hoàn thành
사위액션한의사군신

북강을 뒤흔들었던 일대 명왕이 도시로 돌아와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어쩌다 보니 미녀 상사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Chương (1)

第1章

제1화 “당신 해고야!” 검은 정장스커트에 늘씬하고 굴곡 있는 몸매를 뽐내는 여자가 차갑게 말했다. 섹시하고 화끈한 D컵의 소유자를 바라보던 엄진우는 저도 몰래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낙하산 부대표, 엄진우의 직속 상사인 예우림이다. 나이는 스물일곱, 해외파 박사학위 소유자로 연봉이 무려 2천억에 달한다고 한다. 출근 첫날, 그녀는 대대적으로 인사조정을 시작했다. “엄진우 씨 차례예요.” 인사부 직원이 엄진우를 불렀다. 엄진우는 초조하게 사무실로 들어갔다. “부대표님, 찾으셨습니까?”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름다운 육신을 미친 듯이 떨고 있는 예우림이 보였다. 순간, 뜨거운 피가 엄진우의 정수리까지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에 입이 바싹 말라오며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몸매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 “당장 나가!” 엄진우를 발견한 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럭 화를 냈다. 깜짝 놀란 엄진우가 그대로 나가려는 그때, 뒤에서 예우림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익숙하게 맥을 짚었다. 사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예우림은 몸이 잔뜩 달아오른 채 가쁜 숨을 내쉬더니 저도 몰래 레이스 브래지어를 당기고 있었다. 엄진우는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대표님, 이건 독입니다. 합환산이라고 불리는 이 독은 독성이 너무 강해 이대로 계속되면 3분 안에 온몸으로 독이 퍼져 자체 발화로 사망하게 될 겁니다. 지금 부대표님을 구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제 몸으로 해독을 돕는 겁니다.” 예우림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진우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그녀의 양해를 구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엄진우는 그녀의 옷을 마구 찢더니 미친 듯이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잠깐......” 예우림은 깜짝 놀랐다. ‘해독’이 이런 거였어...? 하지만 반항하려고 해도 이미 짙은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10분 뒤. “죄송합니다, 부대표님. 저는 부대표님이 처음인 줄 몰랐습니다. 그럼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엄진우는 다급히 옷을 껴입고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서둘러 떠나버렸다. 혼자 남은 예우림은 소파에서 일어나 만신창이가 된 검은 브래지어를 집어 들었다. 분노가 가득한 두 눈으로 멀어져가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 “미쳤어, 미쳤어. 사람 살리는 게 너무 절실해서 내가 미친 짓을 해버렸어. 예우림 저 여자 보나 마나 나부터 해고할 거야.” 사무실에서 나온 엄진우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그는 수상하게 지나가는 고인하를 보았는데,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침 퇴근 시간도 되었겠다, 엄진우는 혹시라도 예우림이 자기를 찾아 결판이라도 낼까 부랴부랴 회사를 나섰다. 오늘은 그는 33번째 맞선을 보는 날. 3개월 전.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북강을 뒤흔드는 명왕으로 불리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연합군을 격파하고 용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하지만 지나친 명성에 권세자의 시샘에 시달리다가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조기 은퇴를 선언한 뒤 고향인 창해시로 돌아왔는데 그의 스펙은 군사기밀이어서 가족에게도 비밀로 해야 했다. 하여 가족들은 그를 그저 전역 군인이자 고졸 회사원으로만 알고 있다. 엄진우는 자기의 과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또 남들에게 북강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한 적도 없었다. 맞선을 약속한 레스토랑. 엄진우의 어머니인 하수희는 이제야 도착한 아들을 보고 다급히 달려갔다. “진우야, 왜 이렇게 늦었어. 너 왜 여자를 기다리게 해!” 하수희는 다급히 엄진우를 끌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온몸에 명품을 두른 예쁘장하고 섹시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소박한 차림의 엄진우를 보더니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엄진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반가워요, 진미령 씨. 저는 엄진우, 나이는 올해 스물다섯이에요. 전역 군인에 고졸이고 차는 없어요. 아, 물론 집도 없고요. 그리고 지금은 지성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 월급은 10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엄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얼음물 한 잔이 갑자기 그의 얼굴에 끼얹어졌다. “시간 낭비만 했잖아!” 제2화 진미령은 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차갑게 비웃었다. “난 명문대 졸업했고 대기업 임원이야. 연봉 오천에 차 두 대, 집도 자가라고! 어디서 월급 200만 원도 안 되는 찌질이가 감히 나와 맞선을 봐? 재벌 2세인 줄 알고 나왔는데 이게 뭐야? 스물다섯에 차도 없고 집도 없는 쓰레기가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살아 있어?” 진미령은 엄진우에게 삿대질하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엄진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만약 이곳이 북강이라면 그녀는 물론, 그녀의 가족까지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때 하수희가 다급히 말렸다. “아가씨, 우리 진우가 지금은 비록 가진 게 없지만 누구보다 착실하고 부지런한 아이라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이거 놓고 꺼져요! 어디 늙은이가 감히!” 진미령은 하수희를 거칠게 밀쳤다.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 엄진우의 눈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때 옆에 화장을 짙게 한 늙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갑게 말했다. “이봐, 창해댁. 우리 미령이가 얼마나 귀한 아인데 이런 조건으로 우리 미령이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 하도 창해댁이 애걸복걸해서 내가 하는 수 없이 우리 딸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이건 너무 무성의한 거 아니야?” 진미령의 어머니인 최란화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하수희는 심장이 철렁하더니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아니, 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창해댁네 땅 말인데. 만약 그 땅을 예물로 준다면 우리 딸도 아마 한 번 더 생각해 볼 거야.” 최란화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 말했다. “아, 그리고 지금 사는 그 집 처리하고 그 돈으로 애들 신혼집이라도 마련해줘야겠지?” 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땅도 주고 집도 처리하면 우리 엄마는요? 뭐 밖에서 자게 내버려둬요?” “이것 봐, 이제 첫 번째 조건만 제기했을 뿐인데 이런 태도로 나오면 우리 딸 마음 얻을 수나 있겠어?” 최란화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하수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그러지 마세요.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엄마?” 엄진우는 어리둥절해졌다. “하하!” 하수희가 승낙하자 최란화는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그리고 나한테 남동생이 있는데 작은 실수로 전과자가 됐지 뭐야. 2년 전에 만기 출소했는데 아직도 싱글이야. 딸이 하나 더 있다며? 이참에 겹경사는 어때? 창해댁 딸 내 동생한테 주면 딱이겠네!” 하수희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엄진우의 여동생 엄예우, 올해 막 성인이 되었고 이제 새내기 대학생이다. 최란화의 동생은 젊은 시절 강도 살인으로 20년 형을 받았으며 2년 전에 금방 만기 출소했다. 게다가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일자리도 없는 만년 백수이다. “언니, 그건......” 하수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최란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말만 이어갔다. “그리고 난 내 딸 아주 귀하게 키웠어. 그러니 집안일은 그쪽이 알아서 다 하고, 월급은 반드시 우리 미령이한테 바쳐야 해. 아, 하나 더 있다. 얘는 아픈 건 질색하는 애니까 얘 허락 없이는 절대 몸에 손 대면 안 돼!” 엄진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딸 파시고 싶으세요? 그럴 거면 강아지를 키우지 왜 굳이 아주머니 딸을 제가 사가야 합니까? 엄마, 난 이런 결혼 안 하니까, 당장 꺼지라고 해!” 진미령은 이내 안색이 변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감히 누구한테 그딴식으로 지껄이는 거야? 내가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네까짓 게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 거지새끼 주제에.” 최란화도 합세해서 빈정거렸다. “너 같은 놈이 이만한 대가도 치르지 않고서 우리 딸 같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쯧쯧, 낯짝도 두껍구나!” 엄진우는 그저 두 여인을 가볍게 무시한 채 하수희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 “얼씨구? 지금 저 자식 도망치는 거 맞지? 무능한 것.” 두 사람은 아직도 뒤에서 쉴 새 없이 재잘대고 있다. 바로 이때, 갑자기 벤틀리 한 대가 레스토랑 입구에 멈춰 섰다. 순간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려 24억 원의 가치를 자랑하는 벤틀리 아르나지728,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차종이다. 차에서 아름답지만 극도로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는 여자가 내렸다. 행동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는 정장 스커트에 검은 실크 레깅스 차림을 하고 있었다. 늘 자기의 외모에 자부하던 진미령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이 여자에 비하면 그녀는 마치 시골 촌뜨기처럼 진부하고 촌스러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엄진우다. 그 여자가 바로 자기의 상사인 예우림이기 때문이다. 예우림은 늘씬하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곧장 엄진우에게 다가갔다. “엄진우, 나 따라와!” 제3화 “네?”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고 있어? 나 처음 봐?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잖아!” 엄진우가 미동도 없자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진우의 팔짱을 끼고 바로 벤틀리 차에 태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 대단해 보이는 여자가 엄진우를 찾으러 왔다니! 진미령은 믿을 수 없었다. 저런 여자가 왜? 뭐가 부족해서 엄진우같은 찌질이를 찾는 걸까? 최란화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을 쩍 벌리고 멀어져가는 벤틀리를 바라보았다. “창해댁 아들 설마 부잣집 딸과 사귀는 거야? 그런데 맞선은 왜 나와? 지금 누구 놀리는 거야?” 하수희도 머릿속이 텅 비었다. 엄진우가 어떻게 저런 여자와.... ...... 벤틀리는 한참을 달리다가 도로 중간에 멈추었다. 예우림의 브이넥과 검은색 스타킹은 너무 치명적이라 조수석에 앉은 엄진우는 도무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일부러 눈을 돌리며 우물쭈물했다. “부대표님, 대체 무슨 일로 저 찾으러 오신 거죠?” 짝! 엄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우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갈겼다. “변태 자식!” 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대표님, 저도 그 상황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화 풀리실 때까지 때리세요. 아니면 저 바로 해고하셔도 좋아요.” 레스토랑 앞에서 예우림을 보는 순간, 엄진우는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아까 일 때문에 그에게 따지러 온 것이다. 역시, 호랑이는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하필 그 호랑이가 예우림이라니. 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행동을 멈추고 싸늘하게 말했다. “이름은 엄진우, 홍보팀의 인턴이라고?” “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 일만 잘 해낸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고 정규직으로 돌려주지.” 예우림이 도도하게 말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도 있어요? 설마 또 아까처럼 제 몸으로 병을 치료해달라는 건 아니겠죠?”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다 쇄골에 시선이 꽂혔다. 그녀의 쇄골에는 아까 그가 남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말에 예우림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경고하는데, 그 얘기 한 번만 더 꺼내면 당장 차에서 내리고 내일부터 회사 출근 안 해도 될 거야!” 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한 시간 동안, 내 약혼자가 되어줘.” 예우림은 단도직입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엄진우는 깜짝 놀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왜요?” 약혼자? 그것도 한 시간? 설마 후유증이 있는 걸까? 그래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넌 질문할 필요도, 자격도 없어.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예우림은 마치 고고한 여왕처럼 턱을 치켜들더니 가속 페달을 밟았고 이내 벤틀리는 먼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예우림의 여운이 사라지고 레스토랑은 어느새 다시 평온을 되찾았으며 진미령 모녀도 떠나갔다. 하지만 이때, 또 세 대의 억대 세단이 레스토랑 입구에 멈춰 섰고 수많은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뒤를 따랐는데 분위기가 아주 웅장했다. 차에서 세 남자가 내렸는데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순간 레스토랑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창해시 시장 조문지!” “창해시 갑부 소대호!” “창해시 지하 황제 장강수!” “저 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재채기해도 온 도시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니까!” 창해시 삼대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특대 뉴스다. 그들에 비하면 예우림의 등장은 전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역시 한발 늦었군, 명왕님은 이미 가셨어. 아쉽네, 아쉬워.”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평소 같으면 서로 반기를 들기 바빴던 삼대 거물이 오늘 한 남자를 위해 특별히 이곳까지 찾아왔다. 제4화 왜냐하면 상대는 북강의 명왕, 나라의 기둥이자 용국 권력의 절정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명왕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그들은 더 높은 권력과 재부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두 사람도 소식을 전해 들었나 본데, 명왕님이 요즘 맞선을 보기 위해 이 레스토랑에 종종 들린다고 하더라고.” 그 말에 조문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앞으로는 더 주시해야겠어요. 두 분한테 기회를 먼저 빼앗길 수는 없죠.” 세 사람은 명왕의 권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서부의 제왕도 명왕에게 쩔쩔매야 하는 존재이다. 설령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 명왕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이 도시의 모든 생물은 곧 죽은 것이 될 것이며 피는 강이 되어 흐를 것이다. 즉 삼대 거물의 운명이 명왕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왕님이 창해시에 정착하셨다고 하니, 제가 조만간 먼저 찾을 테니 기대하세요!” “흥, 명왕님은 내가 먼저 찾도록 하지!” 세 거물은 싸늘하게 서로를 마주 보고는 각자 차를 타고 떠나갔다. ...... 버드나무 리조트. 예우림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상당히 고급스러운 곳이다. “부대표님, 대체 절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예요?” 엄진우는 아직도 멍한 표정이다. “들어가면 알아.” 예우림은 엄진우를 데리고 바로 홀로 들어갔고, 홀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우림! 가족회의에 왜 외부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거야!” 갑자기 몇 명의 양복 차림의 남자가 일어서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엄진우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지성그룹의 대표 예정국, 전무이사 예정명 그리고 그 외의 이사급 인물들! 입사 직후 엄진우가 그룹 명예 전시 사진에서 보았던 원로들이다. 엄진우를 본 예씨 가문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보듯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이거 실제 상황이지? 예우림 미친거야? 왜 저런 남자와 함께 나타난 거지?” “저 차림새를 보니...... 어우,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옷은 아니겠지? 우리 집 개가 저 자식보다 옷 더 잘 입어.” ...... “야, 거지. 가까이 오지 마. 당장 신발 벗고 맨발로 꺼져!” 예우림의 둘째 삼촌 예정민은 싸늘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우리 예씨 가문 마루가 얼마나 비싼 줄 알기나 해? 너 같은 놈이 한평생 벌어도 꿈도 못 꿀 가격이야.” 그 말에 엄진우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돈? 엄진우에게는 평생 써도 남을 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돈에 별로 관심이 없다. 돈은 모자라지 않을 만큼 있으면 되고 그의 옷은 모두 엄마가 사준 옷이다. 그런데 그가 아무렇지 않게 버린 물건을 누군가는 한없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니. “삼촌, 말 좀 가려서 하시죠? 오늘 여러분에게 아주 중요한 일을 발표할 거예요.” 예우림은 느닷없이 엄진우의 손을 잡고 번쩍 들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이 남자는 제 약혼자예요! 그러니 더는 저한테 호문 후계자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예우림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내가 들썩였다. 예씨 가문 사람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다. “예우림이 저 거지 같은 자식한테 반한 거야? 에잇, 설마. 내가 잘못 들었겠지.” 엄진우도 멍해졌다. 머리가 한 순간 사고를 멈췄다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예우림 이 여자, 날 화살받이로 삼으려고 여기까지 데려온 거였어? 한 순간 불구덩이 속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독한 여자 같으니라고... 예우림의 아버지인 예정국은 책상을 치며 일갈했다. “맹랑한 것! 어디서 데려와도 저런 물건을 데려와! 저런 물건이 우리 예씨 가문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예정명도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림아. 호문소주와 결혼하라고 하니 네가 많이 서러웠구나? 하지만 가족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도 네가 응당 지켜야 할 본분이야.” “본분은 무슨 얼어죽을. 나 예우림, 결혼과 미래는 내가 직접 결정해요! 아무리 내 아빠와 삼촌이라고 해도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어요!” 예우림은 턱을 치켜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미 순정을 이 남자에게 주었으니 반드시 이 남자와 결혼할 거예요!” 그 말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믿을 수 없다는 듯 예우림을 바라보았다. 예우림은 예씨 가문에서 이름난 얼음공주이다. 그런데 그녀가 저런 천민에게 순정을 바쳤다니...... 예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아, 망쳤어. 실패야. 내가 널 어떻게 배양했는데 이렇게 실패작이 되었다니.” 예정명도 고개를 저었다. “난 믿을 수 없어. 너 설마 회사에서 아무 직원이나 데려와서 지금 연기하는 거 아니야? 네 안목으로 이런 남자한테 꽂힌다고?” 예우림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 “믿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엄진우가 그녀를 불렀다. “부대표님.” “닥치고,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당장 내 가슴과 엉덩이 만져.” 예우림은 그를 매섭게 쏘아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제5화 “아니......” 엄진우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걸 대체 해? 아니면 말아? “못 들었어? 빨리 해! 아니면 넌 당장 해고야!” 예우림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진우를 재촉했다. 심지어 일부러 엄진우에게 몸을 바싹 밀착했다. 희고 여린 피부, 볼륨있는 몸매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엄진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과감하게 여자의 민감한 부위를 움켜잡았다. 예우림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몸을 가늘게 떨며 싸늘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았다. ‘그냥 살짝 만지는 시늉만 할 거지 이 자식 왜 이렇게 과감해? 게다가 하필이면 제일 민감한 데를......’ 그녀는 애써 민감함을 참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봤죠?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빠와 삼촌이 포기하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예우림, 네가 이 쓰레기 같은 자식과 어떤 사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넌 반드시 호문소주와 결혼해야 할 거야!” 예정명은 버럭 화를 내며 예우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녀의 뺨을 때렸다. 예우림은 뺨이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이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이건 삼촌의 자격으로 너한테 주는 벌이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감히 어디서 제멋대로 행동해!” 예정명이 콧방귀를 뀌었다. “어디서 쓰레기 같은 자식을 데리고 와서 모두를 역겹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꿈 깨! 쓰레기는 영원히 쓰레기야!” 그런데 이때, 두터운 손바닥이 예정명의 얼굴을 강타했다. 예정명은 마치 새털처럼 날아가 대리석 기둥에 부딪히더니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전무님!” 예씨 가문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달려갔다. 엄진우는 손을 거두고 예우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대표님, 괜찮으세요?” 예우림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너...... 힘이 왜 이렇게 세?” 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군 생활 몇 년 하다 보니 힘만 키웠나 봐요. 부대표님이 맞는 걸 보니 제가 참을 수 없어서......” “여봐라! 당장 저 물건 잡아다 개밥이나 만들어버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정국은 노발대발하며 으르렁거렸다. 순식간에 일여덟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쳐들어왔는데 그들은 모두 예씨 가문을 위한 킬러들이다. 당황한 예우림은 급히 엄진우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빠! 왜 이러세요! 삼촌이 먼저 날 때렸잖아요! 이 사람은 나 지켜주기 위해서 그런 거니 그만하세요!” 예우림이 나서서 자기를 감싸자 엄진우는 왠지 감동하여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괜찮아요, 부대표님. 저런 동네 똥개들은 제 상대가 아니에요.” “너 좀 가만히 있어!” 예우림이 엄진우에게 한 소리 하려는 순간, 엄진우는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이더니 킬러 일여덟 명을 모두 때려눕혔다. 킬러들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너무 약하다. 북강에서 상대했던 적들과 비교하면 전혀 같은 급이 아니었다. 예우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과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맹랑한 놈, 당장! 당장 집행기관 사람들 불러와!” 예정명은 머리를 감싼 채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소리를 질렀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 이때, 개량한복 차림의 노인이 등을 구부리고 걸어 나왔다. 순식간에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어르신!” 엄진우도 한눈에 상대의 신분을 알아봤다. 노인은 바로 지성그룹의 회장이자 진정한 배후 권력자인 예흥찬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예정명이 먼저 고자질했다. “아버지, 우림이가 어디서 저런 쓰레기 같은 자식을 데려와서 우리 가문 사람을 다치게했어요.” “긴 말은 필요 없어. 우림아, 네가 얼마나 격에 맞지 않은 짓을 했더라도 호문소주의 침대에 오르기만 한다면 이 할아버지는 더는 네 과거를 문제 삼지 않을 거야.” 예흥찬이 말했다. “호문소주는 단지 널 원할 뿐이니, 네 몸이 더럽혀졌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예우림은 가족들이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할아버지는 절 고작 가문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셨어요?”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예씨 가문이 너에게 준 것이라는 걸 잊지 마! 난 지금이라도 당장 네 부대표 자리를 박탈하고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을 수도 있어!” 예흥찬의 고고한 자태에 예우림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지성그룹 부대표직이 사라지면 그녀는 창해시에서 입지를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예씨 가문은 언제든지 그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예흥찬은 예우림의 약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예우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예흥찬은 싸늘한 눈으로 엄진우를 힐끗 보며 말했다. “네 놈에게는 5천만 원 줄 테니까 예씨 가문과 예우림에게서 썩 떨어져! 그렇지 않으면 예씨 가문과 호문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예흥찬은 심지어 엄진후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며칠 뒤 호문소주는 혼담을 위해 직접 예씨 가문에 찾아올 것이다. 호문의 세력은 온 창해시를 뒤덮고 있으며 예씨 가문보다 훨씬 강했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가 감히 예씨 가문의 좋은 일을 방해하려고? 예흥찬의 눈에 엄진우는 그저 작은 걸림돌일 뿐, 한 발로도 밟아 부술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만 보였다. 하지만 엄진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예흥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르신이 곧 저세상으로 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제6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격노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디서 저런 쓰레기가 와서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야!” “감히 어르신에게 저런 악담을 퍼붓다니.” “저런 개돼지만도 못한 자식에게 돈은 무슨! 때려죽여서 바다에 처넣은 게 좋겠어요!” “역시 천민이라 그런가,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 예흥찬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없던 일로 해주지.” 고령의 노인이 가장 꺼리는 것이 바로 면전에서 저주받는 것이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곧 죽게 되실 겁니다.” 예흥찬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할아버지, 오해하지 마세요. 이 사람 워낙 헛소리가 심해요.” 예우림은 엄진우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그가 왜 이런 헛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엄진우, 너 헛소리 그만 해. 당장 할아버지한테 사과하고 여기서 떠나. 더는 너와 상관없어.” 어쨌든 엄진우는 그녀의 직원이고 지금 그는 그녀 때문에 위기에 처했으니 그녀는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진우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진짜라고요. 곧 죽는다고요. 제가 몇 번을 말해야 듣겠어요? 다들 귀 먹었어요?” 엄진우의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예흥찬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좋아. 너에게 기회는 없어. 목숨을...... 여기에 두고 가야 할 거야.” 예우림은 다급히 예흥찬을 달랬다. “할아버지, 이 사람 우리 회사 직원이에요.” “그 입 다물어! 부처님이 오셨다고 해도 소용없어!” 예흥찬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예정국, 예정명!” “네!” 예씨 형제가 대답했다. “문 닫고, 예씨 가문의 모든 직원과 킬러들을 소집해서 이 애송이 처리해!” 예흥찬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때, 갑자기 복부에서 심한 통증이 전해지더니 그는 그대로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버지!” “어르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급히 달려갔다. 늘 정정하던 예흥찬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지다니! “빨리 병원으로 모셔요! 할아버지 위험해요!” 예우림도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갔다. 일은 갑자기 일어났고 예흥찬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하였으며 피는 멈출 줄 모르는 것이 곧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병원은 적어도 차로 30분은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엄진우가 다가와 예흥찬의 혈을 가볍게 눌렀고 순간 예흥찬은 약간의 완화 기미를 보였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엄진우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아까 이 자식이 했던 말이 사실이었어?” “어르신, 지금 어르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5분도 안 돼 어르신은 생명을 잃게 되십니다.” 엄진우는 흔들림이 없는 눈빛으로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북강에서 그는 놀라운 의술을 익혔다. 예흥찬을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미 상대의 호흡이 고르지 않다는 것을 보아냈다. 비록 평소에는 괜찮아 보였겠지만 그의 장기부전은 이미 극에 달했으며 한번 폭발하면 반드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임계점이 바로 오늘이다. 예흥찬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그럼 빨리 구해주지 않고 뭐 하고 있어! 날 구해준다면 2억을 보상으로 주도록 하지!” 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대신 더는 부대표님의 직위로 그녀를 협박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이걸로 저도 부대표님에게 진 빚을 갚을 겁니다.” 예우림은 멈칫했다. 엄진우가 이런 요구를 할 줄 몰랐던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엄진우의 말에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감히 네까짓 게 우리를 협박해?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예씨 가문 주인을 협박해. 죽고 싶어?” 하지만 예흥찬은 곧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고, 아무리 이가 근질거려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약속하지. 어서 나부터 구해!” 그제야 엄진우는 상대 몸의 혈을 재빨리 찍었다. 영궁, 천명, 양지......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예흥찬은 기사회생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눈을 깜빡거렸다. 1분 만에 죽어가는 환자를 살렸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끝났습니다. 저는 약속을 지켰으니 어르신도 부디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엄진우는 활짝 웃어 보였다. 예흥찬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예씨 가문 주인으로서 어찌 뱉은 말을 거둘 수 있단 말인가. “좋다! 예우림은 영원히 지성그룹의 부대표로 예씨 가문 그 누구도 예우림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 예우림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예흥찬을 바라봤다. 과연 그녀가 알고 있는 고고하고 당당하며 영원히 고개를 숙일 줄 모르던 그 할아버지가 맞는 걸까? 엄진우는 기세를 몰아 예우림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부대표님, 그만 가시죠.” 두 사람이 떠난 후. 예정국과 예정명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망할 놈의 자식! 감히 불 난 틈에 도둑질이라니.” “혈 몇 번 찍은 거 아니에요? 난 또 얼마나 대단한 의술인 줄 알았더니. 나도 할 수 있겠어요! 눈 뜨고 코 베인 셈이네.” 이때 갑자기 한 메이드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어르신, 방금 근처에 사는 한의 전문가 송영민 신의님에게 연락드렸는데 지금 막 도착하셨습니다.” “뭐야? 빌어먹을! 당장 모시거라!” 그 말에 예흥찬은 배알이 꼬였다. 진작에 근처에 송영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 애송이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송영민이 약상자를 메고 오자 예흥찬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의께서 조금 늦으구려. 이 늙은이의 병은 이미 어떤 젊은이가 치료해 주었다네. 큰 병이 아니라 혈 자리 몇 번 눌렀을 뿐인데 바로 이렇게 멀쩡해졌소.” “그렇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르신, 그렇다면 제가 맥을 짚어드리고 한약 좀 지어드리겠습니다.” 송영민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예흥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영민은 익숙한 듯 예흥찬의 손목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이때, 송영민은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렸다. “어르신! 전 항상 어르신에게 최선을 다했건만 왜 저를 속이시는 겁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예흥찬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의 병은 천인오쇠(天人五衰)로 한의학에서는 거의 풀리지 않는 증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도 말끔히 없어졌는지...... 이건 용국 최고의 의사가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송영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어찌 젊은이가 치료해 주었다고 절 속이시는 겁니까?” 제7화 예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신의님, 장난하지 마세요. 그 자식 대충 혈 자리만 눌렀을 뿐이에요. 그런데 불치병이라도 치료했겠어요?” “그렇다면 그건 의술이 아니라 신학이죠.” “그러니까요, 나도 몇 번만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지경이라고요.” 송영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사지도 한의학에서는 기술적으로 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흥찬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만하시게. 이 화제는 이젠 끝내고 나와 차나 한잔하지, 송 신의. 우리 집에 아주 귀한 차가 있다네.” 송영민은 하는 수 없이 하던 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긴,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다. 잠시 후 예씨 가문 사람들은 송영민을 배웅했다. 예정국이 불쾌한 듯 말했다. “신의는 무슨, 아까 행동으로 보아하니 그저 허울뿐인 것 같네요.” 예흥찬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송 신의도 이젠 늙었어. 그러니 가끔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아버지, 오늘 일 그저 이렇게 넘기시는 건가요? 이 아들이 그 자식에게 뺨을 맞았다고요.” 예정명이 새빨간 손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비비며 씩씩거리자 예흥찬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엄진우라고 했나? 우리 회사 홍보팀 직원인 것 같던데, 그런 작은 인물에게 복수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 “그 말씀은?” 예씨 형제는 깜짝 놀라 흠칫했다. 예흥찬의 머릿속에서 사악한 음모가 피어나고 있었다. ...... “다 만졌어?” 버드나무 리조트에서 나온 후, 예우림은 바로 엄진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약속한 시간은 분명 1시간인데, 벌써 10분이나 지났어.” 엄진우는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해요, 부대표님. 제가 기억력이 별로라서......” 사실 예우림의 몸이 너무 부드러워서 엄진우는 저도 몰래...... “오늘 상황은 너도 봐서 알 거야. 난 단지 정략결혼이 싫어서 널 이용했을 뿐이니 김칫국은 마시지 마!” 예우림은 팔짱을 끼고 또박또박 말했다. “넌 고작 고졸에 월 150만 원을 받는 인턴일 뿐이야. 하지만 난 해외파 박사고 지성그룹 부대표지. 날 원하는 남자는 태평양 동해안에서 창해시까지 줄 섰어! 너와 난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 하늘의 별은 절대 강에 있는 물고기를 바라보지 않아.” 엄진우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네, 그러면 이만 가도 될까요?” 예우림은 멈칫했다. 그녀가 한 말은 상대의 환상을 깨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역시 천민이다. 안목과 식견이 제한되어 현실에 안주하며 닥치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예우림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남자에게 자기의 첫 경험을 주었다니. 고개를 돌려 떠나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예씨 가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다급히 엄진우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잠깐! 내가 언제 가라고 했어?” 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부대표님, 할 얘기 있으세요? 제 역할은 여기서 끝난 거 아닌가요?” 엄진우가 오늘 예우림을 도와준 건, 자신이 예우림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일을 청산한 셈이라고 생각했다. 예우림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나만 따라오면 돼.” “또 간다고요? 어딜 가는데요?” 엄진우는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예우림은 엄진우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차에 밀어 넣었다. 차는 외곽을 벗어나 오피스 빌딩에 멈춰 섰다. 엄진우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구청? 저기요, 지금 뭐 하시려고......” “넌 물을 자격 없어.” 예우림은 이 한마디만 던진 채 엄진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혼인 신고 해주세요.” 구청 직원은 엄진우가 납치되어 온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이렇게 예쁘고 우아하고 돈도 많아 보이는 여자가 굳이 이런 궁상스러운 남자를 납치해 혼인 신고할 필요가 있을까? 20분 뒤,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엄진우는 아직도 멍한 상태이다. 그가 유부남이 되었다고? 게다가 상대는 오늘 처음 만난 직속 상사, 예우림? 예우림은 그제야 눈썹을 치켜올리며 엄진우를 바라보았다. “너 왜 안 물어봐?” 엄진우는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저기 부대표님, 저 계속 물었는데 대답 안 해주셨잖아요!” 예우림은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 그녀는 뻘쭘한 마음에 이내 화제를 돌렸다. “내 약혼자 연기를 부탁한 건 호문소주와의 혼사를 피하기 위해서야. 하지만 그 집안사람들 만만치 않아. 내 계략을 간파하기 위해 아마 내 뒤에 사람을 붙였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넌 반드시 나와 함께 이 연극을 끝까지 해야 할 거야. 네 역할에 충실하길 바랄게.” 말을 끝낸 예우림은 엄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차를 몰고 외곽의 한 별장으로 갔다. 별장에 도착한 뒤, 예우림은 정색해서 말했다. “여긴 우리 집이야. 앞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여기서 지내. 그래야 우리 가문 사람들이 너와 내 관계를 믿을 수 있어. 내 방은 2층이니까 넌 절대 올라오지 마! 올려다보는 것조차도 안 돼. 그렇지 않으면, 흥!” 예우림이 올라가려는 그때, 엄진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부대표님, 그럼 전 어디서 지내요?” 예우림이 쌀쌀맞게 대답했다. “1층이 얼마나 큰데 아무 데나 소파 하나 찾아서 자면 될 거 아니야!”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예전의 엄진우라면 아마 그녀를 제압하고 아주 호되게...... “아니면 창고 좀 정리하고 거기서 자던가.” 예우림은 왠지 그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엄진우, 잊지 마! 넌 내 직원이고 난 네 상사야. 그러니 내 말에 따르도록 해.” 젠장, 치사하게 직급으로 사람을 누르다니. 엄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수가 없어도 한참 없는 날이다. 하필이면 이 악독한 여자와 사무실에서...... 저녁 무렵. 엄진우는 겨우 창고를 정리하고 침실로 꾸몄다. 이때. 어두운 그림자가 순식간에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엄진우는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누구야?” 설마 누군가 예우림을 죽이려는 건가? 제8화 엄진우는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검은 그림자를 손바닥으로 세게 공격했다. 그런데 상대는 겨우 일여덟 보 후퇴했을 뿐이다.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비록 엄진우는 자기 공력의 10분의 1밖에 쓰지 않았지만 용국을 통틀어 그의 이 한방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 “고수네? 예우림 이 여자는 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 상대는 전혀 엄진우와 대치할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엄진우는 갑자기 두피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만약 상대가 2층으로 올라간다면 예우림은 반드시 죽은 목숨이다. 그런데 예우림은 엄진우에게 절대 2층으로 올라오지 말라고 명령했고 엄진우는 망설이기 시작했다. 에잇! 모르겠다.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욕하겠으면 욕하라고 해! 엄진우는 번개처럼 2층으로 올라갔고 그때 그 검은 그림자는 이미 예우림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부대표님! 조심하세요. 누가 부대표님 방으로 들어갔어요!” 문을 박차고 들어간 엄진우는 눈앞의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금방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예우림은 온몸에 샤워 수건만 두른 채 젖은 머리를 닦고 있었다. 화끈하고 육감적인 몸매가 엄진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갑자기 들이닥친 엄진우는 하필 그 수건에 손이 닿았고, 그의 움직임과 함께 수건은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화르르. 예우림의 야한 몸매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순간 공기는 얼어붙었고 예우림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부대표님, 저......” “해고하기 전에 당장 꺼져!” 예우림은 두 손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방에서 나왔고 예우림은 문을 쾅 하고 닫았다. 문밖에서, 엄진우가 다급히 외쳤다. “부대표님,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부대표님 방에 강도가 들어왔을 수도 있다고요!” 이때 문이 다시 열렸고, 예우림은 실크 잠옷을 입고 싸늘하게 말했다. “5분 줄 테니 잡아. 그게 아니라면 나 너 가만 안 둬.” 예우림의 방은 대략 30평으로 꽤 컸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살펴보기 시작했고, 이내 베란다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베란다로 나갔고 걸려있는 빨래에 두 눈이 황홀했다. 하얀 캐릭터 팬티, 레이스 브래지어, 그리고 초미니스커트...... 예우림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찾아오는 그때 검은 그림자가 다시 나타났고 엄진우는 반사적으로 그 그림자를 쫓았다. “거기 서!” 검은 그림자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렸고 엄진우도 그 뒤를 바짝 쫓았다. 1분도 안 되어 그는 검은 그림자를 따라잡았는데 찬찬히 보니 화가 나기도, 우습기도 했다. “용이 너였어?” 조각처럼 빛나는 외모의 그림자가 몸을 돌리더니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렸다. “부하 청용, 명왕님께 인사드립니다.” “넌 이젠 용국의 최연소 전쟁의 신이야. 전신 청용은 나 같은 퇴역 군인에게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어.” 엄진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청용이 공손하게 말했다. “저와 오백만 북강 장병들에게 당신은 영원한 명왕입니다. 하지만 서방을 공포에 몰아넣고 권세가들도 쩔쩔매게 하는 명왕님이 이 작은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하고 계실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가 나면 온 도시를 피바다로 만들었던 명왕이 왜 평범한 회사원이 됐는지 궁금해서 날 시험하려고 한 거야?” 그 말에 청용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명왕님.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당장 팔을 잘라 사죄하겠습니다.” 엄진우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난 이미 모든 권리를 포기했고, 더는 명왕이 아니야. 근데 왜 갑자기 나타난 거지? 나와 담소를 나누기 위해 온 건 아니겠고.” 수많은 사람은 그를 시신을 밟고 명왕의 자리에 오른 냉혈하고 악랄한 마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권력의 절정에 이르자 엄진우는 한없이 외로워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마성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하여 그는 스스로 모든 권리와 재부를 내려놓고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더는 살육이 지겨웠던 엄진우는 그저 가족의 옆에서 그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지금은 일부러 몸속의 마성을 억누르는 바람에 그도 성격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청용이 진지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명왕님. 사실 제경 큰 인물들의 부탁을 받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워낙 그들은 모든 권리를 손에 쥔 명왕님을 꺼렸는데 명왕님이 떠나자 해외에 잠복해 있던 암흑세력이 이 빈틈을 노리고 쳐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큰 뷔젠트는 용국에 몰래 침투해 언제라도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거니와 이미 여러 명의 전신을 해친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청용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제경의 망나니들은 이미 넋이 나갔고, 악랄한 뷔젠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명왕님뿐입니다.” 엄진우가 정색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전해. 내가 나설 거야. 하지만 그들을 위해서가 아닌, 용국의 국민을 위해서야. 상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 테니 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빨리 떠나.” “네.” 엄진우가 다시 명왕으로 나선다는 말에 청용은 감격에 겨워 주먹을 불끈 쥐고 말없이 떠났다. 떠나기 전 그는 명왕의 카드를 엄진우에게 돌려주었다. 별장으로 돌아온 후. 예우림은 침실 문 앞에 서서 싸늘하게 말했다. “강도는?” 엄진우는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없어요. 제가 착각한 것 같아요.” 그와 청용의 대화는 엄밀히 군사기밀이라 밝힐 수 없기에 그는 대충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착각? 착각 때문에 내 방으로 갑자기 들어왔다고? 엄진우, 핑계를 대도 그럴듯한 핑계를 대야지. 너 정말 역겨운 사람이구나?” 만약 오늘 엄진우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반드시 엄진우를 쫓아냈을 것이다. “경고하는데 두 번은 없어. 다음에 또 이러면 나 너 가만 안 둬!” 말을 끝낸 예우림은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더니 방문을 잠그고 엄진우의 손이 닿았던 샤워 수건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사람을 잘못 봤다. 본성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남자들은 다 똑같다. 역겨워! 엄진우도 굳이 예우림의 오해에 신경 쓰지 않았고, 방으로 돌아가 단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예우림은 이미 출근하고 보이지 않았다. 정말 워커홀릭이다. 엄진우는 출근하기 전에 집에 들러 하수희에게 외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온 순간, 어제 맞선 상대였던 진미령과 그녀의 어머니인 최란화가 집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엄진우를 발견하는 순간, 두 여자의 눈에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진우야, 그 여자 내가 알아봤는데 지성그룹 부대표 예우림이라며? 그 여자 너한테 반했어? 돈은 얼마 주겠대?” 제9화 하수희의 난처한 표정을 보아하니 이들 모녀가 강제로 쳐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엄진우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뻔뻔한 사람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본다. 그것도 모녀가 쌍으로 말이다. 만약 엄진우가 그녀의 말에 긍정한다면, 이들 모녀는 반드시 예우림이라는 돈줄을 잡기 위해 엄진우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을 것이다. 엄진우는 아예 진실과 거짓을 반반 섞어서 말했다. “이것 참,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네요. 예우림은 제 상사고요, 어제는 급한 업무 때문에 찾아오신 것뿐이에요. 일 얘기만 하고 바로 헤어졌어요.” 엄진우의 말에 진미령과 최란화는 안색이 확 달라졌다. “뭐야? 그러니까 고작 상사라는 거야?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예우림 같은 여자가 너 같은 빈털터리한테 눈길이나 주겠어? “그러니까. 괜히 좋아했네. 가자, 엄마!” 모녀는 욕설을 내뱉으며 가지고 온 선물까지 다 챙겨서 나갔다. 이때 청용에게서 문자가 왔다. “명왕님, 명왕 카드에 1조를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명왕님의 허락도 없이 부동산을 구입했습니다. 명왕 카드로 마음껏 지배하십시오.” 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청용 이 자식, 여전하네. 하수희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 신경 쓰지 마. 근데 너 밤새 어디 있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엄진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그렇다고 밖에서 잤겠어? 근데 우리 아직도 2천만 원 빚 있는 거 맞지? 일단 내 돈으로......” 하수희는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아들, 쥐꼬리만한 월급 받는 평범한 회사원이 무슨 수로 그 빚을 갚는다는 거야? 너 설마 나쁜 짓 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엄진우가 다급히 말했다. “엄마, 엄마 아들이 그런 사람이야?” “그래, 아니라면 다행이고. 네 아빠도 큰돈 번다고 불법 광산으로 갔다가 결국 죽었으니 넌 같은 길 걸으면 안 돼.” 하수희는 노파심에 신신당부했다. “돈 문제는 우리 같이 고민하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엄진우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하수희가 집요하게 돈의 출처를 따질까 봐 그는 명왕 카드의 돈을 쓰려던 생각을 접었다. 하수희를 달랜 후 엄진우는 다급히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그는 지성그룹 홍보팀의 작은 부서에 있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실적 압박은 아주 컸다. 부서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몇몇 동료가 과장인 서정민에게 혼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늬들 병신이야? 두 달 연속 판매실적이 꽝이잖아!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 혼나고 있는 두 사람은 엄진우의 친구, 이미현과 김종민이다. 심지어 이미현은 뺨을 맞고 얼굴이 부어있었다. 엄진우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과장님, 직원에게 폭행, 폭언은 안 된다고 회사 규정에 명백히 적혀 있습니다.” 서정민은 악랄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았다. “엄진우? 정직원도 아닌 인턴 주제에 감히 나한테 대들어? 네 실적도 꽝이야. 알고 있어? 너 회사 그만두고 싶지?” “진우야, 하지 마. 우리 괜찮아.” 이미현과 김종민이 다급히 엄진우를 말렸다. 두 사람은 정직원이기에 기껏해야 폭행과 폭언에 시달릴 테지만 엄진우는 아직 인턴이라 함부로 서정민을 건드렸다가는 당장에라도 해고당할 수 있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에게도 부하직원에게 욕설하고 폭행할 권리는 없습니다. 과장님, 당신이 상사라도 그건 안되니까 당장 사과하세요!” 평소 서정민은 부서에서 늘 제멋대로 행동하고 신입사원을 괴롭혔으며 여직원을 희롱했다. 엄진우는 그동안 못 본 척했지만 자기의 친구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그 말에 서정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 사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엄진우는 담담하게 상대했다. “회사 규정에는 직급을 막론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백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과장님, 당신이 회사 규정보다 더 대단합니까?” 서정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깟 종이 한 장으로 날 협박해? 좋아, 네가 이 두 병신 대신에 나설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3일 시간 줄게. 3일 안에 이 두 사람이 기본 판매 실적에 도달할 수 있도록 어디 한 번 노력해 봐! 하지만 해내지 못한다면 넌 바로 아웃이야!” 김종민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형, 말려들지 마! 이번에 출시한 건강 관리 제품인데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판매량이 전혀 없어!” 그런데 서정민은 두 사람에게 월 2억 원의 기본 판매액을 실현하라고 했다. 이미현과 김종민은 혼신의 힘을 다하다가 결국 위출혈로 병원까지 들락날락했지만 결국 2천만 원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3일에 두 사람의 기본 판매 실적에 도달하라고? 즉 4억 원?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엄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러다가 제가 하루 만에 끝내면요?” 서정민은 멈칫하더니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하루에 4억? 하하하! 너 이 자식 지금 마블 게임인 줄 알아? 만약 네가 하루 만에 4억의 실적을 낸다면 내가 너한테 허리 굽혀 사과하지.” 엄진우가 말했다. “그러면 5분 안에 끝내면 저한테 절이라도 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겁니까?” 그 말에 전체 부서 직원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평소에 착하고 조용하던 그 인턴 맞는가? 서정민은 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야?” 이미현과 김종민은 옆에서 횡설수설했다. “진우야, 진정해! 5분에 4억이 말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꿈조차 꿀 수 없는 말이다. 엄진우가 또박또박 말했다. “전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과장님, 설마 겁나세요?” 상대의 갑질은 엄진우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엄진우는 단지 불을 줄였을 뿐, 끄지 않았다. “하하! 그래, 네가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어디 한번 해 보자고. 5분 내로 4억의 실적을 낸다면 내가 바로 무릎 꿇고 사과하지!” 서정민은 음모가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그가 꾸민 함정이다. 아침에 예정명이 갑자기 그를 호출해 2억을 던져주며 엄진우를 회사에서 쫓아내라고 했다. 하여 그는 일부러 이런 상황을 꾸며냈다. 그런데 엄진우가 자발적으로 함정에 뛰어내릴 줄이야. 정말 하늘이 준 좋은 기회다. 서정민은 휴대폰을 꺼내더니 타이머를 눌렀다. “엄진우, 5분은 금방이야.” 여태 엄진우의 실적은 그저 겨우 기본에 도달할 뿐 심지어 이미현보다 고객 자원이 더 별로였다. 서정민은 이번 판은 반드시 이 인턴의 아웃으로 끝날 거라고 확신했다. 엄진우는 창해시에 지인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태연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문지, 나 엄진우인데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생겻어.” 조문지?! 그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문지라면 설마 창해시 시장 조문지? 제10화 엄진우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맞아. 지성그룹에서 새로 출시한 건강 제품인데 품질 검사 표준에 이미 도달했어. 현대 한의학과 결합한 제품으로 꾸준히 마시면 많은 정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차야. 5분 줄 테니 4억만 해결해.” 같은 시각 창해시 행정백악관. 창해시 시장 조문지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명왕님이다! 명왕님이야! 날 잊지 않으셨어!” 조문지는 한때 군영에서 엄진우를 위해 요리하던 개인 요리사였다. 한 번은 엄진우가 그의 요리 솜씨를 맛보고 칭찬해 주었는데 그 한마디로 그는 바로 승급했다. 그러다 몇 년 뒤 그는 바로 창해시 시장으로 취임했으며 승진 속도는 로켓보다 더 빨랐다. 엄진우는 그 사실을 잊었을지 몰라도, 조문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하여 떠나기 전 조문지는 특별히 엄진우에게 자기의 연락처를 남겨주었다. 그런데 엄진우가 여태 그의 연락처를 보존하고 있었다니! “유 비서!” 여기까지 생각한 조문지는 바로 비서실장을 불렀다. “우리 창해시에 찻잎이 필요하다고 했지?” 비서실장이 대답했다. “네, 시장님. 이미 초보적인 제품 선택은 마무리 지었습니다. 모두 각지에서 귀한 명차이자 고급 제품입니다.” “중단하고 지성그룹의 건강차로 바꿔. 지금 바로 주문 넣어!” 조문지는 확고하게 명령을 내렸다. 비서실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문지는 한 번도 이런 사건에 개입한 적 없었다. 전에 여러 기업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인맥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조문지에게 선물을 보내왔지만 조문지는 하나같이 거절해 버렸다. 그런데 지금 고작 전화 한 통으로 태도를 완전히 바꾸다니? 도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기에 이런 힘을 가졌단 말인가! ...... 엄진우는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내렸다. 이미현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진우야, 네가 통화한 사람 설마 창해시 시장 조문지야?” 엄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인데 창해시로 돌아왔다고 들었어. 그 자식 실력으로는 시장도 가능하지.” “푸하하하, 이거 완전 제 정신 아니네? 야, 허풍을 떨어도 내가 좀 믿을 수 있게 떨어 봐.” 서정민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전화 한 통에 시장님이 4억을 해결해 준다고? 네가 용국 최연소 전신 청용이라도 돼? 아니면 어디 군정의 거물인가?” “그건 아니고. 하지만 걔들 다 내 동생이야.” 엄진우는 사실대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사람은 역시 지내봐야 안다니까. 엄진우 씨 아주 착실하고 성실한 인턴으로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아주 비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이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헛된 꿈을 꾸기 좋아하더라고.” “저런 동료는 정말 최악이야. 입만 살아서.” 이미현과 김종민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엄진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진우야, 너 뭐 충격받은 일이라도 있어? 과장님한테 그냥 사과해. 너도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잘리지는 않을......” “사과? 웃기시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말한 대로 하지 못하면 당장 짐 싸서 꺼져!” 서정민은 막무가내로 입을 털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허파에 바람만 가득 차서는. 넌 오늘 네 그 허세 때문에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과장님!” 이때 주문을 전담하던 직원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말했다. “시장님 비서한테서 건강차 만 킬로, 즉 40억 원어치 주문하시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쿵! 그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시장님 비서한테서 연락이 와? 게다가 40억 원어치 주문하겠다고? 엄진우의 말이 사실이라고? 엄진우가 정말 조문지 시장에게 전화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