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의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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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의 역전

GoodNovel Hoàn thành
부유한범죄판타지소환흙수저>금수저사업가

데릴사위로 지내온 지난 3년간 온갖 굴욕을 당한 진명은 이혼 후, 우연히 진 씨 가문의 선택을 받게 되어 일이 술술 풀리게 된다.

Chương (1)

第1章

제1화 진명은 올해 26살이다. 그는 강성 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데릴사위이다. 3년간 마 씨 가문의 노예가 되어 자존심을 굽힌 채로 기어 다녔다. 그런 그가 어젯밤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3년간 마 씨 가문의 회사에서 소처럼 일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는 아내, 마이슬에게 모든 월급을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그는 묵묵히 빨래, 청소,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이렇게만 한다면 감동받은 아내가 자신과 백년해로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아내는 뜻밖의 선물로 보답했다. 그건 바로 아기다. 그렇다. 아니, 3년 동안 털끝조차 건드릴 수 없었던 아내가 임신이라니! 그런 그가 아빠가 된다니! 기분 좋아야 하는 일인가. “야, 빨래도 청소도 깨끗하게 좀 하라고!” “너 같은 쓰레기에게 뭘 더 바라겠니!” “우리 집안에서 널 거둬줘봤자 뭐해, 차라리 개를 키우는 게 낫겠다!” ......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모 이하란이 진명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명이 고개를 들었다. 분노에 차있는 그의 두 눈은 핏발이 서서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어머니!” 진명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최대한 눌렀다. “어머니는 누가 네 어머니니, 너 같은 머저리는 그렇게 부를 자격이 없다!” 이하란의 표정은 혐오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진명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3년 전, 진명은 우연히 쓰러진 마 씨 가문의 어르신을 발견하였다. 그가 마 씨 어르신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기에 어르신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후, 마 씨 어르신은 집안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명에 보답하기 위해 본인의 친손녀인 마이슬과 혼인시켰다. 그리하여 진명은 마 씨 가문에 들어가 3년 동안 데릴사위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3년이다! 3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진명은 그들을 살갑게 대하면 마음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돼먹은 모녀는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마이슬 가족은 고아에다 능력도 없고 뒷배도 없는 진명을 뼛속까지 경멸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이슬 가족은 트집을 잡았으며 걸핏하면 폭력에 욕설을 퍼부었다. 마 씨 가문에서 그를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은 마 씨 어르신뿐이었다. 덕분에 장모 이하란은 한동안 수그러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전 마 씨 어르신이 병으로 돌아가신 후, 이하란과 가족들은 뜻을 모아 진명을 쫓아내고 싶어 했다. 그는 굴러들어 온 돌이 되어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 방문이 열리자 취기가 가득한 마이슬이 화려한 차림새로 등장했다. 검은 스타킹을 신은 쭉 뻗은 긴 다리로 어슬렁거리면서 말이다. 홍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더욱 유혹적이었다. 그녀! 그녀가 돌아왔다. 진명이 고개를 들었다. 괴로움이 소용돌이쳤다. 임신한 몸으로 밖에서 술을 마시다니! 진명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마이슬은 그런 그를 단번에 뿌리쳤다. “손대지 마!” “빨리 짐 싸서 꺼져, 내일 법원 가서 이혼해!” “뭐?” 이때 장모가 걸어 나오더니 넋이 나간 진명에게 소리쳤다. “야, 뭐하고 있어, 빨리 가서 이슬이 발 씻길 물 받아오지 않고!” 장모가 아부 섞인 표정으로 마이슬 옆으로 다가갔고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걱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술은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태아에게 좋지 않아.” “도련님의 아들을 품었는데 유산하면 안 되지”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장모는 남자아이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남자 아이어 야만 딸에게 손 씨 가문의 부인이 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장모가 진명을 쫓아내지 않은 것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자신의 딸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보모를 구하려면 돈 또한 더 들기 때문이다. “필요 없어!” “진명, 지난 3년 동안 너 같은 머저리에게 질릴 만큼 질렸어!” “내일 이혼하자!” 마이슬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명을 힐끗 보았다. 진명의 가슴은 구멍이 난 것 마냥 아팠다. 진명은 자신이 마이슬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3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이렇게 고생해서 얻은 결말이 이혼이라는 두 글자라니, 그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응, 하긴” 장모도 빠르게 수긍하였다. “곧 손 씨 가문의 아이가 태어날 텐데, 계속 같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 안 좋다.” “엄마, 나 너무 피곤해서 방에 가서 쉬어야겠다. 부축해 줘.” “이 바보는 보기만 해도 토 쏠려!” 마이슬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가 불룩해지면 도련님 곁에 다른 여우 같은 계집들이 들러붙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장모는 마이슬을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면서 진명에게 비아냥거렸다. “빨리 안 꺼져? 왜, 남아서 아빠라도 되고 싶은 모양이지?” 순간적으로 굴욕, 분노 등 많은 감정이 몰아쳐왔다. 진명은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무자비하게 집에서 쫓겨났다. 3년간의 써온 모든 물건들이, 심지어 주민등록증마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진명의 가슴은 미칠 듯이 아려왔다. 돌아갈 집이 없었다. 3년 동안 그는 월급을 곧이곧대로 바쳐왔고, 장모 또한 당연하게도 돈을 받아왔다. 진명은 진정한 떠돌이가 된 기분이었다. 길을 걷다 보니 진명은 어느새 묘지 앞에 와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차가운 공기가 덮쳐왔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묘비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분노해야 할지, 절망해야 할지, 아니면 실망해야 할지 마음이 복잡했다. 말없이 마주한 묘비는 마 씨 어르신의 묘비이다. 3년 동안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준 마 씨 어르신, 쫓겨난 진명은 그런 마 씨 어르신께 마지막으로 제사를 올리고 싶었다. 말이 좋아 제사지, 그는 땡전 한 푼 없이 쫓겨나 싸구려 소주조차도 올리지 못했다. “할아버지, 3년 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면 이슬이와 이혼하게 되네요.” “할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려서 죄송합니다...” 진명은 어둠 속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마 씨 어르신의 묘비 앞에서 연신 절을 올렸다. 그러고는 목걸이를 꺼내 쥐더니, 묘비를 등지고 멍하니 앉아 혼자 상처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목걸이가 그의 분노와 굴욕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하얀 빛을 번쩍였다...... 제2화 마 씨 어르신의 제사를 치르고 진명은 묘지를 떠났다. 묘지 입구에는 웬 오피스룩 차림의 여자가 요염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밤중에 짙은 화장을 하고 묘지 입구 앞에 서있는 그 여자에게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그 여자는 기분이 언짢았는지 “거지”라며 중얼거렸다. 예전의 진명이라면 분명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빠”가 된 날에다 맨몸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진명은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여자의 앞으로 달려가 한마디 던졌다. “아이고, 날도 이른데 벌써 길거리에 나온 거야? 하룻밤에 얼마면 돼? 오늘 내가 기분이 좋아서!” 진명은 무일푼으로 쫓겨났기에 말을 하면서도 떨렸다. 그는 여자가 진짜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일 가 걱정되었다. 여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진명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다행이었다. 그런 여자가 아니라서. 오늘 진명은 마 씨 가문에서 갖은 수모를 당했다.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은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뭐 째려봐? 하룻밤에 얼마냐고?” “왜? 너도 부끄러운 줄 아나 봐? 잘 들어, 내가 예전에 운동을 좀 했는데, 너 땡잡은 줄 알아.” 진명의 말에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너 이름이 뭐야? 어느 회사야?” “내 이름이 뭐든, 뭔 상관이냐, 제 발로 찾아오는 서비스 같은 건가?” “야!!!!” 여자는 화가 단단히 나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어찌할지 몰라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진명의 가슴속에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진명은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이때 두 청년이 손에 캐리어와 밧줄을 들고 몰래 묘지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날이 어두운 데다 나무와 묘비에 가려져 그들은 진명을 못 본듯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진명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도 두 사람의 타깃은 방금 전 봤던 여자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진명은 그들 뒤를 몰래 따라갔다. 예상했던 데로 두 사람은 여자를 습격하여 캐리어 속에 집어넣었다. 더러운 양말을 입에 물린 채로 캐리어 속에 들어간 여자는 계속 몸부림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잠시 후. 둘 중 덩치가 큰 남자가 여자를 제압했고 다른 한 남자는 거대한 돌덩이를 옮겨와 캐리어와 함께 묶어버렸다. 풍덩 소리와 함께, 돌덩이는 강에 던져졌다. 진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살인이다! 진명은 도망치려 했지만, 혹여나 자신의 움직임이 두 남자를 발각될까 봐 묘비 뒤에 숨어있었다. 두 남자가 떠나고 나서야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고민 끝에 진명은 물로 뛰어들었다. 비록 겁에 질려있었지만 정의감에 사로잡힌 진명은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진명은 곧 여자를 물에서 구해낸 뒤, 젖은 몸으로 헐레벌떡 묶여있는 캐리어를 풀고 있었다. 방금 전 그놈들이 떨어트린 단검이 바로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한편. 젊은 청년 두 명이 묘지를 빠져나와 큰 길로 향했다. 그곳에는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서있었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떠나려 했다. 구두를 만지는 송 씨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안 돼, 내 단검, 방금 강가에 떨어뜨린 것 같아...” “단검에 지문이 묻어있어, 빨리 주워와야 해...” 두 사람은 황급히 강가를 향해 달려갔다. ...... 캐리어를 열자 여자의 몸은 흠뻑 젖어 있었다. 하얀색 셔츠와 H 라인 스커트가 몸에 착 달아 붙어 몸의 굴곡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젖은 셔츠 때문에 검은색 속옷, 심지어 레이스 모양까지 자세히 보였다. 예쁘다! 진명은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 그는 마이슬이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마이슬과 견줄만한 미모의 소유자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여자는 물에 빠진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라 창백한 얼굴을 하고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진명은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누르며 인공호흡을 하였다. 그녀의 가슴은 부드러웠다. 그리고 입술은 더욱 부드러워 약간의 달콤한 느낌도 있었다. 이윽고 여자가 깨어났다. “윽......” 여자는 연거푸 물 몇 모금 뱉어 내더니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여자는 입술의 온기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진명의 손이 자신의 다리에 닿아 있는 것을 보았다. 분노한 그녀는 힘껏 진명을 물속으로 차버렸다. 그녀는 욕을 퍼부었다. “뭔 짓이야? 이게 어디서! 이 변태야, 정말 역겹게!” 진명은 그대로 물에 빠지고 말았다. 강에서 몇 차례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강가로 올라온 그의 모습은 전보다 더욱 초라해 보였다. 안 그래도 억울해죽겠는데, 설명할 틈도 없었던 진명은 분노로 가득했다. “역시 세상에 좋은 여자는 없어!” “호의로 너를 구해주고 인공호흡까지 해줬는데 고맙다고 못할망정 지금 나를 물속으로 밀어 넣은 거야?” “허참, 뉘 집 딸인지 오늘 네 부모님을 대신해 교육 좀 시켜야겠네!” 진명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당황한 여자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하였고 목소리마저 심하게 떨렸다. “오, 오지 마!” 이런 외진 곳에서 정말 그녀를 다시 강에 빠트린다 한들 아무도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다. 진명은 그녀에게서 물먹은 휴대폰과 차 키를 뺏었다. 휴대폰은 바닥에 내동댕이쳐 박살을 냈고, 차 키는 있는 힘껏 물속에 던져버렸다! “너 아주 대단한 여자인가 봐?” 진명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배은망덕하더라? 내가 지금 네 휴대폰을 박살 냈고, 여긴 아주 외진 곳이야. 난 이제 택시 타고 갈 건데? 넌 어떡하려고? 휴대폰도 없고, 여기 택시도 안 잡힐 텐데, 차 키도 없으니 운전도 못할 테지. 집에 어떻게 가려고? 그래, 이런 외진 곳에서 잘 있어봐, 여기는 묘지야. 야밤에 귀신이랑 있으면 되겠네. 걱정 마, 외롭지는 않겠다.” 진명은 말을 끝내고는 훌쩍 떠나버렸다. 여자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아니, 제발, 제발 그러지 마!” 하고 울부짖었다. 제3화 이곳은 아주 외진 묘지이다. 귀신은 없지만 늑대가 자주 출몰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그 여자는 방금 물속에서 나와 온몸이 젖어있는데다가 몸 또한 성치 않아 멀지 가진 못할 테다. 곧 깊은 밤에 들어설 텐데,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차 키도 없고 휴대폰도 없는 채로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이것은 진명이 그녀에게 준 벌이다! 배은망덕한 그녀에게 주는 벌! 진명은 성큼성큼 떠났다. “야 이 나쁜 놈아, 너, 날 버리지 마!” 여자는 진명을 쫓아갔지만 전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입으로는 욕을 퍼부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괴로웠다. 부잣집 아가씨인 임아린이 이런 볼품없는 놈에게 시달리다니. “나쁜 놈아! 네가 누군지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임아린이 소리쳤다. 그녀의 한마디에 진명은 더욱 모질게 귀를 닫아버렸다. 진명이 자신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본 임아린은 울먹였다. 구두도 망가졌다. 스산한 바람 때문에 그녀는 젖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음산하고 무서웠다. 늑대가 없더라고 이곳은 무덤이니까 정말로 귀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진명이 죽도록 미웠다. 고귀한 몸인 부잣집 아가씨가 이런 수모를 겪는다니? 멀리 가지 않아 진명은 후회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마 씨 어르신을 구해줬고, 몇 년 동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사실 그가 화난 이유는 마이슬 모녀 때문이다. 화풀이 상대가 필요할 때 마침 임아린과 마주친 것이다. 진명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상대는 여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너무한 게 아닐까? 온몸이 푹 젖은 그녀는 밤새도록 그곳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로 인해 불상사가 생긴다면, 진명은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그래, 그녀를 골탕 먹인 것으로 충분하다. 정말로 여기서 하룻밤을 지새게 할 수는 없었다. 진명은 그녀를 찾아 나섰다. 임아린을 팽개친 곳으로 향했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진명은 서둘러 여지 저기 찾아다녔지만 그녀의 구두 한 켤레 외에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안 돼! 예감이 좋지 않다. 살려달라는 임아린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전력질주해서 달려간 곳에는 방금 전 그놈들이 있었다. 분명 이번에는 임아린을 죽이려 들겠다. 게다가 그녀의 젖은 몸을 보고 어떤 짓을 할지 뻔했다. 진명이 임아린을 찾아냈을 때 그녀는 거의 발가벗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적수가 두 명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임아린의 위에 있는 한 놈에게 바로 발차기를 날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임아린의 몸에는 천 쪼가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애써 가리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진명은 그녀의 몸매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샤워할 때나 몰래 훔쳐봤던 전처 마이슬의 몸매보다 훨씬 훌륭했다. “괜찮아?” 양심의 가책을 느낀 진명은 임아린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주었다. 임아린은 서둘러 몸을 가렸다.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 진명이라니, 그녀는 화가 났지만 이내 수긍하였다. 진명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보고는 소리쳤다. “조심해!” 이미 늦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남자는 훈련을 받아왔고, 진명은 일반인이다. 남자는 진명을 2-3미터 떨어진 곳까지 차버리더니 이내 단검을 꺼내들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라고!” 검은 양복의 남자는 진명의 가슴팍을 밟고는 단검으로 진명을 죽이려 했다. 그의 뒤에서 방금 임아린의 옷을 찢다 진명에게 맞은 남자가 재촉했다. “송 씨, 임 씨 가문의 권력이 너무 커서 곧 우리를 추적해 올 게 뻔해. 시간이 많지 않으니 착오가 생기지 않게 빨리 처리해버려.” 알긴 하나 봐? 송 씨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여색을 탐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임아린은 이미 죽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시시비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송 씨는 단검으로 진명의 가슴을 찔렀다. 빨간 피가 사방에 튀었다. 죽어가면서도 진명은 있는 힘을 다해 송 씨의 허벅지를 잡고서는 소리쳤다. “어서 도망가!” “난 이미 죽은 목숨이니 신경 쓰지 마!” 죽기 직전 진명은 임아린을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착한 사람이었다. 다음 생에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 진명의 씁쓸한 미소 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쓰라림, 처량함, 그리고 인생에 대한 절망. 임아린은 이 미소를 통해 진명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면은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임아린은 도망가지 않았다. 진명이 죽으면 어차피 본인도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은 진명을 본 임아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비록 진명이 자신을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또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죽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진명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와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붉게 물들였다. 목걸이에 하얀 빛이 번쩍이었다. 부드러운 빛이 상처를 타고 진명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진 씨 가문의 조상이다. 표 씨 가문과 이름을 나란히 하지. 진 씨 가문 중 운이 따르는 후손만이 힘을 가질 수 있다......” 죽음을 앞둔 진명의 머리에는 뒤죽박죽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빛의 반사와 함께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유난히 붉은 홍조가 띠었고 몸에도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임아린, 이제 네 차례야!” 검은 양복의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단검을 들고 임아린을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주저앉은 임아린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조심해!” 뒤에 서있던 놈이 소리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진명이 단검을 주워 들고 벌떡 일어나 검은 양복의 심장을 뒤에서 찔렀다. “너...” 검은 양복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명을 바라보았다. 시체는 눈도 감지 못한 채로 바닥에 쾅 하고 쓰러져 버렸다. 진명은 대체 어떻게 살아난 것인가? 제4화 부활한 진명은 뜻밖에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컨트롤이 안되기는 하지만, 남자 두 명을 제압하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진명은 다른 한 놈이 정신없는 틈을 타서 돌진했다. 그러고는 놈을 세게 끌어안고 마구잡이로 때리며 물속으로 향했다. 이렇게 다 같이 죽는 건가? 임아린의 눈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오고 갔다. 이 남자가 정말 미웠다. 그런데 어떻게 우연히 마주친 자신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단 말인가? 임아린의 다리는 이미 풀려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강가로 다다랐다. 마음이 아주 복잡해났다. 진명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가도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명이 자신의 고귀한 몸을 만졌고 심지어 뽀뽀까지 했기 때문이다. 임아린은 입술을 꾹 깨물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올라오지 않았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이 남자를 생각하니, 그가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애써 참으려 해도 멈춰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클랙슨 소리가 울리더니, 임 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자취를 추적해왔다. 그녀는 진명의 옷을 걸치고 또 한참을 기다렸다. 진명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는 강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내 이름은 임아린이야, 만약…나를 찾아오면…” 그녀는 물속에서 진명이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돌아섰다. 임아린? 너무나도 예쁜 이름이다! 집으로 돌아온 임아린은 미친 것 마냥 경호원들에게 진명을 찾아내라고 명령했지만 결국 찾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의 이름이 진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데릴사위라는 것도 말이다. 경호원들이 쓰레기통 주위에서 그의 주민등록증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 법원 앞. 마이슬과 이하란이 기다림에 지쳐있었다. 마이슬은 계속해서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분통이 터지는듯하였다. 어젯밤 그녀는 진명에게서 이혼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정오가 되도록 진명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진명은 어젯밤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전화기도 꺼져있는 상태라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마이슬 가족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마침 헐레벌떡 뛰어오는 진명의 모습이 보였다. 옷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나타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어젯밤 진명은 임아린을 함부로 대해왔다. 그녀가 부잣집 아가씨라는 것을 안 이상, 물 위로 올라올 엄두가 나지 않아 물속에서 숨어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들은 후, 경호원들을 발견한 진명은 아예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진명은 물속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그는 마이슬과의 이혼을 걱정하며 서둘러 달려왔다.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짝! 마이슬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명의 뺨을 때렸다. “이 개자식아, 밤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아침에 이혼하자고 했는데 지금 점심이야, 너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잖아!“ 마이슬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진명은 얼굴 어루만졌다. 마음 같아서는 맞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그러지 못했다. 그냥 이를 악물고 굴욕을 참아야만 했다. “너 같은 머저리가 무슨 급한 일이 있었단 말이야?” “왜, 어젯밤에 기분이 꿀꿀했나 봐, 그새 다른 여자라도 찾으러 간 거야?” 이하란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걸어왔다. “엄마, 이놈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이런 거지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대체 어떤 여자길래 시력 검사 좀 해야겠네!” “돈도 없는 게 여자를 어떻게 찾는다고!” 마이슬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됐어, 너만 보면 징글징글해!” “빨리 가서 이혼 수속이나 밟자!” 마이슬은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서는 거만한 표정으로 법원으로 들어갔다. 진명이 쭈뼛쭈뼛거리며 말했다.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이혼을 할 수가 없어.” “어제 나를 쫓아낼 때, 내 모든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렸잖아. 그 안에 신분증도 있었어. 지금쯤이면 이미 쓰레기 소각장에서 소각되었을 거야. 주민등록증을 찾을 방법이 없어.“ “뭐라고?” 마이슬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진명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일부러 이러는 거야?” “주민등록증도 잃어버리고, 속일 걸 속여!” “너 남자 맞냐고!” “그냥, 이혼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 “왜, 바람맞으니까 기분이 좋은가 봐?” “정말 아빠 행새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지?” 이하란이 비꼬면서 말했다. “아니,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건 어머님과 이슬이 때문이잖아요?” 진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분노를 억누느라 눈이 붉어졌다. 빨리 마이슬과 이혼 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이때, 고급스러운 포르쉐 한 대가 진명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검은색 아우디 한 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포르쉐 문이 열리자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온몸에 명품을 휘감은 채 나타났다. 곧이어 양복 차림의 경호원 두 명이 아우디 차량에서 내리더니 젊은 남자의 뒤를 따랐다. 풍기는 아우라가 순간 분위기를 제압했다. 그들의 등장에 모든 이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눈에 봐도 이 젊은 남자가 어느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련님, 오셨어요…” 마이슬 가족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아부 섞인 얼굴로 맞이했다. 손은총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슬아, 오늘 아침에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남편과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된 거야, 아직 못한 거야?“ “말도 마세요, 이 자식이 아침부터 일부러 지각까지 하면서 끈질기게 들러불잖아요. 게다라 주민등록증도 잃어버렸다고 하는 거지 뭐예요!“ ”정말로 어이가 없어서!“ 마이슬은 진명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누가 주민등록증 없이 이혼할 수 없다고 했어!” “내가 장관이랑 아는 사이야!“ ”가자, 내가 이혼 시켜줄게!“ 손은총은 마이슬의 가느다란 허리를 다정하게 끌어안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명에게 말했다. “내가 경고하는데, 순순히 이혼 수속을 마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네가 허튼수작을 부리거나 이슬이를 끈질기게 쫓아다닌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 말을 마치며 손은총은 눈을 부라렸다. “멍청아, 들었니, 네가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내 남편이 다 알아서 해줄 거야!” “이제 더 이상 핑계 댈 게 없지!” 마이슬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손은총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두 사람은 시시덕거리며 법원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로 꼴사나운 커플이었다! 주먹을 불끈 쥔 진명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바람을 피웠는데도 당당하게 그의 앞에서 다른 남자와의 사랑을 과시하다니,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다시 침착해졌다. 진명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법원으로 들어갔다. 제5화 “죄송하지만 혼인법에 따르면 이혼은 한 달간의 숙려 기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분이 주민등록증이 없으셔서 이혼 절차를 밟을 수가 없으세요...” 여직원이 이혼서류를 마이슬에게 돌려주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이혼에 무슨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고!” “당장 장관 불러, 빨리 수속 밟게!” 손은총이 책상을 치며 노발대발했다. “죄송합니다, 규정 때문에 안됩니다...” 여직원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나한테 그런 게 먹힐 것 같아!” “장관 불러내라는데, 귀먹은 거야?” 손은총이 호통쳤다. 워낙 조용한 장소라 주위 사람들이 괴상한 눈빛으로 그들은 쳐다봤다. 이런 곳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때 살집이 있는 중년 남성이 황급히 달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기분 푸십시오, 직원이 잘 몰라서 그런 겁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죄송합니다...” 중년 남자가 연신 사과를 했다. 그러고는 여직원을 질책했다. ”가은 씨, 이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S 그룹 도련님이세요. 어서 사과하세요!“ S 그룹?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S 그룹은 연간 사업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하는 아주 유명한 회사였다.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회사라 미움을 사지 않는 편이 좋다. 깜짝 놀란 가은은 황급히 일어나 손은총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손은총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주위의 시선을 즐겼다. “유 장관님, 제 여자의 이혼 수속을 빨리 처리해 주세요. 저희 두 사람이 빨리 혼인 신고할 수 있게요!” “네,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중년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진명과 마이슬의 이혼신고를 처리해 주었다. 그들은 바로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할 셈이었다. “당신 너무 멋있어요!” “너무 좋아!” 마이슬의 손은총의 품에 안겨 한껏 애교를 부렸다. 손은총 덕분에 마이슬과 이하란은 체면이 섰다. “저 여자 대체 누구길래 S 기업 도련님이랑 붙어있는 거지!”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봐!” ……. 주위 사람들은 부럽다는 듯이 마이슬을 쳐다봤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질투에 가득 차 있었다. 마이슬은 으스대며 깔깔거렸다. 사람들은 곧 진명이 손은총에 의해 밀려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정 속에 묘한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로 인해 진명은 더욱 큰 굴욕감을 느꼈다. 어디라도 좋으니 숨고 싶었다. 이혼을 마친 진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서둘러 벗어나려 했지만 손은총이 그를 가로 막아섰다. “어디 가려고?” 손은총은 차갑게 웃었다. 진명은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이러세요?“ “아침에 내 여자 시간을 그렇게 많이 빼앗고,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이혼도 하기 싫겠다?“ “내가 쉽게 넘어갈 것 같아?” 손은총의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매달리지 않았어요, 다만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순순히 넘어갈 것 같아?” 손은총은 경멸하듯 웃으며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얘 손 좀 봐야겠다, 사람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겠어!“ 두 경호원은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들은 모두 훈련을 받아온 자였다. 진명은 머리를 감싸며 땅에 주저앉아 웅크리고 있었다. 두 경호원의 주먹과 발은 쉴 새 없이 진명을 향했다. “저 남자 불쌍한 것 좀 봐!” “와이프도 뺏긴 마당에 맞기까지 하잖아!” “저렇게 억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텐데!” ...... 주위 사람들이 속닥거렸다. 그들은 진명을 가엽게 여기면서도 경멸했다. 모두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는 것들 잘 알고 있었다. S 그룹의 권력이라면 진명의 비참한 미래는 불 보듯 뻔했다. 탁! 바로 그때 밖에서 갑자기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패기 넘치는 롱보디 모델의 롤스로이스 한 대가 도착했다. 뒤에는 검은색 벤츠 두 대가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법원 앞에서 멈춰 섰다. 롤스로이스 문이 열리자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절세미인이 등장했다. 화려한 이목구비,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시크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미인의 뒤에는 경호원 여섯 명이 따라다녔다. 경호원 한 명 한 명이 건장한 체격에다 누가 봐도 싸움 고수들 같았다. “어머, 임아린이다!” “강성시의 4대 미인 임 씨 가문의 임아린이야!” 주변에서는 미인의 정체를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아린은 공인이 아니라 얼굴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임 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에다, 강성시에서 알아주는 4대 미인 중 한 명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누군가가 임아린의 프로필을 읊자 모두가 눈앞에 있는 절세미인이 강성시 모든 남자들의 여신 임아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문에 의하면 임아린은 줄곧 솔로에다 남자친구도 사귀어본 적이 없다는데, 오늘 가정법원에 와서 뭐 하는 거야...” “무슨 일이지?” 주위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듯 임아린을 쳐다보았다. 그 자리에 있는 남자들의 곡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외면한 채, 임아린은 로비를 지나 손은총 쪽으로 걸어갔다. 손은총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가슴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S 기업의 도련님에다 업계 사람인 손은총은 전에 임아린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임아린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꿈의 여신으로 모셨다. 임 씨 가문은 강성시에서 손에 꼽히는 가문으로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대단했다. S 그룹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설령 손은총이 임아린에 대한 마음을 품었다 해도, 그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임아린이 제 발로 걸어왔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제6화 “아린 씨, 저를 찾으시는 겁니까...” 손은총이 비위 좋게 말했다. 순종적인 강아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임아린은 손은총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의 눈길은 진명을 향했고, 차가운 얼굴에는 순간 조금의 감격스러움이 맴돌았다. 어젯밤 그녀는 끝내 진명의 시체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녀는 진명이 분명 죽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 나쁜 자식, 자신의 몸에 손을 댄 이상 그렇게 쉽게 죽어서는 안됐다. 그녀는 광기로 아침 일찍부터 임 씨 가문의 인력을 총동원하여 진명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 그리고 오늘 진명이 마이슬과 이혼하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가정법원으로 달려가 진명을 찾아내고 싶었다. 역시나 진명과 아주 비슷한 모습의 사내가 보였다. 다만 상대가 머리를 감싸고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바람에 얼굴이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때 임아린의 등장으로 경호원 2명의 구타가 멈췄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진명도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 그녀의 유리구슬 같은 눈망울과 마주쳤다. “임아린? 너야!” 진명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임아린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임아린은 복잡한 눈빛으로 진명을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의 흥분을 애써 감추려 했다. 분명 자신의 몸을 만진 저놈을 욕하고 싶었지만, 하필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 또한 저놈이었다. 임아린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로 진명의 품속에 와락 안겼다. “저...” 진명은 벙져있었다. 손은총과 마이슬도 얼떨떨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넋을 잃었다. 강성시의 4대 미인 중 한 명인 임아린이 누더기 옷을 입은 거지에게, 그것도 본인이 달려가 품에 안기다니!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전의 일 때문에 사람들은 진명을 무시했고, 그를 경멸하고 또 경멸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본인이 진정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들이 무시했던 이 남자가, 강성시 모든 남자들의 여신 임아린을 품었다니! 순간, 진명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질투로 가득 차있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진명을 뚫어버릴 기세로 노려봤다. 진명은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는 허둥지둥 임아린을 품에서 끌어냈다. “임...아린, 네가 어떻게.” “너를 찾으러 온 거야...” 임아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진명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진명의 입가에 난 상처를 어루만졌다. 순간 그녀의 예쁜 얼굴이 무섭게 싸늘해졌다. “얼굴에 난 상처는 뭐야, 대체 누가 그런 거야!” “그...” 진명의 눈길은 손은총을 향했다. “손은총 씨, 당신이 한 짓인가요!” 임아린은 화가 나서 매서운 눈빛으로 손은총을 쏘아보았다. 그녀는 진명의 사연을 다 알고 있었다. 진명의 아내 마이슬이 손은총과 바람난 사실도 말이다. 손은총은 진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냈을 뿐만 아니라, 손찌검까지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은총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마이슬이 한발작 앞으로 나섰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길래, 내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내 남편이 누군지는 아나요? S 그룹 도련님이라고요!” 마이슬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전에 임아린을 본 적이 없었고, 임아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다만 임아린이 자신보다 예쁘다는 것, 각 방면에서 뛰어나다는 것, 심지어 등장하자마자 모두의 이목을 집중 시킨 다는 것을 알뿐이다. 마이슬은 질투도 많은 데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가졌다. 임아린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마이슬의 정체에 대해서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당신이 진명 씨의 부인, 마이슬 씨인가요?” “그렇다면요?” “하지만 이미 그와 이혼했어요!” “머저리에, 가진 것 하나 없는 거지 같은 놈에게 제 발로 안기다니. 딱 보면 끼리끼리인 것 같네.” 마이슬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7화 짝! 소리가 시원하게 울러퍼졌다. 임아린이 마이슬의 뺨을 세게 때렸다. “미친년,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마이슬은 뺨을 어루만지며 임아린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임아린에게 달려들었다. 임아린은 재빨리 몸을 돌려 마이슬의 반대쪽 뺨을 후려갈겼다. 마이슬은 굴욕스러웠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손은총에게 울부짖었다. “여보, 이 미친 여자가 저를 때렸어요, 어서 복수해 줘요!” “닥쳐!” 손은총은 벌컥 화를 내며 마이슬을 밀쳐냈다. 마이슬은 어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저 여자를 때려달라고 했는데 왜 저를 때리는 거죠?” “맞아야 할 건 너야!” “이분이 누군지 알고, 이분은 임 씨 가문의 임아린 씨다!” “우리 손 씨 가문을 망하게 할 셈이야?” 손은총은 노발대발했다. 마이슬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제야 자신이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 씨 가문은 강성시의 뉴머니일 뿐이다. 진정한 올드머니인 임 씨 가문의 세력과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마이슬은 물론이요, 손은총의 아버지일지라도 임아린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임아린 씨, 오해입니다. 그러니 제발 화를 푸십시오...” 손은총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굽신거리며 말했다. “오해?” “뭐가 오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임아린은 풉하고 웃더니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유 팀장님, 이 사람들이 제 친구를 괴롭혔어요. 그러니 저 대신 손 좀 봐주셔야겠습니다.” “제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요!” “네!” 경호원들은 명령을 받자마자 바로 손은총과 그의 두 경호원 주위를 에워 섰다. 어쨌든 마이슬은 여자인데다가 임아린이 그녀의 뺨을 때렸기에 어느 정도 화가 누그러들었다. 같은 여자로서 그녀를 더 이상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손은총과 두 경호원은 운이 좋지 못했다. 임아린의 여섯 경호원은 이 세 사람을 둘러싸고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임아린 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손은총은 몸을 한껏 움츠리고 머리를 감싸 안은 채로 용서를 빌었다. “방금 전에 왜 진명 씨에게는 왜 그런 건가요!” “멈추지 마세요!” 임아린의 싸늘한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있었다. 경호원들은 힘을 더 세게 주었다. 이미 임아린에게 한 번 당한 마이슬은 손은총이 맞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구석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렸지만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야, 진명, 할 말 있으면 네가 직접 나서란 말이야, 여자 뒤에 숨어서 쪽팔리지도 않냐!” 마이슬은 패배감에 휩싸여 괜히 진명을 나무랐다. 진명은 차가운 눈빛으로 마이슬을 흘긋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임아린에게 다가갔다. “임아린, 이만하면 됐어. 여기서 끝내자...” 임아린은 진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을 통해서 진명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마이슬의 말 한마디가 진명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진명은 오늘의 치욕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 본인의 능력으로 이 치욕을 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임아린 뒤에 서있는 건 재간이 아니다. “당신들 운이 좋은 겁니다.” “진명 씨를 봐서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주는 겁니다.” 임아린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진명을 향해 싱긋 웃었다 “진명,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아, 나와 함께 가자.” 진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이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임아린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롤스로이스는 시동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손은총의 포르쉐가 유독 초라해 보였다. “젠장!” “진명 이 머저리가 어떻게 임아린 같은 여자를 꼬셔낸 거지!” “설마 어젯밤 임아린과 함께 있었단 말인가?” 마이슬은 발을 동동 굴렸다. 분명 진명을 차버린 건 본인인데, 임아린의 등장으로 인해 자신이 진명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제8화 마이슬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손은총은 볼품없는 얼굴로 일어났다. 코끝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더욱 초라해 보였다. “말도 안 돼.” “임아린은 임 씨 가문 사람이야. 아주 귀하신 몸이라고. 강성시의 내로라하는 집안 자식들 모두 그녀의 눈에 들지 못했는데, 어떻게 진명 같은 쓰레기를 마음에 둔 거지!” ”어쩌면 둘은 그냥 우연히 만난 것일 거야...” 손은총은 아픈 얼굴을 감싸고 끙끙거렸다. 임아린은 그의 여신이었고 진명은 보잘것없는 하등 천민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진명과 임아린의 미묘한 관계를 믿을 수 없었다. “하긴, 눈이 멀지 않고서야…” “아니, 임아린이 눈이 멀었다고 해도 저런 쓰레기를 좋아한다고요?” 마이슬은 시큰둥하게 웃으며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진명 같은 머저리가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손은총의 얼굴은 독기로 가득했다. 임 씨 가문의 세력이 워낙 커서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임아린에게 앙심을 품으면 안 되었다. 그는 모든 화살을 전부 진명에게로 돌렸다. 손은총과 마이슬의 뻔뻔한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경멸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방금 진명 덕분에 임아린이 손은총을 놓아줬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은총은 감사하기는커녕 진명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너무나도 뻔뻔스러웠다. 하지만 손 씨 집안의 권력도 만만치 않기에 다들 속으로만 생각할 뿐, 아무도 목소리를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 J 호텔. 강성시에서 가장 호화롭기로 유명한 오성급 호텔 중의 하나이다. 진명은 마이슬과 이혼 후 맨몸으로 쫓겨났다. 아무것도 없는 그는 우선 발을 붙일 만한 곳이 필요했다. 임아린이 그런 그를 호텔에 묵을 수 있게 도왔다. 그리고 어제저녁의 일에 대해 물어볼 셈이었다. 그들은 호텔에 도착했다. 임아린은 다른 경호원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호텔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로비 여직원 두 명이 자본주의 미소를 머금으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진명은 레드 카펫을 밟으며 호텔로 들어섰다. 그는 곧 호텔 안의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이런 고급스러운 호텔에 와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리하여 마음 한구석에 있는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의 차림새는 남루하기 짝이 없었기에 이질감이 들었다. 그는 발을 디딜 때마다 자신의 신발이 행여나 세탁이 깔끔하게 되어 있는 레드 카펫을 더럽힐까 봐 조마조마하였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투숙객이 아니면 출입하실 수 없으세요!” “어서 나가세요!” 다른 컬러의 유니폼을 입은 그들의 상사로 보이는 이십 대 후반의 젊은 여자가 다가왔다. 여자가 짜증스럽다는 듯이 로비 여직원들을 향해 호통쳤다. “둘이 뭐하고 있어, 빨리 끌어내지 않고!” “끌어내라뇨?” 임아린은 순간 멍해져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곧이어 여자가 진명에게 다가와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어서 나가세요, 어서요!” 여자는 하마터면 진명을 밀쳐낼 뻔했다. 안 그래도 자신의 차림새가 부끄러웠는데 여자가 이렇게 말을 하니 진명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어디라도 가서 숨고 싶었다. 마침내 임아린이 정색을 하며 여자의 손을 뿌리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이 분은 제 친구입니다. 저희는 여기 묵기 위해 온 겁니다...” “묵는다니요?” 여자는 임아린을 위아래로 쭉 훑어보더니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어디 부잣집 아가씨 같은데, 이런 사람과 룸을 잡는 건가요!”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당신도 별 볼일 없을 게 뻔하네요!“ 임아린이 화를 내며 말했다. “말하는 수준하고는!” “매니저 어딨어? 어서 나오라고 하세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매니저를 만나죠?” 여자가 비아냥거렸다. 임아린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가문에 폐를 끼칠 수 없었기에 간신히 참아냈다. 로비에서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호텔 직원들의 주의를 끌었다. 삼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양복 차림의 남자의 가슴팍에는 매니저 김대훈이라는 글자가 적힌 작은 명찰이 걸려 있었다. 제9화 “유진아,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김대훈이 물었다. “오빠, 마침 잘 왔어, 웬 거지 둘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잖아. 우리 호텔 이미지만 나빠지게...” 여자는 임아린과 진명 쪽을 가리키며 하소연했다. 김대훈의 눈길은 유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향했다. 그리고 곧 임아린을 발견했다. 그는 임아린의 아름다운 용모와 우아한 분위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그의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임아린은 공식 석상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편이 아니었다. 업계에 몸담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김대훈이 일반인이라면 임아린을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임 씨 가문의 사업 규모는 워낙 크고 계열사가 또한 많았다. 임 씨 가문은 귀한 손님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접대할 때 보통 J 호텔에서 그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룸을 마련했었다. 다행히도 김대훈은 전에 임아린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바로 임아린을 알아봤다. 순간 김대훈은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녀의 미움을 사면 안되었다. “시큐리티, 시큐리티 어디 있어?“ “월급 받고 하는 일이 뭔데, 빨리 이 연놈 둘을 쫓아내세요!” 유진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건방지게!” 김대훈은 화를 내며 유진의 뺨을 쳤다. 짝! 찰진 소리와 함께 유진은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오빠, 왜 그래?“ 유진은 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며 벙져있었다. “눈 좀 제대로 뜨고 있어!” “이 분이 누군지는 아니, 이 분은 임 씨 가문의 아가씨 임아린 씨다!” 김대훈은 유진을 죽일들이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이 유진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유진은 김대훈의 먼 친척 동생으로, 평소 그를 뒷배로 호텔에서 자주 평범한 직원들을 괴롭히며 설쳤다. 친척이기에 김대훈은 줄곧 눈을 감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진이 임 씨 가문의 아가씨를 건드렸다. 임 씨 가문의 권세 때문에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유진은 물론이고 물똥이 그에게까지 튈게 뻔했다. ”임...임아린!“ 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임아린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임아린이 강성시에서 유명한 4대 미인 중 한 명인 동시에 임 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것을. 임 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미움을 샀다는 사실을 임아린을 짝사랑하는 재벌 2세들이 알게 된다면 유진은 닥쳐올 미래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유진은 서둘러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제가 방금 아가씨를 몰라뵙습니다. 일부러 기분 상하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유진은 벌벌 떨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여전히 무표정인 임아린을 본 김대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유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죄송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자신을 마구 때려 입가에는 피가 주르륵 흘렀다. “저의 친구에게 사과하세요!” 임아린은 퉁명스레 답했다. “네, 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유진은 진명이 “거지”라는 사실도 까먹은 채 황급히 진명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진명은 어리둥절했다. 전에 그는 무척 단순한 생활을 해왔다. 집 아니면 회사인 그런 생활. 심지어 그는 강성시의 4대 미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임 씨 가문은 더욱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임 씨 가문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그러나 방금 법원에서 임아린이 경호원들을 시켜 손은총을 볼품없이 때렸다. 지금은 임아린의 정체를 알고 놀란 유진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있다. 이 일들을 통해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임 씨 가문은 분명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대단한 집안임에 틀림없다. 전 날 그는 임아린은 스스럼없이 대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하다. 설마...... 제10화 퍼즐들이 맞춰지자 진명은 곧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임아린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아린, 됐어. 어차피 익숙해...” 임아린은 마음이 아팠다. 진명의 말에서 아픔과 무력감이 느껴졌다. 진명 스스로 자기 자신을 하대하고 있었다. “아가씨, 이 일은 모두 유진의 잘못입니다. 직원 단속 제대로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 직원에게 제발 기회를 한 번만 주세요.” 김대훈이 간곡히 부탁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화가 났다. 어떻게 해서든 유진의 버릇을 고쳐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화를 피한다 해도, 조만간 또 유진이 무덤을 팔 것이 뻔한 일이었다. “일어나세요!” “제 친구가 당신이 사정하는 것을 봐서 이번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다음에는 이번만큼 운이 좋지 못할 겁니다.” 임아린이 차갑게 말했다. 용서할 수 있으면 용서를 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타인을 억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일반인을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도련님…” 용서를 받은 유진은 그제야 감히 몸을 일으켰고 등 뒤는 이미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 주위 많은 사람들이 놀란 눈치였다. 눈앞에 있는 우아한 여자가 강성시의 4대 미인 중 한 명인 임아린이라는 것을 알자 주위에서는 뜨거운 시선들이 쏟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몰래 임아린의 빼어난 외모를 휴대폰으로 담아내려 했다. “진명, 가자...” 임아린은 곧 수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서둘러 진명을 끌고 함께 호텔을 나섰다. 호텔이라는 장소는 오해를 사기 쉬운 곳이다. 그녀의 신분으로 진명과 함께 호텔을 드나드는 것은 확실히 부적절했다. 만약 누군가가 루머를 퍼트리기라도 한다면 둘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아주 떳떳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 일을 오해한다면 진명에게 불필요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바라던 게 아니었다. …… 강성더힐. 이곳은 강성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단독주택가로, 주위에는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이곳 주민들은 모두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임아린은 인근 백화점에서 진명에게 줄 명품 옷 두벌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진명, 호텔에서 지내는 건 좀 불편할 거야. 당분간 여기서 지내. 내일 집을 한 채 살 거야, 계약이 끝나면 이사하자.” 임아린의 청초한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녀는 줄곧 지조를 지키며 어떠한 이성도 자신의 집에 들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해준 진명에게 감사하기 위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이성을 집에 데리고 왔다. 물론 임아린이 이렇게까지 진명을 신뢰하는 이유는 어젯밤 진명이 그녀를 구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고마워..." "집은 필요 없어..." 진명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곧 그는 자신의 말을 이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그가 임아린의 집에 눌어붙겠다는 것 같았다. “그런 뜻이 아니야...” “내 말은, 나를 도와 아무 데나 작은 집을 얻어 주면 고맙겠어, 나중에 돈이 생기면 꼭 갚을게...” 진명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임아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그녀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꺼내더니 진명에게 주었다. “진명, 이건 네 주민등록증이야, 사람을 시켜 쓰레기장에서 찾아낸 거야. 이게 어떻게 쓰레기장에 있었던 거야?” “고마워!” 진명은 주민등록증을 받고 기뻐했다. 그는 지금 빈털터리이다.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적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이 쓰레기장까지 가게 된 일을 떠올리며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차마 불쌍한 데릴사위 시절을 말할 수가 없어서 그는 어물쩍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