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신의 귀환

Đang tải thông tin quảng bá...

군신의 귀환

GoodNovel Hoàn thành

전쟁의 신, 염구준이 드디어 귀환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건 사냥개들과 함께 철창에 갇힌 딸아이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아내였는데...

Chương (1)

第1章

제1화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 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잘못 거셨습니다.” “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 쿠궁! 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염희주? “정... 정말 내 딸이라고?”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 “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 “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 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 “주군!” 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 “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군!” 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 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으로 그녀와 결혼했고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단 한 치의 망설임없이 용병단에 가입했다. 그리고 5년간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거쳐 염구준은 세계 최고의 용병단 전신전의 주인이 되었고 구주를 이끄는 전쟁의 신이 되었다. “음. 으음...” 고요한 저택의 적막을 뚫은 건 바로 야릇한 신음소리였다. 2층 안방, 럭셔리한 침대 위를 두 남녀가 뒹굴고 있다. “재원 오빠, 뭐가 이렇게 급해. 정말 나랑 결혼해 줄 거지?”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남자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 “혜린아, 너도 나한테 끌리잖아. 네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움직여봐. 그 자식이랑 이혼하고 나면 바로 너랑 결혼할 거니까.” “만나야 이혼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서재원의 폭풍 같은 스킨십에 손혜린의 목소리도 점점 더 에로틱해진다. “그 자식 분명 전쟁터에서 죽었을 거야. 안 그럼 5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는 게 말이 돼. 그리고 계집애까지 하나 남겨두고. 귀찮아!” “아, 걔는 내가 개장에 집어넣었어. 지금쯤 아마 투견들 먹이가 되어버렸을걸?” 충격적인 대화에 조심스레 저택을 들어가려던 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누구보다 착하고 용감하던 아름다운 소녀, 그를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 낸 그 소녀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자기 딸은 투견장에 버려두고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다고?’ 이에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그 몰래 바람을 피운 것도 괘씸했지만 정말 딸아이가 개에게 물려서 잘못되는 건 아닌 건가 싶어서였다. ‘손혜린, 절대 용서 못해. 우리 딸, 조금만 더 버텨. 아빠가 곧 갈 테니까.” 광풍투견장 관객석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든든한 철장으로 둘러진 링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배불뚝이 중년 남자가 으르렁대는 불독 세 마리를 목줄로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큰 체구의 불독 사이로 이제 겨우 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대로 먹지 못한 건지 깡마른 몸에 성한 데 하나 없이 상처투성이인 몸, 철사슬에 몸이 묶인 불독 세 마리가 여자아이를 향해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댄다. 그들의 목을 묶은 철사슬마저 없었다면 아마 진작 아이를 덮쳐버렸으리라. 그리고 투견 대회의 스페셜 경기, 인간 대 투견의 대결 구경을 앞둔 관객들의 눈은 이미 스릴로 미쳐버린 상태였다. “어서 시작해! 사슬부터 풀라고!” “자, 3분안에 먹혀버린다에 5000만 원 건다.” “받고 2000 추가!” 한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철장을 꼭 쥔 여자아이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얼룩진 지 오래다. “아저씨, 제발요. 앞으로 주는 건 뭐든 잘 먹고 간식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엄마, 아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하지만 아이의 애원에도 아저씨라고 불리는 남자는 전혀 동요치 않았다. “그러게 왜 우리 아가씨 눈 밖에 났어. 아저씨도 이러고 싶은 줄 알아? 조금만 참자. 곧 편해질 거야...” 말을 마친 남자가 철 사슬을 놓아버리고 불독은 이때만을 기다린 듯 미친듯이 염희주를 향해 달려든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싶어 아이가 눈을 질끈 감던 그때...! 번개처럼 빠른 스피드로 나타난 남자가 합금 재료로 된 금속 철창을 단번에 부숴버리고 아이를 향해 달려드는 개들을 향해 킥을 날린다. 퍽퍽퍽! 오직 투견을 위해 키워진 불독, 보통의 인간은 싸울 엄두 조차 낼 수 없는 악견들이 단 한 번의 킥에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남자는 뭐지? 특별 이벤트인가?’ 물론 가장 당황한 건 투견장 주인 강성태.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발 물러선 그는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일단 목소리부터 높였다. “너, 너 뭐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강성태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염... 염구준?” “그래, 익숙한 얼굴이네.” 염구준의 눈빛이 예리한 비수처럼 강성태의 얼굴을 스쳤다. “손씨 가문 집사, 강성태 맞지?” 평소 얌전하게만 보이던 강성태가 이런 악취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게다가 이제 겨우 4살도 안 된 애한테... “네가... 염희주야?” 강성태를 노려보던 염구준의 시선이 철장 구석에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에게로 향했다. 온몸에 성한 구석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 몸을 보고 있자니 그 상처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히는 듯했다. 순간, 세계 최고 용병단 단장이라고, 세계 최강의 남자라고 추앙받으며 수많은 용병들을 거느리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뿐인 딸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한편 염구준의 얼굴을 알아본 강성태가 피식 웃었다. “난 또 누구라고. 어느 전쟁터에서 비명횡사했을 줄 알았는데. 용케 살아있네? 운 좋게 살아남았으면 곱게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올 것이지. 어디서 감히. 밖에서 싸움 좀 배웠다고 뭐라도 된 것 같아? 감히 우리 아가씨 투견을 때려죽여?” 바로 그때, 홱 돌아선 염구준은 강성태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강성태의 뚱뚱한 몸이 중력을 거슬로 허공에 부웅 뜨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잡힌 강성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너 이 자식...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냐고?” 염구준의 눈동자에 순간 살기가 번뜩였다. “감히 내 딸을 개 먹이 취급을 해?” 단 한 손으로 거구의 강성태를 들어올린 염구준은 그것도 모자라 투견 대기구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기까지 했다. 백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투견들. 독기를 키우기 위해 일부러 먹이도 제대로 주지 않은 탓에 이미 광기로 눈이 돌아버린 짐승 그 자체. 바로 그들을 가둔 우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강성태는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야, 우리 아가씨가 아시면...” 하지만 염구준은 귀찮다는 듯 강성태를 우리 안으로 던져버리고 차마 끝마치지 못한 말은 투견들의 광기 어린 울음소리에 묻혀 점차 사라져갔다. ‘감히 내 딸을...’ “희주... 라고 했지?” 그리고 천천히 염희주 앞으로 다가간 염구준이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날카로운 이빨에 강성태의 살갗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염구준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던 그의 목소리가 감격스러움으로 살짝 떨려왔다. “미안... 아빠가 너무 늦었지?” 그 동안 서러움이 터져나오며 한참을 그의 품에서 오열하던 염희주는 그 와중에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의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빠... 아빠 맞아? 진짜 아빠야? 이상하다... 엄마는 아빠가 전사했다고 했어.” 고개를 푹 숙인 염희주가 말을 이어갔다. “전사라는 단어는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운 영웅들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라고 그랬는데... 아저씨 우리 아빠 아니지! 거짓말이지!” 제2화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 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 “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 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 ‘이모?!’ 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 “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 “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 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 “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 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 “희주야.” 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 “엄마 이름이 뭐야?” 그러자 염희주는 눈앞의 남자가 아빠가 아님을 확신한 듯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이것 봐. 우리 엄마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아빠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 이름은 손가을이잖아!” 염구준은 혼란스러웠다. 무수히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신혼 첫날밤! 손가의 친인척들은 의도한 것인지 그날 쉴 새 없이 그에게 술을 권했다. 결국 그는 만취 상태로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신혼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그는 잊지 못할 첫날밤을 치르고 진짜 남자가 되었다. 그는 아직도 여인을 처음 품던 그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그들은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었지만 여인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부인 손혜린이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쑥스러워서가 아니라 성대가 손상돼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거였다. 그 여자는 손혜린이 아닌 손가을이었으니까! “이게 어디서 감히!” 분노에 찬 고함이 잠시 추억에 잠겼던 염구준을 다시 현실로 불러왔다. 관중석을 올려다보니 거의 모두가 우리 안에 갇힌 염구준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열 명이 넘는 경비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저마다 손에 야구방망이를 들고 우리를 포위했다. 선두에 선 경비대장이 음침한 얼굴로 염구준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어디서 온 놈인데 감히 광풍 투견장에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누구 소유인지 알아? 당장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안 그러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참한 비명소리가 현장에 울려퍼졌다. 염구준이 날렵하게 몸을 날려 경비대원들 틈으로 파고들자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경비대원들은 하나같이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투견장에 소란스러운 비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퍽, 퍽퍽! 기함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였다! 그는 딸을 안고 터벅터벅 출입문으로 향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너무 늦게 와서 너랑 네 엄마가 이 고생을 했구나! 이제 아빠가 돌아왔으니까 아무도 너희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 너희가 당한 만큼 아빠가 되갚아 줄게!” 한편, 손가네 별장 2층 침실.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온 손혜린은 침대머리에 앉아 있는 서재원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재원 오빠, 그래서 우리 언제 결혼해?” “급할 건 없어!” 서재원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뽀얀 연기를 토하고는 손을 뻗어 손혜린을 품에 안았다. “알잖아. 우리 가문은 고모 말이 곧 진리라는 거. 네가 이혼절차만 제대로 밟으면….” 말끝을 흐리던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짜증스럽게 침을 뱉었다. “염구준 그 멍청이랑 염희주 그 계집애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텐데! 투견장에 전화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해 봐. 그 계집애 죽어도 곤란해져.” “손혜린!” 이때,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별장을 진동했다! 서재원은 순간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꺼지지 않은 담뱃불에 맨살을 덴 그는 당황하며 옷도 안 입은 상태로 창가로 달려가서 소리쳤다. “망할, 어떤 자식이 시끄럽게 하는 거야! 젠장….” 하지만 바깥 상황을 확인한 그는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대문밖에 염희주를 안은 염구준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염구준은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내 딸한테 네 그 더러운 몸뚱아리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옷 입고 튀어나와!” 한참을 멍하니 있던 서재원이 갑자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난 또 누구라고! 손가의 멍청한 데릴사위 염구준이잖아?’ 손혜린은 끈나시 슬립만 입은 채로 창밖을 살폈다. 염구준을 본 그녀는 움찔하더니 이내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저 계집애도 같이 왔네?’ 개들한테 물어뜯기고 있어야 할 염희주가 염구준과 같이 별장으로 돌아오다니! 부녀가 서로를 알아본 건가? “안 그래도 저 멍청한 놈이랑 어떻게 이혼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잘됐네!” 잠시 당황한 듯하던 손혜린은 이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서재원의 손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 “재원 오빠, 저 무능한 자식이 또 찾아왔어. 이제 이혼 절차를 진행하면 난 오빠 여자가 되는 거야!” 서재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혜린아, 옷 갈아입고 나랑 같이 나가자. 내 저놈이랑 오늘 끝장을 볼 거야!” 말을 마친 그는 손혜린과 같이 옷을 갈아입고 기세등등하게 문밖으로 나갔다. 한편, 염구준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다가오는 두 사람을 무표정한 얼굴로 쏘아보았다. 손혜린은 서재원의 팔짱을 끼고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염구준에게 다가가더니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돌아온 것도 놀라운데 저 계집애까지 찾아냈네? 대단해!” “강용수는? 내 강아지들은 어딨지? 그애들….” “닥쳐!” 염구준은 차갑게 으르렁거리며 주먹을 힘주어 틀어쥐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주먹을 저 악랄한 여자의 면상에 꽂으면 당장 즉사할 것 같은데 그럴 수는 없었다! 도자기 같은 피부와 화려한 이목구비… 이 여자는 이런 예쁜 얼굴로 5년 전, 그와 함께 백년가약을 맺었던 그의 아내였다! 제3화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 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 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 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말해! 왜 나를 속였어?” “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 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 다 알고 왔어?” 알고 왔다니? 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 역시 그런 거였어! 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 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 “혜린아.” 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 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 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린은 하루아침에 손가의 둘째 아가씨가 되면서 신분상승했다. 손가의 대를 잇기 위해 손중천 어르신은 두 손녀 중에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적통 승계권을 부여하겠노라고 발표했다. 하필이면 그때 염구준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손가을은 위험을 무릅쓰고 염구준을 구출했다. 그렇게 염구준은 손가의 데릴사위가 되었다. “너랑 결혼한 사람이 나인 줄 알았어? 멍청하긴!” 손혜린은 깔깔 웃으며 염구준을 손가락질했다. “넌 우리 언니처럼 멍청하다니까! 언니는 널 구하다가 성대를 다쳐서 벙어리가 되었어! 난 그 기회를 빌어 대타로 너랑 결혼식을 올렸고 일부러 널 술 취하게 만들어서 신혼방에 들여보냈지.” “순진한 우리 언니는 너랑 첫날밤을 보내고 아이를 낳았어. 아이만 낳으면 승계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아니?” “걔가 사내아이를 낳든, 계집애를 낳든 어차피 내 호적에 올릴 예정이었어! 그리고 후계자의 자리도 당연히 내 거야! 모든 게 내 거라고!” “언니 일가는 그렇게 할아버지한테 쫓겨났잖아? 벙어리 주제에 나랑 승계권을 두고 경쟁한다고? 꿈 깨라고 그래!” 염구준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그의 눈빛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여자가 있을까? “화가 나서 못 견디겠어? 아직 더한 것도 있는데!” 손혜린은 염구준의 표정을 비웃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저 불쌍한 모녀를 위해 나랑 싸우고 싶어? 웃기지 말라 그래! 내 옆에 이 사람 누군지 알아?” 그녀는 서재원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원 오빠는 서가의 도련님이야. 희주 저 계집애는 오빠네 사촌동생한테 주기로 했어. 그때가 되면….” 슥! 순식간에 거친 손아귀가 날아와서 그녀의 목을 졸랐다.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염구준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가 오른 손에 힘을 줘서 손혜린의 목을 잡은 채로 공중에 들어올렸다. 뼈가 우드득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고 손혜린의 얼굴이 자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염구준의 손아귀는 차가운 사슬처럼 그녀의 숨통을 옥죄었다. 그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목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이 인간, 진심이야!’ “지금 누구 앞에서 행패야? 죽고 싶어?” 옆에 있던 서재원이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망할 자식이 오냐오냐 해줬더니….” 쾅!!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리를 들어 서재원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서재원은 순식간에 튕겨나가더니 입에서 피를 뿜으며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내 딸에게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참는 거야!” 그는 손혜린의 두 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 목숨은 손가을한테 선택권을 줄 거야!” “말을 못한다고? 괜찮아! 고개만 끄덕이면 내가 대신 널 죽여줄 테니까!” “그러니 지금 말해. 내 여자, 손가을 어디 있어?” 손혜린은 숨을 쉬지 못해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대한 공포였다! 염구준… 그때는 그냥 폐급 아니었나?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지금의 염구준은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 같은 모습이었다. ‘이거… 사람 맞아?’ “아빠, 아빠….” 품 안에 있던 염희주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를 불렀다. “엄마 어디 있는지 제가 알아요. 엄마는… 스파랜드에서 일해요.” 스파랜드. 간판은 찜질방이지만 사실상 서가가 경영하는 유흥업소였다. 최저 소비가 50만원에서 시작하며 청해시에서 유명한 업소 중 한곳이었다! 일반인은 상상하지 못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운이 좋으면 가끔 여자 연예인도 만날 수 있었다. 한편… 4층 VIP 휴게실에서 우아한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동굴에서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였지만 어딘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아름답네!”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호화 안마의자에 육중한 몸을 맡긴 중년 남자는 멀리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자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몸매를 강조한 H라인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그의 각도에서 보면 짧은 치마 사이로 매혹적인 허벅지까지 훤히 보였다. 그녀의 하얗고 긴다리가 부드러운 조명을 받으며 탐스러운 윤택을 뿜고 있었다. 눈, 코, 입… 어디 하나 나무랄 것 없이 조화롭고 예뻤다. 미녀가 그림을 뚫고 나오면 딱 이런 느낌일까? 분명 얼굴은 웃고 있는데 미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애달픈 표정은 남자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석호 형, 저 여자 마음에 들어요?” 귀공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욕망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한 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청해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꼽으라면 저 여자일걸요? 애 엄마라고 들었는데 저 몸매 좀 보세요. 완벽하죠. 그리고 저 얼굴, 요즘 대학생들보다 더 싱그러워 보이지 않나요?” 서석호는 혀로 입술을 감빨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손가의 장녀 손가을, 예전이었다면 쳐다도 보지 못할 아득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쫓겨난 공주 신세가 되어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참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제4화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 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 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 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 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 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 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 “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 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 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 “왜? 마음 아파?” 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들 보이지? 여기서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 딸 무사하게 내가 조치해 줄 수 있어!” 손가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짐승 같은 자식! 손가을이 여기 출근한 첫날부터 서석호는 어떻게든 그녀를 구슬려서 잠자리 한번 해보겠다고 갖은 공세를 퍼부었다. 그녀는 끝까지 저항하고 그를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그런데 비열한 손혜린이 염희주를 서가의 지체장애아한테 보냈을 줄이야! 서석호는 당연히 이때다 싶어 그녀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어때? 고민 다 했어?” 서석호는 그림 같은 그녀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온몸에 열기가 솟구쳤다. 그는 경박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고민 다 했으면 이리 오지 않고 뭐 해? 여기 애들 다 내 동생들이야. 쑥스러워할 필요 없어.” “그래! 석호 형 기분 좋게 해주고 우리도 재미난 구경하고 얼마나 좋아?” 옆에서 음흉한 무리들이 방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가 손가을을 향해 휘파람을 불더니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 좋으시겠어요? 형님 놀다가 싫증나면 우리도 맛 좀 보게 해주면 안 돼요?” “손가을, 석호 형님 모시면 앞으로 이런 곳에서 출근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애까지 낳은 여자가 왜 이렇게 순진한 척해?” “딸이 인질로 잡혀 있는데 순순히 따라야지.” 비웃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손가을은 온몸을 떨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그들과 언쟁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서석호를 바라보며 손짓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울긴 왜 울어? 뭐가 그렇게 슬프다고? 웃어!” 서석호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그녀를 압박했다. “오늘 오빠 기분 나쁘게 하면 너희 모녀 둘 다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손가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치욕스럽고 화도 났지만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더 컸다. “빨리 좀 움직여! 우리 다 바쁜 사람들이야!” 서석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들 기다리기 싫다잖아. 딸 생각해서 빨리빨리 움직여야지!” 손가을은 고장난 기계인형처럼 다가가서 서석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손가을의 손목을 잡아서 일으켰다. 염구준이었다! 그는 품에 염희주를 안고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갈린 목소리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 왔어.” “저건 또 뭐야?” 벙쪄 있던 서석호가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감히 내 일을 방해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형님!” 다급한 발소리가 바깥에서 들리더니 경호원들이 안으로 달려와서 서석호의 주변을 호위했다. 그들 중 한 명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상황을 설명했다. “저 자식이 허락도 없이 쳐들어왔어요. 달리기는 어찌나 빠른지 애들이 다 같이 덤볐는데 결국 놓쳐서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네요.” 서석호와 함께 여가를 즐기던 청년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았다.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염구준을 포위했다. 하지만 염구준은 그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는 오로지 눈앞의 여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와 그녀의 슬픔, 절망, 그리고 반가움이 한눈에 보였다. 그녀 역시 그와 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 염구준은 손을 들어 염희주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를 위해 이렇게 예쁜 딸을 낳아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늦게 와서 미안해!” 손가을은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너무 감정이 격해진 탓에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 그녀는 두 손으로 치마를 힘껏 잡아당기고는 손짓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 했다. 그러던 그녀가 염희주를 가리키고 자신을 가리키더니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통곡했다. “나 수화 알아.” 염구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은 상관하지 말고 희주 데리고 빨리 가라고, 여기 위험하다고 말했지?” “그러다가 희주 데리고 도망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서 희주도 두고 나 혼자 도망가라고 한 거 맞지?” “당신은 날 기억하고 있었어. 항상 나를 그리워했고….” 손가을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았다. 눈물을 머금은 그녀의 속눈썹까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사람이 수화를 어떻게 알지? 게다가 급한 마음에 마구 손짓했는데 그걸 알아들었다.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는 그의 태도 역시 이상했다. 제5화 “내가 잘못했어.” 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 “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 “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 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 우드득!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 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으… 윽….” 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 ‘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 “두려워하지 마.” 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 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 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 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 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더라도, 복수 당할 거야. 게다가 서 씨 가문을 다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청해에서 서 씨 가문의 세력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 2조 넘는 자산을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계와 조폭들을 모두 손에 쥐고 있어! 서 씨 가문을 배후로 삼았기에 손혜린이 우리를 손 씨 가문에서 내쫓을 수 있었던 거야! 서 씨 가문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나 때문에 놀랐어?” 염구준은 염희주를 품에 안고 손가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가축을 죽이는 것과 같아, 아무 뒤탈도 없을 거야. 무슨 말 하고 싶어? 수화로 표현해. 내가 ……” 염구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가을은 소리 없이 통곡하며 가슴을 힘껏 두드렸다. 아무 말도 하지 마, 가, 가!! "알겠어……" 염구준은 하려던 말을 참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당신 말대로 그들의 목숨은 남겨 두지!” "가을아, 집에 가자!” 손가을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고 세 식구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주변의 부잣집 도련님과 경비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보지도 않았다! “듀겨!” 서석호는 경호원의 부추김을 받으며 일어나 염구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미친 듯이 끊어진 혀로 "듀겨. 드노믈 듀겨!”라고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은 한참 어리둥절하다가 깨달았다. 서석호는 “죽여! 그놈을 죽여!”라고 소리쳤다는 것을. "이 개새끼 죽여버리자!” "다 같이 덤벼!” "석호형을 위해 복수하자……” 서석호 옆에 있던 경호원들은 모두 번쩍이는 칼을 꺼내 들고 염구준 뒤에서 달려들었다. 염구준이 몸을 돌렸다. 날렵했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날아가 땅에 떨어졌고 여기저기 골절되었다. 피투성이가 된 그들이 염구준을 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해.” 염구준은 다시 뒤돌아서서 손가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잡으며 가볍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이 많다는 걸 알아.” "서두르지 마.” "당신의 목,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내가 꼭 낫게 할 거야!” "약속해!” 딸을 안고, 부인의 손을 잡고 방약무인한 듯 제왕클럽을 나섰다. “희주야” 염구준은 품에 안고 귀여운 꼬맹이를 보았다. "아빠한테 우리 집이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어? 아빠가 너랑 엄마와 같이 집에 갈게.” "그, 그……" 염희주는 아직도 염구준이 낯설었다. 손가을이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겁이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은빛 아파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요. 19번 버스를 타고 마지막 정류장에서 내려 좌회전……” 염구준은 마음이 아팠다.. 은빛 아파트는 도시의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주거지역이다. 이미 5년 전부터 재건설 하려던 지역이었다. 그때 염 씨 가문에서도 이 부지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교통사고로 염 씨 가문이 무너져 투자계획도 없던 일로 되었다. 5년이나 지났는데 은빛 아파트가 아직 철거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아빠한테 차가 있어서 이번에 버스를 타지 않아도 돼.” 염구준은 염희주의 작은 얼굴에 뽀뽀하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 "찾았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날카로운 고함소리와 브레이크 소리가 갑자기 옆 사거리에서 들려왔다! 서재원, 손혜린이였다. 검은색 마이바흐의 뒷좌석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어 염구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뒤의 6대 아우디 A8에서 서 씨네 경호원들이 내려와 염구준의 가족을 에워쌌다. "염구준, 역시 여기로 왔군!” 경호원들 사이로 서재원과 손혜린이 염구준 옆으로 다가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앙심을 품고 있었다! 서 씨네 별장에서 서재원은 염구준의 발에 차여 뼈가 부러질 뻔했고 지금도 아파 죽을 것만 같았다. 손혜린은 하마터면 목이 졸려 죽을 뻔해서 지금은 스카프로 목에 있는 멍 자국을 가렸다. 평생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쓰레기 같은 놈 하나, 벙어리 하나, 계집애 하나..."…" 서재원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다들 왜 멍하니 서있기만 해? 내가 뭐라 했어? 다들 덤벼!" "죽도록 때려!” 우르르! 총 20여 명의 서 씨네 경호원, 양복 밖으로 근육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다. 한눈만 봐도 실력이 좋은 줄 알 수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표정으로 덤벼들려고 하였다! "잠깐만!" 손혜린이 손을 들어 경호원의 행동을 말렸다. 그리고 손가을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빈정거렸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전쟁터에 갔다 왔다도 다시 희망을 품은 것 같은데?” "염구준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 줄까?” "광풍 투견장에서 강용수를 개에게 먹였어, 그리고 어르신이 가장 좋아하는 티베트 마스티프 세 마리도 죽였고, 관중들도 다치게 했지. 그래서 복잡한 일만 잔뜩 만들었고 나와 서재원도 때렸어!” "이것만으로도 너희 식구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해.”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충동, 너무 충동적이야! 사우나에서의 그의 행동을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염구준의 성격으로 봤을 때 사촌 언니 손혜린의 말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 모든 걸 염구준이 했을 것이다! 제6화 "가을아." 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손가을만 가만히 지켜보며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어!” 그리고 손혜린을 돌아보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손혜린,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건 아니겠지?” "서재원의 경호원들 덤비라고 한 명령을 좋은 의도로 말렸을 이유는 없고……” "말해봐, 도대체 뭘 하자는 거니?!” 서재원도 화를 억누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혜린, 나도 묻고 싶다. 왜 경호원들을 말렸니?!” "재원 오빠, 화내지 마. 이 쓰레기 같은 놈과 이혼하려고 그랬어!" 손혜린은 서재원의 품에 안기어 염구준을 째려보았다. "구청에 가서 여러 번 조사했는데 이 쓰레기 같은 놈의 정보가 없었어. 만약 그가 탄 해선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더라면 벌써 죽은 줄만 알았지!” "이제야 알았네. 전쟁터에 갔으니 혼인 정보가 군 시스템에 들어사서 내가 일방적으로 이혼 신청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염구준 본인이 동의가 있어야 해!” 서재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흥” 하는 소리를 냈다. "염구준, 당신이 전장에서 돌아온 것을 봐서 나랑 재원 오빠는 오늘 네 목숨을 살려 둘 거야!” "과거의 일도 묻어두지!” "대신 나랑 이혼해!” 염구준은 웃었다. 군인과의 혼인은 신성하다. 손혜린의 능력으로 쉽게 이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전신전 전주는 용제국 국주와 대등한 존귀한 신분이다. 청해 구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강대국의 정보 부서에서도 그의 정보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손혜린 이 우습고 어리석은 여자. "이혼, 요구가 이렇게 간단하다고?" 염구준의 염희주를 안고 그의 양 갈 머리를 잡고 놀면서 손혜린에게 가볍게 웃었다.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나도 같은 생각이야. 공교롭게도 생각이 일치하네!” "그리고." “네가 비록 나를 5년 동안 기만했지만 그래도 양쪽 어르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했으니 이렇게 서면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 "그래서 한 번 더 묻는다. 정말 잘 생각하고 나랑 이혼하려는 거니?” 손혜린은 한참 어리둥절해하다가 비웃으며 말했다. "염구준, 너무 잘난 채 하지 마! 네가 전쟁에 참가해서 봐주는 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너는 지금 죽었어!” "잘 생각해 봤냐고?” "생각하긴 뭘 해.” "나랑 이혼해 주지 않는다면 전에 일들의 죗값을 하나하나 칠러야 할 거야. 투견장 일, 티베트 마스티프 세 마리...…염구준, 네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악독한 여인은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세계 최정점과 불과 한 걸음의 거리인 신분을. 이 한 걸음, 그녀는 이미 영원히 넘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그녀를 살려두어도 머지않아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해질 것이다! "이혼, 그 소원 들어줄게." 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한 손으로 문자메시지를 빠르게 보냈다. 불과 십여 분 후. 부릉부릉!! 특별하게 생긴 검은색 롤스로이스 리무진 한대가 총 15대의 방탄차 호위를 받으며 멀리 떨어진 길모퉁이로부터 달려오더니 염구준 앞에서 서서히 멈춰 섰다. 링컨 대통령이 탔던 차와 같은 모델의 방탄차 번호판에는 전부 “G.J”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주군!” 군복을 입은 늘씬하고 용맹스러운 여성이 100명 가까운 총을 멘 정예 병사를 거닐고 성큼성큼 염구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전부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명을 받고 왔습니다. 지시 내려주십시오.” 여자는 무릎을 꿇으면서 두 손으로 서류를 건넸다. 위에는 “이혼서류”라고 크게 적혀있었다. 이혼서류! “좋아!” 염구준은 이혼서류를 받더니 손혜린에게 넘겨줬다. “어...” 손혜린은 이혼서류를 펼쳐 그 안에 적힌 내용, 도장과 날짜를 살펴봤다.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멍해져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의아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이 많은 차와 사람들, 살기등등한 전사, 군복 입은 여자, “G.J”라는 글자가 적혀진 번호판과 사람들이 외친 “주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염구준... 그는 대체 누구일가? 도대체 어떤 사람일가? 곁에 있던 서재원과 서씨 집안 20여명의 경호원들도 손혜린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길을 오가던 행인들도 그 자리에 서서 모두 염구준을 주시했다. 다들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호화스러운 차를, 백명이 넘는 무릎을 꿇은 정예 전사를, 그리고 태연한 얼굴의 잘 생긴 청년을 본적이 없었다... 텔레비전에서도 보기 힘든 희한한 장면이 현실에서 발생하다니! “이거... 이거 드라마 찍는 거겠지?” 행인들은 멀리서 그들을 쳐다보며 수군댔다. “군대 드라마 찍는 거겠지? 저 전사들 봐, 완전 무장했어. 너무 진짜 같잖아. 꽤 프로페셔널하네!” 사람들은 손가을과 손혜린도 살펴봤다. 그리고 서재원과 염희주를 안고 있는 염구준을 번갈아 쳐다보며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 “야, 저 여자 연예인들 너무 예쁘다. 아이도, 잘생긴 청년도, 그리고 경호원들까지...이거 무조건 회장님 나오는 그런 드라마야!” “어느 감독님 드라마지? 카메라는 어디 있는 거야? 카메라가 보이질 않네...” 사람들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수군거렸다. 별의별 말들이 다 떠돌았다. “연기를 한다고?” 사람들의 말을 들은 손혜린은 문뜩 정신이 들었다. 연기구나! 염구준이 일부러 사람들 불러 연기를 시킨 거야. 저 차들 다 빌린 걸 테고 “G.J” 번호판 같은 건 드라마에만 나오는 거지, 절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염구준, 어디서 이 사람들 다 찾은거야? 연기 나쁘지 않았어!” 손혜린은 생각할수록 웃음이 났다. 그녀는 비웃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난 척 연기하는 거 재미있어?” “고급 차에 경호원들까지, 그리고 만나자 마자 무릎까지 꿇고, 이 극본, 아주 상류사회 스타일이네. 참 잘 났어!” “쓰레기는 악을 쓴다고 해도 쓰레기일뿐이야, 내 앞에서 이게 뭔 수작이야? 허위라는 말도 너한테는 너무 과분한 말이다! 잘난 척은, 자, 계속해 봐!” 옆에 있던 서재원도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의아해 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염구준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믿을뻔했네. 염 씨, 돈 많이 들었겠어.” “이 차들 다 빌리려면 하루에 돈이 얼마나 들어?” “참 보기 민망하네!”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강한 자는 절대 약자의 도발과 비웃음에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신전 전주 염구준은 광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까부는 그들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가을아!” 염구준은 부드럽게 여자의 이름을 부르고 천천히 몸을 돌려 품에 안겨있는 염희주를 내려놨다. 퍽!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염구준, 그의 뒤에는 전신전 4대 전존인 주작전신이었었다. 그 뒤로는 전신전 전주의 직속 호위대 총 99명의 전사가 전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정렬하게 큰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그 하트모양의 중간에는 염구준이 있었다. “5년을 속임 당했어. 5년 동안이나 잘못된 사랑을 했어!” 염구준과 손가을의 눈빛이 마주쳤다. 염구준은 다정하게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오늘에서야 너랑 우리 딸을 찾았어!” “방금 나 손혜린이랑 이혼했어. 거짓뿐인 이 가짜 결혼을 끝내버렸어.” “이제 내 청혼을 받아줘,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를 줘, 너랑 우리 딸을 지킬 수 있게 한 번만 기회를 줘, 너희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줄게.” 말을 다 하고 염구준은 오른 손을 품속에 넣어 청혼 증표를 꺼냈다. 제7화 반지가 아니라 반짝이는 순금의 작은 토큰이였다. 정면에는 부조였고 뒷면에는 “G.J”라고 적혀있었다. 토근은 마치 수라장을 포위한 듯 살기가 넘쳤다. G.J 토큰! 4대 전존을 통솔하고 7대 전왕을 거느리며 108명의 전장에 백만 전사를 지배하는 용제국 최고의 영예이자 전신전 전주가 세운 공을 상징하는 토큰이다. 전신전 전주를 대표하는 토큰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이 토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손가을은 입술을 깨물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청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니, 5년간 무수히 환상을 해왔던 일이다! 5년... 그동안 너무 많은 억울함을 당했고 너무 많은 고난이 있었다! 그날, 목숨 걸고 교통사고로 다친 청년을 구했다! 그날 저녁, 술에 취한 남자에게 몸을 바쳤다! 그리고 5년 동안,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잃었고, 손씨 집안 맏딸의 자리를 빼앗겼고 심지어 부모님께도 피해를 끼쳐 집안에서 쫓겨나게 만들었다! 5년 사이, 그는 염희주를 낳았고 이별이 만남보다 많은 나날을 보냈다. 그나마 딸을 낳아서 다행히 모녀의 정은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까지 기다렸다. 오늘, 그녀의 남자가 돌아와 그들의 딸을 구하고 서석호 손에서 그녀를 구해줬다. 그리고 손혜린과 이혼을 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전부 가짜라고 해도, 염구준이 돈을 들여 섭외한 사람과 차라고 해도, 이 모든 게 거품같은 환상이라고 해도, 너무 행복했다. 염구준의 마음만 있으면 충분했다. “결혼해, 결혼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변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행인들이 박수를 보내며 흥분한 채 소리 질렀다. “결혼해, 결혼해...” 염구준 뒤에있는 주작전존과 호위대들도 전부 오른손을 가슴에 놓고 소리쳤다. “결혼해, 결혼해...” 결혼... 손가을은 입술을 꽉 깨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 참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염구준 손에서 G.J 토큰을 받았다! 무거운 G.J 토큰은 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반지가 아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염구준은 그녀의 남자고 염희주의 아빠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하하!” 염구준은 크게 소리 내 웃었다. 그는 왼팔로 염희주를 안고 오른팔로 손가을의 허리를 감쌌다. 염구준은 의기양양했다. 그의 여자와 그들의 딸. 그들을 전부 품에 안았다. 고난은 다 지나갔다. 오늘 전부 끝이 났다. 앞으로 염구준은 그들을 데리고 정상으로 올라가 그녀들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줄 거다. 그의 여자와 아이, 그들은 이 모든 걸 누려야만 마땅했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주작전존과 호위대는 무릎을 꿇은 채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그들의 고함소리는 하늘까지 치솟았다. “축하드립니다. 부인!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부인!” 소리는 거리를 지나 사면팔방으로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망할 것, 쓰레기, 빌어먹을...” 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본 손혜린은 이를 갈며 손톱이 살에 파이도록 힘껏 주먹을 쥐었다. 부끄러움이 노여움으로 변해버렸다. 차는 빌린 거고 사람은 고용한 거라고 해도 이렇게 굉장한 청혼은 너무 놀라웠다! 능력도 없는 염구준과 벙어리 손가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고 또 무슨 재주로 이토록 많은 사람의 박수와 축복을 받았을가? 그들에겐 너무 과분한 일이다! “혜린아, 가자!” 서재원이 독살스러운 얼굴로 손혜린을 자기의 차로 끌고 갔다. 그는 기사더러 빨리 차를 운전하라고 하면서 이를 물고 백미러로 보이는 염구준과 사람들을 쏘아봤다. 길거리 청혼, 판을 좀 크게 키웠다고 자기가 굉장하다고 생각하나 보지? 딱 기다려! 내가 바로 진짜 굉장한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 우리 일들은 내가 천천히 하나 하나 다 따질거야! 서재원과 손혜린이 그렇게 떠났다. 지니어스 클럽 밖, 거리에서 진행된 성대한 청혼 의식도 끝이 났다. 지나가는 행인과 차량도 환호 속에서 점차 흩어졌고 염구준도 염희주를 안은 채 손가을과 함께 자기의 차를 탔다. “주군!” 붉은 군복차림의 주작전존이 직접 운전석에 앉아 공경하게 “묵을 호텔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 지금 바로 호텔로 모실까요?” 라고 물었다. 염구준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염희주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은빛 아파트에 산다고 했었다. 이미 영광스럽게 돌아왔으니 장인과 장모를 만나러 가야 했다. “은빛 아파트” 염구준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출발!” 호화로운 차들은 빠르게 시내를 벗어나 근교에 자리 잡은 은빛 아파트를 향해 달려갔다! 은빛 아파트 5년 전에 이미 도시 재개발 계획에 포함되었지만 외진 데라 개발 가치가 떨어진다며 철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주민이 거의 전부 이사를 가서 이젠 거의 퇴직한 아저씨, 아줌마만 남아있다. 그 외에는 경제 능력이 떨어지는 일군들이 이 곳 값싼 셋집에서 살고 있다. 주변에 생활용품을 파는 작은 상점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G.J” 번호판을 단 고급 차들이 아파트 단지 앞에 서서히 멈춰 섰다. “아, 아아...”뒷좌석에 앉아있던 손가을은 창밖의 아파트 단지 대문을 보더니 살짝 이마를 찌푸리고 빠르게 손을 놀리며 수어를 했다. “구준 씨, 차 못 들어가게 해, 이 사람들 내리지 말라고 하고!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 거 너무 감동 받았어, 그런데 엄마 아빠는 옛날 사람들이라 이런 거 싫어해. 돈 주고 사람 구하고 차 빌렸다는 거 알면 말은 안 해도 많이 불편해 하실거야.” “...”염구준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었다. 돈 주고 사람 구하고 차 빌렸다고? 전신전 전주가 아내에게 이런 인상을 남기다니! “그래.” 그는 뭐라고 변명하지 않고 웃으며 염희주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전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손가을과 함께 아파트 단지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시각. 단지 2호 4동 108번, 10평이 채 되지 않는 낡은 집에는 손씨 집안의 셋째 아들 손태석과 그의 아내 진숙영이 소리 없이 방금 만든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다운된 분위기였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밖에서 방문이 열리더니 염희주가 깡충깡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는 기쁘게 말했다. “봐봐요, 우리 엄마랑 아빠랑 같이 왔어요. 나한테도 아빠가 생겼어요!” 뭐? 손태석은 몸이 떨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릇을 든 진숙영의 손도 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믿지기 않는다는 표정이었었다. 염희주의 아빠? 염, 염구준? “장인어른, 장모님.” 염구준과 손가을이 같이 들어와 어른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염구준 얼굴에는 존경과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이제야 5년전의 일을 알게 됐어요. 손혜린이 제 아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두 분이 저의 진짜 장인어른, 장모님인 것도 다 알게 됐습니다.” “제가 불효자식입니다. 가을이랑 희주 억울하게 살게 하고 두분도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손태석 입가 근육이 움직였다. 하지만 염구준이 입은 군복과 전투화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고 아무 말 없이 계속 밥을 먹었다. 진숙영은 가까스로 웃으며 염구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가을에게 눈치를 준 후 염희주를 안고 침실로 들어가버렸다. 제8화 “...”손가을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부모님의 태도는 너무 명확했다. 손씨 집안에 장가를 온다고 해도 염구준은 데릴사위에 불과하다. 제대했어도 돈은 받지 못했을 거다. 돈이 없으면 생활이 좋아질 리가 없다. 노동력은 많아졌지만 동시에 밥 먹는 입도 늘어난 셈이다. 부모님은 이 사위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을아.” 손태석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그릇에 담긴 밥을 다 먹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 몇 년간 일해서 모은 돈이 얼마나 되니? 희주 유치원 학비랑 돈 들어갈 거 다 빼면 50만원은 되니?” 손가을은 얼굴이 하얘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줘봐.” 손태석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집에서 쫓겨나고 아버지가 다시 집안으로 돌아가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너도 알 테다. 내일이 어르신 칠순 잔친데, 그 돈으로 제대로 된 선물 하나 준비하고 싶구나. 어르신이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손가을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돈은 있다! 손혜린이 그녀더러 사우나에서 일하라고 시키면서 갖은 모욕을 줬지만, 손님 등을 밀어주고 가끔 피아노 쳐주면 운 좋은 날은 팁도 받을 수 있어 돈은 적지 않게 벌었다. 몇 년 동안 일해서 손가을은 몇백만 원은 모았다. 하지만 손씨 어르신 마음은 얼음보다 차갑고 돌덩이보다 단단했다. 고작 몇백만 원의 선물을 드렸다고 절대 그들을 다시 받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돈...” 장인어른의 눈치를 보던 염구준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만졌다. 헉. 난처했다. 그는 전신전의 전주다. 혼자 돈을 주고 무얼 사본 적이 없었다다. 하찮게 여겼던 돈이지만 지금은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주머니를 만지는 염구준을 보자 손태석은 눈이 반짝해졌다. 하지만 빈손인 걸 보자다시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푹 수그리고 머리를 저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 염구준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장인어른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인가! 사부작, 사부작. 입술을 깨물고 곁에 있던 손가을은 염구준의 옷을 당기더니 수어를 했다. “제대하면서 받은 돈 사람 구하고 차 빌리는데 다 써버렸지? 다음엔 그러지 마. 좋은 직장 찾아서 열심히 돈 벌면 우리 생활도 점점 좋아 질거야. 그러면 우리 부모님도 당신 낮잡아 보지 않으실 거야.” 그러고는 염구준을 데리고 자기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문을 잠갔다. 조용했다. “엄마 아빠가 희주 낮잠 재웠어. 오후에 다시 유치원 보내야 해.” 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면 방 안에 침대를 가리켰다. “당신도 좀 쉬어. 오후에 같이 일자리 찾으러 가자. 나도 오후에는 사우나 안 나가고 같이 갈게.” 부끄러워하는 아내를 보자 염구준은 5년 전 불같았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그는 팔을 벌리고 열정적인 눈빛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을아, 이리 와봐!” “...” 손가을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고 얼굴색도 빨갛게 변해버렸다. 그는 입을 다물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떨리는 소리로 수어를 했다. “구준 씨, 이러지 마, 아직 준비가 덜 됐어. 게다가... 요즘 몸이 좀 안 좋아.” 염구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웃었다. 그는 아내한테 다가가 예쁜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가을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입 벌려 봐.” “...” 손가을은 얼굴이 완전히 빨개졌다. 부끄러움에 땅을 파고 숨어버리고 싶었다. 몸이 불편하다는데 왜 그러지... 너무 나빠!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손가을의 새빨개진 얼굴을 만지며 염구준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말 들어, 입 벌려봐. 내가 군대에서 의술을 조금 배웠는데 네 목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손가을 “...” 아까보다 더 부끄러워졌다. 나쁜 놈, 목 검사를 할거면 미리 얘기해주지! 염구준을 빤히 쳐다보다 손가을은 눈을 감고 새빨간 입술을 벌려 목을 보여줬다. “응...” 아내의 목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염구준이 눈을 반쯤 감았다. 상태가 심각했다. 자동차가 폭발하면서 생긴 열과 연기때문에 목 전체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 5년이 지나 겉은 다 치유가 됐지만 상한 성대는 회복이 어려워 소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약물치료는 물론 침을 맞는다고 해도 별 효과가 없다. 목소리를 되찾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천어화! 천조국의 국화이기도 한데 세상에 하나만 남아있다. 천조국 주궁전 뒤에 있는 화원에 심겨졌는데 따로 그 꽃을 돌보는 사람도 있다. 천조국에서는 천어화를 하늘의 언어라고도 부르는데 목 치료에 특효가 있다. 천어화는 매년 9월에 꽃이 피는데 아주 향기로워 꽃이 피는 15일 동안 궁 전체가 향기롭기 그지없다. 지금이... 마침 9월이다! “네 목, 내가 꼭 치료해 줄게.” 검사를 마치고 염구준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나갔다 올게, 저녁 8시 전에는 돌아올 거야.” 손가을은 얼굴을 들어 염구준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수많은 말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간단히 수어 몇 마디를 했다. “저녁에 밥 해 놓을 테니 와서 먹어.” 염구준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집을 나섰다. 그는 다시 은빛 아파트 단지 대문으로 돌아왔다. 그 시각. 불필요한 소동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밖에 세워졌던 차들은 이미 떠났다. 붉은색 옷차림을 한 여자만 공경하게 염구준 뒤를 따라 은빛 아파트를 나섰다. 멀리 교외까지 걸어가서야 그녀는 몸을 구부리고 “주군!”이라 불렀다. 염구준은 눈을 반쯤 감았지만 눈빛은 반짝였다! “가을이 목이 많이 상했어. 천어화로만 치료가 가능해!” 그는 주작전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명을 전해. 4대 전존, 9대 전왕, 108 전장, 모두 모여!” “3시간 후에 천조궁으로 모이라고 전해!” “천조국 국주랑 얘기를 해봐야겠어!” “뭐라고 하든 꼭 천어화를 가져야겠어!” 주작전존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핸드폰으로 전신전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재빨리 군주의 명령을 전했다. 그러고는 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의가 앙양됐다. 천조국! 북쪽 변경 싸움 때 전주가 직접 나서서 천조국 10대 전신을 죽이고 50만 정예를 물리쳤었다. 천조국 국주가 겉보기에는 평화를 구했지만 다시는 용제국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선의를 보여도 쓸모 없다. 천어화를 내놓거나 국가를 망하게 하거나 둘 중 하나다. ...... 대략 3시간 후 천조국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다! 10대가 넘는 전투기가 전자첩보망을 뚫고 천조국으로 쳐들어갔다. 천조국은 포연이 자욱하고,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전신전 전주 염구준은 4대 전존, 7대 전왕, 108 전장을 거느리고 반 시간도 안 돼는 사이에 천조궁 8000정병을 물리치고 천조국 진국장국, 12 호국전신과 30명이 넘는 천조전장을 죽였다... 천조국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거의 3분의 2의 첨예병력을 잃었다. 그 중 거의 절반은 염구준 손에 죽었다. 이번 전쟁 후 천조국은 원기를 상했고 10년이 넘는 시간 없이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세상을 놀라게 한 전쟁이였다. 제9화 “알아봐, 똑바로 알아보라고! 염구준 뭐하는 짓이야?” 노여움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미화기국, 유럽의 나라들, 극한의 북극 땅,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장병들이 지키고 있는 장비 빌딩, 아무도 모르는 군사기지, 극비의 군사 체널, 고위층 군사 장령, 모두 소리쳤다. 놀랍다, 너무 놀라웠다! 전신전이 천조국을 기습해서 천조궁을 쳤다. 거의 다친 사람 하나 없이 28분 사이 천조국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전신전...혹은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 가진 능력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끔찍할 정도로 놀라웠다. 세계 강국들은, 심지어 용제국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고 있었다! 천조국 국주가 염구준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건가? 전신전이 왜 갑자기 전쟁을 일으킨거지? 염구준...대체 뭘 하고 싶은거야? “별거 아닙니다.” 모두 전신전이 왜 그랬는지 알아보려고 바삐 돌아칠 때 염구준은 이미 적룡전투기를 타고 용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설련 모양의 분홍색 꽃이 쥐어졌고 오른손으로는 전투기 통신기를 들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 국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꽃을 따러 간 것뿐입니다. 아도랑이 눈치도 없이 저랑 팔씨름을 해보겠다고 해서요.” “팔목도 저보다 가늘더군요. 그래서 천조궁을 불 질러버렸죠. 기억에 남으라고.” “그것 뿐입니다.” 전화 반대편 “...”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용제국 국주는 염구준이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하는 걸 듣자마자 그가 따려는 꽃이 바로 천조국의 국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엇보다 귀한 천어화라는 걸 알아챘다. “구준아...” 용제국 국주는 웃지고 울지도 못했다. “네가 너무 강해서, 나라들 사이의 평화가 깨지니까, 그래서 내가 널 전쟁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거, 그래서 전신전도 꾸리고...그런데 넌...2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거의 천조국을 박살 내버리면 다들 더 긴장하게 되잖아!” “그 노인네 몇이 미친 듯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서는 너한테 무슨 비밀 임무라도 줬는지, 그들 해치지는 않을 건지 물어보더라.” “너 때문에 다들 많이 놀랐다고!” 염구준은 싱긋 웃었다. 국주가가 말한 그 “노인네”, 당연히 적대 나라의 국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짚었다. 전신전에서 그들을 상대한 틈이 어디 있겠는가? 천조국 국조가 패배를 승인했고 천어화도 손에 넣었으니 이번 행동은 완벽하게 끝이 난 셈이다. “이상한 상상하지 말라고 하세요.” 염구준은 통신기를 쥐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말씀 드리세요. 그들이 용제국을 침범하지 않으면 전신전도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가 용제국을 노렸다가는 오늘과 똑같이 당할 겁니다!” “용제국을 탐하는 자,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반드시 망하게 할겁니다!” 용제국 국주는 위안을 받았다. 염구준이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용제국에 전신전이 있어 다행이다. 용제국에 충성하고 적은 거침없이 물리치는, 그게 바로 전진선 전주 염구준이다! 전화를 끊고 염구준은 전투기에 앉아 기대의 눈빛으로 손에 쥐어진 분홍색 꽃을 만지작거렸다. 천어화! 천어화가 있으면 가을이의 목을 치료할 수 있을거다. 현대 의술로 목 혈관 신경을 정리해주고 꽃줄기의 즙을 마셔주면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기쁨과 웃음... 오늘의 모든 것이 마땅했다! 연인의 웃음을 위해 나라를 망쳐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깊은 밤 11시 반, 은빛 아파트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낡은 건물이 달빛 아래 더욱 쓸쓸해 보였다. 희주를 제외한 손씨 가족은 모두 잠 못 이루고 있었다. 거실에서 손태석과 진숙영이 암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손가을의 얼굴은 창백했다. 우연히 고개를 들어 식탁위의 작은 불상을 보니 눈빛이 서늘해졌다. 계산을 잘 못했다. 오늘 오후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모은 5백만 원을 꺼내 손태석과 함께 금은방에서 이 불상을 샀다. 내일 손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서 선물로 드릴 불상이었다. 그런데 방금 손씨 어르신께 전화가 왔다. 손태석에게 화를내며 욕을 한바탕 퍼붓고는 칠순 잔치에도 그와 진숙영이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어린 아들과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또 이를 바득바득 갈며 염구준이 한 짓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시끌벅적한 광풍 투견장, 서재원을 때리고, 서석호가 맞았다고…… 서씨 가문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 “염구준……갑자기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손태석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주먹을 테이블에 내리꽂으며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손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로, 그는 어르신께서 자신을 구해주시고, 그들 가족을 다시 데리고 가는 장면을 시도 때도 없이 상상해왔다. 이번 칠순 잔치가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염구준이 돌아와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 놓으니 유일한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그들은 손씨 가문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가을아.” 진숙영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손가을을 보고 말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르신께서 희주랑 구준이 데리고 잔치에 오면 얼굴보고 다 설명해주신대. 서재원이랑 서석호한테 사과도 하고.” “가서 아무것도 신경쓰지마. 사고는 염구준이 치고, 어르신이 다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거야. 서씨 가문에서 복수하려고 하면 다 걔들이 알아서 하라고 그래!” 손가을은 낯빛이 서늘해졌다. 입술을 꽉 깨물고, 손을 들어 천천히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아빠, 엄마, 나랑 구준이가……” 똑똑똑! 수화를 이제 막 시작했을 때, 거실의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너냐?!” 손태석이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자, 잔뜩 화가 난 염구준이 문 앞에 서있었다. 이 개자식! 하라는 일은 안하고,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점심에 쉬지도 않고, 오후에 일거리를 찾으러 나가지도 않더니, 갑자기 그림자도 안 보였다. 가을이랑 희주는 그가 돌아오면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8시가 넘어서도 오지 않던 그는 이제서야 왔다. 이런 집에 가을이네 모녀가 있는지 없는지, 장인 장모가 있는지 없는지 눈에 보이긴 하는 건지. 딸을 이런 쓰레기 같은 놈에게 시집 보내려니, 지나가던 개에게 시집 보내느니만 못할 것 같다. 개는 집이라도 볼 줄 알지! “장인어른, 장모님.” 염구준이 거실로 들어와 식탁위에 놓인 작은 불상을 보고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역시! 그들은 내일 손씨 어르신 칠순 잔치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을 것이다. 선물까지 다 준비해두었다니! “내일, 너 가을이랑 희주랑 같이 칠순 잔치에 다녀와!” 손태석이 염구준의 눈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결국, 고개를 저으며 창백한 얼굴을 한 손가을을 보고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이 불상 챙겨가고, 어르신한테 한 번만 봐 달라고 잘 빌어!” “서씨 가문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네 밥그릇은 네가 챙겨야 할 것 아니겠나!” 말이 끝난 뒤 진숙영을 잡아당겨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가을아.” 염구준의 시선은 장인 장모를 떠나 그제서야 손가을을 향했다. 주머니에서 천어화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 “점심에 천조국에 잠시 갔다 왔어. 이건……” 손가을은 있는 힘껏 귀를 막았다. 참지 못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거짓말, 그는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염구준, 넌 희망이 없어, 내가 인정해! 그 해 교통사고로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널 손씨 가문으로 데려와서 내 남편으로 삼는게 아니었어. 내가 인정해, 내가 다 인정해! 하지만 넌 군대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을 치렀으니 성격도 얌전하고 더 성숙해질 수도 있잖아? 그렇게 돈 들여서 차까지 빌려서 서프라이즈로 프러포즈 해준 거, 난 정말 감동이었고, 너무 감사했어. 근데 그거 다 가짜였잖아! 사실 서씨 가문에, 어르신한테 죄를 지었다 해도 내가 같이 감당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너도 용기를 내서 남자 답게, 태연하게 감당해야 하잖아! 도망치는 게 아니라! 천조국에 잠시 다녀왔다니…… 우주에 다녀왔다고 하지, 왜? 도대체 날 언제까지 속일 셈이야?! “……” 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며 천어화를 천천히 내려 두었다. 그의 눈에는 서늘함이 스쳤다. 손씨 어르신, 서씨 가문? 내일은 잔칫날이야. 다 두고 봐! 제10화 이튿날 오전, 청해 비치 호텔. 꼭대기 층의 호화로운 연회장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축하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청해 송씨 가문에서 백옥 불상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연회장의 정문에서 손씨 가문의 관리자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며 기쁘게 말했다. “어르신 감축 드리옵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 “심씨 가문의 노부인께서 어르신의 송학장수를 기원하며, 당대 화가의 대작인 <송령학수도>를 선물하셨습니다!” “장씨 가문의 가주께서 어르신의 하시는 일이 다 잘되길 바라는 뜻으로 금옥 불상을 선물하셨습니다……” 손씨 어르신이 말했다. “손중천”, 온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로 연회의 메인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씨 어르신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은 나팔꽃처럼 활짝 폈다. “콜록, 콜록!” 손님들이 모두 올 때까지, 손중천은 여러 번 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힘주어 내리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바쁘신 와중에도 이 노인네의 칠순 잔치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손씨 가문이 청해의 이류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축하를 받으니 정말 영광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 연회장 안은 손님들의 박수 갈채와 환호성이 뒤섞여 쏟아졌다.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청해 손씨 가문이 이류 가문이라지만 저희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손씨 어르신께서 덕을 베푸시니, 모두가 손씨 가문을 찬양합니다. 정말 용제국의 초호화 가문답습니다!” “맞습니다! 손씨 어르신 아래로는 혜린 아가씨와 같은 특출난 손녀 따님이 계시니, 손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듣자하니 혜린 아가씨와 염구준 그 쓰레기는 이미 이혼하셨다고요? 서씨 어르신은 혜린 아가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니, 좋은 일이겠죠?” “서씨 가문과 손씨 가문이라면 강력한 연합이네요. 저는 좋은 소식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너나할 것없이 한 마디 씩 오가고, 손중천의 마음에 들만한 말을 저마다 한 마디 씩 하고 나니, 어르신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다만 왠지 모르게, “손씨 종족”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가 다시 펴졌다. 손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손혜린은 예외였다. 그녀와 서재원은 나란히 손중천의 양쪽에 앉아 서로를 보고 있다가 입을 가리며 “큭큭”댔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은 아니었다. “어르신, 칠순은 중요한 잔치인데 누군가가 깎아내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염구준, 손가을, 그들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나?” “어르신을 존경하지 않다니, 너무 무례하잖아요!”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하거라.” 손혜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회장 전체가 한 순간에 고요해졌다. 가문 내전이다. 5년 전,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속이 뻔히 보였다. 그 당시, 손씨 가문의 남자들은 권력이 없었다. 손중천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조건을 걸었다. 손가을과 손혜린은 동시에 남편감을 구했으며, 둘 중 손주를 낳는 사람에게 손씨 가문의 경영자 자리를 주어 손씨 가문 전체를 계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손가을은 중상을 입어 벙어리가 되었고, 손태석은 딸의 치료를 위해 가문의 돈을 가져다 쓰며 손씨 가문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후 손가을은 손혜린의 함정에 빠져 염구준을 데릴사위로 삼아 밤새 뒤엉켜 딸 염희주를 낳았다. 손중천은 차갑고 무정한 사람으로, 손혜린의 이간질로 손가을 가족을 손씨 가문에서 내쫓아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다. “흥!” 손중천은 연회장의 정문을 눈으로 한 번 훑고는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어젯밤 그는 친히 전화를 걸어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미리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지 않고 있다. 곧 점심 12시이다. 잔치는 곧 시작되지만 그들은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다. 정말 한스럽다! “손씨 어르신 화 좀 푸세요.” 서재원은 손중천의 얼굴을 보고는 낮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염구준 같은 쓰레기 처리하는 게 어렵습니까?” “어르신이 고개만 한 번 끄덕이시면 서씨 쪽에서 사람을 보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예요.” “죽거나 살거나 어르신 말 한 마디면 된다고요!” 손중천은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염구준!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서는 마음대로 사고나 치고, 소란이나 피우는 것이냐!” 그는 험한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손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공공의 적임을 선포한다. 염구준을 보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마음대로……” “마음대로 뭐요?!” 연회장 정문에서부터 들려온 난데없는 큰소리가 들려와 손중천의 말이 끊겼다. 솨솨솨! 연회장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시선이 동시에 움직여, 이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염구준! 희주를 품에 안고, 오른손으로 손가을을 잡고 연회장의 정문에서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서 주요 연회 테이블 앞까지 걸어와 차가운 눈빛으로 손중천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손혜린과 서재원의 얼굴을 각각 한 번씩 살펴보았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차가움과 압도적인 냉정함이 느껴졌다. 살인 기운, 그 어떤 걸로도 가리려 하지 않는 살인 의지가 느껴졌다. 만약에 손중천이 손가을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는 이미 죽어있을 터였다. '너구나!' 손중천의 노약한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그다음에는 분노에 찬 미소가 번져 나왔다. '틀림없다, 바로 그놈이었다!' '5년 전 손 씨 가문에 들어온 그놈, 몇 년 동안 전진할 수 없었던 군마 생활 끝에 해적으로 전락한 악당, 염구준!' "감히 여길 오다니?" 서재원과 손혜린이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고, 손가을에게 곁눈질했다. "어떻게? 간덩이가 부었구나? 할아버지한테 맞서보려고?" "살고 싶지 않은 거야?" 주변에선 많은 하객들의 시선이 모였고, 그중에는 염태용의 아내인 신채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멀리 떨어진 식탁에 앉아 있었으며 염구준과 손가을을 흘끗 쳐다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염구준 이 쓸모없는 놈이 정말 손 씨 어르신과 맞서겠다고?' "죽고 싶은 게냐?" 손중천이 독기 어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방금 이 늙은이한테 물어봤지, 어떻게든 해달라고?" "이 늙은이가 지금 가르쳐 주지!" "서 씨 가문이나 손 씨 가문, 그 누구든 이딴 쓰레기를 만나면 혼쭐을 내줘!" "죽든 살든! 내가 널 죽인다 해도 넌 죽어 마땅해!" 쾅! 염구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가을의 머릿속에서 폭발음이 울렸고, 그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망했다! 정말 망했다! 어르신이 분노로 가득 찼고 당장이라도 염구준을 죽일 기세였다. 청해에서 손 씨 가문은 이류 가문에 불과하지만, 서 씨 집안은 일류 집안에 속한다! 두 가족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염구준 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손가을, 그녀의 부모님, 희주까지... 완전히 파멸했다.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구준 씨, 당신은 정말 큰일 났어!' 쉰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수화 동작을 연달아 했다. '할아버지, 제발 우리 가족을 살려주세요, 구준 씨도 살려주세요! 구준 씨를 대신해 할아버지께 사과드릴게요!' 수화로 말하면서, 아름다운 얼굴에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손가을은 그저 그대로 무릎을 꿇어서 손중천에게 복종하려 했다. 그러나... "가을아, 무릎 꿇지 마!" 염구준은 손을 내밀어 손가을의 작은 몸을 굳게 받쳤다! 손중천을 똑바로 직시하던 그는 다시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러분,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염구준과 손 씨 어르신중 누가 옳고 그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여러분들 중에 이 염구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고개를 숙이고 경청하겠습니다!" "만약 손 씨 어르신께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곧장 떠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의 옷이 피로 물들게 될 것입니다!" 군중들이 박장대소했다. "어디서 일개 데릴사위가! 피를 흘리라 마라야! 네가 뭔데?" "오늘 생일 연회가 헛되지 않았네요, 깜짝 놀랐네요. 정말 미친놈을 직접 보다니!" "정말 서 씨 집안이랑 손 씨 집안이 쉽게 건드릴 상대라고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손가을이 점점 초조해졌다. 염구준의 옷을 끊임없이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수화로 의사소통하려고 했다. '구준 씨, 미쳤어? 빨리 놔줘! 무릎 꿇고 할아버지에게 사과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 죽을 수 도있어.' "후우!" 염구준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 눈빛은 완전히 단호해졌다. 저런 광대놀이밖에 안되는 사람들, 직접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오늘은 손 씨 어르신님의 칠순입니다. 저 염구준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축하하러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는 가슴을 펴고, 진지하게 말했다. "때릴 거면 때리고, 죽일 거면 죽이세요. 하지만 이 전에 적어도 축하 선물 하나는 가져와야겠지요. 경축의 의미로!" "손씨 어르신, 출세와 부귀영화를 기원합니다!" "나와라!" 염구준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연회장 입구에서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찬란하게 빛나는 나무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