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빛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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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빛이 되어

GoodNovel Hoàn thành
애증엇갈림/오해숨겨진진실맴찢

성하준과 결혼한 지 2년째 되던 해, 그는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하준은 무심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서야, 너도 ...

Chương (1)

第1章

성하준과 결혼한 지 2년째 되던 해, 그는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하준은 무심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서야, 너도 한번 해보는 게 어때? 젊고 활기찬 사람은 역시 다르거든.” 하준이 나를 시험하려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괴롭히고 조롱하는 것을 즐겨왔으니까. 하지만 그가 몰랐던 건, 이번만큼은 내가 정말로 마음이 흔들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는 ‘젊은 사람’의 허리와 복부에 남겨진 생생한 손톱 자국을 보며,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외쳤다. “신은서, 누가 감히 너한테 진심을 품으라고 했어?” 제1화 집에 돌아왔을 때 2층 침실에서 가끔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코트를 벗어 팔에 걸치고 잠시 멈춰있었다. 결국 무거운 걸음으로 침실로 향했다. 정교한 조각된 문을 밀자 성하준이 한눈에 들어왔다. 갈색 셔츠는 반쯤 열려 있었고 넥타이는 이미 사라졌다. 품에 안긴 소녀가 마침 포도를 먹여주고 있었다. 하준은 비록 포도를 밀쳐냈지만 표정은 만족스러운 듯했다. 발걸음 소리를 듣자 소녀는 웃으며 돌아보았다. “해준 오빠, 아줌마가 해장국을 가져왔나?” 소녀의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고, 손에 든 포도는 카펫에 떨어졌다. 나를 본 소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나지막하게 불렀다. “아, 아가씨.” 나의 시선은 소녀의 어깨에 멈추었다. 일련의 붉은 자국이 눈부시게 보였다. 목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성하준, 뭐 하는 거야?” 하준은 눈을 치켜들고 나를 보더니 짜증을 내며 혀를 찼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품에 안긴 소녀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알면서 왜 그래? 이미 봤잖아.” 하준은 소녀를 안고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하지만 은서야, 넌 어린 소녀에게서 배워야 해. 하루 종일 우울한 표정일 짓기는커녕, 행동도 딱딱해. 정말 재수없고 재미없어.” ... 나와 하준은 18년 동안 알고 지냈고, 하준는 18년 동안 나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일곱 살 때 나의 어머니가 하준의 가족에 끼어들었다. 2년 후 하준의 아버지 성영국의 돈까지 모두 가져가고 나만 남겨두고 떠났다. 고아원에 가겠다고 제안했지만 하준에게 거절당했다. 하준은 시뻘건 눈을 뜨며 두 손으로 나의 팔을 아플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신은서, 꿈도 꾸지 마. 넌 평생 내 곁에서 속죄해야 해.”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하준이 원하는 건 그저 만족할 때까지 곁에서 부려먹는 것일 줄 알았다. 하지만 졸업 후 나를 데리고 혼인신고를 하러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결혼한 날, 성영국은 화를 냈다. 진정된 후 성영국은 다시 나를 끌고 펑펑 울었다. “은서야, 이 일은 하준이 잘못이야, 하준을 원망하지 마.” 성영국은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은서야, 성씨 가문에게 후대를 남겨줘.” 너무 엄숙하게 말하여 나는 멍하니 물었다. “아저씨, 자식을 낳는 게 속죄하는 거예요?” 성영국은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더니 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계속 울컥했다. “맞아, 미안해, 은서야.” ... 결혼식 날 밤, 나는 손을 뻗어 하준의 셔츠 단추에 손을 댔다. 제2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 후 탄탄하고 매끈한 근육이 드러났다. 마지막 단추를 풀려고 할 때 하준이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선 넘은 나의 행위를 거칠게 말렸다. “신은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준을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우리가 잘 살기 원해. 아이도 낳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하준은 내 손을 떼어낸 후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 밑에는 서리가 얼어붙어 있었다. “정말 네 엄마만큼이나 싸구려네. 그렇긴 해, 부패한 사람이 무슨 좋은 자식을 낳을 수 있겠어?” 하준은 나를 떼어낸 후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나에게 내리쳤다. 유리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자 뒤에 있는 테이블에 부딪혔다. 하준은 발을 들어 내 손가락를 짓밝으며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를 낳는 거로 속죄하고 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신은서, 이번 생에 널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넌 개처럼 내 곁에서 부려먹게 해야 해.” 하준의 셔츠는 헐렁했고 단추가 거의 다 찢어져 있었다. 그러자 운동을 열심히 하여 만들어진 에쁜 근육 라인이 드러났다. 나는 흘끗보고 담담하게 눈을 피했다. 신혼 밤의 불쾌함 이후로 하준은 날 만난 적이 없다. 하준은 나를 건드리지 않았고, 곁에 있는 여자도 끊임없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성영국이 바라던 아이을 낳을 기회가 없었다. “신은서.” 하준은 나지막하게 불렀다. 어쩌다 부드러운 말투였다. 나는 눈을 치켜들자 하준도 비아냥 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젊고 활기찬 사람은 달라.” 나는 웃으며 문 밖으로 나가려했다. 날 난감하게 만드려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자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하준은 미쳐버릴 수도 있다. “오늘 저녁 연회가 있어, 예쁘게 입고 와.” ... 나는 의아했다. 하준은 그 어떤 연회에도 나를 데려간 적이 없다. 결혼 후 외부인 앞에서 나와 아무런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하준과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하준의 팔짱을 끼고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낯익은 사람에게로 향했다. 순간 발걸음이 무거워지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정태우이 돌아왔어?’ 하준은 나의 마음을 눈치채고 몸을 숙여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때, 옛 애인 만나서 신나지 않아?” 하준은 내 시선을 따라 보았다. 그러자 눈이 마주쳤다. 하준은 피하지 않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러더니 잔을 들고 태운을 향해 다가갔다. “정 사장님, 안녕하세요.” 하준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태우를 향해 잔을 들었다. “정 사장님이 은서의 친구라고 들었어요. 저와 은서의 결혼식에 오지 못해서 유감이네요.” 태우는 하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히 천천히 나에게로 향했다. “오랜만이야, 신은서.” 나는 심호흡을 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제3화 “정태우, 오랜만이야.” ... 고등학교 때 태우는 3년 내내 나의 짝꿍이었다. 태우가 문과를 선택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났다. 담임 선생님은 태우의 높은 이과 점수에 의아해했다. 태우는 나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침묵했다. 그 당시 나는 너무 열등감에 빠져서 어린 시절에 가장 흔한 꿈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었다. 나중에 태우가 내가 쓴 이야기 원고를 가져가서 공모전에 출품했다. 태우는 수상작을 펼쳐놓고 나의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괜찮아, 신은서. 봐, 넌 정말 잘하잖아.” 그 당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태우는 항상 나를 향해 엎드려 자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내가 대강을 쓸 때 태우는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네가 시나리오를 쓰고 내가 촬영을 할게, 우리 평생 떨어지지 말자.” 그 당시 너무 어린 나는 미래가 정말 기대되었다. 한동안 미래가 말대로 될 줄 알았다. 수능이 끝나던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시험장을 나서는데 태우가 우산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유롭게 비를 맞으며 즐거워하는 수험생들을 보며 물었다. “진태우, 우리도 미쳐보는 건 어때?” 태우는 손에 든 우산을 거의 완전히 내 쪽으로 기울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안 돼, 너 곧 생리야, 감기 걸리면 안 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가는 학생들을ㄹ 바라보자 마음이 씁쓸했다. “진태우, 졸업하면 매일 볼 수 없을 거야.” 태우는 비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졸업한 거지 헤어진 게 아니잖아.” 빗소리가 너무 커서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뭐?” “못 들었으면 됐어.” 태우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우리가 헤어질 때까지 태우는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 하준은 와인 한 잔을 따라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옛 친구를 만났는데, 술 한 잔 해야지.” 이 말을 듣자 항상 차분하고 고상한 태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태우는 손을 뻗어 내술잔을 눌렀다. “괜찮아요, 여자 아이잖아요. 술을 권하지 마세요.” 나는 씁쓸한 눈을 깜빡이며 잔을 들었다. “괜찮아, 이제 마실 수 있어.” 태우는 멍해지더니 가볍게 웃으며 술잔을 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응, 다컸네.” 내 허리를 감싼 하준의 손에 힘이 더 세졌다. 하준은 눈을 내리깔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조롱과 혐오가 가득했다. “정 사장님.” 하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를 숙여 나에게 키스를 했다. “저와 은서는 아직 할 일이 많아서, 먼저 가볼게요.” 하준은 말을 애매하게 했다. 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태우는 손을 뻗어 하준의 팔을 잡았다. 손등이 팽팽하고 핏대가 서는 것에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가 보였다. 하지만 돌아서 나를 바라볼 때 말투는 가벼워졌다. “은서야, 이 사람과 같이 가고 싶어?” 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선택권을 나에게 주었다. “자기야, 묻잖아. 나랑 같이 갈 거야?” 순간 몸이 떨리며 손을 힘껏 움켜주었다. 태우가 다시 말을 꺼내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태우를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고 목소리도 최대한 낮추었다. “정태우, 우리 먼저 갈게.” 말이 끝나자마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하준의 팔짱을 끼고 떠났다. 제4화 하준은 화를 내며 나를 차에 던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손목은 하준에게 꽉 잡혔다. 순간 두 손이 잡혀 뒷좌석으로 눌렀다. “왜 도망가?” 하준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왜, 옛 애인을 만나더니 마음이 들떠서 그래?” 하준의 광란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버둥을 쳤다. “성하준, 진정해. 이러지 마.” “왜 가식을 떨어? 같이 잔 적도 없는 것도 아닌데. 무슨 순진한 척을 해? 정태우에게 보여주는 거야?” 하준은 내 턱을 꼬집고 강제로 바라보게 했다. 너무 세게 잡자 아파서 자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신은서, 내가 기억하게 해줄까? 네가 얼마나 더러운지.”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마치 7년 전 그 끔찍한 밤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열여덟 살 생일날, 태우는 오래 전에 나와 약속을 잡았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태우는 귀끝을 붉히며 서프라이즈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하지만 인생은 저속한 영화와 같았다. 줄거리가 언제 갑자기 변할지 모른다. 그날 나는 가장 소중한 드레스를 꺼내 입고 립스틱도 발랐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자 마치 고생을 한 하준을 만났다. 하준은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끌어당겼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나의 옷을 찢어버렸다. 그 당시의 장면을 생각할 용기조차 없다. 그저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이 난다. 하준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내 머리카락을 잡고 억지로 나의 추한 모습을 보게 했다. “정태우를 좋아해? 정태우와 함께 있고 싶어? 내 허락 없이 감히 누구를 좋아한다는 거야? 어떻게 감히! 말해, 신은서. 무슨 용기로 그러는 거야?” 나는 멍하니 하준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하준은 나를 놓아주었고, 웃음기를 거두고 음침하게 쳐다보았다. “우리 착한 동생, 날 떠날 생각도 하지 마.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마. 넌 내 곁에서 속죄해야 해. 이 사진들을 정태우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지? 보면 널 엄청 싫어할 거야.” 태우는 날 싫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웠다. 태우에게 피해를 줄까 봐 두려웠다. 태우의 창창한 앞날이 나 때문에 허점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하준은 웃으며 날 현실로 끌어당겼다. 나에게 다가오며 거칠게 말했다. “신은서, 우리 여기서 자는 건 어때? 네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네게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줘.” 말을 마치자 하준은 나의 드레스를 찢어버렸다. ... 펑- 차창이 깨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수천 번을 불렀던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정태우, 날 보지 마.” 마음이 공허하고 절망에 가까웠을 때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내 위에 있던 하준이 차에서 끌어당겨갔다. 몇 발자국 비틀거리더니 넘어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놀란 마음에 숨을 몰아쉬었다. 정태우는 슈트를 벗어 내 몸에 덮어주었다. 눈 밑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지만 행동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뼈마디가 선명한 큰 손이 내 등을 감싸며 가볍게 토닥였다. 제5화 “괜찮아, 은서야, 나 왔어.” 익숙한 냄새가 가빠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진 사장님이 오셨군요.” 하준은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자 바지를 털며 손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정태우 씨, 설마 아직도 신은서를 잊지 못한 거예요? 당신 눈 앞에 있는 여자가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요? 신은서 엄마가 우리 가족을 파괴하고 우리 집 돈까지 훔치고 도망쳤어요. 그리고 신은서는 신혼 밤에 내 침대에 올라와서 아기를 낳고 싶어 해요.” 태우는 하준을 신경 쓰지 않고 눈을 내리깔았다. 손으로 내 손목의 붉은 자국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파?” “신은서, 아파?”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본 태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내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 “괜찮아,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알았지?” “알았어.” 나는 태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비아냥거렸다. “설마, 이런 쓰레기도 원해요?” 태우는 천천히 돌아서서 피식 웃었다. “성하준 씨, 그해 은서는 겨우 일곱 살짜리 아이였어요. 부모님의 관계가 이미 깨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요. 당신 부모님은 서로 바람을 폈어요. 정말 몰랐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극도의 분노로 인해 태우의 몸에서 카리스마와 압박감이 순간 드러났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하준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눈동자를 굴리더니 시선이 나에게 떨어졌다. 마치 화풀이할 상대를 찾은 것 같았다. 하준은 악의적으로 말했다. “알면 어때요? 신은서가 우리 가족을 파괴한 건 사실이에요. 신은서가 일부러 내 침대에 올라온 것도 사실이에요.” 하준은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웃었다. “하지만, 신은서가 침대에 있는 모습이 꽤 괜찮았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우는 주먹으로 하준의 배를 쳤다. 두 손으로 하준의 멱살을 잡으며 차갑게 경고했다. “말을 깨끗하게 해. 더러운 건 너 같은 쓰레기야.” 하준은 배를 가리고 끙끙거렸다. 태우의 힘에 의해 뒤로 넘어져 가로등에 부딪혔다. 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신은서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 다른 사람이 말할 자격이 없어. 특히 당신 같은 쓰레기.” ... 태우는 나를 근처에 있는 호텔로 데려가 방을 열고 쉬게 했다. 태우는 쭈그려 앉아 하이힐을 벗겨주며 가볍게 물었다. “방금 놀랐어?” 나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으며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떨리는 손은 태우의 얼굴을 만졌다. 7년만에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7년 동안 많이 힘들었지, 정태우.”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 태우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 “너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 잠시 멈칫하더니 태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은서야, 미안해.”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당시 아무리 나를 거절해도 네 곁에 있었어야 했어.” 제6화 “정태우.” 나는 태우의 말을 끊었다. “안아줘.” 태우는 믿을 수 없어 멈칫했다. “안아줘.” 나는 다시 말했다. 따뜻한 포옹이 나를 점점 더 단단하게 끌어당겼다. 날 안고 있는 두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7년 전, 태우는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기쁨에 가득 찬 채 해안도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를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 태우를 거절하던 날, 눈시울을 붉히며 나에게 물었다. “정말 날 전혀 좋아하지 않아?” 난 고개를 흔들었다. 태우가 아무리 애원해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당시 안개가 너무 짙어 태우의 눈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내 귓가에 뜨거운 호흡이 닿으니 안개가 걷힌 것 같았다. ... 늦은 밤, 나는 태우를 호텔 카펫에 앉혀 술을 마셨다. 한참 마시자 취한 태우의 얼굴이 붉어지며 눈이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일어나서 TV로 음악을 틀었다. 다시 앉자 태우는 묵묵히 나에게 기대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손가락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두 사람의 팔이 닿을락 말락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태우, 내일 돌아가야 해.” 와인잔을 든 태우의 손이 잠시 망설이더니 가볍게 말했다. “신은서, 그때 나를 거절했을 때와 똑같아.” 음악이 마치 우리의 세계의 장벽이 된 것 같았다. 태우의 말이 똑똑히 들렸다. 태우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기울렸다. 목소리를 엄청 쉬었다. “또 날 떠나는 거야?” 그 순간 힘들게 쌓아올린 방어벽이 무너졌다. 태우는 절망적인 나의 인생에서 유일한 햇빛이었다. 그리고 절망의 심연에 빠졌을 때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지금까지도 태우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아팠다. 태우가 잘되기를 바랐다. 나 때문에 허점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았다. 하지만 태우는 전혀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부린 고집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태우를 향해 다가가 두 손으로 태우의 얼굴을 감쌌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헤어지지 않을 거야.” ... 내가 깨어났을 때 태우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한 손은 나의 소매를 꼭 쥐고 있었다. 태우의 손을 제쳐두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보자 50통이 넘은 부재중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 하준의 전화였다. 집에 도착했을 때 거의 점심이었다. 문을 열자 머리가 흐트러지고 옷도 지저분해진 하준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 손을 뻗어 하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자 하준에게 잡혔다. 눈을 뜨자 눈은 이미 충혈되었다. “돌아왔어? 어때, 어젯밤 좋았어?” 나는 웃으며 하준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방금 변호사에게 받은 서류를 꺼내 하준의 앞에 놓았다. “이혼 합의서야, 사인해.” 하준은 보지도 않고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숨을 헐떡이며 음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나의 얇은 셔츠가 찢어졌다. 몇번 몸부림쳤지만 하준은 넥타이로 내 손을 묶었다. “자, 벗어 봐. 어젯밤 얼마나 결렬했는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