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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살이 나에게
범인이 나를 학대하고 있을 때 형사과장인 아빠와 법의학자인 엄마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여동생 임설아와 동행하고 있었다. 과거 아빠에게 붙잡혔...
Chương (1)
第1章
범인이 나를 학대하고 있을 때 형사과장인 아빠와 법의학자인 엄마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여동생 임설아와 동행하고 있었다.
과거 아빠에게 붙잡혔던 범인은 보복으로 내 혀를 자른 후 내 휴대폰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는 단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 오늘 네 동생 설아 대회가 제일 중요해!”
범인이 조롱하듯 키득거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납치했네. 그래도 친딸을 더 사랑할 줄 알았는데.”
범죄 현장에 도착한 엄마와 아빠는 시신의 끔찍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범인의 잔인함에 분노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그렇게 비참하게 죽은 사람이 바로 자기들의 딸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제1화
망가진 내 시신이 폐건물에서 발견되고 공사 인부들은 구토를 참지 못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임설아의 축하 파티를 마치고 현장에 도착한 엄마와 아빠에게 수사관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마스크를 쓰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빠는 경찰이 뽑은 최고의 수사 전문가였고 엄마는 강성 최고의 법의학자였다.
그들은 수많은 살인 현장을 목격했지만 시신 앞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더운 여름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신은 얼굴이 뭉개지고 찌그러져 피투성이가 되었고 이목구비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한 점 남은 살점에 의지해 목과 머리가 겨우 붙어 있었다.
심하게 부패한 시신에서 코를 찌르는 역겨운 악취를 풍겼다.
엄마는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한 후 장갑을 끼고 초기 부검을 시작했다.
내 시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는 연민이 가득했다.
살아있을 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엄마의 다정함이었다.
나는 엄마가 내 손에서 피 묻은 반지를 빼는 모습을 다소 긴장하며 지켜보았다.
가족들에게 선물하려고 똑같은 반지를 여러 개 만들었는데 임설아 것만 치수가 맞지 않아 부모님이 된통 혼냈었다.
“네가 심술궂은 마음으로 일부러 네 동생 괴롭힐 줄 알았어. 엄유설, 네가 비록 친딸이지만 설아는 18년 동안 이 집안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너보다 더 중요한 존재야!”
그때의 분노에 찬 욕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지만 나는 부모님이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고 내가 준 선물을 알아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전혀 변함없는 표정으로 조수에게 내 반지를 증거 물품 보관 주머니에 넣으라고 했다.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 아빠의 마음속엔 영원히 나란 존재가 없었다.
아무리 내가 친딸이어도 말이다.
오빠는 엄마 아빠가 유괴된 나를 찾을 수 없어서 임설아를 입양했고 그래도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했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그곳에는 이미 내가 있을 자리가 없었다.
남의 집에 빌붙어 사는 객식구 같았다.
현장을 둘러본 아빠는 한숨을 쉬며 엄마에게 물었다.
“시체 상태는 어때?”
엄마는 장갑을 벗고 주름진 미간을 문질렀다.
“사망자는 20대로 추정되고 지금으로서 사인은 목을 벤 것으로 보여. 사망하기 전에 오랫동안 학대를 받았고 수단이 극악무도해서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여론에서 떠들기 전에 얼른 사건 해결해야 해.”
아빠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게 걱정이 많아 보였다.
내 죽음이 엄마 아빠에겐 부담인 것 같다.
수사관이 이렇게 말했다.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당분간 가족들에게 조심하라고 해. 집에 있는 두 딸한테는 밤에 외출하지 말라고 하고.”
엄마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설아는 내 말 잘 듣는데 엄유설은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수사관은 엄마 아빠의 오랜 동창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가족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아빠가 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움켜쥐자 수사관은 아빠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임 형사, 또 어깨 불편해?”
아빠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유설이가 사준 파스 붙였어...”
말하던 아빠가 멈칫했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던 딸은 유난히 그들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수사관이 아빠의 등을 두드렸다.
“유설이한테 잘해줘. 그래도 친딸이잖아.”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틀 전에 설아가 테니스 대회 있었는데 유설이 초대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해도 전화 받고는 모른척하더라. 설아는 언니 때문에 실망해서 3등밖에 못 했어.”
“유설이 며칠째 집에 안 들어왔어. 이러다 언제 죽는지도 모르겠어. 역시 내 손으로 키운 자식이 아니라서 그런가 봐.”
나에 대한 부모님의 질책과 불만을 듣고 있자니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아빠, 엄마, 난 집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거예요.
두 분이 망할 자식이라고 욕하는 딸은 임설아가 테니스 경기하는 날 이미 죽었어요.
내 시체가 바로 눈앞에 있잖아요.
제2화
사건 토론회에서 엄마의 부검 소견을 듣고 난 후 참석한 경찰관들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내가 하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얼굴을 대조할 수가 없었고 시신이 버려진 폐건물은 처음 살인 사건이 발생한 장소도 아니었기에 사건 해결의 어려움이 커졌다.
아빠는 경찰관들에게 시신 유기 장소 인근으로 가서 수상한 사람의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법의관들은 수고스러운 대로 다시 한번 시체를 살펴보고 새롭게 나온 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추출한 DNA를 가능한 한 빨리 보내서 검사해 보세요.”
아빠는 엄마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 서둘러 팀원들을 따라 나갔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살아있을 때보다 더 지극한 관심을 내 시체에 돌렸다.
엄마는 임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법의학자는 죽은 자를 대변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임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다가 엄마가 돌아서자 싫은 기색으로 머리를 닦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날 난 임설아의 뺨을 때렸고 아빠는 벌로 내 머리를 밀었다.
그리고 지금, 엄마는 다소 마음이 아픈 듯 시체가 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처참하게 죽어서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까.”
나는 비스듬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 가족들은 내가 죽으면 무척 기뻐하겠지, 기껏해야 오빠 혼자 슬퍼하려나.
엄마의 장갑 낀 손이 내 등을 스쳤고 거기엔 납치된 후 생긴 큰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내가 옷을 갈아입을 때 엄마는 놀라면서도 다소 불쾌한 듯 말했다.
“등은 어쩌다 그렇게 됐어? 역겨워 죽겠네. 설아 놀라게 하지 마.”
혹시 엄마가 이 흉터로 날 알아보는 걸까?
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긴장한 탓에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이윽고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번에 생긴 게 아니야.”
조수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법의관님, 고인 배 속에 종이가 있어요!”
엄마는 커다란 눈으로 종이를 집어 들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위산에 부식됐네. 나중에 국과수에 보내서 분석해 보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고 임설아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들렸다.
엄마는 장갑을 벗고 서둘러 복도로 달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 무슨 일이야? 엄마 일하는 중이야. 내일?”
엄마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꼭 현장에 응원하러 갈게. 네 오빠는 요즘 출장 중이라 못 온대.”
임설아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엄마 최고! 난 그래도 유설 언니가 꼭 경기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언니가 응원해 주면 꼭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니가 오기 싫어해도 괜찮아요. 그동안 내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니까 날 싫어하는 건 당연하죠.”
내 앞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않으면서 임설아는 내가 집에 온 날부터 뒤에서 몰래 나를 깎아내렸고 부모님 앞에서는 우애 깊은 자매인 척 연기를 했다.
내 지난 경험상 이때쯤이면 엄마가 나를 욕할 것이다.
역시나 엄마의 언성이 팍 올라갔다.
“넌 엄마 아빠 소중한 자식인데 엄유설이 뭐라고 그래? 집에 있는 돈 훔치고 몰래 널 괴롭히는 건 내 딸이 될 자격이 없어. 걱정하지 마, 걔 다리가 부러져도 엄마가 휠체어 밀고 너 경기 보러 갈 테니까!”
임설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달콤하게 말했다.
“아빠가 오늘 전화해서 조심하라고 하시던데 엄마도 시간 나면 언니한테 꼭 알려줘요.”
“너나 잘 챙겨. 엄유설은 내 앞에서 죽지 않는 이상 어딜 돌아다니든 상관없어.”
엄마는 나를 언급할 때면 유난히 불쾌해 보였다.
데려온 딸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어디 내놓기 창피한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돌아온 후에도 내 성씨 하나 바꿔주지 않았지.
부모님의 마음속엔 임설아만이 유일한 딸이었다.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친딸인 나를 떠올리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만약 내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된다면 부모님은 무슨 반응을 보일까.
내 죽음은 임설아가 만든 것이고 그들과도 연관이 있으니까.
제3화
임설아에게 일찍 쉬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넨 엄마는 오빠의 전화를 받았다.
“임설우, 너 출장은 언제 끝나? 네 동생이 대회 보러 오길 기다리고 있어!”
오빠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엄마가 다급하게 물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던 날 부모님은 울고 있는 임설아와 함께 집에 계셨고 오빠만이 내 손을 잡고 겁내지 말라며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내가 집에서 느낀 유일한 온기는 오빠가 건넨 다정함이었다.
전화기 너머 멈칫한 오빠가 다소 의아한 듯 물었다.
“유설이 올림피아드요? 그거 다음 달인데...”
엄마는 화를 내며 그의 말을 가로챘다.
“유설이 유설이, 설아야말로 너와 몇 년을 같이 지낸 동생이잖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엄유설은 남의 손에서 자란 애라 우리 가족이 될 자격이 없다고!”
오빠는 나에 대한 엄마의 악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엄마, 너무 설아 말만 듣지 마세요. 유설이가 얼마나 착하고 성실한 애인지 평소에 관심 좀만 기울이면 보이실 거예요. 아까 유설이한테 전화했는데도 안 받고 이틀째 답장도 없는데 집에 없어요?”
엄마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무심하게 말했다.
“사지 멀쩡한 애를 내가 끌고 오기라도 해야 하니? 또 밖에 싸돌아 다니는 거겠지. 내일 설아 테니스 대회인데 넌 못 오면 관둬.”
잠시 멈칫하던 엄마가 독한 말을 덧붙였다.
“유설이한테 죽은 척 그만하고 내일 설아 테니스 대회 보러 안 갈 거면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해. 아무튼 우리 집에 그런 애는 없으면 더 좋으니까!”
전화기 너머로 나 대신 해명하는 오빠의 말을 무치한 채 그녀는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다.
마침 팀을 이끌고 돌아오던 아빠가 화난 표정의 엄마를 보고 물었다.
“시체가 다루기 까다로워?”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투덜거렸다.
“엄유설 때문이지. 또 설우한테 전화해서 일러바쳤나 봐. 오빠랑 같이 실종 놀이라도 하려나 봐.”
아빠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일 때문에 바쁜 걸 알면서도 이런 쓸데없는 장난을 치다니, 정말 철이 없네! 당장 전화해서 혼내야겠어!”
하지만 그가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돌아오는 건 따분한 기계음뿐이었다.
“망할 것, 이럴 거면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집에 오면 사람 화만 돋우고!”
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수사관이 감탄하듯 말했다.
“유설이 납치됐을 때 두 사람 1년 동안 휴가 내고 찾으러 다니더니 찾아놓고는 원수처럼 구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피식 올라간 나는 입가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예의범절도 모르고 그저 기가 잔뜩 죽은 시골 아이였다.
열다섯 살에 집으로 데려왔을 때 호화로운 거실에서 엄마와 아빠는 흐느끼는 임설아를 두 팔로 감싸 안고 침착하게 달래고 있었다.
나는 구멍 나서 꿰맨 옷을 입은 채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발가락 하나가 툭 튀어나온 고무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임설아는 나를 보자 울음을 멈추고 일부러 순진한 척 물었다.
“저 거지는 누구예요?”
부모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임설아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내 모습 때문이었다.
“임 형사님, 법의관님, 기록을 확인해 봤는데 지난 이틀 동안 실종 신고가 없었어요.”
경찰관이 신고 기록을 들고 다가왔다.
“딸이 실종됐는데 가족도 모른다는 건 혹시 가족과의 사이가 안 좋은 것 아닐까요?”
“정말 그런 부모가 있나요? 아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네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온몸이 무거운 슬픔에 휩싸인 채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부모님은 사망자 부모가 제때 신고하지 않아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면서 사라진 지 며칠째 되는 내가 무사한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납치되자 일까지 그만두었던 부모님은 이제 내 실종이 그저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속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난 이 집에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곳은 임설아의 집이지 내 집이 아니었다.
엄마 아빠가 나를 가장 아끼던 시절은 이미 임설아가 차지한 지 오래였고 내 것이었던 애정과 사랑도 더 이상 나한테 돌아오지 않았다.
제4화
엄마는 위산에 부식된 종이를 수사관에게 건네주었고 다소 아픈 허리를 두드리며 아빠에게 말했다.
“이 종이가 도움이 되길 바라. 설아한테 집 문 잠그라고 말해줬어?”
아빠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소 망설이며 말했다.
“여보, 엄유설이 전화도 안 받고 설우 문자도 답장 안 한다는 데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내가 사람 보내서 한번...”
엄마는 짜증스럽게 말을 가로챘다.
“그만해, 걔를 아직도 몰라? 숨어서 우리가 찾기만 기다리고 있잖아. 이런 일 한두 번이야? 설아 대회 보러 가기 싫어서 저러는 거야. 적어도 내일 저녁이면 울면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연락할 거야.”
내가 지난번에 사라진 건 여름방학 때 임설아가 화장실에 가뒀기 때문이었다.
방학이라 학교는 텅 비어 있었고 도와달라는 내 외침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나온 나는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채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고 날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빠의 따귀와 엄마의 화난 꾸중이었다.
“설아 말로는 네가 양아치 놈이랑 모텔로 들어갔다던데? 내가 어떻게 너 같은 걸 낳았을까!”
나는 할 말을 잃고 임설아가 능청스럽게 웃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빠는 약을 발라주면서 부드럽게 다독였다.
“엄마 아빠가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너와 잘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것뿐이야.”
하지만 나는 똑똑하고 영리한 임설아에 비해 말수가 적은 내가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애정의 저울은 항상 부모님이 더 사랑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안타깝게도 그 상대는 내가 아니었다.
내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부모님이 일로 바빠서 집에 돌아오지 못할 때 국이라도 끓여 경찰서로 가져다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부모님의 생각처럼 나타나서 사과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난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조사과에서 알아본 결과 종이는 쇼핑 영수증이었고 범인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그 종이를 내 입에 밀어 넣으며 삼키라고 강요했다.
“부모님을 위해 산 거야? 그 사람들이 받았어도 쓰레기통에 버렸을 거야.”
아빠는 의아한 듯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수사관이 멈칫하며 말했다.
“알아본 바 건강 부적과 복주머니를 파는 곳이었어.”
부모님이 다른 형사와 가게에 들어섰을 때 사장님은 깜짝 놀랐고 그녀는 너덜너덜해진 영수증을 들고 오른쪽 상단에 있는 숫자를 확인한 뒤 주문서를 넘겼다.
“얼마 전에 젊은 아가씨가 와서 엄마 아빠가 위험한 일을 한다며 주문했어요. 하지만 가지러 오지는 않았고 전화해도 안 받더라고요.”
말하며 사장님은 붉은색 볼 복주머니 두 개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평화와 기쁨,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거예요.”
아빠는 복주머니를 들고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때 영상이 있을까요?”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가 얌전하게 부모님을 위해 한참 동안 복주머니를 고르길래 기억에 남아요.”
CCTV 영상을 재생하자 자리에 있던 경찰들은 모두 침묵했고 엄마는 마른침을 삼키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 여자애 엄유설이랑 닮았는데?”
사장님이 그 말을 듣고 답했다.
“엄유설? 주문서에 남긴 이름 맞아요.”
아빠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침착하려 했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어. 엄유설이 몰래 우리 우스운 꼴을 보고 있을지도 몰라. 사장님, 그쪽이 엄유설과 짜고 경찰까지 속이는 거예요?”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자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감식과 사람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법의관님, 고인의 DNA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