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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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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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장례식에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선두에는 내 남편의 여자 친구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나를 노려보면서 불륜녀를 직접 찢어 죽이러 왔다고 했다....

Chương (1)

第1章

가문의 장례식에 불청객이 들이닥쳤다. 선두에는 내 남편의 여자 친구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나를 노려보면서 불륜녀를 직접 찢어 죽이러 왔다고 했다. 나는 굳이 내가 아내라고 설명하기 싫었기에 장례식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나를 덮쳤고 함께 온 사람들과 힘을 합쳐 나의 옷을 가위로 마구 잘랐다. 큰 소동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문 사람들은 그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 눈빛에 익숙해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골함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당신이 아무리 날뛰어도 소용없어요, 도현이는 나한테 아낌없이 주는 남자거든요. 저 유골함 보여요? 도현이가 16억을 주고 사준 건데, 그것도 박살 내보지 그래요?”그러자 그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미친 듯이 부르짖으면서 유골함을 바닥에 던졌고 다른 물건을 집어 들고 유골함이 산산조각 날 때까지 내리쳤다. “뻔뻔스러운 불륜녀의 집안 사람들도 똑같이 추잡해! 내 남자 친구 돈에 손댄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여자는 이 장례식이 내 남편의 어머니 즉 나의 시어머니 장례식인 줄 꿈에도 몰랐다. 그 여자가 난동을 부린 이곳에서 시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고 산산조각 나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이 물건은 시어머니의 유골함이었다. 제1화 나는 진도현과 몇 년 전부터 별거했다. 그런데 오늘 이 사실을 아는 진씨 가문 사람이 나한테 전화를 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예린아, 네 시어머니 돌아가셨어. 도현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너라도 와서 장례식을 치러야지.” 나는 시어머니가 돌아갔다는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슬픈 마음보다는 팽팽하게 늘어져 있던 줄이 툭 끊긴 것처럼 마음이 느슨해졌다. 3년 전, 진도현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갔다. 별거 후, 진도현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나의 문자와 전화를 무시했고 온종일 비즈니스 파티거나 클럽을 돌아다니면서 유흥을 즐겼다. 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떴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 진도현이 미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큰 결정을 내렸다. 이번 주 회의를 모두 미루고 진도현의 본가로 내려가기로 했던 것이다. 비서 박서연은 보디가드 열 명을 데리고 나와 함께 본가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진도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얼마나 바쁘기에 전화를 받지 않는지 궁금했던 나는 진도현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았다. 진도현은 새로 구입한 스포츠카 사진을 한 시간 전에 게시했다. 진씨 가문 사람 말로는 시어머니가 생전에 자신이 세상을 뜨면 꼭 특별 제작한 유골함을 준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자그마치 20억 정도 되는 유골함이 욕심나서 한참 고집을 부렸지만 세상을 뜬 뒤, 비통한 표정으로 슬퍼하는 가문 사람들은 유골함에 관한 말을 꺼냈다가 돈을 뜯길까 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진도현의 카드로 결제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지 않던 진도현이 결제 내역 문자를 확인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뭘 샀길래 그 많은 돈을 쓴 거야? 당장 환불해.” 나는 간만에 연락이 닿은 진도현과 말싸움하기 싫어서 차분하게 타일렀다. “얼른 본가로 와,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니까.” 진도현은 장례식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멈칫하다가 물었다. “누구 장례식인데?” 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가문 어르신 장례식이야.” 진도현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만약 진씨 가문 어르신이 아니라 지씨 가문 어르신의 장례식이라고 말했다면 진도현은 올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장례식 준비를 끝내고 블로그를 보고 있었는데 한 블로거가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 [남자 친구 카드 결제 내역 문자를 보니 16억이 긁혔어요, 의심할 만한 상황 맞죠?]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게시물이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블로거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내 예상대로 진도현 회사 직원 정윤지가 맞았다. 진도현이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서로를 많이 사랑했다. 주요 업무를 제외한 다른 업무, 면접과 직원 교육을 내가 직접 맡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회사에 들어오게 된 정윤지를 조사하다가 블로거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게시물을 클릭하니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블로거의 남자 친구가 돈을 밝히는 여자랑 바람나서 카드까지 준 것 같으니 조심하라는 댓글을 보고 뻔한 내용이 시시해서 다른 블로그를 보려고 했는데 정윤지가 답글을 달았다. [정윤지: 여러분, 불륜녀가 있는 게 확실해요. 남자 친구가 불륜녀랑 데이트하러 간 것 같은데, 지금 불륜녀 잡으러 가려고요.] 답글 아래에 커플 전용 앱을 캡처한 사진도 있었는데 정윤지 남자 친구가 내비게이션에 찍은 주소가 적혀있었다. 그곳은 바로 진도현의 본가가 있는 마을이었다. 제2화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휴대폰을 껐다. 정윤지도 나처럼 상처받은 불쌍한 사람 같아서 어쩐지 짠해 보였고 만약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생각했다. 진도현은 여전히 내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고 전화하지도 않았다. 시어머니 시체는 이미 화장했기에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문자를 보냈다. [나: 오늘 저녁까지 본가로 와, 오지 않으면 하관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낡은 별장이다 보니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보내주지 않으면 풍수에 영향을 줄 것이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화투를 치기 시작했고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멀찍이 앉았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한테 먼저 식사하라고 말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담배 연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출입문 쪽으로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천천히 문을 열자 정윤지와 마주쳤다. 정윤지 뒤로 사람이 8명 정도 더 있었는데 모두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몽둥이를 들었다. 난동 부리러 온 것이 틀림없었기에 나는 살짝 겁을 먹었다. “정윤지 씨,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요?” 정윤지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팔짱을 끼고는 뒤따라온 사람들한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불륜녀야, 확실해졌어! 그렇지 않으면 내 이름을 알 리가 없잖아?”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정윤지가 내 뺨을 후려갈겼고 장례식을 준비하느라 며칠 동안 제대로 자지 못한 나는 그 충격을 못 이기고 바닥에 쓰러졌다. 정윤지는 피식 웃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내 멱살을 잡았다. “내 남자 친구는 오지 않았으니 연약한 척하지 마, 볼수록 구역질 나거든.” 정윤지는 또다시 내 뺨을 때렸고 뾰족한 손톱 끝에 살결이 스치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맞아서인지 나는 억울했고 화가 나서 정윤지의 뺨을 때렸다. 정윤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불륜녀 주제에 날 때려? 네가 저지른 불륜이 사랑인 것 같아? 내 남자 친구는 진세 그룹 대표야, 이런 촌구석에서 굴러먹던 네가 감히 안길 수 있는 남자가 아니라고!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인생 역전하려나 본데, 꿈 깨.” 나는 그제야 정윤지가 말하는 남자 친구가 내 남편 진도현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처음에는 오해해서 나를 때린 줄 알았는데 정윤지 말을 듣고 나니 날 찾는 게 확신했다. 하지만 불륜녀는 내가 아닌 정윤지였다. 나는 장례식에서 괜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기 싫어서 정윤지를 말렸다. “가문의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라 이만 나가주세요. 다 마무리한 뒤에 얘기해요.” 정윤지는 깜짝 놀라더니 그제야 방 안에 놓인 물건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실에 시어머니 영정 사진이 걸려있었고 작은 책상 위에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박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유골함이 놓여있었다. 화투를 치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이 상황이 흥미진진한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윤지는 잔뜩 긴장한 채 몽둥이를 들고 위협했다. “이쪽으로 오지 마! 난 그저 불륜녀를 잡으러 왔을 뿐이니 당신들과 상관없어, 날 건드린다면 당장 신고할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은 여유만만하게 과자를 먹으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몇 분이 지나도 나를 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었고 정윤지는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여우 같은 년, 모두 네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걸 보면 집에서도 환대받지 못하는구나? 그럼 오늘 내가 직접 네 나쁜 버릇을 고쳐줄게.” 정윤지는 시어머니의 영정 사진과 주변에 놓인 물건들을 번갈아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네 엄마 장례식이야? 저기 쌓인 물건들은 조문객이 아니라 내 남자 친구가 준 선물 같은데?” 제3화 “죽은 사람을 들먹여서 돈을 받아낸 거지? 너를 보니까 이 가문 사람들도 어떤 놈들인지 짐작이 돼. 내 남자 친구 돈에 또 손댄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윤지는 같이 온 사람들과 거실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박살 냈다. 정윤지가 8명 정도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각자 몽둥이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영정 사진이 바닥에 떨어졌고 액자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내가 직접 가져온 도자기 꽃병은 하나에 200만이 넘었지만 그 사람들의 손에 전부 박살 났고 꽃병 파편이 가득 튀어서 내 다리에 상처를 냈다. 말려야 할지 고민했지만 벽에 달린 감시 카메라가 있었기에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정윤지 씨, 당신이 지금까지 박살 낸 물건값이 2억이 넘어요. 돈이 넘쳐난다면 더 박살 내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정윤지는 내 말이 모욕적으로 느껴졌는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와 내 뺨을 후려갈겼다. “그 입 닥치지 못해? 네까짓 게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네가 쓴 돈은 다 내 남자 친구 돈이고 그 돈으로 산 물건을 내가 박살 내겠다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정윤지가 내 머리채를 잡고 당기자 중심을 잃은 나는 넘어졌고 질질 끌려갔다. 비단 원피스가 꽃병 파편에 긁혀 구멍이 났고 끌려가면서 원피스가 단번에 찢어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가슴을 막았고 정윤지의 눈빛에 흠칫 놀랐다. “이 원피스 엄청 비싸 보이는데, 내 남자 친구가 사준 거겠지? 당장 벗지 못해? 내 남자 친구가 사준 것들 전부 내놔!” 나는 정윤지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길 바라는 마음에 원피스를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 남자 친구가 바람났으면 그 사람한테 가서 소란을 피워야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죠?” 정윤지는 같이 온 사람들을 불러서 나의 두 손과 두 발을 잡게 했고 내가 입고 있던 원피스와 속옷을 거침없이 찢기 시작했다. “이 걸레 같은 몸으로 도현 씨를 유혹했으니 넘어갈 만도 하지. 여자가 봐도 부러운 몸매인데, 도현 씨는 오죽하겠어?” 정윤지가 씩 웃더니 나의 속옷까지 찢어 던졌다. 그러고는 깔깔 웃으면서 휴대폰을 들고 나를 찍으면서 말했다. “남자 없이 못 산다며? 오늘 네 가문 사람들과 네티즌한테 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면 남자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 줄을 설 거야!” 정윤지의 말을 듣던 가문의 남성들이 사악하게 웃더니 가만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소름 끼치는 셔터음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고 익숙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몇 년 전에 시어머니가 나에게 선물해 준 트라우마였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죽고 나서 장례식을 치르는 날에도 이런 굴욕을 당할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절망적인 이 순간을 외면하고 싶어서 두 눈을 감았고 비서 박서연이 보디가드 다섯 명을 데리고 달려왔다. 종합 격투 선수들로 구성한 보디가드 팀이라 손쉽게 정윤지가 데려온 사람들을 제압했고 외투를 벗어 나에게 덮어주었다. 그러자 구경하던 진씨 가문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좋은 건 같이 나눠야 한다는 말 몰라? 아직 제대로 구경 못했단 말이야.” “젊은 놈들이 예의가 없어. 어른들이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당장 비키지 못해?” 보디가드중 한 명이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저속한 말만 뱉는 중년 남성을 때려눕혔다. 그 중년 남성은 배를 잡고 뒹굴었고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지켜만 보던 진씨 가문 사람들은 화가 나서 부르짖더니 보디가드를 덮쳤고 집 안에 몇십 명이 엉겨 붙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격투를 배운 보디가드라 하더라도 갑자기 힘을 모은 진씨 가문 사람들과 정윤지가 데려온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들은 보디가드를 나한테서 떼어내려고 몽둥이를 휘둘렀고 승리를 예감한 정윤지가 쭈그려 앉아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네까짓 게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녀? 도현 씨 돈으로 보디가드 월급 주는 주제에 진짜 재벌가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아나 봐? 이 정도 맞았으면 이제는 정신 차려야지.” 나는 정윤지와 그 곁을 둘러싼 악마 같은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눈부시게 빛나는 유골함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유골함을 가리키면서 도발했다. “당신이 아무리 날뛰어도 소용없어요, 도현이는 나한테 아낌없이 주는 남자거든요. 저 유골함 보여요? 도현이가 16억을 주고 사준 건데, 그것도 박살 내보지 그래요?” 정윤지는 유골함을 바라보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 16억이 정말 네가 긁은 거였어? 네가 뭔데 내 남자 친구 돈을 써? 네 가문 사람한테는 만 원짜리 한 장도 아까워. 그러니까 넌 네 몸 굴려서 다른 남자 돈이나 벌라고!” 정윤지는 나를 노려보면서 말하더니 책상 위에 놓인 유골함을 집어 들었다. 특별 제작해서 더 비싸 보이는 유골함을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내 남자 친구를 대신해서 이걸 박살 내는 거야, 네 가문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 가길 바랄게.” 제4화 유골함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부서졌고 위에 빼곡히 박혀있던 다이아몬드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삽시에 가루와 먼지가 흩날리자 모두 코와 입을 막았다. 보디가드와 몸싸움하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이곳에 남아있다가 큰 일에 휘말릴까 봐 재빨리 가방을 챙겨 도망갔다. 먼지가 날리는 와중에도 정윤지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너도 네 어머니처럼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고 유골함도 없을 정도로 구차한 죽음을 맞이하길 바랄게.” “누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거지?” 정윤지가 계속해서 욕하려 할 때, 진도현이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오게 된 진도현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예린아, 설마 날 만나기 위해서 거짓말한 건 아니지? 네 어머니 진작에 돌아가셨잖아.” 진도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윤지가 품에 안기면서 애교를 부렸다. “도현 씨, 왜 이제야 온 거예요? 촌구석에서 굴러먹던 저년한테 괴롭힘당했다고요!” 정윤지의 말에 진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진도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정윤지는 진도현을 더 꽉 끌어안으면서 애교를 부렸다. “도현 씨, 저 여자랑 무슨 일이 있었든지 상관 안 할게요. 아니, 아예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저 여자가 쓴 16억을 돌려달라고 해요. 그럼 회사 근처에 아파트 하나 살 수 있잖아요, 내 말대로 해줄 거죠?” 정윤지는 미소를 지으면서 외투를 입었고 진도현과 같이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진도현은 16억이라는 말에 생각이 났는지 날 붙잡고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누가 죽었고 16억은 어디에 쓴 건데?” 나는 정윤지가 몽둥이로 박살 내서 바닥에 엎어진 영정 사진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 진도현은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인 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 집은 내 명의로 된 별장이었고 시어머니가 편히 지내도록 내어줬을 뿐이니 진도현은 지씨 가문의 장례식인 줄 알았을 것이다. 진도현은 내가 시어머니가 지내는 집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태도로 말했다. “여기서 장례식을 치르는 걸 우리 어머니한테 얘기했어? 재수 없는 기운을 괜히...” “세상을 뜨기 전에 직접 고른 유골함이야. 특별 제작된 유골함이라 16억인 거니까 오해하지 마.” 나는 진도현의 말을 끊었고 그전에 했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러자 진도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비난하기 시작했다. “당신 돈 없어? 왜 내 카드로 긁어서 일을 크게 만들어? 애초에 당신 돈으로 샀으면 윤지가 이러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내가 진도현의 카드를 긁지 않았다면 정윤지가 카드 내역 문자를 볼 리 없었으니 오늘 난동 부리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륜녀가 아닌데도 맞았고 모욕당한 피해자인데 진도현은 당연히 내 탓이라는 듯이 말했다. 나는 진도현과 정윤지를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 이 여자한테 우리 결혼한 사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어? 내가 당신 아내이고 저 여자야말로 불륜녀라는 걸 알려주지 않았구나?” 정윤지는 나와 진도현을 쳐다보더니 깜짝 놀랐다. “뭐라고? 너처럼 촌구석에서 굴러먹던 년이 도현 씨랑 결혼한 사이라고? 너 드디어 미쳤구나.” 진도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정윤지가 계속해서 따져 물었다. “도현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진도현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정윤지의 손을 뿌리치면서 나한테 화를 냈다. “당신은 꼭 지금 그걸 말해야 했어? 불륜이니 뭐니 그런 상스러운 말은 입에 담지 마. 그 말이 새어나간다면 우리 윤지 앞으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녀? 말조심하라고 내가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진도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하얀 가루와 산산조각 난 유골함을 발견했고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정윤지를 쳐다보았다. 정윤지가 우물쭈물하다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진도현이 정윤지를 품에 와락 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번에는 윤지가 좀 심했어,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카드 한 장 줄 테니까 블로그에 올린 건 다 지워. 소문나면 너부터 혼낼 거니까 알아서 처리해.” 그러고는 정윤지와 같이 나가려 했고 나는 그 앞을 막아섰다. “누가 세상을 떠났는지 안 물어봐?” 진도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렸고 더 건드렸다가는 곧바로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우리가 부부이긴 하지만 별거한 뒤에는 사실상 남이나 마찬가지잖아? 당신은 똑똑해서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그러니까 당신 가문에서 누가 죽든 내 알 바 아니고 내가 돈을 낼 의무도, 이곳까지 와야 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야. 지예린, 더 험한 말 나오기 전에 비키는 게 좋을 거야. 주제를 알면 당장 꺼져.” 나는 차갑게 웃었고 온몸에 전해지는 통증을 참으면서 엎어져 있던 영정 사진을 들어 진도현 앞에 던졌다. “누구 장례식인지 똑똑히 봐, 당신의 여자 친구가 박살 낸 게 누가 담겨 있던 유골함인지 똑똑히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