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바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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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바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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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물인외존재숨겨진진실눈물샘자극

쌍둥이 언니의 생일에 내가 죽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 남자 친구의 품에 안겨 있었다. 분노에 찬 엄마가 나에게 연거푸 전화를 걸었고 오빠는 ...

Chương (1)

第1章

쌍둥이 언니의 생일에 내가 죽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 남자 친구의 품에 안겨 있었다. 분노에 찬 엄마가 나에게 연거푸 전화를 걸었고 오빠는 눈이 뻘겋게 충혈된 채 메세시지로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년. 왜 그렇게 쪼잔해? 다른 사람 행복한 꼴은 못 보지?] 늘 과묵하시던 아버지도 그때는 크게 화를 내셨다.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기르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다행히 이제 더는 아프지는 않았다. 제1화 아주 어릴 때 외할머니는 내게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외할머니가 나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여덟 살이 되어서야 나를 데리러 왔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가 임서연, 즉 나의 쌍둥이 언니를 다독이는 걸 지켜봤다. 언니는 나와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나는 왼쪽 눈 아래에 점 하나가 더 있었다. “엄마, 쟤는 누구예요?” “라희라고 시골에서 올라온 동생이야.” 불만스러운 질문과 냉랭한 대답에 나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골은 나의 대명사가 되었고 나와 가족들 간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했다. 오빠 임준수가 역겹다는 눈빛으로 내가 마치 이 집에 쳐들어온 침략자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노려봤다. 그때는 외할머니에게 엄마가 도대체 뭐가 좋으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생일 파티에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언니의 약혼식에서 손님 접대를 마친 엄마가 계속 내게 전화를 걸었다. 다섯 통째 걸자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엄마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라희야, 너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나 엄마야.” 임준수도 이 소리를 듣고 따라 나오더니 얼른 엄마의 팔을 부축했다. “엄마,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요.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원래 서연이의 약혼식이에요. 그년과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서연이가 착해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건데 좋은 줄도 모르고 서연이 속상하게 하잖아요.” 엄마는 언니의 이름을 듣고 나서야 얼굴에 웃음이 살짝 번졌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임준수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서연이는 참 따듯한 애야. 둘 다 내 딸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지.” “그때 쌍둥이를 낳다가 하마터면 대출혈로 죽을 뻔했어.” “서연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양실조여서 태어나서도 몸이 약하고 병이 많았지. 의사들도 큰 희망을 걸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잘 버텨냈어.” “의사도 기적이라고 하더라.” 나는 마음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이 말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었던 말이었다. 애초에 할머니만 아니었다면 나는 완전히 버려진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임준수는 그런 엄마를 위로하며 말했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너무 형편없이 자랐어요.” “서연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여기로 데려올 거예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임준수와 같이 홀로 들어갔다. “난 그저 서연이가 불쌍해서 그래.” 나는 언니가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정말 불쌍한 사람이라면 내가 지하실에 갇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기실로 날아와서야 나는 비로소 언니를 볼 수 있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린 채 입을 삐쭉 내밀고는 신이한의 품에 안겨 있었다.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있는 언니는 정말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바보예요. 그냥 생일 파티만 할 걸 왜 하필 오늘에 약혼식을 올리려 했을까요.” “라희가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걸 봐서는 내게 단단히 화가 난 거겠죠?” “이한 씨가 라희의 전 남자 친구잖아요. 라희가 많이 좋아했었는데.” 신이한은 그런 언니가 마음 아팠는지 어깨를 다독여주다가 내 이름을 듣고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랑 같은 날에 태어났다는 자체가 틀렸어.” “그런 여자가 나를 좋아한다니, 그저 역겨울 뿐이야.” “약혼은 그 여자랑 더 아무 상관 없고.”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언니가 생일을 약혼식 날로 잡은 건 나를 민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라희는 내 동생이에요. 동생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고 싶어요.” 언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2화 이를 들은 신이한이 언니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서연아, 내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나는 가슴이 욱신거렸다. 나에게도 한 적이 있는 말이었다. 그때도 이렇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대학 시절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혀 바닥에 넘어졌는데 신이한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날 신이한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났고 나의 그림자로 꽉 차 있었다. 신이한은 넘어진 내가 걱정되었는지 내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었다. “라희야. 내가 너 보호해 줄게. 내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하지만 언니를 만난 후 신이한이 약속했던 행복은 변질하고 말았다. 그날 두 사람이 아래층에서 열정적으로 키스하다 내게 들키자 신이한은 언니를 등 뒤로 감췄다. 나는 신이한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과 빨갛게 달아오른 입술을 보며 메슥거렸다. 가슴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이한에게로 다가가 왜 그랬는지 물었다. “너 같은 사람과 할 말 없어. 역겨워.” 신이한이 나를 밀쳐내며 말조차 섞기 싫어했다. “라희야, 우리 둘이야말로 진짜 사랑이야. 축복해 줄 거지?” 두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갈 때 언니가 웃으며 내게 물은 말이었다. 고통이 가슴에서 점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라희야. 난 정말 네가 너무 싫어. 넌 시골에서 돌아오지 말았어야 해. 그냥 시골에 있지 왜 왔어?” “모든 사랑과 총애는 다 내 것이어야 해. 물론 신이한도 마찬가지야.” “얼굴에 난 점을 봐봐. 더럽다는 생각 안 들어?” 언니가 나를 더럽다고 한다. 하긴, 나는 한번 더럽혀진 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죽을 때도 더럽게 죽었다… 파티 시간이 되자 언니는 눈물을 닦아내더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해주는 화장을 열심히 받았다. 옆에 서 있던 아빠가 언니의 손을 꼭 잡고 자책했다. “아빠, 라희가 오지 않는다 해도 절대 탓할 생각 없어요. 난 그저 라희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못난 언니가 동생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봐요.” 언니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말이다. 내 앞에서는 차갑기만 하던 아빠는 언니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자책하지 마. 넌 항상 우리의 자랑이야.” “내 눈에 띄기만 해봐. 바로 잡아다가 사과하게 할게.” 옆에 서 있던 엄마가 뿌듯한 눈빛으로 연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 알아서 죽게 내버려둬요.” 오빠가 중얼거렸다. 엄마가 오늘처럼 좋은 날 그런 불길한 말로 기분을 망치지 말라면서 오빠의 등짝을 내리쳤다. 이에 웃음이 터진 언니가 신이한의 팔을 잡고 무대로 향했다. 나는 억지로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섞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체험한 적 없는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미 홀대에 적응해서 그런지 마음은 아프지 않았다. 우아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두 사람은 반지를 주고받았다. 무대 아래서 이를 지켜보던 엄마가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까먹었을지 몰라도 잊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왜 라희는 안 보이지? 라희도 오늘 생일 아닌가?” “준비한 케이크에는 이름이 적혀 있던데?” “신이한이 라희 쫓아다녔다 그러던데 지금은 형부가 됐네.” 질타도 이따금 들렸다. “좋은 사람은 아니라던데. 거짓말을 달고 사는 것도 모자라 성품도 글러 먹었대.” “라희를 좋아하는 사람 없을걸?” 아빠, 엄마의 노력 끝에 나의 소문은 끝내 더러워지고 말았다. 집으로 올라온 이듬해에 외숙모가 아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소파에서 떨어졌는데 언니는 내가 소파에 밀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외숙모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나이도 어린 애가 왜 그렇게 못됐니?” 나는 계속 해명했지만 외숙모는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억지로 내게 잘못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나를 방에 가둔 채 일박이일을 꼬박 굶겼고 그렇게 나는 급성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제3화 엄마가 죄책감을 느꼈는지 며칠은 잘해줬다. 하지만 고작 그 며칠이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약혼식은 원만하게 막을 내렸다. 오늘이 나의 생일이라는 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손님들을 보내고 나니 아버지의 표정도 따라서 굳어졌고 임준수더러 내게 전화해 보라고 했다. 꺼져있던 전화가 켜지긴 했지만 여전히 받는 사람은 없었다. 언니가 폭주하려는 오빠를 말리며 말했다. “오빠, 됐어. 라희는 내가 보기 싫겠지. 괜찮아.” 언니는 늘 그렇듯 사려가 깊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언니의 모습에 아빠가 마음 아파했다. “안 오는 것도 좋지. 외할머니도 죽게 만든 년인데 오면 재수 없어질 수도 있어.” “태어날 때부터 골칫덩어리였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졸라 죽이는 건데.” 이 말에 둥둥 떠 있던 내 몸이 파르르 떨렸다. 아빠는 외할머니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었다. 엄마는 나를 낳을 때 출혈이 너무 커 하마터면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뻔했다. 언니는 태어날 때 산소가 부족해 바로 인큐베이터로 옮겨졌지만 나만 얼굴에 윤기가 돌았다. 그러다 아빠의 사업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자 모든 불행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재수 없는 년이라 나쁜 운만 가져온다고 말이다. 아빠는 나를 집에서 내보내려고 했지만 외할머니가 미신을 믿지 말라며 억지로 나를 남겼다. 나는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할머니가 온갖 정성을 다해 길러주셨다. 나의 이름도 외할머니가 지어준 것이었는데 영원히 즐겁고 행복해지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내가 7살이 되던 해 엄마가 외할머니를 보러 왔지만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왜 나를 보려조차 하지 않는지 묻고 싶어 엄마가 탄 차를 울며 뒤쫓아갔다. 그렇게 악몽도 찾아왔다. 나는 어둡고 허름한 집에 갇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런 나를 발견한 외할머니는 나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울기만 했다. 엄마에게 전화해 내가 아프니 빨리 돌아오라고 했지만 아무리 타일러도 엄마는 나를 보러 오는 걸 거절했다. 그 뒤로 나는 더는 엄마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외할머니도 점점 조심스럽게 변해갔다. 굳이 절까지 찾아가 불상을 하나 구해오더니 나를 지켜줄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8살이 되던 해 할머니는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을 쫓다가 바닥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나 때문에 죽고 말았다. 내게 남은 거라고는 외할머니가 남겨준 불상밖에 없었다. 엄마가 데리러 왔을 때 나는 너무 울어서 말을 내뱉지 못할 정도로 목이 쉰 상태였다. 아빠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돌아가는 걸 허락했지만 임씨 성을 쓰지 않고 라희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호적도 아직 외할머니와 함께였다. 하지만 그 악몽을 꾸게 된 후로 나는 어두운 곳에만 가면 너무 무서웠다. 지금 언니가 나를 가둔 지하실도 마찬가지였다. 임서연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부모님을 위로하며 효도하는 척은 다 했다. 그런 언니를 달래주기 위해 엄마는 특별히 잔치국수 한 그릇을 끓여줬다. “우리 딸, 오늘 고생 많았어.” “잔치 국수까지 먹으면 백 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야.” 언니가 애교를 부리며 엄마 품에 안기더니 이번 생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라희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언니는 내 이야기를 꺼내며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임준수가 짜증이 났는지 입술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서연아, 너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그러니까 이렇게 당하고만 살지.”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 아이러니했다. 가족들 모두 언니를 편애하고 있었지만 언니는 만족할 줄을 몰랐다. 언니는 내가 존재하는 것조차 증오하는 것 같았다. 사실 엄마도 처음에 나를 이렇게까지 홀대하지는 않았다. 생일이면 내게도 잔치국수를 끓여주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기뻐 폴짝폴짝 뛰었다. 내가 고맙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엄마가 우리 때문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제4화 “나는 엄마만 무사하면 돼요.” 이 말을 들은 아빠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생일은 무슨 생일이야.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말고 얼른 방으로 꺼져.” 그 잔치 국수는 아빠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한 입도 먹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리 빨리 죽었는지 알 것 같았다. 언니는 일부러 내 방으로 들어와 내 마음을 후벼파는 말들을 스스름없이 내뱉었다. “엄마가 만든 면을 먹겠다고? 정말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네.” “너처럼 재수 없는 년은 왜 죽지도 않는 거야.”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언니를 밀쳤고 언니는 마침 머리를 문에 부딪쳤다. 그날 밤 아빠는 처음으로 나를 지하실에 가뒀다. 이게 내 명을 재촉하는 화근이 되었다. 너무 어두워서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를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미친 듯이 문만 두드렸다. 악몽이 나를 삼켜버렸고 귓가에는 옷이 찢기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온몸을 웅크리고 외할머니를 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어둠에 갇힌 나는 공포에 휩싸였다. 다시 눈을 떠보니 엄마가 병원에서 나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보자마자 놀라서 구석으로 숨어들며 중얼거렸다. “나는 엄마 싫어요. 엄마 싫어요.” 하지만 나는 잊었다. 그날 엄마가 처음으로 나를 먼저 안으려 했다는 걸 말이다. 엄마가 내민 손은 허공에서 굳어버렸고 표정도 점점 싸늘해졌다. “머리 검은 짐승 맞네.” 나는 어둠 공포증을 진단받았지만 엄마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바로 병원을 나섰다. 그날 밤, 나는 후회에 휩싸였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지만 나의 절망과 초조함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엄마와 내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다. 내가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언니가 서재를 갖고 싶다고 하자 엄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물건을 빼버리고 내 방을 서재로 만들었다. 정말 한시라도 빨리 나를 집에서 쫓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괜찮았다. 나는 죽었으니 이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일이 없었다. 다음날. 신이한은 언니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언니 손에 신혼집 열쇠를 들려줬다. 신난 언니가 가족들을 데리고 구경하러 갔고 나도 묵묵히 아빠, 엄마와 신이한을 뒤따라갔다. 새집에 도착하자 아빠, 엄마는 피곤한 몸을 소파에서 기대며 내 뒷담화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라희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어떻게 지금까지 전화 한 통이 없어.” “내가 너무 헛살았어요. 어떻게 내 배에서 이런 딸이 나왔지...” 엄마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통화 기록을 뒤져봐도 발신 기록밖에 없었다. “라희가 매정한 거지. 거둔 은혜도 모르는 년. 앞으로 영원히 돌아오지 말라지.” 아빠가 엄마의 손을 꼭 잡아줬다. 나는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 표정은 증오로 가득했고 걱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아빠가 미간을 주물렀다. 내 얘기만 들어도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엄마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사라진 지도 꽤 되었는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엄마, 내가 도대체 얼마나 못났으면 나를 이 정도로 미워하는 거예요?”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엄마, 이렇게 늦게 찾아왔다는 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엄마는 머리를 창문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앉아 있었다. 외할머니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고 말했지만 나는 외할머니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죽고 나서야 엄마는 그냥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화가 치밀어올라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신비한 힘에 이끌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 내가 다시 전화해 볼 테니까 급해하지 마요.” 임준수가 핸드폰을 눌렀다. 뚜. 뚜. 뚜. 연결음 세 번 만에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라희야, 너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전화를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일부러 우리 엿먹이려고 이러는 거지.” 수화기 너머에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죽었어요. 살려달라더니 죽었다고요.” 제5화 전화가 끊기자 임준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재수 없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나를 공포에 빠트렸다. 생일 전날, 나는 미친 듯이 하던 업무를 마감했다. 엄마가 전화해 집에 경사가 났다며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생일에 외할머니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외할머니가 남겨준 불상을 집에 흘리고 나온 게 생각났다. 집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언니, 그리고 신이한과 마주쳤다. “라희야. 내일 우리 생일인데 같이 참석할 거지?” “이한 씨와 나의 약혼식도 그날로 잡을 거니까 꼭 참석해.” 언니는 신이한의 품에 안긴 채 눈부시게 웃었다. 나는 그제야 엄마가 말한 경사가 언니의 약혼식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대꾸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라희야. 넌 내가 행복한게 거슬려?” 언니가 내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요청하는 게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요. 얼마나 행복한지 지켜볼게요.” 언니의 기분을 잡치게 하려고 한 말이었지만 목숨을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집을 샅샅이 뒤져봐도 불상이 보이지 않자 나는 너무 급한 나머지 눈물을 뚝뚝 떨궜다. 안 좋은 일이 몰래 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희야, 이거 찾아?” 언니가 내 목숨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 “지하실에 버렸을걸? 집에 둬도 자리만 차지하니까.” 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열어보니 안이 너무 어두웠다. 뒤에 서 있던 언니가 뭔지 모를 물건을 안으로 던져넣더니 나를 안으로 밀쳤다. “내 약혼식에 참가하겠다고? 꿈 깨.” “나는 평생 너랑 같이 생일 파티할 생각 없어.” “여기서 기다려.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 언니가 자지러지게 웃더니 지하실 문을 잠갔다.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에 외할머니가 준 불상이 있다고 했던 게 떠올라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보일 듯 말 듯 한 불빛으로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뭔가에 걸려 넘어졌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두려움이 온몸을 덮쳤다. 나는 까마득한 어둠에 갇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정신이 흐릿해지는데 지하실 문이 다시 열렸다. 엄마였다. ‘엄마, 살려줘.’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말이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지하실 문 앞에 선 채 안을 힐끔 들여다보더니 손에 든 물건을 놓고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써 버텼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오는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꺼져 들어가는 목소리에 맞은편에 서 있던 사람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기 왜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네.” “근데 생긴 게 꽤 괜찮은데? 오빠가 구해줄게. 걱정하지 마...” 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옷이 찢겨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내 몸이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그 사람은 아직도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뭐야. 죽었어?” “에이. 뭐 했다고 벌써 죽어. 재수 없게.” 당황한 남자들이 내 시체를 포댓자루에 담았다. 너무 어두워서 그런지 생김새는 보이지 않았고 두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는 나의 머릿속에 콕 박혔다. 포댓자루가 작아 시체가 잘 담기지 않자 남자들은 발로 힘껏 걷어차며 억지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앞으로 도망갔다. 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참으로 사나웠다. 다시 몸을 돌리자 언니의 약혼식이었다. 파티장은 으리으리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로 맛있는 음식과 술이 보였다. 가족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하객들이 건넨 축복을 받았다. 그러다 가끔 내 생각이 나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곳은 내가 죽기 전에 봤던 허름한 집과는 천지 차이였다. 제6화 그 뒤로 시체가 어디 갔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거긴 너무 어두워서 영혼이 된 지금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저번처럼 나를 품에 꼭 안아주며 할머니 여기 있다고 다독여줬을까? 하지만 나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런 장면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내가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을 바랐지만 나는 늘 어둠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죽으면서까지도 어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세상에 더는 망설임 없이 나를 선택할 사람이 없었다. 그 말은 나는 영원히 편애받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애써 진정하려 했다. [엄마, 나는 당신들이 너무 미워요.] [당신들이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당신들을 버린 거예요.] [당신들과 가족이 된 건 이번 생의 제일 큰 불행이었어요...] ... 오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나를 재수 없다고 연신 욕해댔다. 언니는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으로 아빠, 엄마를 위로했다. “이제 어린애도 아닌데 라희가 왜 이런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우리 생일에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불길해요.” 화가 잔뜩 치밀어오른 아빠가 코웃음 쳤다. “죽으면 차라리 잘된 거지 뭐.” “양심 없는 년은 살아있어도 문제야.” 외할머니가 나를 데려간 후로 아빠의 사업도 점점 커졌고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자산도 몇 배로 불어났다. 아빠는 언니 덕분에 행운이 깃든 거라고 말했다. 엄마도 퇴원하고 언니와 오빠도 건강하니 집안에 핀 꽃도 전보다 더 흐드러져 보였다. 이런 이유로 아빠는 나를 더 미워하며 재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나는 아빠가 나를 볼 때마다 짓는 증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내가 가문에 안 좋은 영향이라도 끼칠까 봐 엄마에게 앞으로 나를 라희로 부르라고 하면서 호적도 일단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나는 집이 있었지만 집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언니와 오빠를 위해서라면 큰돈을 써가며 좋은 학교로 보내 엘리트 교육을 받게 했지만 나는 편입으로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했다. 나는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가 시간에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해야 했다. [아빠. 나 이제 죽었는데 그만 욕하면 안 될까? 아빠는 전혀 데미지가 없겠지만 나는 마음이 아픈데.] [나 이제 아빠 딸 하기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그들과 생활하는 수밖에 없었다. 살아있을 때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죽어서도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귀신이 되어서도 결국 그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매일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언니와 오빠를 밥 먹으라고 불렀고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 언니가 애교에 능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다정했고 언니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엄마는 냉정하지 않았고 웃을 줄도 알았다. 그저 나를 보고 웃지 않을 뿐이었다. 이웃집 아줌마도 좋은 딸을 두었다고 복 받은 여자라며 칭찬할 정도였다. “그래요. 우리 서연이는 정말 착해요. 라희가 성격이 괴팍해서 그렇지. 집에도 안 들어오는 거 봐봐요.” “아이고, 딸 하나 잘못 두니까 이렇게 성가실 수가 없네요.” 엄마는 칭찬도 폄하도 서슴지 않았다. 내 소문은 가족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퍼져나간 것이었다. 이웃집 아줌마도 그 말에 그저 난감한 표정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웃집 아줌마와 인사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내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러자 평화롭던 분위기가 순간 깨져버렸다. “이 핸드폰 주인의 가족인가요? 살인 사건에 연루된 범인을 잡았는데 그 사람 몸에서 이 핸드폰이 나왔어요.” “범인이 사체 은폐 장소를 자백했으니 같이 사체 수령하러 가시죠.” 내 사체가 드디어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