Đang tải thông tin quảng bá...
거짓된 사랑, 이혼은 필연이었다
결혼기념일에 남편의 첫사랑이 SNS에 태아 초음파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10년 동안 나를 지켜준 좋은 남자, 아들...
Chương (1)
第1章
결혼기념일에 남편의 첫사랑이 SNS에 태아 초음파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10년 동안 나를 지켜준 좋은 남자, 아들 선물해줘서 고마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나는 댓글로 남겼다.
[상간녀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계속하는 거야?]
그러자 남편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와 나를 꾸짖었다.
“네 멋대로 생각 좀 하지 마! 난 그저 시험관 시술만 도와준 거야. 싱글맘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준 것뿐이라고.”
“그리고 혜리는 한 번에 임신했는데 당신은 세 번이나 했으면서도 아무 소식이 없잖아. 정말 쓸모가 없어서...”
사흘 전, 남편은 해외로 출장 간다고 하며 내 전화나 메시지에 아무런 답도 없었다.
그냥 바쁜 줄 알았더니 사실은 다른 사람과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30분 후, 손혜리는 또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올렸다.
[해외 음식이 이제 질려서 민재가 직접 요리해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그 순간, 내 손에 들린 임신 확인서가 차갑게 식어갔다.
8년간 깊이 사랑했고 결혼 후 6년을 참고 견뎠다.
이번에 나는 정말 놓아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제1화
전화를 끊고 나는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음식과 6주년 기념 케이크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오늘 당신 생일이야?]
[오늘은 못 돌아가니까 당신이 혼자 알아서 보내.]
나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내 생일도,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정민재는 절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손혜리와 관련된 일들은 작은 수첩에까지 꼼꼼히 적어뒀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말이다.
테이블 위의 임신 확인서는 다시 조심스럽게 넣어두었다.
원래 오늘 저녁에 정민재에게 선물처럼 전하려고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결혼 6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나는 세 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했고 그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모두 실패했기에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임신이 된 것이다.
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손혜리의 SNS를 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녀도 같은 날 남편의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만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속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음식을 내 앞으로 당겨 왔다. 비록 입맛이 없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몇 입은 먹어야 했다.
하지만 생선과 고기의 냄새를 맡는 순간 갑자기 심하게 구역질이 나서 허리를 구부리며 토하기 시작했다.
토하고 난 뒤에는 아랫배에 점점 심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아래쪽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확인해보니 바지에 붉은 핏자국이 번지고 있었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유산의 징조인가?’
정민재에게 실망스러웠어도 이 아이만은 힘들게 얻은 아이이기에 잃을 수 없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챙겨 차를 몰고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문을 여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벽에 기대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다.
오늘 아침에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느라 하루 종일 바빴다.
집에 돌아온 뒤엔 정민재가 분명 집에 돌아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축하할 것이라 생각하며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 저혈당인 것 같았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눈앞이 점점 흐려지고 어지러워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때 옆집 문이 딸깍 열리며 이웃이 나왔다.
그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달려와 나를 부축했다.
“무슨 일이에요?”
그제야 나는 한숨을 돌리며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검사 후 예상대로 나는 유산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여러 가지 약을 처방해주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분 앞으로 정말 조심해야 해요. 이 아이도 애초에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니 더 이상 스트레스나 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남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나는 그가 남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남편은 해외 출장 중이에요...”
그러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 사항을 몇 가지 더 이야기했다.
“그럼 이 내용을 남편에게도 보내세요. 아이 아빠도 이제부터는 어떻게 임산부를 돌봐야 할지 배워야 할 겁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잘 돌봐주고 있긴 하지. 문제는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라는 거지만.’
제2화
며칠간 나는 병원에 입원해서 상태를 안정시켜야 했다.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준 이웃인 안태석은 정말 친절하게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입원 수속을 도와줬다.
“남편한테 전화 안 해요?”
물을 마시던 내 손이 잠시 멈칫했다.
“굳이 알릴 필요 없어요. 저 그 사람이랑 이혼할 거거든요.”
그러자 안태석은 놀라서 짧게 ‘아’하고 소리를 내더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말했다.
“미안해요. 태석 씨한테 이런 얘기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안태석은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정민재가 떠올랐다.
정민재는 요즘 나에게 밝은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대화를 할 때마다 항상 짜증 섞인 얼굴로 날 쳐다보거나 이마를 찌푸리고 눈을 부라렸다.
내가 몇 마디만 더 해도 자신을 귀찮게 한다는 표정이었고 내가 자기를 의심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핸드폰 알림이 울리며 내 생각을 끊었다.
정민재가 보낸 건 볼품없는 스카프 한 장이었다.
[생일 선물 샀어. 이제 됐지?]
스카프에 찍힌 브랜드 로고를 본 나는 손혜리의 SNS를 찾아 들어갔다.
역시나 새 에르메스 가방 하나가 자랑하듯 SNS에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임신 때문에 힘들었는데 가방 하나로 다 풀리는 기분이야! 고마워, 민재야!]
나는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정민재가 나에게 보내온 스카프는 명품 가방에 딸려온 사은품일 뿐이었다.
손혜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리려던 것을 정민재가 내게 선물로 준 게 분명했다.
[필요 없어. 그거 손혜리 가방이나 닦게 줘.]
내 답장은 곧바로 정민재의 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와 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왜 이렇게 유치하게 질투질이야? 나랑 혜리는 영혼의 동반자일 뿐이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저급한 관계가 아니라고!”
“진짜로 혜리랑 뭔가 있었다면 네가 나랑 결혼해서 지금 호강할 수 있었겠어?”
‘호강’이라는 단어가 나를 순간 아득하게 만들었다.
내가 정민재와 사귄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그해 손혜리는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났고 정민재의 가정 형편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그의 덕을 본 적이 없었다.
졸업 후 그가 창업을 했을 때는 겉보기엔 그럴듯했지만 사실은 회사 운영비로 항상 허덕였고 돈을 아끼느라 지쳐 있었다.
그나마 2년 전 사업이 성공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나는 검소함에 익숙했고 정민재가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가 없는 문제로 시어머니에게 매일 구박과 잔소리를 들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호강을 누렸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여기, 뜨끈한 죽 좀 드세요.”
안태석이 방금 사 온 음식을 들고 와 나에게 권했다.
그 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흘러나가자 정민재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완전히 폭발했다.
“옆에 누구야? 박지아, 일부러 다른 남자 부른다고 날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남자더러 당장 꺼지라고 해. 내 집 더럽히지 말라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는 정민재에게 지금 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민재는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비웃으며 말했다.
“나 이제 알았어. 너 참 유치하다. 혜리가 임신한 걸 보고 배 아파서 내 관심을 끌려고 이러는 거잖아?”
“설마 너도 임신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뭘 이런 걸 다 따라 하려고 그래? 역겨워.”
나는 핸드폰을 꽉 쥐며 계속 다짐했다. 절대로 화내지 말라고, 슬퍼하지도 말라고.
지금 내 아이는 작은 자극도 견딜 수 없으니 말이다.
“당신을 억지로 돌아오게 하려는 건 아니야. 손혜리랑 즐겁게 놀아. 나도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당신 없어도 괜찮아. 오히려 훨씬 더 편해.”
처음으로 내가 정민재보다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는 곧바로 화가 잔뜩 나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내용은 똑같았다.
내가 예민하게 굴어 괜히 자신의 기분을 망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후회하게 될 거라며 하루도 안 돼 다시 찾아와 사과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핸드폰을 옆에 던져놓고 따뜻한 죽을 한 숟가락씩 떠먹기 시작했다.
이틀 후 의사는 내 상태가 안정되었으니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안태석은 차를 몰고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너무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그냥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웃끼리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이 한쪽이 아려왔다.
정민재는 나를 거의 태워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손혜리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직접 데리러 갔다.
“차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직접 운전하면 안 된대?”
내가 살짝 불평이라도 하면 정민재는 곧바로 되받아쳤다.
“혜리는 면허도 없잖아. 내가 데리러 가는 게 당연하지. 택시 탔다가 무슨 일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거야?”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내 팔이 누군가에 의해 세게 잡아당겨 졌다.
뒤를 돌아보니 정민재가 어두운 얼굴로 서 있어 나는 깜짝 놀랐다.
“당신이... 여긴 웬일이야?”
‘그동안 아무 소식도 없더니... 내가 병원에 있다니까 신경이 쓰인 건가? 혹시 막 귀국해서 바로 병원에 온 건가?’
하지만 정민재는 냉랭한 눈빛으로 안태석을 한 번 훑어보고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지금 그 말을 할 자격이 돼? 집에 가보니까 테이블 위에 있던 음식들이 다 썩어서 냄새가 장난 아니더라!”
“박지아, 당신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다른 집 주부들은 최소한 애도 잘 키우고 집안일도 제대로 한다는데 당신은 애도 하나 못 낳고 이젠 내 생활까지 신경 안 쓰는 거야?”
그의 비난은 내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냈다.
나는 정민재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얘기했잖아? 아픈 아내한테, 환자한테 해줄 말이 고작 그거야? 집안일 못 했다고 비난만 할 거야?”
그러자 정민재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어디가 아프다는 거야? 얼굴 보니까 상태 좋아 보이는데. 그만 좀 연기해!”
사실 내가 얼굴이 좀 나아진 건 안태석이 매일같이 뛰어다니며 죽과 보양식을 챙겨줘서 겨우 회복된 덕분이었다.
안태석은 정민재의 말에 화가 나서 차에서 내려 나 대신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리고는 안태석에게 먼저 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것은 정민재가 나를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술집 앞에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
제3화
“오늘 밤 혜리가 친구들 불러서 파티를 열어. 임신 축하 파티.”
내가 거절할 새도 없이 정민재는 미리 내 길을 막았다.
“혜리가 당신 신경 많이 써주더라. 당신도 와서 좋은 기운 좀 받아가. 이제 그만 까칠하게 굴어.”
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차피 마음은 이미 식었고 나는 이혼 변호사에게도 연락을 해둔 상태였다. 그러니 이제 더는 손혜리의 얄팍한 수작에 상처받을 일은 없었다.
파티룸에 들어가자 화려하게 차려입은 손혜리가 느지막이 나타났다.
나는 며칠간 병원에 입원하느라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해 초라한 몰골이었다.
그와 달리 손혜리는 마치 꽃처럼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에 발린 말로 손혜리를 치켜세웠다.
“미녀 화가는 역시 하는 생각도 진보적이라니까? 그렇게 많은 구애자들을 다 거절하고 싱글맘을 자처하다니.”
“혜리는 돈도 많고 시간도 많잖아. 혼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지. 남편한테 돈 타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주변의 시선은 은근히 나를 향해 있었다. 모두들 비웃는 눈빛이었다.
손혜리는 웃으며 술을 여러 병 주문하고는 오늘은 자기가 쏘겠다고 했다.
곧 사람들이 분위기를 띄우자며 진실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게임 룰은 진실을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진실 카드를 선택하면 되고 말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모험 카드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 다 못할 경우 벌칙을 받으면 된다.
첫 번째로 술병이 손혜리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입을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
“그럼 난 진실로 할래.”
그러자 그녀의 친구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혜리야, 시험관으로 아이를 가졌는데 나중에 아이가 아빠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정민재라고 대답할 거야?”
이 물음에 손혜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지아 언니, 언니가 신경 쓰는 거 알아요. 그래서 요즘 민재랑도 티격태격하고 있잖아요. 근데 걱정 마요. 난 절대 두 사람 사이를 망치려고 하지 않을 거니까. 솔직히 내가 민재랑 결혼하려 했다면 애초에 언니가 지금의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하지만... 만약 언니가 계속해서 아이를 못 낳는다면 나중에 우리 아이더러 민재랑 언니를 잘 보살펴주라고 할 거예요. 그게 아니면 언니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사람들은 그녀가 참 착하다며 칭찬했다.
나는 마음이 너무나 평온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과거, 특히 정민재 회사가 잘 되기 시작한 지난 2년 동안 손혜리는 갑자기 내 삶에 끼어들어 그의 곁을 자주 맴돌았다.
처음엔 나도 충격을 받고 화가 났었다.
질투심에 괴로워하며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정민재가 매번 그녀를 선택하며 나에게 유치하다고 그들을 오해한다고 꾸짖을 때마다 내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 사실 지금 당장 구청 가서 이혼하자고 해도 난 아무 문제 없어.”
그러자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정민재가 나를 향해 화를 냈다.
“괜히 헛소리하지 마.”
나는 미소를 지으며 덤덤히 말했다.
“너무 자신하지 마. 당신이 내 마음속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 줄 알아?”
정민재의 눈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됐어. 그만 까칠하게 굴어. 혜리가 얼마나 당신을 배려하는지 좀 봐. 내가 요즘 당신이랑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며칠은 집에 있을 테니까 이제 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다음 게임을 하자며 넘어갔다.
이번에는 술병이 나를 가리켰다.
내가 진실을 선택하려 하자 손혜리가 먼저 나섰다.
“아까 내가 진실을 선택했으니 이번엔 대범하게 모험으로 해볼까요?”
나는 냉소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내가 뽑은 모험 카드는 문을 나서자마자 만나는 첫 남성과 키스하는 것이었다.
곧 정민재가 말없이 세 병의 술을 내 앞에 밀었다.
“지아는 이거 못 하니까 자진 벌칙으로 술 세 병 마시는 거로 넘어가.”
그러자 사람들은 깔깔 웃어댔다.
“그렇지. 남편이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랑 키스하는 건 좀 그렇지.”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왜 포기해? 이 게임 손혜리가 시킨 건데 내가 못 할 이유가 있나?”
내 말에 잔뜩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정민재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지아, 오늘 진짜 일부러 나한테 대들려는 거지?”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손혜리에게 시험관 아기를 갖도록 도와주는 건 문제 없고 그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내가 단순히 게임을 하겠다고 하자 이렇게 화를 내는 것 말이다.
손혜리는 서둘러 우리 사이에 끼어들며 싸움을 말렸지만 그녀의 눈은 의도적으로 내 배 쪽을 향해 있었다.
“이 술은 도수가 낮아서 괜찮아요. 마셔도 아무 문제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정민재는 더욱 화가 나서 바로 병뚜껑을 열어 내 입에 술을 쏟아부으려 했다.
“모두가 너를 배려해주는데 끝까지 이 분위기를 망치고 싶은 거야?”
갑자기 당황한 나는 술을 한 모금 삼켰고 그의 과격한 행동으로 술이 얼굴과 눈에 튀었다.
그러다 배 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하니 갑자기 겁이 난 나는 서둘러 뒤로 물러나며 손을 휘저어 피하려 했다.
그 순간 발뒤꿈치에 무언가가 걸려 나는 뒤로 넘어졌고 몸이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아랫배에서 격렬한 통증이 몰려왔다. 나는 배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정민재는 놀란 얼굴로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 했지만 하는 말은 여전히 차가웠다.
“엉덩방아 찧었다고 죽기야 하겠냐?”
그때 옆에 있던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피! 바닥에 피가 잔뜩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