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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연하남과 결혼하기
처음으로 남자와 한 침대에서 자게 되었는데, 가운에 하필이면 친한 친구가 누워 있다. 이른 아침 남자는 나에게 몰래 입 맞추고 나를 책임지겠다는 약...
Chương (1)
第1章
처음으로 남자와 한 침대에서 자게 되었는데, 가운에 하필이면 친한 친구가 누워 있다.
이른 아침 남자는 나에게 몰래 입 맞추고 나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제1화
나는 25살이 되도록 남자 한 번 만나본 적 없다.
그런 나에게 베프 임유미가 갑자기 저녁에 두 남자와 침대 하나를 써야 한다고 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난처하지 않았다. 두 남자를 전에 만나본 적 있었으니까.
한 명은 내 이상형이다. 185라는 큰 키에 내 인생 계획보다 더 선명한 턱선, 그리고 또렷하고 맑은 눈, 긴 손가락과 깅 다리를 갖고 있었다.
그 남자는 뭐든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침만 흘릴 뿐, 감히 불결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유미의 친동생 임시우, 나보다 무려 8살이나 어렸으니까.
무엇보다 시우는 아직 미성년자다. 그가 아무리 완성형 얼굴을 가졌다지만, 난 절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없다.
게다가 우리가 왜 네 명이서 한 침대를 써야 하냐면, 나와 유미는 모두 알거지였으니까. 우리는 월세와 생활비로만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
유미의 동생 시우와 건우는 매번 방학만 되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놀러 오겠다고 했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려면 두 사람을 우리 집에 머무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셋방 침대가 커서 4명이 자도 끄떡없다.
오늘 세 명과 같은 높이의 공기를 마시려고 나는 무려 7센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꼬박 하루를 돌았다.
그러니 꽤 누나 같았다.
하지만 4명이 샤워하는 게 문제라 나는 세 명보다 한발 먼저 집에 돌아갔다.
역시 신발을 갈아신으니 편했다.
계속 동생들 앞에서 누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 얼굴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해진다.
오늘도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뽀송하게 말린 뒤, 방에 향수를 가득 뿌렸다. 그것도 모자라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저녁인 데도 톤업 크림을 발랐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는 묵묵히 노크 소리를 기다렸다.
잠시 뒤, 문소리가 들렸다. 문을 빼꼼히 열었더니 눈앞에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남자한테서 단번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는 남자를 흘긋 보고는 뒤 돌아 방금 씻고 향수까지 뿌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거울로 그가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물론 하루 종일 같이 놀러 다녔지만 남동생 둘과 한 공간에 있으니 너무 어색했다.
유미가 샤워하는 동안 시우는 나와 가까운 쪽에 누웠다. 그리고 건우는 밖에 눕고 나는 맨 안쪽에 누웠다.
나는 시우가 체육학과라는 걸 잊어 마냥 작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매일 농구를 해서인지 반팔티를 입고 침대에 누워 팔근육을 드러낸 모습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물론 그 모습을 감히 바라볼 수 없었지만.
시우는 계속 남성미를 발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와 처음 접촉하는 나는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눕지 않고 계속 유미만 재촉했다.
시우와 건우는 각자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시우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눈빛이 너무 뜨거워 당황한 나머지 나도 핸드폰을 하는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2화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유미가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유미가 나와 시우의 사이에 눕자 나도 그제야 자리에 누웠다.
세 사람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그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점차 잠들었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쯤,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나는 입술에 뭔가 말캉한 것이 느껴졌다.
때론 부드럽다가 때론 강하게 몰아붙이는 키스에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숨도 쉴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때, 시우의 얼굴이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시우의 입술은 내 입술에 붙어 있었고 두 팔은 내 어깨 양옆을 짚은 채 야릇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눈앞의 사람이 시우가 아니었다면 아마 당장 신고했을 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우라면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나는 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옆에 아직 두 명이나 자고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어떻게 시우 옆에 오게 된 거지?’
나는 너무 의아했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우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키스에 몸이 나른해졌지만,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시우를 밀쳐 버렸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렵게 일어나려 했지만 시우가 나를 잡아당겼다.
그 힘에 평형을 잃은 나는 다시 시우의 품에 넘어졌다. 게다가 손이 하필이면 시우의 허벅지를 짚었다.
‘젠장.’
나머지 두 사람이 깨기라도 할까 봐 나는 시우의 허벅지를 누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때 시우가 천천히 나한테 얼굴을 들이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누나, 미안해요. 내가 책임질게요.”
그 순간 내 얼굴은 더 빨개졌다. 게다가 머리가 윙 울리더니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뛰쳐가 문을 잠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어제 너무 잘 보이려고 오버했나? 그래서 시우가 참지 못했나?’
시우가 나보다는 어리지만 욕구가 나보다 적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나는 열기를 식히려고 미친 듯이 찬물 세수를 했다.
이걸 유미가 알면 난 아마 쪽팔려 죽었을 거다.
한참 동안 세수하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그런데 화장실 문손잡이에서 갑자기 찰칵 소리가 났다.
오늘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인지 나는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이윽고 커다란 그림자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나를 세면대에 가두었다.
“누나, 어제는 나랑 비슷하던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제3화
시우의 얼굴과 이런 행동은 얼빠인 나에게 아주 잘 먹혔지만, 아직도 풋풋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시우를 똑바로 쳐다봤다.
“시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해.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줄게.”
시우의 눈동자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윽고 내 눈을 피하며 손을 거두어들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리고 시우야, 나 지금 너 먹여 살릴 처지 아니야.”
큰 키와는 다르게 시우의 기세는 한풀 더 꺾였다.
“누나 먼저 씻어요. 미안해요.”
시우가 나간 뒤 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내가 방금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진짜 난감하네. 잘생긴 남자는 상처 주기 싫은데.’
아침 8시 반, 나와 유미는 출근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친구라, 나는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됐다.
하지만 그 전에 의문이 하나 있었다.
버스에 오른 뒤, 나는 유미를 빤히 쳐다봤다.
“너 어제 대체 무슨 짓 했어?”
유미는 얄밉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네 짓일 줄 알았어.’
“내 동생이 잘생겼다고 한 게 누구더라? 그래서 가까이에서 지낼 기회를 만들어 줬잖아.”
“됐거든. 자다가 더우니까 나를 가운데로 밀어버린 거잖아. 내가 너를 모를 것 같아?”
“역시 날 아는 건 너뿐이라니까.”
나는 유미를 꾹 눌렀다. 하지만 어젯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면, 유미는 아마 시우를 집에서 쫓아낼 것이다.
“미안해, 우리 지가. 네가 불편하다면 내가 걔네 둘 집으로 쫓아낼게.”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지만 아직 눈요기를 채 하지 못했는데, 두 사람을 쫓아내는 데 동의할 내가 아니다.
“괜찮아.”
“그런데, 시우가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 있다더라고. 걔가 정말 잘생겼어?”
나는 일부러 덤덤한 척 대답했다.
“그건 부정 못 하지.”
“지난 학기에 걔네 학년에 새로 음악 쌤이 오셨다는데, 우리 또래인 가 봐. 예쁘다고 어찌나 칭찬하던지. 자식.”
하긴, 내 나이면 시우의 선생님이 되고도 남을 나이다.
“애들은 다 젊고 예쁜 선생님 좋아해.”
나는 농담조로 시우 편을 들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복잡하고 허전했다.
연애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모처럼 설레는 사람을 만났는데 하필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니.
하지만 그래도 시우가 나한테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제4화
한 방에 4명이 자는 건 확실히 너무 좁았다. 때문에 퇴근 후 시우와 건우를 데리고 쇼핑하고 나서, 유미는 내일 두 동생을 집에 돌려보낼지 말지를 의논했다.
시우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나와는 별로 말도 섞지 않고 내 뒤에 서 있었다.
깔창으로 키를 맞춘 나까지 네 명이 나란히 길을 걸으니, 큰 키에 잘생긴 얼굴들 덕에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가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슬쩍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여자애들이 하트가 된 눈으로 시우를 흘긋거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여자애들이 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곤대고 있었다.
그 사실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얼마 뒤, 우리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갔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은 세라복을 입은 여자애가 자꾸만 우리 쪽을 흘긋거렸다. 그 시선이 거슬리는 건 여자애가 너무 예뻐서였을 지도 모른다.
나도 참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시우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위기감을 느끼는 건지.
나는 핑계를 대고 가게 앞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유미도 나를 따라나섰다.
“너 아까 봤어?”
나는 유미가 뭘 가리키는지 당연히 알고 있다. 저 흥미진진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네 동생 참 대단해. 어딜 가도 사람들이 쳐다보네. 과할 정도야.”
“우리가 떠난 뒤 그 여자애들이 백퍼 걔네 연락처 물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지켜봤더니 두 여자애는 시우와 건우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시우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두 여자애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상실감이 밀려왔지만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유미한테 사실을 공유했다.
사람은 왜 이토록 가식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시우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화장을 고치면서 유미를 먼저 돌려보냈다.
갑자기 내가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손해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나는 화장실 문 앞 거울 앞에서 한참을 어물거리다 거울 속에 나타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상대도 손을 씻으려 한다고 생각한 나는 얼른 옆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가 내 허리에 손을 얹었다.
너무 놀란 나는 바로 소리 지르려 했지만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지더니 귓가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곧이어 나는 좁은 공간으로 끌려갔고, 찰칵하더니 문이 닫혔다.
다만 은연중에 문이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기억이 사라졌다.
마치 오랜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시우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와 키가 비슷했다.
그건 내가 처음으로 유미 집에 갔던 날이었다. 그날 저녁 유미는 남친과 데이트하러 갔다.
유미의 부모는 자주 집을 비우셨고, 남동생들은 항상 밤늦게 집에 들어왔기에 그날은 나 혼자 유미 방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잠이 들려고 할 때, 문밖에서 거친 문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야, 살려줘.”
나는 그때 너무 놀랐다. 다행히 노크 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나는 얼른 유미에게 전화했다.
동생일 거라는 유미의 말에 문을 열어 봤더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시우가 보였다.
나는 그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시우는 내가 봤던 남자애들 중에 제일 예뻤으니까.
시우는 고개를 들고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아주 허약해 보였다. 그는 배를 끌어안고 계속 살려달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얼른 시우를 업고 작은 진료소로 달려갔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시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검사 결과 급성 위장염이었다. 의사는 시우가 밖에서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은 탓일 거라고 했다.
다행히 링거를 맞은 뒤, 시우는 많이 좋아졌다.
제5화
저녁이 되니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제법 쌀쌀했다.
시우는 놀랍게도 자기 외투를 벗어 나에게 걸쳐주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날 이후 작별한 뒤로 나는 시우를 1년 동안 보지 못했다.
곧바로 장면이 바뀌더니 나와 유미가 사는 셋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나는 많은 돈을 벌어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됐고, 시우도 나와 고작 1살 차이가 되었다.
여전히 그날 아침의 장면이었지만, 주위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 키스하고 사랑을 표현했다.
...
다시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셋방에 있었다. 방은 전보다 넓어졌다.
유미는 시우와 건우가 돌아갔다고 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갔던 화장실 부근에 CCTV가 없어 치한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나도 어제 하마터면 나쁜 놈에게 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유미가 돌아간 뒤 시우가 나왔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거다.
‘그 문 부수는 소리가 시우였네.’
‘이번에는 시우가 나를 구해줬구나.’
‘그런데 그게 뭐?’
‘꿈이 현실로 될 수는 없는데.’
이번에 이렇게 헤어지면 아마 또 1년 동안 보지 못할 거고,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가 부자가 되어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건 너무 허황한 꿈이다.
나는 늘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어 편한 노후를 보내는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항상 조심스럽게 일하고, 잘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또 집세를 내고 나서 생활비를 어떻게 쪼개 쓸지 고민한다.
‘역시 헛된 망상은 그만하는 게 좋겠어.’
‘시우가 다른 사람 연락처도 추가했잖아. 그게 그날에 대한 대답이겠지.’
‘생활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고, 나도 나만의 행복을 찾을 거야.’
‘내가 그동안 남자를 너무 안 만나서 어린 동생을 좋아하게 된 걸 거야.’
‘연애라도 해야겠네.’
결국, 25살의 나는 선을 보기 하기 시작했다.
유미는 전 남자 친구와 재결합하고 얼마 뒷집에서 나가 나 혼자 살게 되었다.
어느덧 또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정말 별의별 남자를 다 만나봤다.
한 달에 2백만 원씩 벌고 돈 좀 있다고 애부터 낳자는 허세에 찌든 노총각도 있었고, 내 등골을 빼먹으려는 무능력 남도 있었다.
역시, 첫눈에 반하지 않는 이상 괜찮은 남자 찾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더 신기한 건 돌고 돌아 내 첫사랑 김형빈을 만났다는 거다.
나는 그때 헤어지던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같은 반이었는데, 연애를 시작한 뒤 형빈은 뭐든 자기 돈으로 계산했다.
나도 남에게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기에,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그의 돈은 쓰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형빈은 시시때때로 나에게 비싼 선물과 명품을 사주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때마다 형빈은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위해 돈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 이유는 너무 어이없었다.
그날 형빈은 기어코 나를 에르메스 가게에 끌고 가 선물을 고르라고 해서, 나는 최신 백 하나를 골랐다.
다만 계산을 할 때 점원이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 순간, 형빈은 가게 직원과 손님들 앞에서 나와 이별 통보를 했다.
“넌 나를 쪽팔리게 했어. 우리 헤어져.”
그때 들은 이 말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헤어지고 싶은데 대충 아무 핑계나 댄 게 틀림없다.
나는 기억을 뒤로 하고 이마를 짚었다.
“은교야, 오랜만이야.”
형빈의 얼굴에는 미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나 다시 너 좋아해도 돼?”
“김형빈, 난 안 되겠는데. 너 또 돈 없으면 나 버려야 하잖아. 얼마나 번거롭겠어.”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나도 그런 상황 처음이라 쪽팔려서 그랬어.”
제6화
“사람들 앞에서 이별 선고하는 건 쪽팔리지 않아? 너도 참 웃긴다.”
내가 돌아서려는데 형빈이 나를 잡아당겼다.
그때의 나는 분명 안과에 가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좋아했는지 의문이다.
“됐어, 더 이상 질척거리면 예의가 아니야.”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형빈은 여전히 내 손을 잡아당겼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시우가 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으니까.
1년 동안, 시우는 또 더 큰 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데도 잘생김은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렇게 쪽팔린 상황을 시우에게 들켜 버리다니.
그때 시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홱 낚아채 말없이 끌고 갔다.
“조은교, 너 내 고백 거절한 게 그 꼬맹이 때문이야?”
시우의 눈에는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가 돌아서서 뭔가 말하려 할 때, 내가 막아섰다.
“넌 여기 있어.”
나는 형빈 앞으로 걸어갔다.
“잘 들어, 내가 거절한 건 네가 싫어서야. 그리고 쟤 꼬맹이 아니야. 네 옆에 세워두고 비교해 줄까?”
나는 싱긋 웃고 뒤돌아 시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함께 걷는 내내 분위기가 매우 어색했다.
나는 그 정적을 깨려고 입을 열었다.
“너...”
“누나...”
그때 마침 시우도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나는 시우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왜 벌써 맞선보러 다녀요? 누나 아직 선보기 이른 나이잖아요.”
“음...”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나가 말해줬어? 음, 넌 아직 어려서 말해도 몰라.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혼자 왔어?”
“누나가 말 안 해 주던가요? 저 여기서 학교 다녀요. 오늘 누나 집에서 하룻밤 신세 지려고 했는데, 남친과 단둘이 있는데 방해하지 말라며 쫓아냈어요. 은교 누나 찾아가라던데요.”
나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그래서,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신세 지겠다고? 아니야, 내가 호텔 예약해 줄게.”
나는 말하면서 얼른 핸드폰으로 부근 호텔을 검색했다.
“누나, 내가 무서워요? 아니면 나 하룻밤 거둬주기 싫어요?”
시우의 갖은 설득에 나는 결국 그를 집에 데려갔다.
나는 속으로 상대는 동생이라는 걸 수없이 되뇌었다. 그리고 조금만 선 넘는 생각이 머리를 내밀면 얼른 스스로를 꼬집었다.
‘안돼.’
집에 도착한 뒤, 먼저 시우더러 씻게 하고 나는 밖에서 정리했다.
다행히 유미가 두꺼운 매트리스와 이불을 남겨 두고 가, 나는 바닥을 깨끗이 닦은 뒤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네 사람은 한 침대를 쓸 수 있어도, 두 사람은 절대 안 된다.
얼마 뒤, 욕실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멈추자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시선을 분산하려고 핸드폰으로 여상을 보고 있었으나, 귀는 욕실 쪽 소리에 집중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수없이 봤던 드라마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목욕 타월을 하반신에 두르고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이.
‘아니야, 시우가 정말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이제 고작 고삐리인데 매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하지만 시우가 나온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 자식 왜 옷을 안 입었어?’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시우가 나에게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아아, 어떡해.’
‘매력이 없기는 무슨!’
나는 참지 못하고 슬쩍 곁눈질했다.
‘저 갈라진 복근 좀 봐. 가는 허리 좀 봐. 저런 나이에 어떻게 저런 몸매가 있을 수 있지?’
나는 또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