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키운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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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키운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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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찢막장매운맛눈물샘자극

유치원에 불이 났다. 그리고 그 안에 네 살 된 나의 딸이 있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미친 듯이 소방관인 나의 남편을 불러 말했다. “우리 하영이가 2층 ...

Chương (1)

第1章

유치원에 불이 났다. 그리고 그 안에 네 살 된 나의 딸이 있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미친 듯이 소방관인 나의 남편을 불러 말했다. “우리 하영이가 2층 사랑반에 있어!” 그러나 남편은 짜증을 냈다. “지금 내가 수민이 딸 구해주는 걸 막으려고 그딴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 사람이 악랄해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어?” “수민이는 원래부터 몸이 안 좋은 사람이야. 난 수민이가 딸 잃는 거 원치 않아. 딸을 잃는 순간 따라서 죽으려고 할 테니까!” 그날 밤, 나의 남편은 첫사랑 정수민의 딸을 안고 불구덩이에서 나오며 모든 이들의 영웅이 되었다. 나는 딸의 유골함을 안고 울다가 쓰러졌지만 나의 남편은 여전히 정수민의 곁에 있어 주었다. “이찬형, 내가 너 평생 후회하게 할 거야!” 제1화 유치원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옷 챙겨 입을 새도 없이 바로 유치원으로 달려갔다. 그 유치원에는 네 살 된 내 딸 하영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끊임없이 남편에게 연락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나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유치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오르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냈다. 공기 중엔 이미 탄 내가 가득했다. “내 아이! 내 아이가 저 안에 있다고요!” 유치원을 둘러싼 아이의 부모가 울부짖었다. “하영아! 하영아...!” 나는 그런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구출된 아이들을 살피며 내 딸 하영이를 찾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에 점점 몸이 덜덜 떨려왔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바로 이때 나는 불길을 진압하고 있는 이찬형을 발견했다. 그는 세원소방서의 소방서장이자 내 남편이다. 나는 목이 터질 정도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있는 힘껏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여보! 여보!” “하영이가! 하영이가 2층 사랑반 무용실에 있어!” 이찬형은 나를 보자마자 멈칫하더니 바로 혐오하는 눈길로 나를 보며 짜증을 냈다. “오늘 하영이가 등원 안 한 거 알고 있어.” 오늘... 그 순간 나는 뭔가 떠올랐다. “그런 게 아니야, 여보!” “오늘 아침 하영이는 일부러 아픈 척했어. 하영이는 유치원에서 춤을 배우고 있었거든. 그래서 당신한테 서프라이즈 해주겠다고 그런 거야!” “하영이가 안에 있다고! 2층 사랑반 무용실에!” 나는 이찬형의 팔을 꽉 잡았다. 행여나 하영이를 구해주지 않을까 봐 말이다. 하영이는 이찬형의 딸이었으니 구해주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주위에 몰려든 학부모들의 통곡 소리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푹푹 찔려왔다. 나는 한 시라도 시간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마치 낯선 사람 대하듯 보았다. “그만해, 차유정! 연기 좀 그만하라고! 하영이는 고작 네 살이야. 그런데 네가 이러면 뭘 보고 배우겠어?!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은 할 수 없어?” “무슨 뜻이야?”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믿기지 않았다. “무슨 뜻이냐고? 순진한 척 이제 그만해!” 이찬형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넌 지금 내가 수민이 딸 구하러 가는 거 막으려고 이러는 거잖아. 내 말 틀려? 사람이 좀 착하게 살 수는 없어?” 나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지금 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그것도 정수민 딸을 구하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민이가 딸 잃게 되면 죽으려고 할 거야!” 나는 그의 핸드폰을 힐끗 보았다. 그는 방금까지 정수민과 통화하고 있었다. 몇 분 전만 해도 나는 그가 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가 불길을 진압하느라 핸드폰 볼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니었다. 나는 넋을 잃은 얼굴로 이찬형을 보았다. “그럼 나는? 하영이를 잃으면 난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이찬형은 내 말을 무시하고 다시 불길 진압하러 갔다. “원장 선생님께 물어봤어. 오늘 토요일이라 1층 누리반만 사용했대. 2층 사랑반엔 아무도 없다고 했다고!” 나는 얼른 쫓아가 그의 옷을 잡은 후 핸드폰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이찬형! 누가 그래! 누가 2층에 사람 없다고 했냐고!” “네 딸 이하영이 지금 2층에 있다고!”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거냐고!” 그는 있는 힘껏 내 팔을 뿌리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 눈앞에서 꺼져!” 내 심장이 망치에 맞은 것처럼 산산이 조각나버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이찬형! 내가 뭐하러 내 딸 목숨으로 이딴 장난을 쳐!”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절망에 빠진 눈길로 활활 타오르는 시뻘건 불길을 보았다. 머릿속엔 딸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하영아! 엄마가 구하러 갈게!” 바닥을 짚고 일어난 나는 미친 사람처럼 불길을 향해 달려들었다. 매캐한 연기에 콜록대며 눈물이 났고 뜨거운 온도에 얼굴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이런 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내 딸이 지금 저 불구덩이에 있었으니까. 분명 울면서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만하라고! 그딴 연기 집어치우라고 했잖아!” 이찬형은 갑자기 나타나 나를 확 잡았다. 힘이 어찌나 센지 잡힌 팔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제2화 나는 그 자리에 털썩 꿇어앉아 애원했다. “이찬형,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우리 하영이 좀 구해줘!” “하영이 정말로 저 안에 있단 말이야. 제발 이렇게 빌게!” 그러자 이찬형은 내 팔을 쳐내며 혐오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 입 좀 닥쳐!” “얼른 이 차유정을 데려가. 이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하고!” 나는 몇몇 소방관들에게 끌려가게 되었고 울면서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찬형!!!” 주위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가 섞여 아주 시끄러웠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소리만 쿵, 쿵, 쿵 세게 들려왔다. 마치 언제든지 멈출 것 같았다. 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아이들은 계속 구출되고 있었지만 내 딸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두 시간 후 이찬형이 나왔다. 그의 품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한눈에 그 아이가 정수민의 딸 정예정임을 알아보았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 이찬형의 팔을 잡았다. 내 손톱이 그의 팔에 박혀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이찬형! 하영이는! 우리 하영이는 어디 있느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우리 하영이를 저 안에 두고 나왔냐고!” 그는 짜증스럽게 나를 보더니 다정한 모습으로 정예정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예정아,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이때 정수민이 황급히 달려왔다. 딸을 본 순간 그녀는 이찬형을 와락 끌어안았다. “찬형아! 네가 우리 예정이를 구해줄 줄 알았어!” 정말이지 화목하고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마치 그들이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 “쾅!”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유치원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더 거세졌다. 나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믿을 수 없어 커진 눈으로 더 활활 타오르는 유치원을 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뭐해요! 사람 구해야죠!”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불길을 진압했을 때마저도 이찬형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불길은 어느새 진압되었고 주위는 조용해졌다. 이찬형은 정수민과 정예정을 데리고 응급실로 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이다. 나는 바닥을 기어 다니며 힘겹게 일어나 타버린 유치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치원은 이미 전부 타버려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내디뎌 2층으로 올라갔다. 발을 뻗을 때마다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하영은 춤을 추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무용실은 2층 사랑반 복도 끝에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뻗어 그곳으로 갔다. 타 버린 한 명의 어른과 작은 아이의 몸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아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이하영의 옆에 있는 시체는 무용 선생님이었다. 무용 선생님이 내 딸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선생님의 시체를 옆으로 옮겼다. 그러자 타 버린 이하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하영은 마치 잠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얼른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우리 하영이를 지켜주지 못했어...” 분명 불길은 진압되었지만 내 가슴은 여전히 커다란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오장육부가 아팠다. 끝까지 딸을 지켜주려고 한 무용 선생님께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렸다. 무용 선생님 덕분에 이하영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을 테니까. 경찰과 법의관이 도착했다. 나는 차분하게 이하영의 시체를 인수하고 한 시라도 견딜 수 없어 얼른 화장을 시켰다. 이하영은 꾸미는 것을 아주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랬기에 이렇게 타버린 모습을 이하영도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유골함이 되어버린 이하영을 어루만졌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영아, 다음 생에는, 다음 생에는 엄마 딸 하지 마...” 난 그 길로 이하영과 집으로 돌아왔다. 이하영이 없는 이 집은 아주 공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하영이 입었던 옷과 신발을 보니 또다시 슬픔이 차올라 고통스러웠다. 이때 이찬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는 몸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오늘 저녁에 소방서에 축하 파티가 있으니까 하영이 데리고 와.” 기가 찼다. 축하 파티라니. 그것도 내 딸 기일에 말이다. 그의 명예는 내 딸의 목숨과 바꿔 얻은 것이다. 제3화 “하영이 못 데려가.” 이찬형은 바로 화를 냈다. “대체 언제까지 연기할 건데?!” “그거 알아? 소방서 식구들이 굳이 널 부르라고 하지 않았어도 너한테 전화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오라고 할 때 잔말 말고 와!”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래, 하영이 데리고 갈게.” 통화가 끝나기 전 그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쯧, 네가 연기하고 있다는 거 전부 알고 있었어! 하영이에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늦지 않게 시간 맞춰서 와. 괜히 내 체면 구기게 하지도 말고!” 그날 밤, 나는 약속대로 이찬형 축하 파티가 열리는 호텔로 왔다. 멀리서부터 나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정수민을 발견했다. 정수민은 이찬형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혈색이 없는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 앉은 덩치 큰 소방관들이 그런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 하긴 정성껏 꾸미고 온 정수민과 달리 나는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머리도 산발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알고 있던 형수님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이찬형은 나를 보더니 짜증스럽게 미간을 확 구기며 강한 싫증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왜 그 꼴로 왔어?” “내가 축하 파티라고 말하지 않았나? 좀 꾸미고 다닐 수는 없어? 창피하게 그게 뭐야!”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테이블 옆에 있던 물티슈를 뽑아 수저를 닦기 시작했다. 아주 힘껏.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더러워 보였다. “하영이는?” 그는 여전히 따져 묻고 있었다. 짜증이 가득 묻어난 어투로. “이렇게 중요한 날에 하영이는 왜 안 데리고 왔어?” 수저를 닦던 내 손이 멈칫했다. 가슴이 칼로 찢기는 듯 너무 아팠다. “내가 말했잖아. 못 온다고.” “왜 못 오는데? 못 온다는 건 또 무슨 소리냐고.” 이찬형은 내 손에서 젓가락을 빼앗은 뒤 확 던져버렸다. “대체 딸 교육은 어떻게 하는 거야? 이하영이 언제부터 이런 말 안 듣는 애가 되었냐고!” 상황을 지켜보던 정수민은 얼른 이찬형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찬형아, 화내지 마. 유정 언니는 그런 뜻이 아닐 거야. 언니는...” “그래요! 나 그런 뜻으로 말한 거 맞아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하영이는 못 와. 이젠 영원히 못 올 거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이찬형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똑바로 말해!” 나는 심호흡한 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이찬형, 내가 그렇게 애원했는데. 그렇게 하영이를 구해달라고 빌었는데! 넌 구해주지 않았어! 넌 하영이가 아닌 쟤를 구했다고!” 나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의 무릎에 앉아 있는 정예정을 가리켰다. 그러자 정예정은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정수민은 속상한 듯 정예정을 품에 안으며 나직하게 달랬다. “괜찮아. 쉬이.” 짜악! 이찬형은 망설임도 없이 내 뺨을 갈궜다. 볼이 순간 후끈거리며 아팠다. “차유정, 내가 경고했지? 밖에서 지랄하지 말라고!” 그는 나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가서 이하영 데리고 와! 안 그러면 다시는 집에 발 들이지 못할 줄 알아!” 나는 차갑게 그를 보았다. 순간 모든 것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이 남자가 바로 내가 10년 넘게 사랑한 남자이고 내가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가정이었다. 그러나 이하영이 죽은 순간 그 마음은 전부 사라졌다. “이찬형, 너 정말 역겹다!” 나는 내 앞에 있던 그릇을 바닥에 던졌다. 그릇은 산산조각이 났다. 주위 공기도 얼어붙었고 모든 사람들이 놀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몇 초 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렸다. “형수님, 이거 일단 내려놓으시고. 우리 대화로, 대화로 풀어봐요!” “그래요... 아이가 있잖아요... 얼마나 놀랐겠어요...” “찬형 형님께선 오늘 이미 충분히 힘드셨다고요. 일단 우리 앉아서 식사부터 해요, 네?” 나는 자리에 내려놓은 가방을 들어 이찬형 앞에 던졌다. 정수민은 갑자기 끼어들며 이찬형 앞을 막았다. “유정 언니, 이러지 말아요. 찬형이도 이틀 동안 하영이를 못 봐서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하영이를 데리고 오세요.” “뭐가 어찌 되었든 하영이는 찬형이 딸이잖아요.” 제4화 나는 웃음만 나왔다. 그러다가 정수민을 보며 말했다. “그렇네요. 내가 왜 그쪽을 잊고 있었죠? 그쪽이 허구한 날 유부남한테 들러붙지 않았더라면... 그쪽만 아니었다면 우리 하영이가 어떻게...!” “너...!”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찬형은 정수민을 몸 뒤로 숨기더니 다시 손을 올려 나의 뺨을 때리려 했다. 나는 입가가 터져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일어나 충혈된 눈으로 이찬형을 노려보았다. “이찬형, 정말로 하영이가 보고 싶어서 데리고 오라고 하는 거지?”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들고 온 가방을 열어 유골함이 되어버린 이하영을 꺼냈다. 정수민은 딸은 끌어안고 놀란 듯 바로 뒤로 물러났고 다른 소방관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눈에 내가 꺼낸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이찬형만이 여전히 모른 척하고 있었다. “차유정,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나는 빨개진 눈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하영이 여기에 있어. 이 작은 함에 있다고!” “진심이야? 내 축하 파티를 망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이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마치 내가 대역죄인이 된 것처럼. 정수민은 내가 꺼낸 유골함에 놀란 것인지 얼른 정예정을 안고 이찬형의 뒤로 숨었다. 그래도 궁금했는지 계속 머리를 빼꼼 내밀며 나와 상반되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정 언니, 그러지 말아요... 아이가 무서워해요...” 나는 차갑게 픽 웃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정수민 씨, 이제 그만 그 착한 척은 집어치우시죠?! 그쪽이 허구한 날 이찬형한테 들러붙지 않았다면 이찬형이 어떻게 하영이 제쳐두고 그쪽 딸이나 구하러 갔겠어요?!” “전... 전 그런 적 없어요...” 정수민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눈시울도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모습이었다. “그만해!” 이찬형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차유정, 난 소방관이야! 네가 매일 이딴 식으로 굴면 내가 사람을 어떻게 구하려 다니겠어?!” “사람을 구한다고?!” 나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정수민이 품에 안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네 딸은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넌 네 딸 구하기나 했어?! 아니잖아! 내가 분명 말했었어. 하영이가 2층에 있다고!” “그만하라고, 차유정!” 이찬형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유골함이 바닥에 떨어졌다. 유골함은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뚜껑이 열리며 안에 있던 유골이 흘러나왔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찬형... 너 어떻게... 그 안에 든 건 하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