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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 딸이 그와 만났다
내가 세상을 떠나고 5년 후, 딸 유안이가 구희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대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 좋아해요?” [구희준, 날 좋아하긴 해?] 내가 살아...
Chương (1)
第1章
내가 세상을 떠나고 5년 후, 딸 유안이가 구희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대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 좋아해요?”
[구희준, 날 좋아하긴 해?]
내가 살아있을 때 전 일기장에 적힌 문장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조롱 섞인 말이 들렸다.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이젠 딸까지 이용하네. 참 방탕한 여자야. 이미 네 아빠랑 만나고 있으면서 나랑 다시 만나고 싶대?”
제1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딸 유안이가 걱정되어 난 죽은 후에도 아이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딸이 한 살일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3개월 후 나는 반려견 백구를 데리고 치료하러 갔다가 동물병원의 고압 산소 치료기가 폭발해 사망했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남사친 양지성이 유안이를 입양했고 유안이는 5살 때 양지성이 유치원에서 데리고 집으로 가다가 추돌 사고를 당했다.
유안이는 양지성을 따라 차에서 내린 뒤 추돌한 차 주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유품에서 수없이 봤던 사진 속 그 사람이었다.
내 전남편, 구희준.
순간 나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고 두 사람이 알아보지 않길 바랐다.
구희준은 다가와 양지성을 보는 순간 한쪽 입꼬리를 올렸고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미소였다. 분노가 섞인 도발이었다.
그러다 양지성의 몸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고 양지성이 유안이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에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가며 조롱이 섞여 있었다.
“주연진이랑 당신 딸인가?”
유안이는 생김새가 나와 쏙 닮았기에 구희준이 이렇게 말할 법도 했다.
하지만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우스꽝스럽고도 억울하며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다.
역시 다시는 그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죽어도 편히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양지성은 짜증스럽게 페인트가 다 벗겨진 차를 돌아보았다.
“각자 처리하죠. 책임 안 물을 테니까.”
그 순간 구희준의 첫사랑 진나경이 차에서 내려 당당하게 걸어왔고 그녀는 유안이를 보는 순간 멈칫하며 두 눈에 번뜩이는 당황스러움이 내 눈에 포착됐다.
참 가증스러운 모습이었다.
진나경은 구희준의 팔짱을 꼈고 구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옆을 바라보면서도 떨쳐내지 않았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떨쳐낼 리가 있겠나.
유안이가 잠든 후 양지성은 가끔 쇼츠를 봤고 나도 옆에 함께 있었다.
매번 구희준과 첫사랑 진나경의 소식이 나올 때마다 그는 멈춰서 끝까지 보곤 했기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얼마나 애틋한지 잘 알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이 약혼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구희준은 진나경이 잡고 있던 손을 살며시 빼고 다가와 유안이에게 명함을 건넸다.
“꼬맹이, 나중에 보상이 필요하면 네 아빠나 엄마한테 내 번호로 전화하라고 해.”
엄마라는 말에 자리에 있던 셋이 그대로 굳어버렸고 나도 당황했다.
...
구희준이 나에 대해 별 감정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첫사랑이 자리에 있는 난감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전처에게 배상을 요구하라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
오랜만에 만나도 그는 여전히 뻔뻔했고 양지성은 더 이상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는지 유안이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라갔다.
유안이는 구희준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넋이 나가 있었고 결국 용기를 내 운전석에 앉은 양지성을 돌아보았다.
“삼촌, 방금 잘생긴 아저씨가 우리 아빠 맞죠?”
제2화
“엄마 이혼 서류가 들어 있는 쿠키 상자에서 사진 많이 봤어요. 엄마는 사진을 엄청 많이 갖고 있었는데 트로피를 들고 시상대에 올라간 사진만 열 장이 넘었어요. 결혼식 사진, 쪼그려 앉아 엄마에게 뭘 주는 사진, 엄마 볼에 뽀뽀하는 사진...”
이혼 후 바로 버렸어야 했는데 조금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
유안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양지성을 바라봤다.
“내 아빠예요?”
양지성은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
유안이는 활짝 웃었다.
“유치원 친구들이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렸는데 나도 이제 아빠가 생겼네요, 하하.”
그러다 문득 입을 삐죽거렸다.
“삼촌, 그럼 아빠는 나랑 엄마를 원하지 않아요?”
양지성은 유안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유안이를 원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아빠의 사랑을 갈망하는 유안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손을 뻗어 안아주며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내 몸이 유안이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잠시 내가 죽은 지 4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잊었다.
...
다음 날, 유치원 점심시간에 유안이는 선생님을 찾아와 휴대폰을 빌린 뒤 혼자 화장실에 숨어 어제 구희준이 건네준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제 명함 받은 사람인데요. 아저씨한테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다행히 유안이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마음 한구석이 몹시 불안해져서 앞으로 다가가 유안이의 휴대폰을 잡으려고 했으나 또 한 번 내 몸이 유안이의 몸을 통과했다.
구희준의 허락을 받은 유안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우리 엄마 좋아해요?”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유안이는 어젯밤에 돌아가서 다시 내 소지품을 뒤지다가 내 일기장 뒷면에 적힌 한마디를 보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구희준, 날 좋아하긴 해?]
아빠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대신 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
묻지 마!
이혼한 지 5년이 지났고 죽은 지도 4년이 지나서 이제 그 대답은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조롱 섞인 말이 들렸다.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이젠 딸까지 이용하네. 참 방탕한 여자야. 이미 네 아빠랑 만나고 있으면서 나랑 재결합하고 싶대?”
어려운 말들이 짜낸 치약처럼 줄줄이 구희준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유안이는 아마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유안이가 아직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느꼈다.
유안이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면서 상대에게 다그쳤다.
“지금 우리 엄마 욕하는 거예요?”
“허... 결백하지 않은 여자를 욕하는 게 잘못됐어?”
결백하지 않다고?
난 결백해. 그렇지 않은 건 너와 네 첫사랑이겠지!
유안이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자 나는 당황해서 유안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공기만 닿을 뿐이었다.
“우리 엄마를 욕하네요. 엄마가 떠난 지 4년이 되었는데... 나쁜 사람, 흑흑흑...”
그래, 내가 죽은 지도 4년이다. 이혼하고 1년 만에 난 죽었다.
전화 상대는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죽었다고? 나쁜 사람은 오래 살아. 내가 죽기 전엔 안 죽을걸.”
유안이는 속상하면서도 화가 났다.
“나쁜 놈, 다시 연락 안 해요. 엄마 영혼 앞에서 다시 좋아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 엄마가 남긴 물건도 다 태워버릴 거예요. 흑흑흑...”
유안이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울었고 나는 초조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정말 죽었어?”
제3화
“엄마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지? 날 바보 만드는 걸 제일 잘하는 여자야.”
...
이 희극은 선생님이 화장실 문을 열고 전화를 가져가서 끊는 것으로 끝났다.
저녁 수업이 끝날 때까지 유안이는 내내 침울한 표정으로 넋이 나가 있었고 나도 덩달아 조마조마했다.
저녁 무렵 양지성이 유안이를 데리러 왔고 문을 나서는 순간 구희준이 앞을 막았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던 유안이가 시선을 들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구희준은 양지성을 차갑게 쳐다봤다.
“주연진이 죽었어?”
양지성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대했다.
“당신하고는 오래전에 이혼했고 곧 약혼할 사람이 뭘 그렇게 신경 쓰세요?”
약혼이라는 말을 듣자 유안이의 몸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고 양복을 입고 있는 눈앞의 남자를 더욱 화가 난 눈으로 노려보았다.
‘화내지 마, 유안아. 괜찮아, 엄마는 더 이상 그 사람과 아무 상관 없어.’
그 순간 아직 유치원에 남아있던 아이들이 몇 명 나왔고 아이들은 유안이를 보며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야, 말괄량이. 엄마 아빠도 없는데 오늘은 삼촌 둘이나 데리러 왔네?”
“삼촌 두 명이 네 새 아빠가 되려고 줄을 서 있는 거야?”
“왜 울어, 평소에는 그렇게 시끄럽고 못되게 굴지 않았어?”
“네 엄마는 죽어서 울어도 집에 가서 눈물 닦아줄 엄마 없잖아.”
양지성은 유안이를 품에 안았고 유안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었다.
초조하게 발을 구르던 나는 저 못된 아이들을 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손이 마지막 말을 하던 남자아이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저승에서 온 귀신이라도 된 듯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던 구희준은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앞으로 유안이 괴롭히면 너희 부모님 직장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너희 혀도 다 잘라버릴 거야.”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살벌하게 아이들을 한 명씩 내려다보았고 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유안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쫓아낸 구희준은 아이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다소 우습다는 표정으로 양지성을 돌아보았다.
“주연진 진짜 죽었어?”
이미 죽었다고 말했는데 왜 믿지 않는 건지.
양지성의 눈빛은 서리처럼 싸늘했다.
“죽었어요. 하지만 그쪽이 물어볼 이유는 없죠.”
남사친 양지성은 우리 사이의 갈등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애초에 구희준을 좋게 대할 수가 없었다.
“왜 이유가 없는데? 네가 유안이 아빠가 아니면 그 독한 여자가 나 몰래 내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잖아. 말해, 유안이 내 딸이지?”
충격을 받은 나는 비틀거렸다.
안 돼! 양지성 절대 말하면 안 돼!
유안이가 딸인 걸 알고 데려가서 유안이를 못살게 굴면 어쩌지?
구희준은 약혼을 준비 중이고 옛말에 새엄마가 생기면 새아빠도 생긴다고 했다.
양지성은 유안이를 꼭 껴안았고 유안이는 양지성의 목을 두 팔로 감싼 모습이 부녀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양지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죠? 그쪽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 첫사랑이 전처 아이를 품어준대요?”
잠시 말을 멈춘 양지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유안이가 당신 아이라고 말하는지 알아요? 유안이 엄마한테 한 짓에 대해 죄책감 느끼라고요. 왜 연진이가 혼자 아이를 낳고 키웠겠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죄책감이 뭔지는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