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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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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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동생은 같은 날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남편들은 각각 소방관과 경찰관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다. 그 인연 덕분에 우리 자매는 같은...

Chương (1)

第1章

나와 내 동생은 같은 날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남편들은 각각 소방관과 경찰관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다. 그 인연 덕분에 우리 자매는 같은 층에 집을 구해 이웃으로 지내게 되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각각 남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사산했고, 동생의 아이도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그날 이후, 우리 둘 다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제1화 결혼식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랑 동생이 모두 임신했다. 내가 출산을 열흘 앞둔 어느 날, 아파트에 갑작스럽게 화재가 발생했다. 집안은 순식간에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차 올랐고, 나는 숨이 막혀 금세 진통이 시작되었다. 두 다리를 타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정신은 몇 번이나 아찔하게 흐려졌다.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답변뿐이었다. [서아진, 지금 출동 중인데 내가 네 전화에 일일이 답해야 하냐?] [정희가 지금 정체 모를 범인에게 옥상에 묶여 있는 상황이야!] [그러니 헛된 전화 좀 그만 걸고 가만히 있어!] 남편은 내 말을 끊어버리듯 전화를 툭 끊었다. 다시 걸어보았지만, 이미 전원은 꺼져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날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동생, 수정이었다. 수정은 연기를 뚫고 달려와 나를 등에 업은 채 아래층으로 데려갔지만, 그 또한 무리한 탓에 유산의 징후가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원은 이번 화재가 방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배전실의 접지가 일부러 잘려 있었다는 것이다. 수정은 다급히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비난뿐이었다. [너희 자매는 왜 이렇게 매사에 유난을 떠는 거야?] [정희를 유괴한 범인을 아직 잡지 못했으니, 제발 전화 좀 그만 걸어!] [나랑 변도준은 처음부터 너희 자매랑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역시나 전화는 냉정하게 끊어졌다. 결국, 나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이를 잃었고, 수정 또한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그 후,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깊은 고통 속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 지금 내 몸은 여전히 쇠약하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찾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기운이 빠져갔다. 드디어 다섯 번째 시도 만에 변도준이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또 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전화 너머로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여린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소리는 바로 나정희였다. 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이혼해. 두 사람 행복하길 바래.” [서아진, 할 짓 없으면 책이나 좀 읽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도준의 목소리는 다시금 폭발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랑 정희는 그냥 친구라고!] [이번 사건은 목숨이 걸린 일이라니까? 정희는 고소공포증이 심한 애인데, 24층 옥상에 묶여 있었다고!] [왜 매번 정희 이름 들을 때마다 발끈하는 건데?] [다시 말하지만, 한 번만 더 이렇게 쓸데없는 짓으로 나를 귀찮게 하면 정말로 널 버릴 거야. 임신 중이라도 예외는 없어.] 도준은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고, 눈물은 핸드폰 화면 위로 툭툭 떨어졌다. 제2화 한때 나는 결혼 후 매일이 행복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도준은 정희의 고소공포증을 기억하면서도, 내 임신 중 천식과 건강 문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숨 막히는 연기 속에서 나는 호흡이 곤란해 핸드폰을 몇 번이나 떨어뜨렸고, 격렬한 진통으로 인해 옅은 노란색 드레스가 붉게 물들어갔다. 그런데 도준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거의 의식을 잃어갈 무렵에야 겨우 전화를 받았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제발 구해줘...” 내 목소리는 힘이 빠져 간신히 들릴 정도였고, 단어 하나하나를 제대로 내뱉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전화 너머로 들려온 건 정희의 울음소리였다. [너무 위험해요, 도준 오빠. 제발 나 구하러 오지 마요!] 순간,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불길은 이미 아파트 전체로 번져 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도준은 망설임 없이 나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프다 아프다, 매번 아프다고만 하냐. 다른 사람들도 아이를 가졌어도 너처럼 유난 떨진 않아!] [네가 금수저로 자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데!] [난 지금 당장 구조하러 가야 해. 더 이상 전화하지 마!] 도준은 나의 고통이나 다급함을 전혀 모르는 듯,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갈수록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 다시 외쳤다. “안 돼! 피, 피가 흐르고 있어...” [아악! 도준 오빠, 저 너무 무서워요!] 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건 정희의 비명 소리였다. 그러자 도준은 참지 못하고 인내심을 잃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피가 나면 곧 아이가 태어난다는 거 아니야? 이런 것도 내가 다 알려줘야 해?] [왜 매번 내가 출동할 때마다 귀찮게 전화를 거는 거야!] [정희가 지금 옥상에 묶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네가 혼자 병원에 전화해서 의사를 부르면 되잖아. 내가 의사야?] 도준은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전화를 툭 끊었다. 내 손에서 떨어진 핸드폰은 바닥에 부딪쳤고, 나는 흐르는 눈물 속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순간, 내 앞에 수정이가 나타났다. 임신 5개월 차인 수정은 젖은 수건을 내 머리에 감싸고 나를 업어 무려 13층을 내려갔다. 그녀는 나를 안전하게 내려놓자마자 고통스러운 얼굴로 배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결국 수정은 나와 다르게 긴급 낙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언니... 너무 아파...” 수정은 내 옆 병상에서 창백한 얼굴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힘겹게 말했다. “배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슬픔에 말문이 막혔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왜냐하면 방금 핸드폰 너머에서, 수정의 남편 주성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마치 정희를 위로하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였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믿고 동시에 결혼했는데, 이제 보니 둘 다 비웃음을 당하는 광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수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주성훈이었고, 그는 대뜸 욕을 퍼부었다. [너 임신했다고 해서 머리까지 둔해진 거야? 내가 네 언니랑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 않았어?] [내 말을 귀등으로 듣는 거야?] [정희한테 벌어진 건 엄청나게 위험한 유괴 사건이라고! 만약 도준이 구조에 실패하면, 정희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네 언니는 그 중요한 순간에 왜 전화질을 해서, 정희를 죽이려는 거야?] [너도 네 언니처럼 무모하게 굴다가 정말 누가 죽게 되면, 두 사람 다 대가를 치르게 될 줄 알아!] 성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고, 수정은 무겁게 입술을 다문 채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언니... 왜 이런 일이 우리한테만 일어나는 걸까?” 수정은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나를 미워해도, 아이에 대해서는 물어봐야 하지 않나?” “성훈 씨는 벌써 한 달째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수정은 흐느끼며 조심스럽게 손을 아랫배에 올렸다. 산소 마스크 안은 그녀의 거친 숨소리로 금세 김이 서려 갔고, 그 소리는 마치 무딘 칼이 내 마음을 천천히 도려내는 듯 아프게 느껴졌다. “미안해, 수정아. 모든 게 언니 잘못이야...” 나는 얼굴을 감싸 쥐고 후회와 슬픔에 잠겨 흐느껴 울었다. 제3화 우리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그 때문에 나와 수정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라야 했고, 수정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난 수정이가 손가락 하나 다치는 것조차 가슴이 아플 정도로 그녀를 소중히 아끼며 보살펴왔다. 그런데도 나는 눈이 멀어 그토록 귀한 수정에게 주성훈이라는 사람을 소개해주고, 결혼까지 시켜버렸으니... 우리는 진심을 다해 사랑을 주고, 고된 임신의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그 결과가 두 남자의 비열한 장난감이 되는 운명이라니, 마음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허...” 수정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훌쩍이며 울음을 쏟아냈다. 눈가를 훔친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 속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속에서 도준은 상의를 벗고 강한 허리에 로프를 묶고 있었고, 그의 품에는 정희가 안겨 있었다. 정희가 도준의 보호 속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다급하게 달려오는 경찰 제복의 주성훈까지...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처럼 담겨 있었다. 정희는 마치 기사들이 지켜주는 공주같아 보였고, 그 모습은 방금 전 정희가 올린 SNS 게시물 속에서 한층 더 극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정희는 게시물에 이런 도발적인 문구까지 남겨두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방관 오빠와 경찰 오빠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댓글 창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선택은 필요 없어! 나는 둘 다 가질 거니까!] [이 세 사람, 그냥 결혼시켜 주세요! 이미 영화 한 편이네요.] [진짜 베드 엔딩이 예상되는 멘트다.] 난 쓴웃음이 나면서 가슴 속 깊이 아픔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찔렀던 건, 사진 속 정희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 펜던트가 바로 도준과 주성훈의 결혼 반지와 같은 디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결혼식 때 네 사람의 반지가 똑같아서 우정의 증표인 줄로만 알았어.” “근데 알고 보니, 그 반지가 남성용이었어.” “언니, 정말 황당하지 않아?” 수정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가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수정의 핸드폰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어릴 적처럼 그녀의 곁에 누워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아, 이제 다 잊고 몸부터 잘 추스르자. 이제라도 끊어내는 게 차라리 우리 인생을 불구덩이에서 구하는 길이야.” 그러나 말을 할수록 내 목소리도 점점 떨려왔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 결혼 전에 나는 정희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순진하게 믿었던 우리는 그들의 ‘놀이’에 끼어들어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더 황당했던 건, 나 역시 도준에게 차단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언니, 우리가 두 사람에게 정말 꺼림칙한 존재인 걸까?”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까지 싫어할 수가 있지?” 며칠간의 휴식을 통해 수정은 조금씩 기운을 차렸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자조가 가득했다. “걱정 마, 언니가 방법을 찾을 거야. 우리 이곳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가자. 이젠 남자도, 아이도 필요 없어...” 나는 슬픈 마음으로 수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슴이 메어왔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기로 했다. 도준과 성훈에게 우리의 결심을 알리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가 그저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고만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아진 씨, 죄송하지만 두 분의 의뢰는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정말 어떻게 이런 사람이 공무원이 된 건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사무실에서 의자를 부수고 난리였어요!] [이런 깡패 같은 사람이 공무원이라니! 비용은 환불해 드렸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변호사는 격분을 터뜨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직후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도준이 나를 차단 목록에서 빼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서아진,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네가 왜 차단당했는지 정말 모르는 거야?] [세상 모든 여자가 너희 자매처럼 질투심 강하다면 차라리 멸종해버리는 게 낫겠어!] [변호사 데리고 내 직장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지! 대체 너희 자매를 아내로 삼은 게 무슨 업보인지 모르겠다.] 역시나 온갖 모욕적인 비난만이 쏟아졌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지만,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 화가 극에 달하자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걸 들은 도준은 더욱 분노하며 말했다. [뭘 웃어! 네가 임신을 핑계로 나를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내가 정말 너랑 이혼 안 할 것 같아?] 제4화 “내가 변호사를 부른 이유가 뭔지 알아?” 나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차분히 말했다. “변도준, 처음부터 난 진심으로 이혼을 결심했어. 네가 혼자 착각하고, 내가 너한테 목 매달 거라 믿어온 것뿐이지.” “그리고 주성훈한테도 전해줘. 오늘 오후에 법원에서 보자고.” 핸드폰 너머로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지만, 이미 내 결심은 분명히 전달되었으니 상관없었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도준이 갑자기 폭발하듯 소리쳤다. [서아진! 너 진짜 죽을 각오한 거지?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 [대체 얼마나 더 설명해야 알아듣겠어? 구조하는 건 내 일이야!] [정희가 지금도 충격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어. 친구로서 이틀 정도 옆에 있어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도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희의 약한 울음 섞인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도준 오빠, 이제 그만 성훈 오빠랑 함께 돌아가세요. 저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 [아진 언니랑 수정 언니는 아이가 생겼잖아요. 저 때문에 두 분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요. 두 분을 뵐 면목도 없고...] 도준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정희야, 네가 신경 쓸 일은 없어.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잘 쉬고 다시 기운을 되찾는 것뿐이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애 낳고 나면 내가 돌아가지 않을 것도 아니잖아.] [서아진은 며칠 내내 피가 난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알고 보니 별일 없었잖아. 진짜 매번 이렇게 징징대고, 내 얼굴에 얼마나 먹칠하는 건지 아냐?] ‘별일 없다고?’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 전화를 끊었다. 옆에 있던 수정 역시 그 모든 말을 고스란히 들은 듯, 고개를 떨군 채 침울해 있었다. “언니,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수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언니, 울고 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야. 이제 이런 쓰레기 같은 남자들에게 더는 무너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이혼하고 나면 우리 둘이 함께 여행 가자, 자유롭게.” “그래.”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희의 SNS에 또다시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여전히 사진 한 장이었다. 이번에는 도준이 상의를 벗고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고, 성훈은 그 옆에서 완성된 요리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셔츠를 허리에 넣지 않은 채 목깃을 크게 열어, 목과 가슴의 붉은 자국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라도 보여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마, 저 세 명이...” 수정은 사진을 본 후 얼굴이 경악과 혐오로 일그러졌고, 결국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토해버렸다. 나 역시 속이 뒤틀려 오는 느낌이었다. 역시 짐승들은 부끄러움 없이 마음대로 몸을 섞기 마련이다. 그때 수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바로 성훈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명령을 내리듯 거칠게 들려왔다. [지금부터 10분 줄 테니까, 인터넷에서 관계 단절 선언서를 찾아서 작성해.] [작성한 후 사진을 찍어 나한테 보내. 다신 네 언니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거다. 알겠어?] [네가 임신한 게 아니었으면, 이미 따귀 두어 대 맞았을 거야!] 수정은 핸드폰을 내던지려 할 정도로 분노에 찼다. 하지만 성훈은 대답이 없자, 더 큰소리로 성을 냈다. [내 말 들었어? 귀라도 먹은 거야? 대답해, 어서!] “X까! 쓰레기보다도 못한 놈들!” 나는 참다 못해 수정의 핸드폰을 낚아채 들고는 마침내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렇게 그년한테 충성하고 싶으면 당장 이혼하자고! 이혼하고 나면 셋이 마음대로 몸을 섞든 사랑을 나누든 관심이나 가질 줄 알아?” 말을 마친 루 나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고, 그를 차단 목록에 추가했다. 빌어먹을! 매번 예의를 베풀어온 내 자신이 멍청하게만 느껴졌다. 제5화 수정은 눈물을 머금은 채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아까 언니가 욕할 때 정말 멋졌어.” “이혼하고 나서 삭발이라도 하면 더 멋질 것 같아.”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수정의 손을 꼭 잡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미용실에 들러 새롭게 스타일링을 하고, 오후에는 당당하게 싱글 라이프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퇴원 수속을 밟으려던 순간, 누군가 우리를 세게 밀어냈다. “간호사님!” “빨리 의사 좀 불러주세요, 이 사람이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것 같아요!” 성훈이 눈을 감은 정희를 안고 있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그의 모습에 간호사들은 긴장한 듯 빠르게 움직였다. 곧이어 도준이 헐레벌떡 달려왔고, 나를 보자 잠시 멈추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 “서아진, 네가 이렇게 악랄할 줄 몰랐어! 정희가 잘못되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곧바로 응급실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비난에 쓴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수정은 분노에 손을 떨며 말했다. “저 두 어리석은 인간들, 만약 정희가 정말 죽기라도 한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질 거야.” 이런 수법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도준과 성훈은 늘 쉽게 속아 넘어가며 정희의 말에 휘둘렸다. 결국, 그들의 문제였다. “서수정!” 정희를 응급실로 들여보내고 나온 성훈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내가 방금 네 언니랑 연락을 끊으라고 했지? 또 말을 안 듣고 날 열 받게 만드는 거냐?” “네가 정희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성훈은 갑자기 손을 들어 수정의 얼굴을 강하게 내리쳤다. 수정은 피할 틈도 없이 옆으로 쓰러졌고, 이마가 벽 모서리에 부딪혀 피가 흐르며 정신을 잃었다. “주성훈,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경찰이면 첫사랑을 위해 아내를 때려도 되는 거야?” 내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임신했다고...” 성훈은 화가 나서 나를 밀쳐내려다가 내 평평한 배를 보고 멈칫했다. 그 순간, 도준이 병원비를 결제하고 다가왔다.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내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네가 저지른 짓을 봐!” 도준은 커다란 택배 상자를 내 머리 위로 던졌다. 상자는 무겁지 않았지만,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익숙했던 얼굴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상자에서 종이 조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각 조각은 신문에서 오려낸 글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 남자에게 몸을 파는 창녀!] [싸구려 기집애!] [뻔뻔한 년, 넌 길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을 거야!] “내가 말했지, 정희를 구조하는 건 내 일이고 친구로서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그깟 일로 정희를 모욕한 거야?” 도준은 내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젖히며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서아진, 내가 진짜 너한테 손을 못 댈 거라고 생각해?” “내가 한 게 아니야!” “변도준, 정신 차려! 난 나정희 집 주소조차 몰라!” 하지만 도준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모든 일을 내가 저질렀다고 확신하는 듯 보였다. 고통과 억울함에 사로잡힌 나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그의 얼굴에 내던졌고, 손톱으로 그의 얼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래, 다 같이 죽어보자고! 어디 한 번 죽여봐!” 도준은 더욱 격분해 내 목을 거칠게 조르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변도준!” 그때, 성훈이 급히 달려와 도준을 막았다. 이어 내가 던진 서류를 주워 그의 얼굴에 들이밀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기... 우리 아기가 없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