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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
우리 엄마는 나를 싫어한다. 내가 하룻밤의 실수로 생긴 부산물이라 싫다 했던가. 하지만 그런 엄마라도 자신의 학생만은 끔찍이 아꼈다. 내가 엄마의 ...
Chương (1)
第1章
우리 엄마는 나를 싫어한다. 내가 하룻밤의 실수로 생긴 부산물이라 싫다 했던가.
하지만 그런 엄마라도 자신의 학생만은 끔찍이 아꼈다.
내가 엄마의 제자한테 고백을 받았을 때는 제자가 아닌 나의 뺨부터 때린 게 우리 엄마란 사람이었다.
치매가 걸려도 엄마는 제자만은 알아봤다, 그냥 딸만 까맣게 잊었을 뿐.
하지만 그런 엄마를 찾아오는 제자는 없었다.
왜냐고?
다들 나처럼 엄마를 싫어했으니까.
제1화
내가 무언가를 기억하게 됐을 때부터 엄마는 매일 나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다녔다.
나를 이용해 아빠의 발목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날 일은 사고였어. 난 네가 왜 이 아이를 굳이 낳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낳았다 해도 난 내 자식이라고 인정 못 해.”
아빠의 말에 엄마는 내 팔을 세게 꼬집었고 아픔을 견디지 못한 나는 또 엄마의 뜻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얘는 당신 딸이에요, 어쩜 그렇게 매정해요?”
“매정한 건 당신이지. 당신이란 사람 정말 이해가 안 돼. 당신이 아무리 이 아이를 앞세워 내 발목을 잡으려고 해도 우린 행복하지 못할 거야.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원래도 우리 사이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어.”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또 나를 꼬집었다.
“쓸모없는 년, 내가 널 이러려고 낳은 줄 알아?!”
점점 더 자지러질 듯 울어대는 나 때문에 아빠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버렸고 엄마도 더 이상 나를 꼬집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나는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바로 비틀거리며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게 천천히 아빠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증오로 변해갔다.
...
나와 엄마의 사이는 그리 가깝지 못했지만 나는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주기 위해 나는 열심히 폐품을 주워가며 돈을 모아 그날 새로 산 귀걸이를 들고 신나게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거실에는 이미 엄마의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었다.
엄마는 뛰어 들어온 나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애들 공부 방해하지 말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그러고는 바로 학생들을 보며 부드럽게 얘기했다.
“자, 다음 문제 같이 보자.”
그에 서러워진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를 소리높여 불렀다.
“엄마! 엄마!”
몇 번의 외침이 이어졌지만 엄마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내가 받은 건 오히려 수많은 학생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이었다.
그제야 엄마는 나를 보며 소리 질렀다.
“어디서 소리를 질러! 내가 수업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난 네 엄마 아니야, 양 선생님이라고 부르라니까!”
그에 눈물이 가득 차오른 나는 손에 들었던 선물함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다시 나갔을 때 그 선물함은 이미 쓰레기통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부러진 분필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뻗어 선물함을 꺼내 보았지만 선물함에는 열린 흔적조차 없었다.
“엄마,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요.”라는 문구가 적힌 쪽지를 안에 넣어뒀었는데, 이렇게 빛도 못 보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걸 보니 허탈한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나처럼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하는 선물함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껴 그것을 다시 주워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엄마가 그냥 자신의 생일을 까먹을 뿐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오해라도 하면 마음이 편해졌을 텐데 하필 그날 들어가 본 인스타에는 엄마가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귀에는 내가 선물해준 것과 똑같은 귀걸이를 걸고 있었고 코에는 생크림을 묻힌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였다.
[귀여운 내 제자들, 생일까지 기억해줘서 고마워!]
거기에 정성스레 적힌 문구까지 읽은 나는 그제야 내가 준 선물이 싸구려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걸 준 사람이 나라서 엄마가 싫어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그 일이 있은 뒤로 나랑 엄마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다.
내 생일 따윈 당연히 챙겨준 적이 없는 엄마였다.
하지만 내가 케이크를 들고 집에 들어가자 웬일로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이 나를 반겼다.
그걸 본 나는 엄마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눈물부터 차올랐다.
역시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어가는 와중에 나는 빨개진 눈으로 거실에서 걸어 나오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제자 허규연을 보게 되었다.
마침 주방에서 새우를 한판 가득 들고나오던 엄마도 내 손에 들린 케이크를 보더니 말했다.
“그 케이크는 규연이가 물리 경시대회에서 1등 한 거 축하하려고 사 온 거야? 네가 어떻게 알았어?”
역시는 역시였다.
내 생일이라서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허규연의 물리 경시대회 1등을 축하하기 위해 차려진 밥상이었다.
경시대회 1등도 축하받을만한 일이었구나.
제2화
그저 나에게만 해당하지 않을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수학 경시대회에서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너무 기뻐서 바로 상장을 받아들고 집으로 뛰어갔다.
그러다가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기까지 했지만 나는 아픔을 못 느끼는 사람마냥 벌떡 일어나 다시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엄마에게 상장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기쁜 마음으로 엄마에게 말한 나였지만 엄마는 상장을 한 번 보더니 그걸 뺏어 들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넌 왜 수학을 잘하는 거야!”
“넌 내 딸인데 왜 네 아빠를 닮은 거냐고!”
“네가 그 사람을 닮아도 그놈은 너 안 사랑해!”
“넌 꼭 이렇게 날 힘들게 해야겠니, 왜 하필 수학을 잘하는 거야!”
아빠가 수학교사라는 이유로 엄마는 내가 가지고 있는 수학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찢어버렸다.
백 점짜리 시험지들이 무자비하게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져서 활활 타올랐다.
울고 불며 소리치는 나의 귓가에 엄마의 매정한 말이 내리꽂혔다.
“역시 넌 내 딸이 아니라 그 사람 딸이었어.”
그날부터 엄마는 내 엄마가 아니라 그저 양 선생님으로만 살아왔다.
허규연의 축하파티에 어색하게 끼어있는 내 앞에는 야채나 샐러드류만 놓여있었고 잘 까진 새우는 허규연의 밥 위에만 올라갔다.
“우리 일등공신 많이 먹어.”
그 일등공신이라는 말은 가시가 되어 내 맘에 박혔다가 무참히 뽑혀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야채를 집어먹으며 부러운 눈길로 허규연의 밥그릇에 놓인 새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의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였을까, 허규연은 엄마가 발라준 새우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엄마는 다시 허규연의 밥 위에 올려놓았다.
“저 바보 같은 애한테 이런 거 먹여봐야 소용없어. 너나 많이 먹어, 경시대회 준비하느라 고생했잖아.”
그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뒤적거리며 눈물이 밥 위에 떨어지는 것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입안으로 밀어 넣은 밥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냥 밥만 퍼먹는 것보다는 나은 듯싶었다.
그러다가 케이크 박스가 열릴 때쯤 나는 다시 눈을 반짝였다.
희망이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작게라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저 케이크를 보면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기억해주길 나는 바라고 또 바랐었다.
하지만 엄마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내 희망을 산산조각내버렸다.
“너는 왜 생일 케이크를 사 왔어? 누구 생일 파티하는 것도 아닌데, 너 진짜 바보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쩌면 나보다도 더 나의 출생을 바라지 않았을 사람이 엄마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규연아, 너 한 달 뒤면 생일이지? 선생님이 생일 미리 축하해줄게. 생일 축하해 규연아!”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더 흐릿해졌고 시야도 희미해졌지만 엄마가 서투른 손놀림으로 허규연의 머리에 생일 모자를 씌어주는 것만은 똑똑히 보였다.
엄마는 초에 불을 붙이고 허규연더러 서둘러 소원을 빌라고 했다.
나는 나를 위해 준비했던 생일 초가 타가는 걸 지켜보며 속으로 묵묵히 나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더 사랑해주길 빌고 눈을 떴다.
“초는 같이 불자.”
그리고 들려오는 허규연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영원히 이루어지질 않을 소원이라는 걸 아니까 괜한 기대는 품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초를 다 분 허규연은 손바닥만 한 케이크라도 나에게 나누어주려고 했지만 엄마가 또 그를 말리며 말했다.
“이건 애초에 네가 1등 한 걸 축하하려고 사 온 건데 이 손바닥만 한 걸 쟤한테까지 나눠주면 너는 뭐 먹어?”
엄마의 말에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안 먹어도 돼, 케이크 별로 안 좋아해.”
엄마가 말한 손바닥만 한 케이크가 바로 내가 한 학기 동안 폐지를 주워 판 대가라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엄마는 나를 싫어했기에 나의 생활에도 당연히 관심이 없었다.
학교식당에서 카드에 돈을 넣어준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선생님들 식당 표준에 맞춘 금액이었기에 그보다 훨씬 비싼 학생식당에서는 턱없이 적은 돈이었다.
그 외에 다른 용돈도 없었기에 엄마가 정해준 예산으로는 가장 저렴한 세트도 먹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런 나를 불쌍하게 여긴 식당 아주머니가 가격표대로 야채를 하나 떠주고는 실수인 척 고기를 몇 개 떨궈주고 있었다.
제3화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살아가는 것조차도 힘든 세상이었다.
...
나와 엄마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건 허규연이 나한테 고백을 했을 때였다.
허규연이 나를 보며 얼굴이 빨개진 채 “나 너 좋아해.”라고 말할 때 나는 정말 그를 이용해 엄마의 관심을 끌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양심에 찔렸던 나는 허규연을 거절했지만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우리 집에 더 자주 찾아오며 내 방에까지 들어와서 러브레터를 숨겨놓기도 했다.
그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엄마가 이미 그 러브레터를 발견한 뒤였다.
내 얼굴을 본 엄마는 냅다 뺨부터 때렸다.
그에 내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 엄마는 러브레터를 내 얼굴에 던졌다.
“허규연은 너랑 달라, 걔는 명문대학에 가고도 남는 애라고!”
“네 아빠도 너를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나도 너 신경 쓸 생각 없어. 난 네 담임도 아니니까 나가서 몸을 팔든 뭘 하든 나는 아무 상관없어.”
“그런데 내 제자를 꼬시는 건 절대 안 돼!”
엄마가 어떻게 자기 딸한테 꼬시다라는 말을 내뱉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마음이 없었던 나는 크게 소리 질렀다.
“허규연이 먼저 꼬신 거예요!”
하지만 엄마는 바로 내 머리채를 잡으며 말했다.
“이젠 말대꾸까지 해? 네가 안 꼬셨으면 걔가 왜 다른 애들도 아니고 하필 너한테 고백을 했겠어!”
엄마는 내 머리채를 잡은 채로 방안으로 끌고 가더니 대뜸 가위를 들어 내 옷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옷가지들이 천 쪼가리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엄마가 자른 옷들은 다 사촌 언니가 안 입는다고 준 것들이었는데 평소에 좋은 집안 자식이라고 그렇게 칭찬을 하더니 너무 화가 나서 그 사실마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엄마의 눈에는 나의 출생 자체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갖은 수를 써서 나를 낳으려던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것이다.
...
무슨 정신으로 집을 나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아빠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더는 새로운 가정을 이룬 아빠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묵묵히 돌아섰지만 하필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의 가족들과 마주치게 됐다.
아내로 보이는 사람은 아빠의 어깨에 앉은 딸아이와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그 웃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표정이 마치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나는 바로 도망쳤지만 아빠는 그런 나를 굳이 쫓아왔다.
딸이 생겨서 그런지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을 한 남자는 옛날의 그 엄한 모습이 조금 사라지고 한층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런 아빠를 오랜만에 봤으니 한번 불러보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입술을 달싹이던 나는 마침내 차갑디차가운 호칭으로 아빠를 부를 수 있었다.
“장 선생님.”
아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에서 2만 원을 꺼내며 내 손에 쥐여주었다.
“앞으로는 나 찾아오지 마. 새 가정 생긴 거 너도 알잖아. 네 동생이 질투할 거야.”
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해명하려고 했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아빠.”
아빠는 찌푸려졌던 미간을 풀고 바로 달려가 애교를 부리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빠, 저 사람은 누구야?”
“친구네 딸.”
그렇게 아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나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손에 쥐어진 쭈글쭈글해진 2만 원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가 다 살아있고 얼굴도 볼 수 있었지만 나에게 가족 같은 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사람들한테 나는 그저 짐이었고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였으며 나의 존재는 그저 그들에게 그날 있었던 어이없는 일을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
나는 엄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밖에서 한참 동안 헤매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자 문은 당연히 굳게 잠겨있었고 문 앞에는 작은 상자 두 개가 놓여있었는데 안에는 나의 물건들이 전부 담겨있었다.
그에 나는 다급하게 문을 두드려보았다.
“양 선생님.”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았고 또 친구도 없었던 나는 갈 데도 없었기에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지만 들려오는 건 엄마의 화난 목소리와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였다.
“문은 왜 두드려! 넌 나랑 네 아빠가 같이 낳은 딸이야! 이제 네 아빠 찾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