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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옥석
우리 마을에는 성년 남자가 없었다. 마을의 여자아이들은 18살이 되는 해에 모두 사당에 모여 성인식을 치르곤 했다. 마을 전통 복장을 하고 진하게 ...
Chương (1)
第1章
우리 마을에는 성년 남자가 없었다.
마을의 여자아이들은 18살이 되는 해에 모두 사당에 모여 성인식을 치르곤 했다.
마을 전통 복장을 하고 진하게 화장한 여자들은 사당에 들어갔다가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 나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큰언니도 어느덧 18살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성인식에 참가하지 말라고 막으셨다. 할머니 몰래 사당에 들어간 큰언니는 절뚝이면서 걸어 나왔고 다리 사이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제1화
우리 마을은 시내와 동떨어진 깊은 산 속에 있었다.
1년 동안 혈옥석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자면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혈옥석은 채집하기 어려웠지만 혈옥 광맥과 잇닿아 있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로 인해 돈을 가득 벌었다. 마을에는 남자가 한 명도 없었고 여자만으로 이루어진 여족 마을이었다. 나에게는 언니 두 명 외에도 오빠들이 있었는데 태어나자마자 익사해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 들었다.
몇 년 후, 나는 여족 사람들이 남자아기를 처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갓 태어난 남자아기가 울기도 전에 입을 막았고 뒷산으로 데려가 강에 던져버렸다.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비열한 본질을 타고났으니 울음소리마저 비천하기 그지없도다! 산신의 노여움을 달래고 우리 여족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그 아기는 반항할 틈도 없이 곧바로 가라앉았다. 나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다가 깜짝 놀랐다. 커다란 강 위에 수없이 많은 머리뼈가 둥둥 떠다녔고 벌레가 몰려와서 강 근처로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여족의 족장으로서 절대적인 권리를 가졌고 아무도 할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어느덧 큰언니도 18살이 되었고 될 성인식에 참가할 것이다. 하지만 큰언니를 유난히 예뻐했던 할머니는 큰언니의 뺨을 후려갈기면서 절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내 말이 우스워? 가면 안 된다고 몇 번 말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99세인데도 힘이 셌다. 큰언니의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큰언니의 매끈한 얼굴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할머니는 널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 성인식에 참가하면 족장 자격을 잃게 된다는 걸 너도 알잖아.”
큰언니는 할머니의 팔을 잡고 흔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할머니, 정말 제가 차기 족장인가요?”
할머니는 큰언니의 뽀얀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성인식이 있던 날, 마을 전통 복장을 한 여자들은 줄을 서서 사당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여자마다 얼굴에 홍조를 띠었고 다리를 덜덜 떨면서 겨우 걸었다.
큰언니는 사당에서 나오는 여족 언니를 붙잡고 물었다.
“언니, 성인식에서 도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행복한 표정이에요? 나오는 언니마다 온몸을 떨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여족 언니는 사당 안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몸을 배배 꼬았다.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가 싶었지만 계속 웃기만 했다.
“별거 아니야. 들어가면 행복한 일만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돼.”
다음 날 새벽.
큰언니는 날 흔들어 깨웠고 사당에 몰래 다녀올 테니 망을 봐달라고 했다.
“언니, 할머니께서 언니를 차기 족장으로 생각한다면서 성인식을 치르는 사당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큰언니는 나의 손목을 꼬집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이 일은 우리 둘만 아는 거야. 만약 할머니께서 알게 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나도 이제는 18살인데 왜 성인식에 참가하지 말라고 했을까? 할머니는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겠지.”
큰언니는 사당에 뭐가 있는지 아는 것처럼 기대에 찬 두 눈을 하고서 사당 쪽을 쳐다보았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주위는 캄캄했고 사당 안의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구석에서 망을 보며 내 주변을 맴도는 모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큰언니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괜찮아?”
큰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문을 잡아당겼지만 큰언니가 안에서 문을 잠근 탓에 열리지 않았다.
“윽! 괜, 괜찮아...”
큰언니는 말끝마다 길게 내빼면서 야릇한 소리를 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던 나는 걱정되어서 의자를 딛고 열린 창문으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키가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쇠사슬 네 줄이 사당 중간에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큰언니는 속옷 차림으로 그 위에 앉아 허리를 흔들었고 쇠사슬이 끊임없이 출렁였다.
제2화
나는 더 자세히 보려고 안간힘 썼지만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을 다쳤다. 통증이 심해져서 큰언니를 불렀지만 곧 나가겠다고 하면서 1시간이 넘어서야 사당을 빠져나왔다. 큰언니가 나왔을 때, 나는 벽에 기대 발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진아야, 나 좀 도와줘.”
큰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나에게 기댔다. 그리고 같이 담장을 넘었는데 우연히 큰언니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당 안에 뭐가 있냐고 물어보자 큰언니는 다른 여족 언니처럼 부끄러워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도 18살이 되면 알게 될 거란다. 별거 아니야.”
좋은 것을 혼자 누리는 큰언니가 왠지 괘씸했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사당으로 돌아왔다. 이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몇 명의 여자들이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두꺼운 종이로 꽁꽁 싸맨 물건을 두 사람이 같이 들었다.
한 여자가 미끄러지면서 물건을 바닥에 떨구었고 종이가 살짝 찢어졌다. 할머니는 다급히 달려가서 확인하고는 찢어진 곳에 종이를 덧대어 다시 포장했다. 찢긴 부분에서 떨어진 건 토막 난 팔이었고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벽 뒤에 숨어서 덜덜 떨었다.
“새 물건이 준비되었으니 오늘 내로 처리해.”
할머니의 말에 넷째 이모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건을 차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산으로 향했고 뒷모습이 사라질 때쯤에야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돌아온 뒤로 나는 고열에 시달렸고 며칠 동안 집에서 누워있어야만 했다. 큰언니는 망을 볼 사람이 없어서인지 매일 밤 사당으로 달려갔다가 얼마 안 되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단잠에 빠졌다.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가 나를 보러왔다.
나는 그날 밤에 사람을 죽였냐고 묻고 싶었지만 거친 손으로 나를 쓰다듬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며칠 못 본 사이에 할머니의 피부는 더 거칠어졌고 하얗게 부어오르면서 당장이라도 벗겨질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할머니가 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이 줄었는지 확인했지만 그대로였다.
그럼 사당에서 들고 나간 시체는 누구란 말인가?
며칠 동안 열린 성인식이 끝난 뒤, 할머니는 갑자기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다.
산을 단번에 오르던 할머니가 지팡이 없이는 방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여족 언니들은 할머니가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면서 족장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매일 할머니 곁을 지켰다.
할머니의 시중을 들고 효도하는 모습을 보이면 인정을 받을 줄 알았던 것이다.
“하, 미친년들! 백날 곁에 있어봤자 족장은 나야.”
큰언니는 피식 웃더니 여족 언니들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그날 밤,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방에서 나왔더니 큰언니가 머리를 빗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나는 큰언니가 또 사당에 가는 줄 알고 며칠 전 밤에 보았었던 기괴한 광경을 알려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큰언니는 나의 입을 막은 채 나의 방으로 데려가 귓속말했다.
“쉿! 할머니가 오늘 밤에 차기 족장 자리를 넘기는 것에 관한 얘기를 하자고 했어. 아무도 모르게 나와야 한다고 했으니까 넌 아무것도 본 거야. 진아야, 얼른 자.”
큰언니는 미소를 지으면서 방문을 닫았고 밖으로 나갔다.
다음 날 아침, 돌아온 것은 큰언니의 시체였다. 소식을 듣고 사당으로 뛰어갔고 바닥에는 하얀 천으로 덮은 큰언니 시체가 놓여있었다.
“진혜는 왜 늦은 시각에 산을 오른 걸까? 봉변을 당한 것도 마음 아픈데 짐승한테 할퀴어서 얼굴도 알아볼 수 없으니...”
“아니에요! 우리 언니가 아닐 거예요!”
나는 덜덜 떠는 손으로 하얀 천을 벗기려 했지만 할머니가 나서서 말렸다.
“진아야, 네 언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보면 마음이 더 아플 거야.”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할머니를 노려보았다. 큰언니는 어제 분명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기에 뒷산에서 숨을 거두었을 리가 없었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쳐내고는 하얀 천을 벗겼다.
“웩!”
속이 울렁거려서 벽을 잡고 한참을 게워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