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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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딸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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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지 두 달 후, 부모님은 드디어 여행 돌아오는 길에 나를 잊은 걸 기억했다. 아버지는 짜증을 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걸어서 돌아오라고 한 ...

Chương (1)

第1章

내가 죽은 지 두 달 후, 부모님은 드디어 여행 돌아오는 길에 나를 잊은 걸 기억했다. 아버지는 짜증을 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걸어서 돌아오라고 한 게 뭐가 대수라고 왜 이리 늦어?” 동생은 톡으로 나한테 득의양양한 이모티콘을 보내며 글을 보냈다. [너 그냥 밖에서 죽어. 그럼 외할머니 재산은 나랑 서희 누나가 가지게 될 거니까.] 그러나 동생은 답장을 받지 못했다. 어머니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걔한테 말해, 외할머니의 생신 잔치에 제시간에 참석하면 서희를 일부러 물에 빠뜨린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그들은 내가 그 숲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땅을 파고 파서 결국 깊은 산속에서 내 백골을 찾았다. 제1화 연락이 안 되자 외할머니의 압박으로 가족은 마지못해 낡은 도심의 셋방 앞에 섰다. 진명호는 코를 막고 말했다. “이 망할 년이 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거야? 엄마, 아빠, 나 여기 들어가고 싶지 않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너희 둘은 먼저 돌아가 있어. 우리 둘이 들어갈 게.” 진서희는 애교를 부리며 어머니의 팔을 잡고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동생도 너무 철이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톡도 안 읽고, 아빠, 엄마를 여기까지 오게 하다니.” “나중에 만나면 제가 혼내줄 게요!” 어머니의 눈엔 원망이 스치면서 아버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으로 4층을 올라가 숨을 헐떡이며 그들은 401호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자 웃통을 벗은 한 중년 남자가 와서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아버지는 그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딸과 무슨 사이야? 왜 여기서 살고 있어?” 어머니는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진명희! 나와! 우리 몰래 남자랑 같이 살아?!” 그 말이 떨어지자 배가 불룩한 여자가 나왔다. “혹시 잘못 찾은 거 아니에요? 우리는 여기 두 달 전부터 이사 왔어요.” 어머니는 귀찮다는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내 딸 진명희가 준 주소가 여기인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죠?” 그 중년 남자는 어머니가 말을 듣지 않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꺼져, 꺼져, 자기 딸이 어디서 사는지도 몰라? 이거 부모 자격 없네!” 그 때 그 임신한 여자도 급히 덧붙였다. “진명희가 전에 살던 사람인가요?” “집주인이 말했는데 한 달 치 집세를 내지 않고 연락이 안 돼서 이 집을 저희한테 넘겨주었어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사를 하면 말을 해야지, 헛걸음을 했잖아!” 두 사람이 성질을 부르며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집주인이 마침 돌아왔다. 부모님의 신분을 알게 된 집주인은 곧바로 집세를 요구했다. “빨리 집세 갚으세요. 그리고 걔가 남긴 물건도 다 처리해 주시고요.” 부모님은 의심스러운 듯 남긴 내 물건을 보러 집주인을 따라갔다. 물건은 두 달 동안 방치된 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자주 입던 옷을 알아보며 말했다. “이건 걔가 입던 옷이 맞아.” 어머니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하였다. “일부러 버리고 간 게 아니야? 우리가 치우게 이사 가면서 쓰레기는 버리고 간 것 같아.” 집주인은 더 이상 그 말들을 들을 수 없어 호의로 일깨워주었다. “그게 다 쓰레기는 아니고, 자주 쓰던 물건들이에요. 사진첩도 있고, 증명서도 있잖아요. 애가 좋으니까 내가 다 남겨 둔 거예요.”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고 안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어머니는 코를 막고 밖으로 나가 바로 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진명희, 그만 좀 해. 지금 네 셋방에 와 있어. 빨리 돌아와!” 어머니의 고압적인 목소리는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생의 톡도 답하지 않았는데 그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진서희의 선동 덕분에 동생과 나는 원수의 사이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남긴 메시지에도 답이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짜증을 내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가자. 여기 사람 살 곳이 아니야!” 집주인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이 물건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안 가져갈 거면 버릴 거예요.” 집주인은 이 사람들에게서 밀린 집세를 받지 못할 걸 알았다. 어머니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이에 집주인은 너무 화가 나 바로 소리쳤다. “이것도 부모라고, 딸이 2달 동안 연락이 없는데 걱정도 안 되세요?” 어머니는 냉소하며 대답했다. “걔는 운이 좋아서 사고 안 나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진명희 그 년을 왜 걱정하세요. 엄마 재산은 서희랑 명호에게 다 주면 되잖아, 걔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영혼은 그 옆에서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 저야말로 어머니의 유일한 친딸인데 왜 나를 이렇게 미워하세요?’ 제2화 외할머니는 분노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자식을 낳았니!” “출국해서 2달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어. 외국에서 매일매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런데 돌아와서도 연락이 안 되잖아.” “분명 너희들이 걔를 괴롭힌 거야!” “너희들이랑 같이 살고 있잖아. 지금 당장 전화 바꿔!” 어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아버지를 슬쩍 보았다. 두 달 전, 진명호는 갑자기 한 계곡의 금지구역에서 캠핑을 하자고 했다. 나는 위험한 걸 알면서도 가족과의 정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부러 회사에 휴가를 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진서희가 물에 빠진 것이다. 구조된 후, 진서희는 바로 내가 밀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분노에 찬 얼굴로 내 뺨을 몇 대 때렸다.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거기에 내버려두고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난 그날 그 숲을 벗어나지 못했다. 두 달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 연락이 되지 않는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태연하게 외할머니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걔가 말을 안 들은 거예요. 질투만 하고 언니, 동생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않고, 지금은 또 어디서 노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나를 미워하고, 나를 악랄한 악마처럼 취급하기 시작했다. 외할머니 집에 있을 때도 외할머니가 말해서야 부모님이 나 보러 오곤 했다. 하지만 언니와 동생이 없을 땐 그들이 원하지 않아도 시선은 내게만 집중했다. 그때 나는 만족했다. 그 후 부모님은 나를 외할머니 집에서 데려왔고, 나는 그들이 나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곳에 가서야 나는 버려진 고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 어머니 집은 외할머니 별장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서희는 방 안에는 바비 인형과 예쁜 공주 드레스들로 가득했다. 진서희는 내가 외할머니가 사준 명품 옷을 입는 걸 싫어했다. 부모님은 그걸 알고 내 옷들을 작은 낡은 상자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리고 나는 진서희가 버린 옷을 입어야 했다. 진명호는 고급 축구 장비 세트와 최신 전자 제품이 있는데 나는 컴퓨터를 사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허락하신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난 살아 있을 때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썼다. 그들의 작은 관심이라도 얻고 싶었다. 이제는 그 작은 따뜻함을 위해 내 자신을 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외할머니는 나를 보지 못하면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는 담배를 털며 말했다. “하루 종일 성질만 부리고, 그때 집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제는 제대로 가르쳐야겠어. 계속 이렇게 제멋대로 두면 나중에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말이 끝나자 아버지는 내게 전화를 걸었다. 이 집의 가장으로서 아버지는 나한테 전화한 적이 적었다. 내 번호도 한참을 찾았다. 그런데 전화해보니 내 전화는 꺼져 있었다. 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리며 욕을 퍼부었다. “얘 혹시 일부러 숨어서 연락을 안 한 거 아니야? 이 집에 자기만 있는 줄 알아.” “오래 못 숨고 제 발로 기어들어올 거야!” 이때 진명호가 마침 2층에서 내려왔다. 그는 부모님의 분노한 목소리를 들은 후 한마디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년이 외할머니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해요. 외할머니 생신 때는 분명히 돌아올 거예요.” 그 말에 부모님 모두 찌푸린 이마를 풀었다. 진명호는 예전처럼 리모컨을 들고 TV를 켜서 축구 경기를 보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역 뉴스 채널을 틀었다. 뉴스 제목이 눈에 띄게 큰 글자로 올라왔다. [N계곡에서 여자 시체 발견, 오늘부터 N계곡 전면 봉쇄.] 제3화 기자분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위험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호소하며, 사고를 예방하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진명호는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 말했다. “N계곡이 봉쇄된다고?” 어머니는 뭔가 생각난 듯 이마를 찌푸렸다. 진명호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신나게 다리를 쳤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우리 지난번 N계곡에서 캠핑 갔던 게 완전 마지막이었잖아요.” “이제 내 친구들도 나를 부러워할 거예요. 그들은 가보지도 못 하고, 앞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니까.” 어머니의 긴장된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됐어, 다 큰 사람이 왜 그렇게 호들갑야. 외할머니 생신 선물은 샀어?” 원래 어두운 표정을 지었던 아버지도 얼굴을 풀며 말했다. “이번에 가면 너희 둘 외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해.” 진명호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어차피 매년 내 선물은 진명희가 골라줄 거니까 외할머니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과 함께 그는 곧바로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내 이름을 들은 어머니의 눈빛은 다시 혐오로 변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잠시 고민한 어머니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내 채팅창을 열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지난 대화는 마치 오래전 일처럼 지금 보면 어색하기만 했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음성 메시지를 눌러 불만을 털어놓았다. “진명희, 내일 전까지 집으로 돌아와. 그럼 널 집에 들어오게 할 게.” “또 숨으면 우리 모녀 관계도 이제 끝이야!” 말을 마친 어머니는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려 했지만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반년 전, 내가 졸업할 때 부모님은 진서희가 살짝 긁힌 상처 때문에 나와 약속했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나는 낮은 소리로 불평을 했고, 그들은 이제 나도 어른이라며 집에서 나가 살라고 했다. 나는 이 일이 외할머니에게 알려지면 어머니가 또 외할머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숨기기로 했다. 심지어 취직을 할 때도 외할머니의 도움을 구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내가 두 사람 앞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싶은지. 그게 내 약점이었다. 만약 관계를 끊겠다고 위협하면 내가 다시 달려와서 사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는 나를 위협할 수 없다. 나는 이미 두 달 전에 죽었으니까. 어머니가 깨어나 보니 이미 저녁이었다. 어머니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고, 거기에는 오랜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해선 이모가 보낸 메시지였다. [윤서야, 얼마 전에 너희 가족이 N계곡에 갔다고 들었는데 다들 괜찮니?] [명희는 어디 갔어? 왜 전화도 안 받아.] 해선 이모의 메시지를 보고 나는 조금 감동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외할머니를 제외하고는 해선 이모가 나를 걱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외할머니에게는 기쁜 소식만 전했고, 힘든 일은 해선 이모에게만 말하곤 했다. 내가 슬퍼할 때 해선 이모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 주곤 했다. “네 어머니는 잠시 생각이 엇나가신 거야. 네 어머니도 널 사랑해.”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렇지만 내가 죽기 전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을 때 계속 끊긴 것을 보고 알았다. 이 세상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마도 달갑지 죽음이었는지 나는 죽은 뒤에도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러고 싶지 않았다. 죽은 후에도 그들이 함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며 답장을 보냈다. [어디에 간지 모르겠어. 며칠 후 명희 외할머니 생신이야, 너도 나랑 같이 가자.] 해선 이모는 우리 가족과 꽤 친한 사이였다. 해선 이모는 곧바로 승낙했고, 나에게 내가 원하는 실크 스카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잠시 타이핑을 멈췄다. 어머니는 내가 해선 이모에게 부탁해서 선물로 주문한 실크 스카프가 그녀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연초에 나는 살짝 어머니에게 물어봤었다. 어머니가 어버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냐고. 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이 본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것을 기억했다. 제4화 다음 날, 온 가족은 여전히 내 소식을 듣지 못했다. 외할머니는 아침 일찍 바로 집에 오셨다. “외할머니!” 나는 기쁨에 넘쳐 달려갔다! 죽고 난 뒤, 나는 한때 외할머니를 다시 보고 싶었지만 내 영혼은 어머니에게 붙잡혀 있어 전혀 떠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외할머니가 오셨다. 외할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나는 죽어서도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할머니에게 닿지 않기도 전에 진명호가 갑자기 뛰어들어 친근하게 외쳤다. “외할머니!” 그동안 진명호는 나를 이용해 외할머니에게 잘 보이려고 했고, 나의 응원 덕분에 외할머니는 이미 이 혈연관계가 없는 ‘외손자’를 받아들였다. 아이들 앞에서 외할머니는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진명호의 손을 잡고 앉았다. 얼굴에는 그를 귀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 큰 애가 호들갑은. 네 누나 어디 갔어?” “누나!” 진명호가 크게 외쳤다. 진서희가 곧바로 뛰쳐나왔다. “외할머니, 오셨네요!” 진서희를 보고 외할머니의 기대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외할머니는 그냥 가볍게 “응” 하고 답했다. 목소리에서 전혀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서희가 인사하잖아요. 왜 그런 표정이에요.” 외할머니는 어머니의 말에 불만을 품고 대답했다. “그건 내 일이고 넌 끼지 마. 서희 평소 하는 것 좀 봐.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어머니는 정말로 진서희를 아낀다.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화가 나서 대답했다. “엄마, 서희는 정말 좋은 아이에요. 왜 좀 더 이해해 줄 수 없어요?” 외할머니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너는 왜 서희만 감싸? 쟤가 사람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너 알기나 해? 그래, 난 쟤가 마음에 안 들어, 어쩔 건데!” 어머니는 물러서지 않고 팔짱을 끼며 외할머니와 따졌다. “서희는 사람을 괴롭힌 적이 없어요. 설마 이러는 이유가 명희 걔가 또 엄마 앞에서 뭐라고 떠든 거예요?” 사실 나는 외할머니 앞에서 단 한 번만 울었었다. 그때 외할머니가 내 편을 들어주자 어머니는 나에게 ‘진서희, 미안해’라는 말을 만 번 쓰게 하였다. 나는 손이 다 닳아가도록 썼고 그때부터 다시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집으로 데려온 후, 진서희는 나를 완전히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주 시간을 맞춰 일부러 나를 부딪히고, 부모님이 나타나면 내가 자기를 밀었다고 말하며 땅에 쓰러지곤 했다. 또 내가 쓴 숙제를 찢어버려서 선생님께 혼나게 만들었고, 내 가방을 몰래 숨겨서 하마터면 지각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내 옷에 낙서를 해 친구들 앞에서 모욕을 주었다. 어머니가 진서희를 편들 때마다 그녀는 더욱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내 억울함을 털어놨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내가 억지를 부리거나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억울했다. 그리고 다시는 말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 진서희는 이 집안에서의 자신이 처한 위치를 보여주려고 늘 가족모임에서 몰래 수작을 부렸다. 부모님의 생일에 항상 외식을 하자고 주장하면서 나를 제외했다. 그리고 휴가 때면 나한테 집을 지키게 하였다. 부모님은 점점 나를 배제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나도 내가 보조 역할에만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 거실에서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불꽃 튀는 대립을 이어갔다. 결국 아버지가 나서서 말렸다. “윤서야, 어머님도 나이가 많으신데 그만 싸워. 우리 다 한 가족이잖아.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 나쁘게 굴지 말자.” 외할머니는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나를 위해서 억지로 아버지를 받아들였다. 다만 수양딸 진서희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진서희에게 짧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 뒤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명희는 어디 있어? 요 며칠 명희를 우리 집에 데려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