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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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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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물여주중심엇갈림/오해맴찢막장눈물샘자극

난 임수혁과 이하린이 바람을 피우던 관람차 밑에서 죽게 되었다. 내 아이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그게 내 운명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하린은...

Chương (1)

第1章

난 임수혁과 이하린이 바람을 피우던 관람차 밑에서 죽게 되었다. 내 아이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그게 내 운명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하린은 내 아이를 배속에서 꺼내기 위해 계략을 짰고 심지어 임수혁이 나를 찾지 못하게 핸드폰까지 훔쳐 나의 외도를 꾸며냈다. 그는 결국 그 시신 나였고 자기 손으로 꺼내 그녀에게 넘긴 아이도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임수혁은 아이가 좋은 일을 했기에 복 받을 거라고 했다. 지금 그는 후회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하린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내 영혼은 이제 이승을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건 임수혁이 결혼식에서 이하린의 모든 악행을 폭로하고 그녀와 함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하린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지만 임수혁은 죽지 않았다. 다만 평생을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었다. 제1화 밸런타인데이, 나는 임수혁과 사랑을 약속했던 곳에서 관람차 좌석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그날 나는 아이까지 잃었다. 그러나 남편인 임수혁은 그 순간마저도 이하린과 포옹한 채 진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선배님, 제가 가만히 있었더라면...” 나는 이하린이 임수혁의 품에 꼭 붙어 있는 걸 죽어서도 지켜보아야 했다. 다만 그녀는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난 그녀의 귓가에 대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그래,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좌석이 떨어졌어. 네가 아니면 난 죽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안민아 명이 짧은 거지. 어차피 누군가는 이 좌석에 타고 있었을 거고 똑같이 죽을 운명이었을 거야.” 임수혁은 이하린을 꼭 끌어안은 채 마치 내가 되살아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선배님, 저 무서워요.” “하린아, 눈 감아. 얼른 여기서 나가자.” 임수혁은 이하린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파묻으며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하린은 조용히 머리 없는 내 시체를 바라보며 어렴풋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임수혁은 특이한 직업을 가졌다. 그는 장례식장에서 입관 작업을 맡고 있었다. 이하린은 새로 온 인턴이었고 올해 6월에 금방 대학을 졸업했다. 이하린은 젊고 이뻤다. 임수혁은 그녀가 종종 멍청한 질문을 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새로 온 인턴이 너무 멍청한 것 같아. 우리 일은 똑똑하고 세심한 사람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에게 마지막을 맡긴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잖아.” 초반에 그는 이하린이 멍청하고 세심하지 않다며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매일같이 불평했다. 다만 나중에도 여전히 불평하고 있었지만 말투에는 어느새 애정이 담겨 있었다. “오늘도 하린이가 실수를 했어. 내가 눈치채고 도와줬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어쩔 뻔했겠어?” 어쩌면 그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이내 얼굴을 들고 내 표정을 확인했다. 사실 난 이미 그의 외도를 알고 있었기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하린이 직접 나한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임수혁과 자고 난 뒤 바로 내게 사진을 보내왔다. “언니, 선배님이 말하길 언니가 불임이라던데요? 더 이상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데요. 그만 선배님 곁에서 떠나주세요.” 서로 몸을 나눈 두 사람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며 난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기꺼이 알아서 떠났으면 하는 마음에 뱉은 거짓말인지 알 수 없었다. “불륜녀 주제 뭐가 그렇게 당당해?” 나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 몇 마디를 타자했다. 머릿속은 이미 새하얘진 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건 임수혁 때문이 아닌가?’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가 아웃인 거 아닌가요? 언니, 벌써 시대에 뒤처졌나 봐요.” ‘임수혁은 내가 불임이라는 이유로 바람을 피웠을까?’ 그 순간 난 어쩌면 우리한테 아이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10년을 만났고 올해는 결혼 8년 차였다. 나는 난관수종으로 난관이 막히면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아기 침대와 아기방까지 미리 준비해 뒀다. 그 뒤로 나는 한동안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 임수혁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었다. 나는 올라오는 냄새에 코를 틀어막으면서까지 아이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한약을 먹었다. 하늘은 그런 나를 보상해 주려는지 어느새 3개월이나 생리가 멈춘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왔다. 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타났을 때 나는 화장실에서 혼자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가야, 드디어 엄마한테 왔구나!’ 하지만 그는 세상을 구경할 기회도 없이 영영 떠나버렸다. 제2화 임수혁은 겁에 질린 이하린을 집에 데려다준 뒤에야 돌아왔다. “민아야, 물 한 잔만.” 이는 임수혁의 습관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면 꼭 따뜻한 물을 마셔야 했다. 장례식장의 온도가 너무 차가워서 이렇게 해야만 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답 대신 집안을 가득 채운 건 고요함뿐이었다. 우리는 아침에 이하린 때문에 크게 싸웠다. “여보, 하린이가 고열 때문에 병원에 혼자 있어. 선배인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아.”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 임수혁을 바라보며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의사랑 간호사들도 있잖아. 여보가 간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게다가 밸런타인데이에 날 혼자 집에 두려고?” 임수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민아야, 지금 하린이가 아픈데 네 머릿속엔 오직 밸런타인데이뿐이야?”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 하린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걔가 알면 실망하겠어.” ‘왜 하필 그녀는 밸런타인데이에 임수혁에게 전화했을까? 왜 아프면서까지 우리의 기념일을 망치려 한 걸까?’ 차라리 그와 함께 그녀를 돌보러 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임수혁이 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바람에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버릴 수밖에 없었다. “해피 관람차로 와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임수혁한테서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그가 나랑 다투고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줄로 알고 있었지만 전혀 내 예상을 빗나갔다. 로맨스 소설을 너무 많이 본 탓인지 현실에는 지고지순한 남자가 드물었다. 나는 그들이 손을 잡고 관람차 6번째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랑 임수혁이 입 맞추고 포옹하며 영원을 약속했던 곳에서 말이다. 병원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왜 이곳에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마치 도둑처럼 8번 방에 앉아서 그들을 몰래 지켜보았다. 관람차가 꼭대기에 도달하자 둘은 포옹하더니 진하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을까?’ 마치 나랑 임수혁이 처음 약속했을 때처럼 말이다. “여보,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난 절대 여보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평생 외롭게 지내다가 죽을게.” 그때 우리는 6번 방에 앉아 서로 기댄 채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의 사랑했던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흔들리는 관람차 때문에 나는 이내 메스꺼웠다. 결국 나는 관람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 떴을 때 내 머리는 이미 관람차 좌석에 맞아 산산조각 나 있었다. 제3화 임수혁은 나를 찾지도 않고 씻고 나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나한테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통도 없었다. 내가 어디 갔는지 묻지도 않았다. 사랑에 빠진 그의 그 모습을 봤기 때문인지 사랑이 식은 게 너무나도 뻔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예전엔 회사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답장을 빨리하지 못하면 바로 전화를 걸어와 걱정하곤 했다. 가끔 전화를 받지 못할 때면 그는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회사까지 찾아와 확인할 정도였다. “여보, 아무리 바빠도 답장은 꼭 해줘.” “네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 혹시 내가 귀찮아졌어?” “다음부터는 그냥 웃는 이모티콘이라도 하나 보내줘. 여보가 걱정돼서 그래.” ... 하지만 그는 이제 메시지를 보낼 의욕조차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엄마 때문에 알게 되었다. 엄마는 수십 년간 가정폭력을 견디다가 결국 옥상에서 뛰어내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체가 훼손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엄마의 입관을 맡은 사람이 바로 임수혁이었다. 그는 경외와 연민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엄마의 시신을 맞춰갔다. 그 모습을 보며 엄마가 나에게 생명을 준 것에 대한 은혜를 갚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용이 아깝지 않은 실력이었다. “옆에 있는 티슈로 눈물 닦으세요. 깨끗하니까 걱정마세요.” “어머님께서 걱정하실 거예요.” 난 이미 마음이 차갑게 굳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뜨거운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급히 티슈로 눈물을 닦고 나서 몰래 그를 바라봤다.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기럭지를 뽐냈다. 다만 왜 이런 직업을 선택했는지 의문이었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평소 과묵하던 내가 먼저 질문할 줄은 나조차도 생각지 못했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당시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누구도 아버지의 모습을 복원할 수 없었거든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렇게 산산조각 난 채로 가신 걸 너무나도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때 다짐했죠. 훌륭한 입관사가 되어 내 손을 거치는 모든 자들이 온전하게 떠날 수 있게 하겠다고.” 무심코 던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그는 의외로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심지어 그의 부모님이 함께했던 시간까지도 자세히 얘기해줬다. 하지만 그렇게 따뜻하고 직업 윤리가 강했던 임수혁이 지금 이하린을 위해서 원칙까지 깨트린 것이었다. 제4화 내 시신은 임수혁이 일하는 장례식장으로 옮겨졌고 임수혁과 이하린이 함께 나의 유해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는 시신을 복원하는 일을 맡았고 이하린은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원래 둘의 손발이 이렇게도 잘 맞았던 걸까? 그렇다면 왜 임수혁은 매일 집에 와서 그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을까? 사람이란 어쩌면 가지지 못한 것을 항상 갈망하는 게 아닐까? “선배님, 언니 벌써 임신 3개월 차인데 너무 안타깝네요.” 이하린은 내 부검 결과를 보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임수혁은 아무 말도 없이 여전히 내 두개골을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만약 이하린이 내 유품을 정리하면서 핸드폰을 몰래 숨기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녀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내 머리는 산산조각 난 채 완전히 복원하는 것이란 불가능했다. 그저 대충 외형만 겨우 맞춰 놓은 상태였다. 그들 눈에 난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존재였기에 두려울 것도 없었다. 임수혁은 내 두개골을 고정하기 위해 철사로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한편 이하린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이리저리 주위를 훑어봤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죽은 내 심장을 다시 덜컥 가라앉게 만들었다. “선배님, 엄마의 병이 걱정돼서 그러는데 제가 듣기론 아직 형체가 갖춰지지 않은 태아로만 고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임수혁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이하린은 임수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풀이 죽어서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영혼이 된 나는 이미 평평해진 배를 만져보았다. 아이는 이미 나를 떠난 모양이었다. ‘죽어서도 내 아이는 나와 함께하지 않는구나.’ “메스 가져와.” 임수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이하린은 그의 말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선배님, 메스는 왜요?”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는 이하린을 향해 무심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어머니 병을 고치려면 필요하잖아.” 이하린은 너무 기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며 메스를 가지러 갔다. “임수혁, 제발!” “임수혁,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아무리 소리쳐도 임수혁은 내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메스를 들고 내 배를 가를 준비를 했다. “선배님!” 이하린의 부름에 임수혁은 잠시 멈칫했다. “선배님, 혹시라도 들키면 어떡해요?” “너를 위해서라면 난 두려울 것 없어.” 임수혁이 메스로 내 배를 가르려는 순간 난 그를 향해 무릎을 꿇은 채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이야, 우리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그만해...” “제발, 임수혁. 내가 다음 생에 네 종이든 소든 뭐든 다 해줄 테니까 제발 우리 아이만은 살려줘.” “하린 씨, 부탁이야. 이 남자 하린 씨한테 양보할게.” 내 애원 소리에 갑자기 의문의 바람이 불어와 시체를 덮고 있던 하얀 천을 날려버렸다. 그렇게 내 몸은 임수혁 앞에 완전히 드러나다 못해 가슴에 있는 붉은 점까지 보였다. “여보, 내 가슴에 있는 이 점은 전생에 사랑하는 사람한테 상처를 받아 생긴 자국이래. 여보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지?” “여보, 난 평생 여보 한 사람만을 사랑할 거야.” “참, 우리 아이도 사랑해야지.”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약속이었지만 그는 지금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죽은 아이까지도 해치려 하고 있었다. 임수혁은 내 가슴의 점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서 무언가 날려버리려는 듯 했지만 다시 내 배에 메스를 갖다 댔다. “임수혁! 제발, 안 돼!” “안 돼! 하지 마!” 아무리 울고불고 소리쳐도 결국 임수혁은 내 배를 갈라 아직 형체조차 갖춰지지 않은 아이를 꺼냈다. “임수혁, 죽어서도 널 저주할 거야. 영원히 고통받기를.” “너희 둘 다 벌받을 거야!” ‘어쩌면 내 원한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화장실의 불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선배님, 혹시 언니가 화났나요?” “아니야, 민아는 좋은 일을 한 셈이지. 다음 생에는 복 받을 거야.”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임수혁이 내뱉는 날카로운 말을 가만히 들었다. 마음속에서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임수혁,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 제5화 임수혁은 내 배에서 태아를 꺼낸 뒤 이하린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선배님, 따뜻한 물이에요.” 이하린이 건넨 물을 바라보며 임수혁은 다정하게 그녀의 코를 터치했다. “한 번 얘기했을 뿐인데 기억하고 있었네.” ‘어쩌면 여기도 임수혁의 집이었구나. 따뜻한 물은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거였구나.’ 임수혁은 물을 마신 뒤 무언가 떠오른 듯 이하린의 만류에도 급히 떠났다. 임수혁이 떠나자 이하린은 내 아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아가야, 네 엄마 참 못났네. 살아 있을 때 나한테 당하더니 죽어서도 널 지키지 못하잖아.” 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를 보며 손을 뻗어 안으려 했지만 계속해서 스쳐 지나갈 뿐 닿을 수 없었다. “엄마가 미안해. 무능한 엄마를 만나서 너까지 고생하는구나. 다음 생엔 좋은 가정에 태어나렴.” 나는 아이 옆에 웅크리고 앉은 채 눈물을 훔쳤다. 죽어서도 슬픔은 지속되는 거였다. 이하린은 소파에 앉아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선배님이 엄마 병에 대해 물어보면 선배님이 준 약을 먹고 나서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세요.” 나는 이하린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그녀의 엄마는 태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임수혁을 위해서라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마저 잔인하게 해칠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한 모습이고 혼자 있을 때는 또 다른 모습이라니 피곤하지도 않은가?’ “언니, 너무 다정하세요. 꼭 마치 제 친언니 같아요.” “이제부터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아무래도 안 되겠죠? 선배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테니.” “언니, 선배님과 꼭 오래오래 행복해야 해요.” 항상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이하린에게 이토록 잔인한 모습이 있었다니 차마 믿을 수 없었다. 아마 유체를 이탈한 나는 임수혁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 없는 것 같았다. 이하린의 일에 대해 알아내기도 전에 어느새 다시 임수혁 곁으로 돌아와 있었다. 임수혁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제야 나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야?] [더 이상 무리하게 굴지 마. 나 정말 지쳤어.] [좀 이해해 주면 안 되겠어? 오늘 임산부 시신을 정리했는데 이제 막 형체가 잡히기 시작한 태아였어. 지금 기분이 너무 별로야.] ‘기분이 별로라고? 자기 손으로 우리의 아이를 해쳐놓고 밤에 제대로 잠은 잘 수 있을까?’ [돌아오지 않을 거면 영영 돌아오지 마.] [계속해서 답장하지 않으면 이혼이야.] 임수혁은 답장 없는 나를 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늘 답장이 없던 내가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혼해. 나도 다른 남자 만날 테니까 너도 더 이상 날 찾지 마.] 이하린이 내 핸드폰을 숨긴 것도 결국 임수혁 때문이었다. 이전의 임수혁이었다면 그 메시지를 보낸 게 내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일까? 난 모든 문장에 항상 이모티콘을 넣었는데 방금의 문자에는 아무 이모티콘도 넣지 않았다. 지금의 임수혁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모자라 확인조차 하지 않고 핸드폰을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한참 집 안을 서성거리더니 내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혼 서류는 언제 작성할 거야?] ... 이하린은 더 이상 임수혁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답장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나와의 메시지 창을 계속해서 열어보았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쇼하는 거지?’ 임수혁은 정신없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임신 테스트기를 발견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바라보며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가 임신한 걸 알아차리자 바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이하린은 계속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신했어? 우리 얘기 좀 해. 이혼 못 하겠어.] 임수혁은 당연히 답장을 받을 수 없었고 실의에 빠져 출근했다. “선배님, 왜 이렇게 수척해 보이세요? 혹시 언니가 바람피우신 거 아니에요?” “아, 아니야.” 이하린은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듯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소리 하지 마, 민아가 임신했어.” 임수혁이 드물게 이하린에게 화를 내자 그녀는 놀란 듯 움찔하더니 한참을 멍해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제 언니는 모르는 남자랑 있었어요.” “정말이야? 어디서?” 임수혁은 이하린의 팔을 세게 잡은 채 그녀가 아프다고 외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됐어, 내버려둬.” 이미 사랑이 식어버린 남자는 거짓말을 확인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누가 뭐라 하든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이었다. 임수혁은 힘없이 책상에 엎드린 채 이하린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경찰이 찾아왔다. “이하린 씨가 누구시죠?” 이하린은 경찰에 잡혀갔다. 듣기론 관람차를 조작하는 관리자가 그녀의 친척이라고 한다. 자신의 관리구역에서 사람이 죽다 보니 충격을 받았는지 경찰서에 가서 자수했다고 한다. 그녀가 일부러 놀이기구에 손을 써서 관람차의 방이 하나 떨어지게 했다고 말이다. “하린이는 아직 어려서 그래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사랑을 위해 그런 거예요.” 책상에 엎드려 있던 임수혁은 급히 달려가 이하린을 위해 변호했다. “이하린 씨는 스물두 살입니다. 두 살이 아닙니다.” “그깟 사랑 때문에 하나의 생명을 아니, 둘이나 앗아갔습니다.” 경찰의 말을 들은 임수혁은 순간 멍해졌다. 어쩌면 어제 자신의 손으로 꺼내버린 태아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임수혁은 내 시신 앞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제발 하린이를 지켜 주세요. 하린이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하린이는 저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당신도 용서해 줄 거죠?” “그리고 당신의 아이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셈이에요. 다음 생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날 수 있을 거예요.” ... 임수혁이 계속해서 이하린을 변호하는 모습에 나는 영혼이 점점 옅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걸까?’ “너도 들었구나?” 임수혁은 내 시신 옆에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걸 본 사부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 그의 사부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다. “우리도 금방 알았어. 네가 충격받을까 봐 말하지 못했단다.” “너도 얼른 마음을 다잡아야지. 민아랑 잘 작별하렴. 오후에 화장하러 간다던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임수혁은 사부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사부는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며 멀찍이 물러나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슬픔이 지나쳤나? 정신이 나간 것 같네.” “수혁아, 민아랑 인사 잘하고, 난 먼저 갈게.” 사부가 떠난 뒤에야 임수혁은 정신을 차리고 내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내 가슴에 있는 붉은 점을 쳐다봤다. “아니야, 그냥 우연일 거야. 민아한테만 있는 게 아니잖아.” 곧이어 내 손가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마 우리의 결혼반지를 찾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바람피우는 걸 알게 된 후로 나는 반지를 빼버렸다. 그는 희미하게나마 남은 L자 반지 자국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의 반지에는 나의 성을 나타내는 알파벳 A가 새겨져 있었고 나의 반지에는 그의 성을 나타내는 알파벳 L이 새겨져 있었다. “민아야, 네 반지에 들어가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지 지켜볼 거야.” 그토록 달콤했던 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변해버렸다. “아니야, 우연일 거야. 우연이겠지.” 이제 모든 증거가 명백한데도 그는 여전히 믿으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