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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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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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스릴러서스펜스현대물숨겨진진실

결혼 첫날밤, 남편은 나와 함께 보내지 않았다. 그는 너무 피곤해서 나중에 보내자고 했다. 하지만 매일 밤, 그는 몰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돌아오면 꼭...

Chương (1)

第1章

결혼 첫날밤, 남편은 나와 함께 보내지 않았다. 그는 너무 피곤해서 나중에 보내자고 했다. 하지만 매일 밤, 그는 몰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돌아오면 꼭 샤워를 하고, 몸에는 말할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나는 남편한테 뭘 하러 갔는지 물었다. 남편은 운동하러 갔다고 말했다. 한밤중에 운동이라니? 나는 참을 수 없어 어느 날 밤 몰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잠옷을 잡고 소리쳤다. “올라와!” “지하실에 들어가면 안 돼!” “아니면 우리 이혼해!” 제1화 난 계단 난간을 꽉 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작은 별장은 내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해 주신 신혼집이다. ‘여긴 내 집이란 말이야.’ ‘그런데 왜 내가 지하실에 들어갈 수 없단 말이야?’ ‘남편이라는 사람이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독한 말을 내뱉는 거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나는 화를 참았다. “정영호, 너 지금 나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정영호는 여전히 내 잠옷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여보, 우리 위로 올라가서 방에서 얘기하자. 거기서 다 설명해 줄게.” “여기서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나는 캄캄한 지하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 내가 내려갈 수 없는데? 나한테 그런 권리조차 없다는 거야?” “나 운동하잖아. 아래에 내 소중한 물건들이 있는데, 지금은 아직 보여줄 수 없어.” 정영호는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 내 길을 막아섰다. “왜?” “지금은 때가 아니야. 때가 되면 꼭 보여줄게!” 속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또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억눌렀다. “그렇다면 아까 올라올 때 굳이 그렇게 심한 말을 해야 했어?” “내가... 내가 좀 흥분했어. 그리고 나 원래 말은 좀 거칠어도 마음은 약해. 너도 알잖아.” 나는 냉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남자가 말은 거칠고 마음은 약하다고?’ ‘좋아. 그렇다면 내일 출근하고 나서 지하실에 내려가 확인해 볼 거야.’ ... 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지하실에 분명 뭔가 수상한 게 있다. 그리고 그게 사소한 문제가 아닐 것 같다. ‘혹시 정영호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옆에 누워 있는 그를 쳐다봤다. 그도 잠들지 못한 채 천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달빛 아래 그의 옆모습은 선이 뚜렷하고, 매우 잘생겨 보였다. 몸도 탄탄하고 매력적이었다. 처음 그가 나를 좋아했다고 쫓아다녔을 때 나는 설레기도 하고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평범한 외모의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몰랐다. 정영호는 나의 부드러움, 나의 조용한 모습, 그리고 나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왜 밤마다 나를 외면하는 걸까?’ 나는 정영호의 아내다. 신혼여행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게 정상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정영호의 얼굴을 살짝 만져봤다. “뭐 하는 거야?!” 정영호는 전기에 감전된 듯 빠르게 몸을 피하며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은 마치 거지나 더러운 떠돌이 개를 대하는 눈빛 같았다. 나는 갑자기 어떤 사실을 깨달았고, 화가 나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대로는 참을 수 없었다.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으면서 왜 나랑 같이 있자고 했어?’ ‘왜 나랑 결혼한 건데?!’ 이 생각에 화가 치밀어 나는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몸이 안 좋다고 우리가 부부 관계를 못 가진다고 했지. 난 이해했어. 그런데 내가 손으로 한 번만 만졌는데도 왜 그런 큰 반응을 보인 거야?”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이건 정신적인 문제라고. 지금 내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잖아. 조금만 참아줘.” 정영호는 휴대폰을 들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 딱 6개월만 참아줘. 그때는 꼭 잘해줄게.” ‘손 대신 휴대폰으로 나를 만져? 내가 그렇게 더럽나?’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당장 다른 방법이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솔직히 말해 이 남편에게 나는 모든 걸 다 바쳤다. 연애 때부터 나는 정영호가 말한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 그가 손목시계를 좋아했다고 해서 나는 천만이 넘는 다이아몬드 시계를 사줬다. 그가 여행을 좋아했다고 해서 나는 그와 함께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가 투자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나는 돈을 빌려서라도 그를 지원해 줬다. 내가 가진 것 중 정영호가 원하는 건 전부 아낌없이 줬다. 하지만 신혼 후 내게 돌아온 건 이게 전부다. 모두 그 지하실 때문이다. 난 집에 있는 지하실이 너무 싫다. 내가 지하실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반드시 그 비밀을 밝혀내고 말겠다. 제2화 아침이 밝았다. 평소처럼 나는 정영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그는 여전히 무심한 태도로 밥을 먹었다. 나와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의 아내가 아닌 가정부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나는 차로 그를 회사까지 데려다줬다. 우리 둘은 같은 향수 회사에서 일하며 둘 다 영업 업무를 하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나는 정영호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확인한 후 동료에게 몇 마디를 전하고 곧바로 회사를 떠났다. 운전 대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머릿속은 온통 지하실 생각뿐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거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하지만 내가 본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지하실 문이 바뀌어 있었다. 언제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비밀번호가 필요한 방범문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비밀번호 없이는 절대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문을 찍었다. 혹시 이런 문에도 마스터키가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뭐 하는 거야?!” 정영호의 목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렸다. 깜짝 놀란 나는 뒤돌아보았다. 그는 걱정이 됐는지 몰래 따라왔던 것이다. 정영호는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내 뺨을 힘껏 때렸다. “내가 뭐라고 말했어?!” 나는 휴대폰을 쥔 채 차갑게 말했다. “네가 지금 나를 때렸어?” 그는 여전히 화를 냈다. “내가 뭐라고 말했냐고 물었잖아!” 나는 소리쳤다. “여긴 내 집이야! 내가 들어갈 자격도 없다고? 문을 바꾸려면 적어도 말은 했어야지!” “말하려 했다고! 네가 그냥 기다려주면 됐잖아!” 정영호는 또다시 손을 올렸다. 나는 몸을 뒤로 피하며 손을 들었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노가 온몸을 타고 올라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부터 폭력을 쓰다니 앞으로는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정영호는 내 손을 잡으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신고를 하는 거야?” “내 집인데 왜 들어가지 못하냐고? 그리고 나를 때려? 신고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제발 좀 흥분하지 마.” 정영호는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충동적이면 아내를 때려도 돼?” 나는 정영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놓으라고! 나는 반드시 신고할 거야!” 정영호는 또 한 번 내 손을 잡았다. “이런 일로 신고까지 해야 해? 만약 네가 우리 결혼 생활을 못 견디겠다면 이혼하자.” ‘이혼?!’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부모님이 우리 결혼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계신데. 손주도 보고 싶어 하신다. 게다가 이 작은 별장은 부모님이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해 주신 것이다. 그걸 나눠주게 된다면 부모님은 아마 크게 상처받으실 것이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정영호는 다시 말했다. “네가 이혼을 원했다면 이 집은 내 것이 될 거야. 이혼이 싫으면 그냥 예전처럼 지내자. 그리고 지금 당장 회사로 돌아가.” 나는 분한 마음을 꾹 눌렀다. 그리고 정영호를 노려보다가 뒤돌아섰다. 부모님의 피땀이 담긴 이 집을 절대 넘길 수 없었다. 정영호가 다시 소리쳤다. “잠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나를 존중하지 않고 네 마음대로 했으니 사과하고 다짐해.” 정영호의 말에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계단 난간을 주먹으로 쳤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영호를 한 번 노려보고는 곧바로 집을 떠났다. ... “경희, 무슨 일이야?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회사로 돌아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유지민이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하며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오른손은 거즈를 감아서 왼손만 쓸 수 있었다. 유지민이 눈치채지 못하게 오른손은 계속 아래로 숨겼다. “야!” 유지민이 내 옆으로 와 어깨를 가볍게 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신혼여행 가서는 적당히 해야지. 남편 완전히 탈진하게 만든 거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신혼여행 때문에 이 정도로 고생한 거라면 그냥 받아들이겠지만. “내일 주말이라 회사에서 단합대회 있대. 가족 관련 주제로 진행된다고 하던데, 부부나 연인은 무조건 참석해야 한대.” 유지민이 말했다. “안 가면 벌금 낸대.” 나는 단합대회에 별 관심은 없었지만 벌금을 내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정영호는 여행을 무척 좋아해서 전 회사 단합대회 때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정영호가 간다면 나도 갈게.” “방금 물어봤는데 안 간대. 그러면 너희 부부 이번 달 보너스도 날아갈 텐데?” “내가 직접 가서 물어볼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거기서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두 명의 남자 동료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두 달 전, 회사 정문에서 사고가 하나 있었는데 한 여성 운전자가 차를 몰고 회사 직원 세 명을 치고 도망친 사건이었다. 그 여성 운전자는 아직도 잡히지 않았고, 그들은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정영호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회사 단합대회, 안 갈 거야?” “안 가.” 그는 차갑게 대답했다. “안 가면 벌금 낸대.” “벌금이면 벌금이지, 뭐.” “굳이 이런 일로 벌금을 낼 필요는 없잖아.” “너 진짜 짜증나게 하지 마!” 정영호가 갑자기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나 집에 있을 거라고! 못 알아들었어?” 의 소리가 끝나자 사무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모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땅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편이 그것도 회사에서 내게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그 순간, 정영호에 대한 내 모든 기대가 무너졌다. “경희야, 미안. 괜히 재촉해서 기분 나빴지?” 자리로 돌아오자 유지민이 내 어깨를 감싸며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아니야, 괜찮아.”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지민아, 네가 아는 게 많으니까 한 번 알아봐 줘. 이런 비밀번호 도어락에 마스트키가 있는지.” 유지민은 핸드폰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랑 친한 친구가 이런 도어락을 팔거든. 내가 물어볼게.” 제3화 저녁이 또 찾아왔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 휴대폰으로 CCTV를 열어 다시 확인해봤다. 아침에 봤던 그대로였다. CCTV가 고장 난 것 같았다. ‘혹시 정영호가 일부러 그런 걸까?’ 저녁을 다 차리고 식탁에 음식을 하나씩 옮겨놓았다. 그때 정영호가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수상쩍게 굴며 내가 보지 못하도록 케이크를 창고에 숨겼다. 나는 슬쩍 보았다. 그것은 프랑스식 무스 케이크로 아주 먹음직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오늘은 정여호의 생일도, 내 생일도 아닌데 왜 케이크를 샀는지 몰랐다. 그가 말을 꺼내지 않기에 나도 굳이 묻지 않았다. 저녁을 먹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정영호는 마치 식당의 손님 같았고, 나는 그저 서빙하는 사람 같았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오른손에 감긴 거즈를 갈아야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거즈를 풀고 소염제를 바른 뒤 다시 감았다. 그런데 정영호는 옆에 누워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보고만 있었다. “있잖아, 경희야. 생각해봤어?” 갑자기 정영호가 말을 꺼냈다. 나는 놀라며 물었다. “뭘 생각해보라는 거야?” “이혼 말이야. 고민해봤냐고.” 정영호는 다시 물었다. 나는 냉소를 지었다. ‘이 자식, 속셈이 뭐지?’ ‘결혼까지 해놓고, 단지 집 한 채를 노리고 있었던 건가?’ 나는 되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이혼하고 싶어?” 정영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가 나랑 사는 게 재미없다면 이혼해. 난 네 행복을 방해할 생각 없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정영호는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몸을 홱 돌려 등을 보였다. “잠이나 자!” “네가 그랬잖아. 나보고 시간 좀 달라고. 네 마음 병만 해결되면 우린 괜찮아질 거라고. 그렇지 않아?” 나는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기다려 보자고.” 정영호는 더 짜증난 듯 말했다. “졸려 죽겠어. 빨리 자라니까!” 나는 모든 걸 정리한 뒤 불을 끄고 누웠다.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이런 상황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난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가 무의식적으로 한밤중에 눈을 떴다. 달빛이 들어와 방 안이 밝지는 않았지만 웬만큼은 보였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정영호가 없었다. 또 지하실에 운동하러 간 모양이었다. 이번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왼손목에 갑자기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손목을 잡아당겨 보니 은색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수갑의 한쪽은 쇠사슬에 연결되어 있었고, 쇠사슬은 침대 다리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철컥!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지만 손목은 뜨겁게 아플 뿐 쇠사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뭐야!”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사람이라면 누구든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지하실에서 뭔가 수상한 일을 하기 위해 날 이렇게 가둬놓은 거라고?’ ‘납치된 여자를 다루듯이?’ 이건 사람 대접조차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영호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누워 잠든 척을 했다. 지금 그와 맞서봐야 나만 손해였다. 차라리 상황을 역이용해야 했다. 조금 후, 정영호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천천히 침대로 다가왔다. 그는 내 왼손을 살며시 들어 수갑을 풀고 쇠사슬도 제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쇠사슬은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난 뒤 정영호는 살며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내 어깨를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여전히 잠든 척했다. 그제야 정영호는 안심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누웠다. 나는 다시 한번 샤워젤의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케이크 냄새도 조금 났다. 그 두 가지 냄새 사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정영호가 케이크를 들고 지하실로 간 거야?’ ‘케이크를 먹으면서 운동을 했다고?’ ‘지하실에 뭔가 더 숨겨진 게 있는 걸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가벼운 코 고는 소리를 냈다. 나는 두 눈을 뜬 채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다. 아침이 되었다. 거울을 보니 눈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예쁘진 않지만 나름 외모를 가꾼다. 그런 내가 다크서클을 보니 더 참을 수 없었다. 이 지옥 같은 날들을 빨리 끝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침을 먹은 뒤 나는 거실 쓰레기통을 슬쩍 확인했다. 거기엔 케이크 박스가 있었다. 분명 어젯밤 정영호가 들고 왔던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케이크를 먹은 건 누구였을까?’ ‘설마 지하실에 누군가 있는 건가?’ 내 머릿속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혹시 정영호가 은밀히 여자라도 숨겨둔 걸까? 아니면 납치된 여대생?’